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무슨 재미로 왕노릇 해?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 이르러 그 땅을 차지하고 거주할 때에 만일 우리도 우리 주위의 모든 민족들 같이 우리 위에 왕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나거든 반드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네 위에 왕으로 세울 것이며 네 위에 왕을 세우려면 네 형제 중에서 한 사람을 할 것이요 네 형제 아닌 타국인을 네 위에 세우지 말 것이며 그는 병마를 많이 두지 말 것이요 병마를 많이 얻으려고 그 백성을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 것이니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시기를 너희가 이 후에는 그 길로 다시 돌아가지 말 것이라 하셨음이며 그에게 아내를 많이 두어 그의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이며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쌓지 말 것이니라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이 율법서의 등사본을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 그의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이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그리하면 그의 마음이 그의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명령에서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니 이스라엘 중에서 그와 그의 자손이 왕위에 있는 날이 장구하리라 [신명기 17:14~20]

할 수 있다면 왕 노릇 한번 해 보시겠어요? 왕 노릇 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마음대로 다 해보고 싶은 게 있겠죠? 남자는 어느 왕이 되고 싶을까요? 1번이 솔로몬 아닐까요? 솔로몬처럼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려보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부인이 1,000명이 넘었잖아요. 한국에서라면 의자왕이 좋을지 몰라요. 궁녀가 3,000명이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그런 왕이 되어 봤으면 하는 사람이 적잖이 있을 겁니다.

여자들은 왕이 되면 무슨 꿈을 꿀까요? 잘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얼핏 떠오르는 게 저렇게 말 안 듣는 남편부터 혼을 내고, 저 밉상 시누이부터 군기를 좀 잡아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할는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왕이 되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말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왕 노릇 한 번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여요. 모든 것을 맘대로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까요? 그렇게 신이 날까요? 도무지 가능성이 없는 우리에게는 꿈같이 멋진 소망일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행복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필리핀에 가면서 평소에 강의하던 만큼의 분량만 준비해 갔는데 갔더니 통역할 사람이 부족해서 제 강의 시간이 배로 늘어났어요. 우리말로 하라면 하루 종일 하라고 해도 겁이 안 나겠는데 이 짧은 영어에 갑자기 강의 시간이 늘어 버리면 굉장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말에 능숙하지 않으니까 최대한 원고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급해지니까 가는 날부터 영어원고를 쓰기 시작하는 겁니다. 한글로 글 쓰는 것도 쉽지 않죠? 그런데 어설픈 영어로 몇 시간짜리 원고를 만들려고 덤비면 어렵습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진도가 잘 나가는 거예요. ‘내가 언제부터 영어로 글을 이렇게 잘 썼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거예요. 왜 그런지 아세요? 다급하니까 되는 겁니다. 급해지면 돼요.

한 이틀 그렇게 해서 며칠 분량을 해놓고 나니까 마음이 약간 느긋해지잖아요? 그 때부터 안 되는 거예요. 똑같은 영어인데 왜 이틀 동안은 잘 되다가 그 다음부터는 진도가 안 나갈까요? 마음이 느긋해지면 똑 같은 일이라도 잘 안 되는 거예요. 여유가 있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제가 배우고 만들어 놓은 수많은 일들을 되돌아보면 시간이 많을 때 만들어진 게 아니고 시간 없을 때 조금씩 조금씩 했던 것들입니다. 시간 많을 때 해 놓은 것이 별로 없어요.

시간 무한정, 하고 싶은 것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틀림없이 재미없고 할 일 제대로 안 할 게 분명합니다. 진짜 행복은 시간 무한정, 돈도 무한정,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있을 때? 아닙니다. 사람이 그런 존재가 아니에요. 그래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소화할 수 있는 적당한 양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맛있는 것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으라고 하면 기가 질려서 한 두 개는 맛있을지 모르지만 얼마 못 먹어요.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맛없어요.

