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된 자가 먼저 되고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어떤 사람들이 유대로부터 내려와서 형제들을 가르치되 너희가 모세의 법대로 할례를 받지 아니하면 능히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 하니 바울과 바나바와 저희 사이에 적지 아니한 다툼과 변론이 일어난지라 형제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바울과 바나바와 및 그 중에 몇 사람을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와 장로들에게 보내기로 작정하니라 저희가 교회의 전송을 받고 베니게와 사마리아로 다녀가며 이방인들의 주께 돌아온 일을 말하여 형제들을 다 크게 기쁘게 하더라 예루살렘에 이르러 교회와 사도와 장로들에게 영접을 받고 하나님이 자기들과 함께 계셔 행하신 모든 일을 말하매 바리새파 중에 믿는 어떤 사람들이 일어나 말하되 이방인에게 할례 주고 모세의 율법을 지키라 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니라 사도와 장로들이 이 일을 의논하러 모여 많은 변론이 있은 후에 베드로가 일어나 말하되 형제들아 너희도 알거니와 하나님이 이방인들로 내 입에서 복음의 말씀을 들어 믿게 하시려고 오래 전부터 너희 가운데서 나를 택하시고 또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와 같이 저희에게도 성령을 주어 증거하시고 믿음으로 저희 마음을 깨끗이 하사 저희나 우리나 분간치 아니하셨느니라 [개역, 사도행전 15:1-9]

한국 사람들은 서열의식이 참으로 강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누가 나이가 많은지 탐색부터 하지요. 특히 나이 많은 사람으로 짐작만 했다가 나중에 보니까 형님 아우가 거꾸로 된 경우도 많이 있죠. 주민등록증 내 놓고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릴 때가 참 많습니다. 아마 이런 현상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잘 걸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서양 사람들은 조그마한 아이도 할아버지 같은 사람을 친구라고 부르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가 볼 때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마는 서양 사람들은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나이가 비슷해야 친구 사이가 되고 그나마 조금 지나면 누가 형님이냐고 늘 시비를 걸곤 합니다. 말을 놓아야 할지 높여야 할지 고민하느라고 말을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군대에서 어떤 고참이 졸병을 몹시 괴롭혔던가 봅니다. 나중에 제철에 취직해서 보니까 그 졸병이 바로 자기 직속상관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거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임이 있어도 절대로 안 간답니다. 누가 안 가겠어요? 군대 고참이 죽어도 안 갑니다. 웬만하면 사표 쓰고 나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서열이 뒤집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충격인지 모른단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우리 한국 사람은 서열이 뒤집어지는 것을 참고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에서는 이 서열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복음 안에서 말입니다. 복음 안에서는 이 서열이 얼마든지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겨우 열 살 배기 아들 둔 집사가 구역장을 하고 사위를 둔 집사가 그 밑에서 권찰을 하고... 이게 가능한 일입니까?

회장하던 사람이 이듬 해에 총무를 하기도 하고 지휘하던 사람이 성가대 대원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곳이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왜 교회에서는 서열을 무시한 이런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 말입니다. 여러분, 교회 안에서는 왜 서열이 무시될 수 있을까요? 바나바와 바울의 이야기를 통해서 교회 안에서 어떻게 서열이 변해 갔는지를 한번쯤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안디옥이라는 참 특이한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복음을 전할 때 유대인들에게만 전했지 이방인들은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데반의 박해 때 도망갔던 사람들이 헬라인에게 복음을 전한 겁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사고입니다.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이 어디 가서 사고를 쳐서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했단 말이에요. 그 사람들이 모여서 교회가 생겼습니다.

예루살렘에서 놀래서 한 사람을 파송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나바입니다. 바나바가 가서 교회를 잘 키워나갔습니다. 그 교회에 선지자와 교사가 여럿 있었음에도 또 사람이 필요해서 다소에 가서 한 사람을 데려옵니다.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바울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사울입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 아뇨, 좀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사울을 데리고 옵니다.

