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없는 아버지의 절규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이에 그들이 제자들에게 와서 보니 큰 무리가 그들을 둘러싸고 서기관들이 그들과 더불어 변론하고 있더라 온 무리가 곧 예수를 보고 매우 놀라며 달려와 문안하거늘 예수께서 물으시되 너희가 무엇을 그들과 변론하느냐 무리 중의 하나가 대답하되 선생님 말 못하게 귀신 들린 내 아들을 선생님께 데려왔나이다 귀신이 어디서든지 그를 잡으면 거꾸러져 거품을 흘리며 이를 갈며 그리고 파리해지는지라 내가 선생님의 제자들에게 내쫓아 달라 하였으나 그들이 능히 하지 못하더이다 대답하여 이르시되 믿음이 없는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얼마나 너희에게 참으리요 그를 내게로 데려오라 하시매 이에 데리고 오니 귀신이 예수를 보고 곧 그 아이로 심히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지라 그가 땅에 드러져 구르며 거품을 흘리더라 예수께서 그 아버지에게 물으시되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느냐 하시니 이르되 어릴 때부터니이다 귀신이 그를 죽이려고 불과 물에 자주 던졌나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 주옵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곧 그 아이의 아버지가 소리를 질러 이르되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 주소서 하더라 예수께서 무리가 달려와 모이는 것을 보시고 그 더러운 귀신을 꾸짖어 이르시되 말 못하고 못 듣는 귀신아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 아이에게서 나오고 다시 들어가지 말라 하시매 귀신이 소리 지르며 아이로 심히 경련을 일으키게 하고 나가니 그 아이가 죽은 것 같이 되어 많은 사람이 말하기를 죽었다 하나 예수께서 그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이에 일어서니라 집에 들어가시매 제자들이 조용히 묻자오되 우리는 어찌하여 능히 그 귀신을 쫓아내지 못하였나이까 이르시되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 하시니라 [마가복음 9:14-29]

사도바울이 로마서를 통해서 소리 높여 외친 말씀은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뒤집어 표현하면 율법을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말이 익숙하지만 이 말을 처음 듣는 유대인들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오늘 우리에게도 쉬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도바울은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을 일하지 않고 삯을 받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일하지 않고 월급 주는 회사를 혹시 보셨나요? ‘일 안 해도 월급 줍니다’라는 광고 보시면 그 회사에 원서 한 번 내 보시렵니까? 안 낼 겁니다. 내면 바보예요. 그걸 보고 원서 낼 사람이 혹 있을 수는 있어요. 누구일까요?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 우리 교회는 또 있어요, 희망부 아이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처럼 받아들이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이란 말이 무엇입니까? 어른들은 꾀부리느라 안 하는데 아이들은 ‘아, 그렇습니까?’ 하고 들어간다는 겁니다. 마가복음 10장에 보시면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으로 되어있는데 여기서 ‘받들다’는 말의 본래의 의미는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처럼 받아들이는 자에게 열려 있는 것이지 꾀 많은 어른들을 일하지 않아도 월급 줍니다하면 안 갑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 이런 뜻입니다. 다른 데는 다 안 가더라도 하나님께서 ‘일 안 해도 월급 줍니다. 오세요’ 하면 갈까요? 말까요? 가야하는 겁니다.

예수님의 비유 중에 아침 일찍이 ‘일하러 오라’고 했더니 사람이 왔어요. 정오에 또 왔어요. 오후 3시에도 왔어요. 오후 5시에 또 일하러 오래요. 일하러 갈까요? 말까요? 퇴근 시간이 6시인데... 가요? 말아요? 예수님의 말씀은 가라는 거예요. 왜요? 그 이야기의 주인은 사람 불러다가 일 많이 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일당도 못 버는 사람에게 일당을 나누어 주는 것이 목표에요. 그것이 하나님 나라예요. 일 안 해도 좋으니 오기만 해라 월급 주겠다는 겁니다. 자, 이걸 어떻게 받아 들여요? 그러니 예수님께서 어린 아이처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사도바울은 일하지 않고 월급을 받는 비유를 통해서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설명하려고 하는 거죠. 그래서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다른 말로 은혜라고 그러죠. 가끔 이런 분이 있어요. 믿는다는 고백 누가 했죠? 내가 했죠. 그리고 교회를 누구 발로 다녔죠? 내 발로 다녔죠. 교회 일 있으면 열심히 봉사하고 힘들여 가면서 예배 드렸어요. 누가 했죠? 내가 다 했습니다. 내가 다 했는데,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었는데도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뭔가 좀 이상하지 않느냐? 하고 말하는 사람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겁니다.

