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교만을, 사랑은 덕을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우상의 제물에 대하여는 우리가 다 지식이 있는 줄을 아나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만일 누구든지 무엇을 아는 줄로 생각하면 아직도 마땅히 알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요 또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면 그 사람은 하나님도 알아 주시느니라 그러므로 우상의 제물을 먹는 일에 대하여는 우리가 우상은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니며 또한 하나님은 한 분밖에 없는 줄 아노라 비록 하늘에나 땅에나 신이라 불리는 자가 있어 많은 신과 많은 주가 있으나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 하나님 곧 아버지가 계시니 만물이 그에게서 났고 우리도 그를 위하여 있고 또한 한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니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우리도 그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그러나 이 지식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 우상에 대한 습관이 있어 우상의 제물로 알고 먹는 고로 그들의 양심이 약하여지고 더러워지느니라 음식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 내세우지 못하나니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더 못사는 것도 아니고 먹는다고 해서 더 잘사는 것도 아니니라 그런즉 너희의 자유가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지식 있는 네가 우상의 집에 앉아 먹는 것을 누구든지 보면 그 믿음이 약한 자들의 양심이 담력을 얻어 우상의 제물을 먹게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네 지식으로 그 믿음이 약한 자가 멸망하나니 그는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죽으신 형제라 이같이 너희가 형제에게 죄를 지어 그 약한 양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 곧 그리스도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 [고린도전서 8:1~13]

자녀들이 공부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으세요? 착한 아들이라는 말을 듣고 싶으세요? 옛날에는 착한 아이라는 말이 더 좋은 것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는 뭐니 뭐니 해도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최고입니다. 공부 잘 한 아이가 나중에 커서 꼭 잘 되라는 법도 없고 잘 되도 썩 잘 되는 법도 없는데도 여하튼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 잘 하는 것이 최고 효자고 부모의 관심도 오직 공부 잘 하는 데에 매달려 있는 것 같아요.

공부 잘 한다는 말은 안 하고 ‘애가 참 착해요.’ 이러면 어딘가 좀 섭섭하죠? 손해 보는 느낌도 드나 봐요. 이 악한 시대에 영악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애가 착하기만 해서 어떻게 살까? 이런 걱정이 먼저 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착하다는 말을 듣기보다는 애가 좀 영악하고 남에게 절대 안 지고, 이런 것을 부모님들이 더 원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들의 욕심이 이렇다 보니 오늘 우리 학교도 경쟁만 남아 있어요. 친구 사이의 우정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지 모르겠어요. 옆의 아이가 공부를 잘 하면 그 아이의 노트를 훔쳐서 없애기도 하고, “나 오늘 한 시간 빠졌는데 노트 좀 빌려 주라” 하면 잘 안 빌려준답니다. 옛날 우리 때는 아파서 학교에 못 오면 옆의 친구가 노트 빌려줘서 다 베끼게 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가 살벌합니다. 착한 아이를 기르는 게 목적이 아니고 점수 따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인성 교육을 시킨다는 것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돼 버린 듯해요. 어떻게든지 학교가 좀 달라지고 우리 부모님들의 생각도 좀 달라져야 되겠다 싶기는 한데 아마 그렇게 반성을 하고 달라지려면 우리가 많은 희생을 치르고 시간도 많이 경과해야 될 것 같아요. 당분간은 이 모습 이대로 계속 갈테고, 그렇게 큰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이 사회가 얼마나 흉흉한 사회가 되는지 보고난 후에야 반성할 겁니다. 염려스럽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야 될 것 같아요. 학교는 그래요.

