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함으로 온전케 되는 믿음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혹이 가로되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네가 하나님은 한 분이신 줄을 믿느냐 잘 하는도다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 아아 허탄한 사람아 행함이 없는 믿음이 헛 것인 줄 알고자 하느냐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드릴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되었느니라 이에 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응하였고 그는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았나니 이로 보건대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 아니니라 또 이와 같이 기생 라합이 사자를 접대하여 다른 길로 나가게 할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개역, 야고보서 2:14~26]

우리가 쓰는 말은 불완전한 도구입니다. 말하자면 칼은 칼인데 잘 안 드는 칼입니다. 이런 도구를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까 실수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일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지요. 가끔은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왜 그러냐?” 그러면 “내가 이 두 귀로 똑똑히 들었는데 왜 딴소리 하느냐?” 이래서 싸웁니다.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쓰는 말이란 도구가 완전한 것이 아니란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신경 써도 내 생각이나 내 의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 자체가 그렇게 완벽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말보다는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그 의도를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제일 좋은 방법은 남이야 뭐라 하든 좋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자기를 미워해서 못된 소리를 해도 ‘날 좋아서 하는 말인가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별 문제가 안됩니다. 상대방이 미워서 그러는데도 본인은 ‘쟤가 날 좋아하는 모양이지?’ 이러면 문제가 별로 안 생겨요. 반대 경우도 생각해 보세요. 듣는 사람이 피해 의식이 좀 있는 경우에는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을 흉보는 것 같이 느끼게 되고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우리가 쓰는 말이,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좀 있는데 ‘야고보서는 행함을 강조하는 책이다’라고 말하면 이게 약간의 오해가 있는 말입니다. 야고보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어느 한 구절에만 집착하면 본래의 의도를 곡해하는 경우가 더러 있게 됩니다. 가령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분명히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야고보는 행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는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 아니니라’ 이러니까 ‘야고보는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고 행함으로 구원받는 것이다’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야고보가 행함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행함으로 의롭게 된다고 말하는지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이나 글이 한 단어에 한 사물이나 한 의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완전히 반대 개념을 가진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가령 “그 친구 영 못쓰겠더라” 이런 말을 할 때 이 문장에 사용된 친구라는 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친구가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전혀 친구가 아닙니다. 전혀 친구가 아닌데도 말은 그렇게 합니다. 말은 친구라는 단어를 썼지만 내용상 그 사람은 내 친구가 아닙니다. 선생님이면 다 같은 선생님일까요?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데도 우린 전부 한 단어로 선생님이라고 씁니다. 그 중에는 선생님 아닌 분도 있어요. 그래도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가 읽은 이 본문에 믿음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그러면 거기에 나오는 믿음이라는 단어가 전부 믿음일까요?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 아니니라’ 할 때 그 믿음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지 않으면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문장 속에 믿음이라는 단어가 14번이나 나옵니다. 그게 다 같은 믿음은 아닙니다. 믿음이라고 해도 다 같은 믿음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야고보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본문에 믿음이 열 몇 가지가 되는데 크게 둘로 나누면 행함이 없는 믿음이 있고 행함이 함께 하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걸 또 몇 가지로 나누어 보면 여섯 종류로 믿음을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4절 보시기 바랍니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다면 이런 믿음을 뭐라고 할까요? 꼭 정답은 아닙니다마는 ‘믿음이 있노라’ 하고 이 말에 주목하세요. 믿음이 있노라 하니까 이게 무슨 믿음일까요? 다른 사람은 믿음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데 자기는 믿음이 있노라 한다는 말이죠. ‘자칭 믿음’입니다. 자기 스스로 믿음이라고 주장하는 믿음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옛날에 공부할 때 영어사전을 펴 놓고 참 많이 웃었습니다. Noise라는 단어 있죠? 소음, 시끄러운 소리라는 말입니다. 그 단어를 설명하는 내용을 쭉 읽어 내려가니까 위인이라는 뜻이 있어요. Noise에 왜 위인이라는 뜻이 있을까요? 위인 앞에 괄호해서 두 글자를 더 붙여 놓았습니다. ‘자칭’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요. 자칭 위인, 이걸 영어로 옮기면 Noise입니다. 자칭 위인은 시끄러운 소리와 같다는 말 아닙니까? 옛날에 봤던 사전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봤더니 Big Noise라고 되어 있습니다. 자칭 위인은 심하게 시끄러운 소리라는 겁니다.

