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보가 바울에게 도전장을?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하리라 네가 하나님은 한 분이신 줄을 믿느냐 잘하는도다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 아아 허탄한 사람아 행함이 없는 믿음이 헛것인 줄을 알고자 하느냐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바칠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 이에 성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이루어졌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 이로 보건대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은 아니니라 또 이와 같이 기생 라합이 사자들을 접대하여 다른 길로 나가게 할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야고보서 2:14~26]

바울이 평생 외친 복음은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야고보 사도가 ‘믿음으로만 아니니라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합니다. 이건 도전 아닐까요? 두 분이 심하게 싸우지는 않았을까요? 싸우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생각입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전혀 다른 내용이 성경에 동시에 기록되었을까?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우리 생각입니다. 두 분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야고보서를 쓴 야고보는 예수님의 친동생인데 예수님의 사도가 된 바울과 비교해 보면 비슷한 점이 많아요. 야고보는 예수님 생전에 예수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형님을 이상하게 생각했죠. 그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적이 있어요. 무슨 생각하고 찾아 왔겠어요? 가족을 잘 돌보고 있던 형님이 어느 날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나가버린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너희 형님 약간 돌지 않았느냐고?”고 해서 형님을 붙들러 찾아간 적이 있어요. 바울은 아예 예수 믿는 사람들을 사이비라고 생각하고 엄청난 박해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훗날 이 두 사람이 개종하고 복음을 위한, 귀한 사도가 됐어요. 격이 아예 다르면 라이벌 의식이 안 생겨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있단 말예요. 그러면 라이벌 의식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야고보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리죠. 야고보는 믿기 이전에 아주 엄격하고 열심인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유대인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스데반으로 인해 박해를 받고 성도들이 다 흩어질 때에 예루살렘에 남아서 교회를 추스를 수가 있었고 그 바람에 초대교회의 중요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순절에 이후 베드로가 교회의 주축이 되었는데 어느 날 베드로가 아닌 야고보가 등장하게 되는 겁니다. 반면에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와 크게 관계가 없었습니다. 안디옥 교회에서 출발해서 이방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복음을 열심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긴 것이 유대인들이 따라 다니면서 이방인 신자도 유대인의 율법을 다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바울은 오직 믿음으로, 율법을 지킴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고 열심히 가르쳤는데 유대인들이 따라 다니면서 그것만 가지고 안 된다,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이렇게 해서 교회 안에 엄청난 분란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요즈음 말로 하면 총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을 하게 됐고 총회가 열렸습니다. 그 때 총회장이 야고보예요. 바울은 요즈음 식으로 하면 해외에 파견된 선교사고 야고보는 본국의 총회장이에요. 만약에 야고보가 바울에게 어떤 라이벌 의식이 있었거나 자기 생각과 다른 것을 전하고 다녔다고 생각을 했다면 이때쯤 바울을 불러서 혼을 내지 않았을까요? 바울이 처음부터 상당한 지위에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이 총회가 열렸을 때에 서열을 매겨 본다면 바울은 저 밑이에요. “성경에 서열이 어디 있나?” 그러지 마세요. 우리끼리 매겨보면 그렇다는 거예요. 바울이 안디옥 교회로 돌아갈 때 실라를 따라 보냅니다. 임석관으로 따라 보내는 거예요. 지금 바울이 예루살렘 교회에서 내린 결정을 안디옥 교회에 전하는데 실라가 따라가서 바울의 말이 맞다고 보증해 주었습니다. 그 일을 위해서 예루살렘 교회가 파송한 사람이 실라였는데 나중에 바울의 보조자로서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에서 총회가 열렸을 때 바울의 위치는 저 아래, 실라보다 더 아래예요. 이럴 때 총회장으로 있던 야고보가 라이벌 의식이 있었다면 바울을 혼 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 총회에서 야고보가 바울의 가르침이 옳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바울의 대적자들을 야고보가 잘라 버렸습니다. 다시 말하면 바울이 마음껏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준 예루살렘 총회 의장이 야고보였으니 야고보와 바울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거나 싸움이 있었다는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겁니다. 그런 야고보가 어떻게 바울이 쓴 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글을 썼겠느냐 말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싸움이 났을 것 같은데요? 그러면 그것은 우리의 이해력이 부족했거나 우리가 야고보서나 로마서 둘 중에 하나를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야고보서를 찬찬히 다시 보시는 것이 더 정확할 겁니다.

