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祖 죽으면 죽으리라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그 땅에 기근이 심하고 그들이 애굽에서 가져온 곡식을 다 먹으매 그 아비가 그들에게 이르되 다시 가서 우리를 위하여 양식을 조금 사라 유다가 아비에게 말하여 가로되 그 사람이 엄히 우리에게 경계하여 가로되 너희 아우가 너희와 함께 하지 아니하면 너희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으니 아버지께서 우리 아우를 우리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내려가서 아버지를 위하여 양식을 사려니와 아버지께서 만일 그를 보내지 않으시면 우리는 내려가지 아니하리니 그 사람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너희 아우가 너희와 함께 하지 아니하면 너희가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하였음이니이다 이스라엘이 가로되 너희가 어찌하여 너희에게 오히려 아우가 있다고 그 사람에게 고하여 나를 해롭게 하였느냐 그들이 가로되 그 사람이 우리와 우리의 친족에 대하여 자세히 힐문하여 이르기를 너희 아버지가 그저 살았느냐 너희에게 아우가 있느냐 하기로 그 말을 조조이 그에게 대답한 것이라 그가 너희 아우를 데리고 내려오라 할 줄을 우리가 어찌 알았으리이까 유다가 아비 이스라엘에게 이르되 저 아이를 나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곧 가리니 그러면 우리와 아버지와 우리 어린것들이 다 살고 죽지 아니하리이다 내가 그의 몸을 담보하오리니 아버지께서 내 손에 그를 물으소서 내가 만일 그를 아버지께 데려다가 아버지 앞에 두지 아니하면 내가 영원히 죄를 지리이다 우리가 지체하지 아니하였더면 벌써 두 번 갔다 왔으리이다. 그들의 아비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러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을 삼을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비자와 파단행이니라 너희 손에 돈을 배나 가지고 너희 자루 아구에 도로 넣여 온 그 돈을 다시 가지고 가라 혹 차착이 있었을까 두렵도다 네 아우도 데리고 떠나 다시 그 사람에게로 가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 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 그 사람들이 그 예물을 취하고 갑절 돈을 자기들의 손에 가지고 베냐민을 데리고 애굽에 내려가서 요셉의 앞에 서니라 요셉이 베냐민이 그들과 함께 있음을 보고 청지기에게 이르되 이 사람들을 집으로 인도해 들이고 짐승을 잡고 준비하라 이 사람들이 오정에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니라 그 사람이 요셉의 명대로 하여 그 사람들을 요셉의 집으로 인도하니 [개역, 창세기 43:1~17]

‘원조(元祖)’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죠? 한 집에서 ‘원조 곰탕’이라니까 그 옆집은 ‘시조(始祖) 곰탕’이라고 간판을 붙여놓더군요. 우리나라만큼 원조(元祖), 시조(始祖), 본가(本家), 종가(宗家) 타령하는 나라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저도 오늘은 원조 타령을 한번 해 보려고 합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말을 하면 누구 생각이 납니까?

안이숙, 에스더.

두 사람이 나오네요. 아마 안이숙 여사가 에스더 본을 봤겠죠. 그런데 안이숙이란 분은 무엇을 한 사람입니까?

.....