똑 같은 오해인데 이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살펴보면 내가 이래서 무슨 구원을 얻겠느냐? 나한테 구원을 얻을만한 믿음이 뭐 있겠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말을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러고도 믿는 사람이겠느냐?’ 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양쪽 다 오해입니다. 내가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예배 출석 잘하고 노력 많이 했으니까 이만큼 믿었으면 충분히 구원을 얻지 않겠느냐? 큰 오해입니다. 믿음을 오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본문을 통해서 믿음이 무엇인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 본문이 믿음의 전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믿음의 중요한 성격 하나를 이 본문이 잘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 셋을 데리고 변화 산에 있을 동안에 산 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어떤 아버지가 병 들린 아이를 데리고 와서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좀 고쳐 달라고 한 겁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못 고쳤습니다. 예수님께서 내려와 보니까 쩔쩔매고 난리가 난 거예요. “야, 너희 선생님은 잘 한다 하고 너희도 전에는 했다 하더니 왜 이러냐?” 예수님께서 보니까 답답해요. ‘이 믿음 없는 인간들아!’ 하고 책망하십니다. 제자들도 답답해요. 전에는 전도하러 나가서 기도하니까 귀신도 쫓겨 가고 병도 고쳤는데 지금은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더 답답한 사람이 누구겠어요? 가장 답답한 사람은 귀신들린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얼마나 답답하였을까요?

어릴 때부터 귀신이 아이를 죽이겠다고 불에도 집어넣고 물에도 집어넣었어요. 툭하면 불에 데고 어떤 날은 물에 빠져 죽는다고 난리가 났어요. 이런 아이를 보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아니, 아이가 정상으로 자라나도 부모는 힘듭니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다 큰 부모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아이 키우는 부모는 하루에 12번도 더 거짓말을 한다 그러죠?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아이에게 조그마한 변화만 생겨도 좋아서 어디 가서 자랑하고 싶어 못 견뎌요. 얘기하고 돌아와 보면 또 딴짓 하고 있어요. 아이들 변화가 그렇게 심합니다.

아이들의 조그만 행동 하나하나에 엄마는 얼마나 웃고 우는지 모릅니다. 다른 집 아이는 이빨이 2개나 났는데 왜 우리 아이는 안 날까? 옆집 아이는 벌써 말을 하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왜 말을 못할까? 이때부터 걱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가만히 놔두면 될 일입니다. 한편 다른 아이보다 조금 뭔가를 일찍 시작하면 천재가 난 줄 알아요. 같이 태어난 아이들이 전부 기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한 발짝 뗐어요. “야, 얘는 운동 시켜야 된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닐 때가 더 많아요. 아이들 조금 잘 하는 것, 조금 못하는 것, 조금 이상한 것에 어른들이 얼마나 놀아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진짜 문제가 있다면 얼마나 힘들고 아플지 모릅니다.

예전에 섬기고 있던 교회에 진짜 신실하고 좋은 부부가 오셨는데 아이가 한 쪽 눈에 안구 암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 때문에 온 교회가 울었습니다. 한쪽 눈이라도 살려보려고 온 교회가 돌아다니면서 “아이 살립시다!” 해서 일일찻집 티켓 많이 팔았어요. 우리 집사람 잘 다니더라고요. 고층 빌딩 양쪽으로 다 훑어가면서 표를 많이 팔았어요. 온 교회가 울며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겨우 눈 하나(?) 때문에도 그러한데 아이가 죽으려고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에 예수님을 만나면 고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왔더니 예수님은 자리에 없고 제자들만 모여 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제자들도 귀신 쫓아내고 병 다 고쳤대요. 그래서 우리 아들 고쳐 달라고 제자들에게 요청한 거죠.