자칭 위인은 위인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칭 믿음도 자기 스스로 믿음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믿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14절에 등장하는 이 ‘믿음이 있노라’ 할 때 이 믿음은 믿음이 아닌데 믿음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런 믿음으로 구원받을 수 없다라고 말할 때 ‘아 믿음으로 구원 못 받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누구에게 이런 말을 합니까?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진리를 오해하거나 악용하는 사람, 믿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전혀 행동하지 않는 사람, 믿는 자답게 살려고 하지 않는 자를 염두에 두고 믿음으로 구원받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그건 믿음도 아닌데 너 스스로 믿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잘못이라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자칭 믿음을 가진 사람의 예가 15절, 16절에 있습니다.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평안히 가라,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이런 짓 하면서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칭 믿음이고 그건 믿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다른 믿음이 하나 더 나옵니다.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믿음이라’ 여기 행함이 없는 믿음이 나오는데 앞에 나온 자칭 믿음과 내용상 같은 겁니다. 양식이 없는 형제가 배가 고프다는데 “밥 먹으면 되잖아?” 하는 겁니다. 양식이 없어 배고픈데 어떻게 “밥 먹으면 되잖아?” 합니까? 그게 어떻게 믿음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야고보의 의도입니다. 이런 야고보의 의도를 무시하고 이 본문을 놓고 믿음으로 구원받느니, 행함으로 구원받느니 논쟁하는 것은 야고보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입니다.

18절을 보십시다. ‘혹이 가로되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이 구절에 나와 있는 믿음이 여러 개인데 어떤 믿음인가 잘 보세요. 제일 첫 번 ‘혹이 가로되 너는 믿음이 있고’ 이게 무슨 믿음일까요? ‘자칭 믿음’입니다.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이건 앞의 것과 같고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이 믿음은 ‘행함이 있는 믿음’입니다. 이 두개를 비교해 보세요. 너는 행함이 전혀 없는 믿음, 너 스스로 믿음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 다오? 그것은 믿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다른 믿음이 19절에 있습니다. ‘네가 하나님을 한 분이신 줄을 믿느냐 잘 하는도다 귀신들도 믿고 떠느니라’ 여기 귀신들이 가진 믿음이 나옵니다. 귀신이 가진 이 믿음은 어떤 믿음일까요? 하나님을 믿으면서 왜 떨어요? 이 믿음은 ‘하나님과 교제가 없는 믿음’입니다. 하나님과 교제가 없는 믿음은 단순한 지식일 뿐 믿는 게 아닙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믿음이라는 것은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에 들어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벗이라고 불려집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과 친구사이였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세상에 이런 막말이 있나 싶어도 어쩝니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벗이라고 불렀으니. 아브라함의 믿음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마귀도 하나님을 알고 믿습니다만 교제가 전혀 없습니다. 아무리 하나님을 믿노라고 해도 이런 교제가 없다면 믿음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두려울 뿐입니다. 믿음이 아닙니다.

21절 보십시다. ‘우리 조상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드릴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되었느니라’ 아브라함의 예를 들어준 것이 앞에 설명한 것을 잘 이해하도록 우리를 도와줍니다. 자칭 믿음, 행함이 있는 믿음, 행함이 없는 믿음, 하나님과 교제가 없는 믿음이 어떤 것인지 아브라함의 믿음을 근거로 생각을 해봅시다.

