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그 너머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너희에게 참으리요 네 아들을 이리로 데리고 오라 하시니 올 때에 귀신이 그를 거꾸러뜨리고 심한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지라 예수께서 더러운 귀신을 꾸짖으시고 아이를 낫게 하사 그 아버지에게 도로 주시니 사람들이 다 하나님의 위엄에 놀라니라 그들이 다 그 행하시는 모든 일을 놀랍게 여길새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리라 하시되 그들이 이 말씀을 알지 못하니 이는 그들로 깨닫지 못하게 숨긴 바 되었음이라 또 그들은 이 말씀을 묻기도 두려워하더라 제자 중에서 누가 크냐 하는 변론이 일어나니 예수께서 그 마음에 변론하는 것을 아시고 어린 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자기 곁에 세우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또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라 너희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그가 큰 자니라 요한이 여짜오되 주여 어떤 사람이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우리가 보고 우리와 함께 따르지 아니하므로 금하였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금하지 말라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너희를 위하는 자니라 하시니라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사자들을 앞서 보내시매 그들이 가서 예수를 위하여 준비하려고 사마리아인의 한 마을에 들어갔더니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들이지 아니 하는지라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이를 보고 이르되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예수께서 돌아보시며 꾸짖으시고 함께 다른 마을로 가시니라 [누가복음 9:41~56]

여러분, 달리기 선수가 무엇을 보고 뛸까요? 너무 쉬운가요? 정답은 100M 결승선이 아닙니다. 아이들 운동회나 아마추어들이 달리기를 할 때는 결승선을 보고 뛰면 돼요. 그러나 진짜 선수들은 결승선 보고 뛰면 안 됩니다. 다 왔다 하는 순간에 몸이 주춤거리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바로 뒤에 따라오는 선수에게 추월당하기 쉽죠. 그래서 선수들은 100M 결승선 테이프를 보고 뛰는 것이 아니고 그 너머를 보고 뜁니다. 그 너머가 목적지인양 그대로 뛰어 들어가야만 최고의 성적을 낼 수가 있죠.

좀 쉬운 예를 들겠습니다. 옛날 시골에 보면 물에 바로 떠 있는 다리, 얕은 다리입니다. 잠수교와 비슷합니다. 평소에는 다리역할을 하다가 물이 많이 차오르면 다리가 물에 잠겨요. 다리가 완전히 물에 잠기지 않고 다리 위로 물이 찰랑찰랑하고 지나갈 때에, 다리 모양이 다 보여요. 이런 다리를 건너가도 될 까요? 안 될까요? 다리 모양이 다 보이지만 굉장히 위험합니다. 정답은 건너가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건너가다 보면 어지러워서 물에 떨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꼭 가야 한다면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발밑을 보지 않으면 됩니다. 저 멀리 다리 건너편을 보고 똑바로 가면 넘어지지 않고 갈 수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흉내 낼 일은 아니에요. 대단히 위험하니까요.

술 취한 사람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필름이 끊어진 사람이 자기 집을 찾아 왔어요. 그런데 집에 들어가지 앉고 대문간에 엎어져 자는 수가 흔히 있어요. 술집에서 자기 집까지 꽤 먼 거리일 수도 있는데 거기를 찾아온 사람이 왜 문간에 엎어져 자고 있을까요? 날이 추운 겨울에는 그렇게 자다가 죽는 수도 가끔 있습니다. 멀리서 길 잃어버리고 길바닥에 자는 경우는 할 수 없지만 자기 집 대문간에서 얼어 죽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아니, 그 먼 술집에서 자기 집까지 찾아왔는데 왜 거기서 엎어져 자고 있을까요? 집에 다 왔다는 순간에 간장이 풀려서 거기서 쓰러지는 거예요.

