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의 하나님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기를 마치매 야곱이 그 아비 이삭 앞에서 나가자 곧 그 형 에서가 사냥하여 돌아온지라 그가 별미를 만들어 아비에게로 가지고 가서 가로되 아버지여 일어나서 아들의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음껏 내게 축복하소서 그 아비 이삭이 그에게 이르되 너는 누구냐 그가 대답하되 나는 아버지의 아들 곧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 이삭이 심히 크게 떨며 가로되 그런즉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 자가 누구냐 너 오기 전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여 축복하였은즉 그가 정녕 복을 받을 것이니라 에서가 그 아비의 말을 듣고 방성대곡하며 아비에게 이르되 내 아버지여 내게 축복하소서 내게도 그리 하소서 이삭이 가로되 네 아우가 간교하게 와서 네 복을 빼앗았도다 에서가 가로되 그의 이름을 야곱이라 함이 합당치 아니하니이까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 번째니이다 전에는 나의 장자의 명분을 빼앗고 이제는 내 복을 빼앗았나이다 또 가로되 아버지께서 나를 위하여 빌 복을 남기지 아니하셨나이까 이삭이 에서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내가 그를 너의 주로 세우고 그 모든 형제를 내가 그에게 종으로 주었으며 곡식과 포도주를 그에게 공급하였으니 내 아들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개역, 창세기 27:30~37]

어릴 때 성경을 보면서 ‘이삭의 얘기가 왜 성경에 기록되었을까?’ 참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은 잘났으면 잘난 대로 악한 사람은 악한 대로 기록될 이유가 있다 싶은데 이삭이 잘한 게 뭐가 있나? 어린 제 소견에는 이삭이 남에게 자랑할 만한 뚜렷한 업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삭의 얘기가 성경에 기록이 되었지? 좀 이상했습니다.

여러분, 아브라함 그러면 떠오르는 게 있죠? 하나님께서 아들을 바치라고 해도 기꺼이 바쳤던 사람! 그러니까 성경에 나올만 하죠! 모세? 그렇게 말 안 듣는 백성을 데리고 험한 길 다니면서 결국은 그 백성들을 인도해 냈잖아요? 다윗도 그렇고 바울도 그렇고 짚을만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록할 만하니까 성경에 기록이 되었지요. 이삭은 무슨 위대한 일을 했습니까? 팍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까? 아마 안 떠오르는 게 정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한번 해 봅시다. 이삭이 무슨 바보짓을 했습니까? 떠오르는 것이 있지요? 이삭하면 생각나는 바보짓이 많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바보짓이 뭐예요? 부인을 누이라고 한 것은 아버지에게 배운 거죠. 아버지가 두 번이나 그랬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런 것은 용케도 닮더라구요. 좋은 것을 닮아야 하는데 나쁜 것은 안 가르쳐 줘도 잘 따라 하나봅니다. 그런데 그 사건도 자세히 보면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보다 더 바보스러워 보입니다.

아브라함은 부인을 빼앗겼다가 하나님께서 간섭하셨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탄로가 났습니다. 이삭은 거짓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이삭은 빼앗겼다가 탄로난 게 아니에요. 누이라고 했는데 왜 들킨 지 아십니까? 끌어안고 있는 걸 보아하니 남매지간이 아니고 부부더랍니다. 부부가 끌어안고 있는 것을 들키기는 왜 들킵니까? 얼마나 바보였으면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들킵니까?

또 있나요?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우물 뺏긴 것 아닌가 싶어요. 옛날 유목민들에게 더군다나 물이 잘 안 나는 그 지역에서 우물이란 재산 1호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중요한 우물을 블레셋 사람들이 내 놓으라 한다고 찍 소리 못하고 빼앗깁니다. 물러납니다. 한참 물러나서 다른 곳에 우물을 팝니다. 그런데 와서 또 내 놓으라고 합니다. 그래서 또 줍니다. 또 물러납니다. 몇 번 뺏기나요? 세 번을!

목숨이 위태위태하니까 그럴 수도 있었을 겁니다마는 어쨌든 재산 목록 1호라고 할 만한 우물을 세 번이나 빼앗기고 비켜줬습니다. “이삭이 어떤 사람 같습니까?” 했더니 “싸움을 싫어하고 양보할 줄 아는 참 온화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대답을 하더군요. 그래서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 아닙니다. 가령 그게 남의 일이 아니고 당신 남편의 일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 우물을 빼앗겼다니까 남의 일처럼 감이 잘 안 잡히는 겁니다.

