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예에게 바친 사랑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그리스도 예수를 위하여 갇힌 자 된 바울과 및 형제 디모데는 우리의 사랑을 받는 자요 동역자인 빌레몬과 및 자매 압비아와 및 우리와 함께 군사 된 아킵보와 네 집에 있는 교회에게 편지하노니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내가 항상 내 하나님께 감사하고 기도할 때에 너를 말함은 주 예수와 및 모든 성도에 대한 네 사랑과 믿음이 있음을 들음이니 이로써 네 믿음의 교제가 우리 가운데 있는 선을 알게 하고 그리스도께 미치도록 역사하느니라 형제여 성도들의 마음이 너로 말미암아 평안함을 얻었으니 내가 너의 사랑으로 많은 기쁨과 위로를 얻었노라 이러므로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많은 담력을 가지고 네게 마땅한 일로 명할 수 있으나 사랑을 인하여 도리어 간구하노니 나이 많은 나 바울은 지금 또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갇힌 자 되어 갇힌 중에서 낳은 아들 오네시모를 위하여 네게 간구하노라 저가 전에는 네게 무익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므로 네게 저를 돌려보내노니 저는 내 심복이라 저를 내게 머물러 두어 내 복음을 위하여 갇힌 중에서 네 대신 나를 섬기게 하고자 하나 다만 네 승낙이 없이는 내가 아무것도 하기를 원치 아니하노니 이는 너의 선한 일이 억지같이 되지 아니하고 자의로 되게 하려 함이로라 저가 잠시 떠나게 된 것은 이를 인하여 저를 영원히 두게 함이니 이후로는 종과 같이 아니하고 종에서 뛰어나 곧 사랑받는 형제로 둘 자라 내게 특별히 그러하거든 하물며 육신과 주 안에서 상관된 네게랴 그러므로 네가 나를 동무로 알진대 저를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 저가 만일 네게 불의를 하였거나 네게 진 것이 있거든 이것을 내게로 회계하라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너는 이 외에 네 자신으로 내게 빚진 것을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 오 형제여! 나로 주 안에서 너를 인하여 기쁨을 얻게 하고 내 마음이 그리스도 안에서 평안하게 하라 나는 네가 순종함을 확신하므로 네게 썼노니 네가 나의 말보다 더 행할 줄을 아노라 오직 너는 나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라 너희 기도로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게 하여 주시기를 바라노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와 함께 갇힌 자 에바브라와 또한 나의 동역자 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가 문안하느니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너희 심령과 함께 할지어다 [개역, 빌레몬서 1:1~25]

바울이 로마 옥에 갇혀 있으면서 전도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전도를 받은 사람 중에 아주 신실한 젊은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일도 잘하구요 똑똑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바울이 특별히 곁에 두고 자기의 심복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청년이, “선생님 고백할 게 하나 있는데요.” 하고 아주 심각하게 물어오는 거죠. “그래 무슨 얘기냐?” 하니까 “선생님은 빌레몬을 아시죠?” “아, 잘 알지. 내가 전도했는 걸. 온 가족이 예수를 믿게 됐고 그 집이 교회가 되었지.” “그 집에 노예 한 사람이 도망을 친 사건을 아십니까?” “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들은 것 같애.” 그런데 이 청년이 뭐라고 하느냐 하면 “그 집에서 도망친 노예가 바로 접니다.”라고 고백을 하는 거죠.

로마시대 때 노예란 사람이 아닙니다. 감히 도망을 쳤다가 잡히면 이건 그대로 사형입니다. 사람으로 계산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말할 줄 아는 짐승으로만 여겼죠. 어떤 로마 귀족의 노예가 주인을 죽였던 모양입니다. 그 벌로 인해서 그 귀족이 데리고 있었던 노예 사백 명을 한꺼번에 처형을 해버렸다고 합니다. 노예가 감히 주인의 집에서 도망을 쳤다? 이건 잡히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죄인데 이걸 바울에게 고백을 하는 겁니다.

절대로 발설하면 안되니까 입을 꾹 다물어라고 단속을 했겠죠. 그리고 바울이 혼자서 고민을 좀 했을 겁니다. ‘자, 이 일을 어떻게 하나?’ 이 청년을 곁에 두고 함께 일을 많이 하면서 앞으로도 큰 일을 해야 할 청년일 것 같은데 이 사실이 발각되면 이 청년은 잡혀서 죽게 되어 있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그것도 처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도망친 노예’라는 사실이죠.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바울 선생님이 여러 날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청년을 불렀어요.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느냐?”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편지를 가지고 너 주인에게 돌아가라.” 상당히 먼 길입니다. 편지를 하나 줄테니까 그걸 가지고 네 주인에게 돌아가라는 겁니다. 오네시모가 아마 사도 바울의 말씀을 굳게 믿고 “죽을 때 죽더라도 이제는 예수 믿고 받은 평안에 의지하고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편지를 들고 자기 주인을 찾아갔습니다. 혹시 미리 다른 편에 소식을 전해서 준비를 시켰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건 오네시모는 이 편지 한 통을 들고 자기 주인을 찾아가는 겁니다. 만약에 주인이 편지를 읽고 자기를 용서해주면 살겠지만 편지를 읽어보지도 않고 잡아들이면 죽을 수밖에 없는 위험한 길을 가면서 가지고 갔던 그 편지가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이 빌레몬서입니다.

