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전도자 바울의 등장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으니 곧 바나바와 니게르라 하는 시므온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와 분봉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과 및 사울이라 주를 섬겨 금식할 때에 성령이 가라사대 내가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 하시니 이에 금식하며 기도하고 두 사람에게 안수하여 보내니라 두 사람이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실루기아에 내려가 거기서 배 타고 구브로에 가서 살라미에 이르러 하나님의 말씀을 유대인의 여러 회당에서 전할새 요한을 수종자로 두었더라 온 섬 가운데로 지나서 바보에 이르러 바예수라 하는 유대인 거짓 선지자 박수를 만나니 그가 총독 서기오 바울과 함께 있으니 서기오 바울은 지혜 있는 사람이라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 하나님 말씀을 듣고자 하더라 이 박수 엘루마는(이 이름을 번역하면 박수라) 저희를 대적하여 총독으로 믿지 못하게 힘쓰니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 성령이 충만하여 그를 주목하고 가로되 모든 궤계와 악행이 가득한 자요 마귀의 자식이요 모든 의의 원수여 주의 바른 길을 굽게 하기를 그치지 아니하겠느냐 보라 이제 주의 손이 네 위에 있으니 네가 소경이 되어 얼마 동안 해를 보지 못하리라 하니 즉시 안개와 어두움이 그를 덮어 인도할 사람을 두루 구하는지라 이에 총독이 그렇게 된 것을 보고 믿으며 주의 가르치심을 기이히 여기니라 [개역, 사도행전 13:1~12]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 지식 중에는 가끔, 큰 문제는 아니지만, 조금씩 틀리게 알고 있는 것이 좀 있습니다. 어릴 때 배운대로 하면 ‘모세가 지팡이를 들고 홍해를 탁 쳤더니 홍해가 갈라지더라’ 그럴 싸 합니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모세가 홍해를 친 적이 없습니다. 지팡이 든 손을 바다를 향하여서 내밀었을 때에 바다가 갈라졌습니다.

그보다 더 잘 틀리는 것이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갈 때 불수레를 타고 올라갔다는 겁니다. 주원인은 찬송가 때문일 것입니다. 불수레를 타고 올라간 게 아니라 회리바람을 타고 올라간 겁니다. 불수레는 왜 나타난 거죠? 엘리사가 하도 달라붙으니까 엘리사와 엘리야를 떼어놓으려고 했던 겁니다. 이렇게 알고 있으나 저렇게 알고 있으나 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사울이 예수를 만나서 바울이 되었다? 이것도 하나의 작은 오해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감동을 줄만한 극적인 변화가 있기에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예수를 만나서 사울이 바울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도 예수를 만나서 아주 멋진 성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바울의 인생 전체를 두고 본다면 이 말이 틀렸다고 보기는 곤란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의 차이는 있습니다. 지엽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그 문제도 조금 설명이 되기를 바랍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를 핍박하던 사울이 예수를 만나서 왜 위대한 전도자로 변신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려고 합니다.

13장 1절을 보시면 안디옥 교회에 있었던 여러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나오는 이 분들의 이름이 꼭 서열이라고 보기에는 곤란하겠지만 그렇게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울이 몇 번째쯤에 나오나요? 설명을 복잡하게 해 놓아서 몇 명인지도 헤아려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제일 처음에 나온 분이 누구죠? 바나바! 바나바는 설명도 안 합니다. 아마 안디옥 교회의 제일 큰 어른이 바나바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디옥 교회가 어떻게 세워졌습니까? 사도들이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그 시절에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 고향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고 이들이 모여서 세워진 것이 안디옥 교회입니다. 그 당시 관점으로 본다면 이건 사고입니다.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교회를 세웠다?

