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벙어리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마침 사가랴가 그 반열의 차례대로 제사장의 직무를 하나님 앞에 행할새 제사장의 전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의 성소에 들어가 분향하고 모든 백성은 그 분향하는 시간에 밖에서 기도하더니 주의 사자가 저에게 나타나 향단 우편에 선지라 사가랴가 보고 놀라며 무서워하니 천사가 일러 가로되 사가랴여 무서워 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이요 많은 사람도 그의 남을 기뻐하리니 이는 저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소주를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저희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니라 저가 또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앞서 가서 아비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리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예비하리라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 많으니이다 천사가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하나님 앞에 섰는 가브리엘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여 네게 말하라고 보내심을 입었노라 보라 이 일의 되는 날까지 네가 벙어리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내 말을 네가 믿지 아니함이어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리라 하더라 백성들이 사가랴를 기다리며 그의 성소 안에서 지체함을 기이히 여기더니 그가 나와서 저희에게 말을 못하니 백성들이 그 성소 안에서 이상을 본 줄 알았더라 그가 형용으로 뜻을 표시하며 그냥 벙어리대로 있더니 그 직무의 날이 다 되매 집으로 돌아가니라 [개역, 누가복음 1:8~23]

제가 어떤 중학생하고 오랫동안 싸움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걔가 자꾸 따지잖아요. “이유 없이 왜 때리느냐?”고 따지는 거죠. “다른 애들은 칭찬을 잘 하면서 왜 나만 쥐어박느냐?”는 겁니다. 얘가 어느 날 조용할 때 저를 찾아왔어요. 따지러 온 겁니다. 할 수 없이 그 날은 설명을 해줬어요. “너는 공부도 잘 하고 특별히 예뻐. 내가 너한테 예쁘다고 한번만 말하면 다른 여학생들이 어떻게 나올지 너 알지?” 여학교 참 어렵습니다.

특별히 저를 좋아하는 다른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애한테는 공휴일 다음날 학교 오면 일부러 그럽니다. “너 나 보고 싶어서 어떻게 지냈어?” 그러면 얘는 어쩔 줄 몰라 팔딱거리고 다른 애들은 우습다고 배꼽을 잡습니다. 못낫거든요, 공부도 못하거든요. 걔한테 관심을 보여도 다른 애들이 샘을 안내요. 그런데 앞에서 말한 그 애는 다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쟤한테는 내가 그렇게 말해도 괜찮지만 너한테 그렇게 말했다가는 난리가 날지 모른다. 그래서 예쁘다는 소리 하고 싶으면 한 대 쿡 쥐어박을 수밖에 없다, 알겠냐?” 그러니까 알겠대요. “그리고 그게 아프냐?” “아프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기분은 좀 나빠요.” “앞으로는 그런 뜻인 줄 알아라.” 그래 놓고는 마음대로 쥐어박습니다. 그 때부터는 쥐어박혀도 행복한 겁니다. 선생님이 자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고 느끼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범사에 감사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면 이 땅에서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우리 속에 기쁨이 넘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때리는 것은 아프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화를 내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화를 내고 두들기는 데도 행복할 수 있는 겁니다.

본문에 벙어리가 된 사가랴가 나옵니다. 벙어리가 된 사가랴가 얼마나 행복했을까를 생각해 보려는 겁니다. 참 행복했을 것입니다. 6절에, ‘이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하더라’고 합니다. 사가랴를 가리켜서 의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로마서 3장 10절에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그랬는데 어떻게 해서 사가랴를, 아무리 완벽하게 율례를 지켰다고 해도 어떻게 그를 의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예수님을 제외하고도 의인이 있을 수 있습니까?

성경을 유심히 보시면 의인이 더러 있습니다. 어떨 때는 말씀대로 사는 사람, 정직하게 사는 사람 혹은 세속에 물들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하는 사람을 의인이라고 표현합니다. 아브라함은 자기 생각에 적어도 롯의 가정에 의인이 열 명은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처음에는 오십 명이라고 했지만 결국 열 명까지 내려간 것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 집안에 의인 열 명은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마저 없어서 망하긴 했지만!

