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년 만의 고백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이 일 후에 혹이 요셉에게 고하기를 네 부친이 병들었다 하므로 그가 곧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과 함께 이르니 혹이 야곱에게 고하되 네 아들 요셉이 네게 왔다 하매 이스라엘이 힘을 내어 침상에 앉아 요셉에게 이르되 이전에 가나안 땅 루스에서 전능한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 복을 허락하여 내게 이르시되 내가 너로 생육하게 하며 번성하게 하여 네게서 많은 백성이 나게 하고 내가 이 땅을 네 후손에게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내가 애굽으로 와서 네게 이르기 전에 애굽에서 네게 낳은 두 아들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내 것이라 르우벤과 시므온처럼 내 것이 될 것이요 이들 후의 네 소생이 네 것이 될 것이며 그 산업은 그 형의 명의하에서 함께 하리라 내게 관하여는 내가 이전에 내가 밧단에서 올 때에 라헬이 나를 따르는 노중 가나안 땅에서 죽었는데 그곳은 에브랏까지 길이 오히려 격한 곳이라 내가 거기서 그를 에브랏 길에 장사 하였느니라(에브랏은 곧 베들레헴이라) [개역, 창세기 48:1~7]

그가 요셉을 위하여 축복하여 가로되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섬기던 하나님,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사자께서 이 아이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로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개역, 창 48:15-16]

이래도 안 웃어?

결코 웃지 않는 학급이 하나 있었습니다. 웃지 않는 학급은 문제가 큽니다. 웃지도 않으니까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 안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선생님들마다 그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반응이 없어요. 그러던 중 연세 많은 선생님이 중간 발령이 나서 한 학기를 마치고 다른 도(道)로 전출가게 되었습니다. “가기 전에 내가 저 반 아이들을 한번 웃기고 가야 되겠다.” 작심을 하고 우스운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너희가 안 웃고는 못 견딜거다.” 하고 얘기를 실감나게 했는데도 표정에 변화있는 아이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교무실에 내려와서 저보고 하는 얘기가 “홍 선생은 그 반 아이들을 어떻게 웃겼냐?”고 해요. 그 교실에 웃음소리가 나면 “아, 영어 시간이구나.” 다 알아요. 영어시간 이외에는 숨소리도 웃음소리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한 석달쯤 미친 짓 하니까 되던데요.” 그 반 아이들이 워낙 무반응이라서 제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어쨌거나 저 혼자 성공했어요. 저는 그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수업을 잘 합니다. 그런데 영어시간 끝나고 나면 완전히 냉냉하게 굳어버려요. 어느 누구도 그 교실에 가서는 웃겨보지도 못하지만 물어봐도 대답이 없습니다. 표정이 딱 굳어버려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되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저만 알아요.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그 아이들보다 그 아이들을 한번 웃겨보겠다고 애를 썼던 나이 많은 선생님입니다. 중간 발령이 나서 전출을 가시기 전에 “내, 가기 전에 이 아이들 웃기고 가겠다.”고 나이 많은 분이 작심을 하고 들어가서 실패하고 나온 그 표정이 지금 제겐 선합니다. 참 좋은 선생님이셨는데 끝내 한번도 웃겨보지 못하고 떠나셨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야곱이 그랬습니다. 비유컨대, 하나님께서 그를 한번 웃겨 볼려고 평생을 따라다녔는데 지독하게 웃지 않았던 야곱입니다. 그런데 그가 147년만에 웃었다는 겁니다. 죽기 직전에야 하나님께서 자기를 따라다니면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하셨는지 깨닫고 방긋 웃었습니다.