우리에게는 이 글이 감동이 있을런지, 재미가 있을런지 아니면 아무 의미도 없을런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 편지를 들고 가는 오네시모에게는 생사가 달린 편지입니다. 오네시모는 이 내용을 알고 갔을까? 아니면 모르고 갔을까? 참 궁금해요. 아마 사도 바울이 얘기를 다 해줬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만약에 이 처지가 돼서 이 편지를 들고 몇 달을 가야 되면 살짜기 뜯어보고 싶지 않을까요? 만약에 오네시모가 이 편지를 뜯어 봤다면요 아마 눈물을 엄청나게 흘렸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학교 있을 때 경주 검찰청으로 가는 편지를 가끔가끔 썼습니다. 써도 소용없는 것도 있지만 어느 편지는 학부형이 들고 가다가 찻간에서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나중에 얘기를 합디다. 애가 붙들려서 내남 교도소에 수감되어 조사를 받고 있을 때인데 검사에게 편지를 한 통 썼죠. 앞뒤는 다 생략하고 ‘이 어머니는 이 아이를 찾기 위해서 포항시내를 얼마나 돌아다녔든지 택시 기사보다 골목골목을 더 잘 압니다. 어느 누가 이 엄마보다 더 아이를 잘 돌볼 수가 있겠습니까? 아이를 찾기 위해서 이렇게 애쓰는 엄마에게 아이를 돌려줘야 합니다.’ 뭐 이런 글을 썼어요. 써놓고 제가 읽어봐도 참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작문을 잘한 게 아니고 이 엄마가 저한테 와서 한 이야기들을 그냥 그대로 받아 쓰면서 정리를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 엄마는 가지고 가다가 선생님이 뭐라고 썼나 싶어서 버스간에서 뜯어봤답니다. 뜯어보고요 그 버스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데요. 그 아이가 풀려난 다음에 와서 그 얘기를 하더라구요.

오네시모가 편지 들고 가는 것을 상상해보면 그 생각이 나요. 이게 지금 자기한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뜯어보고 싶지 않았을까? 사도 바울이 이 오네시모의 생사를 염두에 두고 무슨 글을 썼는지 우리가 한번 읽어보기를 원합니다. 본문에 직접 들어가기 전에 이런 구절을 한번 찾아보세요.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예수께 미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 보면, 어떻게 가만 보면 약간 좀 미친 거 맞죠? 이 덥고 힘든 날 저녁에 또 뭐하러 여기 왔어요? 조금 제정신은 아니죠.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예수께 미쳐야 한다 뭐 그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이 안에 혹시 그런 표현이 있어요?

6절에

‘그리스도께 미치도록 역사하느니라’ 이렇게 되어 있죠. 이 구절을 보시고 그렇게 생각할까봐 제가 물어보는 겁니다. (웃음) 여기에 ‘미치도록’이라는 거는 그렇게 미친다라는 뜻이 아니고 ‘그리스도에게 이르도록 역사하느니라’ 그런 뜻입니다. 문맥대로 읽어가지 아니하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막 해석해 나가면, 그래서 은혜 많이 받으면, 글쎄요? 그렇게 은혜 받으면 좋을지 모르겠는데 위험합니다. 성경구절이 정확하게 무슨 말씀을 하는가에 집중해야 하지 비슷한 구절 나오면 자기 생각대로 은혜 받아버리고 그러면 안됩니다. 재미 삼아 드리는 얘기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틀림없는 얘깁니다.

사도 바울이 빌레몬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 부탁을 네가 꼭 들어다오.” 간단한 이 한마디 부탁을 안 들어줄 수 없도록 여러가지 이유를 답니다. “네가 이런 데도 내 말을 안 들어 주겠느냐?” 이러면서 이유를 단 것을 찾아보니까 스무 가지가 나와요. 스무 가지 다 소개할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아서 군데군데 쉽게 찾아지는 것만 소개를 드리도록 할테니까 나머지는 집에 가셔서 음미해 보십시오. 혹시 직접 들어가기 전에 혹시 발견한 거 있습니까? 몇 절이라고 대답하실 것 없습니다. 어디 짚어도 다 있으니까요.

6절.

6절에 뭐요? 몇 절하지 말고 딱 하나 짚으세요. 한 절 내에 여러 개가 들어있는 수도 있습니다. ‘성도에 대한 네 사랑과 믿음이 있음을’ 이게 어떻게 부탁을 들어주는 것과 관련되죠?

쉬운 것 많이 있는데 괜히 어려운 거 찾아가지고 대답하기 어렵잖아요. 쉬운 것 참 많아요. 사랑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는 일종의 빌레몬에게 칭찬하는 것입니다. 원래 부탁하기 전에 뭐부터 해야 되요? 칭찬부터 많이 해야죠. 그래서 이 안에 칭찬하는 말이 많습니다. 네게 사랑과 믿음이 있다라는 칭찬도 부탁을 잘 들어주게 하기 위해서 쓰는 말 중에 하납니다.

