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죽이라고? - 아브라함이 기가 막혀!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여호와께서 가라사대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지시하는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찌기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두 사환과 그 아들 이삭을 데리고 번제에 쓸 나무를 쪼개어 가지고 떠나 하나님의 자기에게 지시하시는 곳으로 가더니 제 삼일에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그곳을 멀리 바라본지라 이에 아브라함이 사환에게 이르되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 기다리라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경배하고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 하고 아브라함이 이에 번제 나무를 취하여 그 아들 이삭에게 지우고 자기는 불과 칼을 손에 들고 두 사람이 동행하더니 이삭이 그 아비 아브라함에게 말하여 가로되 내 아버지여 하니 그가 가로되 내 아들아 내가 여기 있노라 이삭이 가로되 불과 나무는 있거니와 번제할 어린 양은 어디 있나이까 아브라함이 가로되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하고 두 사람이 함께 나아가서 하나님이 그에게 지시하신 곳에 이른지라 이에 아브라함이 그곳에 단을 쌓고 나무를 벌여놓고 그 아들 이삭을 결박하여 단 나무 위에 놓고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더니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가라사대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아브라함이 가로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매 사자가 가라사대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아무 일도 그에게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살펴본즉 한 수양이 뒤에 있는데 뿔이 수풀에 걸렸는지라 아브라함이 가서 그 수양을 가져다가 아들을 대신하여 번제로 드렸더라 아브라함이 그 땅 이름을 여호와이레라 하였으므로 오늘까지 사람들이 이르기를 여호와의 산에서 준비되리라 하더라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두번째 아브라함을 불러 가라사대 여호와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나를 가리켜 맹세하노니 네가 이같이 행하여 네 아들 네 독자를 아끼지 아니하였은즉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문을 얻으리라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얻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니라 하셨다 하니라 이에 아브라함이 그 사환에게로 돌아와서 함께 떠나 브엘세바에 이르러 거기 거하였더라 [개역, 창세기 22:1~19]

지난 주에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세례 받은 기념으로 사진 찍으면서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그렇게 좋아하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 “아이가 병원에서 출생할 때 바뀐 것 같은데 빨리 아이 데리고 오세요.” 이러면 어떻게 합니까? 그런 일이 가끔 있었습니다. 아니 한 1년쯤 키운 아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10년쯤 키운 아이를 “십년 전에 아이가 바뀌었는데요?” 하면 어떻게 됩니까? 바꿔야 돼요? 아니 1년이고 10년이고 내 자식이라고 열심히 키우던 아이가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면 난리가 날 일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생긴 일은 이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자식을 번제로 드리라는 것은 아예 죽이라는 얘깁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담담하게 읽어갑니다. 그러면 감동이 좀 적습니다. 아브라함이 이 말씀을 들었던 당시 상황으로, 아브라함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성경을 읽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아들을 번제로 드리라는 말씀에 아브라함이 얼마나 기가 막혔을지 생각해 보세요.

가나안 땅으로 갈 때에 하나님께서 많은 땅과 많은 자식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약속하셨으면 빨리 주셔야 안 돼요? 아브라함이 한국 사람이 아닌 게 정말 다행입니다. 한국 사람은 그렇게 못 기다립니다. 그런데 아들을 주겠다고 하고 가나안 땅에 들어온지 6년이 지났을까 소식이 없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아들을 하나 얻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걔는 아니다’ 그래요. 걔가 아니면 빨리 다른 아들을 주시든지...

그로부터 또 14년이 흘러갔습니다. 아브라함도 사라도 아이 낳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오셔서 ‘내년 이맘 때에 아들을 낳을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아니 말이 말 같아야 안 웃지요? 하나님의 그 말씀에 사라만 웃은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도 웃었습니다. 아무리 하나님이시지만 말씀이 말씀 같아야 안 웃지요?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웃어?” 그래서 “아이 이름을 웃음이라고 하라” 그렇게 된 겁니다.