군에서 먹을 것 있으면 얼마나 많이 먹는지 몰라요. 밥 다 먹고 옆에 커다란 빵이 있으면 ‘먹을 수 있을까?’ 싶은데 먹어보면 쑥 들어가요. ‘휴가 나가기만 해봐라. 통닭 한 마리에 짜장면 한 그릇하고....’ 실컷 별러서 나갑니다. 부대 정문에 딱 나가면 짬뽕 한 그릇이면 끝나요. 먹고 싶어도 안 들어가요. 그것 참, 희한해요. 그런데 휴가 다 지나고 부대 안에 들어오면 몇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어요. 무슨 차이죠?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다 그럴 때는 먹는 게 그렇게 안 당겨요. 군에서는 생겼을 때 먹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에요. ‘놔두었다가 나중에 먹지’ 하고 살짝 어디 숨겨 두고 나중에 보면 감쪽같이 사라져요. 양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생겼을 때 무조건 넣어 놔야 내 것이 돼요. 이럴 때는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가요.

목사님들이 심방 다닐 때 제일 어려운 것은 이집 저집에서 맛있는 것 내 놓는 겁니다. 대접하는 분들이야 성의잖아요. 그러나 이집 저집에서 내놓는 것 다 먹어야 하는 목사에게는 얼마나 고통인지 아세요? 너무 목사님 잘 대접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잘 하면 오래 못살게 만들 수도 있는 거예요. 들어갈 통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꾸 먹이면 엄청난 고통을 안기는 겁니다. 그래서 ‘다다익선’ 좋아하지 마세요. 적당한 게 좋은 거예요. 그런데 참 다행스럽게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 나중에 왕을 세우게 될 때 왕을 허락하시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왕과는 확실히 다른 왕을 허락하셔요. 어떻게 다른지, 왜 하나님께서는 이런 왕을 세우라고 하셨는지 하나님의 그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5절을 보십시다, ‘반드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네 위에 왕으로 세울 것이며 네 위에 왕을 세우려면 네 형제 중에서 한 사람을 할 것이요 네 형제 아닌 타국인을 네 위에 세우지 말 것이며’ 일반적으로 나라들마다 왕은 하늘이라고 부르던지, 신이나 신의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왕을 신의 아들이니, 신이니, 하늘이니, 그렇게 안 불러요. ‘네 형제 중에 한 사람이어야 한다’ 즉 왕은 네 형제일 뿐이라는 뜻이에요.

형제라는 것은 물론 단순한 혈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함께 자라면서 여호와의 교육을 받고 신앙을 지닌 자이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스라엘에서 왕을 세우려면 반드시 네 형제 중에 한 사람이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거죠.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은 형제 중의 한 사람이에요. 신의 대리자이거나 아니면 하나님의 뜻에 예민해야 된다는 뜻에서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형제 중에 한 사람이어야 된다는 거죠.

우리가 알고 있는 왕들은 절대 권력을 가지고 신의 뜻을 대리해서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입니다. 심지어 ‘짐이 곧 국가다’ 그러니까 왕의 말이 곧 법이에요. 대부분의 왕이 그러했지만 이스라엘의 왕은 그런 절대 권력을 가진 자가 아닙니다. 왕이 혹시 잘못하면 선지자가 나타나서 지적을 해요 그리고 제사는 제사장이 드렸지 왕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 가장 악한 왕으로 소문났던 아합왕도 일반적인 다른 나라의 왕과 비교하면 그렇게 악한 왕이 아니에요.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납니다.” 하면 함부로 못 했어요. 자기 백성의 포도원을 갖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 허락지 아니하십니다.” 이 말에 아합왕이 손들었어요. 포기하고, 갖고는 싶은데 ‘하나님이 안 된다고 하니 이를 어떡해...’ 하고 속으로 끙끙거리고 있었단 말이에요. 부인 이세벨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닙니다. 다른 이방 나라의 공주였던 사람이 이스라엘에 시집을 온 겁니다. 이세벨이 보니까 웃기는 왕이에요. “아니, 당신이 그러고도 왕입니까? 왕이 그것 하나 못합니까? 내가 해결해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하며 해결해버렸어요. 몇 사람 죽이고 그 포도원을 빼앗아 버렸어요. 왜요? 이세벨의 머릿속에 있는 왕의 개념은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이방의 절대적인 권력이거든요.