우리 인생도 이런 측면이 상당히 있기 때문에 실은 목적지보다 조금 더 멀리 내다보고 가야 실수를 하지 않아요. 결승선만 보고 뛰면 마지막 순간에 추월당할 수도 있어요. 발밑을 보고 걸으면 넘어지기 쉬워요. 발 밑을 볼게 아니라 멀리 봐야 됩니다. 군대용어를 빌리면 말년에 조심하라는 거죠. 이제 제대 할 날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지긋지긋한 군대 끝났다고 하는 순간에 사고치거나,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겁니다. 인생길을 걸어갈 때 우리 눈을 어디다 두어야 될까요? 멀리 두자는 얘기죠. 그러면 멀리 어디에 두어야 할지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셨는데 갑자가 변형이 된 겁니다. 예수님의 몸에서 빛이 나면서 그 장면이 얼마나 황홀했던지 같이 올라갔던 제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어요. 산 밑에는 나머지 제자들과 귀신들린 아들을 데리고 온 사람 때문에 난리가 났어요. 고쳐달라고 데려 왔는데 제자들은 고치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전에는 능력이 있다고 그랬는데 왜 이 모양이냐고 웅성거리고 있는 겁니다. 산 아래에는 귀신이 난리를 치고 산 위에는 예수님께서 너무너무 황홀한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는 겁니다. 얼마나 좋았든지 베드로가 ‘여기가 좋사오니~’ 그러고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내려가자!’ 하십니다.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 그 아름다웠던 하나님 나라에서 귀신이 설치고 있는 이 땅까지 오신 것을 상징적으로 참 잘 보여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내려왔더니 귀신들린 아이를 데리고 온 아버지가 예수님에게 매달리면서 귀신을 쫓아내 달라고 했고 예수님께서 귀신을 쫓아내셨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하나님의 위엄에 놀랐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놀라서 하나님을 칭송하고 있을 때에 예수님은 꼭 찬물 끼얹는 말을 하셔요. 바로 그 직후에 예수님께서는 ‘나는 수난을 당하게 되리라, 인자가 사람들의 손에 넘기어져서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수난 예고를 하실 때에 종종 이러셨어요.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라고 고백하는 그 순간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실 것을 얘기해요. 베드로가 놀라서 그걸 말리다가 ‘사탄아, 물러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확실히 알고 고백할 때에 예수님은 수난을 예고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함께 따라 다녔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을 이해를 거의 못했어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예수님을 따라오던 제자들은 싸움을 하고 있는 거예요. 누가 높으냐고요. 제자들 사이에 누가 높은지가 뭐 그렇게 중요하죠? 어떻게 보면 중요한 것도 아닌듯한데 제자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한 겁니다. 저렇게 능력 있는 예수님께서 만약에 왕이 된다면 제자들의 서열은 훗날 아주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서열이 되는 거죠. 아마 그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싸움을 하고 있었겠죠?

예수님께서 이런 수난을 당하게 되리라고 말씀하시는 때에 제자들은 예수님을 등에 업고 텃세를 부립니다. “예수님,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가지고 사람을 고치는데 저 사람들이 우리를 따르지 않아요. 그러니까 못하도록 말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예수님인데, 우리를 따르지 않는 저 인간들이 예수님을 팔고 있느냐는 겁니다. 심지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저 사마리아 사람들에게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서 저 사람들을 다 멸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지금 수난의 길로 간다고 하는데 제자들은 도대체 무얼 생각하고 있기에 예수님을 등에 업고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예수님은 자신을 배척하는 그 인간들이 “오지 마세요.” 그러니까 “그래, 돌아가자.” 하고 돌아가십니다. 여러분, 제자들은 예수님이 정말 위대하신 분이시라는 것을 알았고 그가 하시는 일을 보면서 하나님의 위엄이었다고 호들갑을 떨고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 메시야로 인정했음에도 수난을 예고하고 싸우지 않고 돌아서는 예수님의 이 마음을 전혀 이해도 못했고, 무슨 뜻인지도 알아듣지를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참 외로우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수님의 그 마음, 그 생각, 그 의도, 형편을 이해했던 제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부활할 것이라고 얘기해도 믿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아무도 알지 못했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그 십자가의 길을 혼자서 결정하시고, 혼자서 결단하고, 때가 되매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거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길, 그리고 너무너무 끔찍한 고통의 십자가의 길을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이겨내실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니까 그랬겠지.” 이러지 마세요.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셨지만 우리와 똑 같은 심성과 능력을 가진 채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 달려서도 하나님의 능력을 발휘해서 고통을 들어내거나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나님의 능력을 쓰시지 않았어요.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이 고통을 다 견디어 냈습니다. 어떻게 견디어 내셨는지 51절을 보세요.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이렇게 되어있죠?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란 말씀입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는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해야 할 때가 되어 가매 예루살렘으로 가셨더라고 해야죠. 그런데 여기 표현은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으로 가셨다’고 말하는 겁니다. 예수님은 지금 당해야 할 십자가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그 너머에 있는 ‘승천’을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죽으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 죽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그 죽음 이후에 있을 승천을 바라보고 그 길을 걸어가셨고 마침내 승리하셨습니다.

