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할 사람, 쇠할 사람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이 후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유대 땅으로 가서 거기 함께 유하시며 세례를 주시더라 요한도 살렘 가까운 애논에서 세례를 주니 거기 물들이 많음이라 사람들이 와서 세례를 받더라 요한이 아직 옥에 갇히지 아니하였더라 이에 요한의 제자 중에서 한 유대인으로 더불어 결례에 대하여 변론이 되었더니 저희가 요한에게 와서 가로되 랍비여 선생님과 함께 요단 강 저편에 있던 자 곧 선생님이 증거하시던 자가 세례를 주매 사람이 다 그에게로 가더이다 요한이 대답하여 가로되 만일 하늘에서 주신 바 아니면 사람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느니라 나의 말한 바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요 그의 앞에 보내심을 받은 자라고 한 것을 증거할 자는 너희니라 신부를 취하는 자는 신랑이나 서서 신랑의 음성을 듣는 친구가 크게 기뻐하나니 나는 이러한 기쁨이 충만하였노라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하니라 [개역, 요한복음 3:22~30]

오늘 본문은 세례 요한에 관한 내용입니다. 올 한해를 돌아보면서 제 얘기도 하고 부탁도 드리고 그리고 감사의 말씀도 좀 드려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본문을 택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의에 따라서 모험을 하는 수도 있고 때로는 타의에 의해서 모험을 하는 수도 더러 있습니다. 한번도 그런 모험을 겪어보지 않고 지낼 수도 있겠지만 저도 몇 번은 본의 아니게 그런 모험을 감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올해 신학대학원을 가기로 한 것이 어떻게 보면 저의 마지막 모험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남에게는 어떻게 보였을지 몰라도 제게는 사실 모험이었습니다. 길을 바꾸어 나서긴 나섰는데 의외로 올 한해 지나면서 은혜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천안 학교에 올라가 있으면서 처음에 두세 달 동안은 누가 제게 말을 거는 게 두려웠습니다. 말을 걸면 대답을 못하니까 제발 가만 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교수님들이 기도를 시키면 기도를 도저히 못했습니다. 건드리기만 하면 자꾸 울어버리니까 제발 좀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른 이유가 아니라 거기 올라가 있는 자체가 참으로 은혜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을 이런 일에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해 있었는데 툭하면 왜 왔냐고 물어요. 어떡할 거냐고 묻기도 하고 왜 왔냐고 묻기도 하는데 제발 좀 안 물었으면 좋겠더라구요. 대답을 할려니 은혜스러운 감격에다 그 동안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아서 두세 달 동안 참느라고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제게 무슨 응어리가 그렇게 많았을까요? 이제는 간신히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안정이 되긴 했는데 지금도 하나님의 은혜가 내게 얼마만큼 컸었느냐를 생각하면 참 감격스럽습니다.

저번 주간에 학기말 시험을 치르고 나니 한해가 끝났다 싶은데 웬지 모르게 가슴 속에 묘한 감격이 넘치더군요. 그래서 이런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이런 느낌 반, 앞으로 우리 교회를 위해서 부탁드려야 할 이야기 반 이런 것들을 반반씩 섞어서 얘기를 한번 드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이 본문에 나타난 세례 요한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이 세례 요한의 모습이 바로 제 자신의 모습이기를 바라고 또 우리 이웃들을 향한 우리 모두의 모습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본문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세례요한이 세례를 주었던 곳이 살렘 가까운 애논이라고 합니다만 이 곳이 정확하게 어딘지 알기는 어려운가봐요. 그리고 요한이 현재 옥에 갇히기 전의 사건이었다고 말합니다. 요한이 옥에 갇히고 난 후에 예수님은 갈릴리로 가셔서 갈릴리에서 주로 사역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한이 옥에 갇히기 전에 세례 요한이 세례를 주고 있던 이곳에 예수님도 오셔서 세례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조금 잘못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례 요한에게 많은 사람이 와서 세례를 받고 있는 이곳에 예수님도 가까이 오셔서 세례를 베풀면 문제가 좀 생기지 않느냐 그런 얘기죠.

