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불쌍하다고?

서울시민교회 부목사: 홍순관

사울이 왕이 될 때에 사십 세라 그가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이 년에 이스라엘 사람 삼천 명을 택하여 그 중에서 이천 명은 자기와 함께 믹마스와 벧엘 산에 있게 하고 일천 명은 요나단과 함께 베냐민 기브아에 있게 하고 남은 백성은 각기 장막으로 보내니라 요나단이 게바에 있는 블레셋 사람의 수비대를 치매 블레셋 사람이 이를 들은지라 사울이 온 땅에 나팔을 불어 이르되 히브리 사람들은 들으라 하니 온 이스라엘이 사울이 블레셋 사람들의 수비대를 친 것과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함을 듣고 그 백성이 길갈로 모여 사울을 따르니라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모였는데 병거가 삼만이요 마병이 육천 명이요 백성을 해변의 모래같이 많더라. 그들이 올라와 벧아웬 동쪽 믹마스에 진 치매 이스라엘 사람들이 위급함을 보고 절박하여 굴과 수풀과 바위틈과 은밀한 곳과 웅덩이에 숨으며 어떤 히브리 사람들은 요단을 건너 갓과 길르앗 땅으로 가되 사울은 아직 길갈에 있고 그를 따른 모든 백성은 떨더라. 사울은 사무엘이 정한 기한대로 이레 동안을 오지 아니하매 백성이 사울에게서 흩어지는지라 사울이 이르되 번제와 화목제물을 이리로 가져 오라 하여 번제를 드렸더니 번제 드리기를 마치자 사무엘이 온 지라 사울이 나가 맞으며 문안하매 사무엘이 이르되 왕이 행하신 것이 무엇이냐 하니 사울이 이르되 백성은 내게서 흩어지고 당신은 정한 날 안에 오지 아니하고 블레셋 사람은 믹마스에 모였음을 내가 보았으므로 이에 내가 이르기를 블레셋 사람들이 나를 치러 길갈로 내려오겠거늘 내가 여호와께 은혜를 간구하지 못하였다 하고 부득이 하여 번제를 드렸나이다. 하니라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르되 왕이 망령되이 행하였도다. 왕이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왕에게 내리신 명령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 그리하였더라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위에 왕의 나라를 영원히 세우셨을 것이거늘 지금은 왕의 나라가 길지 못할 것이라 여호와께서 왕에게 명령하신 바를 왕이 지키지 아니하였으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마음에 맞는 사람을 구하여 여호와께서 그를 그의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느니라. 하고 사무엘이 일어나 길갈에서 떠나 베냐민 기브아로 올라가니라 사울이 자기와 함께 한 백성의 수를 세어 보니 육백 명 가량이라 [사무엘상 13:1~15]

어떤 아버지가 아들을 경찰서에 고발해서 가두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사람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버지가 자식을 경찰서에 가둘 수 있느냐? 이게 첫 번 반응이죠. 그 다음에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렇게 됐는지 사연을 듣게 됩니다. 감옥에 갇힌 아들보다 아버지가 더 불쌍한 경우가 많아요. 그 때 하는 말이 “오죽 하면 그랬겠냐!” 하는 겁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우리 딸애가 얘기를 해 주었어요. “아빠, 어떤 여자가 있잖아. 몸을 못 쓰는 남편을 설탕물만 먹였대요, 그것도 몇 년간. 사람이 뼈에 가죽만 남은 채로 꼼짝 안 하고 그대로 있대.” 제가 그 말 듣고 “세상에 나쁜 사람이지. 여자가 독하단 말은 듣긴 들었다만 참말 독하다.” 우리 딸래미도 진짜 독하다고 나한테 해준 말이에요. 그런데 얼마 있다가 딸애가 하는 말이 “엄마, 그 여자가 더 불쌍해.” 왜? 이 남편이 성할 때는 결혼한 지 20년인지 30년인지 부인을 두들겨 팼대요. 20~30년을 두들겨 패다가 어느 날 넘어져서 몸을 쓰지 못하는 거예요. 제가 그 말 듣고 “야, 설탕물이라도 먹인 게 다행이다 그지?” 설탕물이라도 먹인 게 착한 사람이죠?

