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들어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정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그에게 들어가 가로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고 생각하매 천사가 일러 가로되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얻었느니라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저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을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위를 저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에 왕 노릇 하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사내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천사가 대답하여 가로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으리라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수태하지 못한다 하던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치 못하심이 없느니라 마리아가 가로되 주의 계집 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개역, 누가복음 1:26~38]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성경을 믿기가 쉬울까요 아니면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이 성경 말씀을 믿기가 쉬울까요? 뒤에 가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학자나 과학자들의 고집이 얼마나 센지 말로 다 못합니다. 옛날 대학별로 고사를 치를 때에 어떤 문제는 어느 대학에 가느냐에 따라서 답이 달라집니다. 그 대학에 있는 학자가 주장하는 대로 답을 써야 하니까요.

제가 아는 어느 수학자는 정말 계산에 밝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안됩니다마는 예전에는 세금을 매월 조금씩 떼고 연말에 정산을 했는데 이 분은 매월 세금을 떼지 않고 대신에 세금에 해당할만한 적금을 하나 들어놓습니다. 연말에 적금을 타서 세금을 한꺼번에 내는 겁니다. 예전에는 그게 가능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적금의 이자만큼 남는다는 겁니다. 대단한 사람입니다. 수치에 얼마나 밝은지 모릅니다.

그 분을 보면서 제가 깨달은 것이 잔돈에 밝은 분들이 의외로 큰돈에 어둡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큰 부자는 못됩니다. 논리적이고 따지기 좋아하고 공식에 맞지 않으면 혹은 원칙에 맞지 않으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의 특징입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믿지 않는 겁니다. 자기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내 머리로 납득이 안되는데 어떻게 믿느냐는 거죠?

흔히 하는 말로 차가운 지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얼마나 예쁩니까?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쳐다 보면 다 예쁩니다. 그런데 분석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과학자들 중에는 ‘얘가 이렇게 포동포동하고 예쁜 것은 어른들에 비해서 지방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지 기름 다 빼버리고 나면 똑같은 거야’ 이런단 말이에요.

과학자들도 따뜻한 심성을 기르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음악, 미술, 철학도 배워야 됩니다. 꽃이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름답게 느끼는 것, 따뜻한 마음입니다. 그걸 또 분석합니다. ‘뿌리가 땅 속에서 물을 빨아올리는 거야. 삼투압, 증발, 그리고 모세관 현상을 통해서 영양분을 뽑아 올리고 꽃을 피우는 거야’ 하고 들여다 보면 참 재미없는 겁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차가운 지성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성경 말씀을 무조건 믿으라’ 그러면 믿겠습니까?

본문에 처녀가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걸 믿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든 나름대로 납득이 되어야 믿는 이런 기질을 가진 사람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한동대 김영길 총장님이 간증을 하면서 ‘예수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었다는데 잘 모르는 사람은 물이나 포도주나 다 액체니까 믿을 수 있을는지 몰라도 자기는 안되더라’는 거예요. 물은 H₂O인데 포도주는 알코올이니까 반드시 탄소 C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없던 C가 어디서 나온다는 거냔 말이에요. 그래서 못 믿겠다는 거예요. 자기가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답니다.

그냥 믿으면 되지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 그렇게 단순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납득이 되지 않으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따지기 좋아하고 납득이 되어야 믿을 수 있다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본문에도 한 사람 있습니다. 누가입니다. 의사 누가가 데오빌로라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예수님의 행적에 대해서 쭉 기록합니다. 모든 자료를 다 조사하고 사실 관계를 따지고 분석해서 예수님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겁니다.

그런데 ‘처녀가 아이를 낳는다’고 써야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 같으면 ‘마 그러려니’ 하고 쓸지 모르는데 명색이 의사 아닙니까?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잘 아는 의사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처음부터 해야 되는 겁니다. 이게 누가에게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얘기를 써 놓으면 어떤 사람들이 ‘당신 정말 의사 맞아요?’라고 따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떻게든 설명을 해야 되는 겁니다. 이게 누가의 고민이었습니다.