교회를 세울 때도 한 교회가 서 있으면 너무 가까이 세우면 안되잖아요. 장사하시는 분들도 그렇죠. 한군데 장사가 잘 되고 있는데 그 옆에 똑같은 걸 하면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느냐 이 본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하나 생기긴 생겼죠. 사실은 이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곧 예수님은 갈릴리로 가셨거든요. 그런데 어떤 문제가 생겼습니까?

세례 요한이 문제를 삼은 건 아니지만 25절에 보시면 ‘요한의 제자 중에서 한 유대인으로 더불어’라고 되어 있죠? 요한의 제자가 한 유대인과 더불어서 변론을, 우리 식으로 말하면 토론이 붙은 거죠. 말싸움이 붙은 겁니다. ‘결례에 대하여’라는 것은 세례에 대해서 논쟁이 붙은 거죠. 그 논쟁을 하다가 이 제자가 선생님에게 쫓아와서 뭐라고 말하죠? “선생님께 오던 사람들이 전부 저쪽으로 갑니다.” 장사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집으로 오던 손님이 지금 저리로 다 갑니다. 큰일 났습니다.” 이 얘기거든요. 이 제자가 다른 유대인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길래 이럴까요?

대체로 미루어보건대 아마 다른 유대인이 요한의 제자에게 “야, 너거 선생님이 베푸는 세례보다가는 저기 새로 등장하신 저 선생님의 세례가 훨씬 더 효력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쪽으로 다 가는 거다. 너거 선생님은 이제 한물 갔다.” 뭐 이런 얘기를 안 했겠나 싶어요. 그 말을 듣고 야 이거 큰일났다 싶어 자기 선생님께 와서 “선생님,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전에 선생님이 말씀하신 저 분에게 우리에게 오던 모든 사람들이 다 갑니다. 큰일났습니다.” 그랬을 때 요한의 대답이 뭐죠? 상당히 깁니다. 긴 대답을 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대답하면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겠다.” 입니다. 마 됐다. 그것 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다. 요점은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 바로 연결되어 나오는 표현이 27절에 보시면 ‘하늘에서 주신 바 아니면 사람이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느니라’ 그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란 뜻입니다. 그래서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하는 것이 정상이니까 신경 쓸 필요 하나도 없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얘기라서 감동이 없을는지 모르지만 실제로 만약 여러분들 상황이었다고 가정을 하고 이 형편을 한번 보십시오. 이게 쉬운 얘기는 아닙니다. 예전에 개척교회를 세운다고 할 때에 저도 구체적인 내막까지는 잘 모르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참 안타까웠던 적이 좀 있습니다.