처음 나오는 아브라함의 믿음은 어떤 것인지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조상 아브람이 그 아들 이삭을 제단에 드릴 때에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이 아니냐’ 아브라함의 믿음은 한마디로 행함이 함께 한 믿음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히브리인들은 이 내용을 훤하게 알고 있습니다. 설명을 안 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브라함과 관계된 이 내용을 머리 속에 잘 그리고 있지 않으면 야고보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창세기에 가서 이 부분을 한번 보십시다.

창세기 22장 16절부터 18절까지 보십시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단에 올려놓고 칼을 치켜 들었을 때 하나님께서 말리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가라사대 여호와께서 이르시기를 내가 나를 가리켜 맹세하노니 네가 이같이 행하여 네 아들 네 독자를 아끼지 아니하였은즉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네 씨가 그 대적의 문을 얻으리라’ 16절 뒤편에 ‘네가 이같이 행하여’라는 말이 나오죠? 아브라함의 이 행함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무슨 복을 받았습니까?

독자를 하나님께 바쳤더니 하나님께서 그걸 보시고 ‘네가 이렇게 행하였으니 내가 복을 주겠다’ 무슨 복입니까? 17절, ‘내가 네게 큰 복을 주고 네 씨로 크게 성하여 하늘의 별과 같고 바닷가의 모래와 같게 하리니’ 자녀의 복입니까? 하나님께서 이런 복을 주시겠다고 하는데 여러분은 할 말이 없습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끝날 일입니까? 아니면 다른 할 말이 있습니까? 할 말이 있습니다.

그 전에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실 때는 늘 후손과 땅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약속이 여기서 처음이 아닙니다. 이 약속 이전에 여러 번 말씀하셨던 겁니다. 아브라함이 할 말이 없겠어요? 저 같으면 당장, “하나님, 이것은 전에 주신다고 이미 약속한 건데요, 이번에는 그것 말고 다른 것을 보태주셔야지요?” 그럴 겁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언제 후손과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죠? 아브라함을 처음 불러내실 때 이미 이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 후 십년쯤 지난 다음에 나타나셔서 또 이 약속을 하셨습니다. 아들 하나 없이 다 늙어가고 더 이상 아이 낳을 수 있는 능력도 없는데 하나님께서 ‘네 몸에서 아들이 난다 그리고 그 아들을 통해서 후손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아질 것이라’고 약속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그러시잖아요? 다시 야고보서로 돌아가십시다.

23절 보겠습니다. ‘이에 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이 응하였고’ 성경이 참 어렵습니다. 바로 그 앞에서는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고 말을 했잖아요? 그래 놓고 23절에 오니까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 왜 또 이럽니까? 생각 안 하고 읽으시면 안됩니다. 이것이 무슨 뜻인가를 생각해 가면서 읽으셔야 합니다.

23절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이것을 의로 여기셨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 말씀을 예전에 했는데 그것이 응하였다는 겁니다. 언제 응한 겁니까?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칠 때에 하나님의 이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 것은 언제입니까? 야고보가 여기서 얘기하는 것은 이런 겁니다. ‘아브라함이 자기 아들을 하나님께 바쳤잖아? 봐라 행함으로 믿음으로 의롭게 돤 것이 이루어졌지 않느냐?’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의 믿음을 보시고 의롭다고 하신 것은 창세기 15장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행함으로 의롭다고 된 것은 창세기 22장입니다. 자그마치 7장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 동안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믿음으로 의롭다고 하신 그 때와 행함으로 의롭다고 된 이 기간이 상당히 깁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분명히 아브라함의 몸에서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약속을 했음에도 아브라함이 잘 믿지 않았습니다. 아들을 얻기 위해 하갈을 첩으로 들였습니다. 그래서 이스마엘이 태어났죠. 두 번이나 자기 아내를 누이라고 속인 적이 있습니다. 믿음의 조상이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겠느냐 싶지만 그랬습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이후의 일들입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아들을 주겠다고 하는데 웃은 사람이 누굽니까? 사라입니까? 사라만 웃은 게 아니고 아브라함도 웃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데 웃어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셔서 '아브람의 구십 구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창세기 17:1)'고 하신 것이 구십구세 때입니다.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때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팔십오세 때라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그 전에는 완전한 행함이 없었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게 구십구세 때까지 왔습니다. 그제서야 아들 하나 겨우 낳았습니다. 이 아이가 땔감을 짊어지고 산 위로 올라갈 때쯤 되었으면 십 수 년이 더 흘렀습니다.