그러면 교회는 어떤가요? 우리 아이들이 교회에서 아는 것 많고 참 똑똑하다. 이런 칭찬을 듣고 싶으세요? 아니면 얘가 참 사랑이 많아서 친구들 챙겨주는 것 잘 해요. 이런 말 듣고 싶으세요? 교회 안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껍질을 한 꺼풀만 벗기면 교회 안도 좀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사도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많은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고린도서가 그런 책입니다. 1절에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라고 말합니다.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능력보다 사랑으로 사람을 보듬는 능력,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셈이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우리 교단의 전매특허와 같은 겁니다. 한국 교회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조그마한 고신 교회가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주목합니다.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일에 우리 고신 교단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지금까지 해 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는 사람일수록 사랑이 결여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우리 고신의 중요한 실수 중의 하나가 조그마한 잘못도 용서를 잘 못해요. 지금 한국 교회에 유명하다고 하는 인물 중에는 우리 고신 교단 출신이 참 많아요. 쉽게 말하면 고신 교단에서 자랐거나 고신 교단에 몸담고 있다가 무언가 작은 실수를 해서 쫓겨난 거예요. 그래서 다른 교단에 가서 큰 인물이 된 경우가 참 많다는 것입니다. 한 둘이 아니에요. 참 많아요.

작은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고 이것은 이렇게 해서 잘못됐고 저것은 저렇게 해서 잘못됐고 이렇게 자꾸 논하다 보니 잘못한 사람을 품고 보듬는 역할을 잘 못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교단이 참 반성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고 어쩌면 오늘 우리에게도 이런 문제가 없는지 잘 보아야 하는 겁니다.

우리 교회는 사랑이 많은 교회인가요? 조금만 잘못해도 혼이 나는 교회인가요? 만약에 여러분들이 교회에서 뭔가 실수를 하나 했다고 싶을 때 겁이 덜컥 나세요? 아니면 누군가에게 야단을 엄청 듣겠다! 아니면 아, 내가 교회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실수를 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이런 생각이 드시나요? 만약에 겁이 덜컥 나고 아, 이러다가... 야단맞을 사람들이 죽 떠오르면 우리 역시도 사랑이 많기보다는 그저 야단치고 책망하는 일에 익숙한 교회라는 거죠.

어느 부목사님이 약 30명의 학생을 인솔해서 해외 선교를 떠났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놓쳐버린 거예요. 해외를 자주 나가시는 분들은 그런 실수를 안 하시지만 혹 한 두 번 나가시는 분들은 제 이야기를 기억해 두시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AM, PM을 혼돈해서 비행기를 놓쳐버린 거예요. 자기 혼자 놓쳐 버린 것은 모르겠는데 30명 데리고 비행기 놓쳐 버리면 동남아를 간다고 해도 돌아오는 비행기 삯 1,000만원 날린 겁니다. 긴급히 돈을 송금 받아서 하루 늦게 돌아오긴 돌아 왔어요.

그런데 이 부목사가 교인들이 헌금한 돈 1,000만원을 날린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왔겠어요? 죽을 지경입니다. 목사님들의 돈 단위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좀 통 큰 사람들이야 돈 1,000만원 날려도 ‘아, 그것 뭐 조금 더하면 돼지.’ 하겠지만 목사님들이 돈에 대해서 참 단위가 작아요. 1,000만원?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도저히 교회에 낯을 들 수가 없어서 풀이 죽어 있을 때에 거기 장로님들이 ‘뭘, 그것 가지고 그러느냐?’ 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며 아무도 잘못에 대해서 탓하지를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 부목사가 ‘목사님, 제가요. 이 교회를 위해서 정말 충성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가득 차더랍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이 교회를 위해서 두고두고 충성을 해야 되겠다’고 그런 다짐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고 그래요. 제가 그랬어요. ‘돈 1,000만원 위력이 참 세다. 신학교 몇 년 보낸 것 보다 더 낫네!’ 본인이 잘못 했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랑으로 보듬고 돌보는 것이 신학교 몇 년 보낸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거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지간에, 부부지간에 참 많이 싸우잖아요? 안 싸우는 집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싸워요? 누가 맞느냐? 누가 틀리느냐? 이런 것 따지다가 싸우는 거잖아요. 어느 박사 부부가 부부 싸움을 제대로 했나 봐요. 잘 못 배운 우리는 한바탕 와장창 싸우고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잖아요. 박사님들은 그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안 싸우고 아주 이론적으로 토론을 해 가면서 싸우신대요.