사울은 다메섹으로 가서 믿는 사람을 잡아 죽이겠다고 가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고 회심한 그 사람입니다. 다메섹에서 3년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하고 붙어서 말씀으로 굴복시키던 그 사람입니다. 그 후에 예루살렘으로 왔더니 제자들이 만나려고 하지 않는 겁니다. 그럴 때 이 사람이 진정으로 회심했으며 이제 확실히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을 설명해 준 사람이 바나바입니다. 바나바가 사울을 제자들에게 소개시켜 주어 받아들이게 된 거죠.

사울이 헬라 파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더니 예루살렘에 큰 소동이 벌어진 겁니다. 스데반으로 인해 일어났던 소동은 스데반이 죽고 잠잠해졌습니다. 몇 년 지났습니다. 사울이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면서 싸우면 이깁니다. 그러니까 예루살렘에 또 큰 소동이 벌어진 겁니다. 제자들이 스데반 때처럼 또 박해가 생길 것을 두려워해서 사울을 잠시 피해 있으라고 고향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고향에 가서 얼마 동안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갈라디아서 2장 1절에 보면 사울이 두 번째 예루살렘에 간 것을 ‘14년 후에’라고 말합니다. 그걸 봐서 고향에 거의 10년, 십여 년 고향에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게 고향에 있던 사울을 다시 불러서 안디옥 교회에서 교사를 시킨 사람이 바로 바나바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는 바울이 대단한 분입니다. 초대교회가 유대인의 교회로만 머물러야 할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복음을 온 세계로 퍼뜨린 장본인이 바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울을 위대한 인물로 봅니다마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그 뜨거운 열정을 다 묻어두고 고향에서 십여 년 동안 초야에 묻혀 있던 사람을 불러내서 교회의 교사로 삼았던 사람이 바나바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13장 1절에,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으니 곧 바나바와 니게르라 하는 시몬과 구레네 사람 루기오와 분봉왕 헤롯의 젖동생 마나엔과 및 사울이라’고 합니다. 안디옥 교회에 선지자와 교사가 몇 명입니까? 이름을 이렇게 써 놓아서 헤아리기가 좀 불편하죠? 헤아려 보시면 다섯 명입니다. 다섯 명 중에, 교회라서 이런 일을 하기는 곤란하지만 그래도 서열을 매기면 사울이 몇 번째입니까? 여기 인물로만 따지면 꼴찌입니다.

안디옥 교회가 세워질 때에 주동 인물들이 있었을 겁니다. 안디옥 교회가 어느 정도 세워졌을 때에 예루살렘에서 바나바를 파송해서 담임 목회자가 되어서 섬기고 있습니다. 그 이전부터 섬기고 가르치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일 년 동안 잘 가다가 나중에 사울을 불러 왔거든요. 그러니까 사울의 서열이 실제로 꼴찌입니다. 선지자가 몇 명이고 교사가 몇 명인지 모르지만 선지자와 교사 합쳐서 사울이 말석입니다.

어느 해 극심한 흉년이 들어서 예루살렘에 구제품을 전하러 가야 할 상황이 생깁니다. 그때나 그 후에도 거의 ‘바나바와 바울’ 혹은 ‘바나바와 사울’이라고 합니다. 바나바가 먼저 언급됩니다. 성령께서 이 두 사람을 따로 불러 외국에 선교를 나가도록 세웠습니다. 2절 끝에 누구를 불러 세웠다고 말합니까? 바나바와 사울이죠? 그러니까 바나바는 선교단 단장이고 사울은 아마 총무 정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선교여행을 떠납니다.

처음에 간 곳이 바나바의 고향 구브로라는 섬이었는데 7절에, ‘그가 총독 서기오 바울과 함께 있으니 서기오 바울은 지혜 있는 사람이라 바나바와 사울을 불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더라’ 여전히 바나바와 사울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박수 엘루마라는 사람이 훼방을 놓았습니다. 그걸 보고 분이 가득차서 튀어나온 사람이 9절에,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 성령이 충만하여 그를 주목하여 가로되 모든 궤계와 악행이 가득한 자요 마귀의 자식이요’ 이렇게 엘루마를 꺾어 버립니다.

