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바를 알지 못했다고?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데라의 후예는 이러하니라 데라는 아브람과 나홀과 하란을 낳았고 하란은 롯을 낳았으며 하란은 그 아비 데라보다 먼저 본토 갈대아 우르에서 죽었더라 아브람과 나홀이 장가 들었으니 아브람의 아내 이름은 사래며 나홀의 아내 이름은 밀가니 하란의 딸이요 하란은 밀가의 아비며 또 이스가의 아비더라 사래는 잉태하지 못하므로 자식이 없었더라 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의 아들 그 손자 롯과 그 자부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 우르에서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하였으며 데라는 이백 오세를 향수하고 하란에서 죽었더라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개역, 창세기 11:27~12:2]

ROTC 아시죠? 대학교 3학년 때 장교 훈련을 받기 시작해서 2년간 훈련을 받고 졸업하면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입니다. ROTC 선후배지간은 굉장히 무섭습니다. 정식으로 훈련을 받기 전에 ET라는 게 있습니다. 흔히 Animal Train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짐승처럼 다룹니다. 그러니까 훈련이 아주 고되죠. 3학년은 1년차, 4학년은 2년차라고 그럽니다. 2년차는 무섭습니다. 그래서 1년차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하면 바로 한 해 위지만 벌벌 떱니다. 무서워요.

저하고 아주 친한 두 사람이 한 사람은 2년차고 한 사람은 1년차입니다. 이 두 사람도 서로를 잘 압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1년차가 고생하고 있는데 뒤에서 “야, 이놈들 봐라, 군기가 싹 빠졌어?” 이 말 한마디면 난리가 납니다. 그런데 발발 기던 놈이 보니 아는 목소리입니다. 그래서 ‘잘 되었다’ 하고 땡땡이를 치고 있는데 뒤에서 발로 툭 차더랍니다. 그러자 1년차가 뒷발질로 2년차를 차 버린 겁니다. 평소 같으면 박살이 나는 겁니다.

그런데 반응이 이상하다 싶어서 “이 놈의 새끼, 너 이리로 나와봐” 하고 말을 거칠게 하면서 끌고 나옵니다. 저쪽에 가서 고함을 치며 혼을 내지만 사실은 거기 앉아서 쉬고 있는 겁니다. 뒷발질하는 걸 보면 뻔히 알거든요. 그래서 한참 쉬게 하고 다시 훈련장에 들어갈 때는 죽도록 혼이 난 척하고 들어오는 겁니다. 그렇게 불러낼 때 말은 굉장히 거칩니다만 실제로는 휴식입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모르죠.

‘각하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 말은 굉장히 부드럽죠? 그런데 이 말은 쿠데타가 일어나서 하급자가 상관을 체포할 때 주로 쓰였던 말이기도 합니다. 말은 아주 부드럽습니다. 그러나 군소리 안 하고 따라가야 합니다. 만약에 큰 소리 했다가는 총 맞습니다. 말은 부드럽지만 이 말은 굉장히 무서운 말입니다.