그런데 제자들이 해 봤는데 안 되더라는 겁니다. 이 아버지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어요? 그리고 제자들도 얼마나 난감했겠습니까? 여러분들은 편안할지 모르지만 저는 이 제자들이 얼마나 난감했을지 좀 실감이 납니다. 목사가 돼서 아프다고 그러는데 뜨겁게 기도했더니 나았다면 얼마나 권위가 서겠습니까? 그런데 기도 열심히 했는데도 낫지 않으면? 낫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 안 낫는 경우가 많아요. 안 나으면 어떻게 해요? 목사 기도는 하나님이 좀 특별히 들어 주셔서 안 낫던 병도 팍 나아야지... 이런 생각이 왜 안 들겠습니까? 제자들이 시도했는데도 안 되는 겁니다. 그 때 산에 가셨던 예수님께서 내려오신 겁니다.

이 아버지가 예수님을 붙들고 늘어집니다. 한 방에 덜컥 고쳐주시면 참 좋은데 질문이 많아요. 21절에, ‘언제부터 이렇게 됐느냐?’ 또 질문을 합니다. 이 아버지는 부지런히 답변을 합니다. “할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주시옵소서!” 이랬더니 예수님께서 “할 수 있거든 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이러시는 거예요. 이 아버지 입장에서는 질문하시지 말고 단번에 고쳐주시면 속이 시원할 텐데 왜 이러시나? 좀 답답할 것 같습니다.

아픈 사람 데리고 병원 응급실에 한 번 가 보셨나요? 숨이 곧 넘어 갈 것 같아 답답한데 의사가 알아서 조치를 해주면 얼마나 고마운 의사이겠습니까? 언제부터 이랬어요? 왜 그랬어요? 가서 등록하고 오세요. 어디 가서 뭐 해 오세요. 이럽니다. 숨 넘어가는 사람을 병원에 데리고 가면 답답해서 미쳐요. 아니, 숨이 넘어가서 말도 못하는 사람한테 “언제부터 이랬어요?”부터 시작해서 피 검사 새로 하고 엑스레이 찍고... 옆에 앉아 있으면 얼마나 힘 드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다 해야 되잖아요?

한 두 번 당하고 나니까 도저히 안 되겠어요. 그래서 집사람한테 말했습니다. 담당의사 선생님한테 처방전 하나 써 달라고 해라. 처방전인지 소견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환자가 응급실 오면 질문 하지 말고 검사하지 말고 이렇게 처방하시오.” 라고 한 장 써 달라고 해라. 받아왔어요. 그것 비닐 코팅해서 핸드백 늘 넣어 다녔어요. 혹시 급하게 병원 응급실 가게 되면 의사에게 말 안 해요. 핸드백 열어서 둘둘 말린 비닐 줘 버려요. 의사가 그걸 읽어보고는 자기가 전화를 하더라고요. 그 처방전 써준 담당의사에게 자기가 전화해서 해결하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고마웠습니다. 한동안 잘 써 먹었어요.

그 뒤로는 1년에 한 두 번 병원가게 되면 생고생 안 하고 알아서 척척 해결 해주더라고요. 비닐 코팅 된 것을 십 수 년 보관하고 있었는데 제가 신학교 가고부터는 쓸 일이 없었어요. 오랜 후에 언젠가 또 한 번 병원에 비슷한 일로 응급실 가게 되어 의사에게 그것을 내 밀었더니 의사가, “이게 수십 년 전 것인데 지금 이걸 내 놓으면 어떡합니까? 마 이것 치우고 그냥 합시다.” 하고 넘어 가더라고요. 지금은 아마 없어졌을 거예요. 응급실 의사가 빨리 해주면 좋은데 이것 묻고 저것 묻고 얼마나 답답한지요.