여기서 막히면 책을 좀 사 보시기 바랍니다. 안이숙 여사가 무엇을 한 분인지 알기 위해서 책값 정도는 투자하셔도 됩니다. 안이숙과 죽으면 죽으리라! 무슨 관계가 있어요? 간단합니다. 안이숙 씨가 쓴 책 이름이 ‘죽으면 죽으리라’ 입니다. 일제시대 때 신사참배 반대하면서 고생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 ‘죽으면 죽으리라’ 입니다. 그 분이 설교집도 몇 권 쓴 걸로 압니다. 어떤 분인지 책을 좀 사 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 분이 작사한 찬송이 있는데 제목이 뭐죠?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입니다. 그 분이 아마 에스더를 본받아서 일제 때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켰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사 주시지요? 아이들 책값을 아낄 일은 아닙니다만 어마어마하게 책값이 들어갑니다. 수능대비 한국문학 전집? 웬만큼 공부 좀 한다고 하면 그 정도는 다 있습니다. 한 질씩 사면 돈이 꽤 들죠? 저는 몇 년을 벼르고 벼르다가 겨우 한 질을 구해 가지고 와서 웃고 있었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비싼 책이 그냥 팍팍 들어오더라구요. 영양가는 훨씬 떨어지는 건데...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신앙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써놓은 책들을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얼마나 읽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위대한 신앙 인물들에 관한 책을 읽도록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죽으면 죽으리라는 이 말의 원조(元祖)가 에스더입니까? 저는 창세기 본문을 읽으면서 어쩌면 에스더의 이 신앙도 야곱에게서 왔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아는 본문이지만 저는 이 본문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 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야곱이 마지막에 남긴 말이 뭡니까? 죽으면 죽으리라 하지는 않았습니다. 뭐라고 했죠?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 자신이 죽는 것과 자식을 죽게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요? 죽으면 죽으리라는 것은 내가 죽는다는 얘기입니다. 야곱이 여기서 하는 얘기는 내가 죽는 게 아닙니다. ‘자식을 잃으면...’ 하는 얘기는 ‘자식이 죽으면 죽게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자신이 죽는 것보다 더 강렬한 각오의 표현이 아닐까요? 그래서 죽으면 죽으리라의 원조가 야곱이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여러분, 창세기에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아브라함이라고 생각하시죠? 37장을 한번 봅시다. 야곱이 부모님을 속이고 외삼촌 집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고생한 이야기는 35장 이전에 있습니다. 그러면 37장은 다시 돌아와서 고향 땅에 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무어라고 하는지 잘 보세요. 37장 1절입니다. ‘야곱이 가나안 땅 곧 그 아비의 우거하던 땅에 거하였으니 야곱의 약전이 이러하니라’ 여기에 약전(略傳)이란 말이 나옵니다. 약전이란 간략하게 간추린 이야기라고 할까요? 야곱의 이야기는 다 끝이 난 것 같은 시점에 ‘야곱의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러합니다’ 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야곱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누구의 이야기가 나오나 한번 보세요. 요셉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요셉의 이야기가 아니고 야곱의 이야기입니다. 야곱의 이야기 속에 요셉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 잠시 요셉의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다시 뒤에 야곱이 등장했다가 죽는 것은 49장입니다. 그러니까 야곱의 이야기는 49장에 가서 끝나는 겁니다. 야곱의 이야기가 창세기에서 얼마나 길게 묘사되어 있는지 아시겠지요?

지나간 이야기의 복습입니다. 야곱의 집안은 도대체 어떤 집안 같아요? 부인이 넷이나 되죠. 그 부인이 아들 낳기 시합을 하다시피 싸웠습니다. 딸도 사고를 쳤죠. 그로 인해서 레위와 시몬이 한 마을 주민 모두를 죽이는 사건을 저지르는 바람에 또 도망을 칩니다. 유다도 이 사건 바로 뒤에 보면 사고를 하나 칩니다. 유다는 나중에 며느리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던 사람입니다. 맏이요? 맏이 르우벤도 서모와 간통을 하는 바람에 맏이의 자격을 잃어버렸습니다. 좌우간 야곱의 집안에 좋지 못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이런 집안을 무슨 집안이라고 해요?

콩가루 집안.

콩가루 집안요? 왜 콩가루 집안이라고 하는지 옛날에 참 궁금했어요. 왜 이런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그럴까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머리가 번쩍하는 겁니다. 저의 어머님께 물어봤죠. “어머니, 콩가루는 반죽이 안됩니까?” 하고 물어봤는데 반죽이 안된데요. 아! 그 말이구나. 밀가루에 물을 부으면 반죽이 되어서 한 덩어리가 되는데 콩가루는 물을 부어도 뭉쳐지지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전부 제 각각입니다. 아, 그래서 이게 콩가루 집안이구나! 야곱의 집안은 영락없는 콩가루 집안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성경이 이래도 됩니까?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성경을 보면서 뭔가 좋은 것을 좀 배워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야곱의 집안을 들여다 보니까 배울만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단 말이에요. 성경이 이래도 되느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얘들아 성경책을 읽어라. 성경책을 읽으면 좋은 얘기 참 많다. 그래서 열심히 읽었는데 좋은 얘기가 어디에 있어요? 형님들이 동생을 팔아먹고, 아버지 속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옛날에 자기 형님을 속이고, 아버지 속이고, 외삼촌하고 속고 속이고... 이런 얘기들이 쭉 계속됩니다. 그걸 보고 뭘 배우겠어요?

성경은 누구 이야기지요? 여기에 야곱의 이야기가 이렇게 길게 언급되지만 성경은 절대 야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 이야기요? 하나님 이야기라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시면 오해가 없습니다. 야곱의 집안이 이런 모양이지만 이런 집안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셨느냐 하는 것을 읽어내야 성경을 제대로 보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셨느냐를 찾아내지 못하면 제대로 읽은 게 아닙니다.

