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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과 다윗 요나단이 자기의 무기를 든 소년에게 이르되 우리가 이 할례 받지 않은 자들에게로 건너가자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일하실까 하노라 여호와의 구원은 사람이 많고 적음에 달리지 아니하였느니라 어릴 적 다윗의 이야기는 주일학교의 단골 메뉴입니다만 잘못 가르쳐 놓으면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참 많아요. 안 좋은 영향이라고 하는 것은 좀 이상하지만 저는 어릴 때 다윗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가 참 많이 죽었어요. 다윗이 골리앗과 싸웠을 때의 나이가 대략 중학생이거나 많으면 고등학생 시절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중, 고 학생들에게 ‘다윗이 너희만할 때 저렇게 싸웠단다.’ 하면 ‘나도 그렇게 해 봐야겠다.’ 할까요? 아니면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하겠다고 기가 죽어 버릴까요?’ 저는 기가 죽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도시락 내 놓고 기도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어요. 주변 아이들이 놀리는 걸 꿋꿋하게 버티면서 기도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눈치 봐 가면서 얼렁뚱땅, 아니면 간단하게 폼만 잡고 끝내고 이럴 때에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다윗 이야기였어요. ‘아, 다윗은 골리앗하고 저렇게까지 했는데 나는 겨우 도시락 이것 가지고 이러냐?’ 이런 부끄러움이 참 많았어요. 어릴 때 다윗을 생각하면 용기가 샘솟기보다는 기가 죽을 때가 더 많았어요. 저는 어쩌다 보니까,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는데 중학교 들어갈 때쯤에 ‘주일만은 반드시 지켜야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적이 있어요. 지키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려운 일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중학교 때는 그런대로 크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것이 주일에 학교 행사 있다고 해서 나오라고 하면 무조건 안 갔어요. 욕을 얻어먹거나 조금 두들겨 맞기는 하겠지만 안 가면 되니까, 크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기억에 남는 것은 체전에 대비해서 마스게임 연습을 하던 적이 있었어요. 마스게임은 한 사람만 빠져도 문제가 되는 게 많으니까 전원 나오라고 그랬는데 주일에 학교에 오라고 그러면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해도 흘려듣고 안 나가 버리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좀 많이 맞은 것 같아요. 중학교는 그렇게 넘어 갔어요 고등학교를 상고에 들어가니까 문제가 심각해져요. 저는 상고 다닐 때 주산은 실력이 1급은 되는 것 같았어요. 일찍이 배워가지고. 그런데 학교에서 주산 과목이 있단 말이에요. 주로 시험이 3급 정도로 나와요. 주산이 3급하고 1급하고 어느 정도 차이인지 아십니까? 1급 정도 실력이 되는 아이가 3급 문제지를 받아 들면 제한시간 내에 문제를 2번이나 3번을 확인하고도 시간이 남을 정도예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차이에요. 그런데 저는 실력은 있는데 자격증이 없었어요. 자격시험을 항상 주일에 쳤거든요. 그러니 주일에 치는 시험은 칠 생각을 안 했으니까 단증이 없는 거예요. 학교에서 나오는 문제가 3급 정도의 문제니까 3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무조건 100점을 줘요. 시험을 치든 말든. 1급 실력을 가지고 있어도, 실력이 배가 되도, 자격증이 없으면 만점이 80점이에요. 그래서 저는 완벽하게 답을 써 놓고 확인까지 하고 끝내고 놀아도 점수는 80점이에요. 왜 그런지 따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러려니 했었는데 학교에서는 1급이 몇 명이고 2급이 몇 명이고 이것을 자랑하고 싶은데 자격증이 없는 아이는 이게 안 되니까 자격증을 따라는 거예요. 따기만 따면, 1급 자격증 가지고 있으면 시험을 치거나 안 치거나 100점을 줘요. 채점도 안 해요. 그러니 점수를 몇 년 동안이나 손해를 봤거든요. 공부 좀 한다는 아이가 점수 깎이는 것에 대하서 얼마나 예민한지 생각해 보시면 고등학교 때 제가 손해를 좀 많이 본 셈이죠. 그러나 우리는 어릴 때 예수 믿는다면 ‘주일에 예배 참석하고 딴 짓은 안 한다’는 것은 아예 틀처럼 박혀 있으니까 학교에서 무슨 손해를, 어떻게 협박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았죠. 저는 그렇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냈는데 나중에 세월이 지나고 난 다음 보니까 우리 선배 중에 이렇게 산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았어요. 