‘갇힌 중에서 낳은 아들 오네시모’

그게 어떻게 해서 부탁을 들어줘야 되나요? 바울이 여자예요? 어디서 애 낳았어요?

예수 안에서.

예수 안에서요?

감옥에서.

바울이 어떻게 해서 감옥에서 아이를 낳았어요? 빌레몬에게 갇힌 자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시작할 때도 한번 보세요. 1절에서도 ‘갇힌 자 된 바울’이란 말을 쓰죠. 갇힌 게 무슨 자랑인가요? 빌레몬도 예수 믿는 사람이고 바울도 예수 믿는 사람인데 왜 갇혔느냐? 다른 일로 갇히면 그건 자랑할 게 안되죠. 누구를 위해서요? 예수를 위해서 복음을 전하다가 갇혀 있는 나를 생각하면 빌레몬은 바깥에서 자유롭게 신앙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자유롭게 신앙 생활하는 사람이 복음을 위해서 갇힌 자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겠어요? 존경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좀 도와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것 아니예요. 그래서 자꾸 갇힌 자, 갇힌 자 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 이 갇힌 자 중에서 아들을 하나 낳았다? 오네시모가 내 아들이라는 얘기거든요. 빌레몬에게는 아마 자식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존경하는 선생님 바울은요? 결혼했어요? 안 했어요?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른답니다.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른다 이게 정답이고 심지어 어떤 분들은 결혼을 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합니다. 그건 저쪽 고린도전서에 가보면 결혼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해서 바울이 교훈을 주는데 정말 잘 압니다. 바울이 결혼한 적이 없다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부인이나 아이 얘기는 성경 어디에도 없거든요. 그래서 어떤 분들이 이건 추측입니다만 결혼은 했지만 바울이 예수를 믿고 회심하게 되자 부인에게서 버림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추측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랬다 해도 결국 이때는 부인도 없고 아이도 없이 혼자, 그저 혼자 복음을 위해서 헌신하다가 아들을 하나 낳았다. 그런데 너 이 아들 괄세할 거냐 이 말이죠. 너는 네 집에 처자식 다 있고 잘 살잖아. 나는 한평생 복음을 위해서 혼자 떠돌다가 지금 감옥에 갇혀서 여기서 아들 하나 얻었는데 너 이 아들 괄세할 거냐 그 얘깁니다. 이 정도 되면 빌레몬이 꼼짝 못하겠죠. 스무 가지나 있다 했는데 지금 겨우 두 세 가지밖에 안 나왔습니다. 또 있습니까?

너 때문에 많은 성도들이 평안을 얻었고 나도 너로 인해서 기쁨을 얻었고...

칭찬인 거 같아요?

칭찬이기도 하고 그만큼 믿음이 많이...

칭찬이기도 하고 빌레몬에게 그만한 믿음이 있으니까 네가 아마 내 말을 들어줄 것이다? 예. 좋습니다. 별로 없나봐요. 잘 안 찾아지네요.

네가 나의 말보다 더 행할 줄을 아노라.

아, 내가 부탁하는 것보다 네가 더 많이 행할 줄 안다. 나이 많은 선생님이 이런 부탁을 하면 차마 거절 못하죠. 이렇게 가면 끝도 없을 것 같으니 제가 정돈을 해 볼께요. 부탁을 하면서 제일 처음에 뭘 했느냐 하면 칭찬을 참 많이 합니다. 어떤 칭찬을 했느냐? 아까 몇 개 나왔는데요. 1절에 보시면 ‘우리의 사랑을 받는 자요 동역자’란 말을 쓰죠. 바울은 빌레몬에 비해서 나이도 많은 선생님이고 복음을 전해준 사람이고 빌레몬은 바울로 인해서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위대하신 선생님이요, 대 스승이신 사도 바울이 뭐라고 하느냐 하면 ‘사랑하는 자’로 그리고 또? ‘동역자’라고 불러주면 빌레몬이 어떤 느낌이 들겠어요? 황송하죠. 우리 선생님이 나를 동역자로 불러주신다. 그 다음에 인제 감사하고 기도하고 사랑과 믿음이 있다고 한 칭찬은 아까 나왔던 것이고요. 그 다음에?

네 믿음의 역사가...