험악한 세월 끝에

야곱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바로가 연세가 얼마냐고 물었을 때 자기 삶을 한마디로 ‘참으로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고 고백합니다. 야곱이 외삼촌 집으로 가면서부터 얼마나 고생스런 삶을 살았는지 모릅니다. 그 세월을 한마디로 ‘험악한 세월’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죠. 가끔 우리 성도님들 중에도 ‘내가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려면 날밤을 새워도 다 못한다’고 하시던데 누가 할 말이 더 많을런지 야곱하고 시합해 보세요. 그 모든 고난 끝에 야곱이 정말 의미심장한 웃음을 남겼습니다. 야곱의 웃음이, 비록 힘들고 어렵지만 바로 오늘 우리의 웃음이 되어야 하리라는 생각에서 이 말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죽었다가 살아난 아들을 보면서

48장 1절에서 ‘이 일 후에’란 야곱이 147세로 죽을 때가 되어 요셉을 불러서 유언을 남긴 후를 가리킵니다. 나를 애굽에서 장례 치르지 말고 가나안 땅에 묻어달라고 특별히 유언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병이 들었다는 소식이 요셉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셉이 아들 둘을 데리고 야곱을 찾아온 겁니다. 야곱을 찾아온 이 요셉이 어떤 아들인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야곱이 여러 아들을 두었습니다마는 가장 사랑했던 아들이 요셉이었습니다. 그가 진짜 좋아했던 라헬의 아들이었고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요셉을 특별히 사랑해서 다른 형제들이 전부 들에 나가 일하고 있을 때에 이 아이만 채색옷을 입혀서 집에서 귀하게 키웠습니다.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아들인데 이 아들이 야곱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깁니다. 어느 날 이 아이가 죽었다는 겁니다. 가장 사랑했고 귀하게 길렀던 이 아이가 짐승에게 찢겨서 죽었다는 겁니다.

이 아들의 죽음은 한 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이후 다시 찾을 때까지 야곱에게 잠시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줍니다. 적어도 20년 동안 이 아들의 죽음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실제로는 죽지 않고 애굽에서 총리 노릇을 하고 있었을지라도 야곱에게는 죽은 아들이었습니다. 훗날, 죽은 아들 생각 때문에 자식들이 곡식을 사러 갈 때에 베냐민을 데려가야 한다고 할 때에 ‘죽으면 죽었지 베냐민은 못 보낸다’고 버티는 겁니다. 표면상 이유는 베냐민이었지만 실제로는 죽은 요셉을 잊지 못해서 그러는 겁니다.

요셉이 죽었는데 베냐민마저 잃을 수 없다면서 절대로 안 내놓습니다. 죽으면 죽었지 베냐민을 내 놓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요셉을 잃어버린 고통의 표현입니다. 적어도 20년이 넘도록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 아들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요셉은 야곱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이 거꾸로 야곱에게 가장 큰 기쁨을 안겨준 아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흉년이 들어 아들들이 곡식을 사러 간 사이에 야곱은 거의 기진해서 드러누워 있었죠. 아마 죽을 때가 다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곡식 사러 간 아들들이 돌아와서 하는 말이 “아버지, 요셉이 살아서 애굽의 총리가 되어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얘깁니까? 야곱이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지고 온 마차, 가지고 온 물건들을 보고 간신히 일어난 겁니다. “정말이냐? 내가 죽기 전에 가서 내 아들 요셉을 만나보리라.”

다 죽어가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서 그 길로 애굽으로 갔습니다. 요셉을 붙들고 야곱이 얼마나 기뻐했겠습니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면서 애굽에 갔거든요. 거기 가서 17년을 더 살았습니다. 이제 진짜 죽을 때가 되어 마지막 순간에 아들 둘을 데리고 찾아온 이 요셉이 야곱에게 어떤 아들이었겠습니까? 가장 사랑하던 아들이었고, 가장 고통을 준 아들이었고, 마지막에는 더 할 수 없는 기쁨을 준, 가장 큰 기쁨을 준 아들이었습니다. 이거 병주고 약주는 정도가 아니에요. 이 아들을 앞에 앉혀 두고 야곱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까? 3절 4절을 보세요.