예를 들면 손봉호 장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 고등학교 면접을 주일에 본다고 면접에 안 가버렸어요. 면접에 안 가면 당연히 떨어지는 거죠. 그런데 학교에서 불합격을 못 시켰어요. 이유가 수석인데요. 1등 짜리가 면접에 안 왔다고 자르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 합격시켜 주면서 그 교회에서 원서내고 면접 안 보러 온 애들을 다 같이 합격을 시켜 줬어요. 이것이 경주 교회 50년사에 보면 나와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 이야기였어요. 대학갈 때 이런 이야기 했던 선배가 또 한 사람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보민 교수라고 옛날 우리 교단에 있다가 지금 미국에 가 계시는 분인데, 이 분은 더 걸작이에요. 서울대 문리대 시험을 봤는데 또 면접을 주일에 보는 거예요. 안 갔대요. 안 가면 떨어지는 거예요. 이튿날 교수들이 자기 집으로 면접을 보러 왔더랍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제가 서울대 문리대 수석인대요!’ 하시더군요. 수석이라는 놈이 면접 안 보러오면 어떡해요? 우리 선조들, 윗대 어른들을 보면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었죠.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신앙에 무슨 시련이나, 믿음으로 이겨나갈 만한 일이 별로 없죠? 없는데, 얘들이 학교에서 들어오는 이런 압력이나 문제는 헤쳐 나가라고 용기를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서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 구나.’ 하는 것을 체험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거죠. 이런 체험 없이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그냥 엄마 아빠는 주일에 교회에서 열심히 예배드리고 아이는 교회 잠깐 왔다 가서 공부만 열심히 하고, 그렇게 그렇게 가면 결국 아이들의 신앙이 희미해지는 거죠. 여하튼, 자랄 때부터 신앙적인 모험, 믿는 자답게 사느라고 이런 어려움들을 겪어가면서 클 필요가 있는데 그것조차도 쉽지가 않아요. 우리가 그렇게 크면서도 우리 어린 시절에 우리의 위대한 영웅은 다윗이었죠. 감히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큰 영웅이었다는 것이 문제지만 어쨌든 다윗이 위대한 인물로 보였다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성경을 자세히 보니까 ‘다윗보다 더 위대한 인물은 요나단이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저는 다윗의 그 위대함보다 요나단의 위대함이 더 크다는 느낌이 참 강해요. 오늘 제목도 다윗과 요나단이 아니라 ‘요나단과 다윗’입니다. 우리는 다윗과 요나단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요. 그러나 오늘부터는 요나단과 다윗이라는 표현에 익숙해지시기를 바랍니다. 그 이유를 좀 설명할까 싶어요.
요나단의 젊은 시절에, 아버지가 왕이 되어 나라를 세워 나가던 초기 시절이니까 군인들이 별로 없었어요. 군대 제도도 확실히 세워지지 않았던 시절에 블레셋과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수적으로도, 무기도 영 상대가 안 되니까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없이 대치하고 있던 때에 요나단이 부관 하나만 데리고 블레셋 군대를 단신으로 쳐들어갑니다. 이 때 요나단이 했던 말이 오늘 읽은 본문입니다. ‘여호와의 구원은 사람이 많고 적음에 달리지 아니하였느니라’. 사람이 많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사람이 적다고 지는 것도 아니다. 이기고 지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까 한 번 쳐들어가자 해서 부관 하나 데리고 단신으로 쳐 들어가서 블레셋 진영을 무너뜨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 후에 나라가 튼튼해져 갔죠. 아마 짐작컨대 20여 년이 흘러갔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블레셋과 전쟁을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블레셋에 골리앗이라는 장수가 앞장서서 나온 거예요. 골리앗이 40일 동안이나 나와서 “이스라엘아, 한판 붙자!” 해도 아무도 안 나갔단 말이에요. 요나단이 왜 안 나갔을까요? 결국 다윗이 나가서 골리앗하고 싸우게 되는데 왜 다윗이 나서기 전에 그 옛날에 혼자서 블레셋 군대를 휘저었던 요나단이 왕자로 있으면서 나가지 않았을까요? 우리의 신앙도 우리 모습에 따라 영향을 받아요. 젊은 시절, 혈기왕성할 때는 도전을 받으면 튀잖아요? 신앙적인 모험도 젊은 시절에는 그렇게 용기 있게 뛰어나갈 가능성이 참 많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사람이 신중해지고 이것저것 생각하는 것이 많아지면 그런 모험을 함부로 하기가 어려워져요. 우리의 신앙도 그런 모습을 띨 때가 참 많아요. 