심지어 아벨이나 노아를 의인이라고 표현하고, 다윗은 사울의 손자 이스보셋, 자기와 대적하고 있는 이스보셋을 가리켜서 의인이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구원을 이룰 수 있는 의인은 없습니다만 도덕이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의인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적지 않게 있습니다. 우리도 이 정도의 의인은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구원을 이룰 수 있을 만큼의 의인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셨는데 자녀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켜 성경은 의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힘입어 의인이 된 겁니다. 그래서 의인다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다른 말로 성화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힘으로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의인이 성경에는 많이 있습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다’고 말할 때의 의인은 절대적인 의인을 말합니다. 우리의 능력으로 구원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인으로 삼으셨으니 의인답게 살아가는 노력은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두 종류의 의인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의인이냐?’고 누가 묻거든 ‘의롭다’고 담대하게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성경이 의인이라고 그러는데요! 부족함이 좀 있다고 쭈뼛거리면 그 틈새를 이단들이 노리고 파고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가랴를 의인이었다고 말합니다. 사가랴는 직무에 충실한 사람, 제사장의 직분을 잘 감당하는 사람이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사가랴가 그렇게 의인이었으면 하나님께서 얼마나 복을 주셔서, 무슨 낙을 주셨겠습니까? 7절, ‘엘리사벳이 수태를 못함으로 저희가 무자하고 두 사람의 나이 많더라’ 자식도 없고 나이는 많더라. 그 옛날에는 자식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불쌍한 겁니다. 집도 없고 먹고 살 돈도 없고 땅이 없어도 그렇게 불쌍하지 않습니다. 자식이 재산이요 영광이요 자랑입니다. 다른 것 다 있어도 자식이 없으면 불쌍한 겁니다. 그런데다 나이도 많아서 더 이상 희망도 없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정말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를 전혀 불쌍한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내가 무슨 죄가 많아서 내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이냐?’ 그런 말이 하고 싶을 때가 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내 생각에 내 인생이 왜 이 모양 이 꼴이냐 싶어도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지 않으면 불쌍한 것이 아닙니다.

의롭게, 하나님의 말씀대로 잘 산다고 해서 만사형통하고 우리 가정에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의 가정에도 시시때때로 어려움이 닥치기도 합니다. 그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의로운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 불쌍하게 보여도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나에게 있을 것이라고 믿고 우리는 더 당당하게 살아가야 하는 겁니다.

여러분, 목사가 무슨 낙에 살겠습니까? 교회에 오면 모든 성도들에게 존경받는 목사님이니까 좋은 것 같습니까?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젊어서 목회를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참 안쓰러울 때가 있습니다. 저 힘든 고생길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젊을 때부터 저렇게 나섰을까? 이 고생길을 어쩌자고 목사가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습니다. 저는 늦게 목사가 되어서 그런 아픔이 덜한 것을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낙이나 즐거움이라는 것이 목사들에게는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좀 목사답게 해 보려면 모든 즐거움을 손 놓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잡기에 능해서 취미가 참 많은 사람이었습니다마는 스스로 다 버렸습니다. 하나도 남겨 두지 않겠다고 다 버렸는데,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젊었을 때부터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겁니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목사도 더러 끼워 주시기 바랍니다. 꼭 비싼 밥 차려 놓고 목사님 대접하겠다 그러지 마시고... 그게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자녀들에게 목사님을 존경하는 모습을 좀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크는 아이들이 아무도 목사 되려고 하지 않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목사만 불쌍합니까? 사는 낙이 없으니까 불쌍합니까? 저는 여러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무슨 낙이 그리 많습니까? 여러분들도 많은 낙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이 누리는 것만큼 낙을 마음껏 누릴 수 없습니다. 휴가도 반납하고 주일이면 충성하느라고 놀러 가고 싶어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겁니다. 낚시는 밤에 잘 되고 새벽녘엔 더 잘 된다데요? 바둑 두다가도 예배시간이 되면 빼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어떻게 합니까?