이 장면에 대해서 히브리서 12장에서는,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이렇게 말합니다. 십자가 너머에 어떤 기쁨이 있는지를 아셨기에 그걸 바라보시면서 십자가의 아픔을 이겨 내셨다는 거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당했던 그 고통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그 고난을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가 않아요. 물론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무얼 알겠습니까? 그러면 할 말이 없기는 해요.

우리가 흔히 말하잖아요.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안 먹어본 사람은 말을 하지 마라’ 이럽니다. 이런 판이니 예수님의 고통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죠. 그냥 짐작만 할 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고통 외에 잘 모르는 고통이 몇 가지 있어요. 예수님의 고통 중에서 우리가 알듯 한 것이 십자가의 고통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잘 보면 예수님께서 이 육체의 고통에 대해서 언급한 사실이 거의 없어요. 특히 요한복음을 잘 보시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상에서 하셨던 말씀을 잘 보면 전부 ‘구약성경을 이루려고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극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육체의 고통보다 더 큰 고통이 어쩌면 마음의 고통이 아닐까 싶어요. 그것이 조금 전에 말씀드린 세상천지에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동료나 제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거예요. 육체의 고통도 정말 무섭습니다만 외로움이라는 것, 외로움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고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 이내 몸이 탈이 나죠. 멀쩡한 사람이 왜 죽으려고 그럽니까? 마음이 멀쩡하지 않으니까요. 예수님에게는 십자가의 고통 외에 세상천지에 아무도 이해 해주지 않는 이 외로움도 큰 고통이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또 다른 고통이 있어요.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에 감람산에서 ‘할 수만 있다면 하나님 이 잔을 내게서 옮겨 주옵소서.’ 그렇게 기도하셨죠? 예수님께서도 정말 이렇게밖에 말할 수없는 아픔이 있었다는 거예요. 우리는 별 생각 없이 모욕당하고 십자가에서 고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성경을 자세히 보시면 이 고통은 그 고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보다 더한 고통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버리시는 고통입니다. 십자가상에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무슨 말이에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이 고통이거든요.

하나님께 버림받았던 우리 모두를 대신해서 예수님께서 버림을 당하는 고통인데 이 고통을 이해를 못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하나님께서 가끔 나타나셔서 음성을 들려주실 때가 있죠? 그 때마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향해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하십니다. 하나님과 그 아들은 단 한 순간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그런 사이였어요. 말하자면 너무너무 깊은 사랑으로 매여 있는, 단 한 순간도 끊어지거나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깊은 사랑으로 맺어져 있는 그 두 분 사이, 기간의 문제가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버리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예수님께서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이해 안 되는 분들이 더러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며칠 뒤에 다시 볼 건데? 저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가끔 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간단하게 합시다. 연애를 한 3년 쯤 했는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편지가 하나 왔어요. “우리의 사랑이 진실한 사랑인지 한 6개월 정도 묵상하고 잘 생각해 보다가 확신이 들거든 그 때 다시 연락하는 게 어떻겠어요?” 하고 연락이 온 거예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되죠? 진짜 사랑에 빠져있을 때에 6개월간 소식을 끊고 있다면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이 드십니까?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이 드시면 아직 덜 빠진 거예요. 단 한 순간도 그걸 어떻게 끊나? 말이에요.