그래서 나이가 많아서 ‘옛날 같으면 내가 이렇게 했는데 내가 왜 이러느냐? 신앙적으로 퇴보한 것이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신앙은 그대로인데도 내 성격이나 성품이나 열심이 옛날에 비해서 잦아들 경우에는 신앙의 모습도 그런 형국을 띄어요. 그러니까 요나단의 생각에 ‘내가 젊을 때 같으면 저 놈을 단 칼에 날릴 수 있을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쉽게 나서지지가 않는 거예요. 우리 신앙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젊을 때나 늙을 때에 따라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이 신앙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성품을 닮아간다는 사실을 아시면 ‘옛날에 정말 교회를 섬겼는데 내가 지금 왜 이러냐?’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여하튼 요나단이 골리앗이 나와서 저렇게 설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옛날 같으면 한 방에 해 볼 건데’ 하고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을 그 때에 웬 녀석이 나가서 골리앗을 쳐부순 거예요. 사울 왕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그 소년이 골리앗과 싸운 보고를 하는 중에 ‘너는 칼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그러면서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 이랬다는 거예요. 그것을 요나단이 듣고 있다가 그냥 속에 불이 확 붙어버린 겁니다. 무엇을 보는 것 같아요? 젊은 시절의 자기 모습을 보는 거죠. 그 순간에 요나단이 다윗하고 눈이 맞아버린 거예요. 가끔 첫눈에 반했다고 하잖아요? 저는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을 잘 안 믿어요. 첫눈에 반했다는 것은 외양만 보고, 겉모습만 보고 반한 것인데 그렇게 오래 가지 않으리라 봐요. 그런데 요나단이 다윗에게 본 것은 겉모습이 아니에요. 그 속에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 이걸 본 건데 지난 날 자기 속에도 분명히 있었어요. ‘다윗의 마음과 요나단의 마음이 연락되었더니 그를 자기 생명같이 사랑함이라’ 하나님을 향한 그 열정을 보는 순간에 그냥 마음이 통해서 요나단이 다윗을 끔찍하게 사랑하게 되는 겁니다. 요나단이 다윗에게 자기의 군복과 칼을 주면서 “너, 나하고 영원한 친구가 되자.” 그럽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아, 유니폼 교환의 원조는 요나단이구나!’ 싶습니다. 가끔 축구 중계 하는 걸 보면 시합 끝난 뒤에, 땀에 절어서 엉망진창인 유니폼을 바꾸어 입는 것이 지저분하게 보이지 않으세요? 저도 처음에 ‘남의 땀에 젖어 있는 옷을 어떻게 바꾸어 입나? 좀 안 좋다.’ 그랬어요. 누구한테 물었더니 그건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라고 그러네요. 적이 되어 죽자 살자 싸웠지만 축구선수로서 정말 존경한다. 이런 마음으로 옷을 바꾸어 입는대요. 아무나 함부로 바꾸는 게 아니래요. 존경하는 마음 때문에 땀이 묻어있는 유니폼을 입는 것 자체로도 영광이 되니까 바꾸어 입는다는 겁니다. 그제서야 이해가 된 거예요. 그러고 보니 자기 갑옷과 투구를 전부 벗어서 다윗에게 준 요나단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요나단과 다윗은 정말 친한 친구가 되는데 요나단이 자기 아버지보다 다윗을 더 사랑해요. 아니,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해요. 자기가 앉을 왕의 자리보다 다윗을 더 사랑한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습니다. 다윗이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이스라엘에 아주 유능한 장수가 되었죠. 너무 잘 나가니까 사울 왕이 시기해서 죽이려 했죠. 그것을 막는 사람이 요나단입니다. 자기 아버지가 다윗을 죽이려 할 때에 요나단이 “골리앗의 위협 때에 나라를 구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다윗을 변호해서 다윗이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다윗이 요나단에게 부탁해요. ‘아무래도 왕이 나를 해칠 것 같은데 좀 알아보고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요나단이 ‘걱정하지 말라. 내가 아버지를 막을 것이고 아버지가 너를 절대 해치지 못하게 하겠다.’ 그리고 알아보니 정말 아버지가 다윗을 죽이려는 거예요. 그것을 알고 요나단이 다윗이 도망가도록 도와줍니다. 도망가도록 도와주면서 아버지에게 왜 다윗을 죽이려 하느냐고 항거를 하니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죽이려고 덤빕니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고 추적하는 중에서도 요나단은 다윗을 몰래 만납니다. 아버지는 다윗을 죽이려고 찾아다니는데 찾아다니면서도 못 만나는 다윗을 요나단이 몰래 빠져나가서 다윗을 만나서 하는 말이 이겁니다. ‘두려워 하지 말라 내 아버지 사울의 손이 네게 미치지 못할 것이요 너는 이스라엘 왕이 되고...’ 