그래서 비유를 들면 한 이천만원 들여서 좋은 차를 한대 사 줬습니다. 신랑이 신난다 하고 몰고 가더니 나중에 걸어서 들어온 겁니다. “여보, 차 어떻게 했어?” “몰라 저 깡패 같은 자들이 험하게 굴기에 그냥 줘 버렸지!” 뭐라고 할 겁니까? “못 산다?” 부드러운 표현입니다. 어떤 분이 험한 말로 대답을 했습니다. 경상도 말인데 표준말로 바꾸면 “나가서 죽으세요!” 하더군요. 경상도 험한 말로 다섯 글자입니다.

이천만원 주고 새 차를 사 줬는데 나가자마자 빈손으로 돌아왔으면 “맞아요, 싸우는 것보다 목숨 부지하는 것이 훨씬 낫지요.” 하고 또 새 차를 사 줘요? 새 차를 또 사 줬습니다. 나가서 또 그냥 왔어요. 세 번을 그랬으면 그런 남편은 어떤 사람이죠? 싸움을 싫어하고 평화를 좋아하고 온유한 사람요? 남의 일이라고 그리 말하는 것 아닙니다. 이삭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이만하면 얼마나 바보인지 분명하지 않습니까?

또 바보짓 한 것이 있습니까? 아내를 구할 때도 자기 집 종이 구해다 주었습니다. 기다렸다가 맞이해서 살았는데 그 집안 내력이 그런지 결혼한 지 20년 동안 아기를 못 낳았어요. 그래서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 주셔서 쌍둥이를 낳았습니다. 뱃속에서 이 아이들이 계속 싸우네요. ‘하나님, 이거 어떻게 할까요?’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태중에서부터 두 민족이 나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길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이삭이 그 하나님의 말씀을 깨끗이 잊어버렸습니다. 이삭의 집안에서 그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까 이삭에게 위대한 모습은 안 보이고 무슨 본을 보라고 성경에 써 놓았는지 이상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이삭은 아무런 위대한 일이 한 게 없는데도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가리켜서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하셨단 말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남이야 뭐라 하든, 업적이 있든 없든 그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하시는데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그 말은 하나님께서 보실 때는 이삭이 대단하다는 말이 아닙니까?

‘나는 요셉의 하나님’ 아니면 ‘모세의 하나님’이라 하면 뭔가 그럴 듯해 보이는데 그건 우리 생각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라 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이삭을 다시 보아야 합니다. 이삭이 뭐가 그렇게 위대합니까? 하나님께서 훌륭하다 그러면 훌륭한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왜 하나님께서 훌륭하다고 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마 이삭이 위대하다는 단서가 오늘 우리가 읽은 이 본문 안에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삭이 나이가 많이 들어서 눈이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별미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큰 아들을 불렀습니다. 사냥 다니는 아들이니까요. “네가 나가서 짐승을 잡아서 맛있는 별미를 해 오면 내가 마음껏 널 축복해 주겠노라” 하고 아들을 보냈습니다. 이게 아주 큰 실수입니다. 그 복은 둘째가 받아야 합니다. ‘큰 자는 어린 자를 섬기겠고’ 하셨거든요. 더군다나 에서는 장자권을 못 받을 경솔한 짓을 했습니다. 장자권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먹었잖아요!

결혼도 아버지의 뜻과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해 버렸습니다. 그 며느리들이 아버지, 어머니를 전혀 즐겁게 하지 못했습니다. 장자의 복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에서에게 축복을 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내보낸 겁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그저 별미에 이끌려서 그런 약속을 한 거죠. 부인은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것 같지가 않아요. 남편이 맏아들에게 복을 주겠다고 하는 걸 엿들었습니다. ‘아, 이거 아니다. 저 복은 야곱아, 네가 받아야 한다.’ 자기가 더 사랑하는 아들이었거든요.