저는 그 순간에 받았던 느낌이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어야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경험한 겁니다. 택도 없는 소리! 바로 없던 걸로 하고 그 기간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은 평생이 있을 수 없는 일! 진짜 사랑하는 사이, 하나님과 예수님과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단 한 순간도 헤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이해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십자가의 고통? 육체의 고통? 그것은 거기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을 받고 이상한 약 먹고, 아니면 사고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과 단절되는 아픔이죠. 예수님께서도 견디기 어려운 거였어요. 오죽하면 이 땅에 죽으러 오셨고 이 땅에 공생애를 시작 하시면서 자기는 늘 죽으러 간다고 말씀하시면서도 이 잔을 피하게 해 달라는 것은 단순한 육체의 고통을 넘어서서 하나님과의 단절이, 하나님께 버림받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어요. 하나님의 나라에 계셨던 그 하나님께서 인간이 살고 있는 이 땅에 내려온다는 것은 이게 얼마만한 고통이었을는지 우리는 생각을 안 하는 것 중의 하나예요. 이거 꼭 생각해 봐야 하는 겁니다. 가끔은 미얀마나 필리핀이나 이런 데에서 살면 생활비가 참 적다고 그러거든요. 제가 미얀마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가 꽤 오래전 입니다. 10년, 20년 전 이야기니까 10만원만 하면 생활비가 된다고 그랬어요. 지금 많이 올랐다 해도 글쎄요, 20만 원, 30만 원 갈는지 모르겠어요.

필리핀만 해도 교사 월급이 한 달에 우리 돈으로 하면 30만원, 40만원이 안 됩니다. 30만 원 가지고 괜찮게 살 수 있다는 말이에요. 그렇게 보면 우리가 한 달에 200만원 쓸 요량하면 잘 살겠다, 그죠? 한 번 가보시겠어요? 그 곳에 가서 한 번 살아보시겠어요? 정답은 이겁니다. 우리가 거기 가서 현지인들처럼 산다면 그 돈 가지고 정말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거기서 현지인들처럼 못 살아요. 그 사람들처럼 입고 그 사람들처럼 먹고 못 살아요. 우리는 거기 가도 여전히 여기서 살던 것처럼 살아야 되요. 그러면 돈이 엄청 더 듭니다.

저도 가끔 현지 교회 방문하면 현지인들이 음식을 따로 해서 줘요. 자기들 먹는 음식 주면 목사님들이 잘 못 먹는다고 생각해서 자기들 딴에는 정말 맛있는 음식 마련해서 주는데도 솔직히 말해서 힘들어요. 그래서 잘 못 먹어요. 무엇보다도 파리가 얼마나 많이 달려드는지 몰라요. 고깃국을 끓여 주는데 차라리 채소가 나아요. 기름때가 줄줄 흐르는 고기를 보면 먹을 마음이 전혀 안 드는 거예요.

여기서 살던 우리가 거기에 가서 현지인처럼 못 살아요. 그래서 어디에 가면 생활비가 적게 든다 하더라, 거기 가서 살면 잘 살겠다? 꿈 깨는 게 맞습니다. 거기 가서 현지인처럼 살면 될지 모르지만 현지인들 사는 모습을 보면 우리 거지보다 수준이 더 낮아요.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에 왕자로 계셨던 그 분이 이 땅에 내려오셨어요. 여기 오셔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우리와 같은 삶을 사셨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을 한 번 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원래 예수님은 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시던 분이세요.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나 마음대로 가실 수 있고 움직일 수 있었던 분인데 육체를 입고 시, 공간속으로 들어오신 거예요. 이게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지 우리는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기껏 비유를 든다면 이런 거예요.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던 매미가 자기 동료들이 애벌레가 되어 아직 땅 속에 있어요. 그 애벌레들에게 소식을 전하겠다고 다시 애벌레가 되어 땅 속에 들어갔다면 얼마나 불편할까를 생각해 보세요. 그게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일일까요?

아이들이 망나니같이 펄펄 뛰어 다니지 않습니까? 날이 추워졌다고 옷 하나 더 입히려면 아이들이 갑갑해서 벗어 던져 버려요. 엄마는 어떻게든지 하나 더 입히려고 하는데 이게 답답하다고 벗어 던지는 아이들의 그 마음을 생각해보면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의 그 자유로움을 벗어버리고 이 땅에 와서 육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이게 얼마나 갑갑하고 답답했을까요?

예수님의 고난을 4가지 말씀드렸습니다. 십자가의 고통,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 하나님과의 단절, 그리고 그 높은 하늘에서 여기까지 낮아진 이 엄청난 고통을 예수님께서는 그 너머에 있는 승천을 바라보시고 이겨 내셨습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단순하게 하나님의 나라로 돌아가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겁니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이 땅에 창조하실 때부터 하나님께서 가지고 계셨던 오래된 소원, 하나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린 그 기쁨입니다.