벧엘에서 만났던 하나님

사람은 누구나 순탄하지 않았던 자기 인생을 쭉 돌아보면 나름대로 자기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사건들이 있습니다. 야곱에게는 무슨 사건이 인생의 전환점으로 등장합니까? 3절에 ‘요셉에게 이르되 이전에 가나안 땅 루스에서 전능한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 복을 허락하여...’라고 말합니다. 무슨 사건입니까? ‘가나안 땅 루스’ 하니까 조금 낯설어 보이죠? 이 루스를 야곱이 다른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벧엘이라고. 그러므로 이 말은 ‘하나님께서 벧엘에서 나에게 나타나셔서 내게 복을 주셨다’는 겁니다. 무슨 복이죠?

‘내게 이르시되 내가 너로 생육하게 하며 번성하게 하여 네게 많은 백성이 나게 하고 내가 이 땅을 내 후손에게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 그러니까 야곱은 지나간 많은 세월 중에 벧엘에서 나타나셔서 약속하셨던 그 하나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 지금 그 하나님을 기억합니까? 하나님은 그 약속대로 내게 이 귀한 복을 허락하셨다는 고백을 하고 있는 겁니다.

벧엘에서 주신 하나님의 약속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야곱은 거기에 하나님이 계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멀고 먼 외삼촌 집으로 도망치는 중에 들판에서 외롭게 잠자다가 하나님을 만났는데 그 분께서 ‘네가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 하며 내가 지키며 너를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귀한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지금 돌아보니까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충실하게 지켜주셨다는 겁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많은 말씀을 하셨지만 야곱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뒤돌아 보니까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내게 정말 잘 지켜주셨구나 싶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묘한 얘기를 합니다.

아람에서 만났던 라헬

내가 오기 전에 네가 이 애굽에서 낳은 두 아들 그러니까 에브라임과 므낫세는 내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두 아들은 너의 아들이 아니라 나의 아들이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요셉이 나와 상관없이 애굽에 가서 두 아들을 낳았지만 이 두 아들을 당당한 이스라엘의 지파로 받아들이겠다는 겁니다. 후에 요셉 지파라는 이름이 가끔 나오기도 합니다마는 요셉 지파는 에브라임 지파와 므낫세 지파를 합쳐서 부를 때만 쓰는 별칭이지 정식으로 12지파를 말할 때에는 요셉 지파란 없습니다. 그러니까 므낫세나 에브라임은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12지파로 취급됩니다. 그런데 7절이 약간 이상합니다. 라헬이 죽은 얘기를 언급을 하거든요.

왜 요셉의 두 아들을 내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형제들, 즉 삼촌들과 대등한 위치에 두었느냐 하면 아마 야곱이 라헬을 생각하는 듯 합니다.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이었지만 아들을 잘 낳지 못했습니다. 간신히 그것도 늦게서야 요셉을 하나 낳았고 한참 뒤에 베냐민을 낳다가 산고로 죽었거든요. 정말 자기가 사랑했던 여인이 일찍 죽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라헬의 후손을 하나라도 더 늘리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사랑했고 자식이 많지 않았던 라헬을 생각해서 이 두 아들을 내 아들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두 아들은 라헬의 소생이 되는 셈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랑했던 여인 라헬의 아들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 됩니다.

여기서 사랑받고

저는 이 본문을 보면서 야곱을 평생토록 지탱해 주었던 두 가지 사랑이 있다면 하나는 ‘야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고 또 하나는 ‘라헬을 향했던 야곱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야곱은 임종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자기에게 기쁨도 주고 아픔도 주었고 마지막 순간에 참된 기쁨을 주었던 요셉을 앉혀 놓고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는 거죠. 내가 젊을 때 내게 나타났던 그 하나님께서 약속을 이루셨다는 것과 자기가 그렇게 사랑했던 그 아내에 대한 회상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 겁니다. 길고 긴 야곱의 생애가 막을 내리는 순간에 뒤를 돌아보니까 두 개의 사랑이 보이더라는 겁니다. 나를 이토록 사랑하신 하나님과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생각난 거죠. 이 두 사랑을 조금 생각해 봅시다.