예. ‘네 믿음의 교제가 우리 가운데 있는 선을 알게 해주고’ 이 모든 것들이 다 칭찬입니다. 빌레몬에게 많은 칭찬을 해줌으로써 자기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도록 얘기를 하는데 이 칭찬이라는 문제는 조금 생각을 해봅시다. 우리 아이들 가르칠 때 칭찬해주기보다는 보통 야단치는 일이 더 많죠. 사실은 야단치고 벌 주는 것은 즉석의 효과는 있지만 이게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부작용이 많아요. 되기는 될 것 같은데 부작용이 많습니다. 그래서 참 조심해서 써야 하는 것이 야단하고 책망하는 벌입니다. 그런데 칭찬은 효과가 좀 늦어요.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난 다음에 보면 그 칭찬 때문에 사람이 변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사실은 칭찬하는 연습을 좀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 떠드는 걸 별로 시끄럽다고 여기지 않는, 귀가 좀 이상해요. 그래서 어지간히 떠들어도 시끄럽다 소리 잘 안 하는데 교실에 이렇게 앉아 있으면 지나가던 다른 선생님이 자꾸 우리 교실에 들어와요. 아이들 야단칠려고 왔다가 보니까 선생님이 앉아 있으면 별 말 안하고 가거든요. 그런데 저만 없으면 우리 반 애들 다른 선생님한테 붙들려서 단체 벌도 받고 야단도 맞고 그래요. 그런데 담임만 붙어 있으면 애들 떠들어도 괜찮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게 떠든다 싶어요. 내 귀에 시끄러우면 그게 보통 시끄러운 게 아니거든요. 보통 박력 있는 선생님들은 그때 한마디로 끝내버리죠. “시끄럽다 임마.” 전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야들아 너거 좀 시끄럽제?” 하니까 “예” “시끄럽긴 시끄러운데 그래도 너거 참 밉지는 않으니 내가 눈이 잘못 됐나, 귀가 잘못 됐나?” 그냥 푸념하듯이 이러고 있어요. 그러면 얘들이 조용할까요? 양심껏 조금 낮아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막 웃고 떠들다가 눈치껏 조금 수그러들지만 그게 얼마 가나요? 그래도 시끄럽다고 고함 지르거나 박력있게 회초리를 드는 일은 거의 없이 푸념 비슷하게 이런 소리 한번씩 하다가 지나갑니다. 아이들이 듣기에 야단은 야단인데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세월 지나고 난 다음에 보면 야단도 이렇게 표현을 바꾸어서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유익하고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부부사이에 어떤 말을 많이 쓰시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부부사이에 좋은 말을 한마디 할려고 준비했어요. 속 마음은 ‘야, 참 당신이 이쁘다 하든지 아니면 당신이 멋지다’든지 한마디 하고 싶은데 튀어나오는 말은 좀 다르죠. 연습이 필요해요. 아침에 토닥거리고 헤어졌다가 저녁에 퇴근해서 오시면 어쨌건 오늘은 칭찬의 말, 좋은 말을 한마디 해야 되겠다고 현관문 손잡이를 돌릴 때까지는 괜찮은데 딱 보는 순간에 튀어나오는 말은 이게 다른 말이 나온단 말이에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누구나 다 마찬가지지만 시험 치러 가면 만나는 사람마다 늘 묻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공부 많이 했니?” “시험공부 많이 했어요?” 이렇게 물으면 “예. 많이 했어요.”라는 대답을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집에서 열심히 했음이 틀림없는데도 “공부 많이 했어요?”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안 했어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는 뭔가를 자꾸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습을 하시는 게 필요합니다. 텔레비젼 이렇게 쳐다보다가 옆에서 부인이 “여보, 여보, 저 탈렌트들 예쁘다 그치?” 그러면 뭐라고 그래야 돼요? 바른 말 하면 안돼요. 그때 바른 말 하면 안됩니다. “우와 정말 예쁘다.” 이러면 안돼요. “아, 저거 전부 화장발이야. 화장 안 해놓으면 당신이 훨씬 예뻐.” 진짜예요? 거짓말이에요.

참말이예요. (고대성 집사)

아니? 누가 참말이라고 해요? (웃음) 저렇게 뻔뻔스럽게 거짓말 할 수 있는 집안은 정말 행복한 집안입니다. 그렇게 터무니 없는 말을 해도 옆에 있던 부인이 ‘그 말이 진짜가 아니고 괜히 하는 소리다’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말이 듣기에는 좋은 거 맞죠?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그렇게 하는 것도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겁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그 얘기를 하긴 하겠지만 사람을 칭찬하고 좋게 말하는 거는 특히 한국 사람에게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연습을 좀 많이 하셔서... 제가 거짓말을 하라고 시키고 있나요? 좀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네요 그죠? 좀 하십시오. 연습으로도 하십시오.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그 다음에 인제 자기의 부탁을 꼭 들어달라고 하는 부탁 중에는, 8절하고 9절을 누가 얘기하셨는데 ‘명령할 수도 있지만’이라는 말을 합니다. 명할 수도 있지만 내가 선생님이고 내가 너희들에게 해준 거 감안하면 명령할 수도 있지만 명령하지 않고 뭐한다구요?

간구.

간구한다고 그러죠. 당연히 내가 너희에게 명령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하지 않고 부탁하는 거니까 내 부탁을 꼭 좀 들어다오 합니다. 17절에 무슨 표현이 나오죠? 빌레몬이 듣기에 충격적인 표현이 하나 나옵니다.

‘영접하기를 내게 하듯 하고...’

