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두고 따라가니라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갈릴리 해변으로 지나가시다가 시몬과 그 형제 안드레가 바다에 그물 던지는 것을 보시니 저희는 어부라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곧 그물을 버려 두고 좇으니라 조금 더 가시다가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보시니 저희도 배에 있어 그물을 깁는데 곧 부르시니 그 아비 세베대를 삯군들과 함께 배에 버려 두고 예수를 따라가니라 저희가 가버나움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곧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매 뭇 사람이 그의 교훈에 놀라니 이는 그 가르치시는 것이 권세 있는 자와 같고 서기관들과 같지 아니함일러라 마침 저희 회당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있어 소리질러 가로되 나사렛 예수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우리를 멸하러 왔나이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 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 예수께서 꾸짖어 가라사대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시니 더러운 귀신이 그 사람으로 경련을 일으키게 하고 큰 소리를 지르며 나오는지라 다 놀라 서로 물어 가로되 이는 어찜이뇨 권세 있는 새 교훈이로다 더러운 귀신들을 명한즉 순종하는도다 하더라 예수의 소문이 곧 온 갈릴리 사방에 퍼지더라 회당에서 나와 곧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의 집에 들어가시니 [개역, 마가복음 1:16~20]

선생님이 없어도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굳이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필요도 없고 옆에서 잔소리할 필요도 거의 없습니다. 방향만 잘 잡아주고 요령만 잘 일러주면 제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일일이 가르쳐 줘야 하고 공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검사하고 확인해야 억지로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그런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혜 받고 스스로 주님만을 따르며 헌신하겠다고 나서는 분들은 정말 존경해야 합니다. 목사로서 그런 분들에게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부디 그런 마음으로 충성하시고 많은 열매를 맺기 바랍니다. 그러나 저는 말씀대로 살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성도들에게 더 관심이 많습니다. 오늘 이 말씀은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시고 공부를 아주 잘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섭섭한 내용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스스로 한번 물어 보세요. 정말 내 삶은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는 삶인가 아니면 세상의 이것저것을 움켜잡고 사는 삶인가? 예수님께서 버리라고 했는데 버리지 못하고 움켜잡고 사느라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가요? 모든 것을 버리라고 했는데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좀 불안하세요? 복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선교사님들을 생각하면 우린 돈을 함부로 쓰기 정말 어렵습니다.

중국에 가 있는 선교사들에게 얼마를 보내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한 달에 70만원이면 된답니다. 좀 오래전 얘깁니다마는 태국의 선교사는 한 달에 10만원이면 된대요. 조금 오래 전 얘기긴 해도 한 달 선교비로 넉넉하게 쓸 수 있는 돈을 경우에 따라서 외식 한 번에 쓰고 나면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때도 가끔 있지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지 생각을 좀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 말씀드리려고 하는 말씀이 본문하고 조금 거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대지를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준비하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언젠가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셔서 일을 맡기실 때 감당해 낼 수 있는 준비를 좀 하자는 뜻으로 말씀을 드리겠고 두 번째는 ‘건강한 교회를 세우자’라는 요지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18절에 보면, ‘그물을 버려두고 좇으니라’는 말씀이 있고 20절에는, ‘그 아버지 세베대를 삯군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 가니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 너로 하여금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 한마디 듣고 모든 걸 버려두고 예수님을 그냥 따라가 버렸다는 겁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런 구절을 읽을 때 기가 죽지 않습니까? 어떻게 한 말씀 딱 듣고 저렇게 자리를 박차고 따라가 버릴 수 있었는지 말이지요.