저녁 먹고 앉아서 조곤조곤 누가 잘못했고 당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이렇게 한참을 하다가 “내일 출근해야 되니 오늘은 잡시다.” 그쯤하고 잔대요. 아침에 일어나서 또 잠시 하다가 밥 먹고 일단 출근하고 저녁에 오면 모여 가지고 “어제 어디까지 했죠?” 거기서부터 다시 봅시다. 또 얘기하고... 이걸 한 달간 했답니다. 무식하게 치고 박고 깨고는 안 한대요. 배운 사람들이 그럴 수는 없잖아요. 말로 아주 예의바르게! 그걸 한 달간 해 보세요. 무슨 낙으로 살아요?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계속하는 것은 사람을 정말 피곤하게 만듭니다. 사랑으로 물러설 때 물러서고 보듬을 줄 아는 것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지식의 원리보다 훨씬 더 값지고 귀한 것입니다. 가정도 그래야겠고 교회도 그래야 되겠는데 오늘 우리가 읽은 이 본문에서 사도 바울이 좋은 예를 보여 줍니다.

고린도라는 도시는 아테네에서 그리 멀지않은 항구 도시인데 동서무역로 한 가운데에 끼여 있어서 아주 번성한 도시였습니다. 고린도 자체가 아주 큰 섬인데 육지하고 아주 가늘게 연결돼 있어서 참 재미있는 것이 이쪽 바다에서 배가 들어오면 이 배를 육지에서 약 1.5km 정도 끌고 가서 저쪽 바다에 넘기면 저쪽 바다에서 항해를 계속했답니다. 참 재미있는 동네에요. 지금은 운하를 파서 배가 그대로 통과할 수 있게 되었는데 무역로 중간에 있는 항구도시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아주 번성했죠. 경제적으로 번성하면 거기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좋지 못한 것들이 참 많아요.

고린도 사람들이 섬기던 아프로디테 즉 미의 여신을 숭배하는 곳이었고 그 신전에 여사제들이 많을 때는 거의 1,000명이나 있었다고 그러네요. 이 여사제들은 엄밀히 말하면 합법적인 창녀들이나 마찬가지예요. 상업이 발달하고 돈이 많은 곳인데다가 항구도시였으니까 굉장히 문제가 많은 도시였어요. 그런 곳에 사도 바울이 교회를 세웠어요. 그런 곳이니 성도들도 세속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는 곳이죠. 그러니 고린도교회가 문제가 많았고 그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바울에게 물었을 때에 해준 대답이 바로 이 고린도전서입니다.

그 중에서 오늘 본문은 우상 제물에 관한 문제를 설명합니다. 그렇게 문제가 많은 도시에서 시장에 내다 파는 고기도 도살하는 과정에 전부 우상과 관련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시장에서 파는 고기지만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이니까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우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고 먹어도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사도 바울의 개인적인 답은 아주 분명해요. 신경 쓰지 말고 먹는 음식이니까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리를 더럽게 하지 않는다. 먹는 음식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먹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주면 끝날 문제를 가지고 바울은 그렇게 간단하게 대답을 하지 않아요. 길게 설명을 하는 가운데 맨 마지막에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나는 평생에 고기를 먹지 않겠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는 거예요.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왜 그렇게 어렵게 대답을 하느냐 말입니다. 바른 답을 알고 바른 대답을 해 주는 것만이 옳은 것이 아니고 이 대답이 형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잘 생각을 해서 답변을 하다 보니 답변이 길어지면서 어떨 때는 반대쪽으로 가는 거죠. 누군가가 상담을 해 오거나 질문을 했을 때 이 분이 왜 이런 질문을 하고 이 분의 형편이 어떤 것인가를 잘 듣고 그에 맞추어서 답변을 하다보면 답이 길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결론이 반대쪽으로 갈 수도 있는 겁니다.

우리가 보기에 답이 너무 간단해 보여요. 기를 때 우상에게 절해 가면서 길렀고 잡을 때 우상에게 제사 드리면서 잡았다 하더라도 그게 우리와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고 파는 것이니까 사다 먹으면 되는 것 아니야? 그런데 그 당시 고린도에서 교회를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나 봐요. 오늘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가령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우상숭배나 미신은 전혀 안 믿죠? 그러나 여러분들 중에 누군가가 오늘 시험 치러 가는데 아침에 미역국을 먹고 가라고 하면 아무 생각 없이 미역국 먹고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오늘 시험 치는 날인데 좀 찜찜할까요? 저는 옛날에 같이 크던 아이들에게 “야, 미역국 먹고 가서 모두 붙어.” 왜요? 미역국 먹고 가서 시험에 떨어졌다고 하는 이 미신을 깨려면 우리가 먹고 가서 붙어야 되는 거야.