아브라함이 처음부터 믿음과 행함이 같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행함이 없었어요. 아니 믿는 자답게 행하지 못했음에도 믿음으로 의롭다고 말했는데 그 믿음이 먼 훗날에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겁니다. 23절의 의미가 그런 뜻입니다. 제가 말을 어렵게 하는 게 아니고 야고보가 글을 그렇게 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믿음과 행함이 함께 한 때 다른 말로 하면 행함으로 의롭게 된 때는 믿음으로 의롭다고 한 말을 들은지 30년이나 지난 때입니다.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롭다는 말을 들은 후에 믿음이 자라갑니다. 도중에 도저히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잘못들을 많이 저지릅니다. 행함이 제대로 안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세월이 흘러 흘러 결국은 아들을 바치라는 명령에까지 순종할 수 있는 행함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걸 염두에 두고 23절 다시 보십시다. ‘이에 경에 이른 바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여러분, 이 믿음은 어떤 믿음입니까?

이 믿음은 30년이나 지난 후에 행함으로 완전케 된 믿음입니다. 그러니까 30년 전의 이 믿음은 어떤 믿음이에요? 행함이 함께 한 믿음입니까? 아닙니다. 장차 온전케 되어야 할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초보 믿음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아브라함이 행함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것 아니냐라고 말하면서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친 사건을 언급해 준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아브라함이 그렇게 이삭을 제단에 드린 것은 아브라함의 말년에,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이런 저런 잘못을 수 없이 저지르고 난 다음인 마지막에 합격한 시험입니다. 백세에 낳은 아들을 제단에 올렸을 때의 나이가 열 대여섯이라고 본다면 적어도 아브라함이 백 이십세 가까이 되었을 겁니다.

칠십 오세 때 가나안 땅에 들어왔습니다. 그 후에 믿음으로 의롭다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도 30년이나 더 믿음 생활을 했습니다. 온전한 믿음 생활요? 아닙니다. 행함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는 삶을 적어도 30년 이상 지난 다음에 그렇게 되었는데 그걸 ‘행함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다’고 하는 거죠. 오랜 세월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마지막에 그런 훌륭한 믿음의 단계까지 올라간 겁니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처음부터 그런 위대한 믿음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에겐 참 위로가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다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믿음은 차츰차츰 자라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문제는 세월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믿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이런 믿음은 뭐냔 말입니다. 그걸 가리켜서 26절에 ‘영혼 없는 믿음이 죽은 것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죽은 믿음이라는 거죠. 죽었으니까 안 자라죠.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있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믿는다면 행함이 없을 수 없다는 겁니다. 썩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마는 옛날에 많이 쓰던 말로 하면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앙꼬 없는 찐빵이 찐빵입니까? 밀가루 삶은 거죠. 날지 못하는 새도 새입니까? 이름은 새인데 불쌍하잖아요! 그 중에 조금은 나는 새가 닭입니다. 왜 날개를 두고 뛰어요? 웃기는 새 아닙니까? 쫓아 보세요 잘 달리지!

다른 새들은 훌쩍 날아갈 걸 쫓긴다고 담장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도망가는 것 보면 불쌍하잖아요? 정 답답하면 지붕까지는 올라가대요 이게 무슨 새입니까? 통닭 재료로나 쓰지요.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렇게 남 보기도 불쌍하고 자기 보기에도 불쌍하고 그런 겁니다. 그것을 죽은 믿음이라고 그러는 겁니다.