영국 속담에 같은데 ‘한 여자를 행복하게 해 주지 않는 한 남자는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없다.’ 조금 이해가 안 되죠? 남자의 행복은 자기 짝이 된 여자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한국에는 왕 노릇하는 남편이 많아요. 왕 노릇하고 시녀같이 부려 먹으면 얼마나 신날까요? 그게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거예요. 사랑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시는 그 일을 이루신 그 기쁨이 그게 바로 승천에 있는 겁니다. 하나님의 오래된 소원 이것이 무엇인가를 또 한 번 생각해 볼게요.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셨어요. 단순한 피조물로 만드신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닮은 사람을 만드셨다는 것은 사람을 마치 자기 자식처럼 낳았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요. 곱게 잘 자라 준다면 우리가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누릴 수 있는 그 기쁨이잖아요. 하나님께서 그런 것을 기대하셨는데 이 인간이 하나님을 배반하는 거예요. 결국 징계 받고 쫓겨납니다. 언젠가는 다시 회복시킬 거라고 생각을 하시면서 쫓아냅니다.

그런데 이 인간들이 점점 더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져 갑니다. 창세기의 역사가 그거예요. 하나님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인생들의 모습을 성경이 잘 보여 줍니다. 때로는 하나님께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엄청나게 징계를 하시지만 그래도 또 용서를 하셔요. 자기 백성을 또 불러내서 인도합니다만 얼마쯤 지나면 또 하나님을 거역해요. 이걸 계속 반복하는 게 성경의 역사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 불러 내셨던 이스라엘이 그 큰 구원을 받고도 얼마나 하나님을 거역하고 거역했든지 성경을 읽어보면 하나님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그럼에도 하나님은 끝까지 인내하시면서 소망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님에게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부터 사람과 온전한 사랑을 이루리라고 기대하셨기 때문이며 그걸 끝까지 이루시려는 겁니다. 심지어 독생자를 희생시키시면서도 그 일을 이루시려는 겁니다.

하나님의 이런 마음을 구약의 선지자들이 이렇게 보여 줍니다.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이게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세상이에요. 자기 자식 된 사람들이 하나님을 잘 이해하고 하나님을 아는 그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박국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와요.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함이니라’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하나님의 영광을 인정하는 이것이 온 땅에 가득한 세상! 하나님이 높임을 받겠다는 뜻이 아니에요. 자녀로 만들어 놓았던 이 인간들이 제대로 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오래된 소원이고 이것을 이루겠다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겁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소망이고 하나님의 꿈이기도 해요. 어쩌면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이런 소망을 바라보면서 이 인생길을 걸어 가셔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려고 하는 그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면서 예수님도 하나님도 이 모든 아픔들을 이겨내셨습니다. 그러면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하나님께서 이루시려고 하는 그 놀라운 사랑의 나라,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회복되는 그 날을 꿈꾸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독생자께서 아버지의 이 꿈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서 그 높고 높은 하늘나라의 보좌를 버려놓고 이 땅에 오셔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난을 겪으셨습니다. 여러분, 우리의 꿈도 이것이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예수님께서는 이런 꿈을 품고 이런 소망을 간직한 채 이 땅에 오셨지만 예수님을 제일 잘 이해해야 했던 제자들,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런 말씀을 들어도 그냥 실족하고 맙니다. 예수님께서 여러 번 그 말씀을 하셨어도 제자들은 전혀 무슨 뜻인지 알지를 못해요. 왜요? 머릿속에는 딱 한 가지 생각만 있어요. 예수님께서 로마 군대를 몰아내고 왕이 되실 것이다. 그러면 누가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여기에만 관심이 있으니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전혀 귀에 들리지 않는 거죠. 그러니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향해서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는데, 그 예수를 따라 오면서 뒤에서 ‘누가 높으냐? 누가 잘 났냐?’ 이런 싸움을 하는 거죠.

