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에게 주는 것이 더 거룩하다고?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누구든지 소제의 예물을 여호와께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로 예물을 삼아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또 그 위에 유향을 놓아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 고운 가루 한 움큼과 기름과 그 모든 유향을 가져다가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그 소제물의 남은 것은 아론과 그의 자손에게 돌릴지니 이는 여호와의 화제물 중에 지극히 거룩한 것이니라 네가 화덕에 구운 것으로 소제의 예물을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에 기름을 섞어 만든 무교병이나 기름을 바른 무교전병을 드릴 것이요 철판에 부친 것으로 소제의 예물을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에 누룩을 넣지 말고 기름을 섞어 조각으로 나누고 그 위에 기름을 부을지니 이는 소제니라 네가 냄비의 것으로 소제를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와 기름을 섞어 만들지니라 너는 이것들로 만든 소제물을 여호와께로 가져다가 제사장에게 줄 것이요 제사장은 그것을 제단으로 가져가서 그 소제물 중에서 기념할 것을 가져다가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소제물의 남은 것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돌릴지니 이는 여호와의 화제물 중에 지극히 거룩한 것이니라 [레위기 2:1~10]

깊은 강이나 바다에서 공을 던져보면 멀리 가지 않습니다. 발이 떠 있기 때문이죠. 공을 멀리 던지려면 발을 땅에 단단하게 붙여야 합니다. 목표는 공을 멀리 던지는 것이라 해도 1차 목표는 발을 고정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 땅이 아닙니다. 진정한 목표는 하나님의 나라, 우리 주님 다시 오시는 날에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목표를 잘 이루기 위해서는 이 땅에 발을 단단하게 붙이고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씀을 좀 드리고 싶습니다.

현실에 발을 붙이지 않고 하늘만 쳐다보는 것은 온전한 신앙생활에 지장이 많을 수가 있습니다. 옛날, 어느 철학자가 하늘만 쳐다보다가 개울에 빠졌더니 누가 지나가면서 그랬답니다.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땅도 좀 쳐다보고 사시죠.” 성도가 하늘만 바라보고 땅의 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면, 사실은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잘 안될 수 있습니다. 본문을 보면서 이런 점을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본문은 소제에 관한 설명입니다. ‘흴 소’자, ‘하얀 제사’란 뜻입니다. 곡식을 하나님께 드릴 때에는 찧고 빻아서 하얀 가루를 만들어서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루를 그냥 제단에 올리면 바람에 풀풀 날리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죠? 소제의 중요한 재물이 2가지, 하얀 가루와 기름입니다. 기름에 하얀 가루를 섞어서 비비면 무엇이 되나요? 예전 성경에는 ‘고운 기름 가루’ 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러니까 기름으로 반죽을 해서 하나님께 드리라는 겁니다.

동물을 잡아서 제사를 드리는 것은 그 짐승을 나와 동일시해서 내가 죽어야 하는데 이 짐승이 대신 죽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루에 기름을 섞어서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곡식이 하얀 가루가 되려면 원형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깨어져야 합니다. 기름도 마찬가지죠? 기름을 짜려면 얼마나 눌러야 할까요?

옛날에 제가 깻묵을 사서 거름에 쓰려고 커다란 항아리에 담아 보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깨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게 두껍지도 않은 깻묵을 망치로 때려도 잘 안 깨져요. 정말 단단합니다. 도대체 얼마나 누르고 누르면 이렇게 될까? 고생을 많이 하고 어쨌든 몇 조각냈죠. 그래서 항아리에 넣고 물을 부었는데 이게 나중에 엄청나게 불어요. 아니, 깻묵 조그마한 것 하나 깨서 넣었는데 커다란 항아리가 넘쳤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깨를, 얼마나 세게 눌렀길래 그런지 정말 놀랬습니다.

