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그릇에 보배가!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다윗이 죽을 날이 임박하매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노니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고 네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지켜 그 길로 행하여 그 법률과 계명과 율례와 증거를 모세의 율법에 기록된 대로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지라 여호와께서 내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만일 네 자손들이 그들의 길을 삼가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진실히 내 앞에서 행하면 이스라엘 왕위에 오를 사람이 네게서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신 말씀을 확실히 이루게 하시리라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내게 행한 일 곧 이스라엘 군대의 두 사령관 넬의 아들 아브넬과 예델의 아들 아마사에게 행한 일을 네가 알거니와 그가 그들을 죽여 태평 시대에 전쟁의 피를 흘리고 전쟁의 피를 자기의 허리에 띤 띠와 발에 신은 신에 묻혔으니 네 지혜대로 행하여 그의 백발이 평안히 스올에 내려가지 못하게 하라 마땅히 길르앗 바르실래의 아들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그들이 네 상에서 먹는 자 중에 참여하게 하라 내가 네 형 압살롬의 낯을 피하여 도망할 때에 그들이 내게 나왔느니라 바후림 베냐민 사람 게라의 아들 시므이가 너와 함께 있나니 그는 내가 마하나임으로 갈 때에 악독한 말로 나를 저주하였느니라 그러나 그가 요단에 내려와서 나를 영접하므로 내가 여호와를 두고 맹세하여 이르기를 내가 칼로 너를 죽이지 아니하리라 하였노라 그러나 그를 무죄한 자로 여기지 말지어다 너는 지혜 있는 사람이므로 그에게 행할 일을 알지니 그의 백발이 피 가운데 스올에 내려가게 하라 [열왕기상 2:1~9]

여러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잘 안 되죠? 효자노릇하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는 않아요. 옛날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보면 진짜 효자들 많거든요. 그런데 우리 마음 속에 우리 부모를 향한 그런 마음은 없는데...? 싶을 때가 많아요. 부자지간만 그런 게 아니고 부부지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교를 들으면 “아, 그리스도인 부부는 이렇게 살아야 된다.” 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고 하면 잘 안 돼요. 특히 예수 믿는 우리에게는 생각과 현실이 맞지 않는 경우가 참 많아요.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이런 말씀에 은혜를 많이 받죠. 때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믿는 자로서, 고민스러울 때도 적잖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들이 다윗이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을 보면서 위로를 좀 받았으면 합니다.

다윗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잖습니까? 그런 다윗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을 가만히 보면 다윗도 우리와 별반 다른 사람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다윗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위대한 삶을 살았는지 그 문제를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의 유언이라고 할 만하죠. 이 유언을 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솔로몬아, 하나님의 말씀을 이렇게, 이렇게 잘 지켜 행하라. 그러면 하나님께서 형통케 하시고 하나님께서 내게 약속하신 그 약속을 네게 반드시 이루어 주실 것이다.” 이 한 가지와 또 한 가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네 주변에 있는 몇몇 이 사람들은 잊지 말고 챙길 사람은 챙기고, 손 볼 사람은 손 봐야 되겠다.” 그렇게 당부를 하고 갑니다. 유언을 하면서 하나님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과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을 이야기 해주는데 그리스도인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사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확실히 잘 해놓는 것임을 잘 보여줍니다.

솔로몬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놓고 갑니다. “하나님의 율법을 잘 지켜 행하라!” 다윗에게 있어서는 진짜 중요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었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자기의 생각이나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게 있었지만 이것을 항상 눌러놓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드러냈던 사람이고 그 하나님의 뜻에 순종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아무리 다윗이지만 자기의 감정이나 자기 생각이 없었던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 자기 생각, 자기 감정을 묻어놓고 하나님의 뜻을 먼저 순종했더니 그의 인생이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되었더라. 그걸 참 잘 보여주죠.