아합왕이 가장 악한 왕 중의 하나라고 찍혀 있지만 그래도 이웃 나라의 다른 왕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악한 게 아니에요. 아합이 악한 이유가 무엇이에요? 하나님도 섬기고 우상도 섬겼기 때문에 다시 말하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잘못돼서 악한 왕이지 실제로 이웃나라의 왕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악한 왕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은 반드시 형제 중의 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떤 나라에서도 고대에 왕을 백성들과 같은 형제 중의 한 사람이라고 취급한 예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짝퉁 형제가 하나 생겨요. 왕을 가리켜서 형제라고 그러는데 이거 완전 짝퉁이에요. 어딘지 아세요? 왕을 가리켜서 우리 형제 중의 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나라? 지금도 있어요. ‘수령 동무, 아바이 동무’ 임금님도 동무고 아버지도 동무고 모두가 동무예요. 북한이 왜 수령을 동무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우리가 짝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어요. 공산주의 이론이 처음 시작된 곳이 어디인지 아시죠? 성경의 사도행전이에요. 칼 마르크스라는 사람이 “아, 이런 사회를 만들면 참 좋겠다.” 해서 영감을 받은 곳이 사도행전의 모든 성도들이 가진 것을 전부 내 놓고 한꺼번에 나누어 썼다는 그 대목입니다. 그걸 보고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공산주의 이론의 밑바탕에 성경의 사상이 들어가 있는데 북한은 희한하게도 주체사상을 처음 세운 사람들 중에는 목사님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해방 당시에는 남한보다 북한이 더 신자가 많았고 좋은 목사님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어요. 그분들 중의 일부가 그곳의 공산당들하고 손을 잡고 주체사상 이론의 기초를 닦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성경의 사상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북한의 결혼관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결혼관과 아주 흡사하게 닮아 있어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만나서 하나님을 모시고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자고 하잖아요? 북한은 하나님을 빼고 거기에 수령 동지가 들어가는 거예요. 구조적으로는 아주 비슷한 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저 사람들이 복음화 되면 수령 빼고 거기에 하나님 들어가면 복음화 되기가 아주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 사람들을 가리켜서 ‘짝퉁’이라고 해요. 왕을 형제라고 부를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북한이 그래요. 기독교의 영향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그런 것인데 성경 이외에 왕을 그렇게 부르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16절과 17절을 보면 혹시 왕이 되더라도 병마, 그러니까 말을 많이 가지지 말고. 아내도 많이 두지 말고 은금도 많이 쌓지 말라고 해요. 왕이 무기도 마음대로 못 가지고 아내도 많이 두지 말고 은금도 많이 갖지 말라고 하면 무슨 재미로 왕 노릇해요? 왕이 된다면 이런 것 많이 가지고 제 멋대로 하고 싶은데 그것 가지지 말라고 하면? 실제적으로 무기가 됐든 돈이 됐든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없으면 권력 유지가 안돼요.

오늘날 우리 정치판을 보세요. 돈 없는 사람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수 있나요? 심지어 교단의 선거도 돈을 얼마씩 내고 나가는 거예요. 그러면 아예 돈 없는 사람은 못 나가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돈 없이 정치판에 뛰어 들거나 돈 없이 권력을 쥐어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왕은 그런 무기나 돈을 가지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것도 없이 어떻게 왕 노릇을 해요?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참 하나님은 답답하신 분이에요. 그것 없이 무엇을 가지고 왕 노릇 해요?

18절 보세요,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이 율법서의 등사본을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 그의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이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20절은, ‘그리하면 오래토록 왕 노릇을 할 수 있느니라’고 하시는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에 왕 노릇을 제대로 오래토록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무력이나 재력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게 아니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르게 되어 있을 때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융성하게 하시고 튼튼하게 지켜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이스라엘의 왕은 나다’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시니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면 왕위가 영원토록 지속되도록 하나님께서 책임을 지겠다는 뜻입니다. 내 능력보다는 하나님께서 주인이 되셔서 내 삶을 지켜 나가는 체험이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예수 믿는 재미 중에 하나예요. 성경에는 자기 능력은 얼마 안 되는데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서 나갔을 때에 위대한 힘을 발휘한 예가 종종 있어요. 기드온의 300용사가 가장 대표적인 예죠. 군사를 많이 데리고 가는 것을 하나님께서 원치 않으셨어요. 상대가 안 되는 경우에라도 이기게 해 주겠다는 뜻이에요.

