이름 | 홍순관 |
등록일 | 2003-01-27 07:45:37 P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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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질문을 하셨군요! 답변도 어렵지만, 질문하시기도 어려웠을텐데 고맙군요.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보셨나요? 그 책의 독자들이 이런 류의 질문을 했답니다. '교수님께서 그렇게 감격하는 곳에 가 보았더니 아무 것도 없던데 교수님은 어떻게 그런 것이 보이고 감동이 됩니까?' 유교수의 답변은 '사랑하면 보입니다' 이었습니다. 정확한 대답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악기를 즐기는 수준이 되려면 몇 년이나 연습을 해야할까요? 운동도 즐기는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훈련을 해야할까요? 진지하게 읽고, 묵상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보면 성경말씀이 너무나 달고 오묘하다는 것을 알게되지만 어느 정도의 훈련과정을 거쳐야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성경을 많이 읽었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없는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하다보니 많이 읽을 수 밖에 없었죠.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인 것을 가르쳐 준 좋은 스승과 책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말씀대로 살아보려는 처절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어느 정도 신앙에 눈을 뜬 후에는 가르치는 일을 많이 하게되었는데 어떻게 하면 본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말씀을 깊게 묵상을 했는데 의외로 깊은 맛을 보게 되더군요.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겠지만 다독은 어느 정도 되어있다고 생각하고(계속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독을 많이 합니다.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나름대로 깨달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고 묵상하는 일을 계속 합니다. 원칙은 일주일에 한, 두장 정도입니다. 어려운 본문을 만나면 한 장을 붙들고 몇 주간 씨름을 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의 '매주 1장'을 보시면 무슨 뜻인지 아실 겁니다. 스스로 본문을 이해하고 정돈하기 전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다른 주석이나 참고서적을 보지 않습니다. 본문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다른 역본들은 자주 살펴봅니다. 나름대로 정돈이 되면 혹시 독단적인 해석이나 이해가 아닌가 확인하는 차원에서 주석을 찾아서 비교해보기도 합니다.
본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성경공부의 도구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깊이 있게 묵상하는 작업을 한지는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본격적으로 모든 취미를 접어두고 성경에만 매어달린지는 10년 정도 되었을까요?
제게도 성경읽는 것이 힘들고 잠 오는 일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다독하면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시간이 좀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시고 꾸준히 노력하시면 즐거운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성경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런 대답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틀림없는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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