박수 엘루마가 앞을 보지 못하고 헤매는 것을 보고 총독이 예수를 믿었습니다. 서기오 바울이라는 총독이 예수를 믿게된 것은 굉장히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때까지 회당과 관련이 전혀 없는 이방인으로서 예수를 믿은 최초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고넬료도 회당과 교류를 했고 유대인들의 말씀을 배워서 알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서기오 바울은 회당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사람인데 예수를 믿었기 때문에 이건 대단하고도 특이한 사건입니다.

유대인들이건 바울이건 회당을 중심으로 복음을 증거했는데 이 때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회당과 관계없이, 다른 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정책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바울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이 때는 바울이 예수를 만난 지 적어도 십 수 년이 지난 뒤입니다. 예수를 만난 직후에 개명을 한 것도, 이 때 새삼스럽게 개명을 한 것도 아닙니다.

‘바울이라고 하는 사울’이란 말은 원래 이름이 둘이었다는 뜻입니다. 히브리 사람들에게 쓰는 이름은 사울이고, 헬라 사람과 만날 때 쓰는 이름은 바울입니다. 사울은 히브리식 이름이고 바울은 헬라식 이름입니다. 조용기 목사님이 언젠가 이름이 바뀌었더라고요. 한 때는 조다윗이라고 하기에 좋은 이름 놔두고 왜 저럴까 했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까 국외용이더군요. 두 나라 문화권에 어울려서 사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아주 흔한 일입니다. 헬라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할 그 때부터 사울의 이름이 바울이라고 나타납니다.

바울이 그렇게 등장하고 난 다음에 이 선교단체를 뭐라고 부르나 보세요. 13절에, ‘바울과 및 동행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선교팀장은 바나바입니다. 바나바와 사울이 갔는데 물론 다른 사람도 따라갔겠지요. 그런데 드디어 바울이 앞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성령님의 명을 따라서 선교사업을 시작할 때 앞장 선 사람은 분명히 바나바입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선교사업을 하다가 위기 상황에 부닥쳐 어려울 때에 과감하게 나선 사람은 바울이었습니다.

바나바는 굉장히 온순한 사람입니다. 가르치는 것을 잘 하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어려운 일에 부닥치면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합니다. 이럴 때는 성격이 좀 과격한 사람이 잘 하게 마련입니다. 바나바가 온순하게 있을 때에 사울이 앞장서서 그 문제를 치고 나가는 겁니다. 이때부터 바나바보다 바울이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바울은 로마시민권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이 사람들과 부딪쳐서 복음을 증거하고 싸우는 데도 훨씬 유리했습니다.

바나바와 바울을 비교해 보면 바울은 새까만 후배입니다. 그가 교사라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사람이 바나바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선교여행을 가서 여러 가지 상황에 부딪치면서 바나바가 앞장서는 것보다 바울이 앞장서는 것이 훨씬 낫더라는 판단이 선 겁니다. 그때부터 성경은 바울과 바나바라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만약에 바나바가, 바울이 그렇게 나서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거나 아니면 “나를 놔두고 지가 어떻게 앞장서서 저렇게 할 수 있느냐?”고 발목을 잡으면 그렇게 될 수 없는 일입니다. 13절부터 두 사람을 표현할 때는 계속해서 바울이 먼저 나옵니다. 바울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바나바가 뒤에서 보조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이렇게 두 사람의 서열이 바뀌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 현실에서도 이렇게 역할을 바꾸는 것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까운 어느 조그만 교회에 유력한 분들이 모여서 교회가 재미있게 부흥이 되었던 모양이죠? 뒤늦게 들어온 어떤 분이 은혜를 많이 받아서 오르간을 한 대 사서 바친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교회에 오래 계셨던 어느 권사님이 “하면 내가 하지 너희가 뭔데 이 오르간을 들여놓느냐?” 이래 가지고 싸움이 벌어진 겁니다. 어떻게 되었겠어요? 깨어지는 겁니다. 그 권사님과 그 집에 함께 지내는 장로님 두 분만 남았답니다.

간신히 수습을 해 놓았더니 얼마 후에 또 일이 벌어졌다네요. 외지에 나갔던 딸을 불러다가 출석하게 했답니다. “우리 딸 외에 누가 피아노를 만지느냐?”는 겁니다. 아주 가까운 교회입니다. 우리 목사님께서 수습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다는 얘기를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 “이 교회를 세울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지켜온 내 교회인데 인제 들어온 것들이 뭘 한단 말이냐?” 이거 아닙니까? “뒤에 들어온 그 누가 나를 제치고?” 하지도 않으면서 그러는 거예요.