정말 위대한 결단이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볼 때 좀 위축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죠? 그런데 때로는 성경말씀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가르쳐 주면 좋은데 어떨 때는 긴 이야기를 딱 한 줄로 넘어가 버립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다른 성경이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이 부분 저 부분을 찾아보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안드레와 베드로를 부르셨던 이 사건이 누가복음에도 있고 요한복음에도 있는데 묘하게도 내용이 좀 다릅니다. 두 곳을 잘 비교해 보면 요한복음에 기록된 얘기가 제일 먼저 있었던 일 같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 세례 요한이 자기가 데리고 있던 제자 둘에게 예수님을 보고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고 표현하면서 ‘가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요한이 데리고 있던 아주 소중한 제자 둘을 예수님께로 보낸 겁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안드레고 그 안드레가 자기 형 베드로를 불러왔습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에 보면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이들이 예수님을 떠나서 고향으로 가 버린 것 같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찾아오셔서 베드로의 배에 올라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시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만 해도 베드로가 이 분이 대단한 선생님이라고는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 말씀에 의지해서 제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하고 그물을 내렸는데 고기가 엄청나게 많이 잡혔더라는 겁니다.

밤새 수고해도 별로 잡히지 않던 고기가 이 선생님이 하라고 한 대로 했더니 엄청나게 잡혔더라? 뭘 해야 되겠습니까? 감사헌금 하실래요? 베드로의 반응이 참 재미있습니다. 고기가 많이 잡힌 것을 보고 예수님 앞에 엎어집니다. 그리고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나를 떠나소서’ 한단 말입니다. 약간 이상하잖아요? 세상에 밤새도록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많은 고기를 잡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래야 정상일 것 같은데 그 앞에 엎어져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나를 떠나소서’ 한단 말입니다.

이 분이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라 최소한 하나님의 사자이거나 하나님으로 인식을 했다는 뜻입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 오너라’고 하신 겁니다. 베드로와 다른 형제들이 배를 버려두고 따라갔습니다. 이들이 예수님께서 따라 오라고 말씀하셨을 때에 아무런 고민도 없이 모든 걸 그냥 훌훌 털고 바로 따라갔다는 뜻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들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고 뭔가 고민스러운 일이 있었다가 예수님의 놀라운 능력을 보고 따라간 겁니다. 이 분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그렇게 따라갔습니까? 아닙니다. 저 정도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로마군대를 몰아내고 왕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따라간 겁니다. 그런데 그 분이 결국은 비참하게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제자들이 얼마나 실망을 했습니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다시 고기 잡으러 가 버렸습니다.

쉽게 말하면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오너라라고 말했을 때 마가가 전해주는 이 구절만 보면 그 말 한 마디에 모든 걸 버려두고 따라간 위대한 결단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위대한 결단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제자들이 정말 제자다운 제자가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구절만 보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따라간 위대한 제자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가복음 10장에 어떤 부자 청년이 와서 영생을 얻을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예수님께 물었을 때에 예수님께서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청년이 근심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고 ‘베드로가 여짜와 가로되 보소서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좇았나이다(마가복음 10:28)’ 합니다. ‘저 청년은 걱정하면서 돌아갔지만 예수님 우리는 모든 걸 다 버리고 주님을 좇았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우리에게는 큰 복이, 큰 상급이 있겠죠? 그런 얘기 아닙니까?

그랬더니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및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미나 아비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마가복음 10:29)’ 이런단 말입니다. 더 버리라는 얘기 아니에요? 나를 위해서, 복음을 위해서 더 버릴 게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 뒤에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마가복음 10:31)’고 하시는 말씀을 보면 너희가 그것을 다 버리고 나를 좇았다고 해서, 먼저 되었다고 해서 흔히 하는 말로 하면 ‘까불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까불다가 뒤집어지는 수가 생긴다. 베드로는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좇았는데요? 자랑스럽게 얘기했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더 버려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만약에 베드로가 모든 것을 다 버렸다고 한다면 살아 생전에 예수님 말씀처럼 백배는 받아야 안됩니까? 베드로가 백배나 더 받은 것이 뭡니까? 베드로가 배를 한 척 버렸으면 나중에 백 척을 거느리는 선주가 되어야 옳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되었습니까? 위대한 사도가 되었으니까 그것보다 더 나은 겁니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여기서 예수님께서 버리라고 한 것이 문자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모든 걸 버렸다고 말하는 베드로도 처자식을 안 버렸습니다. 고린도전서 9장 5절에 사도 바울이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도들과 주의 형제들과 게바와 같이 자매된 아내를 데리고 다닐 권이 없겠느냐?’ 나도 그럴 권한이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말 아닙니까? 그러니까 베드로를 위시한 다른 사도들은 동부인해서 전도여행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가정생활을 해 나갔던 거죠. 예수님은 다 버리라고 한 것 같은데요?