그런 말도 있지만요. 바로 그 앞에 ‘니가 나를 동무로 알진대’ 위대한 선생님이 “니가 나를 동무로 알거든...” 이러면요. 이 말 한마디에 안 녹겠어요? 우리 선생님이 내게, 존경하는 선생님이 나를 보고 “니가 나를 동무로 알거든...” 제 친구 중에 하나가, 그렇게 친하지는 않는 어릴 적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의 친구가 저하고는 좀 가까운 사이인데 대학교수입니다. 어느 날 교회학교 강사가 되어서 교회를 왔어요. 강의를 실컷 하다가 옆에 있는 이 친구를 보고요. “저기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했는데 이 친구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옛날에 몇 번 본적이 있긴 있지만 자기는 여기서 회사 말단 사원으로 있고 이 친구는 유명한 대학교 교수로 있는데 이 교수가 자기를 보고 친구라 했다고 기분이 좋아서 펄펄뛰고 좋아 죽을라 하더라구요. 뭐 나이도 똑같은데요. 그래도 훌륭하게 된 친구가 옛날 관계를 잊지 않고 자기를 친구로 불러줬을 때 느낌은 큽니다. 그런데 이 대 스승이신 사도 바울이 자기를 보고 ‘니가 나를 동무로 알진대 내 부탁을 들어다오.’ 이러는 거죠.

18, 19절에 가봅시다.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란 말이 있는데 지금도 우리가 뭐 할 때 꼭 친필로 써야 되죠?

싸인할 때.

뭐 할 때 싸인하시는데요?

카드 쓸 때.

카드 쓸 때요? (웃음) 다른 분은 몰라도 김은옥 집사님은 답이 바로 나올건데요? 은행에 돈 빌리러 가니까 꼭 친필로 쓰래요. 심지어 아버지 이름으로 빌리는데 우리 아버지가 글을 잘 못 쓰시거든요. 그래도 친필로 쓰라더라구요. 대신 쓰면 안된대요. 은행에 돈 빌릴 때 왜 친필로 쓰라고 합니까? 본인이 갚겠다는, 본인이 쓴 게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친필로 쓴다는 얘긴데 사도 바울이 여기에 혹시 빌레몬에게 빚 갚을 게 있으면 내가 갚겠다고 하면서 친필로 쓴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19절에요. ‘니도 내한테 빚이 있잖아. 그런데 나는 니가 나한테 진 그 빚을 갚으라고 말 안할께. 대신에 내가 니한테 갚아야 할 빚이 있으면 내가 확실히 갚겠다. 그러니까 부탁 들어다오.’

20절에요. ‘형제여! 나로 주 안에서 너를 인하여 기쁨을 얻게 하고’ 했지요. 니가 내 부탁을 들어줌으로 해서 내가 기쁨을 누릴 수가 있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데요? ‘복음을 위하여 감옥에 갇혀 있는 이 상태지만 니가 내 부탁을 들어주면 나로 기쁘게 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부탁을 들어다오.’ 이러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구를 하면서 재미있는 것은요 은근슬쩍 압력을 굉장히 많이 넣어요. 빌레몬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도록 압력을 많이 넣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아까 우리가 봤던 것 중에 몇 가지 나왔어요. 갇힌 자라는 표현이 있었죠. ‘너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를 믿으면서도 자유롭게 잘 살고 있잖아. 나는 갇힌 형편에 있잖아.’ 그 다음에요? 형제 디모데란 말이 2절에 나옵니다. 디모데도 아마 빌레몬하고 잘 아는 모양이에요. 디모데도 이걸 원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압력을 은근슬쩍 행사하죠.

9절에 보시면 ‘나이 많은’이라는 표현 나오죠? 나이 많은 것도 무슨 자랑이에요? 여기서 왜 나이 많다는 걸 언급합니까? 이렇게 늙은 내가 부탁하는데 너 안 들어줄래? 이런 얘기죠. 직설은 아니지만 은근하게 그런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 아까 우리가 봤던 ‘늙어서 감옥에서 낳은 아들’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이건 결정적인 것입니다. 11절에 보시면 너와 내게 이젠 유익한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12절에 ‘나의 심복이다’라는 얘기를 하죠. 15, 16절을 한번 보세요. 조금 어렵습니다. 15절만요. 이건 굉장한 압력입니다. 여기서 저가 잠시 떠났다는 거는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집에서 도망친 걸 말합니다. 그 다음 영원히 두게 된다는 거는요?

‘그리스도 안에서...’

그렇죠.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형제가 됨을 말합니다. ‘저가 너 집에서 도망을 쳐서 잠시 떠나 우리의 영원한 형제로 두게 하려함이다’라고 말하는 거죠. 이게 누구의 뜻에 의해서 되어졌다는 말입니까?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진 일이다라는 이야기죠. 네가 하나님을 믿노라 하면서 이 일을 거역할 수가 있겠느냐? 이거 대단한 압력입니다.