사울이 죽으면 왕이 될 사람이 자기잖아요? 그런데 아버지가 죽고 나면 그 다음 왕이 될 사람은 너다. 걱정하지 말라. 이러는 거예요. 요나단이 다윗을 얼마나 사랑하면 이런 말을 다 하게 될까요? 훗날 사울왕도 죽고 요나단도 죽고 난 다음에 다윗이 애가를 남겨요. 그 애가에 다윗이 “요나단의 사랑이 여인의 사랑보다 더 승하였더라고.” 합니다. 이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한 번 마음 줬으면 절대로 변함없는 사람, 골리앗과 싸운 모습을 보고 뜨겁게 사랑해서 죽기까지, 모든 것을 그에게 다 물려주고 떠날 때까지 변함없이 요나단은 다윗을 사랑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친구가 있고 이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게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한 번쯤 생각을 해 보셔요. 요즈음에는 이런 사랑하는 사람이 없나요? 하나님을 믿는 우리 가운데에는 그런 사랑을 나누는 분들이 많기를 바라고, 여러분들이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고 따르는 목사님이 한 분 계셔요. 저의 평생에 이 목사님께는 “예”라는 답 이외에 다른 답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세상에, 어딘지도 모르고 필리핀 따라갔다가 약 5~6년째 매년 가을이면 가고 있습니다. 처음 갈 때 생각하면 우스워요.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몇 시까지 보따리 사 가지고 공항에 나오라 해서 갔을 뿐이에요. 갔더니 비행기 탔을 뿐이고 그렇게 그렇게 해서 갔던 곳이 선교지이었고, 지금도 매년 가요. 진짜 존경하고 따르는 분이면, ‘왜요?’ ‘어디 가는데요?’ 이런 것 별로 묻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냥 ‘가자.’ 하면 ‘예.’ 하고 가는 거예요.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낯선 젊은 목사님 두 분이 왔었어요.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니까 그 두 분이 거기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더니 “홍 목사님, 우리 잘 모르시죠?” “예, 여기 와서 처음 뵙는데요.” 이 두 분이 하는 얘기가 홍 목사님이 우리를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홍 목사님 잘 압니다. 이래요. “어떻게 아는데요?” 절 데려간 목사님이 젊은 목사님들을 만날 때마다 제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하도 얘기를 많이 들어서 본 적은 없지만 어떤 분인지 잘 압니다. 이러더라고요. 이 두 분도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이 오라해서 따라 온 거예요. 세 사람이 앉아서 그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제가 먼저 그랬죠. 나는 그 목사님을 알고 난 다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목사님 하시는 말씀에 ‘예’만 해봤지 다른 말 해 본 적이 없다. 이 두 분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한 마디 더 했어요. 그런데 예하고 따라갔다가 고생한 적은 참 많다. 그랬더니 이 두 분도 또 마찬가지래요. 그 중에 한 분은 예 했다가 5,000만원 날렸대요. 여러분, 목사 수준에서 5,000만원이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아십니까? 어마어마한 액수예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물어봤더니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더라고요. 그래도 안 밉대요. 희한하죠? 세 사람이, 또 더 있겠지만, 모여 앉아서 그런 얘기를 해도 될 만큼 이 분의 가슴 속에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다 아는 거예요. 그 분이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변함없다는 것을 다 아니까 젊은 목사들이 그 분을 따라서 그렇게 움직이더라는 겁니다.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있고 이유 달지 아니하고 따라가서 고생을 엄청 하더라도 군소리 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 이런 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요나단과 다윗을 보면서 이 두 사람이 그렇게 사랑하는 관계가 더 아름다운 모습인 것처럼 보여요. 한 번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변함없이 앞도 뒤도 안 돌아보고 끝까지 사랑하는 것, 이것이 다윗을 향한 요나단의 사랑이었습니다. 연애시절에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야 돼요? 딱 한 사람만 만나야 돼요? 