지금도 교회를 세우고 싶다고 해서 세우는 것 아닙니다. 하물며 초대교회 때에, 교회라고는 예루살렘 교회 하나밖에 없던 시절에, 이방에서 자기들끼리 교회를 세웠단 말입니다. 사도들이 그 말을 듣고 아주 신실한 바나바를 파송해서 이들을 돌보게 했습니다. 이방인에게 복음 전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던 그 시절에 이방인들이 세워 놓은 교회에 바나바가 파송되어서 잘 키워놓았으니 바나바는 안디옥 교회에서 가장 큰 어른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그 다음에, 니게르라는 시몬이 나오죠? 니게르, 즉 니그로입니다. 흑인인데 안디옥 교회에서 중요한 교사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구레네 사람 루기오, 구레네는 지금 리비아 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아프리카 사람이에요. 안디옥이나 예루살렘 쪽에서 본다면 촌놈 비슷한 사람입니다. 그 다음에 분봉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 젖동생이니까 자기 어머니가 아마 헤롯의 유모였겠죠? 권력을 가진 사람과 가깝다는 것은 굉장한 권력자입니다. 그런 권력을 가진 마나엔이라는 사람도 안디옥 교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등장하는 사람이 사울입니다. 사울을 굳이 평가한다면 안디옥 교회에 있었던 교사들 중에 가장 화려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핍박하고 예수 믿는 사람을 잡아 죽이려고 얼마나 열을 내고 뛰어다녔는지 모릅니다. 그랬으니 화려한 과거를 지닌 사울이라는 것은 정확한 표현일 겁니다. 안디옥 교회에서의 위치는 다섯명 중에 제일 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자면 이 사울은 아직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위대한 전도자 바울이 아닙니다.

이 때는 사울이 예수를 만난지 추측컨대 이미 십여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예수를 만나고 곧 바로 바울이 된 게 아닙니다. 예수를 만나서 회심하고 예루살렘으로 갔는데 사도들이 그를 잘 만나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간신히 인사를 시키고 동역했는데 예루살렘에서 하도 반발이 심해서 고향에 돌려보냈습니다. 고향에 꽤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향에 머물러 있을 때에 바나바가 안디옥 교회에 손이 필요해서 다시 데려왔습니다.

함께 안디옥에서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때 이름이 여전히 사울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바울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안디옥 교회의 여러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데 서열로 치면 막내 지도자로 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어떻게 나중에 가장 위대한 사도들보다 더 뛰어난 사도가 되었을까 그걸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안디옥 교회를 섬기고 있었는데 성령께서 따로 두 사람을 세우라고 하셨고 그 두 사람을 중심으로 선교사역을 시작합니다. 2절을 보시면, ‘주를 섬겨 금식할 때에 성령이 가라사대 내가 불러 시키는 일을 위하여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우라 하시니 이에 금식하고 기도하며 두 사람에게 안수하여 보내니라’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와 교사가 5명 있었는데 그 중에서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서 선교사명을 주셨습니다. 달리 표현한다면 그 교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물 그러니까 서열 1번과 서열 5번을 뽑은 겁니다.

사울이 선교팀에 합류하게 된 것은 위대한 바울, 위대한 전도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위대한 사람은 바나바입니다. 서열 1위 바나바, 말하자면 안디옥 교회를 일으켜 세운 훌륭한 담임목사 바나바가 선교사가 된 겁니다. 그러면 서열 5위 바울은 왜 붙였겠어요? 만약에 바나바가 담임목사라면 부목사가 4명이나 있었습니다. 그 4명 중에 제일 말째를 선교팀에 붙인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식으로 말하면 조수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나바가 선교를 할 때에 바울을 조수로 붙였고 거기에 요한이라는 한 사람을 더 붙여 보냈습니다. 요한은 지금 식으로 하면 사환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출발한 선교팀이 목적지를 정한 곳이 구브로입니다. 안디옥에서 바다로 조금 나오면 만나는 작은 섬인데 사실은 바나바의 고향입니다. 바나바가 선교팀의 대장이 되니까 어디로 갈까 하다가 자기 고향으로 간 겁니다.

선교지는 바나바의 고향이고 주 강사는 바나바이고 데리고 가는 사환은 사촌동생입니다. 그리고 조수로 데려가는 사울은 고향에 푹 파묻혀 있는데 자기가 데리러 가서 불러내온 새까만 후배입니다. 이렇게 선교팀을 구성해서 바나바의 고향으로 선교여행을 떠났던 겁니다.