“나 없이 너희들이 아무리 해 봐라 일이 되는가?” 가끔 그런 분이 계십니다. 또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않는 한 그 일은 안된다.” 이런 분이 교회에 한 분이라도 계시면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있던 교인들마저 다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비켜줄 때는 비켜줘야 합니다. 꼭 자동차만 비켜줘야 하는 것 아닙니다.

며칠 전에 비켜줘야 할 때 비켜주지 않아서 큰 사고가 났대요. 고속버스와 카렌스가 언양에서부터 시비가 붙었답니다. 사고는 건천 휴게소에서 와서 났다고 하네요. 기어코 차 두 대가 길가에 섰던 모양이죠. 뒤에서 큰 트럭이 와서 받아버렸는데 고속버스 기사도 죽고, 카렌스 기사는 여자였다는데, 결국은 두 사람 다 죽었는데 얼마나 답답한 얘긴지 모릅니다.

자동차도 뒷차가 빨리 가려고 하거든 비켜줘야 합니다. 안 비켜주면 사고 납니다.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뒤에 온 사람이 앞에 나가서 일하려고 하면 비켜주세요. 아니면 자기가 나가서 하든지. 자기가 하지도 않으면서 하려고 하는 사람을 뒤에서 잡아당기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바울이 이렇게 열심히 일할 때 바나바가 뒤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밀어 주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이 일이 안되는 겁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가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에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뭐가 주인의식입니까? “새로 온 저 사람이 내 자리를 빼앗아 갈까봐 안돼!” 이러는 게 주인의식 아닙니다. 내가 이 교회의 주인이라면 유능한 사람이 왔을 때 언제든지 비켜줄 수 있습니다. 유능한 사람이 와서 일할 수 있도록 비켜 주세요. 그런데 이 유능한 사람이 때가 되어서 또 떠납니다. 나는 주인이니까 늘 여기 있습니다. 이 분이 떠나가면 그 자리를 내가 메웁니다. 그러다가 다른 분이 오면 또 물러설 수 있는 이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의식입니다.

“나 외에 누가?” 좀 전의 그 권사님 표현을 빌리면 “내 딸 외에 누가 피아노를 만진단 말이야?” 위험한 생각입니다. 이건 그릇된 주인의식입니다. 이건 주인의식이 아닙니다. 이건 그릇된 자존심의 문제입니다. 비켜줘야 할 때 비켜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의식입니다. 바나바는 새까만 후배, 자기가 데려와서 키웠던 바울이 선교여행에서 더 적절하다고 생각할 때 자리를 깨끗이 비워주고 오히려 보조역할을 했습니다.

그 여행에서 돌아왔더니 교회 안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 오늘 우리가 보았던 본문이 바로 그 문제입니다. 실컷 전도해서 사람들을 모아놨더니 어떤 유대인들이 와서 훼방을 놓은 것이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만이 아니라 구약에 율법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된 겁니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는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뒤로 미루겠습니다. 이 문제를 예루살렘에 질의를 했더니 예루살렘에서 총회가 열린 겁니다.

예루살렘 총회가 열리고 바울과 바나바가 참석했습니다. 선교지에 가서 바울이 앞장서고 바나바가 뒤를 돌보아 주었는데 두 분이 돌아와서 예루살렘 총회에 갔습니다. 거기서 서열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15장을 찬찬히 보면 예루살렘 총회에서 서열 1위는 아마 야고보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의 결론을 야고보가 내리거든요. 야고보 옆에 베드로가 있습니다. 서열 매기기 어려운 상대들이죠.

12절에, ‘온 무리가 가만히 있어 바나바와 바울이 하나님이 자기들로 말미암아 이방인 중에 행하신 표적과 기사 구하는 것을 듣더니’ 누가 앞입니까? 바나바가 앞이지요? 아니 여태까지 바울과 바나바라고 얘기하더니 여기 와서는 또 순서를 바꿔서 바나바와 바울이라고 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선교지에서는 일 때문에 그랬지만 총회에 올라가면 다시 원위치 되는 게 맞습니다.