취미 자체가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적어도 그리스도인들은 취미를 즐기다가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것을 다 포기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자제할 줄을 알아야 합니다. 옛날에 퇴근하다가 “홍 선생 오늘 어때?” “나한테 놀자고 하고 싶거든 제발 요일 좀 보고 말해라” 그러면 “아, 오늘 수요일이가?” 그러면서 포기합니다.

‘아예 안 믿는 친구하고 놀지도 말아라’ 이건 곤란합니다. 여러분, 놀 때는 노세요. 어울릴 때는 좀 어울리세요. 그러다가 종종 “오늘은 예배 있는 날이어서 안된다.” 그러면 놀자고 할 때 한번쯤은 요일을 생각해보게 하는 정도는 돼야지요. 불신자들이 여러분들을 보고 ‘무슨 낙으로 사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세요?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이렇게 웃고 말지요’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뾰족한 답이 없는 겁니다.

왜 그렇게 고생스럽게 직장 생활 하시나요? 왜 뼈 빠지게 일하시나요? 처자식들을 먹여 살리려고요? 처자식을 정말 사랑하고 그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뼈 빠지게 일을 하는 게 그렇게 고생스럽지 않고 힘이 솟는 겁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힘든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인생의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이겨나갈 수 있는 길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겁니다. 하나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은 인생의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할 힘이 있는 거죠.

왜 사느냐고 묻거든 그냥 웃고 말지요? 그러지 말고 ‘하나님과 연애하는 재미로 산다’ 이거 참 좋은 표현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그 나라를 소망하며 산다. 그 나라를 꿈꾸며 산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런 소망이 있는 겁니다. 그것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가랴가 의인이었지만 아들도 없고 나이는 늙었고 그래서 불쌍했을 것이라고요? 하나님과 동행하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위대한 역사를 이루십니다.

13절 보십시다. ‘천사가 일러 가로되 사가랴여 무서워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의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 할 것이요 많은 사람도 그의 남을 기뻐하리니 이는 저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소주를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저희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니라’ 어떻게 보면 불쌍해 보이는 이 사가랴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위대한 일을 이루어 가시겠다는 선언을 하신 셈입니다.

하나님께서 위대한 일을 하실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일으키실 때마다 그 일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서 일을 시키셨습니다. 기도하는 사람, 의로운 사람, 맡은 일에 충성하는 사람을 불러서 하나님의 일을 맡기셨습니다. 잘난 사람이었든 못난 사람이었든 아니면 그가 왕이든 어부든 심지어 포로로 잡혀간 사람들이든 충성된 사람들을 불러서 일을 맡기셨습니다.

순종하는 노아를 불러서 인류를 구원하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목동 일에 충성하던 다윗을 부르셨고 농부로 충성하던 아모스를 부르셨습니다. 철부지였던 예레미야를 불러서 그 어려운 시대에 일을 맡기셨습니다. 심지어 핍박자 사울을 불러서 일을 맡기시는 겁니다. 공통점은 이 모두가 충성된 사람들이었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뜨거웠던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열심으로 가득 찼던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십니다.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셔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일은 천지창조보다 더 위대한 사역입니다. 천지창조는 말씀으로 이루셨습니다. 인류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께서 자기 독생자까지 희생시키면서 이루려 하는 일입니다. 이 일이 예고되었는데 언제 이루어질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이 바로 사가랴에게 임한 것입니다. 단순히 늙은 노인네에게 아들 하나 주겠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오래 전에 이야기했던 인류 구원의 역사를 이제 막 실현시키겠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일에 쓰임을 받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일까요?

좋은 일에 끼워주지 않으면 싸움 납니다. 이 사람도 넣어 주고 저 사람도 넣어 주어야 되는데 안 넣어주고 우리끼리 다 해버리면 나중에 “야, 그렇게 좋은 일에 왜 안 끼워줬어?” 그러면 싸움이 납니다. 기드온이 미디안을 칠 때 다른 말로 하면 일종의 독립전쟁입니다. 처음에 삼백 명밖에 데리고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다른 지파들이 다 와서 싸웁니다. 그래서 이겼습니다. 그 때에 에브라임 지파가 ‘왜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 해서 대판 싸웁니다.