개척교회를 한다고 장소를 얻고 교회를 세웠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문외한의 입장이긴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을 보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을 보내줘야 어떻게든 교회가 설텐데 헌금을 해서 돈을 많이 보내주긴 하는데 사람을 안 보내요. 굳이 개척교회 가서 같이 봉사하겠습니다 하는 사람을 끝끝내 뜯어 말려서 못 가게 하더라구요. 저는 그걸 보면서 참 안타까웠습니다. 개척교회를 시작을 하면 진짜 열심 있는 사람을 몇 명만 보내주면 이 사람들 중심으로 해서 교회가 빨리 일어설 수 있을텐데 왜 개척교회 한다고 장소를 얻어놓고 목사님을 모셔놓고 사람을 안 보내는지 모르겠어요. 돈은 보내는 게 안 아까운데 교인들 보내는 건 아까워서 그런지 이건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세례 요한은 자기에게 오던 모든 사람들이 ‘아, 저 사람들이 나에게로 안 오고 저 분에게로 가는 거 정말 당연한 것이야 하나님이 그렇게 하시는 거야!’ 하고 그걸 기꺼이 받아들였는데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는 얘깁니다. 그런 예를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세례 요한이 결코 범상한 일은 아닌데 이 세례 요한은 어떻게 해서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이런 상황이 닥치는 데도 기꺼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이점을 좀 주의해서 보았으면 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의 본분이나 자기의 임무를 정확하게 잘 알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베푸실 때 그 예수님을 향해서 그는 그리스도라고 밝히 말씀했습니다. 예수는 그리스도라 그리고 자기는요? 그의 앞에 보냄을 받은 자라고 하는 거죠. 앞에 보냄을 받았다? 옛날 임금님 행차하면 아니, 고을 원님이라도 행차하면 제일 앞에 가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죠? “물렀거라.” 이런 거 하죠? 물렀거라 하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서 길나장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컴퓨터 교재를 만들면서 길라잡이라는 표현으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원님이 나가면 그 앞에서 물렀거라 하고 고함치고 지나가던 그 사람, 세례 요한은 바로 자기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예수님을 결혼식의 신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자기는요? 신랑의 친구라는 겁니다. 여러분, 남의 결혼식에 가보면 씁쓸하지 않아요? 졸업식도 그래요. 졸업하는 사람은 참 좋지만 축하해주러 가는 사람은 어떨 때 보면 섭섭해요. 어딘지 모르게 좀 서운할 수도 있습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켜서 그는 신랑이고 나는 그의 친구랍니다. 친구 뭐 좋은 일 있어요? 신랑이야 장가 가니까 좋겠죠. 그런데 그 친구가 뭐 그렇게 좋겠어요? 그러나 세례 요한은 자기는 이 신랑 친구의 기쁨이 넘치고 있다고 표현을 합니다. 이런 거 퀴즈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수님을 가리켜서 요한복음 1장 1절에 ‘말씀’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말씀입니다. 그러면 세례요한은 말씀과 대비하여 자신을 무엇이라고 그랬죠?

말씀에 대비하여 ‘소리’라고 표현했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말씀과 소리. 대비를 참 잘 시켰어요. 예수님은 말씀입니다. 자신은? 말도 아니고 그냥 소리라는 거예요.

자기는 물로 세례를 베푼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는 분이라고 소개합니다. 이런 표현을 이 짧은 1, 2, 3장에서 얼마나 많이 해놓았는지 모릅니다.

세례 요한은 자기의 신분이나 자기의 위치 혹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사람에겐 이게 굉장히 어려워요. 옛말에 말 타면 종 세우고 싶다고 하죠? 걸어다니다가 말이 생겼습니다. 말 탔습니다. 말 타면 혼자 다니면 되잖아요? 말이 없을 때는 말만 타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타고 보니 이 말 고삐 잡고 다닐 종을 하나 세우고 싶다는 겁니다. 이게 사람의 심리입니다.

전세 집에 살다가 열세 평 아파트 얻어 들어가면 그게 얼마나 넓고 좋은지 모릅니다. 그 넓고 좋은 기분이 얼마 가죠? 그 기분 유지하려면 남의 집에 전혀 가지 말고 자기 집에서만 살아야 돼요. 남의 집에 한번 갔다와보면 그만 자기 집이 좁아요.

제가 죽도 2동 대명 그랜드맨션이라고, 꽤 오래 전에는 굉장히 으리으리한 아파트였습니다. 그렇게 으리으리하게 살던 사람들이 용흥동 우방쪽으로 옮겨가고 난 다음에 우리도 한자리 얻었습니다. 잘 지냈거든요. 그런데 우리 형제들이 하도 많아서 안되겠다 싶어서 유강쪽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간신히 옮겨놓고 한달쯤인가 뒤에 주인하고 이사관계 때문에 협의할 일이 있어서 거기 가봤더니 문을 여는데 왜 이렇게 천정이 낮아요. 집안이 컴컴해요. 아 이상하다. 이렇게 답답한 곳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예요. 늘 살던 집이란 말이에요. 사람 눈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모릅니다.