여호수아가 가나안을 정복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이스라엘 군대는 가나안 군대와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원래 안됐어요. 오죽했으면 정탐꾼 보냈더니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도저히 싸울 수 없다.” 했잖아요. 그랬던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전쟁을 하는데 이스라엘이 자력으로 이긴 게 아니에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해서 믿고 용감하게 나아가면 하나님께서 다 이기게 해 주셨습니다. 성경에서 이런 싸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 하실 거니까 우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아도 되느냐? 그런 것은 아니에요. 우리가 애쓰고 노력할 때에 하나님께서 그 뒤를 쓰~윽 밀어 주셔요. 그러면 우리가 노력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열매가 맺히는 거고 우리의 수고가 빛을 발하는 거예요. 혹시 여러분 주위에서 여러분을 보고 “넌, 어떻게 그렇게 일이 잘 되니? 너 하는 일은 어떻게 그렇게 잘 풀리느냐?” 운이 좋아서요? 사주팔자가 좋아서요? 아니오, 안 믿는 사람들 이야기이고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안 될 것 같던 집안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 것이 다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이지요.

우리가 애쓰고 노력하지만 그래도 내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했더니 하나님께서 알게 모르게 은근슬쩍 나를 이렇게 밀어 주셨더라. 이게 참 재미있는 인생입니다. 이런 체험이 여러분에게 많이 있기를 바라고 이스라엘에 왕을 세우라고 말하면서도 하나님은 이 왕이 어떻게 왕 노릇을 할 수 있는지를 은근슬쩍 이렇게 보여주고 있죠.

권력과 재력으로 왕 노릇을 하려면 일시적인 재미는 있지만 그렇게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얼마쯤 가면 권력이 흔들려요. 유명한 말 중에 ‘레임덕’이라는 말이 있죠. 오리가 걷는 것을 보면 뒤뚱 뒤뚱 하잖아요. 대통령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을 가리켜서 그렇게 부릅니다. 무력으로 잡고 있거나 힘으로 누르고 있던 권력은 힘이 빠지는 순간에 그렇게 되는 거예요. 옛말에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넘쳐나죠.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별로 없어요. 권력이 빠진 정승은 개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있을 때는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빠질 때는 허무하게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은 말을 많이 두지 마라는 겁니다. 무력으로 백성을 몰아가는 일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런 군사력을 의지하게 되면 하나님을 가볍게 여긴다는 거예요. ‘은금을 많이 쌓지 말라’고 했는데 왕이 은금을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백성을 가혹하게 착취할 가능성이 많아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엉뚱한 자신감이 생기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그것을 경계하시는 거예요.

히스기야가 죽다가 살아난 이후에 그 소문이 온 천지에 났어요. 저 먼 곳에 있던 바벨론, 그 당시 바벨론은 앗수르에 쫓겨가서 변방에 있던 조그마한 약소국이에요. 히스기야의 소식을 듣고 사신들이 찾아 왔어요. 히스기야가 얼마나 우쭐대고 으스댔던지 보여 주지 말아야 할 금은 보물까지 다 보여 준 거예요. 이런 게 있으면 은근히 으스대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입니다. 선지자가 찾아와서 묻습니다. “무엇을 보여 주셨나요?” “다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요? 그로 인해서 이 모든 것들이 다 바벨론으로 옮겨 갈 것입니다.” 왕에게 은금을 많이 쌓지 말라는 것은 이게 많이 쌓이면 은연중에 힘이 들어가요.

이것이 왕의 이야기뿐만이 아니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없을 때는 좀 겸손하게 보이지만 조금 먹고 살만하면 어깨에 자연히 힘이 들어가게 되는 일이 우리 주변에 참 많아요. 이것을 왕의 이야기로만 듣지 마세요. 우리 인생이 그런 존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불행한 이야기지만 교회도 재정을 많이 저축하면 언젠가는 탈이 나요. 그래서 교회가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사역에 집중 안하고 이런 재물에 관심을 가지면 분명히 문제가 생깁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펴는 왕이 되어라. 예수님의 표현을 빌리면, 왕이 되려는 사람은 백성을 섬기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하나님의 뜻을 알아서 백성을 섬기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슨 재미로 왕을 하냐? 혹시 그런 생각 드세요? 그런 생각이 머리에 드시는 분의 머릿속에는 성경 말씀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고 세상의 권력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겁니다. 성경의 왕은 그렇게 권력을 휘두르는 게 아니고 백성들을 섬기고 백성들을 위해서 종노릇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입니다.