기름이든 가루든 하나님께 드려지려면 원래 형태가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 깨뜨리고 누르고 찧어야 합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생생하게 살아서 그 모습 그대로 드려지는 게 아닙니다. 사도 바울이 이 말씀을 잘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남겨준 귀한 말씀이 “나는 날마다 죽노라.” 그랬죠!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 이것은 하나님께서 받으실 만한 제물이 못되는 겁니다.

왜 우리가 살아 있습니까? 우리끼리 살펴보면 내가 좀 나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끼리 비교해 보면 좀 나은 사람도 있고 뻐길 사람도 있는데 문제는 하나님 앞에 서 보면, 그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감히 내 고집, 내 체면, 따위를 하나님 앞에 내 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번제나 소제나 하나님께 드려지려면 죽어야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겁니다. 단 한 사람도 내 고집, 내 체면, 나 라는 것이 팔팔 살아서 하나님 앞에 나오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그대로 죽어 버리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죽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것이 하나님께 드려질 만한 제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소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번제’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만한 제물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편없는 사람이 되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끼리 재보면 그래도 자랑할 만한 것 있고 내 놓을 만한 것 있는데 문제는 하나님 앞에서 깨끗이 죽어지낼 수밖에 없는 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교회일 하다보면 어려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교인들이라고 해서 교회 오면 다 “예” 하는 것 아닙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이것은 덜 빻아진 가루, 덜 짠 기름에 부서진 열매 조각이 끼여 있는 모습인데 하나님께 드려질 만한 모습이 아닙니다.

거기에 첨가할 것이 ‘유향’입니다. 유향을 유황으로 오해 하시면 안 됩니다. 유향은 아주 비싼 향유입니다. 조그마한 병 하나에 300데나리온이라고 했으니까 굉장히 비싼 거죠. 소제를 드릴 때 반드시 유향을 함께 드리라고 합니다. 하나님께 값어치 없는 것, 허접한 것, 이런 것을 내 놓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장 귀한 것을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곡식 제사 드리는 데도 유향을 얹으라고 합니다. 비싼 것입니다.

하나님은, ‘너 가진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을 내 놓으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가지고 싶은 것, 가장 귀한 것이 ‘우리의 마음’ 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반드시 내 놓으라’, 그런 의미에서 소제물 위에 유향을 얹으라는 거죠. 그런데 이 유향은 비쌉니다. 곡식은 기른 것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서 가져 오면 되는데 유향은 없으면 사야 됩니다. 비싼 데 어떡하죠? 번제를 기억하면 답이 쉽습니다.

번제는 원래 송아지를 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송아지를 드릴만큼 형편이 넉넉지 못하면 염소나 양으로, 염소나 양을 바칠 형편이 안 되면 비둘기로 드려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돈으로 계산 해 보세요. 송아지 1마리 300만원, 형편이 안 되면 염소나 양? 30만원이라 합시다. 그것도 안 되겠거든 비둘기, 원래는 하나님께 드릴 제물은 집에서 정성들여 키운 것이라야만 됩니다. 그래서 집비둘기라야 되는데 그것도 안 되거든 산에 가서 잡아 오라는 거예요. 산비둘기도 됩니다. 비둘기 1마리 얼마예요? 통닭으로 생각하면 안 되겠습니까? 1~2만원이면 됩니다.

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제물을 깎아 주신 겁니다.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요. ‘아니, 그렇게 가난한 사람에게도 제물을 꼭 다 받아 드셔야 합니까?’ 라고 묻지 마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제물은 드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 반드시 예배는 드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떤 형편에 있어도 “형편이 어려워서 못 드렸어요.” 이러지 말고 이만큼 깎아 줄 테니 와서 예배는 드려라는 것입니다. 그 외에는 살길이 없다는 뜻이죠.