요즈음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고 해야 사람을 알게 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제대로 된 사람을 골라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것 같아요. 그렇게 해야죠. 그렇다 하더라도 한 번 마음 정하면, 마음 정하기 전에 이 사람 저 사람 살펴봤다 하더라도 일단 마음 한번 정했다면 앞도 뒤도 변함없이 끝까지 갈 수 있는 이런 신실함이 특별히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더 필요한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결혼하기 전에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보고 사람을 알아봐야 된다는 말이 맞기는 하지만 저 개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해서 사람을 알아본다고 잘 알아 보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정말 하나님 앞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면 그 길을 가는 거예요. 함께 살다보니 그 전에 보지 못했던 안 좋은 면들이 드러나는 게 인생이거든요. 그렇다는 것 알고 냄새나고 안 좋더라도 그냥 간다. 이런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 요나단이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모든 것을 다 다윗에게 주고 희생하고 떠나간 요나단의 사랑, 너무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나단이 다윗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이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나이를 생각해 보면 요나단이 20세 정도는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윗이 애가를 쓸 때 보면 요나단을 형이라고 불렀어요. 형이라고 불렀는데 조금 많았다기보다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요나단이 처음 전투에 임했을 때와 다윗이 골리앗을 만났을 때의 그 시간 간격이 아마 20년 정도는 흘렀을 것처럼 보여요. 두 사람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을 친구로 삼아 줬을 때 가능한 것이지, 나이 어린 사람이 친구하자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신분상으로도 마찬가지죠. 요나단은 왕자였어요. 다윗은 그 때만 해도 시골의 이름 없는 농부의 아들일 뿐이에요. 양치는 목동이었죠. 이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은 다윗이 친구 하자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요나단이 친구가 돼서 그에게 모든 것을 물려 준 거예요.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잖아요. 요나단이 다윗을 사랑한 것이지, 다윗이 요나단을 사랑한 것은 그에 대한 반작용일 뿐이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사랑은 요나단의 사랑이에요. 심지어 요나단은 왕의 자리를 넘겨줘요. “내가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왕이 된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을 해 보셔요. 여러분, 정말 믿을만한 후배나 다른 사람에게 내 자리를 넘겨주고 기분 좋았던 일이 있는지 생각을 한 번 해 보세요. 교회 안에서 자리를 넘겨 줄만 한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가끔 있을 수 있는 게 지휘자나 반주자나 이런 자리에요. 지휘자가 자리 넘겨주고 나면 얼마나 서운한지 아세요? 자리를 넘겨주고 자기가 나와 있는데 잘 되기를 바라겠어요? 좀 삐거덕 하기를 바라겠어요? 여러분, 사람 심리가 어떤지 아시죠? 자기 스스로 넘겨줬음에도 삐거덕거리고 “요즈음 좀 잘 안 돌아간다.” 이러면 알게 모르게 은근히 쾌감이 좀 있어요. ‘내가 없어도 잘 되나 보자.’ 이게 사람 심리잖아요? 그보다 더한 경우도 많아요. 자기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고 물러난 다음에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을 그렇게 미워하는 경우도 제가 봤거든요. 사람 심리가 참 묘해요. 그런데 내가 앉을 왕의 자리를 스스로 네가 왕이 되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가능하냐는 말이에요. 일반적으로 이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얼마나 사랑하면 그게 가능할까? 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축의금 내는 일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내 돈을 준다는 것이 기쁜 일이에요? 뼈아픈 일이에요? 누구냐에 따라 다르죠. 누군가에게는 얼마 안 되는 돈을 줘도 몹시 기분이 나빠요. 그런데 어떤 경우는 아주 비싼 것을 사서 줘도 기분 좋을 때가 있나요? 