남자들 가운데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남편은 아내의 머리’ 아, 남편이 머리니까 시키는 대로 해야 되죠? 성경이 말하는 머리는 위에서 시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고 머리가 몸을 위해서 목숨을 버렸어요. 이것이 성경에서 말하는 머리예요. 남편들이여 아내를 사랑하라. 어떻게요?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님께서 교회를 위하여 몸을 버리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라고 하는 겁니다. 교회의 머리, 하나님 나라의 왕은 섬기는 자리로 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남편은 아내의 머리’라는 표현을 여자들이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어요. 남편을 성경공부 하는 데 보내세요. 성경이 말하는 머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된다는 뜻이에요.

왕이 백성을 섬기고 왕이 백성들의 종노릇하는 그런 나라를 한 번 상상해 보세요. 어떻게 될까요? 예수님께서 친히 모범을 보이셨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하나님이신 그 분이 죄 있는 육신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죄인들과 함께 뒹굴면서 죄인들을 위해서 대신 죽으셨어요. 이게 왕이 백성을 섬기는 표본을 보여 준 겁니다.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절이 언제예요? 아마 연애 할 때가 제일 행복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된 연애를 말하는 겁니다. 어설프게 밀고 당기고 하는 이런 연애 말고요. 제대로 된 연애가 뭐예요? 있는 것 다 주고 더 주어도 아깝지 않고 더 줄 것 없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픈 이런 시절, 아마 그때가 가장 즐거울지 몰라요. 호령하는 즐거움은 그렇게 즐겁지 않아요. 내가 위에서 한 마디만 하면 착착 움직인다? 그것도 재미는 있을 터인데 최고의 즐거움은 아니에요. 줄 것 다 주어도 더 주고 싶은 이런 즐거움은 아는 사람만 아는 거고 쉽지 않습니다. 그 즐거움이 가장 큰 즐거움일 거예요.

두 가지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린 젖먹이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을 때와 이 젖먹이가 제법 컸어요. 심부름을 시켜도 되고 이것저것 부려먹어도 될 나이가 됐어요. 둘 중에 어느 때가 더 행복했을까요? 제법 키워서 심부름이라도 시켜 먹을 때가 더 행복해요? 아니면 아무 심부름도 못 시키고 젖먹이고 똥 치울 때가 더 행복해요? 그래도 좀 부려먹으면 낫겠지 싶은가요? 아니오! 얘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인 그 젖먹이를 돌볼 때가 모르긴 몰라도 훨씬 더 행복할 거예요. 그것이 섬기는 맛이에요. 그게 진정으로 행복할 때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왕 노릇 하기를 절대로 소망하지 마세요.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왕 중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 누구일까요? 생각해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만 굉장히 많아요. 제가 아는 한 가장 위대한 왕은 시이저가 아닐까 생각을 해요. 알면 알수록 진짜 위대한 왕이었어요. 온 세계를 휩쓸었던 위대한 왕들이 많이 있습니다마는 누구라도 괜찮아요. 시이저나 알렉산더나 칭기스 칸, 모두 위대한 왕들이었죠.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겁니다. 이 위대한 왕들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고선지 장군인가요? 중국까지 건너가서 저 먼 곳까지 갔던,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갔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인으로서 그 먼 데까지 가서 이름을 떨친 유명한 장군, 고선지 장군. 얼마나 악독한 짓 했는지 아세요? 항복하면 살려주겠다고 한 다음 항복하고 나온 사람을 다 죽여 버렸어요. 덕분에 그 후손들에게 한국인이 선교를 나가면 그렇게 어렵답니다. 유명한 왕들은 유명한 것만큼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유명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마젤란은 유명한 탐험가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유명한 탐험가 입니다. 필리핀에 가 보니까 탐험가가 아니에요. 침략자예요. 태평양을 횡단해서 도착했던 곳이 필리핀입니다.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고기가 라푸 라푸 랍니다. 원래는 고기 이름이 아니고 장군 이름이었어요. 침략자 마젤란과 끝까지 싸운 필리핀 장군이었어요. 그래서 마젤란이 필리핀에서 죽었어요. 그는 단순한 탐험가가 아니에요. 군인들을 끌고 다니면서 식민지를 만들려고 했고 거부하는 사람들을 수 없이 죽였어요.