다른 사도들은 동정녀 탄생의 이야기를 길게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누가만 유독 이 이야기를 자세하고도 길게 썼습니다. 고민스러웠다는 겁니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믿어지지 않으면 못 쓰는 겁니다. 그 문제를 자세하게 기록했다는 것은 고민도 많았지만 문제의 해결을 보았다는 겁니다. 교회를 다니고 예수는 믿지만 이건 납득이 안 가는 문제다 하고 고민하는 분이 누가하고 비슷한 사람입니다. 어떻게 풀어갔는지 살펴보면서 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나사렛이라는 지명이 구약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신약에 와서 거기에서 예수님께서 탄생하셨기 때문에 유명하게 된 겁니다. 그 나사렛에 살던 처녀 마리아에게 천사가 나타나서 놀라운 이야기를 해 줍니다. 30절입니다. ‘천사가 일러 가로되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여러분, 존경하는 분이 눈길만 한번 줘도 감격스럽죠? 옛날 영화에 보면 임금님의 성은을 한번 받아보겠다고 얼마나 고생을 합니까? 그런데 마리아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다고 하는데요?

31절,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처녀인데 아들을 낳을 것이라? 은혜가 되었을는지 충격이 되었을는지... 31절에,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저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을 것이며’ 애가 고등학교에 수석으로 입학만 해도 얼마나 대단한 영광이겠습니까? 그런데 아들을 낳을텐데 그 아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라? 별로 안 놀랍죠?

그 다음에,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다윗의 위를 저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에 왕노릇 하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영원한 나라의 왕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이게 그냥 태몽이었다고 해도 보통 놀라운 얘기가 아닙니다. 요약해 보면 ‘무서워 말라, 아들을 낳을 것이다, 그 아들이 큰 자가 될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 영원한 나라를 다스릴 왕이 될 것이다’ 마리아가 어느 말에 가장 은혜를 받았을 것 같습니까?

아니, 은혜를 받긴 받았을까요? 은혜는 무슨 은혜? 아마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34절이 마리아의 심정을 잘 말해 줍니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사내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낳은 아들이 어떻게 되든 간에 우선은 내가 어떻게 아들을 낳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거죠. 당시에 정혼했다는 것은 실제로 결혼생활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결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애기를 낳았다고요? 돌에 맞아 죽을 일입니다.

요새는 어떻게 된 건지 교회 다니는 애들도 결혼식 하고 1년이 안되었는데 당당하게 병원에 와서 애를 낳는답니다. 요새는 그렇다 치고 마리아가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건 그 아들이 영원한 나라의 왕이 되건 간에 당장에는 처녀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하니까 얼마나 놀랐겠느냐 말입니다. 은혜는커녕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마리아의 엄청난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서 취해준 조치가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나타났는지 보라고 가르쳐 준 것이 36절입니다.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수태하지 못한다고 하던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치 못하심이 없느니라’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여기에 붙인 것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세례 요한을 보내시겠다는 하나님의 계획도 있지만 또 하나는 마리아가 받은 충격을 감싸주는 겁니다.

결혼을 하고도 평생 아이 없이 살았던 엘리사벳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아기를 가졌다! 하나님은 이런 능력이 있는 분이다! 가서 확인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꽤 먼 길을 간 겁니다. 마리아가 있던 곳은 갈릴리고 엘리사벳이 있던 곳은 유대입니다. 상당히 먼 곳입니다마는 달려가서 확인을 하고 ‘아, 하나님은 이런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구나! 평생 아기를 낳을 수 없다고 했던 다 늙은 할머니가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으면 내게도 그런 일을 하실 수 있겠구나!’ 확인을 하고 거기서 석 달을 함께 지냈다고 합니다. 동병상련이라고 그러죠?