여러 해 전에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 집사 한 사람이 거액의 돈을 받고 물러난 적이 있었어요. 대통령을 모시고 청와대까지 들어가게 된 그 자체만 해도 얼마나 큰 영광이겠습니까마는 사람은 그렇게 안되나 봐요. 자기 신분을 잊어버립니다. 자기가 모시던 분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자기는 한낱 집안 일 돌보는 집사일 뿐입니다. 교회 집사하고는 다른가 봐요. 사람들이 자꾸 높여주니까 우쭐대고 올라가는 겁니다. 많은 돈 갖다주니까 잘 받아 넣었죠. 결국 문제가 돼서 감옥에 갔죠.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요. 지금도 가끔씩 신문에 ‘양 갑’ 이야기가 나오데요. 김대중 선생님을 대통령으로 세워야 된다고 그렇게 고생하고 고생했던 그때 초심으로 돌아가자, 제발. 우리 선생님을 대통령으로 세우기만 하면 우리의 소원은 다 이루어진 거다. 그리고 우리는 깨끗이 물러나겠다. 이런 얘기를 여러 번 했던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되나요? 안되니까 지금 저렇게 시끄러운 거죠.

사람이 초심을 유지하고 그대로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세례 요한을 위대한 선지자로 알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어쩌면 예수님보다 초기에는 훨씬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왜요? 말이 거칠거든요. 감히 당시에 헤롯 왕을 상대로 책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자신은 그렇게 못 나서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목숨 걸고 책망할 때 박수치고 손뼉치는 것은 사람의 인지상정입니다. 예수님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예수님에게 그 영광을 다 넘긴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우리가 이 교회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시면... 주인 노릇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어설픈 주인은 내가 주인인데... 해서 텃새를 부립니다. 새로 오시는 분이 나보다 더 뛰어나다 싶으면 텃새를 부립니다. 그게 어설픈 주인입니다. 제대로 된 주인은 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교회를 위해서 새로 오시는 분이 더 능력 있어 보인다 싶으면 비켜서 그 자리를 내어주기도 합니다.

이건 제 자랑입니다만 대흥교회 있을 때 사람은 필요한데 펑크가 나면 다 떼웠습니다. 큰 능력은 없지만 다방면에 조금씩 아는 바람에 아무데나 펑크나면 떼우기는 잘 떼워요. 여기 펑크나면 여기 집어 놓고 저기 펑크나면 저기 떼우고 집어넣어 놓으면 그냥 그냥 또 잘 떼우고 그렇게 한참 가다가 또 다른데 문제 생기면 또 돌리고요. 연말에 인선할 때 “잘 안 돌아가시면 절 이쪽으로 돌리고 하시면 될 겁니다. 해보세요.” 이렇게 해서 막힌 곳을 스스로 틔우기도 했죠. 제가 주인이니까요. 그런 능력 있는 사람이 오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켜드립니다. 이 분은 언젠가 교회를 또 떠납니다. 그런데 저는 그냥 있어요. 가면 그 자리를 또 제가 차지하고 일하다가 또 다른 분이 와서 일할 수 있으면 또 비켜날 수 있고요. 이게 주인인데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자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거나 내가 주인이다라는 제대로 된 의식만 가지고 있으면 그런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잘 하고 있을 때 그만두라고 그러면 굉장히 서운합니다. 굉장히 어려워요. 적어도 세례 요한은 그런 면에서 아주 뛰어났다는 얘깁니다.