콜롬버스도 마찬가지예요. 콜롬버스 때문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잘 모르실 거예요. 저도 몰랐으니까요. 아메리카에 인디언들이 조금 있었는가보다 했는데, 아니오! 제가 잠시 들르면서 알아 봤더니 콜롬버스가 오기 전에 그리고 유럽 사람들이 미국으로 오기 전에 그 넓은 남, 북 아메리카 전역에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어요. 정확한 숫자는 잘 몰라요. 그러나 수천만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어요. 거의 다 죽었어요. 수많은 인디언들이 땅 빼앗기고 나라 뺏기고 그런 후에 세워진 나라가 미국이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그 점을 놓쳐 버리고 위대한 왕, 훌륭한 왕이라고 칭송하는데 하나님께서 보시면 뭐랄까요? 절대로 위대한 왕이 아닐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서야 위대한 왕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면 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 왕을 세우실 때에 말을 많이 가지지 말고 은금을 많이 쌓지 말라고 하시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왕은 우리가 칭송하는 왕과는 전혀 다른 왕이에요. 이 땅이 요구하는 왕들은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겁니다. 그런 생각으로 성경의 왕들을 보면 이스라엘의 왕은 왜 이 모양일까 싶어요. 무기도 마음대로 못 가지고 돈도 마음껏 못 가지고 심지어 부인도 많이 두지 말라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이스라엘의 진짜 왕은 하나님 자신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의 왕이라고 하는데도 훗날 이스라엘이 “우리도 왕을 세워 주세요.” 라고 하는 날이 올 것이란 것을 하나님께서 알고 계시는 거예요. 실제로 하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이후 한 사오백년 지난 후에 이스라엘이 “우리도 왕을 세워 주세요.” 그러는 거예요. 그 때가 되거든 “너희는 이런 왕을 세워라.” 고 여기서 미리 말씀하고 계시는 거예요. 이스라엘의 진짜 왕은 “내다!” 하나님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죠.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우리를 향한 사랑의 고백이기도 해요. 하나님만이 진정한 왕이시라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내가 주인이거나 내가 왕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진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는 그런 왕을 세우는 것이 아니고 섬기는 왕을 세우라는 거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백성을 섬기는 왕이 진정한 왕이라는 겁니다. 무력도 없고 권력도 없고 아무 것도 없어요. 백성을 섬기는 왕이 진짜 왕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무력으로 세우는 나라가 아닙니다. 사랑으로 세우는 나라입니다.

믿을 수는 없지만 나폴레옹이 죽을 때 이런 말을 했다고 그러네요. 나폴레옹은 무력으로 온 세계를 자기 손에 넣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결국 실패 했어요. 그러면서 “예수여, 그대는 사랑으로 온 세계를 정복하는구려.” 이러고 갔다는 얘기예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무슨 힘을 발휘하셨나요? 그냥 돌아가셨을 뿐이에요. 그랬던 그 예수님의 뒤를 따라서 그 예수님의 사랑으로 온 세계가 복음화 되어가는 것을 보고 나폴레옹이 그랬다고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랑으로 세워가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게 매력적으로 보이지가 않아요. 말 타고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데 그게 잘 보는 게 아닙니다. 자극적인 음식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진짜 좋은 음식의 맛을 모른답니다. 소금 없이 계란을 잘 먹는 사람은 계란의 맛을 아는 사람이에요. 어떤 분은 커피 먹는다고 하면서 설탕만 먹더라고요. 조그마한 커피에 설탕을 세 스푼 넣는 것이 커피 마시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그 아름다운 나라는 무력이나 힘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고, 섬기면서 참다운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다. 이것 빼고 저것 빼고 얼핏 보면 무슨 낙으로 왕 노릇 하나 싶어도 그런 왕 노릇이 진짜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다 준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왕? 섬기는 왕! 그것이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체험하는 길이고 그 속에 하나님께서 진정한 행복을 묻어 두셨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나라를 세우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서 희생시키신 겁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세워집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것이 쉽지는 않아요. 쉽지는 않지만 섬기는 데서 하나님께서 숨겨두신 진정한 행복을 맛보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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