야곱의 생애를 한마디로 요약을 하면 쫓기는 삶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 열심히 쫓겼어요. 처음에 형님과 아버지를 속였다가 쫓겨났죠. 죽지 않으려고 외삼촌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거기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에도 도망치죠. 그 많은 가축과 식구들을 데리고 도망쳐서 나온 겁니다. 그를 잡아서 재산을 빼앗고, 죽이겠다고 외삼촌이 아들들을 데리고 추격해왔지만 하나님께서 막으셨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거기서 야곱의 인생은 끝이 났을 겁니다.

그가 도망치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나 힘들고 아팠겠습니까? 그리고 형님을 만나야 하는 그 아픔도 목숨이 왔다갔다는 아픔이었습니다. 무사히 형님을 만나서 세겜 근처에서 생활하다가 세겜 주민들한테 또 한번 쫓기죠. 그렇게 쫓겨서 결국은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거기서 평온한 생활을 하는가 싶었는데 또 일이 터진 거죠.

자기가 가장 사랑하고 아꼈던 요셉이 어떻게 되었어요? 죽어버렸죠. 죽었다는 것이 정답입니다. 왜요? 지금 야곱의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야곱의 입장에서 보면 요셉이 분명히 짐승에게 찢겨서 죽어버렸습니다. 야곱이 그 아픔을 못 잊어요. 여러분, 아무리 큰 고통이지만 얼마쯤 지나면 잊혀지는 것 아닙니까? 자식이 죽은 아픔은 얼마쯤 지나면 잊혀질 것 같습니까?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데...

그래요. 20년이 지난 후에도 야곱은 요셉의 죽음을 결코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20년이라는 그 긴 세월동안 아픔을 간직하고 살았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도대체 언제쯤 야곱의 삶에 평온한 세월이 찾아오려는지...

이 야곱이 자기의 생애를 간단하게 요약한 표현이 있습니다. 창세기 47장 8절에서 9절을 보십시오. 나중에 야곱이 애굽에 가서 바로를 만났을 때 바로가 그에게 묻습니다. ‘바로가 야곱에게 묻되 네 연세가 얼마뇨 야곱이 바로에게 고하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일백 삼십년이니이다 나의 연세가 얼마 못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세월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라고 고백하죠.

간단하게 요약하면 ‘별로 많이 산 것은 아니지만 험악한 세월을 살았습니다’는 것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고생을 좀 많이 했습니다’는 표현이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라는 말보다 ‘험악한 세월을 살았습니다’라는 것이 더 실감나는 것 같아요. 야곱은 자기가 생각을 해도 정말 험악한 세월을 살았습니다.

가나안 땅에 돌아와서 평안하게 살 때에 아들 하나를 잃어버렸죠. 세월이 많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또 어려움이 닥칩니다. 아주 극심한 흉년이 닥쳐서 아들들을 곡식 사러 보냈습니다. 돌아오는데 보니까 아들을 또 하나 잃어버렸어요. 열 명을 보냈는데 아홉 명이 돌아온 겁니다. 또 하나 잃었어요. 그런데 더 열나게 하는 소리는 ‘우리가 다시 곡식을 사러 갈 때에 갇혀 있는 시므온을 구하기 위해서 하나 남은 아들 베냐민을 데려가야 합니다’라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야곱이 그저 퍼져버리는 겁니다. 맥이 탁 풀려버리는 거죠. ‘죽어도 안된다. 다 죽으면 죽었지 이 막내아들은 보낼 수 없다’ 그래서 곡식 사러 못 가는 거죠. 아무리 버틴들 어떻게 합니까? 사온 양식이 다 떨어져 가는 걸요. 양식은 다 떨어져 가는데 야곱은 베냐민만은 죽어도 안된다고 버티고...

버텨봐도 다른 방법이 없으면 항복해야죠. 그래서 오늘 본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야곱이 아들들을 다 불러서 곡식을 사오라고 하죠. 그러자 아들들이 ‘저 막내를 우리와 함께 보내지 아니하면 우리가 갈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랬더니 6절에 야곱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스라엘이 가로되 너희가 어찌하여 너희에게 오히려 아우가 있다고 그 사람에게 고하여 나를 해롭게 하였느냐’ 경상도 식으로 말하면 ‘말라꼬 쓸데없는 소리를 해서...’ 이 말이죠.