좋은 일에 안 끼워주면 이런 일이 생기는데 거꾸로 하나님께서 이루시려는 이 놀라운 일에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이 사가랴에게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었을까요?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쌍하기 이를 데 없는 사가랴였지만 하나님 앞에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을 불러서 그로 하여금 위대한 아들을 탄생케 합니다.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이보다 더 큰 이가 없다’는 세례 요한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불쌍한 노인네가 불쌍하니까 아들 하나 주는 그런 얘기 아닙니다. 온 인류를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시작되는 겁니다.

여러분의 삶이 되돌아 보면 초라해 보이십니까? 겨우 내 식구나 먹여 살리려고 이 고생을 하느라고... 뒤돌아보니 집도 한 칸 없고 그렇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열심히 살아온 여러분들이 사실은 귀중한 삶을 살고 있는 겁니다. 저 높은 데서 날마다 싸움을 하면서 ‘백성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를 외치는 분들이 민족을 살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의롭게 살려는 여러분들 때문에 이 민족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그 뜻대로 살려고 노력할 때 여러분의 가정이 살고 직장이 살고 교회가 살아납니다. 민족이 사는 것이 바로 의롭게 살려고 하는 여러분들 때문입니다. 주어진 현실에 충성스럽게 사시는 여러분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삶을 충성스럽게 살아갈 때에 하나님께서는 여러분들을 통해서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의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부족하지만 내가 처한 현실에서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은 위대한 역사를 이루어 갑니다.

어쩌면 사가랴는 자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일을 실제로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마는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통해서 일을 이루어 갑니다. 어떻게 본다면 엄청난 복이지요. 그런 복을 주시려면 복만 주시지 또 이런 벌을 주셔 가지고? 사가랴가 벙어리가 되어버렸거든요. 사가랴가 왜 벙어리가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너무 놀라서 그랬던 것 아닐까요?

지성소에는 제사장도 일 년에 단 한 차례 들어가서 잘못하면 죽어서 나오는 곳입니다. 그 지성소 앞, 성소에 분향하러 들어갔는데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자리였겠습니까? 그렇게 분향하고 있는데 천사가 퍽 나타난 겁니다. 놀라고 무서워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천사가 하는 말이 하도 기가 막혀서 제대로 믿지 않았기 때문에 벙어리가 된 것이 아닐까요?

13절 중간에,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여러분, 사가랴가 무슨 기도를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들을 하나 달라고 기도했을까요? 이 상황을 잘 보세요. 성전 밖에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모여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백성을 대표해서 사가랴가 성소에 들어가서 분향하고 기도합니다. 무슨 기도를 했을 것 같습니까? 아들 달라는 기도를 했을 것 같아요?

비유컨대 포항시민들이 다 운동장에 모여서 기도하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 목사님이 따로 앉아서 무슨 기도를 하고 있겠습니까? ‘하나님 우리 아이 대학 잘 보내주시고...’ 이런 기도를 하고 있겠습니까? 적어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다 나와서 기도하는 곳에서 대표라면 개인적인 기도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아들 하나 주세요’ 하고 기도했는데 천사가 나타나서 아들을 주리라고 했는데 그게 놀라서 못 믿어요? 말이 안되죠?

틀림없이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행하는 기도, 말하자면 민족의 회복을 위한 기도입니다. 예수님 오셨을 때 제자들이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요구했던 것이 무엇입니까? 나라를 회복하는 것, 예수님이 로마군대를 물리치고 나라를 회복해 갈 것이라는 기대가 그 사람들만의 기대가 아니었습니다. 여기에 모여 있었던 모든 유대인들이 이제야 나라를 회복시켜 주실 것, 약속하신 메시야를 보내주십사고 기도했을 가능성이 훨씬 큰 거죠.