제가 한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에 장로님, 권사님 계시는데 나이 얘기 하기가 좀 그렇네요. 제가 이 나이에 전도사 한다고 나섰는데 왜 나섰느냐고 물으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돈 때문에 간 것도 아니고 명예 때문에 간 것도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하나님에 대한 순수한 마음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처음 시작할 때는 다 그렇죠. 혹시나 우리가 신문에서 가끔 깨끗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목사님들이 물러나고 사회의 지탄을 받더라도 그 분들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야 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산다고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부족하나마 그런 뜻이 더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왜 변하느냐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농담 삼아서 친구들하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난 늦게 시작해서 그렇게 변할 틈도 없을거야.” 농담 삼아 하는 소리지만 진심이기도 합니다. 이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아마 우리 성도님들이 기도해 주셔야겠고 주의 깊게 보면서 지적을 해 주셔야 할 부분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참 약해서 처음에 가졌던 그 뜻을 끝까지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혼자 안될 때 옆에서 세워 주고 붙들어 주는 일들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례 요한은 끝까지 임무를 잘 감당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제자들에게 특별히 당부를 합니다. 너희가 증인이 되라고 합니다. 성경에 증인이 되라고 하는 얘기가 워낙 많으니까 증인이 되라고 하면 대번에 떠오르는 게 하나 있죠. 복음의 증인, 그리스도의 증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좀 다릅니다. 너희는 증인이 되어야 한다. 무슨 증인요? 세례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무슨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까?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걸 증거하라는 거예요. 너희가 내 제자가 되어서 나를 추종했지만 너희는 나중에라도 증거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세례 요한을 기억하고 참 위대한 분이었다고 말할 때 너희는 증거해야 한다. 뭐라고요? 그 분은 그리스도가 아닙니다라고 너희가 증거해야 된다는 겁니다. 이것 참 어려운 얘기예요. 우리나라 정치 돌아가는 걸 이렇게 보면서 어떨 때는 “아이고 마 저쯤에서 적당히 물러서거나 양보하면 될텐데... 적당한 선에서 물러나면 될 것 같은데...” 하는데 잘 안됩니다. 대통령 스스로는 물러나고 싶어도 못 물러납니다. 왜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안돼요. 올라갈 때는 올라갔지만 물러날 때는 자기 혼자가 아니에요. 못 물러나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당장 동네에서 무슨 아파트 단지 회장이라도 한번 해 보십시오. 혼자서 개인적으로 자비를 베풀고 사랑을 베푸는 것이 되는가, 안됩니다. 왜요? 뒤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동의를 받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너희들은 내가 그리스도가 아니란 것과 저 분은 흥해야 하고 나는 쇠해야 된다는 것을 증거해야 한다.”라고 말할 때 그 중에 똑똑한 제자가 하나 있다가 “선생님 그러면 우리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하고 대들면 심각해집니다. “선생님이야 그렇게 해서 멋있게 사라진다지만 그러면 선생님 믿고 따랐던 우리는 어떡하란 말입니까?” 결코 쉬운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 중에는 이렇게 멋지게 떠난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순교자의 후예라고 불리는 우리 고신의 신대원에 올라가 보면 그런 순교자의 기념비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기념비 자체를 아예 안 세우는 거죠. 우리 교단의 큰 어른이 돌아가시면서 내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유는 사람들이 나를 잊고 하나님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나 한 개인을 기억할까 두려우니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하시는 거죠. 하나님만을 기억케 해달라는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그분들의 전기를 남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아십니까? 전기를 쓰겠다고 아무리 따라다녀도 얘기를 안 해줘요. 대답이라는 것이 딱 한마디입니다. “내가 어디 날 드러내려고 이렇게 산 줄 아느냐. 아니다. 하나님만 드러나면 되지. 내가 드러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얘기를 안 해주시는 거예요. 얘기를 해 줘야 글을 쓰고 남기지 않습니까? 줄기차게 따라다니면서 이건 목사님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닙니다. 목사님을 통해서 드러난 하나님의 모습을 증거하려 함이니 제발 이야기 해달라 해서 간신히 일대기를 완성했다는 얘깁니다.

우리 교단 어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나온 건 아닙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안 나온대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옛날에 어떤 분이 그런 옛날 얘기를 잘 하도록 하는 분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 분이 비법을 가르쳐 줬는데 가령 어느 목사님께 가서 얘기를 듣고 싶거들랑 사전에 다른 분한테 가서라도 그 이야기를 조금만 알아서 가라는 거죠. 조금 알고 가서 괜히 아는 척 하고 그때 얘기를 주섬주섬 하다보면 목사님이 신이 나서 얘기 보따리가 풀어진다는 겁니다. 목사님도 인간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자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신앙 선배들은 자랑할 만한 얘기를 그렇게 쉽사리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드러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지요. 내가 흥하지 않기를 바라는 겁니다. 내가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그 분만 영광을 받고 예수님만 드러나면 좋겠다는 뜻이죠.