마지막에 처소를 부탁하죠. 처소 부탁은 이것도 압력입니다. 왜요? 내가 감옥에서 놓여나면 널 보러 갈 거라는 얘깁니다. 갈 때 만약 내 부탁을 안 들어 줬으면 내 갈 때 너 어떻게 날 쳐다 보겠느냐 이런 거죠. 좌우간 이 사도 바울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빌레몬이 부탁을 안 들어 줄 수 없도록 사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내가 너한테 명령을 한 가지 할테니까 너가 꼭 들어줘야 한다. 이것보다는 얼마나 간절하게 편지를 쓰고 있는지 모릅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는 이 글에서 오네시모의 고백을 들었을 때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해서 바울이 고민을 많이 했던 흔적이 이 속에 드러나는 거죠. 오네시모에게 있어서 바울은 바로 ‘어려울 때의 친구’죠. 바울 자신이 친구라 그랬으니까 우리에게도 이런 친구 하나쯤 있어야 안돼요?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렇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친구 하나 있어야 안돼요? 있어요? 없어요? 사도 바울이 오네시모를 위해서 이렇게 간구하는 것을 어디서 배웠는지 아십니까?

사도 바울이 하는 모든 것은 예수님께 배운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1장 1절에 보면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 너희도 나를 본받는 자 되라’ 저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는 이 말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너희는 나를 본받으라고 말할 수 있나 말이죠. 사도 바울 외에는 본 적이 없어요. 현재까지요. 그런데 그 앞에 한마다 붙였어요.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같이’라는 말을 하거든요. 사도 바울이 어디에서 이런 태도를 배웠느냐?

예수님께 배운 겁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고생 많이 하시고 난 다음에 지금 하늘나라 가셔서 편안하게 잘 계시죠? 어? 뭐하고 계시는지 몰라요? 지금도 우리를 위해서 간구하고 계십니다. 여기 사도 바울이 오네시모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오네시모를 살려내려고 간구하고 있는 이것이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간구하시는 그 기도라는 사실입니다. 나중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 다시 섰을 때에 혹시 우리 죄로 인해서 우리가 영원한 형벌에 빠져야 하는 것이 당연할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바로 우리를 위해 이렇게 간구하시는 예수님이 계시는 겁니다. 이런 간구를 통해서 우리들을 죽음에서 건져내시는 겁니다. 이것을 우리가 믿고 있으면 이미 우리는 이 모든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네시모에게 바울이라는 놀라운 선생님이 계셨고 놀라운 친구가 있었듯이 우리에겐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간구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그걸 믿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 믿는 재미가 넘쳐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절하게, 간절하게 부탁을 하는데 오네시모가 만약에 하도 궁금해서 이걸 살짝 뜯어보았다 칩시다. 어떤 느낌이 들겠어요? 선생님이 ‘내만 믿고 이 편지 갖고 가라’고 했는데 내용을 봤더니 ‘아, 우리 선생님이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간구를 하셨다.’ 아마 오네시모는 이 정도의 선생님 같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를요 이런 나를 자기의 심복이라고 하지를 않나, 이런 나를 자기의 아들이라고 하질 않나, 오네시모가 이 글을 보고 얼마나 감동했을까요? 우리에게도 이런 제자가 있어야 할텐데...

그런데 이 오네시모를 보내면서 바울이 하는 부탁이, 오네시모를 살려달라, 뭐 이런 얘기는 안에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부탁을 했습니까?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서 내 부탁을 들어달라 했는데 그러면 정작 부탁하는 내용이 뭐예요?

형제로 둘 자라.

형제로 둘 자라? 그러니까 내 부탁을 들어달라는 겁니다. 17절 한번 보세요. 일단은 저를 영접하라는 거죠. 영접 안하면 어떻게 하는데요? 죽을 수밖에 없죠. 영접하라는 것이 결국 형제로 받아들이라는 얘깁니다. 받아들여서 그 다음 어떻게 하는데요? 집에 놔두라구요? 돌려보내 달라는 겁니다. 13절 한번 보십시오. 바로 그 앞에서부터요. ‘저는 내 심복이라 저를 내게 머물러 두어서 내 복음을 위하여 갇힌 중에서 네 대신 나를 섬기게 하고자 하나’ 이 말이죠. 이 오네시모를 내 곁에 두고 니 대신에 나를 섬기게 하고 싶다는 겁니다. 이 오네시모가 그렇게 중요하고 꼭 필요한데 단지 네 허락없이는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을테니까 일단 오네시모를 보낸다. 그러면 오네시모를 네가 영접하고 그 다음 오네시모를 다시 내게 돌려보내라는 겁니다. 오네시모가 이렇게 먼 길을 갔다가 주인을 만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는 몇 달이 걸릴런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먼 길입니다. 그 사이에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마는 더 중요한 것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꼭 그래야 한다면 편지만 다른 사람한테 보내서 “야, 너희 집에서 도망간 오네시모 있지? 내가 그 종을 만나서 복음을 전했는데 예수 잘 믿고 이렇게 나를 잘 도우고 있으니까 내가 데리고 있을께. 그가 네 대신 나의 일을 도울 수 있도록 허락하는 편지만 한 통 보내주라”고 하면 안됩니까?

완전하고 확실하게 용서를 해주라는... 머리 속으로만 용서가 아니라, 주인의 물건 훔쳐간 것까지 완전하게 용서를 얻도록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직접 대면하면 확실하게 용서가 된다는 말이죠? 약간의 일리는 있습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명확한 답은 이 안에 있어요.

자의로.