그런 마음으로 여기를 들여다보면 이 아버지가 한 마디 하고 싶을 거예요, “예수님, 그러지 말고 할 수 있거든 그냥 해 주세요.” 이러고 싶은데 예수님께서 하시는 말씀 중에 이 분이 귀가 번쩍 뜨이는 말씀이 있는 거예요. 23절,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고칠 수 있다는 말이에요? 못 고친다는 말이에요? 고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조건이 딱 하나예요. 믿으면 된대요! 이 말을 듣자마자 이 아버지의 대답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24절이죠,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이렇게 답한 거예요.

이 아버지에게 믿음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생각 많이 하셔야 돼요. 답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비유를 들어 봅시다. 아이가 다 죽어 가는데 들쳐 업고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가 하는 말이 “1억만 있으면 수술해서 고칠 수 있겠는데요?” 라는 겁니다. 아버지가 뭐라고 말해야 되나요? 거기 앉아서 1억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집 팔고 뭐 팔고... 이런 계산하고 있으면 아버지 아니에요. 집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돈은 걱정 하지 말고 이 아이부터 고쳐 주세요!” 이래야 정답이죠? 거기 앉아서 돈 마련할 계산 하고 있으면 이상한 아버지예요.

예수님께서 믿음만 있으면 고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됩니까? 무조건 있다고 해야죠. 거기에 다른 대답이 있을 수 없어요. 무조건 믿습니다 해야 됩니다. 그러고 나서, 이 아버지가 굉장히 양심적인 분인가 봐요, 자신이 믿은 건 아니거든요. 그러니 믿음 없음을 도와 달라고 하는 겁니다. 다른 말로 ‘예수님, 정말 믿고 싶어요’ 그러나 이것도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도와 달라는 거예요. 이 아이의 아버지가 “믿나이다.” 라고 하는 것은 수술하려고 하는 의사에게 “돈 걱정 하지 마세요.” 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말을 듣고 아이를 고쳐 줍니다. ‘믿고 싶어요! 그런데 잘 안 돼요. 믿도록 해 주세요’ 이러는 것을 보면 믿음이 없는 것 같은데 병을 고쳐 준 것을 보면 믿음이 있는 것이 되잖아요? 믿음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줍니다. 한 번 기도하면 산이 날아가고 한 번 기도하면 병이 팍 낫는 것만 믿음이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 아버지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예수님께 매어 달리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있는 것으로 보시고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믿음은 우리 속에 있는, 하나님께서 우리 속에 들어오셔서 발하는 놀라운 능력, 이걸 믿음이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고 우리 속에 “하나님, 내 힘으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붙들어 주시고 하나님께서 내게 능력을 주셔야만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매어 달리는 것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믿음이 내 것이 아니라 은혜라는 겁니다.

“내가 내 입으로 믿는다고 고백하고 내가 내 발로 다녔잖아요?” 아니에요. 그런 사람은 이미 자기 속에 자기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니 예수님께서 그렇게 칭찬 하시지 않을 겁니다. “하나님, 제 힘으로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힘 주셔야 되고 하나님께서 날 붙들어 주시지 않으면 나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매어 달리는 것, 이것이 믿음이고 믿음의 출발점입니다.