여러분,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그것만 보고 ‘아, 이사람 참 불쌍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가 있나?’ 함부로 이럴 일이 아녜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이유가 굉장히 많아요. 오늘 우리가 읽은 이 본문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성도들이 하나님께 버림받은 사울이 참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 실수에 이럴 수가 있나? 그런 느낌을 받는데 차마 말은 잘 안 하고 그냥 넘어가죠. 그런 느낌으로 넘어가면 결과적으로 하나님만 나쁜 분 만들고 있는 거예요. 사람이 한 번 실수 할 수 있는 것이지 실수 했다고 해서 이렇게 버려 버리고 결국은 사울이 왕의 자리에서 물러나잖아요. 버림받았잖아요. 그러니 사울이 참 불쌍하다 이 말은 뒤집으면 하나님은 참 나쁜 분이라는 거죠.

이런 생각은 성경을 참 잘못 읽은 거예요. 사울이 불쌍한 것은 분명해요. 아니 진짜 불쌍해요. 그런데 그것만 읽을 게 아니고 ‘왜 하나님은 이럴 수밖에 없는가?’를 살펴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읽는 것이 조금 어려운 것 같아요. 어쩌면 가제는 게 편이라고 우리가 하나님 편들기보다는 사울 편들기가 쉽죠. 생각해 볼 여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울이 왕이 된지 2년 만에 상비군 3,000명을 모집했습니다. 그 당시 이스라엘이 블레셋의 압제를 많이 받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엘리 제사장 시절에 이스라엘이 블레셋과 대판으로 붙어요. 그 때 법궤를 뺏겨 버리고 법궤가 세워져 있던 실로가 완전히 황폐화 됩니다. 나중에 그 법궤가 스스로 돌아와요. 그렇지만 이스라엘은 블레셋의 압제 밑에 들어가 있는 상태죠. 나중에 사무엘이 등장해서 블레셋하고 한판 붙어요. 블레셋을 아주 몰아내죠. 돌비석을 크게 세웠는데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그래서 에벤에셀이라는 비석을 세운 적이 있어요.

그리고 상당히 시간이 흘렀는데 오늘 분문을 보면 사울이 3,000명을 뽑아서 블레셋의 수비대를 치는 것입니다. 아마 블레셋의 수비대가 이스라엘 경내 깊숙이 들어와 주둔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울을 왕으로 세운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블레셋 군대를 치기 위함이었다고 9장에서 말해요. 사울이 그 일을 지금 해야 하는 거죠. 단지 이스라엘 경내에 들어와 있는 블레셋의 수비대를 치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잘못되어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버린 거죠. 북한이 남쪽으로 가끔 한 쪽 귀퉁이에다 대고 대포를 쏘아 댑니다. 남한에서 잘 대응을 못할 때가 많았죠. 그것을 노리고 자꾸 집적거리고 있는 거죠. 대응을 잘 못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그게 조그마한 시비가 결국은 전면적으로 번질까 싶어서 몸조심을 하다 보니 북한이 만만하게 봤던 것 같습니다.

사울이 수비대만 치려고 3,000명만 뽑아서 싸움을 시작했는데 블레셋이 엄청난 군대를 동원해서 이스라엘과 싸우려고 쳐들어옵니다. 사병이 해변의 모래와 같았다고 해요. 블레셋 군대가 그렇게 쳐들어오니까 이스라엘 군사는 기가 죽어버린 거예요. 모두 도망가고 숨고 심지어는 요단강을 건너까지 도망가 버린 거예요. 그나마 남은 백성들은 두려워서 떨고 있는 거예요. 사울은 안 떨었을까요? 사울인들 떨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그렇지만 적어도 백성의 지도자가 된 사람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거죠. 이게 우리와 블레셋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블레셋을 치겠다고 말씀하셨으니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시리라고 믿고 어떤 해결책을 강구했어야 되는데 백성들도 떨었고 사울도 떨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고서는 일이 안 된다. 그러니 우선 제사라도 드리자. 제사를 드려 버린 거죠. 우리는 이게 잘못이라는 것을 금방 알지만 사울은 이런 데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당장 하나님께서 도와 주셔야 되는데 우선 제사라도 드려야 안 되나? 가져 와라. 그래서 제사를 드린 거예요. 제사 드리러 오겠다고 했던 사무엘이 제사를 드리자마자 나타난 거예요. 제사 드리자마자 사무엘이 나타났다는 것은 사무엘이 기한 내에 왔다는 뜻입니다. 아직 기한이 남았는데 사울이 급하게 제사를 지냈다는 거죠.