다윗은 죽기 전에 솔로몬에게 유언을 하면서 두 가지 중의 첫째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라는 거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라. 이것이 형통하게 되는 길이다.” 그럽니다. 2절을 보세요. ‘내가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게 되었노니 너는 힘써 대장부가 되고’ 이러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데 그렇게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요?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되는 거지 용기가 필요한 것이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내 뜻과 내 생각을 포기한다는 거예요. 내 생각에는 요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라고 말할 때에 내 생각을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될 것 같은 이 길을 포기하고,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이렇게 해라. 그러려면 진짜 대단한 용기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은 ‘이렇게 하면 확실히 된다’기보다는 ‘정말 이렇게 해서 되겠나?’ 싶을 때가 굉장히 많아요. 그럴 때라도 자기 뜻을 포기하고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 길로 가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 뜻입니다. 제일 좋은 예가 여호수아입니다. 여호수아가 모세를 이어서 지도자가 됐을 때 여호수아 1장에 몇 번이나 반복되어 강조된 것이 ‘강하고 담대하라’ 입니다. 지도자가 됐으니까 강하고 담대해야 되겠죠. 이렇게 말한다면 여호수아 1장을 잘못 이해한 겁니다. 왜 강하고 담대하라고 그러느냐 하면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명령을 하신 것, 그 말씀을 지키고 행하려면 정말 강하고 담대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 전쟁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이스라엘 백성들은 전쟁을 할 수 있는 군인이 아니에요. 무기도 별로 없어요. 전쟁을 해 본 적도 별로 없어요. 이런 군대를 이끌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데, 가나안 땅에 있는 가나안 족속들은 보기에도 이미 상대가 안 될 정도로 거대하고 강한 성과 이미 훈련된 군대를 갖추고 있어요. 오죽하면 40년 전에 스파이들을 보냈는데 우리는 메뚜기와 같아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던 적이 있는 그 가나안 족속들이란 말이에요. 그 족속들과 싸워야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상대가 안 되는데 하나님께서 싸우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면 강하고 담대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겁니다. 요단 강물이 콸콸 흘러갑니다. 하나님께서 제사장들이 궤를 메고 강물로 들어가라는 거예요. ‘들어가라 그러면 강물이 끊어질 거다’ 그러시거든요. 강둑에 서서 넘쳐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세요. 거기 발 들여놓을 용기가 나는가? 혼자 들어가서 ‘아차!’ 하면 빠져나오면 되는데 이건 제사장 4명이 궤를 메고 들어가야 되는 거예요. 가다가 삐거덕하면?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들어가라는 거예요. 용기가 필요한 겁니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강둑에 앉아서 안 들어가요. 뭐라고 그러면서 안 들어가죠? “하나님, 이 물 멈추어 주시면 들어갈게요.”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뭐라고 그래요? “들어가라, 들어가면 멈추어질 거다.” 이러시는 거예요.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데는 진짜 용기가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강을 건넙니다. 강을 건너고 나면 여리고 성과 우리 사이에 장애가 아무 것도 없어요. 바로 전쟁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거기서 ‘모든 남자들은 할례를 행하라’ 이러잖아요. 요즈음은 할례가 무슨 수술이나 됩니까마는 그래도 한 며칠은 잘 못 움직여요. 그 옛날에 부싯돌 깨서 잘 됐겠습니까? 그렇게 수술하고 남자들 다 드러누워 있다는 것을 여리고 성에서 알면? 이건 전멸이에요! 그런데 거기서 수술을 하라는 거예요. 이거 순종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강하고 담대한 믿음이 없이는 순종하기가 불가능한 거예요.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것을 순종합니다. 참 희한해요. 이스라엘의 역사에 하나님의 말씀에 이렇게 순종 잘 할 때가 없어요. 그런데 여호수아서에서는 순종을 합니다. 그랬더니 여리고성은 돌기만 해도 무너지더라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는데 왜 내게는 아무런 이적이나 하나님의 돌보심이 나타나지 않느냐?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그 말씀에 그렇게 순종을 하고 있지 않는 거죠. 그 말씀에 순종하느라고 용기를 내서 ‘이러다가 내가 죽는 것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드는데도 담대하게 순종해서 나갈 때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절 말씀에 보면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에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신앙생활 한다고 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산다고 하는데, 만사가 그렇게 형통하던가요? 별로 형통해 보이지가 않던데...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잖아요. 왜 그럴까요? 여러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무슨 일을 하든지 형통하게 된다는 이 말씀은 그 말씀대로 살아본 사람이라야 압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말씀은 아는데 그 말씀대로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드물어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는 것이 어쩌면 꼭 가시밭 길 같고 죽을 것만 같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 길을 어떻게 함부로 가요? 어떤 사람들은 겁도 없이 그렇게 갔다가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감사도 하긴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요.