문자대로라면 다 버려야겠지만 베드로도 다른 사도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디모데전서 5장 8절에,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고 합니다. 가족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버리라는 얘깁니까? 버리지 말라는 얘깁니까? 분명한 것은 여기서 버리라고 한 것이 아무런 대책없이 그냥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베드로에게 뿐만 아니라 부자 청년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너는 나를 따르라고 한 말씀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표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실제로는 물질을 가장 숭배하면서도 겉으로는 말씀을 소중하게 여기고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것처럼 느끼고 있던 부자 청년의 잘못된 생각을 예수님께서 깨뜨리기 위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겁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면 이 청년이 절대 순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시고 하신 말씀입니다.

누가복음 12장 21절 보시면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치 못한 자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바로 이 청년을 두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이런 그릇된 생각을 깨기 위해서 이 청년에게 하셨던 말씀입니다. 만약에 이것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할 말씀일 것 같으면 예수님께서 다른 부자들에게도 이런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

성경에 부자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부자라고 명시해 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재물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은 아리마대 요셉입니다. 마태복음에는 아리마대 부자 요셉이라고 말합니다.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됩니까?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가야지요? 그러나 아리마대 요셉은 예수님을 그렇게 헌신적으로 따라간 사람도 재물을 다 버린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요긴하게 예수님을 섬겼던 사람입니다.

부자인데 재산을 버리지 않은 사람이 또 한 사람 있습니다. 삭개오입니다. 삭개오를 마태와 비교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세관에 앉아 있던 마태를 예수님께서 따라오너라 했더니 바로 따라가 버렸습니다. 모든 걸 버려두고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삭개오는 예수님을 보고 싶어 했다가 집에까지 맞아 들여서 큰 칭찬을 들었지 않습니까? 그 삭개오가 부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삭개오를 데리고 떠나지 않았습니다. 삭개오는 아마 계속해서 세리로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산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에게 다 나눠주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 아니라는 겁니다.

성경에는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면서도 재산이 많았던 부자들이 있습니다. 아니 많이 있습니다. 욥이 그랬고 아브라함이 그랬습니다. 다윗이나 솔로몬도 재산으로 치면 어마어마한 부자들입니다. 그거 다 버려두고 하나님만 섬겨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잘 사용했던 사람들이 성경에 많이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 삼년동안 전도여행을 다니시면서 그 많은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실 때 그 경비를 누가 댔을까요? 누가 그 경비와 숙소를 제공했을 것 같습니까? 아마 따라다니던 여자들이 경비를 다 댔을 것 같습니다. 자기 재물을 가지고 기꺼이 섬겼던 사람들이 성경에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부자가 되는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복입니다. 여러분들이 부자가 되어서 재물이 많으면 쓸 데가 참 많습니다. 남을 도울 줄 알고 헌신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요긴하게 쓰는 것이 오히려 훌륭한 일입니다. 여러분, 부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가난하게만 사는 것이 하나님의 소원은 아닙니다. 본문의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갔다’는 말씀은 특별히 사명을 받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이유도 없이 가족을 버리거나 함부로 직장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입니다.

장로로 부름을 받았을 때와 목사로 부름을 받았을 때가 조금 다르죠? 목사가 되기로 작정했으면 버려야 할 것이 많이 있을 겁니다. 첫째 버려야 할 것이 돈 욕심이 아닐까요? 그런데 장로로 부름을 받고 세워졌으면 돈을 너무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요? 목사가 돈으로 뭘 해야 될 때는 별로 없지만 장로는 돈으로 움직여야 될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돈을 많이 버셔야 합니다.