가끔은 같은 단어가 전혀 반대 의미를 띄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온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이상한 현상이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든다면 “야, 그 친구 영 못 쓰겠더라.” 이런 말을 하는 경우에 친구가 아닌데도 친구라고 그냥 쓰고 있는 거예요. 야고보서에 나오는 믿음이란 단어도 그렇게 쓰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전혀 아닌 것인데도 믿음이란 단어를 써서 표현하고 있는 거죠. 이럴 때 야고보는 ‘죽은 믿음이라’는 말을 씁니다. 죽은 믿음은, 믿음이란 단어를 써서 그렇지 믿음이 아닙니다. 말이 이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행함이 없는 믿음과 행함이 함께 하는 믿음의 경우가 어떠한 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행함이 없는 믿음이 무얼 의미하는지 살펴봅시다. 양식이 없어서 배고픈 형제에게 ‘밥 먹으면 되지?’ 하면서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면 그런 말은 하나마나,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합니다. 이것처럼 믿는다는 사람이 믿는 사람다운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 아니냐? 이것이 야고보의 이야기예요. 야고보는 이런 믿음을 죽은 것이라고 합니다. 죽은 것이라고 하는 말은 믿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상처받는 그리스도인이 제법 있는 것 같아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내 믿음은? 이것이 죽은 것인지 제대로 된 것인지 살펴보면서 행위를 보게 되는 거죠.

행위를 살펴보면 우리 중에 자신 있게 말할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글쎄요, 죽기 전까지 이만하면 믿는 자답게 살았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사람이 있기를 바랍니다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에 자신의 행위를 살펴보게 되고 거의 대부분 자신이 없죠. 약간의 오해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야고보가 말하는 행함이 도대체 뭔가를 본문에서 살펴보아야 되는데 야고보의 말은 안 듣고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거예요. 믿는 자다운 행위가 뭘까? 우리 개인적으로 생각할게 아니고 야고보서에서 무엇을 가리켜 행위라고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믿는 자가 행하는 어떤 초능력적인 것을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새벽기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면 새벽에 시계가 안 울려도 딱 일어나야 믿음 아니겠어요? 그래서 눈 떠보니 시계가 안 울었어. “어제 저녁에 맞추어 놓았는데 이게 왜 안 울어?” 보니까 눌려져 있어요. 누가 눌렀어? 누가 눌렀게요? 자기가 눌렀지. 그러면 믿음 없는 것 아녜요? 믿는 사람으로서 새벽기도 가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딱 일어나야 안 되겠어요? 아니면 교회 일을 많이 해도 피곤하지도 않고 병도 안 생겨야 하지 않겠어요? 이런 생각이 사실은 오해입니다.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 했는데 아무리 기도해도 낫지 않으면 믿음이 없는 건가?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많은데 이게 자기 생각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야고보가 무얼 행위라고 말하고 있는지를 잘 봐야 됩니다.

본문의 앞 뒤쪽을 보면 하지마라는 것과 하라는 것이 많이 있어요. 그것이 야고보가 말하는 행함이 따르는 믿음의 행함입니다. 앞쪽을 보시면 차별하지 말라고 해요. 교회에서 돈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차별 대우 하지 마라고 하죠. 뒤로 가보면 말조심 하라는 표현이 있어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형제에게 상처 입힐 수 있으니 말을 조심해라. 다투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서로 비방하지 말라, 허탄한 생각을 버리라... 이런 것들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잘 보시면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이런 것조차 하지 않으면서 믿는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죽은 믿음이요 제대로 된 믿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말로만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거나 성경말씀대로 살아볼 마음조차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리 경우와는 조금 다르죠? 성경말씀대로 살아 보려고 부단히 애를 써요. 그러나 능력이 부족하거나 힘이 없어서 몸이 약해서 뜻대로 잘 안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죠. 야고보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경우가 아닙니다. 야고보의 행함이란 우리가 마음만 먹고 정신 차리면 할 수 있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걸 아예 못한다는 것은 해 보려고 하는 마음조차 없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마음조차 없는 사람을 어떻게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그렇게 말하는 거죠. 야고보가 말하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다시 말하면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가 전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19절 봅시다, ‘네가 하나님은 한 분이신 줄을 믿느냐 잘 하는도다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 귀신들이 하나님을 알고 떠는 것과 같은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분 중에 있다고 책망합니다. 귀신이 하나님을 알아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알긴 아는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거나 하나님과 교제를 나누려고 하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죽은 믿음이라는 거죠. 믿음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알고 믿는 정도를 넘어서서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는 것 때문에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과 친하세요? 친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시니까요. 옛날 우리 어른들은 자식들과 친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죠. 조그만 일이 있어도 고함만 지르고 야단만 치는 아버지는 자식들이 하나님을 아는데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여하튼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시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친해지시기를 바라신다는 뜻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브라함이죠.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벗이라고 말씀하셨어요. 믿음이라는 것은 이렇게 하나님과 친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을 좋아하고 그 분 뜻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 이런 것이 있어야 믿음이 있는 겁니다. 그런 관계가 전혀 없이 하나님을 아는 것은 불행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나님이 두려울 뿐이죠. 야고보가 어떤 사람을 염두에 두고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했는지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럼 두 번째로 행함이 함께 하는 믿음은 어떤 것이냐? 이것도 오해될 소지가 충분히 있으니까 야고보가 설명하는대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21절~22절 보세요,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바칠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고 그러는데 행함이 따르는 믿음이 온전한 믿음이라고 주장하는 겁니다. 창세기 22장에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을 받아서 아들 이삭을 정말 죽이려고 했어요. 하나님께서 바치라고 하시니까 결박해서 칼을 들었는데 하나님께서 말리셨죠.