아브라함이 소돔 고모라가 적에게 잡혀 갈 때에 야간에 기습작전을 펴서 구해온 후에 몹시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세계의 강대국들이 모여 소돔 고모라의 백성들을 잡아 갔는데 아브라함이 작은 군사로 밤중에 기습해서 다 찾아옵니다. 힘도 좋고 싸움도 잘하는 덩치 큰 녀석이 뒤돌아 있을 때 뒤에서 한 방 ‘딱’ 찍고 도망쳤어요. 그것은 잘 했는데 그 다음 어떻게 돼요? 그 녀석이 정신 차리고 난 뒤 “어느 놈이야?” 하는 순간 ‘나는 죽었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두려워 떨고 있던 그 때에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아브라함아, 내가 너의 방패고 내가 너의 상급이니라.” 하십니다. 너무 염려 하지 말라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약속을 하셔요, “내가 반드시 너 몸에서 날 자손을 통해서 이 땅에 하늘의 별과 같고 땅의 모래와 같은 많은 후손을 주겠다.” 그렇게 약속을 하니까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었다고 그래요. ‘아브라함이 믿으니 이를 의롭게 여기셨다.’고 말합니다. 아브라함의 이 믿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네 몸에서 날 자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는 데도 아브라함이 그 후에 첩을 들여서 이스마엘을 낳은 겁니다. 하나님을 믿은 거예요? 안 믿은 거예요?

하나님께서 분명히 내 몸에서 후손을 주시겠다고 하셨으면 언제까지라도 기다려야 하지 않나요? 믿음이 좋다고 하는 아브라함이 못 기다렸습니다. 물론 사라가 권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하나님이 그 아이는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세월이 또 지났습니다. 아브라함이 99세 사라가 89세, 이 영감 할머니한테 하나님께서 “내년 이맘 때에 아들을 낳으리라.” 고 하셨더니 웃어요!

이 때 웃어도 됩니까? 나이 많은 아버지 혹은 선생님이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말 같은 이야기를 하셔야지...’ 하고 씩 웃으면 큰일 납니다. 누가 웃었습니까? 사라만 뭐라고 그러지 마세요. 아브라함도 웃었어요. 두 사람 모두 웃었어요. 물론 “사라야, 왜 웃느냐?” 했더니 사라가 뜨끔해서 “아니, 안 웃었어요.” “아니다. 정녕 웃었느니라. 그래서 내년에 아들을 낳거든 이름을 웃음이라고 하여라.” 이렇게 된 거예요.

왜 아이 이름을 웃음이라고 붙였을까요? 너 또 웃을래? 이 말입니다. 사라가 낳은 아들 이름이 히브리말로는 ‘이삭’인데 우리말은 ‘웃음’ 입니다. 이 아이가 자라서 열심히 잘 뛰어 놀고 있습니다. 엄마가 부릅니다. “이삭아!” 우리말로 하면 “웃음아!” 이렇게 되거든요. 부를 때 마다 생각나는 것이 “왜 웃음이지?” 입니다. 그럼 어떻게 되죠? 다시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웃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면 웃었다는 자체가 어떻게 되는 거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왜 웃어요? 안 믿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이 믿으니 그를 의롭게 여기셨다고 한 그 사건 이후에 우리가 보기에는 진정으로 믿었다고 할 수 없는 사건들이 몇 건 나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의롭다고 하셨단 말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믿음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모든 것을 맡겨 버리고 나는 걱정도 안 하고 고민도 안 하고 웃지도 않는 것, 이것을 믿음이라고 해요? 최소한도로 아브라함은 그런 믿음을 갖고 있지 않았음에도 믿었다고 그래요.

하나님 믿으면 그 날 이후로 아무런 고민 없나요? 지난 1주일 동안 무슨 일로 무슨 고민을 했는지 더듬어 보세요.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겠냐? 안 해!’ 그럼 고민이 안 되나요? 믿음이라는 것이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함으로 아무런 고민도 없는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니란 뜻입니다. 제가 어릴 때 듣고 기가 많이 죽었던 믿음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정확한 출처는 잘 모르겠지만 옛날 거창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던 전영창 선생님 훈화 집에도 이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 양쪽에 밧줄을 걸어놓고 한 사람이 그 밧줄을 타고 건너옵니다. 내려와서 묻습니다. “제가 이 밧줄을 타고 건너올 수 있다고 믿습니까?” 사람들이 “믿습니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제 어깨에 한 분 올라타세요.” 했습니다. “나하고 같이 갑시다” 했더니 아무도 안 가더랍니다. 아무도 올라타지 않더랍니다. “믿음이란 이 사람의 어깨에 올라타고 그것을 건너가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어릴 때 듣고 기가 많이 죽었습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웁니다. 이것은 상대가 안 되는 싸움입니다. 열대여섯 되는 소년이 거구 골리앗과 싸우려고 물맷돌 돌리면서 나갔단 말입니다. 대단한 믿음입니다. 한 번 그렇게 해 보시겠습니까? 제가 어릴 때 성경 읽으면서 많이 기죽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성경 가르칠 때에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던 이야기는 잘 안 합니다. 왜요? 나도 안 되던데... 틀림없이 제가 가르치던 아이들이 “아, 나도 그런 믿음을 소유해야 되겠다.” 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가 죽을 가능성이 더 많아 보였어요. 내가 가르치지 않아도 이 이야기는 가르쳐 줄 사람 많을 거야. 그래서 이 이야기를 잘 안 해요.