말이 부드러우냐 무서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말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서 아주 거칠고 험한 말도 복음이 될 수가 있고 아주 부드러운 말도 끔찍한 말이 될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향해서 ‘너 이리 와’ 이러면 복이겠습니까? 아니면 죽음이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아무리 무서운 모습으로 불러도 그게 복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뛰어나가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불러서 죽이겠습니까 어쩌겠습니까? 어떤 상황 속에 있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면, 하나님께서 지금 오시면 기쁨으로 마중 나갈 수 있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그 옛날에 아브라함을 부르셨습니다. 기쁜 소식이었을까요? 아니면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요? 우리는 너무나 쉽게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고향을 떠났고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의 일이라서 너무 쉽게 말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만약 지금 이 시간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기꺼이 순종할 수 있는 문제입니까? 아니면 무척 고심해야 될 문제입니까? 절대로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힘든 일일 수 있고, 어떨 때는 하나님 안 것이 후회가 될지도 모를 겁니다. 그러나 히브리서에서는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부르심을 받았을 때에 순종하여 장래 기업으로 받을 땅에 나갈새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갔으며(히브리서 11:8)’라고 칭찬합니다. 정말 그런지, 이 말씀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창세기 본문을 가지고 좀 더 살펴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히브리서가 아브라함의 믿음에 대해서 굉장히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즉각적으로 순종했다는 증거가 뭐냐고 물으면 제일 먼저 나오는 답이 아들을 바친 사건이나,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고향을 떠났다는 걸 말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훌륭한 순종이라 말하기는 어딘가 모르게 흠이 보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히브리서 기자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났다고 말하는데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31절을 보시면 ‘데라가 그 아들 아브람과 하란에 아들 그 손자 롯과 그 자부 아브람의 아내 사래를 데리고 갈대아 우르에서 떠나 가나안 땅으로 가고자 하더니 하란에 이르러 거기 거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 이미 갈 곳은 가나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히브리서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갔다고 말하느냐 말입니다.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명박씨 잘 아세요? 요즘 신문에 아주 잘 나오니까 모르는 분 없죠? “아주 부자라던데 가서 돈 좀 빌려 오실래요?” 안다고 했다가 돈 좀 빌려 오라고 그러면 뭐라고 그래요? 모른다고 하죠? 아는 겁니까? 모르는 겁니까? “이름은 아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관계가 없어요.” 이럴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나는 아는데 자기가 나를 잘 몰라서...’ 안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을 목적하고 떠난 것은 분명한데 그 곳이 어떤 곳인지 거기에 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났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갈 바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목적지 자체를 몰랐다는 것보다는 거기가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떠났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입니다.

가나안 땅이 좋아서 간 것도 아니고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 생각해서 간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강 어디쯤 있다는 것은 안다 치더라도 거기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은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라 억지로 갔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 증거가 몇 가지 있습니다. 가기 싫은데 안 갈 수 없어 갔으니 가다가 하란이라는 곳에 오래 죽치고 있었던 겁니다. 안 갔습니다.

하나님 말씀에 기꺼이 순종해서 당일치기로 간 것이 아니고 가다가 중간에 눌러 앉아서 안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떠났을까요? 성경은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해 주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충 이런 저런 정황을 보면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정말 좋아서 기쁨으로 순종을 했다면 중간에 그렇게 죽치고 앉지 않았을 겁니다.

사도행전 7장에 스데반이 설교를 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언급한 것이 있습니다. 사도행전 7장 2절부터, ‘스데반이 가로되 여러분 부형들이여 들으소서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하란에 있기 전 메소보다미아에 있을 때에 영광의 하나님이 그에게 보여 가라사대 네 고향과 친척을 떠나 내가 네게 보일 땅으로 가라 하시니’라고 하는데 영광의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가라고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아주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났다면 어떤 모습이겠어요? 영광스럽다는 것이 뭡니까? 감히 그 앞에 함부로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위엄에 찬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시면 두려운 거죠. 영광의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은 그런 두려운 모습으로 그에게 나타나셔서 말씀을 하셨다고 이해하면 될 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꿈이었든 생시였든, 예를 들어서 꿈이었다고 합시다.

가령, 도저히 거역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똑같은 꿈 얘기를 하는 겁니다. 두 사람이 똑같은 꿈을 꾸고 ‘도무지 거역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가야 되겠다’ 하고 있는데 그 이튿날 똑같은 꿈을 또 꾸면 ‘이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는 도저히 무서워서 안되겠다’ 이래서 떠났을 가능성이 많은 겁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으니 기쁨으로 떠났다기보다는 떠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억지로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흔히 하는 말로 억지로 진 십자가입니다.

사람들이 그렇지 않습니까? 평소에 기도 안 하다가 큰 걱정거리가 생기고 문제가 생기면 평소에 안 가던 새벽기도를 가는 법 아닙니까? 문제가 생기자 교회로 쫓아가는 사람,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것보다 더 훌륭한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날마다 기도하시는 분, 대단한 사람입니다. 가끔은 문제가 있어도 기도 안 하시는 분 있죠? 정말 강심장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하는 것, 잘 하는 일입니다.