믿음이라고 다 같은 믿음이 아닙니다. 친구라고 썼다고 다 친구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믿음과 비슷해서 믿음이라고 해 주는 것이지 그건 믿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칭 믿음, 행함이 없는 믿음, 하나님과 교제가 없는 믿음, 죽은 믿음은 믿음이라고 하는데 실제는 믿음이 아닙니다. 그럼 믿음은 뭡니까? 행함이 따르는 믿음, 이거야 말로 믿음입니다. 그러나 행함이 따르는 믿음은 아무나 쉽게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초보 믿음이지만 차츰차츰 자라가는 믿음, 이게 귀한 겁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하나님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면서 그러는 가운데 점점 아름다운 믿음으로 자라 결국은 행함이 따르는 믿음으로 커가는 겁니다. 그렇게 보면 믿음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함도 딱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하는 말로 행함도 급수가 있는 겁니다. 종류가 좀 달라요. 바울의 행함과 야고보의 행함이 같은 행함이라고 보시면 바울서신이나 야고보서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두 분이 똑같은 단어를 썼습니다. 행함으로 구원받지 못한다, 행함으로 의롭게 된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말을 합니까? 사실은 두 분이 쓰고 있는 ‘행함’의 의미가 다릅니다. 사도 바울이 말하는 행함은 ‘구원의 전제조건으로서의 행함’입니다. 야고보가 말하는 행함은 그런 행함이 아니라 ‘믿음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함’을 말합니다. 완전히 다른 겁니다. 완전히 다른 것인데 두 분이 한 단어를 쓰는 것은 이 두 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가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쓰고 있는 말, 언어라는 것이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돈이 일어나는 겁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이 그렇게 완전한 도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시는 것은 말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해를 막아내는데 아주 유용할 것입니다. 그래서 말 자체만 너무 주목하지 말고 왜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믿음이 초보적인 믿음에서 점점 자라서 온전한 믿음으로 가듯이 행함도 급수가 있습니다. 초보 행함이 있고 고급 행함이 있는 셈인데 이런 것을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행함이 뭡니까? 사람이 하나님 앞에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위가 뭡니까? 하나님께서 나중에 “너희가 무슨 행위를 했는지 보자.”고 말할 때 뭘 내 보이시겠습니까? 교회 열심히 다녔고, 아이들을 얼마나 열심히 가르쳤고, 찬양대 몇 년 봉사했고... 이러실랍니까? 우리가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행함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입니다. 믿는 것이 가장 큰 행함입니다.

행함과 믿음은 그런 의미에서 떨어질 수 없는 겁니다. 같은 거예요. 나중에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뭘 내 놓을 거냐?”고 하시면 다른 것은 나중에 내 놓으세요. 일년 열두 달 단 한번도 안 빠지고 주일 낮예배 다 참석하면 대단한 행위입니까? 아니 그것도 제대로 못하시는 분도 더러 계시잖아요. 그러니 그러면 대단한 겁니까? 일년 열두 달 주일 낮예배는 물론이고 저녁 예배도 빠진 적이 없으면? 주일 낮예배, 저녁예배, 수요예배 거기다 새벽기도도 빠진 적 없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살아 생전에 절대로 온전한 행위를 나타내 보이지 못합니다.

야고보 사도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온전한 행위가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그런 초보적인 믿음에서 점점 자라가라는 겁니다. 쉽게 생각합시다. 아브라함은 이렇게 믿음이 자라가는데 팔십오세에 시작해서 30년이 걸렸다면 여러분은 얼마만에 이렇게 자라기로 작정을 하시렵니까? 하나님께서 ‘정말 온전한 믿음을 이루었구나’ 하고 칭찬하실 때를 앞으로 몇 년 잡으실 겁니까? 아브라함에게 삼십년을 주셨으니 넉넉하게 잡으세요 그렇게 해서 날마다 날마다 조금씩 자라가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가지고 있는 행함입니다.