아들이 용기가 없었는지 ‘잘못하면 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받을는지 모른다’고 할 때, 리브가가 보통 여자가 아니잖아요? 간 큰 여자였습니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시집을 온 용감한 여자 아닙니까? 그 용감함이 여기 또 드러나는 겁니다. ‘혹시 잘못되어서 저주를 받으면 그 저주는 내가 다 받을 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 그래서 엄마가 다 일을 꾸민 겁니다. 문제가 좀 있죠?

에서는 피부에 털이 많아서 꼭 짐승 가죽 같았습니다. 야곱은 매끈매끈하거든요. 그래서 염소새끼 가죽을 벗겨서 매끈매끈한 곳에 잡아맸습니다. 몸의 체취는 어떻게 합니까? 몸에서 나는 냄새, 우리나라 사람들은 샤워도 열심히 하니까 냄새가 덜 나는데 저 동네는 물이 귀해서 냄새가 많이 납니다. 냄새가 다르면 들킬 가능성이 있으니까 냄새는 어떻게 해결을 합니까? 에서의 옷을 가지고 와서 입히는 거죠. 또 목소리가 문제입니다. 사실은 목소리 때문에 들킬 뻔 했죠. ‘아무래도 목소리는 야곱 같은데?’ 간신히 그 위기는 넘긴 듯합니다.

또 하나의 위기는 별미를 만들어 온 시간이 너무 빨랐습니다. “오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잡았느냐?” 했거든요. 야곱이 여러 가지로 아버지를 속였지만 이것이 가장 나쁜 답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니?” 그 때 야곱이 하나님을 팝니다. “하나님께서 오늘 특별히 도와주셔서 빨리 왔습니다.” 여러 가지로 아버지를 속였지만 하나님 이름까지 팔아가면서 아버지를 속인 것이 제일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잠잠합니다마는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님의 이름을 팔아서 전국적으로 망신을 시킨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내가 이래도 교회 장로인데 그럴 리가 있습니까? 얼마 뒤에 보니까 거짓말이더라구요. 권사님들까지 성경책에 손 얹어 놓고 맹세했는데 거짓말이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와서 그랬잖아요? 하나님 이름 들먹여 가며 거짓말 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야곱이 급해지니까 하나님까지 팔아가면서 아버지를 속였습니다. 그런데 이삭이 그 별미를 먹고 아들에게 축복을 해 줍니다.

28절부터 봅시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로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미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네게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네게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를 때 주신 복이고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준 복인데 이삭은 누구에게 하고 있는 겁니까? 자기 생각에는 맏아들 에서에게 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이 복을 받고 있는 사람은 야곱입니다.

야곱이 나간 즉시 에서가 들어옵니다. 에서가 “아버지, 이것 잡수시고 아버지께서 주시려고 했던 복을 주십시오.”라고 할 때 이삭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야, 너 누구냐?”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입니다.” “아니 아까 왔다 갔잖아?” 이 때 이삭이 얼마나 놀랐을지 32절 끝에, ‘나는 아버지의 아들 곧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 그랬더니 ‘이삭이 심히 떨며 가로되 그런즉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 자가 누구냐?’고 했습니다.

‘내가 맏아들 에서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에 이삭이 크게 떨었다고 말합니다. 왜 떨었을까요? 분노의 치를 떠는 겁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죠? ‘세상에 저 놈이 나를 속였다? 자 어떡할 거냐?’ 만약에 분노 때문에 떨었다고 할 것 같으면 그 뒷얘기가 달라져야 합니다. 그 뒷부분에 분노에 대한 얘기가 전혀 안 나옵니다.

이삭이 뭐라고 그럽니까? 33절 끝에, ‘네 오기 전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여 축복하였은즉 그가 정녕 복을 받을 것이라’ 아니, 속은 줄 알았으면 치를 떨고 그 다음에 취소! 아니면, “그 놈의 자식 잡아오라” 했을 텐데 “아니다. 그가 복을 받을 것이다.” 에서가 방성대곡하면서 “내게도 축복하시고 내게도 그리하소서.” 그랬더니 이삭이 한 얘기가 뭐예요? 37절 제일 끝을 보세요. ‘내가 그에게 종으로 주었으며 곡식과 포도주를 그에게 공급하였으니 내 아들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너에게 축복해 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속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심히 크게 떨었는데 그게 분노해서 떨었다면 뒷얘기가 이렇게 되지 않아야 합니다. 분노해서 떨었으면 야곱을 불러 가지고 무슨 야단을 치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했어야 하지 않겠어요? 속았음을 알았지만 맏아들에게 아무런 복을 주지 않습니다. 39절, 40절을 가만히 읽어보면 이게 저주인지 복이지 헷갈려요. 복이 아닙니다. 나중에 야곱을 부릅니다.