비록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억지로 떠나갔을는지 몰라도 그것을 성경은 아주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정말 아브라함이 멋지게 순종했다고 생각하지만 히브리서가 말하는 표현하고는 조금 다르게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 기쁨의 온전한 순종은 아니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가나안으로 가자고 한 것은 아브라함이 아니고 아버지입니다. 가나안 땅으로 가야 되겠다 하고 그 가족을 이끌고 간 사람은 아버지였다는 겁니다. 그러면 고향을 떠나서 가나안으로 가게 된 것이 아브라함의 공로입니까, 아버지의 공로입니까? 100% 아브라함의 공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아브라함의 신앙만, 아브라함의 순종만 얘기합니다.

한 가지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받은 하나님의 명령이 정말 기쁜 소식이고 즐거운 것이었더라면 온 가족이 다 떠났을 겁니다. 그런데 다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홀의 식구는 그냥 남았습니다. 가족이 쪼개졌다는 얘기입니다. 달리 말하면 가족 간의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고 가족 간의 큰 분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와 아들 둘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각자 가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형님인 아브라함과 아버지가 갑자기 집 팔고 논 팔고 가자고 나섭니다. 나홀이 뭐라고 생각했겠습니까? 정말 위대한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그렇게 하셨다 하고 함께 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갑자기 이 두 분이 정신이 나갔다 이러면서 반발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 비슷한 예가 성경에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온갖 이적을 베풀며 말씀을 가르치실 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친속들이 찾아왔습니다. 미쳤다고 생각하고 예수님을 잡으러 온 겁니다. 세상에! 그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며 문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데 예수를 미쳤다고 생각하고 잡으러 왔단 말이에요. 그럴 수 있습니다.

공부 잘 하고 있던 애가 방학이 되어서 내려오더니만 “아버지 저 선교사로 나가겠습니다.” 이러면 당장에 “잘 생각했다.” 이러겠어요? 훌륭한 결정이라고 밀어줄 부모님도 계시겠지만 난리나는 집안도 있을 겁니다. 잘 믿는 집안이라서 “제가 선교사 하겠습니다. 목사 하겠습니다.”라고 할 때 “그래 잘 해보라.”고 팍팍 밀어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겁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고향을 떠나야겠다고 할 때 가족들이 모두 ‘잘 했습니다’라고 했을 경우보다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많은 겁니다. 그래서 나홀의 식구들이 그냥 고향 땅에 머물러 있었던 거죠.

지금 평양에 과기대 짓고 있는데 설립 부총장, 정진호 교수는 여기 교수 아파트에 사시던 분입니다. 이 분이 여기 살다가 중국의 연변으로 가려고 마음먹었을 때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말렸는지 아십니까? ‘예수는 평신도였다’라는 책을 보시면 얼마나 어렵게 어렵게 중국으로 건너갔는지를 잘 써 놓았습니다. 거기 가셔서 최근에 쓴 책이 ‘떡의 전쟁’ 입니다. 얼마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서 그 길로 갔는지 잘 보여 줍니다. 정말 불쌍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주겠다고 그 길을 갈 때에 주변에서 잘 한다고 칭찬하는 것이 아니고 뜯어 말리는 겁니다.

저는 아브라함의 가족이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 가족이 쪼개지는 그 장면을 생각하면 늘 김만철씨 얘기가 떠오릅니다. 벌써 한 20여년 되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서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가 일본에 잡혀 갔습니다. 큰 함정 사이에 조그마한 배가 묶인 채 근 20여일 머물러 있었을 겁니다.

한국으로 가겠다고 명백하게 의사를 밝혀 버리면 될 텐데 가족 간에 합의가 안되는 거예요. 물론 북한의 회유나 공작이 있었고 또 일본에서 추방을 하면 잡아 가겠다고 동해상에 북한 함정도 대기하고 있고 남한 함정도 대기하고 있는 이런 상태에서 20여일이 지나갔고 신문기사 보는 사람도 불안하기 그지없는데 당사자들이야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그런데 가족들이 합의가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임시 체류를 조건으로 대만으로 추방해 버렸습니다. 대만으로 갈 때 그 사람을 설득시켜서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 급파된 사람이 이웅평씨입니다. 미그기 몰고 남한으로 귀순했던 사람입니다. 가서 무슨 얘기를 했겠습니까? ‘나 이웅평이야, 알잖아? 북한에서 미그기 몰고 남한으로 와서 나 지금 잘 살고 있어. 걱정하지 말고 같이 남한으로 가자’ 이렇게 설득해서 결국 데려옵니다.