요한에 대해서 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신약성경에 요한이 여러 명 나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서 사역을 시작하실 때 초기에 이미 순교를 했습니다. 사도 요한은 바울과 바나바에게 있어서는 대선배격입니다. 이 요한은 마가복음을 쓴 마가 요한입니다. 마가는 나중에 베드로의 통역관이 되어 로마에서 베드로의 설교를 통역했던 사람이고 그것을 근거로 나중에 마가복음을 쓰게 된 거죠. 이 마가의 다락방에서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이 있었고 베드로가 투옥이 되었을 때 베드로를 위하여 기도하던 그 집 주인의 아들입니다.

골로새서 4장 17절에 요한이 바나바의 생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설명이 좀 필요합니다. 번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말이라는 것이 세월 따라서 의미가 좀 변해요. 지금은 생질을 뜻하는 헬라말이 복음서가 기록될 당시에는 사촌관계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촌동생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이는데 사촌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안디옥 교회의 지도자들 중에 막내인 사울이 선교팀에 합류하여 선교여행을 떠났는데 선교지에서 사울이 물 만난 고기처럼 변해 버립니다. 선교여행 도중에 위대한 바울이 탄생하게 되는 거죠. 4절부터 보십시다. ‘두 사람이 성령의 보내심을 받아 실루기아에 내려가’ 실루기아는 바닷가에 있는 항구도시입니다. ‘거기서 배타고 구브로에 가서’ 구브로는 맞은 편에 있는 좀 큼직한 섬입니다. ‘살라미에 이르러’ 했는데 살라미는 구브로의 항구 도시입니다.

‘거기서 하나님의 말씀을 유대인의 여러 회당에 전할새’ 복음을 열심히 전한다고 전했는데도 여전히 유대인들에게만 전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요한을 수종자로 두었더라 온 섬들 가운데로 지나서 바보에 이르러’ 바보는 반대쪽에 있는 항구도시인데 아마 구브로의 가장 큰 도시였던 것 같습니다.

‘바보에 이르러 바예수라는 유대인 거짓선지자 박수를 만나니 그가 총독 서기오 바울과 함께 있으니 서기오 바울은 지혜있는 사람이라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더라’ 지혜로운 총독 서기오 바울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자기를 찾아온 사람들을 불러 지혜로운 말씀을 듣고자 할 때에 부른 이름이 여전히 바나바와 사울입니다. 이 선교팀의 이름이 여전히 바나바가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8절 뒤편에 ‘박수 엘루마는 저희를 대적하여 총독으로 믿지 못하게 힘쓰니’ 지혜로운 총독 서기오 바울에게 바나바가 열심히 설명하고 가르치고 있는데 박수 엘루마라는 사람이 훼방을 놓는 겁니다. 이럴 때 성질을 잘 못 참는 사람이 사울입니다. 사울이 박수 엘루마를 대하여 혹독하게 비난을 퍼부어 버립니다.

9절 보세요.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그냥 ‘사울이 박수 엘루마를 향하여 야단을 쳤더라, 대적을 했더라’ 이러면 될텐데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이 말을 하는 이유가 지금부터는 사울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바울이라는 말을 쓰게 되는 이유를 설명을 해 주는 겁니다. 이후로 사울이라는 이름은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때부터는 바울이라고 말합니다. 말하자면 사울이라는 이름이 바울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셈이죠.

앞에서, 바나바를 소개할 때는 권위자라는 말을 씁니다. 권면하고 위로하고 사람을 세우는 일은 정말 잘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대체로 싸우는 일에 익숙치 못합니다. 화해시키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위로하고 잘 가르치는 사람은 막상 거친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울은 어떤 사람입니까? ‘감히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이것들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을 한단 말이야?’ 이럴 때 불같이 일어나서 예수 믿는 사람들을 다 잡아 죽이던 사람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못 참는 사람입니다. ‘우리 선생님이 복음을 잘 전하고 있는데 저 자식이 훼방을 놓는다?’ 못 참는 겁니다. 뛰쳐나와서 저주를 퍼부어 버립니다. 이적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부터 사울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바울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박수 엘루마를 대적해서 굴복시켜 버리고 난 다음에는 바울이 앞장서서 일을 추진해나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교팀의 이름이 바뀐 듯해요. 13절을 보세요. ‘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죠? 지금까지는 바나바와 사울이라고 했습니다. 바나바와 사울을 따로 세웠고, 서기오 바울이 초청할 때도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서 말씀을 들었는데, 13절에 보니까 이름이 이렇게 바뀌어 버린 겁니다.