선지자가 아주 심하게 책망을 합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는 말이죠. 사울의 답변의 핵심은 부득이 해서 드렸다는 것입니다. 선지자의 말은 대단히 단호합니다. 왕이 망령된 일을 행한 겁니다. 사울이 보기에는 부득이한 일, 어쩔 수 없는 일인데 사무엘이 보기에는 망령된 짓이었다는 거죠. 사울이 이런 실수를 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에 대해서 잘 몰랐다는 얘기예요. 물론 다급했지만, 아무리 다급해도 해야 될 일, 안 해야 될 일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걸 몰랐다는 거예요.

사울이 기름부음 받기 전에 1박 2일로 교육을 시킨 적이 있어요. 저녁에 사무엘이 사울을 데리고 옥상에 올라가서 길게 이야기 했어요. 무슨 얘기 했겠어요? 하나님이 당신을 세워서 이스라엘 왕으로 삼겠다. 그러니까 당신이 왕이 되면 이런 것은 이렇게 하고 저런 것은 저렇게 하고 이야기를 다 하고 난 다음에 기름 부어 세우고 보낸 거예요. 그 때 이런 이야기를 다 했음에도 사울이 그걸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설교 한 번 했다고 그것을 다 기억합니까? 지나고 나면 다 잊어 먹잖아요. 맞긴 맞아요. 그러나 그게 항상 옳은 것은 아녜요. 진짜 중요한 것은 한 번 들으면 평생 안 잊혀 질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이 교회에 오자마자 요람을 보면서 절망했어요. 1대 담임목사님이 양승달 목사님이셨어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내가 잘못 왔구나! 이 분이 계셨던 교회라면 그 영향력이 남아 있을 터이니 내가 할 일이 뭐가 있겠냐? 이래서 얼마나 놀랬는지 압니까? 전 양승달 목사님 설교를 많이 듣지는 않았어요. 두 세 편 정도요. 그리고 제가 기억하고 있는 글이 한 편 있어요. 글 한 편을 읽고 제가 얼마나 놀랬던지 양목사님께 편지를 냈는데 답장을 해주셨어요. 설교 겨우 몇 편 밖에 안 들었음에도 그 목사님이 무슨 내용을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를 제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좋은 탓일까요? 아뇨! 진짜 중요한 얘기는 잊혀지는 게 아닙니다.

사무엘이 사울을 불러서 왕이 되었을 때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고 말씀하신 것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다급해도 진짜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는 게 아니에요. 설교를 다 기억하겠습니까? 기억 못하는 게 당연하죠. 그러나 그 중에서 마음에 와 닿은 것은 잊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죠. 그것은 안 잊혀지는 것입니다. 왕이 되기 전, 기름을 붓기 전에 사무엘이 특별히 들려준 말씀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사울에게 문제가 많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다급하고 절박해도 하나님 앞에서 무엇을 결정할 시기에는 조금 냉정해져야 합니다. 누구 뜻을 생각해야 하죠? 하나님 뜻을 먼저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죠.

하나님께서 사울을 세우셨을 때 분명히 이스라엘을 블레셋에서 구원하기 위함이라고 미리 말씀 다 하셨어요. 그렇다면 그 말씀을 기억하고 아무리 블레셋 군대가 많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말씀만 믿고 용기를 내야 옳았다는 거죠. 그 말씀을 사울이 잊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숫자가 얼마 안 된다 해도 이길 수밖에 없는 전쟁이라는 것을 믿고 용감하게 갔어야 했는데 믿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실패해 버린 거죠. 그런데 참 묘하게도 그걸 믿은 사람이 있었어요. 그 아들 요나단이에요.

요나단이 부관 하나만 데리고 ‘이기고 지는 것은 사람 수에 달린 것이 아니다.’ 면서 블레셋 군대를 치러 들어간 거죠? 결국 이 전쟁은 이겨요. 누구 때문에요? ‘이 전쟁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전쟁이고 사람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하고 믿고 용감하게 나갔던 요나단을 통해서 승리를 해요. 반면에 믿지 않았던 사울은 첫 번 시험에서 무참하게 실패를 해 버리는 거죠. 하나님은 믿고 용감하게 나서는 자를 통해서 역사하신다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그 말씀을 믿지 아니한 사울은 실패하더라도 하나님을 확실하게 신뢰한 요나단을 통해서 결국 이기게 하시는 거죠.