야곱이 잘하는 겁니까? 잘못하는 겁니까? 야곱이 아들들에게 화를 냅니다. ‘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서...’ 누가 대답을 하죠? 유다가 혼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고 아들들이 합세해서 대답합니다. 데모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일부러 말했습니까? 그 사람이 하도 꼬치꼬치 묻길래 별 의미없이 대답을 하다보니 일이 이렇게 된 것이지요.’

야곱인들 모르겠습니까? 답답하니까 아들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겁니다. 우리도 흔히 하는 짓이죠. 그러나 어른이라고 해서, 또 만만하다고 해서 말 안되는 소리를 함부로 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특별히 아이들을 키울 때 꾸중이던 칭찬이던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내 형편 어렵고, 내 성질이 좀 난다고 해서 말을 함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참 위험합니다.

남편 여러분, 밖에서 화가 몹시 나면 어디 가서 풉니까? 안 믿는 사람들은 보통 술집에 가서 잘 푸는데 어디 가서 푸세요? 집에 가서 푸시면 안됩니다. 제일 만만한 게 집에 있는 가족입니까? 그래도 집에 가서 푸시면 안됩니다.

아내 여러분은 제일 만만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요즘 불쌍한 남편들 참 많아요. 아무리 화나고 열나도 남편에게 풀지 마십시오. 거기에다 안 풀면 어디에다가 합니까? 글쎄요. 평소에 잘 해두었다가 한번쯤 화풀이를 해도 이해해줄 정도로 만들어 놓으시든지...

애매한 소리를 가족 간에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밖에서 열 많이 받았다고 아이들에게 푸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경향은 다 있습니다. 그러나 믿는 우리가 원만한 삶을 위해서 그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야곱은 지금 아들들에게 괜히 애매한 소리를 하는 겁니다. 그랬다가 아들들이 단체로 항의를 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험악해진 겁니다. ‘우리가 어디 고의로 그렇게 한 줄 아십니까?’

이 험악한 분위기에서 유다가 다른 아들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고 아버지를 설득한 모양입니다. 8절을 보실까요? 유다가 아버지를 설득하는 그 말이 참 겁납니다. ‘유다가 아비 이스라엘에게 이르되 저 아이를 나와 함께 보내시면 우리가 곧 가리니 그러면 우리와 아버지와 우리 어린 것들이 다 살고 죽지 아니하리이다’ 아이를 보내면 가고, 보내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죽고 말 것입니다. 대화가 아니고 일종의 공갈이라고 할까요? 지금 아비에게 거의 협박하듯이 대들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 죽든지 아니면 이 아이를 데리고 가든지... 상황이 아주 절박합니다.

이 상황에서 야곱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또 말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유다의 입장도 생각해야 합니다. 9절에 보면, 오죽하면 유다가 ‘만일 내가 가서 내 막내 동생을 데리고 오지 못하면 내 아들을 맡길 테니까 아들을 죽이시오’ 이건 말이 안되는 것 같습니다만 그만큼 지금 상황이 험하다는 뜻이겠지요. 유다의 마음도 결코 편하지 않았을 겁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이 되면 야곱은 특유의 특기가 있습니다. 야곱은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살아나는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야곱의 특기가 무엇이죠?

기도.

기도요? 야곱이 그렇게 기도 잘하는 사람이었습니까? 야곱에 관한 설교를 두 번 했었는데 그 때마다 기도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곱을 기도의 사람이라고 말을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가 않습니다. 야곱의 특기가 뭐죠?

잔머리.

잔머리 굴리기가 특기이기는 합니다만 또 다른 특기가 있어요. 양다리 걸치기라고, 잔머리도 굴리면서 하나님께 매달리기도 하지요. 여기서도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무엇부터 준비를 합니까? 예물을 준비하죠? 예물인지 뇌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귀한 것들을 준비합니다. 그 이전에도 그런 짓을 많이 했는데 특별히 이번 경우에 이 예물이 효력이 있습니까 아니면 아무 효력이 없는 것입니까? 성경이 재미있는 것은 잔머리를 굴리려면 얼마든지 굴려보라는 겁니다. 그런데 결국은 아무 소용없는 짓인데도 열심히 굴리고 있는 겁니다. 형 만날 때도 그랬어요.

우리도 어쩌면 이렇게 잔머리를 굴려가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양다리 걸치기에서 또 한 가지는 뭡니까? 잔머리를 굴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께 매달리는 겁니다. 아주 신앙적입니다. 14절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리라는 거죠. 여기에 나오는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자기 아들이지요. 야곱은 지금 답답해서 이러고 있는데 자기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야 할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요셉... 국무총리.