오늘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산다고 하는 사람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씀대로 산다기보다는 말씀대로 사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래서 찬송가에 이런 가사가 있잖아요. 넓은 바닷가에서 찰싹거리는 파도 보고 마음 졸여서 안 들어가고 있는 경우에요. 하나님은 이 바다에 들어가면 놀라운 은혜를 체험할 거라고 하는데 ‘진짜일까?’ 싶어서 한 발짝 넣었다가 파도 살짝 치는 것을 보고 빠져 나왔다가 담갔다가, 빠져나왔다가 이러고 살고 있단 말이에요. 바닷가에서 이러고 있는 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오늘날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그 넓은 바닷가에서 마음만 졸이면서 들어갈까? 말까? 이러고만 있다는 말이에요. 하나님의 말씀은 그 파도를 뚫고 들어가라는 얘기예요. 들어가 보면 놀라운 은혜가 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다고 하지만 정말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하는 위대한 성도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이름만 교인이요 가련한 그리스도인이요 능력도 체험하지 못한 채 다니고만 있는 그런 그리스도인이 될 것인지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느냐? 하나님께서 내게 하신 이 말씀, 도저히 내 힘으로는 실천할 수 없는 이 말씀을 용기를 내서 한 번 그 길로 가 보느냐? 안 가 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쨌든 하나님께서 주신 이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고 행하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약속,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약속입니다. 네 후손에서 다윗의 왕위가 끊어지지 아니하리라고 하였던 약속을 하나님께서 반드시 이루어 주실 것이라고 유언을 하죠.

4절을 보십시다. ‘여호와께서 내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만일 네 자손들이 그들의 길을 삼가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진실히 내 앞에서 행하면 이스라엘 왕위에 오를 사람이 네게서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신 말씀을 확실히 이루게 하시리라’ 그렇게 말씀하시죠. 얼핏 보면 이것이 조건부처럼 보여요. 다윗에게서 나온 ‘다윗의 왕위가 끊어지지 아니하리라’는 이것이 어떻게 보면 조건부처럼 보이기는 합니다만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많은 말씀 중에 조건부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조건부라기보다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겠다는 약속이 경우가 훨씬 더 많아요.

여러분, 믿으면 구원을 받는다. 그렇게 말하잖아요. ‘믿으면’ 하는 게 ‘우리가 입으로 고백을 하면 구원을 받는다.’ 고 하는 이것이 조건인가, 아닌가? 생각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조건치고는 너무너무 쉬운 조건이에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베푸실 구원은 너무너무 큰 것이에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조건부처럼 말씀하시는 것 같지만 정말 조그마한 이 고백을 근거로 하나님께서 놀라운 은혜를 베푸시겠다고 하시는 것은 조건부가 아니에요. 그냥 하나님의 한량없는 은혜일뿐이죠. 가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면 컴퓨터 사 줄게.”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아들으면 되죠.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할 때에는 이미 이 아이에게 컴퓨터 사 주려고 마음먹고 하는 이야기에요.