이렇게 실패해 버린 사울을 사무엘이 책망합니다. “나라가 길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에 맞는 다른 지도자를 세우실 것입니다.” 그랬더니 백성들은 물론이고 자기가 뽑았던 정예병 2,000명이 다 도망가 버리고 600명밖에 안 남았습니다. 믿었던 사무엘은 야단만 치고 돌아가 버렸어요. 사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순간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들 표현을 빌리면 앙꼬 없는 찐빵이죠. 그걸 무슨 맛으로 먹어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이 나에게 없으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마음을 잘 갖고 있어야 합니다.

어쨌든 사울이 이 모양이 된 것은 자기가 자초한 일이죠. 그렇지만 불쌍하죠. 어떻게 본다면 한 번 실수인데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드는 것은 당연한데 사울 입장만 보지 마시고 일이 이렇게 되어진 과정을 좀 넓게 보시면 하나님의 마음이 보여요. 성경을 읽을 때에 사울의 불쌍한 처지에만 관심쓰는 게 아니고 왜 하나님께서 이럴 수밖에 없었느냐는, 좀 넓은 문맥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성경을 바르게 읽는 방법입니다.

얘기를 좀 넓혀 볼게요.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불러 시내산에서 계약을 맺어요.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요 너희는 내 백성이라” 그랬는데 이 백성이 하나님 백성답게 삽니까? 광야 40년 지나는 동안 지독하게 말을 안 들어요. 틈만 나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지도자를 돌로 치려하고, 광야 40년을 그렇게 살았어요. 여호수아 시대에 가나안 땅 들어갈 때는 좀 나아요. 성경 전체를 통해서 유일하게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 잘 듣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기간입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에 들어갔어요. 사사시대가 전개 되죠. 사사시대 내내 이방 족속에게 시달려요. 계속 다른 족속이 쳐 들어와서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아요. 이스라엘이 그렇게 고난을 당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잊었기 때문이죠.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우상을 섬기면 다른 민족이 쳐 들어와요. 죽겠다고 난리를 치면 하나님께서 사사를 보내셔서 구원해 주셔요. 살 만 하면 또 하나님 잊어요. 이걸 계속 반복하는 게 사사시대죠.

그렇게 한 400년쯤 지나고 나니까 이스라엘이 진단을 잘못 내려요. 자기들이 하나님을 잊었기 때문에 이렇게 삶이 피폐하다는 것을 생각 않고 왕이 없어서 그렇다는 겁니다. 우리도 왕을 세워서 전쟁하러 나갈 때 왕이 앞장서서 나가면 될 거다. 그래서 왕을 세워 달라고 조르는 거죠. 하나님께서 친히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고 이스라엘을 승리로 이끌게 하셨던 그 역사를 까마득히 잊은 거예요.

왕을 세워 달라는 백성들의 요구를 하나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셨어요.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 주라. 나를 버린 거다!” 단 그 왕은 이방나라의 왕들과 좀 다르다. 하나님의 백성을 다스리는 왕은 어떠해야 되는지 잘 가르쳐서 왕을 세워 주고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합니다. 백성들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사울이었습니다. 백성들을 이끌고 전쟁에 앞장 설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그 백성들의 요구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사울이었다는 것은 사울을 소개하는 장면을 보면 이해가 돼요.

만약에 여러분이 사윗감을 고른다고 치고 생각해 보세요. 유력한 집안 또는 유지, 아니면 재산이 많은 집안에 얼굴이 잘 났는데 키도 굉장히 컸어요. 다른 사람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컸어요. 효성도 아주 지극했어요. 아버지가 집나간 암나귀 찾으라고 했더니 사흘 동안 먼 지방까지 샅샅이 뒤지면서 양을 찾아 돌아다닌 효성 지극한 아들이었어요. 돌아다니면서 부모님이 걱정을 할 것까지 염려할 정도로 부모님을 생각할 줄 아는 아들이었어요. 종이 선견자에게 찾아가서 물어보자고 했을 때 선견자에게 빈손으로 가지 못할 정도로 예의 바른 사람이었어요. 이 정도면 사윗감으로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괜찮죠! 그럼 왕으로는 어때요? 여러분 사윗감으로 괜찮으면 왕으로도 괜찮은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잘 보세요. 중요한 게 없어요. 뭐가 없죠? 신앙문제는 하나도 얘기 않고 있어요. 신앙이 어떠냐? 하나님에 대한 마음이 어떠냐? 이런 것은 한 마디도 없어요. 그래도 이런 사위 괜찮아요? 진짜 복 있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기에 급이 안 맞아, 나보다 급이 훨씬 못해. 그런데도 참 신앙 좋은 사람이니 결혼해야 되겠다, 혹은 사윗감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이런 사람이 진짜 복 있는 사람이에요. 인간적인 조건은 좀 떨어지지만 신앙은 참 좋잖아. 이런 걸 귀하게 보아야 되는데……. 사울을 소개하는 기준은 전부 외모, 집안 이런 것이었어요. 이게 참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것이 신앙 위에 세워져 있지 않으면 어느 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좋은 것들이 신앙의 바탕 위에 세워져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때로는 이런 총각들이 안 보일 때가 많아요. 그럴 때 무엇을 더 소중하게 여길 것인지를 꼭 좀 생각해 두시기 바랍니다.