바울이 아무리 위대한 사역을, 놀라운 사역을 감당했다고 하지만 총회에 들어가면 여전히 저 밑입니다. 예수님 당시에 바울은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제자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서열이 밀렸느냐 하니까 나중에 예루살렘 총회에서 결론을 내려서 바울과 바나바를 다시 안디옥으로 보낼 때에, 22절에 끝에 보시면, 유다와 실라가 따라갑니다. 바울과 바나바가 안디옥 교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예루살렘 교회에서 보증한 것이라고 보증하기 위해서 유다와 실라가 따라갑니다. 누가 더 권위가 있단 말입니까?

바울과 바나바는 예루살렘 교회에서 결정난 것을 안디옥에 전합니다. 유다와 실라가 따라가서 그 말이 예루살렘 총회에서 확인된 것이라고 확인해 줍니다. 누가 더 권위가 있다는 말입니까? 유다와 실라가 더 있는 셈 아닙니까? 그렇게 따지면 예루살렘 총회에서 이름이 나온 사람들 중에서도 바울의 서열은 끝입니다. 이름이 안 나와서 그렇지 여기에 다른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보다도 서열이 더 낮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럴 수밖에 없지요.

안디옥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복음을 증거하러 나가게 되면 바울이 또 앞에 서게 됩니다.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는 데는 바울을 따라갈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바울이 사도들 중에서 가장 늦게 된 사도입니다. 예수님 살아계실 때에 예수님 근처에 얼씬도 않았던 사람입니다. 이 바울이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는 사도 중에 가장 큰 사도 아닙니까?

다른 제자들이 그렇게 권위 있는 자리에 서 있을 때 겨우 말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던 바울이 어떻게 이렇게 위대한 사도가 되었습니까? 복음을 위해서, 이방인 선교를 위해서 열심으로 헌신하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바나바가 바울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뒤를 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서열 얘기를 쭉 했습니다마는 예루살렘 총회나 바나바나 바울은 이런 서열 문제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관심은, 복음 전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복음 전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지 누가 서열이 어떻고 이런 생각은 없었단 말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서열이 이렇게 저렇게 뒤집어진 것처럼 보이지 그 분들은 아예 생각을 안 했던 겁니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것이냐 그 문제만 관심이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교회 안에서 누가 높고, 누가 오래 믿었고, 누가 나이가 많고... 이런 걸 좀 덮어둬야 합니다. 오로지 우리의 관심이 교회가 성장하고 복음이 증거 되느냐 안 되느냐는 것에만 있다면 교회가 얼마나 아름다워질지 모릅니다.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서열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바울의 열심과 열정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바울이 실력이 있어서 그리 된 겁니다. 여러분, 우리가 교회에서 서열을 좀 높이려면 어떻게 합니까? 애꿎은 자존심요? 아니면 사회적인 신분이 높아서? 돈이 좀 많아서? 그것 가지고 교회에서 좀 높은 자리에 앉아 봐야겠다? 이런 생각은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직 복음을 향한 열심,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하는 그 열심만이 우리의 관심이어야 합니다.

누가 높은 사람입니까?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최선의 열심을 다 하는 그 분이 교회 안에서 서열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존심 센 사람요? 나 아니면 절대 안된다, 내가 반대하는데 그게 될 수 있느냐? 이건 있을 수 없습니다.

바나바의 양보를 생각해 보십시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면 “바울이 나를 제치고 저럴 수 있나? 지가 앞장서서 저럴 수 있느냐?”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바나바가 물러서서 바울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밀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바나바의 서열이 밀렸죠? 저는 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까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너희 중에 높아지려고 하는 자는 낮아지라’고 그랬죠. 낮아진 사람이 높은 겁니다. 바나바가 그렇게 겸손하게 바울을 앞세워 활동하도록 해준 것은 바나바의 서열이 떨어진 게 아니고 바나바는 겸손을 통해서 다시 위에 있는 겁니다.