먼저 야곱에게 임하였던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뜻밖에도 벧엘에서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엄청난 복을 약속하셨습니다. ‘어디로 가든지 내가 너와 함께 하며 너를 지키며 너를 반드시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약속하셨는데 하나님은 약속을 정말 충실하게 지키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큰 약속을 하셨지만 그때 야곱이 하나님께 요구했던 것은 하나님의 약속과 격이 맞지 않아요. ‘하나님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시고 나를 무사히 돌아오게만 하신다면 하나님은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나는 너의 하나님이며 네가 어디로 가든지 필요한 것을 다 주고 다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있는데 야곱이 한다는 소리 보세요. 뭐 달라고요? ‘먹을 것, 입을 것, 그리고 평안하게 돌아오게만 하신다면 내가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핀트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벧엘에서 그런 약속을 하시고 난 후 야곱이 외삼촌 집에 가 있을 때도 고비고비마다 하나님께서 어려움을 다 막아주십니다. 결국은 외삼촌 집에서 도망쳐 오다시피 돌아올 때 외삼촌이자 장인이 군사를 이끌고 추격해옵니다. 단단히 벼르고 따라옵니다. 그런데 야곱을 따라잡기 바로 전날 밤에 그 외삼촌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아주 중한 명령을 내립니다. 야곱에게 선악간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선악간 말하지 말라는 것은 네가 야곱에게 할 말이 있겠지만 말하지 말라는 겁니다. 죽이겠다고 따라왔고, 모든 걸 빼앗아 가겠다고 무섭게 따라왔지만 그 말 한마디에 라반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헤어져 돌아갑니다. 뒤에서 추격해 오던 삼촌을 하나님께서 막아주셔서 무사히 돌아오게 됩니다.

추격해오던 외삼촌에게서 벗어나고 보니 옛날에 자기를 죽이려고 씩씩거리던 형님이 생각났습니다. 그 형님을 야곱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모릅니다. 모든 식구들과 모든 떼를 강 건너 보내놓고 혼자서 밤새도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어떤 사람이 찾아와서 씨름을 겁니다. 밤새도록 뒹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찾아와서 자신에게 매어달릴 때까지 옆에서 집적거리는 겁니다.

새벽녘에서야 하나님을 알아보고 매어달리는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네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야곱이죠. 이름 뜻이 ‘간사하다, 비열하다’입니다. 어떻게 그런 이름을 달고 이제껏 살았느냐? 계속 그 이름대로 살래? 이제 좀 바꿔라. 뭘로요? 이스라엘이라고! 무서운 이름이죠.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라고 이름을 바꾸어준 겁니다.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으니 이제 누구를 두려워 할 거냐는 말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강을 건너가라고 하는데 건너가서도 여전히 형님에 대한 두려움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형님이 만약 군사 400명을 이끌고 와서 우리를 치면 몰살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가족을 네 동강으로 나누죠. 제일 앞에 한 떼를 보내고 좀 뒤에 한 떼를 보냅니다. 제일 뒤편에 놓아둔 가족이 누구죠?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라헬과 아들은 제일 뒤에 둡니다. 죽으려면 누구부터 죽으라고요? 다 죽더라도 누구만 살라고요? 라헬하고 그 아들만이라도 어떻게든 살아라고 뒤에 두고 가는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들을 다 지켜주셨고 아무 탈없이 돌아오도록 해주셨습니다. 야곱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과 방법으로만 이겨내느라고 고통하며 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야곱을 사랑하셔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돌아보시며 지키고 있는데 야곱은 그 사랑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믿을 건 자기 머리, 이런 걸 무슨 머리라고 그러죠? 잔머리라고 그러죠. 이 머리 하나 믿고 살았는데 그것이 얼마나 그로하여금 고통스럽게 하였는지 모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께서 지키시고 보호하셔서 큰 고비를 넘어가게 하셨습니다.