다윗이 솔로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잘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이런 복을 주시겠다고 나에게 말씀하셨는데 그대로 될 것이라고 말하는데 조건부가 아니에요. 왜 그러냐 하면 다윗의 후손 중에 정말 선한 왕은 몇 명 안 돼요. 훗날 역사를 보면 선하다고 하는 왕도 몇 명 안 되고, 선하다고 하는 그 왕들조차 끝까지 선한 왕은 없어요. 끝에 가서 타락하고 이상한 짓을 해요. 그럼에도 다윗의 왕위가 끊어지지 아니하고 그대로 이어져 가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시겠다는 것이에요. 그러면서 부탁하시는 것이 이렇게 되려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된다는 것뿐이에요. 요는 다윗이 솔로몬에게 “어떻게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이 복을 누리며 살아라.” 고 먼저 당부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당부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세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 사람은 빼고 두 사람 이야기만 하려고 합니다. 첫째 나온 사람이 5절의 요압이죠. ‘요압을 그냥 두지 마라’ 이렇게 당부를 합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요압이 내게 행한 일 곧 이스라엘 군대의 두 사령관 넬의 아들 아브넬과 예델의 아들 아마사에게 행한 일을 네가 알거니와’ 이러는 거예요. 요압에게 잘못이 있다는 거예요. 그것은 요압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갔던 장군 두 사람을 죽였다는 거예요. 아브넬과 아마사를 죽인 것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요압은 거의 평생 다윗을 도와 동고동락 했던 장수였죠. 예루살렘이 여부스 사람의 손에 있을 때에 그 난공불락이라고 하는 여부스 성을 물길을 타고 들어가서 용감하게 그 성을 빼앗았던 장수입니다. 그 일로 인해서 요압이 확실한 군대장관이 되죠. 그 이후에 수많은 전쟁에 요압이 선봉에 서서 전쟁들을 다 치러냈던 사람입니다. 더구나 훗날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켜서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했을 때에 그 반역 군대를 토벌하는 군대장관이기도 했죠. 심지어 다윗이 못된 짓을 하고 그 부하 장수 중에 우리야를 죽이라는 밀명을 받은 사람도 요압입니다. 요압은 다윗의 부당한 명령에까지 순종했던 사람이죠.

그럼에도 요압은 다윗의 심복이라기보다는 다윗에게는 껄끄러운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왜 그런고 하면 자기에게 라이벌이 될 만한 장수 두 사람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다윗에게 아주 요긴한, 다윗의 또 다른 측근이 될 사람이었는데 요압이 두 사람을 죽인 겁니다. 아브넬이 언제 죽었습니까? 사울이 죽고 난 다음에 다윗은 조그마한 유다 지방의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유민들을 이끌고 저 북쪽에 다시 나라를 세워서 두 나라가 싸웁니다. 약 7년간 걸리죠. 아브넬이 북쪽에 있던 이스보셋의 실권자였습니다. 이 아브넬이 북쪽에 있던 나라를 몽땅 다윗에게 넘겨주겠다고 밀약을 맺으러 찾아온 겁니다. 다윗의 입장에서는 그렇게만 해 준다면 이스라엘은 전체 하나가 되고 다윗은 전체 이스라엘의 왕이 되죠.

그런데 아브넬이 왔다가 돌아가는 것을 요압이 몰래 속임수로 불러서 죽여 버리고 맙니다. 다윗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에요. 표면적인 이유는 전에 아브넬이 자기 동생을 죽였기 때문인데, 사실은 변명이 되지 않아요. 자기 동생이 더 잘못했거든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걸 핑계 삼아 죽이긴 했는데 사실은 아브넬이 나라를 통째로 다윗에게 넘겨주고 들어오면 자기보다 더 큰 개국공신이 될 가능성이 많은 거죠. 그런 라이벌을 미리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입니다.

또 한 사람, 요압이 아마사를 죽였어요. 아마사는 아들 압살롬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다윗을 따라올 때에 군대 장관이었어요. 그러니까 쿠데타의 군대 장관이었어요. 다윗이 평정을 하고 난 다음에 이 군대가 전부 다윗에게 투항을 하고 난 뒤에 다윗이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얼마 뒤에 또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세바의 반란이죠. 이 반란을 토벌할 장수를 요압으로 세우지 아니하고 아마사를 세운 거예요. 다윗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유가 있습니다. 요압이 압살롬과 싸우러 갈 때에 특별히 다윗이 요압에게 부탁을 했어요. “압살롬이 비록 반역을 했지만 내 아들이 아니냐? 제발 죽이지는 말고 살려 달라.” 그랬는데 요압이 무시하고 죽여 버립니다.