28장 1절을 보세요. 이삭이 야곱을 불러 야단치나 보세요. ‘그에게 축복하고’ 아비를 그렇게 속인 놈을 불러서 어떻게 또 축복을 해요? ‘또 부탁하여 가로되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취하지 말고’ 이것은 ‘네 형의 본을 보지 말고’ 이런 뜻입니다. ‘밧단아람에 가서 너희 외조부 브두엘의 집에 이르러 거기서 너희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취하라 전능하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어 너로 생육하고 번성케 하사 너로 여러 족속을 이루게 하시고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복을 네게 주시되...’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이야기가 이쯤 되면 이삭이 심히 크게 떤 것이 분해서 떤 것이 아니라는 게 확실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자신이 속았다는 걸 금방 깨달은 다음에 왜 그렇게 심히 크게 떨었을까요? 놀랐다는 얘기 아닙니까? 자기가 아들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딱 드는 순간에 머릿속을 스친 생각이 있었을 겁니다.

이 아이들이 태중에 있을 때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겠고’ 그 말은 ‘어린 자가 장자의 복을 받는다’는 말을 하나님께서 하셨다는 말입니다. 그걸 잊어먹고 있었는데 ‘속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그 말이 생각났다는 뜻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잊어버리고 하나님의 뜻과는 정반대 되는, 그러니까 ‘큰 실수를 할뻔 했구나’ 하는 이 두려움 때문에 심히 크게 두려워하고 떠는 겁니다. 분노에 차서 떠는 게 아닙니다.

그 순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하고 하나님을 두렵게 여겼지 자신을 속인 아들에 대해서는 전혀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자기를 속인 것은 아주 나쁜 것, 교활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서 전혀 분노하지 않고 ‘아, 하나님의 뜻이 거기 있었구나!’ 하는 걸 깨닫는 순간에 오히려 그 뜻에 굴복하는 것이 이삭의 모습입니다. 이것이 당연한 겁니까? 어려운 겁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왜요? 남의 일이니까, 이삭의 일이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다면 당연히 그래야지요! 남의 얘기니까 그렇게 말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 이야기를 해 봅시다. 우리의 감정과 하나님의 말씀 중에 어느 쪽이 더 위력이 있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이렇다고 그러는데 난 도저히 기분이 나빠요. 어느 것이 셉니까? 사람이 이성적인 동물입니까, 감정적인 동물입니까? 생각을 해 보면 무엇이 정답인지 분명히 아는데도 기분 나쁘고 자존심이 상하면 ‘난 그거 안 해’ 그래서 딴 길로 어긋나게 갑니다.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 나쁘니까 어긋난 길로 가는 겁니다. 여름철에 수박장사가 그러다가 쫄딱 망하는 얘기가 가끔 만화에 나오데요. 잘 팔고 있는데 옆에 와서 싸게 판단 말이에요. 그래서 둘이 경쟁적으로 낮추다가 둘 다 망하는 거죠. ‘이러면 망하는데?’ 하면서도 기분 나쁘다는 겁니다. 그래서 둘 다 망하는 길로 가는 겁니다.

교회 밖에서만 그런 일이 있고 교회 안에서는 그런 일이 없죠? 아무리 기분 나쁘지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면 내 기분이 나쁜 것 제쳐놓고 말씀을 따라 가야 하지요? 그렇게 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거 잘 안되잖아요? 이삭의 위대함이란 바로 여기에 있는 겁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겠습니까마는 그것보다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다고 하면 그 분함도 깨끗이 잊어버리고 말씀 따라 가는 이것이 이삭의 위대함입니다.