이사 하는 사람들이 늘 신경 쓰는 것 있죠? 손 없는 날! 이런 것이 없는 날에 이사를 한대요. 손 없는 날에 이사한다고 손재수가 낀 날은 이삿짐센터에서 거의 일을 안 합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분들이 그런 날이 되면 “오늘 조용하니까 좋네!” 그래서 당당하게 이사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좋은 게 좋은데 그런 날 피해서 이사를 하시겠습니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런 말에 동조해서 좋은 게 좋은 거잖아 하면서 그런 날을 피해 갑니다.

여러분, 혹시 차량번호가 666이 돼도 괜찮습니까? 그런 번호는 어쩐지 좀 찜찜합니까? 제 질녀가 결혼을 했는데 2006년 6월 6일에 했어요. 6년 6월 6일. 그리스도인이 굉장히 찜찜하게 여기고 싫어하는 날짜 아닐까? 그런데 당당하게 결혼하는 것 보고 ‘아, 저 놈 참 괜찮네!’ 그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죽을 4자 두려우세요? 사주팔자, 또 궁합이 맞니, 안 맞니 이런 말하면 신경 쓰이세요? 그런 거에 대해서 전혀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마는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런 데에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는 말이 많이 들립니다.

새신자를 전도해서 교회에 나왔어요. 이 새신자가 교회에 나와서 뭐라고 부탁을 하느냐? 주로 목사님에게 부탁을 하지만 혹시 압니까? 여러분에게 부탁을 할지. “우리 집에 부적이 많이 붙어 있는데 제가 떼기에는 겁이 나니까 우리 집에 와서 떼 주세요. 그리고 우리 집에 있는 신주단지 저는 무서워서 못 건드리니까 오셔서 갖다 버리든지 처분해 주세요.” 그러면 용감하게 다 치우겠어요?

목사님에게 떠맡기는 게 제일 편하죠. 안 믿는 불신자들이 그런 것에 대해서 얼마나 예민하고 두려워하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리스도인들마저 그런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비슷한 현상이 고린도교회에 있었으리라는 것은 추측이 되는 겁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간단한데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약간 문제가 있겠다는 짐작이 드는 거죠. 이런 경우에 우상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지식이 있는 사람이 그런 것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되는가? 그것을 사도 바울이 오늘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좀 무식하고 알지 못한다고 해서 정답을 너무 쉽게 함부로 덜컥덜컥 가르쳐 주는 일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고민하는 사람에게 너무 쉽게 말하지 말고 그 상황을 잘 들어보고 잘 파악해서 마음을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답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쉽게 답해주려면 조직신학 아니면 성경에 있는 답 찾아서 ‘이대로 하세요.’ 이러면 끝나버리죠. 그런데 사도 바울이 그럴 만한데 그러지 않고 이 사람의 형편이나 생각을 잘 살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거죠.

사도 바울이 말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냐?’ 이걸 따지기 전에 ‘이렇게 답을 하면 이 연약한 형제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혹은 어떤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이런 것을 잘 살핀 후에 ‘만약 내가 이렇게 해서 연약한 성도가 상처를 입거나 실족하게 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겠다.’ 이렇게 답을 하는 거죠. ‘고기를 먹느냐? 안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형제를 실족케 하느냐? 안 하느냐?’ 이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옛날 대학 다닐 때 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신실한 친구인데 가끔 술하고 담배는 먹어야 된다고 일부러 술과 담배를 먹는 거예요. 왜 그러냐고 물으면 한국 교회가 술과 담배를 못하게 만든 규정을 이제는 깨뜨릴 때가 됐다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교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율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을텐데 이것을 강제 규정으로 정해 놓으니까 동의하지 않으면서 억지로 안 먹어야 되고 안 피워야 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그래서 이 규정을 빨리 폐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폐지가 된다고 해서 마음 놓고 술을 먹겠다는 뜻이 아니고 이것을 폐지시켜야 교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는 한 잔 하더라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강제 규정은 이제 폐지 할 때가 됐다. 그걸 위해서라도 한 잔 씩 해야겠다는 겁니다.