저기서 사랑하고

하나님은 야곱을 그렇게 사랑하셨지만 야곱은 라헬에게 빠져 있었습니다. 라헬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고생을 견디어 내었습니다. 7년동안 종살이 하듯이 머슴살이 했는데 라헬을 연애하므로 수일같이 여겼더라고 합니다. 연애라는 거 참 좋은 겁니다. 정말 누구를 끔찍하게 사랑하면 그녀를 위한 7년간의 헌신도 며칠간 고생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얼마나 즐거웠겠습니까? 그렇지만 라헬을 사랑하는 길은 평탄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7년간 고생하고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는데 아침에 깨고 보니까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눈빛이 흐리멍텅한 언니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게 얼마나 속이 아프고, 심정이 상했을 건지 생각해 보세요. 그러나 제대로 항의도 못 해본 채 삼촌의 속임수에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7년을 다시 더 봉사해라. 7년 더 하면 진짜 줄게. 이러면 못 견딜 겁니다. 그런데 삼촌이 “미안하다. 그렇지만 라헬도 지금 줄 테니까 7년간 더 봉사해라.” 그래서 야곱은 한꺼번에 두 아내를 얻고 합계 14년을 봉사했습니다마는 실제로는 라헬을 얻기 위해서 14년간 고생한 셈이죠.

라헬을 정말 좋아했지만 라헬은 아들을 낳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간신히 요셉을 낳고 그 다음에 베냐민을 낳다가 죽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그녀가 일찍 죽어버렸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생각해 봅니다. 야곱이 다른 형제보다 요셉을 그렇게 사랑한 것이 죽은 아내에 대한 미련 때문에 더 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들보다 요셉을 유독 더 사랑했고 결국 편애한 셈이죠. 그 편애가 결국은 형제간에 서로 죽이는 상황까지 만들어 버렸습니다.

요셉이 죽고 난 다음에, 물론 전후사정을 아는 우리로서는 죽은 것이 아닙니다마는 야곱의 생각에는 요셉이 죽은 겁니다. 요셉이 죽고 난 다음에 베냐민 하나만 믿고 사는 거죠. 그래서 베냐민에게 애틋한 사랑을 쏟습니다. 죽은 아내 라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죠. 어느 날 애굽으로 양식 사러가야 하는데 그 하나 남은 동생을 데리고 가야 한답니다. 베냐민요? 못 보냅니다. 죽으면 죽었지 못보내겠다고 버티는 이유 또한 일찍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밑바닥에 깔려 있을 겁니다. 나중에 ‘베냐민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굶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면서 아들들이 야곱을 협박하는 장면까지 보게 됩니다.

심지어 유다가 “내가 베냐민을 반드시 데리고 돌아오겠습니다. 만약에 돌아오지 못하면 내 아들을 죽이세요.” 하면서 아들을 담보로 맡겨놓고라도 데려가려는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요셉이 죽었는데 베냐민마저 어떻게 데려가냐?” 하며 야곱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것 역시 라헬에 대한 사랑 때문에 생긴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정말 사랑하셔서 그 긴긴 세월동안을 그렇게 돌보고 있을 동안에도 야곱은 하나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사랑했던 그 라헬을 못 잊어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끔찍히도 사랑했습니다. 반면에 야곱은 하나님의 사랑을 요구하거나 추구하거나 받고 있음을 깨닫지도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야곱을 사랑하고 풍성한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반면에 야곱은 라헬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라헬에게 모든 관심을 다 쏟았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늘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야곱의 생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사랑이었지만 라헬에 대한 그의 사랑은 너무나 일찍 끝나버렸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지키시고 인도하시며 풍성한 물질의 복까지 다 주셨습니다. 반면에 라헬에 대한 사랑은 부인간의 갈등을 일으켰고 자식간에 갈등을 또 일으켰습니다. 형제간의 갈등은 엄청난 아픔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사랑하셨고 많은 복을 허락하시고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사랑을 쏟았지만 야곱은 알지 못한 채 라헬에게 온 마음을 쏟으면서 평생을 살았습니다.