왕의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윗이 얼마나 슬퍼했는지 모릅니다. 슬퍼해서 완전히 기진맥진한 다윗에게 요압이 거의 협박하다시피해서 다윗을 불러내요. 아마 그 일로 해서 이후에 일어난 반란 때에 요압을 쓰지 아니하고 아마사를 세워서 반란군을 토벌하려고 세웠는데 이 요압이 토벌 사령관 아마사를 죽여 버리고 자기 스스로 군대 장관이 된 겁니다. 어떡하겠어요? 거의 안하무인격으로 날뛰었지만 다윗이 효과적으로 그를 제어하지 못하고 대신에 속앓이만 했던 모양입니다. 5절 중간에 보면 요압이 한 행동을 ‘태평 시대에 전쟁의 피를 흘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요압이 이렇게 횡포를 부리고 자기 멋대로 움직였지만 다윗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요압에 대해서 솔로몬에게 “네가 알아서 뒤처리를 잘 해라.” 이러는 거죠. 다윗은 위대한 왕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죽기 전에 “요압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다윗은 자기들 측근 때문에 참 힘들어하는 삶을 살았구나! 하는 것이 은근히 눈에 보이죠. 여러분, 직장 생활하면 옆의 동료들이 멋지지가 않아요. ‘어떻게 저런 인간이 내 위에 와서...’ 할 때가 있어요. 누구 말마따나 “이 또라이 같은 상사를 피해서 다른 회사를 갔더니 다른 회사에도 또 그런 인간이 둘이나 있더라.” 그런 거잖아요. 우리 주변에 내가 어찌할 수없는 이 묘한 인간들이 사실은 많이 있어요. 다윗도 그랬더라는 거죠.

8절부터 진짜 놀라운 사람이 하나 등장합니다. ‘시므이’라는 사람이 나오죠. 다윗이 압살롬을 피해서 도망갈 때에 시므이가 따라 오면서 독한 말로 다윗을 저주한 적이 있습니다. 성경의 표현은 부드럽게 되어있지만 이거 경상도 말로 하면 “뒈져라!” 하고 똑 같아요. “잘 됐다, 아 자식아. 네가 우리 집안을 전부 멸하고 왕이 되었다고? 니도 한 번 죽어봐라.” 이런 말이거든요. 부하장수들이 “임금님, 저거 한 칼에 날려 버릴까요?” 그랬더니 다윗이 “놔두라.”고 합니다. 놔두라고 하는 이유가 세 가지 나오는데 이게 참 놀라워요.

첫째 이유가 시므이 저 놈이 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께서 시므이를 통해서 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니까 놔두라고 합니다. 자기 죄가 크다고 고백하는 셈이죠. 두 번째, 내 몸에서 난 내 자식도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따라오는데 저게 사울 집안 아니냐? 쉽게 말하면 전 왕의 집안 아니냐? 그러니까 이해될 만한 것 아니냐? 그래서 놔두라는 이야기예요. 세 번째가 진짜예요. 하나님께서도 내 억울함을 아실거야. 그러니까 저 놈이 저렇게 욕을 하는데 내가 가만히 욕을 듣고 가고 있으면 하나님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혹시 선하게 갚아 주실지 모르잖아. 저 놈한테 욕을 얻어먹는 것은 놔두고라도 하나님 눈에 불쌍하게 보이는 게 낫잖아, 그냥 놔두자. 이런 겁니다.