제가 80년대 초반에 영해에서 하숙을 했었는데 하루는 우물가에서 세수를 하다가 아마 겨울이 다 됐을 때일 겁니다. 세수를 하다가 쳐다보니까 새끼 줄 같은 게 하나 길다랗게 놓여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게 뭐야? 하면서 쭉 살펴보니까 담장 위에까지 올라갔는데 담장 위에 보름달 같은 호박이 하나 달려있더라구요. 굉장히 크고 멋있더라구요. 그걸 바라보면서 감회에 젖었죠. 호박! 야, 참 멋있게 열렸다. 그런데 저 호박이 열리는 동안 이 줄기를 타고 온갖 양분이 다 올라갔을텐데... 가을 늦게 말라 비틀어진 줄기는 정말 볼품이 없어요. 그런데 말라 비틀어져서 줄기로서 구실을 전혀 못할 것 같은데 저걸 왜 안 자르고 그냥 뒀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주인집 할머니께 물어 봤어요. 그러니까 할머니도 특별한 이유 없이 호박을 따낼 때까지 그걸 안 자르고 그냥 놔둔대요. 이파리는 다 떨어지고 전혀 없어요. 빼빼 마른 줄기만 남아서 끝에 완전히 달덩이 같은 호박이 붙어 있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웬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구요.

선생이 뭐냐? 제가 말하는 선생님은 어차피 교회 선생입니다. 저는 학교 애들한테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교회의 선생이기를 더 원했으니까요. 선생이 바로 저런 역할을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나를 통해서 온갖 필요한 요소가 다 전해진 다음에 그 아이가 저렇게 멋지게 자라나고 성숙되고 있을 때 나는 모양도 없이 저렇게 사라져가야 한다. 그러나 끝까지 붙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보낼 거는 다 보내주고 나는 볼품없이 빠져 나와야 된다. 이게 교사의 모습이겠다라는 생각을 제가 그 호박줄기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에 이 이야기는 이런 기회가 있으면 단골 메뉴가 돼버렸어요.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교회 안에서 주일학교 교사 노릇하면서 교회 안에서 자기 똘마니를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전부 내 패거리로 만들어 놓는 거죠. 그런 경우는 아이들을 잘 가르쳐서 전부 내 품에 놔둔 겁니다.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서 훌륭하게 잘 자랐다고 여겨지면 이 아이들을 전부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깨끗이 인계해야 합니다. 이건 교사가 가져야 할 자세일 뿐만 아니라 만약에 여러분들이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 바로 그런 자세로 이웃을 대해야 합니다. 나를 통해서 이 놀라운 복음이 전해지고 여기에 놀라운 결실이 맺어지고 그 다음에 나는 깨끗이 빠져 나와야 합니다. 그 분이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설 수 있도록 나는 빠져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빠지지 않고 굵다란 줄기가 되어 붙어있는 경우가 없지 않아 더러 있긴 있어요.

저는 저 나름대로 효자제일교회에서 제가 만약에 줄기 노릇을 할 수 있다면 참 잘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전체가 하나님 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숙되고 저는 깨끗이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하겠다라는 것이 저의 각오입니다. 그렇게 잘 되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우리 성도들도 우리 이웃들에게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우리를 통해서 다 전달되어지되 하나님께 인계하고 여러분들은 깨끗이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례 요한이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라는 표현을 그렇게 이해합니다. 예수 믿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세례 요한은 스스로 쇠하여야 될 사람이었지만 그는 아주 유능한 선지자였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는 아주 뛰어난 선지자였습니다.