교회를 가기 싫어하거나 땡땡이치는 친구가 그러면 그러려니 할텐데 얘는 아주 신실한 친구예요. 앞장서서 가끔 술도 먹고 담배도 피웠어요. 그런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자기 혼자 그런다고 해서 규정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소용이 없는 짓이에요. 일종의 객기에 지나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부작용이 좀 생겼어요. 얼마쯤 그러다 보니까 자기는 이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요. 그래서 얼마쯤 그러다가 딱 끊어버렸어요. 그런데 저렇게 신실한 녀석이 술하고 담배 피우는데 우린들 어때? 하고 같이 먹고 마셨던 녀석들은 못 끊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친구 생각은 ‘술이나 담배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기에게는 그만한 자유가 있다.’는 겁니다. 이 친구는 어떤 의미에서 자기의 권리나 자유함을 누렸지만 그것 때문에 연약한 친구들이 실수하거나 실족하게 되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겁니다. 우리가 해도 괜찮은 일들 참 많아요. 그러나 내 주변에 있는 연약한 형제나 덕을 위해서 이건 참아야 되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참 아름다운 일입니다. 반대로 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형제를 위해서 내가 이거 하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안 해도 될 일을 형제를 위해서 한다면 이것 역시도 참 아름다운 얘기입니다.

참 좋은 예가 예수님의 세례입니다. 죄 있는 우리가 죄를 씻는다는 의미에서 세례를 받거든요. 그런데 죄라고는 조금도 없는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가셨어요. 요한이 정확하게 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지,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세례를 받으러 오십니까? 그렇게 물었을 때 예수님의 답변, 의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거다. 그렇게 해서 굳이 세례를 달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분이세요. 그러나 요한이 세례를 베푸는 그 의미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또 죄씻음 받아야 하는 우리를 위해서 모범을 보여 주신다고 해서 세례를 받은 겁니다. 세례 받을 필요가 없는 그 분이 우리를 위해서 모범을 보이셨다는 거죠.

내가 왜 이거 해야 되는데? 할 필요가 없을 수 있어요. 그러나 우리 주변의 약한 형제를 위해서 내가 이거 하는 것이 좋겠다. 이러면 할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름다운 것이라는 거죠. 제가 어릴 때 존경하는 집사님이 계셨는데 이 분이 나중에 무교회주의자가 됐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일리가 있어요. 내가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러시면서 교회를 안 나갔어요.

사실은 교회가 이런저런 불합리한 일도 많이 있고 또 그렇게 선하지 못한 측면도 있기는 있어요. 그 분 말이 맞아요. 내가 교회는 안 나가지만 하나님은 확실히 믿는다. 평생을 아마 그렇게 사셨던 것 같은데 이 분이 연세가 많이 드신 후에 그 아들을 만났는데 아버님이 나이가 많이 드셔서 교회를 다시 나가셨대요. 왜 나가셨냐고 물어봤죠. 답이 참 재미있어요. ‘소신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아이들을 위해서 나가야겠더라.’ 그래서 교회를 나가시게 된 거예요. 본인은 교회를 안 나가시면서도 말씀을 보고 말씀대로 살고 그리스도인답게 사셨어요. 문제는 아이들에게 그 신앙이 전수가 안 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밑의 아이들 중에는 교회 잘 다니는 아이도 있고 나가지 않는 아이도 있고, 손자 때에 가면 더 어려워지더라는 겁니다.