없으면 참 불행한 사람이에요. 너무너무 비싼 건데 내가 사 주고도 기분이 좋은 경우는 내가 이 사람을 그만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뜻이에요. 주고도 기분 좋을 때가 있단 말이에요. 그런 경우를 생각해보면 요나단이 왕의 자리를 넘겨주고도 기분이 좋을 것 같으면 도대체 요나단이 다윗을 얼마나 사랑했느냐?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여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있던 고향 동네 내려가 보면 의원 선거할 때 돼 오잖아요. 집에서 나가는 길목 사거리에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열심히 절하고 있어요. 저는 그걸 볼 때마다 시의원 안 하고 저 짓 안 하는 게 낫지 꼭 해야 되겠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시의원이 뭐 대단한 것이라고 그렇게까지 인사해 가면서 친절 베풀어 가면서 꼭 나와야 되겠어요? 며칠 전에 양손에 뭔가를 들고 가는데 웬 예쁘장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손을 덥석 잡더라고요. 손이 아주 부드럽더라고요. ‘누구야 이게, 내 손을 잡고?’ 선거 나왔다고요. 기분이 좀 이상해요. 선거 나왔다고 지나가는 사람들, 더구나 외간 남자들의 손을 덥석 잡아도 돼요? 손 빼느라고 제가 애 먹었죠. 손이 참 부드럽더라고요. 그렇게라도 표 모아서 한 자리 해야 돼요? 하물며 그보다 더 높은 대통령자리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목숨 걸고 빼앗아야 되는 자리 아니겠어요? 그걸 함부로 내 놓겠어요? 요나단이 다윗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 자리를 기꺼이 넘겨주면서 그렇게 다윗을 사랑했을까? 요나단이 다윗을 그렇게 사랑한 것은 사실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에요. 요나단도 그렇고 다윗도 그렇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에 눈이 멀었던 사람입니다. 하나님을 정말 뜨겁게 사랑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넘겨줄 수 있었습니다. 다윗도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요나단은 다윗보다 더 뜨겁게 하나님을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이 위대한 요나단이 끝까지 아버지와 함께 하죠. 하나님께 버림받은 아버지이지만 요나단은 아버지에 대한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끝까지 다 합니다. 그러다가 사울이 죽는 그 전투에서 요나단도 함께 죽는 거죠.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했던 요나단이 그렇게 죽은 것, 어떻게 본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요? 저는 이렇게 죽은 사람들을 가리켜서 진정한 순교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천국에 가서 만약에 상을 탄다면 (또 천국가면 누가 더 받고 덜 받고 이러지 마세요. 굳이 우리식으로 표현을 한다면) 요나단이 상급을 더 받을까? 다윗이 더 받을까? 저는 요나단이 더 받을 것 같아요. 이렇게 위대했던 요나단과 비교해서 다윗은 이 땅에서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큰 복을 누리게 되죠. 복을 더 많이 누린 사람이 신앙적으로 더 큰 사람이고 요나단처럼 이렇게 누리지 못한 사람은 신앙적으로 좀 덜 했던가요? 아니오! 이 땅에서 아무 것도 누린 바 없음에도 정말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참 많아요. 너무나 하나님을 사랑했지만 이 땅에서 물질의 복이나 오래 사는 복을 누리지 못하고 떠난 성도들이 참 많아요. 저는 이런 분들을 위해 하늘나라에서 커다란 상급을 준비해 주셨으리라 믿습니다. 이 땅에서 받은 게 적다고 해서 믿음이 적었거나 하나님을 덜 사랑했던 것 아니란 얘기예요. 다윗을 위대한 왕으로 세워 가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준 사람이 요나단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요나단 없는 다윗은 생각하기가 어려워요. 훗날 다윗이 나라를 세웁니다. 하나님께서 이 나라는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할 나라”라고 해요. 하나님께서 너 집을 세워 주겠다고 하신 것은 바로 이 나라를 세우시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결국 망해서 없어지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지 마세요.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신 이 나라는 하나님께서 이 땅위에 세우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상징이거든요.