이삭이라는 이름의 뜻이 우리말로 하면 웃음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브라함과 사라는 아이를 부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다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웃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그 아이를 또 십수년 키웠습니다. 백세 넘어서 아이 낳고 이 아이를 십수년 키웠으니까 얼마나 귀하겠습니까?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야단칠 때 야단치고 안 되겠다 싶으면 매를 들기도 합니다마는 집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면 그게 안 됩니다. 집에 어른이 계신데 자기 자식이라고 함부로 야단을 쳐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이삭에게 아브라함은 아버지였지만 키우는 정은 아마 할아버지였을 겁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워놨더니 하나님께서 죽이라고 합니다. 이게 아브라함에게 있어서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었을까요? 왜 아브라함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1절에, ‘그 일 후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하나님께서 사람을 시험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사건을 이해하려면 시험 치는 시기를 아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시험은 언제 치릅니까? 여러 종류의 시험이 있습니다마는 대부분의 시험은 다 배운 다음에 치는 겁니다. 입학해서 그 때까지 배운 것을 치르는 것이 중간고사이고 졸업고사는 모든 과정을 마치고 치르는 시험입니다.

‘그 일’을 짧게 본다면 21장 22절을 보세요, ‘그때에 아비멜렉과 군대장관 비골이 아브라함에게 말하여 가로되 네가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시도다’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시도다’ 하면 좋은데 거기에 냄새 나는 말이 하나 끼였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이게 좋은 일을 뜻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나쁜 일을 뜻하는 것 같아요?

아브라함이 좋은 일을 할 때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신다’ 이러면 아무 문제가 없죠? 그런데 여기서는 ‘아니 네가 이런 일을 하는데도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신다, 참 희한하다?’는 얘깁니다. 23절, ‘그런즉 너는 나와 내 아들과 내 손자에게 거짓되이 행치 않기를 이제 여기서 하나님을 가리켜 내게 맹세하라 내가 네게 후대한 대로 너도 나와 너의 머무는 이 땅에 행할 것이니라’

아비멜렉이라는 왕과 군대장관 비골이 찾아왔습니다. 아브라함은 이 나라에 잠시 거하는 외국인입니다. 아브라함이 찾아가도 시원치 않을텐데 왕과 군대장관이 찾아와서 ‘사이 좋게 지내자, 평화조약을 맺자’는 겁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답니다. 세상에! 국가와 국가사이, 부족과 부족 사이라도 이런 조건은 없는 법입니다. 사이 좋게 지내자면서 내건 조건 하나가 23절 중간에, ‘거짓되이 행치 않기를 맹세하라’는 겁니다.

쉬운 말로 하면 “야 거짓말만 하지 마! 그러면 우리 사이좋게 지낼 수 있어” 하는 겁니다. 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합니까? 아브라함이 거짓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아비멜렉이 움직였더니 하나님께서 아비멜렉에게 벌을 주는 겁니다. 아브라함이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얻어 터지는 것은 자기더라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너 거짓말 하는 통에 내가 못 살겠다. 거짓말 좀 하지 마라’는 겁니다.

아브라함이 어떤 느낌을 받았을 것 같습니까? 신앙인으로서 참 창피하죠! 혹시나 해서 거짓말을 했는데도 하나님께서 내 편을 드시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참 낯이 뜨뜻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래도 하나님께서 내 편이시구나. 이런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나를 돕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하나님 앞에서 다시는 거짓말도 아니 ‘어떤 말씀을 하셔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밖에 없구나’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은 후에 하나님께서 시험을 치르시려고 그를 부르셨다는 겁니다.

‘그 일 후에’라는 말을 좀 넓게 잡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서 가나안 땅과 애굽으로 다니면서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멋진 사나이가 아닙니다. 자기 살겠다고 여차 하면 부인만 놔두고 튀려고 했던 사나이입니다. 그렇게 멋진 사나이 아닙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느낀 바가 ‘이런 어려움 가운데서, 내가 이런 바보짓을 하고 있을 때도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셨구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이 자신의 전 생애를 돌아보면서 깨달은 겁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분명하게 깨닫게 하신 후에 시험하시려고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험 준비가 다 된 후에 시험을 치시는 거죠. 그러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고 이해가 안 되는 하나님의 명령에 아브라함이 순종을 합니다.