가리늦게 철든 야곱

그랬던 야곱이 이제, 죽을 때가 다 되어서 요셉에게 이 두 사랑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야곱이 일찍 죽은 부인 라헬에 대해서 애틋한 감정을 가진 것은 이해가 갑니다. 일찍 죽은 아내였고, 또 정말 자기가 사랑했던 아내였거든요. 낚시꾼들에게는 잡은 고기보다 잡다가 놓쳐버린 고기가 얼마나 커 보이고, 얼마나 아까운 건지 모릅니다. 하물며 야곱은 자기가 그토록 사랑했고 그토록 아꼈던 여인이었는데 그렇게 일찍 죽어버렸으니 오죽했겠느냐 말입니다. 야곱을 보고 한 가지 깨달읍시다.

지금 내게 있는 남편, 지금 내게 있는 아내를 소홀히 여기지 마십시오. 마음에 드니 안 드니 그러지 마십시오. 옆에 있으니까 있는가보다 여기지 마시고 소중하게 생각하십시오. 야곱을 보세요. 일찍 죽은 아내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부부간에 짜증도 잘 내고 화도 잘 내고 그러시죠?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거기다 짜증도 내고 화도 내고 그러는 거죠. 막상 안 계신다고 생각해 보세요. 짜증낼 대상조차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 동생이 남에게 돈을 조금 떼이고 나니까 제수씨가 못 견디겠더랍니다. 그래서 짜증도 내고 화도 많이 냈죠. 어느날 직장을 그만 두고 나왔는데 얼마나 밉던지 말도 하기 싫더랍니다. 퇴직금이라고 탔는데 하나도 없더래요. 말도 하기 싫고, 보기도 싫고, 우리 집(시댁)에 와서도 안색이 좋지 않아요. 힘들겠다 싶어서 제가 한번은 전화를 걸었습니다. “제수씨, 우리가 제수와 시숙이라는 사이로 만났기 때문에 만나도 다정한 대화 한마디 못 나누고, 한국에서는 우리 관계가 어려운 관계라서 하고 싶은 얘기도 잘 못 나누었는데, 그런 관계가 아니었더라면 위로도 하고 좋은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그렇네요.” 하니까 그만 전화통에 대고 우는 것 있죠. 힘도 들었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제수고 시숙이라는 관계를 따지지 말고 힘들 때 위로하며 기대가며 삽시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신랑이 암이 걸렸다고 판정이 난 거예요. 가뜩이나 이런 저런 일로 어려운데 암이 걸렸다니까 “야, 이거 참 큰일 나겠구나.” 했는데 수술하고 난 뒤에 제수씨를 만났더니 말이 너무 재미있어요. 돈 잃으니까 미워죽겠고 직장 그만 두고 나온다니까 그렇게 미울 수가 없더라는 겁니다. 그러고 퇴직금도 없다니까 말도 하기 싫고 아무 것도 하기 싫더라는 겁니다. 이런 저런 일도 좀 했는데 다 하기 싫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암이라고 하니까 마음이 확 돌아서더라는 겁니다.

“하나님 돈 없어도 괜찮고 능력 없어도 괜찮으니 살려만 주세요.” 그 다음부터는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요. 세상에 사이가 그렇게 좋아지데요. 우리 제수씨 하는 얘기가 “그 전에 그렇게 밉고, 일하기도 싫을 때는 그나마 남은 게 있고 기댈 게 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는 겁니다. 위를 좀 잘라내고 난 뒤에 동생 부부가 얼마나 다정스럽게 사는지... 참 사람 사는 것,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는 느낌이 들어요.

부부 사이에 짜증스럽고, 성질이 난다면 “아, 아직도 우리가 가진 것이 많고, 서로 기대하는 것이 많으니까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십시오. 맞을 겁니다. 그러니, 없는 것 때문에 짜증스러워 하기 전에 있는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시기 바랍니다. 생각만 잘 하면 여러분을 짜증스럽게 하는 그 문제가 오히려 감사의 조건일 수도 있습니다. 야곱은 일찍 죽은 그 아내를 생각하며 얼마나 고통스러워 했는지 모릅니다. 그에 비하면 여러분 마음에 안 들고, 덜 예쁘고, 하는 일이 시원찮은 아내라 하더라도 여러분 곁에 있다는 그 자체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시도록 당부합니다.