행함도 단계가 있다고 말했는데 가장 초보적인 행함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믿음의 출발선에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요. 두 주 전엔가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두려운 사람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두 명이 손을 들어요. 손 많이 들 줄 알았는데 두 명밖에 안 들더라구요. 그 다음에 하나님을 생각하면 즐거운 사람 손들어 봐라 하면 다 들 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들잖아요. 그래서 “얘들아 왜 손 안 드니?” 하니까 한 녀석이 바른 말을 해 줬어요. “하나님이 아주 무서운 사람 손들어 봐라 해야지요?” 제가 한 대 맞은 겁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아주 두려워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혹시 하나님을 아주 두려워하십니까?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그런 두려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서 나아가야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초보적인 신앙의 예가 오늘 이 본문에 나오는 라합의 신앙입니다. 여러분, 라합이 자기 민족을 배반하고 정탐꾼을 살려 보낸 것이 무슨 대단한 믿음이겠습니까? 능력의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군대를 통해서 여리고를 완전히 멸하게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것입니다.

초보적인 신앙은 하나님을 이렇게 두려워합니다. 거기서 머물면 안됩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앙이 점점 자라나서 하나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생각하면 즐겁고 감사하죠. 거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하나님을 위해서 내가 가진 전부를 희생할 여유가 생기죠. 내가 가진 것 다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희생하고 버리고 남 주면서도 즐거운 것, 이것이 아마 행함 중에서 제일 고수의 행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믿음 안에서 행함이 그렇게 자라가야 합니다. 그렇게 자라가라고 신신당부하는 것이 이 야고보서입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는 말은 믿음을 가볍게 여기는 말이 아닙니다. 행함을 통해서 믿음을 온전하게 이루어 가라고 말합니다. 아브라함을 봐라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았는데 그가 결국 행함을 통해서 믿음을 온전하게 이루지 않았느냐? 목표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행함을 강조하는 겁니다. 거꾸로 해 봅시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 그러면 믿음이 없는 행함은?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그러면 믿음이 없는 행함은요? 그 친구가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태어나지도 않고 죽은 자식이지요. 행함이 없는 믿음은 태어나서 그래도 뭔가 하다가 죽은 것이라면 믿음 없는 행함은 태어나지도 아니한 거라는 겁니다.

믿음 없는 행함은 언급의 대상도 아닙니다. 말도 하지 않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해 보세요. 야고보가 정말 행함만을 주장하고 있는가? 믿음이 정말 귀한 것인데 그 믿음을 온전케 하기 위해서 행함이 뒤따라와야 한다고 합니다. 온전한 믿음을 소유하기를 바라서 행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야고보서도 여전히 믿음을 강조하는 책입니다. 야고보서가 로마서, 갈라디아서와 전혀 다른 책이 아닙니다. 우리 모든 성도님들이 행함을 통해서 더욱 성숙한 성도가 되기를 바래서 야고보서를 강론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겁니다.

예수 믿는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해서 믿음이 날마다 날마다 자라나야 하고 그것이 우리의 행함으로 조금씩 조금씩 드러나야 합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심하고 좀 더 움직여라. 그것이 야고보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귀신들과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 누가 더 설치고 다녔습니까? 예수님이 지나갈 때 귀신들이 알아보고 그 앞에 와서 기도하고 간구하고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막 이러고 있는데 대단한 행위잖아요? 반면에 제자들은 예수님이 누구인지 못 알아봤어요. 죽었다가 살아난다고 그렇게 말해도 믿었던 제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저 예수님이 왕이 되면 한 자리 할 것이나 궁리하고 우리 중에 누가 높으냐 하다가 야단이나 맞고... 그러나 하나님과 교제가 없는 이 귀신의 믿음은 제자들보다 더 예수님을 잘 알아보고 더 매달렸지만 결국은 버림받는 믿음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건 믿음도 아니고 행위도 아닙니다.

예수님에게 야단이나 맞았던 그 제자들은 예수님과 동행하며 믿음이 자라나서 결국 위대한 사도가 되지 않았습니까? 서툴지만 하나님을 믿고 그 안에서 조금씩 자라가는 이 믿음이 참으로 귀한 것입니다. 이렇게 자라가는 믿음 그것을 위해서 행동하라고 권유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결심하고 실천하십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의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행위를 가능케 하는, 작지만 우리 속에 있는 믿음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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