어릴 때 들은 말입니다. 아브라함은 워낙 믿음이 좋아서 하나님의 말씀에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어릴 때지만 그 말이 잘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신앙이 좋으면 자식을 죽여도 끄떡없습니까? 아니 우리 옛말에 부모는 산에 묻어도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신앙이 특출한 아버지는 자식을 잃어도 즐겁습니까? 그건 인간 이해가 잘못된 겁니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신앙이 좋아도 가슴이 아픈 것은 아픕니다. 사랑의 원자탄이라 불리는 손양원 목사님이 자식을 둘 잃고 열 가지 제목으로 감사를 했다는 것 잘 아시죠? 저도 다 못 외웁니다. 미국으로 유학가려고 하던 아이들이 미국보다 더 좋은 하늘나라로 갔으니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순교자가 한 사람만 나와도 참 귀한 가족일텐데 우리 가정에서 둘이나 나왔으니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열 가지 감사 제목을 발표했습니다. 웃으면서 했을까요? 울면서 했을까요? 그걸 웃으면서 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인간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 장례식이 눈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그거 웃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그렇게 고백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신앙이 뛰어나도 슬픔이나 고통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가 아닌가 확인해 보려면 우리 교회에서 신앙이 제일 좋은 사람 옆에 가서 몰래 바늘로 옆구리 쿡 찔러보세요. 안 아프면 신앙이 좋은 것이고 ‘아야’ 하면 신앙이 별로 없네? 그런 겁니까? 아픈 것은 다 같아요. 다른 것이 있다면 그런 고통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겁니다.

왜 아침에 일찍이 갔을까요? 확실하게는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느낌이 들어요. 저도 한 때는 밤에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었습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고 힘드니 어떻게 해요? 이 방송 저 방송을 다 듣습니다. 요즘은 24시간 방송이 나오지만 옛날에는 방송이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이 방송 저 방송 다 끝나고 최후까지 남는 방송이 대북방송입니다. 그것마저 끝나면 온 세상이 쥐죽은 듯이 조용한데 고통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밤낮 잠이 오지 않습니다. 한 일 주일 가니까 ‘이러다가는 죽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브라함이 아침이면 아들을 데리고 죽이러 가야 합니다. 잠이 오겠습니까? 잠이 안 왔을 것 같아요. 밤새 뒤척거리다 ‘안 되겠다. 그만 가자’ 그래서 일찍 간 것 아닐까요? 떠나기 전에 부인과 의논했을까요? 한국의 엄마들 같으면 이때 하는 말이 있습니까? “날 죽이고 가라. 아무리 신앙이 좋아도 그렇지, 미쳤나?” 그러지 않았을까요? 좌우간 상상이 잘 안됩니다. 제 느낌으로는 의논도 안하고 말도 없이 그냥 갔을 것 같아요. 고민하면서 며칠을 갑니까? 사흘길을 갑니다. 그게 얼마만한 아픔인지 상상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있던 포항에서 영덕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영해라는 곳이 있습니다. 포항에서 버스를 타면 1시간 15분 정도 걸리는데 제가 거기 고등학교에 있을 때 일입니다. 제 옆자리에 굉장히 똑똑한 선생님이 한명 있었어요. 이 분이 아들 둘을 데리고 포항에 나왔다가 터미널에서 둘째 아이를 잃어버린 겁니다. 큰 애 손을 잡고 작은 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조그마한 터미널을 두 시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아마 실성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을 겁니다.

두 시간을 돌다가 포기하고 버스를 탔습니다. 1시간 15분 버스를 타고 집까지 걸어서 15분 갑니다. 아들을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3시간 반을 헤매고 다녔던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는지 생각해 보세요. 상상만 해도 몸이 아찔아찔해 옵니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집에 도착해서 대문을 여니까 작은 아들이 집에서 놀고 있더랍니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서 아들을 부둥켜안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훨씬 똑똑해요, 형도 안 보이고 아빠도 안 보이길래 웬 아저씨 옆에 붙어서 영해 가는 버스를 탔답니다. 옛날에 작은 아이는 버스비를 안 내고 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이 영해니까 아저씨 데려가 주세요” 하고 모르는 아저씨에게 붙어서 집에 돌아온 겁니다.