어디 가서 이런 얘기를 하겠습니까? 누가 이런 얘기를 들어주겠습니까? 그러나 이 두 사람은 서로의 심정을 알아줄 수 있을 것 같으니 거기서 석 달을 함께 있었습니다. 엄청난 충격이었겠지만 엘리사벳을 만나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상당히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누가가 자세하게 쓰는 것은 이것이 마리아의 고민이기도 했지만 누가의 고민이기도 했다는 뜻입니다.

다른 복음서 기자들은 이 이야기를 자세하게 쓰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마태가 조금 썼습니다. 마가나 요한은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기자들이 전혀 말하지 않는 것을 왜 누가는 장황하게, 엘리사벳의 이야기도 마리아의 이야기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면 30절이 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기록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일을 자세히 썼을까요?

마가나 요한 입장에서는 그게 뭐 고민할 게 있느냐? 당연한 것 아니냐? 천지만물을 지으신 하나님께서 처녀가 아기를 낳는다고 하는 것 더군다나 구약에 예언도 있는데 한다면 하는 거지! 뭐 고민할 것 있느냐? 이런 자세입니다. 그러니까 말을 안 하는 겁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다 알았던 이야기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도 그렇게 고민 안 했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정도 일이 어렵겠습니까 하고 넘어갔는데 유독 누가만 그 문제를 붙들고 혼자 고민을 해 댄 겁니다. 헬라 사람이죠. 의사죠. 고민하는 겁니다.

제가 언젠가 믿음이란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더니 어떤 분이 듣고 있다가 “믿으면 믿는 거지 뭐 그리 말이 많냐?” 그래요. 맞죠? ‘믿습니다’ 하고 믿어 버리면 끝이잖아요? 그걸 길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까? 저 같은 사람은 필요합니다. 설명을 해내야 직성이 풀립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믿습니다’ 하면 끝이 납니다. 마가나 요한은 그렇습니다. 아니 초대교회 많은 성도들은 그랬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으로 처녀가 아들을 낳으면 됐지 뭐 그걸 가지고 고민할 것 있느냐? 별로 신경도 안 쓴 겁니다.

마태가 여덟 줄을 쓰기는 했지만 그것도 동정녀 탄생에 대해서 썼다기보다는 안 믿으려고 하는 남편 요셉을 천사가 설득하는 얘기에 더 주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마태도 처녀가 아들을 낳는 것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고 그냥 이사야서에 언급되었던 예언이 이렇게 이루어져 갔다는 것으로 끝입니다.

누가만 이 얘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이게 누가의 고민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 있다 치지만 적어도 의사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한다면 뭐라고 답변을 해야 되는지 난감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리아가 ‘나는 사내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으리이까’라고 말했다고 쓰는 것은 누가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얘깁니다. 이걸 어떻게 해결합니까?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라고 말해 놓고 답이 35절에 있습니다. 천사의 말이지만 누가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으리라’ 천사의 답변은 성령의 능력이요 지극히 높으신 자의 능력으로 그 일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천사의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누가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성령의 능력,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으로 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머리로는 도무지 납득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성령의 능력, 하나님의 능력으로는 가능한 일이라고 고백을 하는 겁니다. 누가가 어떤 체험이 있었고 뭘 보았기 때문에 이런 고백을 하느냐를 좀 생각해 봅시다. 누가가 언제 이런 성령을 체험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을 보았을까요?

누가의 행적이 어디에 기록되어 있습니까? 누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에 기록이 있습니까? 있어봐야 사도행전밖에 더 있겠습니까? 사도행전에 누가의 이름이 어디에 나옵니까? 누가복음 전체를 다 훑어도, 사도행전을 다 훑어도 누가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가에 대해서 잘 아는 듯하지만 누가가 무슨 일을 했는지 찾아보려면 참 어렵습니다. 누가는 자신을 철저히 숨겨 놓았습니다.