선교라는 것이 만만한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순한 일만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어렵고 힘든 상황에 부닥치면 바나바보다 사울이 앞장서서 해결하기가 더 적합합니다. 성격상 그래요. 그러다 보니 바나바보다는 사울이 앞장서게 되었고 그럴 때에 사울이라는 이름 대신 바울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겁니다. 이름이 좀 바뀌면 그게 뭐 대수냐? 이런 생각이 들겠지만 바꿀 수 없는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일인가 생각해 보세요.

적당한 비유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 엉뚱한 것을 들겠습니다. 옛날 활동하던 가수 그룹 중에 강병철과 삼태기 있었죠? 기억나는 것은 빨래판 같은 것을 가지고 와서 문질러 대면서 노래를 열심히 부르곤 했는데 그게 팀 이름 아닙니까? 그런데 어쩌다가 강병철이라는 이름을 빼고 다른 사람의 이름을 넣으면 어떻게 돼요? 이건 어마어마한 변화입니다.

‘바나바와 사울’이라고 하여 선교팀을 보냈는데 어느 날 보니까 ‘바울과 및 그 동행하는 사람들’이라고 명칭이 달라질 때는 그 선교팀 안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말합니다. 선교지의 어려운 형편 속에서는 성품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바나바보다는 다소 거칠고 과격한 바울이 팀을 이끄는 것이 더 적합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나바는 예루살렘에서 파송되어서 이방인을 가르쳤으니 유대쪽에 가까운 사람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양쪽 문화에 익숙해요. 그래서 헬라 문화에 익숙한 바울이 선교여행을 더 쉽게 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걸 인정하고 바나바도 기꺼이 협력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에 요한은 못마땅해 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분명한 이유는 모르지만 바로 그 직후에 선교팀에서 이탈해서 돌아가 버립니다. 요한이 반발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이때 요한이 선교팀에서 이탈한 것이 나중에 바나바와 바울이 싸우고 헤어지는 동기가 되지요. 그러니까 이게 작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말하자면 선교팀 내에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 바나바는 그것을 수용하고 기꺼이 협력해서 같이 여행을 갔고 그를 따라갔던 요한은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해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선교여행을 다니는 동안에 항상 표현이 바울과 바나바라고 바뀌어 나옵니다. 바울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좋은 증거죠. 그런데 선교여행이 끝나고 안디옥으로 돌아왔다가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그러면 표현이 뒤섞여 있긴 하지만 바나바와 바울이라는 표현이 또 나옵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을 때는 아무래도 바나바가 바울보다 위쪽이거든요. 그래서 이름이 왔다 갔다 했지만 적어도 선교여행 도중에서는 거의 바울과 바나바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니까 사울이 바울로 개명을 한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서 필요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불린 것입니다. 또 하나 기억할 것은 사울이라는 이름이 바울이라고 바뀌게 된 것은 개명이 아닙니다. 가령, 이름만 들어보면 어느 나라 이름인지 대충 알 수 있습니다. ‘톰’ 하면 미국사람 이름이죠? ‘킴’ 그러면 한국 사람인데 미국 가서 사는가보다 그렇게 되지요? 웬만한 이름은 이게 어느 나라 이름이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바울이나 사울이나 비슷한 이름 같아 보이지만 원어를 보면 이게 전혀 다른 이름입니다. 구약을 아무리 뒤져봐도 바울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신약에는 다른 바울이 나옵니까? 멀리 갈 것도 없어요. 우리가 읽은 본문에도 있습니다. 총독 이름이 서기오 바울이었잖습니까?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에 바울이라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바울이라는 말이 헬라말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사울이라는 이름은 구약에 많이 나옵니다. 사울은 히브리말이거든요. 개명이라는 것은 자기 나라 말로 바꾸는 것이지 우리나라 이름 그대로 두고 미국 이름 하나 추가로 갖다 붙인 것은 개명이 아닙니다. 사울이라는 히브리식 이름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바울이라는 헬라식 이름을 사용한 것을 개명이라고 하는 것은 적합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를 만나서 큰 자 사울이 작은 자 바울이 되었다고 설명을 하는 것은 약간의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두 문화권에 걸쳐 사는 사람은 이름을 두 개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주일에 중국 친구들을 만나면서 이름을 들어도 이름을 외울 수가 없어요. 안 외워집니다. 저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소개해 줘도 도대체 입력이 안 돼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국에서 얻은 한국식 이름을 가르쳐 주면 그건 입력이 빨리 돼요.