“야, 아들이 훨씬 똑똑하다.” 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게 80년대 초반의 일이지만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몸이 저려옵니다. 겨우 세 시간 반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사흘길을, 죽여야 하는 아들을 데리고 가는 아브라함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을 해 보셔야 합니다. 아니, 느껴 보셔야 합니다.

어쨌든 산 밑에 왔습니다. 사환들에게 말을 하고 아들을 데리고 올라 가는데 5절에 ‘아브라함이 사환에게 이르되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 기다리라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경배하고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 우리 말에는 주어가 잘 나타나지 않지만 영어나 히브리어에서는 주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나와 아이’, 다른 말로 하면 ‘우리’입니다. ‘우리가 가서 우리가 경배하고 우리가 돌아오리라’ 이 말입니다.

아브라함이 구체적인 방법은 몰랐지만 하나님께서 어떻게든 이삭을 살려주시리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왜요?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해 오신 것으로 보면 설령 이 아이가 죽는다고 해도 살려주시든지 어떻게 하든지 이 아이와 함께 돌아오리라는 확신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 번, ‘이삭에게서 나는 자라야 네 씨라고 칭함을 받으리라, 네 몸에서 날 자라야 네 후사가 되리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후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되리라고 하셨거든요. 이제는 다른 아들을 주시기는 늦었고 이삭을 하나님께서 살리실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고통이 감해집니까?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올라가는데 아들이 묻습니다. 예전에는 양이나 번제할 제물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번제할 양은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아브라함이 대답합니다. 8절, ‘아브라함이 가로되 번제할 어린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친히 준비하시리라 하고’ 봐라 아브라함은 알고 있었잖아? 이렇게 읽으면 우리 말 읽는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브라함이 이삭 대신에 하나님께서 양을 준비해 두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올라갔습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이 8절의 의미가 뭐예요? 하나님께서 준비하실 것이다? 그럼 알고 있었던 것 맞네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영어에 이런 표현이 있죠, ‘하나님만이 아신다.’ 무슨 뜻입니까?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이 여기서 이 말을 할 때는 ‘난 모른다. 어쨌든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다’라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묻어 있는 말입니다.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더라도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것이라는 신앙, 믿음이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네가 양이다’ 이 말 못 하잖아요? 그런데 이 표현에서 신앙이라는 알맹이는 떨어져 나가고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이 영어의 ‘하나님만이 아신다’는 표현입니다. 지금은 아무런 신앙의 의미없이 쓰이는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아브라함이 이 말을 쓸 때는 ‘난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어떻게든지 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하나님께서 미리 양을 준비해 주실 것이고 이삭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아브라함이 알고 있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쨌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을 했습니다. 칼을 들어 치려고 할 때 하나님께서 말리셨습니다. 정말 아들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순종을 했습니다. 그렇게 순종한 다음에 아브라함이 얻은 소득이 무엇입니까? 17절,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가 크게 번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리라 또 네 씨로 말미암아 천하 만민이 복을 얻으리니 이는 네가 나의 말을 준행하였음이라’ 하나님의 말씀에 그렇게 순종했으니 아브라함이 받는 복이 이제 뭡니까?

이번 일로 인해서 아브라함이 받은 소득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씨를 주마, 후손을 주마, 하늘의 별과 같은 많은 후손을 주마’ 하신 약속은 여기서 처음이 아닙니다. 그 전에 다 하셨던 약속입니다. 아브라함이 조금만 똑똑했으면 하나님께 한마디 했을 겁니다. “하나님 그거는 전에 이미 약속한 건데요 이번일로 상을 주시려면 다른 걸로 주셔야 하지, 저번에 했던 약속 재탕, 삼탕 아닙니까?”