성경 이외에 신이라고 하는 존재가 제물을 깎아준 예가 있는가 살펴보세요. 절대로 없습니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마을에 괴물이 나타나서 “일 년에 처녀 한명씩을 제물로 바쳐라” 했어요. 몇 해 지나니 처녀가 다 없어졌어요. 아주머니라도 되나요? 그런 이야기 보셨어요? 절대로 없습니다. 왜 제물로 바칠 때는 꼭 처녀라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총각도 안 됩니다. 성경 이외에 어디에도 제물을 깎아 주는 법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가난한 사람을 생각해서 이렇게 깎아 주면서도 제사를 꼭 드리라고 하는 걸까요?

소제를 드리고 싶은데 형편이 어려워서 유향을 살 수 없으면 하나님께서 또 다른 방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만약에 유향이 없거든 화덕에 구워서 드리면 된답니다. 굽는다는 것은 과자를 만든다는 뜻이고, 5, 6절에 철판에 부쳐서 드리면 된다니까 ‘부침개’, 경상도 식으로 말하면 ‘찌짐’을 만들어서 드리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게 아니면 7절처럼 냄비에 ‘수제비’ 형태로 만들어서 드리면 된답니다.

유향을 드려야 하는데 없으면 이런 가공과정, 요리를 조금 더 해서 드리라는 겁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 능력으로 안 될 때 하나님께서 다른 방법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것을 교회에서 자주 쓰는 용어로 말하면 ‘대속’입니다. 이 ‘대속’의 개념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겁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아세요? 죽어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대신 죽게 해서 우리를 구원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생각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하나님께 소제를 드리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유향을 드려야 합니다. 유향을 드릴 능력이 없으면 자신의 노력을 조금 더 해서라도 드려야 합니다. 이 말은 능력이 안 되더라도 능력껏 드리라는 뜻입니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행실이 이래서 하나님 앞에 차마 못 나오겠습니다 싶어도 나아오라는 거예요. 유향이 없으면 다른 것이라도 받아줄테니, 그 마음만이라도 하나님께 드려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능력 없고 연약하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아십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솔직하게 우리 자신을 내드리면 받으시겠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은 ‘전부 다’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아니고 2절 중간쯤 보시면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전부를 드리는 것이 아니고 극히 작은 일부만 하나님께 드리라고 합니다. 유향은 워낙 비싸기도 하고 양이 적은 것이니까 전부 다 드려요. 곡식은 일부만 가루로 하고 기름으로 해서 나머지는 전부 제사장에게 주어서 제사장의 양식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얼마 안 됩니다.

가져온 곡식 중에 일부는 하나님께 드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제사장에게 드립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과 제사장에게로 가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거룩한 것일까요? 당연히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더 귀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2절 끝에,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그렇게 되어있죠? 3절, ‘그 소제물의 남은 것은... 여호와의 화제물 중에서 지극히 거룩한 것이니라’고 합니다. 지극히 거룩하다는 말이 나올 때 주의해서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거룩하다는 말만 보고 ‘지극히’ 라는 말이 붙었다는 것을 신경 안 쓸 때가 많아요.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향기로운 냄새니라고 말하고 제사장에게 주는 것은 ‘지극히 거룩한 것이니라’고 말하니까 어느 것이 더 거룩하다는 말 같아 보여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더 거룩해야 할 것인데 제사장에게 돌리는 것을 더 거룩한 것, 지극히 거룩한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 제사장에게 드리는 것을 더 거룩하다고 할까? 참 이상하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이 정상이고 그런 생각을 가지는 분이 성경을 읽으면서도 은혜를 더 많이 누리는 분입니다.

성경에서 거룩하다고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 이렇게 말씀 하셨는데 한 번도 하나님께서 “나는 지극히 거룩하니라.” 이런 말씀 하신 적이 없어요.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입니다. 성전도 거룩하고, 성소도 거룩하고, 거기에 있는 제단도 거룩하고, 번제단도 거룩하고, 내 백성된 너희도 거룩하다고는 말씀하셔도 지극히 거룩하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없습니다.