우리가 주일학교 아이들 가르칠 때 우리가 아이들의 우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말을 더러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야기를 조금 바꾸고 싶어요. 만약에 여러분들이 주일학교 교사이거나 선생님이면 여러분들은 아이들의 우상이 되어야 합니다. 우상이 돼야 내게 딸려올 것 아닙니까? 내 말이라고 하면 콩을 팥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하나님을 증거하고 내가 빠져나가야죠. 처음부터 내 말이라고 하면 애들이 픽픽거리고 말도 말같게 듣지 않는다면 나를 통해서 뭘 전하는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거죠.

우리 이웃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나가고 싶지만 누구 꼬라지 보기 싫어서 못 가겠다는 소리가 나오면 안됩니다. 그런 삶을 살 것이 아니라 누구를 보니까 정말 따라가고 싶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훌륭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당장 여러분들이 예수님을 보여주기는 어렵잖아요. 설명이 잘 안됩니다. 예수님에 대한 소개는 어렵지만 날 좀 봐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보고 교회를 나올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자랑스런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 천지에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 이 소리를 한 사람이 감히 있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은 꼭 한 사람입니다.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죠?

사도 바울.

그럼요. 사도 바울은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 했단 말이에요. 여러분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우리 이웃들에게 나를 본받으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날 따라 나오는 거죠. 처음에는 날 따라 왔지만 나중에는 “야, 내가 너 보고 교회를 나왔지만 나와 보니까 너보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훨씬 더 위대하더라.” 그러면 우리가 우리의 할 일을 제대로 한 것입니다. 그들이 언제까지 나에게 머물러 있으면 안됩니다.

내가 말라 비틀어진 호박줄기가 되기 전에 우선은 내가 그들의 우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멋있는 가장, 멋있는 아내가 되어야 하고 이웃들에게 멋있는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직장요?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직장생활도 순교하듯이 하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순교? 우리 평생에 그런 복(?)이 올까요? 혹시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이 생길는지...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기회가 없어서 순교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순교합시다. 적어도 순교한다는 생각으로 직장에서 일을 하시고 순교한다는 각오로 가정생활을 하시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이들에게나 내 이웃에게 가능한한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을 예수님께로 이끌어놓고 자신은 뒤로 빠지라는 얘깁니다.