김포공항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난 후 찍은 사진을 보면 다들 고개 쳐들고 있을 때 살짜기 숨은 듯이 찍힌 사람이 있습니다. 김만철씨 사위입니다. ‘남한으로 가는 것을 내가 그렇게 반대했으니 나는 이제 죽었다’ 하고 김포공항에 와서도 발발 떨고 있었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어려웠겠느냐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낯선 곳으로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이 이런 겁니다.

그 정도는 아니었을는지 모르지만 이런 분란을 겪고서 데라와 아브라함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이런 어려운 결정을 주도한 사람은 아브라함이 아니고 그 아버지 데라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순종해서 고향을 떠났다고 말합니다.

또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말씀에 믿음으로 순종했다고 말하기에 결정적인 흠은, 도중에 죽치고 앉아버린 겁니다. 갈대아 우르를 떠나서 쭉 올라갑니다.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 하란에서 더 이상 안 갑니다. 남쪽에 있는 갈대아 우르에서 북쪽 하란까지 올라가려면 우리나라 남북의 한 배 반 정도, 꽤 먼 거리입니다. 거기가 최북단의 국경도시입니다. 거기서 강을 건너면 다른 민족에게로 가는 겁니다. 왜 강을 안 건너갑니까?

여러분, 여기서 잘 살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보따리 싸 가지고 서울이나 대전쯤 가라고 그러면 웬만하면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서울이나 대전이 아니고 만주나 시베리아로 가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건 어렵습니다. 하란이라고 하는 곳이 먼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민족이니까 거기까지 가기는 가능한데 그 강을 건너서 넘어가면 말도 통하지 않고 풍속도 다른 이방인이 되는 겁니다. 외국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지금도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오늘날 법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하는 시대임에도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굉장히 불편한 일입니다. 한국 사람들 친절하죠? 외국인에게 정말 친절합니까? 이 땅에 돈을 벌겠다고 왔다가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서 천추의 한을 품고 돌아간 외국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 많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해도 외국인에게까지 정말 잘 해주는 게 아닌 경우가 참 많습니다. 중국 화교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중국 화교들이 어디를 가서도 성공적으로 정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안 되었답니다. 우리가 못 느껴서 그렇지 외국인이라고 법적으로 차별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이 외국인에게 관대하다고요? 외국인이라고 얼마나 핍박을 많이 했는지 우리가 잘 모를 뿐입니다. 하물며 3000년 전 4000년 전,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이네요, 그 옛날에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요? 오죽하면 아브라함이 아내를 누이라고 불렀을까요? 아내가 예쁘면 남편을 죽이고 데려가 버리니까요. 무서워서 더 이상 못 갔더라는 얘깁니다.

가기는 가야 하는데 겁이 나서 죽치고 눌러앉은 곳이 하란이었습니다. 12장 5절에, ‘아브람이 그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모은 모든 소유와 얻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라고 말하죠. 그러니까 하란에서 재산을 많이 모은 겁니다. 사람들도 많이 얻었습니다. 낯선 타지에 와서 재물을 많이 모으고 사람들을 많이 얻었다는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을 머물러 있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가라고 한 가나안 땅으로 금방 안 가고 중간에 죽치고 앉아서 오래토록 있었는데 하나님께서 재차 나타나셔서 가라고 해서 간 겁니다.