그 일이 있은 후에 하나님께서 ‘네가 이렇게 행하였으므로 내가 너에게 큰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셔요. 후손이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이 많아질 것이라고 약속을 하십니다. 그런데 이 약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아브라함이 조금 똑똑했더라면 하나님께 한 마디 정도는 했을 겁니다. “그것은 전에 주겠다고 약속을 하신 거잖아요?” 이번 일로 칭찬을 하신다면 다른 것을 주셔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아브라함이 왜 아무 말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조금 덜 똑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후손과 땅을 주신다는 것은 분명히 몇 십년 전에 약속하신 거예요. 그러니 아브라함은 자기 아들을 희생시킬 만큼 순종하고 받은 상이 제가 보기에는 없어요. 그냥 전에 주겠다고 하신 것 재탕 삼탕 뿐이에요. 뭔가 좀 이상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23절을 또 봅시다, ‘이에 성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이루어졌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 하시죠? 여기에 굉장히 중요한 구절이 23절 중간에 ‘이루어졌고’란 말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이 말씀이 가리키는 것은 창세기 22장, 야고보가 지금 인용한 그 구절에서 나오는 말씀이 아니에요. 이 말씀은 오래 전에 하신 말씀이에요. 적어도 30년 전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후손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을 때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믿으니 의로 여기신지 대략 30년 쯤 지나고 난 다음 이삭을 바치는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그랬더니 야고보가 30여년 전에 하나님께서 의로 여기셨다고 한 그 말이 이제 여기에서 이루어졌지 않느냐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도바울은 이 때,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쳤을 그 때를 말하는 게 아니고 오래 전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봐라 믿음으로 의로워지는 것 아니냐? 그렇게 설명했어요. 동일한 사건을 두고 바울이 인용하고 있는 시기와 야고보가 인용하고 있는 시기가 다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의로 여기셨는데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시겠다고 하신 것을 믿었어요. 그래서 하나님께서 의롭다고 여기셨어요. 그 후에 벌어진 사건이 하갈을 통해서 이스마엘을 낳은 겁니다. 도대체 믿은 거예요? 안 믿은 거예요?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을 믿는다면 자기 방법, 자기 머리 쓰지 말고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믿음이지 어떻게 하갈을 통해서 다른 아들을 낳았느냐 말이죠. 그런데 또 아내를 누이라 하는 사건이 벌어진 거예요. 이게 정말 하나님을 잘 믿은 거예요? 정말 하나님을 믿고 살면 외국에 나가서 혹시 위험한 상황이 생겨도 용감하게 가야 하지 않느냐 말이에요. 또, 아내를 누이라고 했다는 것은 하나님을 제대로 안 믿었던 것 같아요.