물론 요셉이고 국무총리이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 정확한 대답은 ‘자기 아들’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줄 아들이란 말입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해주지 않을까요? 전혀 소용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앙을 가졌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답답해지면 하나님을 찾고 좀 살만하면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입학시즌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많이 붐비죠. 어디 어디에 붐빕니까? 절에도 붐비고, 저기 팔공산 갓바위는 미어터지고, 새벽 기도도 좀 늘고... 여러분, 너무 얄팍하게 살지 맙시다. 시험 철이 다가 와서 새벽기도를 나오고 싶거든 그 때 가서 열심히 하지 말고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좀 덜 미안하겠지요. 답답하면 하나님께 매달리고 살만하면 잔머리를 굴리고... 너무 이렇게 얇게 살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야곱의 가정에 무엇이 문제입니까? 아버지의 고통을 보면서 그 아들들의 마음이 어떠할까요? 아버지가 막내 베냐민을 저렇게 안 보내려고 애를 쓰는 것이 누구 때문입니까? 죽은 자식 요셉 때문입니다. 그 요셉이 왜 죽었습니까? 자기들이 팔아버렸단 말이에요. ‘우리가 팔아버린 그 요셉 때문에 아버지가 저렇게 고통스러워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 형들은 압니다. 속에 자기들이 저지른 죄를 묻어놓고 ‘이것은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고 아버지는 절대 모른다’ 그러면서 20여 년을 지내왔습니다.

여러분 속에 이런 죄를 묻어두고 아무 일없이 잘 살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나님 앞에 내어놓고 회개해야 할 죄가 있다면 철저하게 회개하고 철저하게 용서를 받아야 되는 것이 우리들의 삶입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 아주 감격스런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양승달 목사님이라고 하는 분이 계셨는데 그 분 유학시절이니까 30년도 넘은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양 목사님이 화란에서 보낸 편지의 내용에 화란에서 미혼모가 낳은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베풀더라는 겁니다. 저도 깜짝 놀랬는데 설명을 들으니까 이해가 가요.

미혼모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엄청난 죄입니다. 그럼에도 잘못에 대해 본인이 철저하게 회개했다면 교회도 그 일을 철저하게 용서하더라는 겁니다. 그 분들의 삶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철저한 회개와 철저한 용서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성경적이라는 얘기죠. 미혼모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은 엄청난 죄지만 그가 분명하게 회개했을 때는 온 교회가 그것을 깨끗하게 용서하더라는 겁니다. 무척 감동적인 얘기였습니다.

전에 한번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어떤 장로님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고 교회에서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 분이 부끄러워서 교회에 나올 수가 없을 터인데도 예배에 꼬박꼬박 출석하면서 늦게 와서 뒤쪽에 앉았다가 예배를 마치면 아무에게도 말도 없이 떠나가기를 몇 년간 계속했다는 겁니다. 나중에 용서가 되고 다시 성도들과 교제를 회복하게 되었을 때에 이런 고백을 했답니다. ‘하나님께 용서를 받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성도들에게 용서를 받는 데는 몇 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누가 잘못하고 있는 거예요? 어쩌면 우리는 우리 형제나 우리 가족의 잘못을 하나님보다 더 용서를 안 하는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용서받기 어려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시면 한국 사람들은 특별히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고백하지 마십시오. 사람에게 용서를 받기 어렵다 싶으면 고백하지 마시고 하나님께만은 철저하게 회개하고 철저하게 용서를 받으십시오. 그 죄를 묻어놓은 채로 20년을 지냈어도 언젠가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꼭 기억합시다.

야곱의 경우에는 하나님께서 ‘너는 이제 야곱이 아니고 이스라엘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음에도 이름답게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하나님과 싸워 이긴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살았어야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문제가 터졌을 때 보면 여전히 야곱은 야곱(간사한 자)으로 살고 있더라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는 것이죠.

야곱이 죽었다고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던 그 요셉이 죽기는커녕 지금 무엇하고 있습니까? 애굽의 총리로 온 세상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야곱이 속이기도 많이 했지만 속기도 많이 속아요.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속은 것이 바로 요셉의 일로 아들들에게 이렇게 속고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팔아놓고 죽었다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자기 아들이 온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 판에 죽었다고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야곱이 지금 얼마나 속고 있는지 보십시오. 아들들과 험하게 얼굴을 붉혀가면서 싸우고 있는 이 싸움도 사실은 그렇게 싸울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냥 데리고 가면 문제가 저절로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지금 목숨을 걸고 부자지간에 싸우고 있는 겁니다. 야곱은 죽어버린 아들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고통스러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겁니다. 깨끗하게 속고 있는 겁니다.