이런 걸 종합해 보면 아브라함의 순종도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구레네 시몬의 십자가와 비슷한 겁니다. 그걸 우리는 흔히 억지로 진 십자가라고 말합니다. 구레네 시몬이 그 날 얼마나 욕을 했을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구레네 시몬, 시커먼 촌놈입니다. 마침, 예루살렘에서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기에 뭔가 싶어서 사람 틈을 비집고 머리를 한번 쑥 들이밀었더니 로마 병정이 이러는 겁니다. “야, 일루 와봐, 시커먼 게 힘 좀 쓰게 생겼는데 이거 네가 지고 가!” 세상에 이렇게 재수 없는 날이 어디 있습니까?

딴 짐도 아닌 사람을 처형하는 십자가를 느닷없이 지고 가라니 얼마나 재수 없다고 투덜댔겠습니까? 그게 억지로 진 십자가입니다. 여러분, 그 십자가가 구레네에게 복입니까, 저주입니까? 구레네 시몬이 그날은 그렇게 재수 없는 날이라고 욕을 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그의 아들 루포가 신약성경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 됩니다. 틀림없이 그 사건 때문에 구레네 시몬과 그 아들들은 신약교회에서 유명하고도 훌륭한 신앙인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억지로 순종했을지 몰라도 그것이 아브라함에게 큰 복이 되었더라는 말씀입니다.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는 아브라함이 참 신앙이 좋아서 하나님께서 그를 불러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에 그렇게 배웠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우상을 만드는 사람이었는데 어린 아브라함이 어느 날 하나님만 섬겨야 되지 이래서는 안된다 하고 우상을 다 두들겨 부셨을 정도로 아브라함은 신앙이 좋았다는 얘기를 주일 학교 때 배웠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유대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그런 것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그러려니 했는데 여호수아 24장 2절에, ‘여호수아가 모든 백성에게 이르되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에 옛적에 너희 조상들 곧 아브라함의 아들 나홀의 아비 데라가 강 저편에 거하여 다른 신들을 섬겼으나 내가 저희 조상 아브라함을 강 저편에서 이끌어 내어’라고 합니다. 여기 보면 너희 조상들이 강 저편에서 다른 신을 섬겼다고 합니다. 믿음이 좋아서 하나님께서 불러내신 것이 아니고 거기서 다른 신들을 섬기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불러내셨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어릴 때부터 신앙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만들어가셨지 처음부터 그렇게 위대한 신앙인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이 좋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고향을 떠나고 하나님께서 가라는 곳으로 갔다? 너무 쉽게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아브라함은 하나님도 몰랐습니다. 가야 하는 곳에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몰랐습니다. 그것이 두려워서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순종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하나님께 멱살이 잡혀서 끌려간 겁니다. 마지못해 가나안 땅으로 갔고 고통스러운 나그네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어려움들을 다 이겨내고 위대한 믿음의 조상이 된 겁니다.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셨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히브리서는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갔다고 칭찬을 하는 겁니다. 정말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순종을 한 걸까요? 표현이 어떨는지 모르지만 물건에 비하면 좀 과대 포장이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보기에 아브라함이 억지로 억지로 그 정도 순종을 했으니까 그렇게 대단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는 듯한데 성경은 그 사건을 두고 굉장히 크게 칭찬하고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이거 과대 포장이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쩝니까? 그런 믿음까지도 하나님께서는 크게 인정하시는 걸요. 성경에는 과대 포장이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렇다고 인정해 버리니 우리는 할 말이 없습니다마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하나님께서 너무 후하게 점수를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성경에 참 많습니다.

성경에서 가장 온유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가장 온유한 사람이 모세요? 모세가 그렇게 온유한 사람 맞습니까? 모세의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했다고 그러는데 모세가 정말 그렇게 온유한 사람 맞습니까? 나이 40에 혈기 부려 가지고 한 사람 때려 죽였잖아요? 하나님께서 반석에게 명해서 물을 내라고 할 때 성질난다고 몇 방 더 때렸다가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갔잖아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한 여인이 옥합을 깨뜨려 가지고 머리에 쏟았습니다. 그 여인은 그저 고맙고 감사해서 그랬겠지만 예수님께서는 정말 과하게 칭찬하십니다. ‘이 여인이 내 장례를 준비하였느니라’ 그러면서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여인이 행한 것을 전하라고 말씀하시잖아요? 그 여인이 정말 예수님이 돌아가실 것을 정말 믿었고 그 장례를 준비하느라고 부었을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다는 그 말을 아무도 안 믿었거든요. 그럼에도 예수님은 이 여인을 크게 칭찬하는 겁니다. 과대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점수를 줘도 너무 후하게 줬다 싶은 일이 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친히 말씀을 하셨습니다. 백성들이 두려워서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다가는 죽을 것 같으니 당신이 올라가셔서 하나님께 말씀을 다 듣고 와서 우리에게 전해주면 우리가 당신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하나님께 그렇게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뭐라고 대답하시는지 아십니까?