세월이 흘러 믿음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깨닫고 난 뒤에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어요. 나아가라 폭포 이야기나 다윗이 골리앗과 싸운 이야기는 믿음의 최고봉 이야기예요. 믿음도 단계가 있는데 제일 높은 단계에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나 함부로 흉내 낼 수 있는 그런 믿음은 아니에요. ‘참 수준 높은 믿음이구나!’ 그렇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그러나 쉽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참 감사한 것은 꼭대기에 있는 믿음만 믿음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더라는 겁니다. 그 믿음도 훌륭한 것이지만 이 바닥에 있는 이상한 이것들도 다 믿음이라고 하더라는 거예요.

여러분, 아차산 가 보셨나요? 자주 가시나요? 제가 아는 어느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꼭 가시나 봐요. 아차산 간다는 말이 아차산 꼭대기를 올라간다는 뜻입니까? 꼭대기만 아차산입니까? 제가 아는 그 분은 꼭대기 안 가요. 빙 둘러서 계곡 한 쪽에서 놀다가 오면서도 아차산 갔다 왔다고 그럽니다. 꼭대기만 아차산 아닙니다. 조금 올라가다가 앉아서 “아이고, 다리야!” 하면서 쉬다가 물 한잔 먹고 내려와도, 어디 갔다 왔어요? 아차산 갔다 온 거죠. 꼭대기만 아차산 아닙니다. 그 근처 발만 들여놔도 아차산 갔다 온 겁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가든지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친 것은 꼭대기까지 갔다 온 겁니다. 반면에 조금 전에 말씀드린 아브라함 있죠? 하나님께서 분명히 자기 몸에서 날 자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도 엉뚱한 짓을 저질렀던 이 아브라함의 믿음은 비유컨데 아차산 한 쪽 계곡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 아버지, 아이를 고치기 위해서 자기가 생각해도 믿음은 없는데 “믿습니다!” 하고 매달린 것도 아차산 계곡 정도는 돼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것을 다 믿음으로 보셨고 그 병을 고쳐 주셨고 그런 믿음을 보고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이라고 불러 주셨습니다.

이런 믿음이 점점 자라서 나중에는 아들을 바치라 해도 기꺼이 순종할 수 있는 믿음으로 자라난 겁니다. 그 믿음을 아차산 꼭대기라 합시다. 그것만 믿음이 아니에요. 실수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면서 그럼에도 “나에게 하나님께서 그렇게 약속을 하셨으니 믿겠습니다.” 하는 것도 믿음이라고 합니다. 처음에 질문 드렸던 ‘이 아버지에게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 라는 것은 절대로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이런 질문은 절대로 하지 마세요. 여러분 자신을 향해서 내 속에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 묻지 마세요. 그 질문은 아무리 해도 답이 잘 안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혹시 이 중에 ‘내 속에 믿음이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자신 있게 ‘나는 이만한 믿음이면 됐다.’ 라는 분은 드물 뿐 아니라 자칫하면 실족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은 절대 좋은 질문이 아닙니다.