이런 복을 주시려는 이유가 12절 뒤편에 보시면 ‘네가 네 아들 네 독자라도 아끼지 아니하였으니’라고 합니다. 아브라함의 순종을 말하는 거죠. 16절 뒤편에도 있고 18절 뒤편에도 있습니다. 내 말을 준행하였기에, 독자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 복을 주노라고 약속하시는데 그러면 아브라함이 이런 순종을 하기 전에 하셨던 약속은 뭐냔 말입니다. 아브라함이 이 일을 순종하지 않았다면 그 이전에 했던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브라함이 이런 하나님의 말씀에 능히 순종하리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알고 계시는 겁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런 하나님의 말씀도 능히 순종하는 사람으로 아브라함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아브라함의 이 믿음조차 하나님께서 만드신 겁니다.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그렇게 순종했을 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것으로 인정해 주시는 겁니다.

아들을 바친 사건이 하나님을 만나기 전의 일이라든가 하나님을 만난 초기에 있었던 일이라면 이것은 아브라함의 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브라함의 말년에 있었던 마지막 사건입니다. 하나님께서 다 공부시킨 다음에, 이제 이 정도의 말씀도 순종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시험을 치신 겁니다.

아이들 키우는 엄마가 아이들 손을 잡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연필을 잡은 아이 손을 잡고 글씨를 열심히 씁니다. 누가 썼어요? 엄마가 썼어요? “얘야, 엄마 글씨 잘 썼지?” 이러는 엄마 있어요? 그러면 이상한 엄마입니다. 엄마가 아이 손을 잡고 글씨를 다 쓰고도 “야, 우리 딸 잘 썼다.” 이러잖아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이렇게 키우신 겁니다.

12절 끝에,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그 전에는 모르셨다는 겁니까? 아이에게 글씨를 가르치는 엄마하고 똑같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들어 오셨고 하나님의 작품이라는 것을 다 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하나님께서 이런 일을 하신 겁니다.

이런 전후 사정을 다 무시하고 이 본문만 딱 떼어놓고 아브라함이 순종했기 때문에 복을 받았다고 말하면 조금 위험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이 구원도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는 것은 그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는 내가 믿었으니까 내 공로라고 말해도 괜찮아요. 그러나 어른이 다 된 성도가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손에 잡힌 것이 복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믿었다’ 이것도 귀한 것이지만 ‘우리가 하나님의 손에 잡혀 있다’고 하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아브라함을 이렇게 시험하시고 이렇게 힘든 길을 걷게 하셨을까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문제입니다.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관계를 잘 표현해 주시는 말씀이 창세기 18장 17절부터 19절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천하 만민은 그로 말미암아 복을 받게 될 것이 아니냐 내가 그로 그 자식과 권속에게 명하여 여호와의 도를 지켜 의와 공도를 행하게 하려고 그를 택하였나니 이는 나 여호와가 아브라함에게 대해여 말한 일을 이루려 함이니라’ 하나님과 아브라함이 어떤 관계인 것 같습니까?

특히 17절, ‘내가 하려는 일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 아브라함에게 비밀로 못 하겠다는 뜻입니다. 비밀이 없는 사이가 어떤 사이입니까? 다른 사람에게는 다 말 못해도 이 사람한테만은 비밀로 할 수 없다, 이런 사이를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아는 사람과 친구를 분간하는 사람이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친구 많잖아” 했더니 “다 아는 사람이에요” 하는 겁니다.

친구라면 내 속에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를 가리키는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보시고 내가 하려는 것을 아브라함에게 숨기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말 안하고 못 견디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을 가리켜서 하나님의 벗이라고 합니다. 야고보서에도 나오고 역대하에서도 나오고 특별히 이사야 41장 8절에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벗이라고 생각하니 비밀로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소돔 고모라를 멸망시키는 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정말 말하고 싶은 비밀이 뭘까요? 가장 큰 비밀 아니겠습니까?