야곱이 죽을 때가 다 되어서 드디어 철이 든 것 같습니다. 아내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이 사랑을 잊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죽을 때가 다 되어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은 듯합니다. 하나님께서 자기를 어떻게 지키시고, 어떻게 인도해 오셨는지 깨달은 것 같아요. 벧엘에서 주신 하나님의 약속에 대해서 야곱은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하며 네가 어디로 가든지 지키시겠다’는 걸 확실하게 믿었더라면 외삼촌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기 형님 에서를 그렇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약속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잔머리만 굴리며 살았는데 지금 돌아보니까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정말 충실하게 지켜주셨구나’ 하는 것을 확인하고 아들에게 그 얘기를 하는 겁니다.

나를 기르신 하나님

비록 죽을 때가 다 되어서 깨달은 것이지만 하나님께서 자기를 이처럼 사랑하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야곱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릅니다. 하나님은 야곱을 따라다니면서 ‘내가 너의 하나님이다’라는 말씀을 직접하시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하신 약속을 가만히 보면, ‘내가 너의 하나님이며 내가 너를 지키겠다’라는 얘기를 확실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야곱은 하나님을 향해서 한 번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 우리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이라고는 불렀지 나의 하나님이라고는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 분이 나의 하나님이며 나를 위해서 그렇게 사랑을 베푸셨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하나님에게 소원이 있었다면 야곱에게 ‘나의 하나님’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런데 야곱은 한번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죽기 직전에, 15절 보세요, 죽기 직전에 와서야 하나님을 뭐라고 부르는지 보세요.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섬기던 하나님’ 여기까지는 옛날에도 하던 소리입니다. 옛날에는 여기까지 하고 끝났어요. 이제는 한마디를 더 붙입니다.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사자께서...’라고 표현합니다.

이전에는 하나님께서 나를 지키시고 나를 돌아보시는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돌아보니까 나를 어떻게 하셨다고요? ‘하나님께서 나를 기르시고 계셨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그 다음, ‘모든 환란에서 건지셨구나’라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나의 이 잘난 머리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낸 줄 알았는데 돌이켜서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이 모든 어려움을 통해서 나를 인간되게 만들어 오셨구나’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벗어난 것이 내 머리, 내 꾀, 내 잔꾀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나를 건지셨구나’라는 걸 여기서 고백을 하는 거죠.

지나온 삶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삶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힘들고 어려웠던 모든 일들이 결국은 나를 기르기 위한 도구였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참 일찌기도 깨닫습니다 그죠? 죽기 직전에야 그걸 깨닫고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즉 날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아마 하나님께서 이 한마디를 들으시려고 야곱의 평생에 그를 따라 다니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야곱이 아직도 못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야곱은 ‘날 때부터 나를 기르셨다’고 하지만 우리는 아는 게 있죠? 야곱이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지 않습니까? 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겠고’ 하신 이 말씀에서 하나님께서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야곱을 택하셨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야곱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의 남으로부터’가 아니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를 택하시고 부르셔서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얘기죠. ‘여태가지 잘 몰랐던 일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돌아보고 계셨구나’라는 걸 고백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다 하려면 날밤을 새워도 못한다’ 그렇게 말하실 분이 적지 않게 있을 것입니다. 야곱의 표현을 빌리면 ‘그 모든 어려움들이 다 나를 기르신 하나님의 손길’이라는 고백이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겁니다. 어쩌면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이것들이 다 나를 기르기 위한 하나님의 손길이로구나, 이런 걸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를 인간 만들고 계셨구나’라는 고백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무지 웃지 않는 아이들처럼

도무지 웃지 않는 아이들을 한번 웃겨 볼거라고 작심했던 그 나이 많은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참 고운 마음을 가지셨던 분인데 끝내 아이들을 한번 웃겨보지도 못하고 다른 곳으로 전근간 일이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도 웃지 않는 아이가 하나 있어요. 대학원 아파트에 있는 안재민 임현수 부부의 아들 동현이가 태어난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동현아 까꿍”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처음에는 고개를 돌려버리더니 이제는 빤히 쳐다보면서도 표정에 변화가 없어요. 좀 심해요!