꼭 내가 해야 될 일은 아니지만 형제들을 위해서 아니면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행한다면 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냐를 떠나서 연약한 형제를 위해서 안 해도 될 일을 하기도 하고, 꼭 하고 싶은 일이지만 형제를 위해서 안 할 수도 있다면 이것이 참 아름답다는 이야기입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왜 남을 생각해서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 11절을 보세요, ‘그는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죽으신 형제라’ 왜 그렇게 해야 되느냐? 그 형제가 누군지 아느냐?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으로 구원해 낸 형제다. 그러니 그 형제가 실족하지 않도록 돌봐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을 힘들게 하거나 미운 사람의 이름이 떠오를 거라고 생각돼요. 없을 수는 없잖아요. 미운 사람, 보기 싫은 인간, 함께 하기 싫은 인간은 꼭 있어요. 어떤 분은 주기도문을 외울 때 20년 동안 한 구절을 빼 먹고 했대요. 어느 구절이겠어요?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이 구절은 절대 못 하겠더래요. 절대 용서 못할, 시누이가 하나 있었거든요! 주기도문 외울 때 마다 그 시누이가 생각나서 이 구절을 외울 수가 없었대요.

우리 모두에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미운 사람,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 미운 사람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셨다는 것을 생각하라는 겁니다. 생각하라가 아니고 그게 사실입니다. 아니, 예수님! 나를 위해서 죽으셨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해서 저 인간을 위해서 죽으셨다는 말입니까? 이해가 안 된다고 그래도 예수님의 답변은 ‘내가 그를 위해서 죽었노라!’고 하십니다. 우리 생각에는 이해가 안 돼도 예수님은 그를 위해서 죽었답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성도를 대할 때 혹은 집에서 식구들을 대할 때 나 자신도 마찬가지예요. 나 자신이 미워질 때라도 다시 봐야 합니다. 나 자신이 너무너무 미워질 때라도 이런 나를 위해서 예수님께서 죽으셨다!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말 때려죽이고 싶은 누군가가 눈에 뜨여도 그게 제발 신랑이고 부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혹시 그렇더라도 이 인간을 위해서 예수님께서 죽으셨단다. 이걸 생각하면 우리 마음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러니 예수님께서 어린 소자 하나를 실족케 하느니 차라리 연자 맷돌을 목에 달고 물에 빠져 죽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린 소자란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그 시절에 어린 소자는 사람으로 쳐주지 않은 쓸모없는 인간을 말하는 겁니다. 능력 없고 쓸모도 없는 어린 것 하나를 실족케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연자 맷돌을 목에 걸고 죽는 게 낫다. 왜 그렇습니까? ‘하나님의 아들인 내가 목숨을 버려가면서 구원해 냈는데 그 아이를 네가 그렇게 실족시킬 수 있느냐?’ 고 물으시는 거죠.

여러분, 구원과 관계된 문제라면 목숨을 걸더라도 소신을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우리 식구들, 형제들하고 부딪히는 문제는 대체로 중대한 문제이거나 심각한 문제들이 아닙니다. 별 것 아닌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자꾸 누가 옳으냐를 따진다는 거죠. 부부싸움의 제일 많은 원인이 뭔지 아세요? 무엇 때문에 날마다 집집마다 그렇게 싸워요? 세계 평화를 위해서, 아니면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서? 아니면 우리 민족의 장래를 염려해서 싸우십니까? 그런 큰 문제로는 안 싸워요.