한국 사람은 젊은 사람이 나이든 분에게 따지고 들면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기분 나쁜 겁니다. ‘젊은 것들이, 요즘 젊은 것들이 말이야’ 그렇게 나옵니다. 맞고 안 맞고는 잘 안 따지고 그것을 기분 나쁘게 여기거든요. 그런데 기분은 몹시 나쁘지만 ‘저 놈이 하는 말이 하나님의 말씀과 일치한다’고 생각이 들 때 내 기분 나쁜 것 제쳐놓고 그 말씀을 따를 수 있다면 위대한 신앙입니다. 이삭의 신앙이 그러하다는 뜻입니다. 아니 그 점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이삭을 크게 보셨다는 뜻입니다.

이삭이 어쩌면 분해서 잠이 안 왔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생각대로 한다면 얼마나 분했겠습니까? 그 분함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 ‘저 놈이 나를 속이는 바람에 내가 하나님의 뜻과는 전혀 다른 길로 갈뻔 했는데 저 녀석이 나를 속이는 바람에 이게 바로 잡혔구나!’ 오히려 기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이삭은 하나님의 말씀을 알면 자기 기분보다 우선해서 순종한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순종의 사람이죠!

모리아 산에서 아브라함이 아들을 잡아 제사를 드리려고 했던 사건은 아브라함의 이야기입니다마는 그 일부는 이삭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삭이 몇 살일 때 그 일이 있었는지 분명치는 않습니다마는 적어도 다 자란 후의 일입니다. 열일곱이나 여덟, 그쯤 됩니다. 다 큰 청년입니다. 이삭이 열일곱, 열여덟이면 아버지는 백열일곱, 백여덟입니다. 백 살이나 많잖아요? “아버지, 제사 드릴 짐승은 어디 있습니까?” 아버지가 솔직히 말하면 ‘바로 니다’ 그래야 되는데 그렇게 말하면 안되니까 “하나님께서 준비하시겠지” 하고 올라갔습니다.

아브라함이 어떻게 이삭을 잡았을 것 같아요? 발을 먼저 묶어요? 손을 먼저 묶어요? 대답하는 사람은 바보입니다. 스물이 다 되어 가는 젊은 청년의 손을 묶으면 발이 가만히 있나요? 발을 묶으면 손이 가만히 있나요? 안 묶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분이 그러대요. ‘이삭아, 저것 봐라’ 하고 고개를 돌릴 때 뒤통수를 탁 때려서 기절을 시켰다고 하더라구요. 그것은 웃자고 한 얘기고, 이삭이 협조하지 않으면 아브라함이 이삭을 묶어서 제단에 올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에게 그런 상황이 되면 뭐라고 그러겠어요?

갑자기 아버지가 칼 들고 묶으려고 덤비면 여러분은 뭐라고 그러겠어요? 곱게, “아, 예!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그러시지요?” 이러면서 손 내밀고 앉아 있겠습니까? 이삭이 순종하지 않으면 될 수 없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이삭은 아버지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사람입니다. 이삭이 이렇게 순종하는 사람이었고 하나님의 뜻이라면 자신의 기분까지 접을 수 있었던 사람인데 이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께서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라 말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냐 그 말입니다.

이삭의 순종에서 우리는 이삭을 보는 게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를 보아야 합니다. 아비가 죽이려고 할 때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손을 내미는 이런 순종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아야 합니다. 원본이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순종을 하셨거든요. 여러분,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사람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실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세요. 우리는 만물의 찌끼보다 못하다고 고백하는데 말이 그렇고, 그것보다는 좀 낫지요? 우리끼리는 굉장히 존귀하고 소중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이 보시기에 만물의 찌끼, 짐승이나 다를 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서 독생자를 향하여 ‘네가 가서 저들을 구원해야 하겠다’고 할 때 그 말씀에 순종한 예수님의 순종을 보세요.