사울이 버려지고 난 다음에 하나님께서 다윗을 선택하죠. 다윗의 장점, 다윗이 어떤 인물이라고 그러나요? 유력한 집안, 인물 잘 났고, 이런 것 한 마디도 없어요. 딱 한 마디로 뭐라고 하죠? 다윗을 보고 하나님께서 ‘마음에 합한 자’ 라고만 말해요. 사울의 장점 참 많아요. 그런데 그는 실패 합니다. 다윗을 보고 하나님께서는 딱 한 마디 밖에 안 하셨어요.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 그가 진짜 위대한 왕이 되었습니다.

사울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장점이 굉장히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신앙적으로 본다면 확실히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어요. 사환하고 암나귀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안 되니까 사환이 “이 성읍에 유명한 선지자가 있는데 거기 가서 물어봅시다.” 해요. 종이 아는 선지자를 사울이 몰라요. 그 선지자가 사무엘이에요. 사무엘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꽤 오래 됐어요. 그런데 사울이 사무엘을 몰라요. 서울 시민 교회를 오래 다녔다는데 담임목사를 잘 모르면 어때요? 사울은 이것보다 더 심한 경우입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을 다스릴 때 이스라엘은 블레셋에게 압제를 받아서 나라가 쪼그라 들대로 쪼그라들어서 조그마한 지역에 몰려 있었어요. 그 좁은 지역에서 사무엘이 다스리고 그것도 오래 다스렸는데 사울이 사무엘을 몰랐다는 것은 확실히 신앙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나중에 사울이 성령을 받고 선지자들과 함께 예언을 하고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사울도 선지자 중에 있어?” 하는 겁니다. 이것은 사울이 성령 받고 예언한다는 것은 진짜 웃기는 얘기라는 거죠. 이것하고 비슷해요. 도저히 신학교 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땡땡이가 신학교 갔다는 거예요. “아니, 걔 신학교 갔어?” “사울이 선지자들 가운데 끼어서 예언한다고? 별 희한한 일 다 보겠네?”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사울이 하나님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는 것을 잘 보여줘요.

그런 사울이었기 때문에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을 붓고 난 다음에 이 일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확실히 하실 것이라는 뜻으로 증거를 많이 보여 줘요. 크게 보면 세 가지지만 자세히 보면 그 징조가 열 가지도 넘어요. 기름을 부은 후에 돌아가라 합니다. 가다보면 두 사람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면 그 두 사람이 아버지가 잃어버린 나귀를 찾아서 걱정은 없는데 아들이 안 돌아와서 걱정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줄 겁니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다볼 상수리에서 세 사람을 만나볼 거예요. 벧엘로 예배드리러 가는 세 사람을 만날 것인데 그 세 사람의 예물이 다 달라요. 한 사람은 염소 새끼 셋을 가졌고, 한 사람은 떡 셋을 가졌고, 또 한 사람은 포도주 한 부대를 가졌는데 그 중에서 한 사람이 당신에게 떡 두 덩이를 줄 거예요. 당신은 그 떡 두 덩이를 받고 조금 더 가다보면 선지자들의 무리를 만날 것인데 선지자들이 여러 가지 악기를 가지고 내려오면서 예언할 건데 그 때 당신에게도 하나님의 영이 임하여서 선지자들과 함께 예언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징조가 당신에게 임하거든 하나님께서 당신을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 믿고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세요. 이렇게 하고 보냅니다. 그런데 그 날 그 징조가 다 이루어졌대요.