언젠가 조사된 자료에서 본 적이 있는데 답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어리광을 안 받아줘서! 그래서 싸우는 거예요. 그냥 기대고 싶어서 한 마디 툭 던졌는데 안 받아주니 다른 문제에서 불거져서 싸우는 거예요. 서로 어른 같이 살지 말고 부부 사이는 왕 대 왕도 아니고 어른 대 어른도 아니고 그냥 아이들 소꿉장난 하듯이 그렇게 사는 거예요. 그런 문제 가지고 누가 맞느니, 틀리느니 하지 말라는 이야기이죠.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런 저런 일, 서러운 일, 기분 나쁜 일도 따지고 보면 다 비슷해요. 목사님이 주보에 광고 한번 안 실어줬다고 삐치고... 목사님이 다른 사람 인사는 받아 주면서 누구 인사는 안 받아줬다고 그게 또 삐쳐서... 가끔 다른 목사님들하고 이야기 하다가 어떤 분이 골이 나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을 들어보면 “애기다, 애기!” 싶어요. 사소한 문제가지고 기분이 나쁘거나 틀어져서 싸우거나 툭탁거리거나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죠. 그런 것 가지고 툭탁거리다가 예수님께서 목숨을 던져서 구해내 놓은 한 영혼을 실족케 한다면 이게 얼마나 큰 죄일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누가 옳으냐? 그르냐? 자꾸 따지지 말고 어쨌든 사랑으로 품어가는 것 좀 잘못한 것 있어도 사랑으로 품어가는 것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서울 와서 들은 말 중에 “서울 시민이 되기는 쉬워요. 그런데 서울 시민답게 살기는 참 어렵답니다.” 이렇게 복닥거리는 서울에서 모양새 좋게 사시는 분,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참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저는 이 동네를 보면 아이들 퍼즐 짜 맞추듯이 어떻게 저렇게 좁은 땅에 집을 오밀조밀 잘 지어서 살고 있는지 신기해요. 빡빡하게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 서울 시민답게 사는 것은 참 쉽지가 않다는 말이 공감이 되네요. 서울 시민 되는 것은 참 쉬워요. 동사무소 가서 한 장 쓰고 도장 찍으면 서울시민 돼요. 서울 시민답게 살기는 쉽지가 않죠.

그런데 똑같은 현상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 너무너무 쉬워요. 서울시민 되는 것보다 더 쉬워요. 동 사무소까지 갈 것도 없어요. 예수님께서 우리 위해서 다 해 놓으셨으니 “믿습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겁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은 서울 시민이 되는 것보다 더 쉬워요. 그런데 하나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은? 이건 서울 시민답게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아요! 내 마음대로, 내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내 성질대로 다 하면? 하나님의 자녀는 그렇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하나님께서 이걸 기뻐하시니, 예수님께서 이런 것을 원하시니, 내 기분 내 성질을 죽여 가면서 사랑으로 보듬고 살아가는 것은 굉장한 인내가 필요한 겁니다. 내가 먹어도 되는 고기를 이 연약한 형제가 실족할까 싶어서 안 먹겠다고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초등부를 처음 맡아 창세기부터 죽 설교를 시작하면서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채소와 열매를 먹게 했고 짐승들에게는 풀을 먹게 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먹으라고 한 것이 뭐죠? 하니까 “채소와 열매요!” 잘 알아요.

‘집에서 채소 안 먹는 녀석 손들어’ 하니까 제법 손들어요. 누가 먹으라고 했지? “하나님께서요!” 하나님께서 먹으라고 했으니 다음부터 채소 먹을 사람은 손 내려 했더니 다 내렸는데 한 녀석이 안 내리고 딱 버티고 있었어요. ‘하나님께서 먹으라고 한 채소를 안 먹겠다는 쟤는 뭐야?’ 했더니 저쪽에 있던 한 아이가 “짐승요!” 하는 바람에 웃느라고 난리가 났죠. 당장 먹지는 않겠지만 뭔가 생각하는 게 있기는 있을 거예요.

하나님께서 하라시니 해야죠.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이게 사실은 쉽지가 않다니까요!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가 아니고, 무엇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연약한 형제를 돌보는 것은 서울 시민답게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는 너무너무 쉽게 됐어요. 그런 다음에 하나님의 자녀답게,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랑 없는 지식은 굉장히 위험해요. 바른 말을 해야죠. 그런데 시도 때도 없는 바른 말은 조심해야 됩니다. 맞는 말이 사람을 잡는답니다. 그래서 맞는 말보다 더 소중한 것은 형제를 위로하고 따뜻하게 돌볼 수 있는 말입니다. 가끔 어떤 엄마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보면 그냥 맹목적이고 무식해요. 그런데도 그런 무식하고 맹목적인 사랑이 아이를 사람으로 만들더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 똑똑하다는 말을 듣기보다는 사랑 많은 사람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교회가 정말 똑똑하고 예리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그런 교회야. 이런 말. 아니, 그건 그래야 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바깥에서는 ‘정말 사랑이 넘치는 교회더라.’는 말이 돌아야 합니다. 새신자가 찾아오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 찾아 왔을 때 “아, 따뜻하고 사랑 많은 교회더라.”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교회를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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