사도행전을 읽어 나가다가 혹 어떤 부분에 가면 ‘우리가’라고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누가가 포함된 겁니다. 두 군데 정도 있습니다. 사도행전 16장 1절에 ‘바울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9절에 마게도냐에서 사람이 부르는 환상이 나타납니다. 그 환상을 따라서 바울이 마게도냐로 갑니다. 거기 첫 성이 빌립보인데 그 성에 들어갈 때에 ‘우리가’라는 말이 나옵니다.

11절 보세요. ‘드로아에서 배를 떠나 사모드라게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압볼리로 가고 거기서 빌립보에 이르니 이는 마게도냐 지경 첫 성이요 또 로마의 식민지라 이 성에서 수일을 유하다가 안식일에 우리가...’ 바로 이 사건에서부터 ‘우리가’라는 말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16절에, ‘우리가 기도하는 곳에 가다가 점하는 귀신 들린 여종 하나를 만나니 점으로 그 주인을 크게 이롭게 하는 자라’ 이 사건 잘 아시죠?

빌립보 성에서 귀신 들린 여자를 고쳤다가 감옥에서 실컷 두들겨 맞고 밤에 찬송하다가 옥문이 뒤흔들려서 간수가 회개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때에 누가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귀신 들린 자를 쫓아내고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기 위해서 고생하는 바울을 보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는 사람의 모습이 어떠한지 똑똑히 보았겠지요.

그 사건 이후에 바울은 떠나고 누가는 빌립보에 그냥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가’라는 말이 17장부터는 또 사라집니다. 17장 시작할 때 ‘저희가’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누가는 빌립보에 남아 있고 바울을 비롯한 전도팀들은 떠났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아마 6, 7년이 지나갔을 겁니다. 그 사이에 바울은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복음을 전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3차 전도여행을 출발해서 에베소에서 거의 몇 년을 거주하며 복음을 전하고 고린도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빌립보에 도착합니다. 그게 사도행전 20장입니다.

20장 7절에, ‘안식 후 첫날에 우리가 떡을 떼려 하여 모였더니’ 여기에 ‘우리가’라는 말이 또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누가가 여기에 또 포함이 되었습니다. 누가는 이 때 살림을 정돈하고 바울을 따라 나섰습니다. 의사가 병원 문을 닫고 바울을 따라 나선 겁니다. 이 때부터 바울이 순교할 때까지 누가는 바울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사람이 바울을 떠나갔지만 끝까지 바울 곁을 지킨 사람이 누가입니다. 그 누가가 사도행전을 기록하고 누가복음도 기록한 겁니다. 생각만 해도 감격스러워요.

누가가 빌립보를 떠나서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때 처음 목격한 사건이 유두고 사건입니다. 예배시간에 졸다가 3층에서 떨어져서 죽은 아이 아시죠? 아이가 죽었다고 난리가 났는데 바울이 살려냅니다. 누가가 이런 것을 다 목격합니다. 바울이 왜 예루살렘으로 돌아옵니까? ‘성령이 나를 강권함으로 내가 예루살렘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갑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도 성령의 계시를 받았는데 가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 충돌도 목격합니다.

그런데도 ‘내가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성령의 인도함을 따라서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바울의 모습을 목격하며 누가는 바울과 동행합니다. 누가가 성령을 체험했다는 것이 이런 사건들입니다.

누가는 바울과 많은 기간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바울의 후반기에 바울과 동역하면서 자연법칙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능력을 몸소 체험한 겁니다. 무엇보다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서 사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바울을 통해서 분명히 보았습니다. 이런 성령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그 성령의 능력으로 처녀가 아이를 낳는다고 고백을 할 수 있는 겁니다.