그렇지요. 선한 일이 억지가 되지 않게 하려구요. 여러분, 한번 보세요. 바울이 지금 감옥에 갇혀서 복음을 전할려면 얼마나 장애가 많고 불편하겠습니까? 그런데 옆에서 일을 잘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유익합니까? 이 오네시모가 자기를 도와주니까 복음을 전하는데 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 오네시모를 빌레몬에게 돌려보내 버리면 당분간 참 불편해요. 바울에게 있어서는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소중한 것은 빌레몬이 가지고 있는 그 선한 뜻을 밝히 드러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쉽게 설명을 하면, 일을 열심히 해서 남긴 업적보다 더 소중한 것은 빌레몬이라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교회 일 열심히 하다가 싸우고 갈라지는 경우 더러 있죠. 교회 일을 열심히 할려다 보면 부딪쳐서 싸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저도 교회 일 열심히 했던 사람이니까 외우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교회 일도 하다 보면 많이 부딪치거든요. “아, 이놈의 새끼 마!” 참, 설교시간에 이러면 안되죠? 가서 혼을 좀 내야겠다고 따지러 가서는 ‘아이고 그래도 나이 살이나 하나 더 먹은 내가 참아야지’ 그래서 좋은 말로 돌아옵니다. 그 다음 또 이쪽에 싸우러 갑니다. 그러면 저기는 내보다 나이가 더 많아요. 싸울 일이 생기긴 생겼지만 그 분도 열심히 일하자는 얘기고 저도 열심히 일하자는 얘긴데 하다 보면 교회 안에서 시간 관계나 공간의 부족, 혹은 일의 앞뒤가 잘 맞지 않아서 다툼이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나이 많은 분 찾아가서 또 어쩝니까? 한 살이라도 많은 당신이 참아라? 그것 안되거든요. 그 때는 또 어째요? ‘아이고 한 살이라도 적은 내가 참아야지 뭐 어쩌겠노’ 이러면 교회 안에서 싸울 사람이 없어져버려요.

어떻게 교회 안에서 싸울 수가 있습니까? 왜요? 내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보다, 그 일의 결과보다 더 소중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형제로 만드신 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그 무엇보다 이 형제가 더 소중하니까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죠. 바울이 오네시모를 데리고 있으면 많은 일을 더 잘 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빌레몬의 선한 뜻을 밝히 드러낼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마는 그것으로 인해서 형제를 다치게 하거나 갈라서거나 싸우게 되는 일은 결단코 있을 수 없습니다.

저도 피아노를 좀 치거든요. 그런데 군에서 제대할 때 의병제대를 하게 됐기 때문에 제대할 날짜를 제가 결정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11월말쯤에 제대를 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계시는 목사님이 성탄절 지나고 가라고 하도 붙잡아서 군인이 제대를 기다리는 것은 사슴이 시냇물을 사모하는 것보다 더 할 걸요? 제대 날짜를 기다리는 하루 하루는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모릅니다. 단 하루라도 더 있기 싫거든요. 그래서 저는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은 대답을 이렇게 했죠. “전 11월말로 나가고 싶습니다.” 제 의사를 분명히 말씀드리고 “그러나 교회 일 때문에 그러하시다니까 결정은 목사님께 맡기겠습니다.” 목사님이 결정을 내려줬습니다. 12월말로요. 제가 많이 섭섭했죠. 차라리 제대를 해서 나간 상태에서 밖에 방을 하나 얻어두고 일 때문에 들어오라 하면 그게 좀 낫겠는데 그래도 마 일단 그랬으니까 됐다. 이러고 있는데 며칠 뒤에 어느 친구가 “야, 니, 12월 말에도 못 나가겠다. 그 목사님이 있잖아 3월달까지 붙잡아 놔라 이랬데이.” 이러는 거 있죠. 정신을 못 차리겠대요. 그래서 그 목사님과 싸우다시피해서 결국은 성탄절만 지내고 나오긴 나왔습니다만 그 때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고 다짐한 말이 있습니다. ‘나’라는 이 인간 하나를 소중하게 여겨주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한 재주 그것만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위해서 난 평생 일하지 않겠다. 군인이 군대에서 나갈 수 있어 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바램이고 희망인데 그것 일단 무시하고 그냥 교회 피아노 좀 쳐줘야 된다라는 것 때문에 붙잡아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죠.

그래서 저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거기서 거꾸로 배웠는지 모릅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조그만한 능력이나 재주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력이나 이것보다 그 영혼 하나 하나를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러다가 빌레몬서를 보니까 세상에 바울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말이죠. 자기에게 지금 오네시모가 얼마나 아쉽고 필요한 사람인데 그 빌레몬의 선한 뜻을 분명하게 살려주기 위해서 자기가 누릴 수 있는 많은 유익을 포기하고 오네시모를 보낸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군에서 제대하고 나와서 성경을 읽다가 이 장면을 보고 참 감동을 많이 받았죠. 우리는 우리 믿는 형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 형제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비록 그가 아무 능력도 없고 하는 짓은 영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귀한 자녀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우리는 형제를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능력 있고 잘 생긴 사람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동일하게 소중하다는 뜻이죠. 정리를 하겠습니다.