바울은 열심을 통해서, 실력을 통해서 위에 있습니다. 바나바는 자신을 낮춤으로 하나님 앞에서 높은 데 있습니다. 두 사람이 다 서열이 높은 겁니다. 절대로 서열이 떨어지거나 낮아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두 사람이 하나님 보시기에, 예수님 보시기에 참 아름다운 높은 자리에 위치할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이 두 사람은 아예 서열 따위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러했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복음을 전하는 것, 성도들을 키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방식이었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하나님 보시기에 참으로 아름다운 자리에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교회 안에서는, 복음 안에서는 서열이라는 것이 언제든지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십시다. 어떻게 젊은 사람이 구역장을 하고 나이 많은 분이 권찰을 하느냐? 그렇게 하는 것이 교회에 유익하다면 양보를 할 수도 있고 세울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부장 하다가 교사 하고 지휘 하다가 대원노릇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얼마든지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지 ‘내가 명색이 지휘하던 사람이 어떻게 남의 지휘 밑에 들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가 유익하고 복음이 전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좌우간 서열이 높아지는 방법은 이 두 사람의 방식대로 두 가지입니다. 열심히 노력함으로 앞으로 나가든지, 그렇지 않으면 겸손함으로, 겸손함이란 다른 말로 길을 비켜주는 겁니다.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높아지는 방법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서열 파괴에 선봉이 되기를 바랍니다. 맨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고 복음을 위해서 열심히 나아가십시오. ‘내가 먼저 된 자가 되어야 되겠다’ 그렇게 열심을 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더 나은 것은, 먼저 되고, 높은 자 되는 것에 대한 관심은 다 접어놓고 ‘교회가 성장하고 복음이 널리 퍼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서열이고 높은 자리고 아무 관심이 없다’ 이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아주 높은 자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바울이 되든지, 바나바가 되든지 하십시오. 실력이 좀 있는 것 같고 성격이 좀 과격하고 도저히 얌전하게 앉아 있지 못하겠다 싶거든 바울이 되십시오. 조금 괴로울 겁니다. 앞에서 뭘 하려고 하면 좀 힘들어요. 그래도 하십시오. 이게 바울이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 앞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일을 도와주는 게 맞는 것 같거든 바나바가 되십시오. 겸손함을 통해서 여전히 하나님 보시기에 높은 자리에 앉을 자가 됩니다.

열정으로 바울이 되든지, 겸손함으로 바나바가 되든지 하십시오. 바나바도 아니요 바울도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길 막는 사람은 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길을 막는 것은 주로 자존심 때문인데 하나님과 아무 관계없는 자존심입니다. 다른 사람은 다 이렇게 하자는데 나 하나 때문에 안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거든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오. 나 혼자 옳기 때문에 안될 수도 있지만 나 혼자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기 때문에 전체가 안 돌아 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바나바가 되고 바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길을 비켜주지 않고 갈 사람도 못 가게 하는 사람은 절대 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서열도 상관없고 높아지는 데도 관심이 없고 오로지 나를 통해서 교회가 성장하고 복음이 널리 전해지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내가 말석에 앉든지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않든지 인기가 없든지 그게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것이 나중된 자가 먼저 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혹시 나중 되었다고 생각이 되시면 어떻게든지 노력하셔서 먼저 되시기 바랍니다. 내가 먼저된 사람인데 열심히 뒤에서 따라옵니다. 어떻게 해야 돼요? 비켜줘야 될 상황이면 비켜주고 “난 힘없는 줄 아나?” 하고 더 빨리 갈 수 있으면 더 빨리 가야지요. 더 빨리 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 생각은 다른데 다들 옳다고 한다면 내가 비켜줘서 갈 수 있도록 해 주라는 겁니다. 그러나 비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어느 집사님이 이 구절을 참 잘 외워요. ‘나중된 자가 먼저 되고...’ 그러면서 자꾸 나를 쳐다봐요. “목표! 우리 강도사님.” 저도 한마디 합니다. “목표를 참 잘 잡았긴 한데 너무 과한 목표는 이루기가 어려울 텐데? 어디 나는 가만히 놀고 있는 줄 알아요?” 그러나 이런 농담이 참 즐겁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열심과 겸손함으로, 모두가 높아지는 자리에 이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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