옛날에 조용기 목사님이 어느 날 신문에 조 다윗 목사 이렇게 나오더라구요. 유명해졌으면 유명해졌지 굳이 한국식 이름 놔두고 뭐 외국냄새 풍기냐고 신문에 나올 때마다 제가 기분 나빠했거든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이해를 하게 된 겁니다. 외국에서 조용기 하면 기억을 못해요. 발음도 글쎄요 아마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국외용으로 ‘데이빗 조’라고 하면 쉽게 기억을 해요. 그래서 조 다윗은 국외용이고 국내에 들어오면 조용기입니다.

이 장로님 아드님이 이철민입니다. 외국에 나가서 이철민 하든지 철민 리 하든지 이게 잘 안됩니다. 그 사람들이 기억을 잘 못하거나 어려워요. 그래서 외국에 있을 때는 이름이 근사해요 그레이스 리! 발음하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좋고 아주 좋은 이름이에요. 서양 사람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쓰는 것이지 “지가 한국 사람이, 나가 산다고 그러면 되냐?” 그럴 게 아니고 두 문화권에 걸쳐 살면 이름을 그렇게 쓸 수밖에 없습니다.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식 이름을 지었습니다. 원두우라는 선교사를 아세요? 그 아들들이 여전히 원씨 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더우드 선교사입니다. 배도선 선교사의 본래 이름은 뭘까요? 피터슨이죠. 유명한 마포삼열 선교사는요? 저는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이 분이 마포에서 좀 놀았는가보다 생각을 했는데 사무엘 모테트입니다.

곽안련 선교사 꼭 우리 이름 같지 않습니까? 이 분의 정확한 이름은 찰스 알렌 클라크입니다. 찰스 알렌 클라크, 한국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해요. 그래서 알렌을 우리식으로 안련이라고 하고 끝에 있는 성 클라크를 한 글자로 줄여서 곽이라고 했는데 유명한 분입니다. 아이들에게 가끔 하는 ‘소년이여 대망을 품으라’ 바로 이 분이에요. 이 분이 일본에 있을 때에 그 말을 남겼는데 한국에서도 사역했다는 것은 제가 늦게 알았습니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스코트, 우리는 스코트라고 쓰는데 원래는 한 글자로 스캇트(Scot)입니다. 이 분이 우리말로 자기 이름을 서고도라고 썼습니다. 서씨네요. 한국 사람을 위해서 이름을 그렇게 바꾸어 준 겁니다.

길어졌습니다마는 두 문화권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은 이름을 두 개 가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사울은 어릴 때부터 두 문화권에 살았기 때문에 국내 이름이 사울이고 국외용 그러니까 헬라권에 접할 때는 바울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를 만난 후에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바나바가 다소에 가서 찾아온 사람도 사울이었고 안디옥에서 같이 일할 때도 사울이었습니다. 그런데 활동영역이 달라지면서 바울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겁니다.

바나바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위대한 전도자 바울이 등장하는 데는 바나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동역자요 가장 위대한 후원자이기도 했습니다. 회심한 사울을 제자들이 만나려고 하지 않을 때에 이들을 만나도록 주선한 사람이 바나바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적어도 사울을 다시 사역의 현장으로 나오도록 한 사람이 바나바입니다.

한참 후배인 사울을 데리고 전도여행을 함께하면서 자신을 뛰어넘는 훌륭한 전도자가 되도록 해 준 사람이 바나바입니다. 만약에 사울이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바나바가 기분 나쁘게 여기고 그의 발목을 잡았더라면 위대한 사도 바울의 등장은 지체되었을는지 아니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참 쉽지 않습니다. 전에도 그런 당부를 여러 번 드렸습니다마는 낯선 분이 교회에 와서 열심히 일을 하면 다 좋게 보는 건 아닙니다. “지가 언제부터 잘 났다고? 어디서 날아온 돌이 박힌 돌을?” 이래서 텃세부리고 시비를 걸 가능성이 굉장히 많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열심히 일을 하면 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길을 열어줄 줄 아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그렇게 들어온 사람은 열심히 일을 하다가 때가 되면 다른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이동하고 생겨난 빈자리에 들어가서 내가 메웁니다. 그러다가 또 누군가가 나타나서 열심히 일하게 되면 비켜 줬다가 일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교회의 주인입니다. 바울이 등장할 때 바나바가 그 자리를 깨끗이 물려주고 뒤에서 후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 바나바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나를 잘 보여주는 거죠.