여기에 나타나 있는 바울의 이런 모습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우리의 모습이 될 수 없을까요? 오네시모를 위해서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이 바울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일 수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있어요.

있죠. 북한에도 참 고생당하며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기도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예수 믿으면서 여기서 이런 평안을 누리고 있을 때에 이 평안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신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세상에서 우리보다 더 똑똑하지만 결국은 죽음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 그들을 위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빌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바울을 닮아가는 것이죠.

경우에 따라서 우리는 오네시모가 될 수 없을까요? 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내가 바울을 닮았나? 오네시모를 닮았나? 이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론은 오네시모 쪽이더라구요. 어떤 오네시모일까요?

도망친 노예로 잡히면 죽는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오네시모?

복음을 받아드려서 바울을 돕느라고 헌신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깊은 비밀을 지닌 오네시모?

죽을 각오를 하고 선생님의 편지 한통을 들고 주인을 찾아가는 오네시모?

주인에게 용서를 받고 ‘가서, 선생님을 잘 도우라’는 명을 받고 다시 바울에게 돌아오는 오네시모?

오네시모가 주인에게 용서를 받고 바울을 만나러 되돌아 올 때의 마음이 어떨 것 같습니까? 주인을 만나러 갈 때는 선생님이 편지를 잘 썼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주인에게 자수하러 가긴 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굉장했을 겁니다. 시집 가실 때 연애를 몇 년씩이나 하고도 결혼 전날 두렵기는 마찬가지죠? 아무리 잘 아는 사람과의 가슴설레는 결혼이라도 날 잡아놓고 기다릴 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물며 빌레몬은 우리 주인님이 나를 용서해 주실 거라고 믿고 가긴 가지만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으니 마음이 그렇게 평안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주인님께 갔는데 주인이 그 편지를 보고 난 다음에 깨끗이 용서를 하고는 ‘알았다’ 그러고는 다시 한 보따리 싸서 주면서 이것 가지고 가서 바울 선생님을 잘 섬겨라 하고 돌려보냈을 겁니다. 오네시모가 다시 보따리를 하나 메고 바울을 찾아서 돌아옵니다. 그때 오네시모의 기분이 어땠을 것 같아요?

“내가 노예로 일생을 마칠 수 없다” 해서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한 사람입니다. 빠삐용보다 더한 사람이에요. 탈출에 성공해서 로마에서 숨어 살던 그 세월, 사도 바울을 만나서 복음을 받고 다시 빌레몬에게 돌아가라 할 때 갈등하면서 갔던 그 길들, 쭉 생각해 보면 파란만장한 과거가 아니었겠습니까? 죽을 죄를 용서받고 이제는 사도 바울 선생님께 가서 열심히 복음 사역에 동참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돌아가는 그 기분이 정말 어땠을까요? 바울 선생님도 고맙고 주인님도 고맙고 이 두 분이 나를 용서할 수 있게 해준 예수님도 고마웠을 겁니다. 아마 보는 사람마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일에 대해서 감사했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의 모습이 바로 이 오네시모의 모습 아닐까요?

예수 믿는 사람들이 그런 의미에서 범사에 감사할 수 있는 거죠. 이래도 감사, 저래도 감사. 남이 보면 좀 이상하다 안그러겠어요. “저 자식 왜 저래 싱글싱글 웃고 있지?” 하늘 쳐다보고 웃다가 돌뿌리에 걸려서 퍽 엎어져도 웃으며 일어났을 것 같아요. “아이고 이것도 감사합니다.” 했을 것 같아요. 바로 이런 오네시모의 기분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게 된 것은 감옥에 갇혀 있는 꾀죄죄한 영감이 가르쳐 준 그 복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우리의 구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이만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놀라운 사실이라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오네시모의 평안과 기쁨을 누려야 합니다. 그가 과거에 누렸던 그 많은 아픔들은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이 평안과 기쁨이 어디서 왔죠?

두 가지 사실을 기억합시다. 복음을 받아들인 것과 사도 바울의 말씀에 순종한 것 말입니다. 복음을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사는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이 구원을 누리고 즐거워하는 것 뿐입니다.

혹시나 해서 조금만 더 부언하겠습니다. 아까 오네시모가 집을 나갈 때 도둑질을 좀 해서 갔으니까 나쁜 놈 아니냐 이렇게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네시모를 질이 나쁜 단순한 도둑이 아니라 노예로 살 수 없다고 작심하면서 도망을 쳐야 되겠다고 마음 먹은 이게 보통 간덩어리가 아닙니다. 북한을 탈출해서 남쪽으로 내려오시는 분들 간혹 있잖아요. 그분들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오네시모가 빌레몬의 집에서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 빈손으로 나가면 곧 잡히게 되잖아요. 여비라도 좀 있어야 할테고 당분간 숨어서 지낼만한 돈이 좀 있어야 안되겠습니까? 그래서 재물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적어도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 좀 훔쳐서 들고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오네시모를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오네시모는 정말 나쁜 놈이었는데 예수 믿고 난 다음에 이렇게 변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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