운동회할 때 열심히 달려가는 아이들이 저 목표점을 향해 달려야 하는데 ‘지금 1등 하고 있는데 엄마가 보고 있어야 할 텐데?’ 하고 엄마 찾다가 넘어지면 끝나는 거죠 뭐. 예수님의 제자들이 마치 이런 아이처럼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는 겁니다. 엉뚱한 데를 보고 있으니까요. 똑같은 말을 들어도 생각이 다르면 말이 다르게 들려요. 예수님의 말씀이 제대로 깨달아지지 않고 무슨 뜻인지 몰랐던 것은 엉뚱한 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예수님께서 고난당할 것을 상상도 못했으니, 그 분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다는 것도 상상을 못했던 일입니다. 그러니 실족을 하는 거예요.

우리가 믿노라고 하면서도 이 땅의 것만 바라고 살면 우리도 제자들처럼 그렇게 실족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 예수님처럼 좀 멀리 내다보고 인생길을 걸어야 합니다 서울에는 그럴 일이 없지만 시골에 가면 밤에 후레쉬[손전등]를 들어야 하는 때가 많거든요. 여러분, 후레쉬를 어디에다 비춰야 하나요? 가끔 발 디딜 곳에 후레쉬를 비추고 가는 놈이 있어요. 얼마 못가서 시궁창에 빠지게 되어 있습니다. 후레쉬는 발밑을 비추는 게 아니에요. 저 앞쪽을 비춰야죠. 운전하는 사람들이 그 앞쪽을 보지 않고 자기 앞 차만 따라가면 사고내기 딱 알맞은 겁니다.

결론 삼아서 얘기를 하나 더 드릴게요. 옛날 목사님들의 예화에 많이 들은 겁니다. 농부 아버지가 아들에게 소를 넘겨줬어요. “네가 한 번 갈아봐라.” 그래서 밭을 갈았는데 아버지는 논을 전부 똑바로 갈았는데 아들이 밭을 간 곳은 온통 삐뚤삐뚤한 거예요. “아버지, 같은 소인데 아버지께서 간 것은 똑바로 갈렸는데 저는 왜 이러나요?” 왜 그렇죠? “얘야, 논을 갈 때에 소 궁둥이만 쳐다보고 가서 그렇단다.” 소 궁둥이가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궁둥이만 보고가면 비뚤비뚤해지는 거예요. “출발할 때에 저 앞의 버드나무를 보고 가야지 소만 쳐다보고 가면 그렇게 된다.”고 가르쳐 줬대요.

처음에 말씀 드린 대로 달리기 선수가 ‘다 왔다.’ 하는 순간에 추월당합니다. 땅에 살면서도 땅만 바라보고 살아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 땅이 너무너무 좋아서 만족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더라도 이 땅에서 돈도 많이 벌어서 베풀면서 사시기를 바랍니다마는 이 땅의 머리 아픈 것만 쳐다보면서 “내 인생이 어떻게 이렀느냐?” 이것도 문제예요. 이 땅의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일은 별로 없어요. 다 잘 사는 것 같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마다 다 어려움이 있어요. ‘나만 그런 것 아니다.’는 것도 기억하실 필요가 있지만 내 인생이 왜 이 모양이냐? 그래가지고 어떻게 살까? 이렇게 앓아 대는 것도 문제라는 거예요.

둘 다 이 세상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거죠. 이런 사람들은 실족하기 쉬워요. 예수님께서 눈앞에 닥쳐오는 그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을 눈앞에 두고서도 그 너머에 있는 승천의 날을 보면서 이 고난을 이겨내셨다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농부가 농사를 지으면서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이런 것만 보면 힘들어서 못해요. 무엇을 기대합니까? 가을에 추수할 것을 기대하면 오늘의 이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잖아요. 우리 모두 마찬가지예요.

짧은 인생길을 다 걷고 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하늘나라를 상속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상속받을 장자입니다. 이 정도면 부자죠? 보통 부자가 아니에요. 어마어마한 부자죠. 부자가 푼돈에 흔들리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땅에서 우리가 횡재할 수도 있고 손해 볼 수도 있고, 안 되는 수도 있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이거 다 푼돈이에요. 여기에 너무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 남이 알지 못할 정도로 힘든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우리 앞에 하나님의 나라가 기다리고 있다는 꿈과 소망을 품고 사는 사람은 그래도 이 땅의 근심이 상당히 덜 할 겁니다. 승천을 바라보며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힘든 인생길에 흔들리지 아니하고 잘 걸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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