성경에 ‘지극히 거룩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지성소’죠. 하나님께서, ‘여기는 거룩한 곳 중에서도 거룩한 곳, 지극히 거룩한 곳이기 때문에 아무나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되느니라.’고 하십니다. 대제사장이 1년에 단 한차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죠. 들어갈 때 긴 끈으로 허리를 묶고 발목에 방울이 달아서 들어갑니다. 혹시 죽으면 시체 꺼낼 사람이 없으니까 허리에 묶은 줄로 끌어내려고... 그렇게 엄숙하게 대했던 곳, 그 곳이 지극히 거룩한 곳입니다.

하나님과 하나님이 계시는 곳, 어느 쪽이 더 거룩해야 되나요? 하나님이 지극히 거룩하죠. 하나님이 계시는 건물이 하나님보다 더 거룩해 질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님은 거룩하다고 하시면서 하나님께서 계시다는 것을 상징하는 곳은 지극히 거룩하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실제로 이 곳이 더 거룩한 곳은 아니겠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곳은 절대로 너희들이 실수해서는 안 되는 곳이니까 지극히 거룩한 곳으로 여겨라는 뜻이 아닐까요?

자, 제물 얘기로 돌아옵시다.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과 제사장에게 주는 제물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나님께 가는 것이 더 거룩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하나님은 제사장에게 주는 제물을 지극히 거룩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 드리는 것보다 제사장에게 주는 것을 더 거룩하게 여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가볍게 여기거나 함부로 대할 소지가 있을 때에 지극히 거룩한 것이라는 표현을 종종 씁니다. 그래서 절대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도록 막을 때에도 ‘지극히 거룩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지성소 안에 있는 향단에 드리기 위해서 만드는 향이나 떡상에 올릴 떡도 ‘지극히 거룩하다’ 고 그래요. ‘다른 용도로는 절대로 쓰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제사 드리는 것과 자기 양식으로 쓰려고 가져가는 것을 오늘 우리 시대와 비교해 보세요.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제물은 우리가 지금 드리고 있는 이 예배입니다. 교회에서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이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제물입니다. 그러면 제사장에게 주면서 ‘더욱 거룩하게 여기라’ 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밖에 나가서 직장 생활하고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 키우며 안 믿는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이 삶이 바로 제사장에게 나눠 준 양식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어느 것을 더 거룩하게 여겨야 할까요?

예배는 물론이고 하나님의 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일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거룩하게 여기잖아요. 그런데 교회 바깥으로 나가서 직장 생활 할 때 예수 믿는 티를 내면 더 어렵게 되겠다 싶어서 티 안 내고 살거나, 안 믿는 사람하고 어울려서 안 믿는 사람처럼 살 위험이 분명히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하나님은 그 삶을 더 거룩하게 여기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직장생활 하는 것, 힘들게 아이 키우고 먹고 살기 위해서 애쓴 것, 기쁘게 하셨어요? 죽지 못해 하셨어요? 어쩔 수 없이 했어요?

여자들이 아이 낳고 기르고 남편 뒷바라지 한 뒤 여유가 조금 생기니까 ‘허무하다!’고 하는 분들이 많답니다. 내 인생은 어디 갔느냐? 말입니다. 집안일은 아무리 많이 해도 일한 티가 나지 않는다고 하데요? 직장 생활하는 남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이 짓을 꼭 해야 되나? 이러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요. 성질 같으면 한 방에 때려치우고 싶지만 처자식을 생각해서 몇 십 년을 참고 참는 남자들도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집안에서 수고한 부인들보다 직장생활한 남자들이 울리면 더 많이 운대요. 쌓인 것이 많아서 그럽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일을 지극히 거룩하게 여겨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 생활만 거룩하고? 예배만 거룩한가요? 그럴 거예요. 그렇지만 우리는 어차피 이 땅에 살아야 합니다. 먹고 살아야지 안 먹고 살 능력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먹고 사는 일을 너무 하찮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방식대로라면 그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라고 하십니다.