애기 엄마가 옆에서 미안하기도 하고 거든다고 하는 말이 “동현아, 강도사님에게 한번 웃어봐 줘” 그러니까 될듯 될듯 하는데, 얼굴에 미소가 번질 듯 하다가도 굳어버리거든요. 그나마 그것도 굉장한 발전입니다. 집에서는 잘 웃는답니다. 이렇게 아양을 떨어도 웃지 않는 동현이가 미울까요? 좀 섭섭할지 몰라도 미워하면 미워하는 어른이 바보죠! 동현이보다 더 한 사람이 야곱입니다. 그래도 버리지 않으시고 평생을 따라다니며 ‘야곱아 까꿍’ 하신 하나님이십니다. 그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향하여 ‘까꿍’하고 계시는데 여러분들은 무슨 표정을 짓고 계십니까?

“한번만 웃어봐 줘” 하나님께서 야곱을 따라다니면서 그 많은 위험에서 보호하시며, 돌아보시며, 다 해 주셨는데 야곱이 참 오랜만에 한번 웃어줍니다. 죽을 때 다 되어서야 겨우 알아본 셈이라는 거죠. 여러분, 우리 삶을 야곱의 삶과 비교해봅시다. 하나님께서 내게 베풀어 주신 사랑에 감사해서 기쁨으로 살고 있다면 야곱보다 훨씬 일찍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고백하며 사는 정말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런 분이 안 계시리라고 믿지만 “또 예배 시간 가야 되냐?” 하시는 분 계세요?

예수 믿는 게 힘들고 어려운 분이 계시다면 하나님의 사랑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얼굴 표정을 굳힌 채 버티는 우리 동현이하고 비슷한 사람 아닙니까? 평생 그를 따라다니면서 사랑을 베푸셨지만 그 사랑을 알지 못한 채 버티고 있는 야곱하고 비슷한 것 아니냔 말이예요? 만약 여러분이 그렇다면 “여러분, 하나님께 한 번 웃어 주세요.” “동현아 까꿍”하는데 나무막대기처럼 딱 버티고 있으면 누가 불쌍해요? 나는 그래도 별로 불쌍하지 않은데 애기 엄마가 그러대요 “동현아, 불쌍한 강도사님에게 한번 웃어줘 봐.”

나는 야곱의 하나님!

야곱이, 평생에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지 아니하던 그 야곱이 죽기 직전에 그냥 나의 하나님이라고 했어도 참 감동스러울텐데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라고 하는 것은 그제서야 확실하게 알았다는 겁니다. 크게 웃은 셈이죠. 우리 하나님은 마지막 순간에 이 고백을 하는 것조차도 기뻐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이름을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야곱은 하나님을 부를 때 항상 앞의 두 개만 불렀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는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야곱의 하나님인 것을 기뻐하시는 겁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야곱을 기뻐하신 것처럼 하나님의 사랑이 오늘 여러분들에게 있다는 고백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을 이토록 사랑하고 있을 때 여러분의 시선은 하나님께 가 있습니까? 아니면 라헬에게 가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이토록 사랑하고 계신다는 걸 알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라헬에 대한 사랑도 저절로 따라오는 겁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알지도 못한 채 라헬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것은 힘들고 어렵고 제대로 얻지도 못했단 말입니다. 아마 야곱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하나님의 사랑을 바라고 살았으면 라헬의 사랑도 분명하게 누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곱을 그토록 사랑하셨던 하나님께서 오늘 여러분을 사랑하시고 여러분에게 이 고백을 듣고 싶어하십니다. 이 표현이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마는 ‘야곱은 147년만에, 다른 말로 바꾸면, 죽을 때가 되어서야 하나님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을 남겼습니다.’ 그에 비하면 여러분은 야곱보다 훨씬 나은 신앙을 소유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의 그 사랑을 받아들이고 하나님께 그 사랑을 돌려드리며 남은 생을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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