세례 요한이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결코 무능한 선지자는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한때는 예수님보다 더 인기 있고 화려한 선지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그런 상태에서 모든 시선을 주님께로 향하게 하고 자신은 빠져나갔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교회 생활은 열심히 하고 신앙생활은 열심히 하는데 가끔 직장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더러 있습니다. 이유는 이놈의 세상 불탈 건데 내가 여기에 뭐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느냐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큰 잘못입니다. 그 곳에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에 소중한 곳입니다. 단순하게 먹고 살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 중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2절인가 3절인가 보면 ‘괴롭고 죄가 있는 곳’ 하는 가사 있죠? 옛날 새 찬송가에 그 가사가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혹 아십니까? 저는 그 때부터 그 가사를 지금처럼 고쳐서 불렀어요. 옛날 새 찬송가에는 ‘괴롭고 죄만 있는 곳 나 어이 여기 살리까’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괴롭고 죄 많은 세상 내가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래서 저 높은 곳을 바라봅니다. 복음송에도 하나 있죠. ‘죄 많은 이 세상은 내 집 아니네’ 그래서 이 세상 빨리 때려치우고 저 세상으로 가자는 찬송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그런 삶의 자세를 말하지 않습니다. 괴롭고 죄만 있는 곳 내 여기 어떻게 살겠습니까?가 아니고 괴롭고 죄가 있는 곳 내 비록 여기에 살고 있으면서도 저 높은 곳을 바라봅니다라는 이런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에게 주어져 있는 직장, 이웃, 여러분들에게 맡겨져 있는 사회에서의 일들... 정말 잘 하셔야 합니다. 그 곳이 바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역지라 여기고 거기서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삶을 살면서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 만날 학교 가서 욕만 얻어먹고 가는 곳마다 병신 소리 들으면 어떻게 복음을 증거합니까? 능력이 없으면 열심이라도 내는 아름다움을 보여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요한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 같아 보입니다. 헤롯의 실책을 책망하다가 결국 옥에서 조그마한 계집아이의 춤값으로 그냥 목이 날아가 버렸거든요. 그렇게 본다면 비참한 인생이다 실패한 인생이다 싶어 보이는데 예수님께서는 누가복음 7장에서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자가 나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 자가 없다. 세례 요한은 모든 사람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올해 우리 효자제일교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세월이 좀 지나면 이게 전부 감사의 조건이 될 거라고 쭉 적어놨는데 그 중에 두 개만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대흥교회 집사였습니다. 제가 설교를 제대로 했겠습니까? 제 생각에도 아이들 데리고 늘 하던 얘기를 그냥 주섬주섬 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왔었는데 그 설교 같지도 않은 설교 들으면서 “지도 집사고 나도 집산데 뭐 저런 집사가 다 있어”라고 했다더군요. 그 말을 들은 제 소감이 어땠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걸작품은 이건 정말 누가 했는지 모릅니다. “우리 전도사님이 우리 교회에 오래 계시겠나. 아마 얼마 안 있고 갈기다. 그러니 가기 전에 본전 다 빼야 된다.” 어느 분이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제가 대답을 드리죠. 제가 있는 동안 본전 다 빼 가십시오. 전혀 아낌없이 드릴 수 있다면 다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런 말들을 전해 들으면서 우리 성도들이 이렇게 어설픈 사람을 그래도 전도사 대접을 해주는구나 싶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구절이니까 한번 찾아봅시다. 고린도전서 9장 2절을 한번 보십시오. ‘다른 사람들에게는 내가 사도가 아닐지라도 너희에게는 사도니 나의 사도 됨을 주 안에서 인친 것이 너희라’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아시겠죠? 신대원에 가야 되겠다라고 마음을 먹었을 때 걱정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2년 정도는 교회 일을 쉬면서 제대로 공부 좀 하려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 동안에 제가 해온 일들이 아이들 데리고 어설픈 짓거리나 하지 않았는지 걱정도 되니까 죄송합니다만 절에 가서 도 닦듯이 신대원에 틀어박혀서 공부를 몇 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떻게 마산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저보다는 집사람이 더 열심히 설쳤거든요. 아마 오라는 교회도 없이 집에서 먹고 놀까 걱정이 되었던가 봐요. 그래서 마산으로 간다고 북새통을 떨다가 한번 가보니까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처음에 생각은 이랬죠. 천안 갔다가 금요일날 포항 오면 하룻밤 자고 토요일날 마산 갔다가 월요일날 마산에서 천안 간다. 할만하지 않겠느냐 했는데 한번 가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사실은 거기 가서 본의 아니게 붙들려서 인사까지 하고 왔거든요. 그래 놓고는 제가 사정사정을 했습니다. 온 식구가 다 가든지 아니면 미루어둬야 하겠으니 생각할 시간 여유를 좀 주십시오 하고 어정쩡하게 있다가 사실은 이필환 집사님께 꼬시킨[꼬드김을 당한] 겁니다. 그러니까 나름대로는 걱정도 있고 염려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랬는데 효자제일교회 성도님들께서 제게 베풀어주신 사랑이라고 그럴까요? 제게는 굉장히 큰 것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전도사 노릇이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준 것이 바로 이 교회의 여러 성도님들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제가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고린도 교회를 향해서 사도 바울이 말한 ‘내가 다른 데서는 사도가 아닐지라도 내가 사도라고 인친 것은 바로 너희다’라는 이 말씀으로 우리 성도님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제가 역할을 잘 할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저 역시도 이 교회를 통해서 이 교회가 정말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런 다음에 제 자신은 이름도 없이 빠져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일을 위해서 기도하시고 또 부족한 저를 위해서 여러가지로 많이 격려하시고 또 위로하시고 도와주시도록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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