출애굽 그 긴긴 동안에 하나님께서 칭찬한 유일한 일입니다. ‘백성들의 말이 옳도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대리인을 보내주면 그 대리인의 말을 듣겠다고 했으니 이 백성들은 정말 훌륭한 백성이다 그러므로 내가 대언자를 보내겠노라’ 메시야를 보내겠다고 얘기를 해 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모세가 ‘너희의 그 요청을 따라서 하나님께서 나와 같은 선지자를 너희 가운데서 세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백성들이 한 말과 하나님의 해석은 너무나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아브라함이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위대하게 키우시는 하나님이 위대하신 겁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멱살을 잡고 가나안 땅으로 끌고 가서 믿음의 조상으로 만들어 놓으시고는 갈 바를 알지 못하고 갈 정도로 순종했다고 칭찬하시는 겁니다. 아브라함이 조그마한 순종을 했을지라도 이렇게 조그마한 믿음을 칭찬하며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크고 놀라운 것입니다.

고향을 떠날 때 아브라함이 굉장히 두려웠을 겁니다. 두렵고 힘든 일이지만 누구의 손에 잡혀 있느냐에 따라서 복이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겁니다. 하나님의 손에 잡혔다면, 하나님께서 멱살을 잡고 안 갈 거냐고 잡아당기면 참 힘들고 괴로울는지 모르지만 어디로 끌려가는 걸까요? 행복으로 끌려가는 겁니다. 정말 가기 싫은데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끌고 가시면 그게 결국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란 말입니다.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군인들이 훈련할 때 “이 놈의 새끼, 너 이리 나와!” 하고 끌고 나가는데 말은 험해도 그게 휴식으로 가는 길입니다. 다들 고생하는데 그래도 아는 선배, 아는 친구가 나를 빼내느라고 고함은 질러 댔지만 쉬라고 그러는 겁니다.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서 험한 말도, 도저히 순종할 수 없는 명령도 복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셔서 “너, 나와!” 이랬습니다. “너, 교회 나와서 하나님의 백성이 되라”고 한 것이 정말 복이냐 고생길이냐는 말입니다.

예수 믿는 것이 쉬운 게 아닙니다.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열심을 많이 내야 되는지 모릅니다. 힘들다고요? 복된 길인 줄 아십시오. 진짜 복은 방바닥에 평안하게 누워 있는 것 아닙니다. 힘들지만 하나님 앞에 나와서 말씀 들으며 감격하며 또 눈물 콧물 흘려 가면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겠습니다’ 하는 것이 영혼이 살고 육신이 사는 복된 길이란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심은 정말 위대한 부르심입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신 것은 그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시고 하나님의 자녀를 회복시키시기 위해서였습니다. 12장 2절에,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복의 근원이 뭡니까? 아브라함 혼자만 복 받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너로 인해서 세상 모든 민족이 복을 받도록 하겠다. 그걸 위해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내셨다는 겁니다.

이런 위대한 계획을 가지고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불러내는데 아브라함이 순종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죠?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지만 하나님 손에 붙들려서 그렇게 간 것이 얼마나 복된 부름이었고 복된 순종이었는지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완벽하게 이루어 드리지 못한다고 해도 하나님은 기뻐하시면서 과하게 칭찬도 하십니다.

우리가 언제 우리 능력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겐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냥 순종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는 일이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귀중한 복입니다. 어떤 말씀이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다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나고 보면 참으로 복된 길이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는 놀라운 이적을 체험하시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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