그러면서 18절에,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 많으니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들을 포기한지 오랜 것 같습니다. 늙었다는 것은 단지 나이 많이 먹었다는 뜻만이 아니라 더 이상 아이를 가질 능력도 없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아요. 민족의 회복을 바라고 메시야를 달라고 하는데 천사가 나타나서 아들을 주겠다고 하니 현실적으로도 안 맞고 잘 믿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제가 어떻게 그 놀라운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것은 기드온의 경우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천사가 나타나서 기드온에게 이런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을 때 기드온이 ‘정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면 증거를 보여주시오’ 그 장면하고 좀 닮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벙어리가 된 것이 정말 징계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적어도 1년 정도는 벙어리로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이해하고 싶은 분은 집에 가서 실험을 해 보세요. 한 일주일만이라도 절대로 말을 안 하고 가만히 버티어 보세요. 남편 입장에서 말 많은 부인과 말이 전혀 없는 부인, 어느 쪽이 더 힘들까요? 전혀 말이 없는 사람보다는 말 많은 사람이 낫더라는 겁니다. 옆에서 보는 것만 해도 그런데 말을 못하는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벌 맞지요?

그런데 사가랴의 입장에서 그걸 힘들어 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만약에 그게 벌이라면 사가랴가 제사장의 직무에서 쫓겨나야 되지 않겠습니까? 22절 끝에, ‘그냥 벙어리대로 있더니 그 직무의 날이 다 되매’ 그러니까 본인이 맡아 있는 동안에 벙어리인 채 일을 다 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징계 받아서 쫓겨난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일 년 동안 벙어리가 되어서 답답하게 있다가 입이 탁 풀리면 뭐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까?

‘입만 떼면 맞아 죽을 거다’ 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오늘부터 말을 해도 좋다 이러면? 사가랴가 일 년 만에 입을 떼고 난 다음에 한 말, 68절을 보세요. ‘찬송하리로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그 백성을 돌아보사 속량하시며 우리를 위하여 구원의 뿔을 그 종 다윗의 집안에 일으키셨으니...’ 이러면서 놀라운 찬양을 해나갑니다.

그러니까 벙어리가 되어서 일 년을 지냈지만 ‘내가 왜 이런 징계를 받아야 하며 내가 뭐 잘못했다고 이래야 됩니까?’ 이런 류가 아니에요. 전혀 괴로워하는 빛도 보이지 않고 하나님을 혹은 천사를 원망하는 표정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사가랴가 이걸 뭐라고 받아들였겠습니까? 징계라기보다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놀라운 일을 이루실 것이라는 것을 보증하기 위한 작은 이적이라는 것이죠.

하나님께서 도무지 불가능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아들을 준다는 이 약속을 이루실 것이라는 보증으로 내게 이런 작은 이적을 일으키셨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본다면 사가랴는 벙어리였지만 참 행복했을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벙어리로 있으면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건 남이 모릅니다.

진짜 행복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뭐라고 그러면서 행복했을까요?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으시고 내가 온 민족을 대신하여 우리 민족을 회복시켜 달라는 그 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친히 천사를 보내서 응답하셨다’ 벙어리가 되어서 불편하고 답답한 것보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확실하게 들어주셨다는 이 기쁨이 정말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몹시 좋아해 본 적이 있으면 이 사가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어림도 없지만 옛날에 아이들은 선생님 심부름을 참 잘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심부름하면 꼭 뭐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심부름 하면 했지 즐거움으로 하지 않습니다. 옛날 우리는 시켜주는 것이 감사해서 그냥 열심히 잘 했습니다. 선생님이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을 기뻐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 때 아이들은 참 행복했습니다. 요즘 아이들 뭐 하나 시키려고 해 보세요. 얼마 줄래요? 뭐 줄래요? 이렇게 나옵니다. 영악해지고 똑똑해졌는지 모르지만 옛날 아이들에 비하면 진짜 행복을 모르는 아이들입니다.