어떻게 부름을 받았느냐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다는 것은 특별한 부르심에 응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말씀의 사역자로 부름을 받아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서 훈련과정으로 들어섰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을 전부 내팽개쳤거나 가족을 전부 버렸다는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예컨대 목회자나 선교사로 부름을 받으면 일정한 기간 동안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훈련에 몰두하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그런데 버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일입니다. 이 사람들이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따라가서 그 때부터 바로 훌륭한 제자가 된 게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름을 받고 따라가서 적어도 삼년동안 합숙 훈련을 해 가면서 열심히 배웠다는 겁니다. 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면 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역자로 거듭나는 것은 순식간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따라갔다고 그날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삼년동안 합숙하면서 배웠지만 그래도 부족했습니다. 예수님 따라다니면서 삼년동안 배운 다음에 바로 훌륭한 사도가 되었습니까?

우리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성령이 임하셔도 혼자 은혜를 받고 감동이 될지는 몰라도 남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가르치고 은혜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준비하고 갈고 닦아야 합니다. 성령이 임하셔도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초창기에 온 선교사들 거의 다가 의사였습니다. 선교사가 신학만 공부하고 가면 되지 왜 의사 공부까지 해서 왔습니까?

그 분들이 의사였기 때문에 복음을 전하는데 얼마나 유용했는지 아십니까? 그들이 의사가 된 것은 복음을 전하기 위한 귀중한 준비였습니다. 베드로가 후일 훌륭한 어부가 됩니다. 한 번 설교했더니 삼천 명씩 돌아오는 위대한 설교자가 되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쌍한 영혼들을 보면 가슴에 불이 붙어서 못 견디는 사람은 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당장 급한데 공부는 언제 하고, 준비는 언제 합니까? 여러분은 그렇게 급한지 몰라도 하나님은 그렇게 급한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복음을 전한지, 우리에게까지 복음이 전해져 오는데 몇 년 걸렸습니까? 1800년 걸렸다고 보아야 되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 한민족을 사랑하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우리에게 복음이 오기까지 1800년이나 걸렸습니까?

준비 없이 서두르기만 하는 것은 우리 생각이지 하나님은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모세는 80세에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구해 달라고 기도하고 울부짖은 때가 80년이 지나갔다는 뜻입니다. 사무엘이 선지자 노릇을 시작한 것은 하나님을 만난지 20년도 더 지나서 입니다. 실로에 있던 성소가 파괴되고 법궤는 블레셋에 빼앗겨 버렸습니다. 다시 등장할 때까지 아마 자기 집으로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구하시려고 한나에게 사무엘을 주셨는데 어떻게 20년이나 허송세월을 하십니까? 하나님은 그렇게 급하신 분이 아닙니다.

사울이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에 즉시 유대인과 싸워서 이겼지만 하도 분쟁이 심해지니까 제자들이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최소한 초야에 10년 동안 머물러 있었단 뜻입니다. 안디옥 교회가 세워지고 바나바가 그를 불러내기까지 10년 정도를 고향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시면 즉시 뛰어나갈 준비를 차곡차곡 하는 것이 잘 하는 겁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뛰어나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성경에 나타난 위대한 사역자 중에 제대로 준비된 사역자가 그만큼 큰 일을 했습니다. 신약성경을 권수로 치면 사도 바울이 거의 3분의 2를 썼습니다.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로 많은 분량을 쓴 사람이 누가입니다. 의사였잖아요? 세 번째로 긴 글을 쓴 사람이 마태입니다. 어쨌거나 그는 세리였잖아요? 수제자는 베드로였는데 두 권 썼잖아요? 그런데 그 두 권 합쳐봐야... 왜 그렇습니까? 수제자이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베드로였지만 흔히 하는 말로 가방 끈이 좀 짧았습니다.