아, 이거 어렵습니다! 지금도 여기 그런 분 있을 건대요. 남한테 억울한 소리 한 마디 들으면 잠이 안 와요. 저는, 옛날이야기지만, 한 달쯤 잠이 안 왔어요. 자려고 누우면 저 놈 때문에 이가 갈려요. 이걸 어떡해? 저만 그럴까요? 억울한 소리 들으면 그게 귀에 뱅뱅 맴돌면서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 순간에 다윗은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걸 깨끗이 용서하고 상관하지 아니하고 갈 수 있느냐? 정말 위대한 사람이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오늘 이 본문을 보면 다윗이 그 때, 시므이의 말을 들으면서 자기가 억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억울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세월이 얼마나 흘렀습니까? 몇 십 년이 지났는지 몰라요. 그런데 지금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그 때 시므이가 억울하게 나를 비난하고 욕 했는데 그 억울함이 아직도 다윗의 기억 속에 살아 있는 겁니다. 몇 십 년 전의 억울함을 잊지 않는 것을 보면 다윗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네요. 여러분, 억울한 소리를 듣고 억울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동일한 겁니다. 억울한 소리를 들었는데도 “허허” 하고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사람이라도 속까지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다윗의 위대함은 그렇게 억울한 소리를 듣는 그 순간에도 그 못된 놈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신앙의 위대한 인물이 되지만 다윗은 그 억울함을 몰랐거나 잊어버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신앙이 좋고,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소리 들으면 억울하고, 슬픈 일 겪으면 슬프고, 아픈 일 겪으면 아픈 거예요. 믿음이 좋다고 아플 것까지 안 아픈 것은 아닙니다. 목사도 마찬가지예요. “아이, 목사님이 그만한 일로 화를 내고 그러십니까?” 그러지 마세요. 목사라고 별다른 사람이 아니에요. 화 날일, 슬픈 일, 이건 다 똑같아요. 권사님인들 특별히 다르고? 권사님은 안 삐져요? 목사인들 안 삐져요? 다 똑 같아요. 사람은 다 그런 존재인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그 순간에 자기 기분, 자기 생각대로 하지 않고 다윗은 하나님을 먼저 생각했다는 게 다른 점이라는 겁니다. 억울한 것도 알고 속이 상했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에 하나님을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을 넓힐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것이 다윗의 위대함이지 애당초 그런 것을 너끈하게 넘길 수 있는 속 넓은 사람이었더라? 아니라는 거예요! 다윗도 속이 상하면 몇 십 년 기억하는 거예요.

여러분, 예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다윗은 참 위대하다고 말합니다. 다윗은 완벽한 인간의 이상처럼 그려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유럽에는 소위 데이비드상(다비드상), 완벽한 남성미를 조각해 놓은 것이 있어요. 옷을 안 입혀서 야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데이비드 상이라고 해서 유명한 조각이 있어요. 다윗은 그렇게 완벽한 사람으로 인정이 됐던 사람이에요. 그런 다윗에게 허점이 있느냐고 하면 허점이 있어요. 우리야의 아내가 목욕하는 것을 몰래 보다가 사고쳤잖아요. 그 정도는 우리가 알고 있어요. 그런 그가 죽기 전에 솔로몬에게 남긴 유언을 보니까 ‘아, 다윗도 억울한 일이 생기면 그걸 쉽사리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토록 품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다윗을 함부로 위대하다고 하지 말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목욕하는 여인 있으면 몰래 쳐다보는 것 이것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 같고, 속으로 억울했던 것 잊어버리지 않고 평생 가지고 가는 것, 이것도 닮은 거예요. ‘저 분은 속이 넓어 가지고 이해할거야.’ 이러지 마세요. 아무리 속 좋은 사람도 한 마디 툭 던져 놓은 것 잊어버리지 않고 오래오래 갑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다윗은 태생적으로 그렇게 선하거나 착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성경은 이런 것을 투박한 질그릇 같은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질그릇? 투박해요. 그리고 질그릇은 항상 철장과 관계가 있어요. 쇠몽둥이로 내려치면 그대로 부서져 버리는 정말 못 생기고 연약한 그릇, 그게 질그릇인데 어떤 면에서 우리 인생은 이런 질그릇과 비슷해요. 다윗도 이런 질그릇과 같은 사람이었는데 그에게서 어떻게 해서 보석처럼 빛나는 보물이 나올 수 있었느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다윗의 인생을 잘 살펴보면 질그릇 같은 그의 삶 속에 보배가 들어있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이유는 딱 하나예요.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통터져 못살만한 그런 지경에서도 자기 뜻은 접어놓고 하나님의 뜻을 살폈던 사람입니다. 이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에요.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사울이 자기를 죽이겠다고 줄기차게 따라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울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다윗의 입장에서 너무너무 쉽게 죽일 수 있는 상황이 왔는데도 다윗이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를 살려 보냅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죽였더라면 더 이상 도망 다닐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를 살려 보내요. 사울이 그것을 알고 ‘아, 내가 잘못했다.’고 돌아갔는데 그 병이 도져서 또 잡으러 와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쉽게 끝낼 수 있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드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서 다윗은 위대한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고 위대한 왕이 되는 거예요. 그것은 다윗이 깨달아 알고 체험한 거예요. 그러니 자기 아들 솔로몬에게 유언을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라고 가르쳐 주는 겁니다. 어디로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형통하게 되리라. 자신이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는 체험적인 고백입니다.