우리가 하나님께서 나에게 사명을 주셨구나 하고 생각할 때에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 징조 몇 개면 됩니까? 웬만하면 하나면 안 될까요? 여러분 꿈에 하나님 몇 번 보면 하나님 섬기겠어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한 번만 체험해도 내가 평생 하나님을 섬길 거라는 생각을 우리는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 체험이 여러분에게 꼭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체험이 한 번만 있어도 평생 하나님을 섬길 수 있을 겁니다. 그 날 사울에게 임한 징조는 세세하게 따져보면 10가지도 넘어요. 그게 다 이루어졌어요. 당신을 왕으로 세우는 것이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을 확실하게 믿으라는 거예요.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사울이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선지자가 스스로 알아서 이런 징조를 베푸는 것은 사울이 그만큼 하나님을 못 믿었고 하나님을 알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울이 왕이 된지 얼마 후에 암몬족이 쳐들어 옵니다. 암몬족이 쳐들어 올 때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다 불러 모아가지고 사울을 앞장 세워서 깨끗이 물리치도록 도와줘요. ‘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며, 나로 하여금 이렇게 백성들을 동원해서 왕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시는구나! 하나님께서 친히 역사하시는구나!’ 하나님께서 친히 역사하시고 함께 계심을 보여주셨음에도 그렇게 세워진 왕이 2년만에 큰 실수를 한 거예요. 제사는 제사장이 지내는 것이지 아무리 왕이라고 해도 함부로 제사지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텐데 다급해지니까 하나님 도움을 입어야 되겠다고 제사를 드린 겁니다. 이스라엘 왕은 다른 나라의 왕과 달라요. 왕을 세우되 왕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선지자도 세우고 제사장도 세웠습니다. 왕이 제사장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정면 도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사울더러 왕이 되거든 이렇게 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다른 왕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많은 징조까지 보여 주면서 왕노릇 잘 하라고 신신당부 했는데도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첫 시험에 실패하고 선지로부터 큰 책망을 듣게 되는 겁니다.

사울이 한 번 실수 했는데 너무 심하지 않느냐 이러지 마세요. 사울이 실패하지 않도록 보여주신 징조가 얼마며 그에게 신신당부 한 게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랬는데도 사울이 실패해 버렸더라. 사울을 쳐다보는 하나님은 얼마나 답답했겠는가라는 점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는 거죠. 축구 시합하는데, 국가 간 경기라 합시다, 시합에 지고 있는 선수가 답답할까요? 그걸 보고 있는 감독이 답답할까요? 감독들이 왜 껌을 질질 씹고 있어요? 왜 줄줄이 담배를 피우고 있을까요? 피를 말리는 거예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뛰는 선수보다는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감독이 훨씬 더 죽을 맛일 겁니다.

어떤 아버지가 애기 낳으려고 집에 찾아온 딸보고 “내가 낳고 말지 딸래미 고생하는 것 못 보겠다.” 저도 한 마디 했어요. “사모님이 애기 낳을 때는 괜찮았어요?” 사모님 애기 낳을 때는 몰랐대요. 자식 고생하는 것 지켜보는 아버지가 훨씬 힘든 것 맞죠? 고생고생 해서 대학 보내놨는데 탈 없이 공부 잘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이고 아빠, 무슨 학교가 이 모양이고?” 이러면 부모가 불안한 거예요. 간신히 졸업시켜서 취직시켜 놓으면 또 몇 년 고생 한답니다. “아빠, 내가 먹고 살려고 꼭 이 고생을 해야 되나? 때려치우면 안 될까?” 이렇게 하면 힘들어요. 결혼시켜 놓으면 괜찮나요? 더 머리 아플 것 같아요. 갈수록 사고는 더 커질 것 같은데 그걸 지켜보는 부모가 더 마음 아파요.

사울을 왕으로 세워 놓고 하나님께서 사울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 하셨을는지 이해해야 된단 말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잘 못하면 나도 답답죠. 또 누가 답답해요? 그걸 지켜보고 있는 순장, 그 가까이에 있는 교우들, 그 소식을 듣고 있는 목사님은요? 심방갔다 와서 하는 이야기가 늘 그런 이야기잖아요? 누가 신앙생활 잘 하고 있더라 하는 소식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또 누가 요만한 일로 난리가 났어요. 이러면 다 답답한 거예요. 하나님을 시원하게 해 드리면 참 좋을 텐데 잘 하고 있지 못하면 하나님도 참 답답해 하신다는 걸 잊지 마셔야 합니다.