어느 대학 교수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교회 대학부 아이가 집안이 하도 어려워서 학비도 대주고 뒤를 돌봐 줘서 졸업할 때가 됐답니다. 취직도 됐답니다. 졸업 예정자로서 취업이 되었죠. 졸업만 하면 끝이래요. 그런데 졸업식 뒤에 보니까 이 아이가 졸업이 안 된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물어 보니까 1학점이 부족했는데 졸업하기 전에 계절 학기를 하면 그 1학점을 보충해서 졸업이 가능했대요. 그 1학점을 안 따고 선교 여행을 갔더랍니다.

자기가 그 대학부 담당 부장이에요. 그런데 그 대학부 지도하는 목사님이, ‘취업이 중요하냐?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나라 건설이 중요하고 선교가 중요한데 취업 때문에, 졸업 때문에 그렇게 신경 쓰냐? 그까짓 1학점 때문에 그러냐?’ 하면서 ‘가자!’니까 간 거예요. 돌아와 보니까 졸업이 안 되죠, 취업도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제가 이 얘기를 들은 것은 그런 일이 벌어진지 3년 쯤 뒤였는데 아직도 그냥 놀고 있다는 거예요. 속이 터져서 미치겠다는 거예요.

선교? 정말 중요하죠. 우리의 목표는 하나님 나라에 있죠. 그 일을 이 땅에서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취업도 해야 됩니다. 진짜 취업이고 뭐고 다 제쳐 놓고 나가려면 선교사로 나가야죠. 그러려면 그 일도 준비를 해야죠. 그런데 이것, 저것 해보니 안 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자.” 해서 나가는 것은 사명감보다는 현실 도피일 수도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 힘들여 일하는 것, 이것이 무가치 한 것이냐?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그것을 내게 준 사명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노력하고 애써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군인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서’ 군대 갑니다. 그런데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물어 보세요. 어떻게 보면 국방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을 지도 모릅니다. 제 조카 하나는 군에 가서 3년 동안 새만 쫓다가 왔어요. 공군 비행장에서 새 쫓는 일만 했어요. 새 쫓는 방법도 가지가지랍니다. 거짓말 좀 보태면 3년 동안 새만 쫓다가 왔어요. 다른 조카는 2년 동안 테니스만 치다가 왔어요. 테니스병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테니스장 관리만 하다가 왔어요. 이게 국방의 의무를 다 한 거예요?

저는 군대에서 타이핑만 열심히 하다가 왔어요. 겨울에 기름통 들고 가는데 너무너무 춥고 힘들었어요. 나라를 지키겠다고 군대 왔는데 이 추운 겨울에 기름통 들고 뭐하는 짓이냐? 그런 거예요? 총 들고 전방에서 보초서는 사람만 나라를 지키는 게 아니에요. 3년 동안 테니스만 치다 온 놈이나 3년 동안 새만 쫓다가 온 놈도 나라 지키는데 일조한 겁니다. 사무실에 앉아서 타자기만 두드려도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다 선교사 되고, 다 목사 되어야 되겠습니까? 그것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맡겨진 직장, 가정을 잘 돌보고 이것이 하나님 앞에 올바르게 쓰이도록 노력하는 것도 귀중한 사명입니다. 오늘 본문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도 지극히 거룩한 것입니다.

세계 4대 문명은 모두 아시아에서 발생 했습니다. 아시아에서 먼저 문명이 발달되었습니다. 유럽은 중세에 우리가 흔히 아는 대로 천년의 암흑세월을 보냅니다. 4대 문명은 모두 아시아에서 일어났고 유럽은 중세에 천년동안 잠들어 있었는데 20세기에 들어와 보니까 세계는 유럽이 쥐고 흔들어요. 모든 것이 유럽중심으로 돌아갔어요. 이게 왜 이렇게 되었느냐? 참 신기한 일 중의 하나예요. 그런 것을 연구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 중에서 나온 답변 중의 하나는 이겁니다. 종교개혁자들의 영향이라는 거죠.