우리들의 삶이 때로는 이렇게 속고 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가정생활, 직장생활 가운데 ‘이렇게 어떻게 살겠는가?’ 싶은 어려움에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 보거나 조금만 틀어보면 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 걸 가지고 힘들어 하고 어려워 하고 있습니다. 속고 있는 것입니다. 요셉이 아버지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야곱이 스스로 속고 있는 겁니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용기를 냈더라면 전혀 고통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스스로 속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세상이 여러분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속지 않으려면 하나님을 믿어야 합니다.

말없는 아내와 말 많은 아내 어느 쪽이 낫습니까? 말 많은 쪽이 나아요? 어느 동서 둘이 만나서 ‘아이고 형님, 집에 가면 시끄러워서 못살겠습니다’ 이러니까 손위 동서가 ‘자네는 낫네. 우리 집사람은 손님이 오나 가나 도대체 입 떼는 걸 못 본다네’ 어느 쪽이 나을까요? 말 많다고 그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은 말이 없어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한결 고통이 가벼워집니다. 말없다고 힘들어 하는 사람은 저쪽 집은 말이 많아서 얼마나 힘든지 알면 위로를 좀 받을 겁니다. 생각을 조금 바꾸고 입장을 조금만 바꿔도 사는 것이 바뀝니다.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유무는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차이를 가져다 줍니다.

제가 전에 가르치던 어떤 아이가 주일에 교회에 가겠다고 하는데 집사인 아버지가, 담임선생님께 많이 볶여서 그랬겠지만 주일에 학교에 가는 문제로 아이하고 많이 다투다가 결국은 아들이 지기로 했습니다. 학교담임도 학교에 안 나오면 죽인다 하고 부모도 학교 가라고 난리죠. 제가 교회 가다가 그걸 직접 목격해버렸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대로 할께요. ‘오야, 내 학교 간다. 집사 꼬라지 좋다’ 이러면서 가방 메고 학교 가는 거예요. 집 앞에서 그러고 있는 것을 제가 보고 나니까 난감하데요.

그런데 그 아이가 부모가 원하는 대학엘 못 갔습니다. 조금 낮은 데로 갔죠.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아버지를 만났는데 “야! 속았다” 이러는 거예요. 왜요? 그렇게 주일에 학교 가라고 볶아대고 과외를 붙여도 공부 안 하던 놈이 대학을 가더니 장학금 타 가지고 왔다는 거예요. “저렇게 잘 하고 저렇게 열심히 할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다닐 때 놔둘 걸. 괜히 욕은 욕대로 다 얻어먹고 애는 애대로 괴롭히고, 대학은 결국은 아버지가 목표로 했던 대학엘 못 가고... 저럴 줄 알았으면 놔둘 걸. 속았다!”는 거지요. 그 밑의 동생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속았다 하면서 그 밑의 동생도 또 그러더라구요. 그거 안되나 봐요.

생각을 조금만 고치면 아들도 편하고 자기도 편하고 신앙적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잘 해 나갈 수 있을텐데 그 약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서 본인 말로 속았다 하면서도 끝내 속고 살데요. 우리들의 삶 속에 이런 요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내가 너와 동행하고 너를 지키며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아무리 많이 보여줘도 야곱에게는 안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야곱은 눈뜬 소경입니다.

이름을 아예 바꿉니다. 네가 누구냐? 너는 하나님과 겨뤄 이긴 사람이니까 하나님만 믿고 하나님 말씀대로만 살면 된다고 해도 여전히 야곱은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지 않습니다.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집안에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끝내 이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됩니다. 야곱이 놓지 못하겠다고 움켜쥐고 있던 그것을 놓았을 때에 문제는 자연스럽게 다 해결됩니다.