사울 참 불쌍하죠? 그렇죠, 불쌍해요. 그러나 사울이 불쌍하다고 하기 전에 사울 때문에 하나님께서 얼마나 힘들어 하고 계시냐를 읽는 것이 성경을 바르게 읽는 겁니다. 성경 어느 부분을 읽으시든지 그 부분을 통해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마음을 읽으셔야 합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성경 열심히 읽었어도 제대로 읽은 게 아닙니다. 사울을 불쌍하다고 말하기 전에 사울 때문에 힘들어 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읽어야 합니다. 아브라함을 읽고 난 다음에 아브라함은 정말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었다고 말하기 전에 겁 많은 아브라함을 불러서 그 아브라함을 이렇게 위대하게 만든 하나님의 수고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브라함에 대해 읽어도 아브라함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읽어야 성경을 바로 읽는 거예요.

성경에 심판하시는 하나님이 많이 나와요. 심판 소리만 들어도 겁나는 사람이 더러 있나 봐요. 계시록 공부하다가 하나님께서 행위대로 심판하시고 그들을 불 못에 던질 것이라는 구절을 읽고 난 다음에 “걱정되세요?” 했더니 조금 겁난대요. 제가 아주 야단을 많이 쳤어요. 담뱃값 오르면 걱정되세요? 에이, 까짓것 10배쯤 올라버려라.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담뱃값 10배 오르면 걱정되세요? 아무 관계 없잖아요. 심판 걱정되세요? 혹시라도 잘못 걸릴까 싶어서요? 혹 그런 분 계시면 여기서 “하나님, 저 확실히 하나님 믿습니다. 지금부터 깨끗이 그런 걱정 없도록 해 주세요.”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세요. 하나님 믿는 사람에겐 심판이 없어요.

불 못? 아무 관계 없어요. 초대 교회 성도들이 예수 믿는다는 죄로 붙잡혀 가기도 하고 고문을 당하기도 했어요. 그 초대 교회 성도들에게 하나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성도들을 핍박하는 그들을 행위대로 심판하시고 불 못에 던져 넣을 것이다. 은혜예요? 두려움이에요? 그야말로 은혜죠. 지금은 그들이 우리들을 죽이기도 하고 핍박하기도 하고 하지만 하나님께서 반드시 불 못에 던지겠다! 고난 받는 성도들에게는 굉장한 위로의 말씀이에요. 그러라고 준 말씀을 멀쩡한 성도가 읽고 걱정이 되고 근심이 된다면 문제가 많은 겁니다. 여러분들 중에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분이 단 한 분도 없기를 바랍니다. 혹시나 잘못해서 나를 심판하시거나 나를 지옥에 보내거나 하나님이 나 모른다 하시면 어쩔까?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 하나 때문에 그런 걱정은 다 잊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힘들어 하면 하나님께서도 힘들어요.

사울을 왕으로 세워놓고 하나님께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가 하나님께서 능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 마음에 드는 사람 세우시면 될 것 아냐? 하나님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데 백성들이 조금 일찍 “왕을 세워 주세요!” 하고 졸라대서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하나님의 능력이 부족해서 일이 이렇게 된 게 아니고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에 인격적으로 만드셔서 사람을 종이나 로봇처럼 함부로 다루지 않기로 작정하셨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우리가 조금 전에 부른 찬송 ‘주 예수 대문 밖에 기다려 섰으나...’ 왜 대문 밖에 기다리고 계셔요? 그냥 열고 들어오시면 되지. 뭐가 문제예요? 예수님께서 하늘나라에서 이 땅까지 오셔서, 우리 집 앞 까지 오셔서, 문을 두드리고 계세요. 열고 들어오시면 안 돼요? 문을 두드리는 것까지는 예수님께서 하세요. 그렇지만 ‘문은 네가 열어다오’ 하십니다.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귀하게 만드셨기 때문에 이러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다 하실 수 있는 분이신데 한 군데가 마음대로 안 된대요. 우리 사람의 마음! 성도의 마음만은 하나님께서 마음대로 들어갔다 나갔다, 함부로 안 하신다는 거예요. 문 열어 줄래? 라면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셨느냐? 하는 중요한 표지 중에 하나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귀하게 만드셔서 귀하게 대하려고 하기 때문에 하나님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그럴 때 하나님의 마음이 아프신 거죠.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의 이런 마음을 읽고 그리고 그 분의 마음을 시원케 해 드리는 성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