누가 뭐라 해도, 상식적으로 안되고 의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떠들어도 성령의 능력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자기가 본 바가 있기 때문에, 체험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고백을 하는 겁니다. 그냥 마리아가 이런 말을 했고 천사가 이런 말을 했다 그런 정도가 아닙니다. 그래서 누가가 쓴 글에는 그러니까 누가복음이나 사도행전은 유독 다른 성경에 비해서 ‘성령’이라는 말과 ‘지극히 높으신 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타납니다. 다른 성경에는 나타나는 빈도가 아주 낮습니다.

특히 하나님을 가리켜서 ‘지극히 높으신 이’라고 하는 표현은 히브리서에 한 번 나오고 마가복음에 한 번 나오고 다른 성경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누가는 유독 많이 썼습니다. 그가 체험한 것과 관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신앙은 어떤 의미에서 이성을 초월한 하나님의 체험입니다. 내 생각이나 내 능력으로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데 ‘이건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체험이 신앙의 바탕입니다. 하나님을 이렇게 체험하지 않고는, 눈으로 이런 놀라운 일을 목격하지 않고는 이 말도 안되는 글을 쓸 수가 없는 겁니다.

누가 뭐라 해도 부정할 수 없는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하지 않으면 여러분들이 보고 들은 많은 말씀들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성경을 안 읽고 배운 게 없다고 해도 이미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머리 속에 가만히 틀어박혀만 있으면 안됩니다. 그 말씀이 살아서 움직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이런 능력을 체험한 사람에게 그 말씀이 살아서 역사하는 겁니다. 많이 아는 것만으로는 안됩니다. 그 말씀이 체험을 통해서 살아나야 합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서 ‘가서 내 백성을 구해 내라’는 명령을 들었고 엄청난 능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한사코 못 간다고 그럽니다. 모세가 하나님을 안 믿는 겁니까? 하나님께서 친히 나타나셔서 이적을 보여주시는데도 못 가겠다고 버티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겁니까? 도대체 몇 번이나 못 간다고 버텼는지 그 부분을 유심히 보세요. 결국은 쫓겨서 갑니다. 바로 앞에 가서 말도 잘 못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시키신 대로도 못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내 말을 듣지 아니하면 바로와 그 가족들에게 엄청난 징계를 가하겠다’고 하셨는데 모세는 ‘우리를 보내주세요. 우리가 사흘만 가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겠습니다. 안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치실까 두렵습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뭡니까? 지도자가 이래서 제대로 됩니까?

바로가 성질을 내서 노를 발하고 고된 일을 시켜버리니까 모세가 하나님께 돌아와서 우리식으로 하면 ‘하나님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못한다고 안 그랬습니까? 안된다 안 했습니까?’ 무슨 지도자가 이 모양입니까? 그런데 그가 등 떠밀려서 하나님의 말씀을 자꾸 외치다 보니까 나중에는 정말 재미있는 겁니다. 얼마나 재미있었을지 생각해 보세요. 자기 말 한마디면 하늘에 해가 사라져 버립니다. 자기 말 한마디면 전국에 우박이 떨어져 버립니다.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아마도 지팡이를 내밀었더니 홍해가 쫙 갈라져 버렸습니다. 얼마나 재미있었을까요? 물만 보면 손을 내밀고 싶지 않았을까요? 억지로 떠밀려서 순종하다 보니 그게 재미있어진 겁니다. 그래서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절대로 순종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간 겁니다. 그냥 머리로만 알던 하나님이 아니고 그 말씀대로 살다보니 하나님의 능력이 자연스럽게 체험된 겁니다. 그래서 위대한 지도자가 됐습니다.

아브라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브라함은 처음부터 위대한 믿음의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그렇게 위대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자기 혼자만이라도 살려고 마누라 버려두고 도망갈 궁리하던 사람이었겠습니까? 신앙이 좋아도 위험하면 그럴 수 있다 그런 겁니까? 처음부터 아브라함이 그렇게 위대한 신앙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에 밀려밀려 살다보니 이런 말씀이든 저런 말씀이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복이더라는 걸 깨달아 가고 체험하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아들을 바치라는 말씀에도 미련없이 순종하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들어 가신 겁니다. 체험적인 신앙으로 자라갔다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앙도 내 뜻과는 도무지 다르고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고 실천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있고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 거기에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그래야 우리 속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들이 살아나는 겁니다.