이렇게 완벽한 신앙의 표상이라고 불렸던 다윗도 억울하게 당한 것을 절대 잊지 않았더라. 그런 점에서 태어날 때부터 선한 인간은 없다고 생각하세요. 착한 사람들도 많고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왜 이렇게 못됐을까? 고민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도 속을 들여다보면 못된 사람이에요. 아니, 저 사람은 정말 착하게 보이는데? 아니오. 그 사람도 속은 못된 사람이에요. 우리 속에 그 못된 생각과 선한 생각이 늘 싸우고 있는 거죠. 그 중에서 선한 생각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선한 사람이 되는 거고, 못된 생각이 드러나면 못된 사람이 되는 거예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아요.

내 속에 들어있는 이 못된 생각과 선한 생각 중에 어느 생각을 바깥으로 드러내느냐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성부터 너무너무 착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됐을까? 아니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 그래요. 그런 생각 다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어떤 생각을 드러내느냐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 속에는 내 욕심대로 내 고집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이건 이렇게 하라고 하셨는데, 하나님의 자녀된 나는 지금 이렇게 해야 되는데... 이 두 생각이 지금 싸우는 거예요. 그럴 때에 내 생각과 내 뜻대로 가면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고 그 때에 나의 생각을 접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움직일 수 있다면 위대한 신앙인의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겁니다.

우리 모든 인생은 질그릇처럼 투박하고 깨어지기 쉽고 연약한 그릇이에요. 누구는 보니 신앙이 좋고 대단한 것 같지만 아니요. 그렇게 대단한 것 같은 분도 넘어질 때는 쉽게 넘어져요. 약해요. 그런데 이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시면 이 질그릇 속에 웬 보배가 담겨있는 겁니다. 옛날에 대통령으로부터 효부상을 받은 사람이 인터뷰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분이 울면서 “나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하는 겁니다. 시아버지인지 시어머니인지 모신다고 고생을 엄청 했다고 상을 줬는데 자격이 없다고 그러는 거예요.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내가 겉으로는 몇 십년동안 이 어른들을 모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왜 이 어른들이 빨라 죽지 않나?’는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마음속까지 효부가 아니에요. 단지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 불만투성이지만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했을 뿐이지, 그러니까 나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 라는 고백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는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부모님 잘 모시고 하나님 잘 섬기고 남편 아내의 역할을 잘 하고 이건 진짜 어려운 거예요. 누가 한 마디하면 성질나고 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믿는 자로서 하나님의 자녀인 내가 이렇게 해야지. 이 생각이 우리를 바르게 세워간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에 비록 내가 질그릇 같은 내 인생이라도 내 속에 귀한 진주가 자라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여러분들의 삶을 붙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내 생각, 내 기분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나를 붙들어 간다면 이 질그릇 같은 내 인생에 참 아름다운 보석이 빛나리라고 믿습니다. 그런 인생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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