질문을 조금 고쳐서 ‘믿음에 대한 소원, 믿음에 대한 갈망이 있느냐? 없느냐?’ 차라리 그렇게 물으세요. 자신을 보면 도저히 믿는 자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믿음을 간직하고 싶고, 믿고 살아가고 싶은 욕심, 소망 이런 것이 있는지 물어 보세요. 만약 있다면? 믿음이 있는 것으로 하나님께서 인정하십니다. 이 아버지가 귀신들린 자식의 병을 고쳐 보겠다고 사방팔방 뛰어 다녔어요.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나면 고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예수님께 가보자!’ 이것만으로도 예수님은 이 아버지에게 믿음이 있다는 겁니다. 예수님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것, 이것을 믿음이 있다고 인정해 주신 겁니다.

이렇게 믿음 같지도 않은 믿음이 우리 속에 자리 잡게 되면 이걸 통해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그 믿음이 우리 안에서 점점 자라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아버지의 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믿어야만 살 수 있는데, 그런데 아무리 해도 안 믿어지는데, 어떻해요?’ 하나님께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자체를 하나님께서는 믿음이 있다고 하시니 감사할 수밖에 없죠. 이런 사람은 필연코 기도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말 믿고 싶어요. 그런데 잘 안 믿어져요. 어떻게 할까요? 예수님께서 기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본문의 맨 마지막 29절을 보시면,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이런 종류가 나갈 수 없느니라’고 말씀하시죠. 기도하라는 겁니다. 믿음으로 다 된다고 하셔 놓고 여기서는 왜 또 기도하라고 하십니까? 굳이 따지면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해야 된다는 점에서 믿음과 기도는 같은 것입니다. 믿었으니, 믿는다면, 잘 안 믿어진다면 기도하라는 겁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께서 나를 도와주셔야 하고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셔야 한다는 소원의 표현이니 기도하는 것을 믿는 것으로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시는 겁니다. 이것이 믿음의 출발점입니다.

다만 조심하고 신경 써야 할 것은 믿으면 그걸로 다 됐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이 늘 문제를 일으켜요. 믿음을 가졌다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중생’이라고 하죠. ‘다시 태어났다’는 뜻입니다. 태어났으면 끝인가요? 태어났으면 자라야죠. 아이가 태어났는데 자라지 않으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아이 키우는 재미가 뭐겠어요?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것입니다. 백영호 목사님과 차를 같이 타고 다닌 적이 있었는데 말도 잘 안 되는 아들하고 통화를 하더니 어느 날 좋아서 고함을 질렀는데 “우리 수찬이 주어 동사 연결됐다!” 이러는 거예요. 세상에 그렇게 좋아하던데요?

아버지 입장에서는 아이가 조금씩 변해 가는 것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셔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게 했으면 이것만으로도 하나님께서 참 기뻐하셔요. 그러나 태어난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은 문제가 참 심각한 겁니다. 왜 우리가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예배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또 열심히 전도하고 왜 그럽니까? 그것이 구원받기 위한 전제가 아니에요. 이미 구원받고 거듭난 자로서 자라가는 과정입니다. 우리 속에 있는 초보와 같은 믿음 “하나님, 제가 하나님을 믿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이런 상태에서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자라나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 바랍니다. 그 조금씩 조금씩이 쌓여서 나중에 아들을 내 놓으라 해도 기꺼이 내 놓을 수 있는 그런 믿음의 장성한 분량으로 자라가게 되는 것이죠.

내가 믿는지? 안 믿는지? 라는 생각이 혹 드시면 그런 마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리는 것조차 하나님께서 너무너무 귀하게 여기시면서 우리에게 큰 믿음이 있는 걸로 여겨 주십니다. 그게 ‘은혜’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 오랫동안 교회를 다니면서 다져온 믿음이 은혜라는 겁니다. 그렇게 교회를 섬길 수 있는 열심 주시고 그렇게 봉사할 수 있도록 기회 주신 하나님께 오히려 감사하면서 사는 것, 이것이 성숙한 믿음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섬길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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