제가 교사 초년병 때, 선생님을 사랑하면 매를 맞아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쌍둥이 아이가 있었는데 공부도 못하고 말썽꾸러기였어요.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싫은 소리도 안 하고 때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엇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한 녀석을 붙들어서 모질게 두들겨 놨더니 세상에 그 다음 날부터 완전히 모범생으로 변해 버렸어요. 매를 들었던 제가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알고 봤더니 얘는 선생님께 잘 보이고 싶은데 잘 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열심히 해도 성적은 안되지요, 일을 맡겨 놓으면 어설프게 망쳐버리니 도대체 선생님에게 잘 보일 건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은 나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던 차에 매를 맞고 나니까 속이 다 후련하더라는 겁니다. 그 다음부터 말을 잘 듣는 거예요. 참 희한한 경우가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겁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일 편한 방법은 선생님을 사랑하는 겁니다. 선생님이 좋으면 학교 다니기가 굉장히 편합니다. 선생님을 존경하면 공부가 힘들지 않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의 숙제는 즐겁게 합니다. 선생님이 미우면 다 싫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선생님에게 똑똑하게 대하지 말라고 그러세요. 부모가 아이들이 선생님을 존경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선생님이 여러분보다 훨씬 공부를 못했을지라도 선생님을 추켜 주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중요한 일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범사에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벙어리가 되어도 감사하고 매를 맞아도 감사한 겁니다. 벙어리가 된 답답함보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무슨 복을 주셨습니까?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무슨 좋은 것을 주셔서 그렇게 열심히 섬기려고 하십니까? 우리는 하나님께 늘 소소한 것을 구합니다. 하나님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독생자를 주셨습니다. 천국이 어디죠? 금은보석으로 화려하게 꾸민 곳? 생명수 강가 생각하십니까? 그것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면 그곳이 하나님 나라, 하늘나라라고 찬송 부르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입니다. 그것을 체험한 성도가 부른 노래가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 그러죠? 세상과 나는 간 곳이 없고 다른 말로 하면 눈에 뵈는 게 아무 것도 없고 오직 주님만 보이는 겁니다. 그게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자가 누리는 기쁨입니다. 성도가 늘 이런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야 합니다.

사가랴가 말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말문이 탁 터지면 ‘너희만 아들이 있냐? 하나님께서 내게 아들을 주신단다!’ 그렇게 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 보세요. 아들 얘기가 아니잖아요? 아들 주신 기쁨 때문에 찬양하는 것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 민족을 구원할 구원자를 보내신다는 감격에 소리 높이 찬양하고 있는 겁니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이런 감격이 속에 넘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 험한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사십니까?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이 체험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것 외에 여러분들을 정말 기쁘게 해 줄만 일이 이 땅엔 별로 없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참 우울했습니다. 교회는 교회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개인적으로는 올해 들어서만 형제 둘을 잃었습니다. 둘 다 사촌인데, 사람이 느닷없이 저렇게 갈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 있는 사람이 행복한지 죽은 사람이 행복한지 자신이 없더라구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나를 실망시킬 수밖에 없더라는 거죠.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개인에게, 우리에게 어떻게 사랑을 베푸셨고 우리를 어떻게 인도해 오셨느냐를 생각하면 이런 소위 말하는 슬럼프겠지요? 쓸쓸하고 답답한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는 겁니다. 다른 방법이 잘 없더라구요.

우리 삶이 꼭 벙어리처럼 답답할지라도 사실은 우리 속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이 펄펄 끓어오르는, 벙어리이긴 하지만 정말 행복한 벙어리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내가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내가 말문이 터지는 날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혜를 노래할 것이다! 이런 어떤 감격이 우리 속에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행복을 누리시며 사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기쁨과 사랑받는 기쁨 어느 게 더 큰지 아세요? 밥 사주는 사람이 행복합니까? 공짜로 밥 얻어먹는 사람이 행복합니까? 밥 사주는 사람이 정말 행복합니다. 정말입니다. 하나님께 사랑 받기를 구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두 개 중에 어느 것이라도 좋습니다. 벙어리 같아도, 남이 보기에 불쌍해 보여도, 실제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기쁨이 넘쳐 흐르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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