모리아 산에서 아버지에게 순순히 묶였던 이삭의 순종은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말하자면 이삭이 그렇게 순종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을 보고 계시는 겁니다. 그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귀한 것이었겠느냐는 말이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이삭을 하나님께서 귀하게 여긴 겁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이렇게 순종해야 할 이유를 이삭의 삶에서 하나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론은 순종한 사람이 복을 받더라는 겁니다. 야곱은 복을 받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오만 잔꾀를 있는 대로 다 써 가면서 그 복을 쟁취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래서 차지했습니다. 그런 그의 삶은 정말 나그네와 같은 험한 삶이었습니다. 외삼촌 때문에 얼마나 고민을 했습니까? 형님 만날 것이 두려워서 얼마나 두려워 떨었습니까? 자식 잃어버렸다고 얼마나 울었어요? 그게 다 쓸데없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련곰탱이같이 순종한 이삭은 무슨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까?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달라는 대로 줘 버리니까 별 문제가 없죠. 속이야 상했겠지요. 그런데 그런 이삭에게 하나님께서 복을 부어주셨습니다. 불신자들이 다 알아보도록 주셨습니다. 순종하는 사람은 때로는 바보처럼 보입니다. 조금 고집 부리고 조금 안된다고 하면 얼마나 편할 건데 바보같이...

이삭이 그런 사람이었는데 고생 별로 안 하고 복은 다 받았습니다. 야곱처럼 열심히 사는 것 괜찮습니다. 열심히 살아야지요. 그리스도인들이 너무 맥없이 사는 것이 어떤 때는 답답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마는 때로는 야곱처럼 열심히 사세요. 잘 하는 겁니다. 저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이삭처럼 사는 사람을 바보처럼 생각하지는 마세요. ‘저게 바보같이 저렇게 사나?’ 싶어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아 누리는 겁니다.

요셉이 민족을 구원한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하나님은 ‘나는 요셉의 하나님’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업적도 없어 보이는 이삭이 하나님 눈에는 요셉보다 더 위대한 겁니다. 뭔가 그럴 듯한 일을 하거나 뭔가 뚜렷한 일을 해 놓은 것이 위대한 것 아닙니까? 우리 생각입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아는 것,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가장 위대하게 봅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이것이 정말 위대한 겁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요한복음 6장 29절에 하나님의 일이 뭡니까? ‘하나님의 보내신 자를 믿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일입니다. 저도 교회에서 반주를 10년 한 사람에게는 절대 덤비지 않습니다. 제가 워낙 억울한 일을 당해서 싸우러 갔다가 안 싸우고 돌아온 이유는 그 사람이 교회 반주를 10년 했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러나 그런 저런 업적보다는 하나님의 보내신 자를 믿는 것 이것이 큰 업적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효자제일교회가 참 대단한 교회입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 많다고 그러는데, 그런 능력 많은 사람들에게 치여서 ‘나는 뭐야?’ 혹시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교회에서 그렇게 능력있게 뭔가를 좀 해야 하나님 보시기에 위대한 것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니라.’ 사람의 보기에 화려하고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 대단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그 인생이 정말 위대한 인생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아무리 화려한 인생을 살았고 온 세상의 부러움을 다 받으며 살았다고 해도 하나님 없으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위대한 인생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무얼 하면서 살았는지 뒤돌아보세요. 참 허무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까? 내가 지금까지 해 놓은 게 뭐냐? 그냥 열심히 살아 왔는데? 나도 어릴 때 꿈이 있었는데 벌어 놓은 것도 없이 이게 뭐냐? 그런 생각이 혹시 듭니까? 뭔가 벌어 놓아야 하고 뭔가 이루어 놓아야 우리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요 위대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살아오셨다면 여러분은 위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겁니다.

때로는 화를 내고 싶고 때로는 성질을 내고 싶은데 ‘그래도 내가 교회 집사 아니냐?’ 그래서 ‘하나님을 믿는 내가 참아야지’ 하고 마음을 다스리고 수그리고 계십니까? 위대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겁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위대하다고 여기고 계십니다.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하신 말씀의 표현을 조금 바꾸면 이삭을 기뻐하는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를 원하는 여러분들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십니다. 아니 그런 여러분들이야말로 위대한 인생을 사는 분들이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저는 별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유독 이삭에게 관심이 많았고 이런 이삭을 위대하다고 말씀하신 하나님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능력이 남달라서 교회와 이웃을 섬기고 있다면 참 잘 하는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오늘 이 설교와 관계없다고 생각하시고, 남들은 그렇게 잘 하는데 ‘나는 뭐야?’ 하는 분들은 오늘 이 설교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남 보기에 그럴 듯한 일도 없고 뒷전에서 이런 것 저런 것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분들을 사람은 몰라도 하나님은 참으로 귀하게 여기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또 한해를 충성하시기 바랍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