나의 죽음보다 더 어려운 일이지만 자식이 만약 죽게 된다면 죽이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랬을 때에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다 해결됩니다. 야곱이 베냐민을 왜 죽어도 못 놓느냐 하는 것은 베냐민이 단순한 아들 한 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베냐민을 못 놓겠다. 누구를 못 놓는 것입니까? 얼마나 좋아했던지, 7년을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하루같이 여겼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아내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밉다고 사랑하는 아내는 꼭 일찍 죽습니다. 일찍 죽은 그 여인을 못 잊는 거예요. 그 여인이 낳은 아들이 누구입니까? 요셉인데 그 요셉이 죽었단 말입니다. 죽어버린 아들을 못 잊는 겁니다. 단순하게 베냐민 하나가 아니에요. 아무리 해도 잊을 수 없는 그 아내, 그리고 요셉입니다. 그래서 베냐민을 놓지 못한다고 버티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짖궂게도 내 놓으라는 겁니다. 네가 그렇게 사랑했던 그 여인, 네가 잊을 수 없는 그 요셉, 베냐민을 놓으라는 겁니다. 손놓으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빼앗아 가겠다는 겁니까? 하나님께서 빼앗아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집착하고 있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놓고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살라는 뜻입니다.

드디어 야곱이 베냐민을 포기합니다. 무슨 신앙이 좋아서 놓은 것은 아닙니다. 어째서 놓았죠? 어쩔 수 없으니까요. 더 이상 방법이 없으니까 놓은 겁니다. 신앙이 좋아서 그리한 것 아니에요. 차라리 에스더 같으면 신앙이 좋아서 그랬겠지만 야곱의 이 이야기는 원조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도 그렇게 신앙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딘가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포기한 것이죠.

포기해버렸더니 들려오는 소식이 뭡니까? 45장 26절을 한번 봅시다. 죽으면 죽었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베냐민을 포기해버렸더니 ‘요셉이 지금까지 살아있어 애굽 땅 총리가 되었더이다’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믿어져요? 안 믿어지지요. 믿을 수 없죠. 그걸 어떻게 믿어요? 야곱이 못 믿는 겁니다. 그래서 형들이 요셉이 자기들에게 한 말을 자세하게 다 고합니다. 그래도 못 믿어요. 결국 증거품을 보고서야, 무슨 증거품이죠? 자기를 태우러 보낸 수레, 말이 수레지 국무총리의 아버지가 탈 수레니까 얼마나 번쩍번쩍하는 것을 보냈겠습니까? 그걸 보고야 ‘기운이 소생한지라’ 그러니까 베냐민을 보내놓고 드러누워 앓고 있었다는 얘기지요. 사람이 다 죽어 가는 모습으로 있다가 그걸 보고서야 기운이 소생하면서 하는 말을 보세요. ‘이스라엘이 가로되 족하도다’ 흔히 하는 말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면서 일어나는 겁니다.

본의였든 아니었든 그렇게 움켜잡았던 베냐민을 놓았을 때에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오는 겁니다. 그 아이를 놓았을 때에만, 그렇게 움켜쥐었던 것을 놓았을 때에 야곱에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모든 문제가 눈 녹듯이 풀려 가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문제가 풀렸다기보다 처음부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겁니다.

처음부터 야곱이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께 모든 걸 맡기는 자세로 ‘하나님 알아서 하십시오’ 했더라면, 요즘은 더 센 말(言)이 나왔데요. 진짜 용어는 ‘배째라’인데 하나님께 그럴 수는 없으니 ‘하나님 배째십시오’ 하고 내밀어버렸으면 하나도 문제가 안되었던 거예요. 에서를 만나러 올 때부터 ‘하나님, 날 잡아 잡수시든지 볶아 잡수시든지...’ 배째라는 식으로 맡겨 버렸더라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야곱이 이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난 다음에, 지금도 제가 잘 읽을 수 있을런지... 읽으면서 많이 울었던 구절입니다. 48장 15절입니다. 여기에 ‘그’는 야곱입니다. ‘그가 요셉을 위하여 축복하여 가로되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의 섬기던 하나님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사자(使者)께서’ 하나님을 뭐라고 하고 있죠?

사자.

사자(使者)라고 불러요? 그건 정말 너무하십니다. 지금 이 판에 사자(使者)라고 대답하면 안됩니다. 하나님을 뭐라고 불러요?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야곱은 하나님을 한번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어요. 누구의 하나님? 아버지의 하나님 조부의 하나님이라고만 불렀던 그가 이제 여기에 와서 뭐라고 하는고 하니까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 동안 자기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까 이건 험악한 세월이었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돌아보니까 하나님께서 나를 기르시고 계셨더라는 겁니다.