이삭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 웃은 사람이 누구죠? 대체로 사라라고 답변하시는데요, 먼저 웃은 사람은 아브라함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웃어요? 제대로 안 믿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이제는 내 앞에서 온전하라”고 말씀하신 때가 99세 때예요. 그러면 그 동안은 뭐예요? 의롭다고 하셨던 그 때부터 아브라함의 행동이 온전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성경은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의롭지 않은 사람을 의롭다 하시고 의롭게 살지 못하는 사람임에도 오래도록 키우셨어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의롭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날부터 아브라함의 믿음이 자라가기 시작했고 행함이 서서히 따라가는데 긴 세월이 걸렸어요. 도중에 도저히 믿는 자 답지 못한 행동이 많이 있었음에도 아브라함의 믿음을 성경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고보식으로 표현하면 아브라함도 처음부터 온전한 믿음을 가졌던 사람은 아니에요. 야고보가 보기에 그게 어디 믿음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성경은 그것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을 처음 의롭다고 할 때의 믿음은 행함이 따른 믿음은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야고보의 말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야고보가 말한 행위가 따르지 않는 믿음이란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마음조차 없는 것을 말합니다. 아브라함이 두렵기도 하고 하나님에 대한 이해도 잘 안 되고 그래서 아브라함이 이런 저런 방법을 쓰긴 썼지만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려고 하는 뜻은 전혀 없는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보기에 행위가 좀 부실해 보이는 그 믿음도 성경은 분명히 믿음으로 의롭게 됐다고 말하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초보적인 믿음이라고 볼 수 있겠죠. 아니, 말로만 믿는다고 하는 그런 믿음인 것 같은데 그런 믿음이 점점 자라서 말년에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훌륭한 행위를 보여주게 자라났다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의 생애가 일평생 믿는 자다운 행위로 가득한 삶은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우리에게 은혜 되는 말씀인지 모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믿음의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믿는다고 하는 그 말 한 마디에 의롭다고 여기시고 아브라함과 동행하시면서 온전한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어 가신 겁니다. 감사한 것은 성경에 나오는 훌륭한 믿음의 사람들이 다 그러했다는 겁니다. 모세가 지면에서 가장 온유한 사람이라고요? 가장 온유한 사람이 사람을 죽여요? 그리고 도망을 쳐요? 처음부터 그러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성경을 유심히 보셔요. 처음부터 그렇게 완벽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가를... 전혀 없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거의 다 허물 많고 이게 무슨 믿음이냐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점점 온전한 믿음으로 만들어져 갔는데 성경은 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말로만 믿는 이런 믿음도 분명히 믿음이라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 죽은 것이니라고 하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을 절대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야고보가 강조하는 것은 온전한 믿음을 강조한 것이고 바울이 강조한 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믿으라고 하는 초보적인 믿음이었습니다.

왜 이 두 사람이 믿음에 대해서 다르게 말할까요? 대상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야고보는 오래 믿은 기존 신자들을 상대로 이 말씀을 기록했습니다. 이미 믿은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할 필요가 없잖아요? 오래 믿었으니까 믿는 자답게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이 얘기를 계속해 온 겁니다. 수십 년 믿었다니 그 믿음에 걸맞은 행위를 보이라는 거예요. 반면에 바울은 안 믿는 사람들을 상대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방법은 믿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까 믿으라고 하는 거예요. 율법을 지켜야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 유대인을 상대로 율법이 아니라 예수를 믿어야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잖아요? 교회 오랫동안 다닌 여러분에게 전하는 말씀과 어제 처음 나온 분에게는 전하는 말씀이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나 기본적인 것은 같아요, 믿어야 구원을 받는 겁니다. 믿지 않고 구원에 이르는 길은 없다는 점에서는 야고보나 바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야고보도 믿음을 강조한 거예요. 어떤 믿음? 말로만 하고 하나님의 뜻에 전혀 순종하지 않는 그런 엉터리 믿음 말고 하나님과 온전한 교제를 이루어가며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 나가는 이 믿음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 말을 하느라고 행함을 강조하게 된 겁니다.

바울이 행함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그 행함은 구원의 전제 조건으로서의 행함입니다. 달리 말하면 내가 이걸 행해야만 구원을 받는다라고 말하는 그런 행함은 없다는 거예요. 반면에 야고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행함은 구원의 전제 조건이 아니에요. 이미 구원받은 사람으로서 열매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미 우리는 구원을 받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됐잖아요? 그러면 이런 사람은 이런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그런 행함입니다. 바울의 행함과 야고보가 말하는 행함은 단어는 같아도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그러니까 이 두 분이 무엇을 말하느냐를 이해한다면 싸울 문제가 전혀 없는 거죠.