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실 터인데 그 나라에 대한 상징으로 세워진 나라가 다윗의 나라이고, 다윗의 왕위라는 것은 결국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이 땅을 통치하실 그 왕위를 가리킨 말인데, 이 하나님의 나라가 흔들리지 아니하는 반석 위에 설 수 있도록 그 기초가 된 사람이 바로 요나단이더라는 겁니다. 여러분, 화려하고 탄탄하게 세워진 건물을 보고 사람들이 감탄을 합니다마는 그 건물이 튼튼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지탱하는 바닥에 대해서 주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요. 다윗의 나라라는 아름다운 나라가 세워졌을 때 그 나라가 튼튼하게 세워지도록 그 맡에서 요나단이 그 나라를 받치고 있다는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다윗보다 요나단을 늘 주목하고 있고, 주목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윗과 요나단이라고 말하지 아니하고 요나단과 다윗이라고 불러요. 여러분들이 다윗이 되는 것이 좋을지, 요나단이 되는 것이 좋을지 꼭 한 번 생각을 해 보세요. 요나단이 되려면 다윗이 한 사람 있어야 되는데 그래야 내가 이 사람을 밀어서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고 나는 그 뒤에서 받침을 할 텐데 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아니면 누군가가 요나단이 되어서 나를 다윗처럼 만들어 줄 수 없느냐? 어느 쪽이라도 좋습니다만 요나단이 되든지 다윗이 되든지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신대원에 가서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신대원에는 대단한 교수들이 있습니다. 저 분들이 어떻게 일찍이 공부를 마치고 목사를 키우는 신대원에 와서 저렇게 훌륭한 교수가 될 수 있었을까? 참 고마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봤죠. 젊고 유능한 사람들을 어느 교회가 골라서 공부를 다 시켰더라고요. 그래서 교단을 책임지고 짊어나갈 신학자를 만들어 놓은 거예요.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세요? 신학생 하나를 유학시키려면 어떤 경우에는 담임목사님보다 비용이 더 들어요. 그런데 그걸 교회가 다 부담해서 공부를 시켜서 다시 신학교에 오게 했어요. 여러 명이 그렇더라고요. 그런 정책을 폈던 그 사람들이 얼마나 존경스러워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사람을 키워야 돼요. 사람을 키워서 교단의 큰 인물들을 만들었더라. 그 분들을 다윗이라고 치면 그 분들을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다 마칠 동안 뒤에서 뒷바라지를 해 온 것이 요나단의 일이죠. 저는 소위 우리 교단에서 크다고 하는 교회들에 대한 불만 중에 하나가 뭐냐면 교회가 크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이냐? 교단에서 일할 수 있는 훌륭한 목사님들을 얼마나 많이 키웠느냐? 이걸 봐야 된다는 거예요. 우리 교단의 많은 교회가 교회에서 훌륭한 목사를 키워내는 일은 안 하고 다른 교회에서 키웠거나 스스로 자라난 목사 없냐? 해서 빼앗아 오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참 비극 중의 하나입니다. 크다고 하는 교회들이 담임목사님을 못 모셔가지고 몇 년 동안 고생하는 것을 보면, 저는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요. 크다고 하는 교회에서 그 동안에 왜 이럴 때 모셔올 만한 목사님을 제대로 키우지를 않았느냐? 말이에요. 참 슬픈 이야기죠. 다윗과 요나단이라고 하니까 너무 거창하잖아요? 왕이나 왕자 이야기는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일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희생해서라도 누구 하나를 가르치고 누구 하나를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하셔요. 순장이 하는 일이 뭐예요? 연약한 성도들을 돌아보는데 이 연약한 성도들이 나중에 자라나서 어떤 큰 인물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그런 결과를 가져오든 않든 나를 희생해서 하나님의 사역을 돕는다. 이게 요나단이라는 말이죠.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다윗도 중요하고 요나단도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나단이라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이나 다윗이라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은 전부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우리의 가슴 속에 하나님을 향한 뜨거움이 있을 때에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귀중한 일을 이루어 가십니다. 하나님만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쪽 구석이 뜨뜻해오는 이런 성도님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