처음에 했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성경을 잘 믿을까요, 공부 전혀 안한 사람이 이런 기적같은 이야기를 듣고 잘 믿을까요? 믿음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닙니다. 따지고 분석해서 믿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한 데서 오는 겁니다. 그래서 무식한 사람이나 그렇게 따지기를 좋아하고 공부 많이 한 사람이나 하나님을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는 차이가 없습니다.

논리적이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든지 아무 것도 배운 바 없는 사람이든지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체험한 감격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 많이 하고 철저하게 따지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과학자 중에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체험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고 나면 평소에 따지고 논리적이고 납득이 되어야 믿는다는 그게 아무 문제가 안된다는 겁니다. 자연법칙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게 되면 자연법칙쯤은 간단하게 뛰어넘게 됩니다.

따지지 않고 무조건 믿는 신앙도 귀합니다마는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조금 약할 우려가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고 머리로 납득이 되어야 믿는 것이 잘못이 아닙니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그 말이 맞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야 됩니다. 하나님의 위대하신 능력을,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하기 전까지는 그 말이 맞습니다.

자연법칙을 함부로 무시해선 안됩니다. 중요한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필요하시다면 자연법칙을 뛰어넘는 능력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적어도 하나님의 자녀라면, 하나님을 믿는다면 이런 체험을 가져야 하나님의 말씀이 실제로 믿어지는 겁니다. 누가는 바울과 함께 복음을 전하면서 이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습니다.

우리도 이런 하나님의 은사,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던져 넣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날 도와주시지 않으면 우리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환경 속으로 한 번씩 뛰어들어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이니까 한번 해 보겠습니다’고 말씀에 순종할 때가 바로 그럴 때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상황에 있든지 여러분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구나! 어쨌든 이 말씀대로 해 봐야 되겠다’고 결심하고 순종하는 거기에 엄청난 어려움도 있고 위험도 있겠고 비난도 있겠고 욕을 얻어먹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초대교회 일어났던 수 많은 이적들이 지금도, 특별히 선교지에서 잘 일어납니다. 여러분들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이 다 주어져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울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한 은사를 허락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때는 이런 은사가 잘 안 일어납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하나님께서 역사하십니다.

특별히 말씀을 전하는 사람도 없는 중국에서 이적적인 역사가 많이 보고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도저히 불가능한 사람을 전도하겠다고 달려들어서 있는 속, 없는 속 다 던져 버리고 전도하겠다고 덤빌 때에 하나님의 진한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 꼭 선교지에 가야 하거나, 전도할 때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교회 봉사가 쉬운 일입니까? 교회일도 앞에 서서 하다 보면 상처 입을 때가 참 많습니다. ‘하나님 믿고 한번 참아보겠습니다’ 이렇게 견뎌 나갈 때에 하나님의 귀한 능력을 체험하게 되는 거죠. ‘내 뜻은 다르지만 하나님의 말씀이니 순종하겠습니다’ 하고 자신을 죽여 가며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능력, 성령의 능력을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 이번 일만이라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한번 해 보겠다! 이러는 것이 여러분들의 신앙을 얼마나 튼튼하게 세워가는지 모릅니다.

부디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면서 누가처럼 고민스러웠던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되고 그걸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가에게는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의사인 내가 이 글을 써야 되나 말아야 되나? 다른 사도들은 안 썼던데? 엄청난 걱정이면서도 그것이 쉽게 해결된 것은 성령의 역사하심을 눈으로 목격하고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고민이 더 이상 고민이 아니라 오히려 감격스러웠을 것입니다. 누가의 이런 감격이 우리 모두의 감격이 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 교회생활이 정말 감격스럽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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