구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세가 한 일 중에 가장 큰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인도해 낸 일요? 그걸로 유명하고 그걸로 위대한 사람이 되었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광야 40년 지나는 동안 모세는 거기서 책 다섯 권을 썼습니다.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신명기까지 그 다섯 권을 써 주지 않았더라면 유대교가 가능하고 기독교가 가능했겠느냐 말입니다.

백성들을 인도하여 낸 일도 굉장한 일이지마는 그 광야에서 날마다 날마다 성경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모세를 특별히 애굽 궁정에서 40년을 지나게 하시면서 배우게 한 주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준비하는 사람을 들어서 크게 쓰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우리가 준비하는 일에 열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마가복음 본문과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워낙 이 말씀들을 많이 하시니까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마태복음 28장 19절부터입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이 말씀이 뭘 하라는 말씀입니까? 선교를 강조하시는 분들은 이 구절을 항상 선교로만 이해합니다. 그런데 어느 부분에 가장 강조점이 있는지를 찬찬히 보세요.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그러죠? 가라는 말입니까?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하면 한 족속만 제자를 삼으면 안되지요? 혼자서 모든 족속을 다 품을 수 있습니까? 이 모든 족속에 자기 민족도 포함되는 건지 안되는 건지 생각해 보세요. 만약에 자기 민족이 포함 안되는 것이라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전부 여길 떠나야 합니다. 제자를 삼으라고 그러죠? 그 다음에 세례를 주라고 그러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자, 뭐 하라는 얘기죠?

하라고 한 것은 다 해야죠? 그런데 이걸 간단하게 선교하라는 말씀으로 단정지을 수 있습니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씀을 가르치고 그것을 지키게 하라’일 겁니다. 단순하게 선교만을 의미하는 말씀은 아닙니다.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땅에 건강한 교회를 세우라는 말입니다. 다른 민족에게 가기만 하라는 말이 아니고 자기 민족까지 다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땅 끝이 중요합니까? 예루살렘이 중요합니까?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라고 합니다. 어디가 제일 중요합니까? 땅 끝만 중요합니까? 예루살렘도 중요합니다. 온 유대도 중요합니다. 땅 끝까지 가라고 했는데 어떤 사도는 끝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스데반의 박해 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예루살렘을 떠나서 흩어져 가며 이곳저곳에서 복음을 전할 때에 사도들은 예루살렘에 그냥 머물러 있었습니다. 땅 끝도 중요하지만 예루살렘도 중요하고 유대도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세례를 주라고 그러면 현재 제도로는 목사밖에 안되잖아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말은 선교보다는 더 넓은 의미로 이 땅 모든 곳에 건강하고 튼튼한 교회를 세우라고 하시는 말씀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뜻입니다. 건강한 교회를 세우라는 것은 건물 짓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을 말하는 겁니다. 튼튼한 하나님의 사람을 세워가는 겁니다. 이게 어떻게 본다면 돈으로 되는 일 아닙니까?

어떤 목사님이 논문을 썼는데 5, 6년이 걸렸나 봐요. 그런데 제가 하도 놀라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사람인데 70인역 성경을 연구해서 여기에 참여한 번역자가 몇 명인지를 연구하고 밝혀 낸 논문이랍니다. 가령, 여러 사람이 책을 하나 만들었는데 그걸 보면서 문체나 말하는 어투나 글 쓰는 솜씨를 살펴보면 몇 명이 썼는지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말로 된 것도 그리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한국인 목사가 2000년 전에 번역된 헬라어 성경을 펴 놓고 문체를 비교해서 몇 명이 쓴 책이라고 논문을 써 냈으니 기절할 만큼 무서운 일입니다.

전 지금도 헬라어를 제대로 읽어갈 정도는 아닙니다. 제가 헬라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아니 영어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영어 공부도 적게 했습니까마는 지금도 한 책 속에서 저자가 다르다는 것을 분간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한국 사람이 다 해 냈을까? 탄복을 한 거죠. 그런데 울산교회가 이런 인재들을 키웠다는 겁니다. 교회가 의도적으로 이런 인재들을 돈을 대가면서 교육을 시킨 겁니다. 쉽게 말하면 몇 억을 들여서 정말 실력 있는 목사를 만든 겁니다. 한 두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그걸 보면서 참 감동이 되기도 하고 부러웠습니다. 교회를 세운다는 것은 건물 한 채 잘 지어 놓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목사 한 사람을 만들어 놓으면 건물이 없어도 됩니다. 우리 교회도 언젠가 몇 억을 들여서 정말 훌륭한 목사 한 사람 키워냈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게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겁니다.