요한복음 8장 56절에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고 말씀하셔요. 너희 조상 아브라함이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봤다고 말합니다. 모리아 산상의 이 일을 통해서 아브라함은 ‘내가 겪었던 이 아픔이 온 세상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 아버지의 아픔이구나’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았다는 뜻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식을 죽이는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느껴 알았습니다. 온 인류를 위해서 자식을 그것도 독생자를 희생시키시려고 하는 하나님의 그 아픔을 자기 경험을 통해서 생생하게 알았다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아브라함이 아들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가는 그것과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서 십자가에 죽게 하시는 과정을 보면 흡사한 데가 굉장히 많습니다. 사흘 길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장소가 같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던 아들입니까? 이삭과 예수님이 얼마나 많은 공통점이 있는지 살펴 보세요. 아브라함이 그때 그 아픔이 곧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아픔인 것을 깨닫고 아브라함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격했을까요?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아픔을 체험적으로 알게 된 거죠. 그러니까 예수님의 때를 그렇게 고대했고 눈으로 본 것 아닙니다. 몸으로 본 거예요. 이 시험 때문에 아브라함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우리가 이 땅에서 누리는 가장 큰 행복은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알면 알수록, 하나님을 잘 알면 알수록 우리가 이 땅에서 참 행복을 누리는 겁니다. 어디가 하늘나라입니까? 우리 주님과 동행하는 곳 하나님과 함께 하는 곳 그것이 어떻게 하늘나라가 됩니까? 이렇게 끔찍하게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이 주 목적이며 부수적으로 그로 인해서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타이틀이 있다면 믿음의 조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믿음의 조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브라함의 공식적인 일의 끝이요 신앙생활의 끝 무렵 입니다. 말하자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명예롭게 은퇴시키기 위해서 준비하신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저런 어려움들을 겪게 됩니다. 가슴 아픈 일을 겪게 될 때 너무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이런 아픔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내게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귀를 기울어 보셔요. 그러면 그 속에서 큰 은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성도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합니다.

어떤 분이 시집을 잘못 가서 고생을 엄청나게 했습니다. 죽을 고비도 넘기고 간신히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고 난 다음에 하는 얘기가 하나님께서 나를 인간되게 하시려고 이런 어려움을 겪게 하신 모양입니다. 그런 어려운 과정을 다 겪고 난 다음에 본인이 인간이 되었다고 느끼나 봐요. 똑같은 얘기를 야곱이 합니다.

야곱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본인 입으로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고 말합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얘기가 뭡니까? 창세기 48장 15절에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라고 표현합니다. 평생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야곱이 죽을 때가 다 되어서 지난 세월을 쭉 돌아보니까 ‘아,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를 기르시고 계셨구나’라고 고백하게 된 겁니다. 일찍 아는 것이 그만큼 불행을 덜 겪는 비결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겁니다. 온 인류의 불행은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하는데서 오는 겁니다. 반대로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에 갔을 때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을 아는 것입니다. 이사야 11장 9절에,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큰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넓어지고 깊어져서 물이 바다를 덮는 것같이 그만하면 하나님을 완벽하게 아는 것이죠?

이미 하나님을 알고 믿는 여러분들에게 목사님들이 설교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 설교 꼭 들어야 합니까? 하나님을 조금 더 알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날마다 조금씩 더 알아가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중의 하나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이 가진 그 무엇을 탐내시겠습니까? ‘시간 내놔라, 돈 내놔라’ 뭐 이런 것이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딱 하나, 여러분들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을 더 알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그것이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요구하시는 단 하나의 소망일지 모릅니다.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점점 깊어지고 하나님을 향한 사랑도 점점 깊어져서 여러분들 평생에 하나님과 더 깊은 교제를 나누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향해서 중간고사 한번 칠까 그러면 ‘아, 시험 몸서리 납니다’ 이러지 마시고 기꺼이 치르세요. 상급이 있을 겁니다. “졸업고사 한번 칠래?” “하나님, 아브라함의 졸업고사 너무 심하던데요? 문제를 좀 쉽게 내면 안 되겠습니까?” 어쨌든 치르십시오. 힘 드는지 어려운지는 몰라도 그 시험을 통과하고 난 다음에 그 고통에 비할 바 없는 큰 은혜를 주십니다. 우리가 이런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거죠.

주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하나님과 아름다운 교제를 잘 지속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문제가 너무 어렵거든 하나님께 문제를 조금 쉬운 걸로 내달라고 말씀하세요, 들어주실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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