여러분, 야곱이 그 힘든 삶을 살면서 그렇게 괴로워할 그 때는 ‘하나님 어찌해서 내게 이런 일들이 계속, 계속해서 생깁니까?’ 하고 원망을 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 알고 보니까 이런 일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를 기르시고 계셨더라는 겁니다. 여러분 삶이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닥친다고 하더라도 야곱처럼 살지는 마십시오. 야곱의 이야기 속에서 빨리 하나를 익혀 버립시다. 하나님께서 나를 기르고 계신다는 겁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한다면 ‘하나님께서 나를 인간 만들고 계시는구나’라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인간 다 되셨어요? 하나님께 모든 걸 다 맡겨버리고 살아가시면 이런 고통이 그렇게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모든 걸 맡겨버리는 삶이 아닐진대 우리의 삶 속에 이런 어려움들은 계속해서 닥쳐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들로 통하여서 ‘하나님께서 나를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어가고 계시는구나’ 그것이 야곱의 고백입니다. 우리의 많은 문제들은 여기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않고 움켜잡고 있기 때문에 야곱처럼 이렇게 깨끗하게 속으며 살고 있습니다. 버려야 할 것을 빨리 버리셔야 합니다. 많은 가정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보면 자신의 성격에 기인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성격 문제를 해결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얼 원하고 계신가를 생각하면서 조금만 바꾸면 가정이 훨씬 더 아름다워지고 행복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뒤집어 엎거나 확 바꿔서가 아니고 조금만 생각을 바꾸거나 틀어버리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을 그 조금을 틀지 못해서 괴롭게 살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분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 성격은 성령님도 못 고친다’ 남의 얘기인가 내 자신의 이야기인가 꼭 한번 생각해 보십시다. 하나님이 와도 내 성격은 못 고친다 그렇습니까? 자존심 꺾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우리가 우리 이웃들과 싸우고 다툴 때에 한번 보세요. 그렇게 큰 문제 가지고 다투지 않습니다. 늘 조그마한 일에 자존심에 걸려서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런 일들은 하나님께서 내게 무어라고 하실까 하는 생각을 조금만 더 하시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우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세요! 자식을 잃으면 잃으리라고 하는 이 판국에 뭔들 못하겠습니까? 죽으면 죽으리라고 작심하는 것과 비교해 보세요. 우리들에게 있는 문제들은 다 그것보다 가볍고 쉬운 문제들입니다. 이 문제는 내가 고쳐야 되는 문제다. 이 문제는 내가 하나님께 용서를 받아야 되는 문제다. 생각이 되면 조금만 노력을 하십시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겁니다. 쉽지는 않아요. 잃으면 잃으리라 하고 놓았을 때에 모든 문제가 깨끗이 해결이 되어버렸지만 역으로 말하면 자식을 포기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이기에 모든 문제를 하나님께 맡깁니다 하고 내어 맡기는 것입니다. 쉬울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대단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님의 말씀에 우리가 어떻게 순종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결론을 맺겠습니다. 죽으면 죽으리라 하고 용감하게 나섰던 에스더는 결과적으로 자기 민족을 구원해 냈습니다. 죽으면 죽으리라 했던 그 안이숙 씨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이 되었죠. 안이숙 씨가 박관준 장로님을 도와서 일본에 건너가서 무슨 일을 했죠? 책을 꼭 사서 보세요.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박관준 장로라고 하는 분이 일본으로 건너가서 국회 의사당에서 삐라를 뿌렸던 사건 때 동행했던 분이 바로 이 안이숙 씨입니다. 목숨을 걸었던 일들을 통하여 위대한 신앙의 인물이 되었습니다.

자식을 잃으면 잃으리라고 했던 야곱의 결과를 한번 보세요. 결과가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나 아름다워요. 특별히 다른 것보다 더 감격스러운 것은 하나님을 자기의 하나님이라고 전혀 부르지 않았던 야곱이 하나님을 가리켜서 나의 남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대목입니다. 얼마나 감격스러웠겠어요? 나의 하나님이란 표현보다 더 감동적인 표현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기르고 계셨구나’하는 고백입니다. 성경공부 시간에 이 문장을 보고 ‘야곱의 고백은 틀렸다. 어디가 틀렸는지 찾으세요’ 했더니 잘 못 찾더군요.

정확하게 표현하면 조금 틀렸어요. 그렇다고 성경을 함부로 고치라는 것은 아니고 내용을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나의 남으로부터’가 아니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기르고 계셨던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야곱이 태어나기 이전에 벌써 하나님께서 야곱의 훗날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하나님을 모른 채 평생 고생을 했죠. 늦게나마 하나님께서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깨닫고 이렇게 감동하고 있습니다. 이 감동은 바로 우리의 것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참고 기다리시며 야곱을 기르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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