마태복음의 소위 대명령이라고 하는 구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서 지키게 하라는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모든 민족이니까 어디든 가야지요. 그 속에 여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고 여기서 이웃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교회를 만들어 가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특별한 사명을 주시면 얼마든지 다른 족속에게로 갈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럴 때에 여러분들이 꼭 준비해서 가져가야 할 것은 말씀을 가르쳐서 지키게 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누가는 의사랍니다. 성경에 누가가 고친 환자가 몇 명이나 나옵니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니 말도 안합니다. 바울은 텐트 만드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건축업자입니다. 바울이 텐트를 몇 채나 지었습니까? 얘기 안합니다. 베드로는 고기 잡는 선수입니다. 고기 몇 마리나 잡았다고요? 관심 없습니다. 성경의 관심은 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전했느냐에 있지 그들이 자기가 가진 능력으로 뭐 했다 이런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뭘 어떻게 준비하든 가장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될 것은 말씀을 가르치는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건강한 교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여기에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면서 선교사를 지원해야 합니다. 선교사는 전방에 나간 전투병이라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전방에 군인들이 다 나가 있으면 전쟁이 됩니까? 후방에 병참부대도 있어야 하고 훈련소도 있어야 하지만 전쟁 물자를 만드는 공장도 돌아가야 합니다. 선교사를 보내 놓고 여기 있는 교회가 후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선교사들이 그 일을 어떻게 감당해 냅니까? 그래서 교단에서 선교사를 파송할 때 반드시 목표를 설정해서 후원자를 모집하고 액수를 채워야 보내줍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간 제자는 열두 명이었지만 버리지 않고 따라다닌 제자들도 참 많았습니다. 그들 역시도 헌신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선교사들이 은퇴해서 고향에 돌아오면 국가에서 그 노후를 보장해 줍니다. 우리는 누가 합니까? 한평생 선교하고 돌아올 때는 빈손으로 식구만 많이 데리고 돌아옵니다. 누가 돌봐야 합니까? 우리가 여기에서 튼튼한 교회를 세워서 선교사들을 돕고 후원하고 그들을 돌봐야 할 의무가 있는 겁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기도 합니다.

말씀을 맺으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따라오라고 하는데 따라가지도 않고 버리라고 하는데 버리지도 않고 여기서 편안하게 먹고 잘 살고 있는 우리는 악다받은 그리스도인입니까? 그것 때문에 마음이 조금 불편할 때도 있습니까? 여러분, 분명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여기 우리의 삶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건강하고 튼튼한 교회를 세워 나가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인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기가 바로 우리에게 맡겨진 선교지라는 생각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이곳을 떠나서 선교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삶도 잊지 말고 어떻게든지 그들에게 동참하며 그들을 어떻게 후원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정말 공부 잘 하고 알아서 잘 가시는 분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여기 남아서 튼튼한 교회를 만들어서 그들을 후원하는 것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걸 버리고 나를 따라오라는 말씀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가정과 직장과 교회에서 충성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까? 예수 믿는다는 것이 보통 부지런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직장에 충성하면서 교회에 충성하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 겁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주님 위해 살겠다고 다짐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몸은 여기 있어도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나이다’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튼튼한 교회를 세워가며 말씀대로 헌신하며 살 때에 이 위에 튼튼한 교회가 세워지고 그 힘으로 선교사들을 후원하며 선교사들이 충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겁니다. 우리 교회도 빨리 더 자라나서 많은 선교사들을 후원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떠나지 않은 여러분들에게 그 사명이 주어져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을 하시기 바랍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