두 분의 이런 행함에 대해서 전혀 오해하지 않는, 쉬운 방법이 한 가지 있어요. 앞의 설명 다 잊어버려도 이것만 기억하셔도 오해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예수 믿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함이 ‘믿음’입니다. 나중에 천국 문에서 누가 “너, 뭐 했냐?” 묻거든 딱 한 마디 하세요. “예수 믿었는데요.” 이것이 모든 행함 중에 가장 큰 행함입니다. 누가 믿음이 있느냐고 물으면 내가 그 동안 무얼 했는지 행위를 살피는 경향이 있어요. 틀렸습니다.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를 알려면 내 속에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는 마음이 있느냐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있느냐를 보셔야 합니다. 정말 내가 하나님 사랑하는 것은 틀림없네! 그러면 믿음이 있는 거예요. 행위를 가지고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는 예수를 믿는 거예요. ‘열매 맺지 않은 나무마다 찍혀 지리라’ 하는 구절을 보면서 조금 걱정하는 성도들이 참 많아요. 여러분이 나중에 천국 가셨는데 문에서 혹시 베드로가 물을지도 몰라요. “너, 열매있냐?” 뭐라고 답변하실래요? 거기서 제가 교회를 몇 십 년 다녔고, 예배를 몇 번 참석했고, 헌금을 얼마 했고, 전도를 몇 명 했고... 이러시렵니까?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가장 큰 열매는 믿는 거예요.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 이 말씀을 제일 먼저 한 사람은 세례요한입니다.

요한이 세례를 주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 거예요. 그 중에 바리새인들을 보고 요한이 “이 독사 새끼들아” 그러면서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 이러는 거예요. 아니, 독사새끼들이라고 욕을 해대면서 바리새인들에게 전도해라, 교회 섬겨라, 예배 참석해라 이런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상황에서 열매 맺으라는 것은 회개하고 믿으라는 뜻입니다. 회개하고 믿는 것이 열매예요. 열매와 관련된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시면 거의 대부분 열매는 예수 믿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천국 문에서 무슨 열매를 맺었느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말하세요. “예수 믿은 제가 열매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충성하고 노력한 수 많은 행위들은 그 큰 믿음의 열매에 붙어있는 작은 열매들이예요.

성경에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일이라고 하신 것이 딱 1개 있어요. 교회 청소 열심히 하고 아이들 가르치고 이런 것을 하나님의 일이라고 안 했어요. 요한복음 6장 29절에,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여러분, 일 많이 하셨어요? 일 많이 하셨기를 바랍니다. 제일 큰 일을 꼭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제가 믿었거든요.” 그게 제일 큰 일입니다. 나머지는 믿는 자로서 감사해서 혹은 빚진 자로서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아보려고 애를 쓴 거죠.

예수 믿는 것 힘드시죠? 주일, 새벽부터 나와 이렇게 있는 게 힘들어 죽겠다? 북한에 있는 성도들이 뭐라고 그러겠어요? 그야말로 호강에 받혀서 요강 깨는 소리 하고 있다고 할 겁니다. 여러분, 우리가 고생하고 있는 것 아니에요. 마음껏 하나님을 섬기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들에게 한 번 물어 보세요. 우리가 새벽부터 나와 가지고 얼마나 힘든지 아나? 그러면 그 분들이 뭐라고 할까요? 무엇이 힘든 일이고 무엇이 열매고 무엇이 하나님의 일인지 분명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믿는 겁니다. “무슨 열매가 있느냐?” “예, 제가 예수님을 믿었는데요.” 이것이 제일 귀중한 열매고 행함이라는 것만 잘 기억하셔도 사도 바울의 메시지나 야고보의 메시지를 오해하지는 않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도 바울이 믿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고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하니까 야고보가 반박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야고보가 옆에서 거들어요. “아, 그럼요 맞습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 겁니다. 그렇게 소중한 그 믿음을 잘 가꾸어 가셔야죠.” 이렇게 해서 야고보서의 메시지와 바울의 메시지가 충돌하지 않는 겁니다. 야고보는 야고보대로 바울은 바울대로 교회를 잘 세워 갔습니다. 야고보의 행함이 여러분에게 부담스러운 메시지가 아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그 정도쯤이야 너끈히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받은 믿음이 얼마나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안다면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이 말씀, 부족하지만 순종하면서 살아가겠습니다. 이러면 바울의 메시지대로 살고 야고보의 메시지도 사는 겁니다. 그렇게 믿음 안에서 점점 자라가시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