그 때까지는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 교회를 섬기는 것만 거룩하다고 했는데 종교 개혁자들이 ‘예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일상생활에서 수고하고 애쓰는 것, 이것이 바로 여러분들의 사명이요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이 일을 맡기신 일’이라고 가르친 겁니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는 먹고 살기 위해 억지로 일하던 사람들이 그 때부터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런 사명을 주셨다!”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하는 겁니다. 생각이 바뀌니까 개인이 바뀌고, 나라가 바뀌고, 힘이 생기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역사의 중심에 유럽이 서 있는 겁니다. 반드시 그 이유만은 아닐 수 있지만 이 생각의 변화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큰 일을 하던 작은 일을 하던, 가정을 돌보기 위해서 티도 안 나는 일을 하고 있든 어쨌든, 이 모든 일들이 하나님 보시기에 참으로 귀중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레위기 11장에 가보면 먹어도 되는 짐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 ‘날개달린 곤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날개 달린 곤충 중에 땅바닥을 기는 것은 먹지 말래요. 부정하대요. 그런데 날개가 있는데 땅에서 뛰는 놈은 먹어도 된대요. 날개가 있는데 왜 땅바닥을 기느냐 말이에요. 이것은 부정한 거예요. 날개라는 것이 뭡니까? 우리에게 하나님이 계시고 성령님께서 우리를 붙들고 있는 것, 이것이 날개예요. 그런데, 이런 날개를 가진 우리가 땅바닥을 기는 것은 부정하다고 말씀하세요. 또 재미있는 것은 날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땅바닥에서 뛰는 것은 부정하지 않다, 먹어도 좋다는 거죠. 이것을 뒤집어 보면 날개를 가졌지만 이 땅에 발을 디딜 때는 디뎌야 한다는 뜻이에요. 디뎠다가 뛰라는 거예요. 기지 말고....

뛰는 것과 기는 것은 모두 상징입니다. 이 땅에 매몰되어서 살지 말고, 날개를 가지고 이 땅에 살면서 땅에 발을 디딜 때가 있긴 하겠지만 땅에 매몰되지 말고 뛰어 다니라는 얘기죠. 우리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개 없이 땅바닥을 기고 사는 거예요. 이 땅의 것에 묻혀서 하늘을 볼 줄도 몰라요. 그렇게 살고 있는데 우리가 날개를 달고 같이 길 수는 없지 않느냐? 그렇다고 해서 발을 완전히 뗄 수는 없죠. 발을 디디고 살기는 해도 필요하면 뛰어 오르라!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날아서 움직이는 거죠!

그러나 아무리 날개가 있다 해도 땅에 발을 디딜 때는 디뎌야 한다는 겁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우리의 진짜 목표는 하나님 나라예요. 그러나 우리가 그 나라에 가기까지 이 땅에서 감당해야 할 사명을 위해서는 이 땅에 발을 굳건하게 디디고 있어야 합니다. 돈 벌 일이 있으면 대충대충 벌어야 하나요?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이러나요? 아니면 악착같이 벌어야 하나요? 악착같이 벌어야 해요. 내가 번 것이니 내 맘대로 막 써도 되나요? 아니오, 구두쇠 같이 아껴야 합니다. 악착같이 벌고 구두쇠 같이 아끼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써야 할 때가 생기면 펑펑 써야죠. 그렇게 사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바, 이 땅에서의 아름다운 삶이 되는 거죠. 마음대로 쓰고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잊지 마세요. 교회 오면 ‘목사님들은 거룩하고 우리야 뭐...’ 절대 그러지 마세요. 목사나 우리나 모두가 다 하나님 앞에 똑 같은 제사장이죠? 이것을 우리가 만민 제사장이라고 부르죠. 목사야 가만히 내버려둬도 조금 거룩하게 살 수 있으니까 놔두고 성도 여러분에게 더 관심을 갖고 여러분들의 삶이 ‘지극히 거룩한 것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주어진 일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고 귀하게 여기고 잘 감당하셔서 거룩한 삶을, 승리하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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