위대한 바울의 등장에는 바나바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안디옥 교회의 헌신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그래도 하나님을 향한 바울의 뜨거운 열심입니다. 선교여행 가서 힘든 일이 닥치는데 힘들다고 뒤로 빠져버리면 아무 것도 안 됩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뛰쳐나선 사람이 바울이었습니다.

바울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심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심이 방향을 잘못 잡으니까 교회를 핍박하는 사울이 되었지만 예수를 만난 이후에 그 열심이 이방 선교를 향할 때 위대한 선교사 바울이 되어버린 겁니다. 하나님을 향한 그 뜨거운 열심이 그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겁니다. 하나님 때문에 변해버린 사람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그 뜨거운 열심이 사람을 바꾸어버린 겁니다. 그래서 태어난 사람이 위대한 전도자 바울입니다.

세상에는 변하는 사람 많습니다. 돈 때문에 변하는 사람도 많고 권력 때문에 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돈 때문에 변하는 사람 많이 있습니다. 주의하셔야 합니다. 갑자기 떼돈이 생기면 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또 복권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웃고 울었는데요, 누가 만든 농담인지 모르지만 어느 날 남편이 들어오면서 “여보, 로또 일등 당첨 되었어.” 싱글벙글하고 들어오더라는 겁니다. 부인이 “여보 정말 잘 되었어요, 한번 봅시다.” 하는데 남편이 “빨리 보따리 안 싸고 뭐해?” 그러더랍니다.

부인이 좋은 집으로 이사 가자는 말인 줄 알았는데 “보따리를 다 쌌으면 나가지 뭐해?” 그러더라는 거예요. “돈없고 어려울 때 당신 같은 사람하고 살았지 내가 이렇게 부자되었는데 어떻게 당신하고 살겠느냐?”는 얘깁니다. 남의 얘기지만 갑자기 큰 돈이 생기면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돈 때문에 변하는 사람은 몹쓸 사람입니다.

권력요? 갑자기 사람이 출세해도 눈 아래 뵈는 게 없어지는 수가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돈 때문에 변하고 권력 때문에 변하는 사람은 추하게 변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랑 때문에 사람이 변하는 경우는 좋게 변해요. 사랑하는 마누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회 나갔던 사람은 떼돈 번 사람보다 훨씬 나은 사람입니다. 사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보하고 변한 사람은 좋은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하나님 때문에 변화된 사람은 그야말로 위대한 인생을 살게 됩니다. 본래 타고난 성미는 고약하지만 하나님 때문에 변화되면 참으로 부드럽고 남을 섬기는 귀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돈 때문에 변한 사람은 대체로 추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때문에 변한 사람은 영원히 위대한 인생을 살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여 남은 인생을 살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사도바울은 하나님에 대한 열심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바나바를 능가하는 위대한 사역자가 되었습니다. 바울은 괄괄한 성미를 가진, 결코 부드럽고 온유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온순하고 순하고 말씀 잘 가르치고 부드럽고 사람을 권면하고 위로하던 바나바도 정말 소중한 사람입니다. 바나바 없이 바울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에 비하면 그렇게 괄괄하고 성미 급한 바울이 어려울 때나 위험할 때는 오히려 더 적합하더라는 겁니다. 하나님을 향한 그 뜨거운 열심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명절로 바쁘고 여러 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많을 때지만 이렇게 예배시간을 기억하고 나오는 여러분들이 어쩌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하나님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잊지 마시고 또 그 사랑에 감격해서 내가 타고난 본래 성품, 내 욕심을 하나씩 하나씩 내려놓고 작은 변화라도 일으켜 갈 때에 여러분이 정말 복된 인생을 살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