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내 속을 뒤집어 놔도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노래하되 내가 사랑하는 자의 포도원을 노래하리라 내가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땅을 파서 돌을 제하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도다 그 중에 망대를 세웠고 또 그 안에 술틀을 팠도다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 예루살렘 주민과 유다 사람들아 구하노니 이제 나와 내 포도원 사이에서 사리를 판단하라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한 것 외에 무엇을 더할 것이 있으랴 내가 좋은 포도 맺기를 기다렸거늘 들포도를 맺음은 어찌 됨인고 이제 내가 내 포도원에 어떻게 행할지를 너희에게 이르리라 내가 그 울타리를 걷어 먹힘을 당하게 하며 그 담을 헐어 짓밟히게 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황폐하게 하리니 다시는 가지를 자름이나 북을 돋우지 못하여 찔레와 가시가 날 것이며 내가 또 구름에게 명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하셨으니 무릇 만군의 여호와의 포도원은 이스라엘 족속이요 그가 기뻐하시는 나무는 유다 사람이라 그들에게 정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포학이요 그들에게 공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부르짖음이었도다 [이사야 5:1~7]

그 때에 그 스랍 중의 하나가 부젓가락으로 제단에서 집은 바 핀 숯을 손에 가지고 내게로 날아와서 그것을 내 입술에 대며 이르되 보라 이것이 네 입에 닿았으니 네 악이 제하여졌고 네 죄가 사하여졌느니라 하더라 [이사야 6:6~7]

대강절을 지나면서 하나님의 아들이 왜 이 땅에 오셔야 했던가 하는 내용을 연속으로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 가지로 답이 가능하겠습니다만 제일 쉬운 답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안 들어서 그래요. 그렇더라도 안 오실 수 있죠.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들을 너무너무 사랑하셨기 때문이라는 답도 가능하죠.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아이가 없던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됐어요. 얼마나 좋던지 아이가 나기도 전에 출산용품도 사고 아기 옷도 사오고 기저귀도 잔뜩 사 놓았어요. 배도 불러오고 입덧도 하고... 할 것 다 했어요. 그런데 의사가 “상상 임신입니다.” 그랬어요. 아, 얼마나 실망스럽겠어요.

고3 아버지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잘 아시죠? 고3이 집에 하나 있으면 일년내내 비상입니다. 어쩌다가 집에 일찍 들어와서 텔레비전이라도 틀면 불호령이 떨어져요. “아바이가 돼서 아이 공부하는데 무슨...” 그럴 때 아버지가 볼 수 있는 텔레비전 채널이 3개가 있어요. 소리를 완전히 죽이고 화면만 볼 수 있는 채널이 첫째 바둑, 둘째 낚시, 셋째 골프 채널입니다. 이런 고생 끝에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떨어진 애는 멀뚱멀뚱 거리고 있는데 애 아버지가 땅 바닥에 퍼질고 앉아 울더랍니다. 얼마나 허무했으면? 지난 1년간 했던 고생을 생각하면서 울었는지, 이런 고생을 1년 더 해야 돼서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이해는 돼요. 이런 일 없기를 바랍니다. 참 허망한 일이잖아요, 그죠?

그런데 천지만물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이것보다 더 허망한 이야기를 하세요. 5장 1절 중간쯤부터 보세요, ‘내가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땅을 파서 돌을 제하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도다. 그 중에 망대를 세웠고 또 그 안에 술틀을 팠도다.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들 포도를 맺었다는 거예요. 우리가 농사를 안 지으니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실감이 잘 안 나요, 상상을 하는 수밖에. 포도를 따면 즙을 짤 것이라고 기대하고 술틀을 팠는데 특별히 술틀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나는 겁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이 짓이라도 안 했어야지 싶은 겁니다. 얼마나 허망하고 얼마나 답답할까?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많이 애 써야 되죠.

살다 보면 허망하고 슬플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아이 낳고 기르다가 슬플 때가 얼마나 많이 있었어요? 있는 것, 없는 것 안 먹고 아껴서 다 자식 주었는데 나중에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엄마가 “야, 너희들 키운다고 우리가 할 만큼 했다. 우리가 안 해준 게 뭐니?” 아이들 답이 뭔지 아세요? 제발 그런 일 없기를 바랍니다. “엄마가 좋아서 했잖아, 내가 언제 해 달라고 했어?” 이거 어떻게 해요?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죠? 좋아서 해 준 것은 맞아요. 그런데 이렇게 나오면? 부부지간에 싸울 때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당신한테 안 해준 게 뭐고?” 유명한 답입니다. “해준 건 뭔데?” 아니, 한 사람은 성심 성의껏 한다고 했는데 상대편에서 “해준 것 뭔데?”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허망한지 모릅니다. 한다고 했는데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향해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내가 기름진 땅에 돌을 제하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이게 어째서 들 포도나무가 맺혔느냐? 말이죠. 하도 하나님께서 속이 뒤집혀 하는 말씀이 4절 앞부분입니다,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한 것 외에 무엇을 더할 것이 있으랴’ 이것을 우리가 흔히 하는 식으로 말하면 “내가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이런 겁니다. 하나님께서 하실 만큼 다 했단 말입니다. 더 이상 무엇을 더 잘 하겠느냐?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얼마나 괴롭혔으면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까요?

그런데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들 포도나무가 생기는 수가 있나요? 이럴 수가 있긴 있나요? 거의 없죠.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죄가 있다면 누구에게 있을까? 굳이 따지면 농부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야죠. 아마 농부가 착각을 했었을 수가 있죠. 자기는 극상품 포도나무로 생각하고 심었는데 착각을 해서 들 포도나무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열심히 심는다고 심었는데 땅이 잘못 됐거나, 혹시 포도나무에 병이 들었어도 포도나무 책임이 아니잖아요?

자연 상태에서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들 포도가 맺히는 경우는 절대로 없어요. 이런 일이 딱 한 군데, 인간에게만 발생해요. 웬만하면 동물들도 사람의 은혜를 배반하지 않아요. 개도 주인이 사랑해서 은혜를 베풀면 그런 주인은 절대 물지 않아요. 그런데 사람만 은혜를 배신하는 경우가 있어요. 자연 생태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이런 현상이 왜 유독 인간에게만 일어날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에 ‘자유의지’라는 것을 주셔서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줘 버렸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간을 짐승이나 로봇처럼 만들었다면 은혜를 베풀면 그 은혜대로 반응을 해요. 로봇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면 주인을 배신할 수 있어요. 그러나 주인에게 절대로 배반하지 못하도록 로봇을 만들었다면 이 로봇은 절대로 주인을 배반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누구 탓이죠? 우리를 그렇게 만든 하나님 탓이죠.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참 많아요. 굳이 따지자면 하나님을 원망해야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에 얼마만큼 사랑하셨기 때문에 이런 자유의지를 주셨는지 꼭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에 너무너무 사랑하셨고 그 사랑의 표시로 하나님 닮게 만드시면서 하나님께서 갖고 계신 ‘자유의지’를 주신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고생을 많이 해요. 우리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도 참 고생을 많이 하신 거죠. 왜 하나님께서 그러셨을까? 자연 만물이 아무리 많고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것은 하나님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재산 목록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집도 없고 땅도 없고 돈도 없어요. 오로지 자기 백성의 이름만 있어요. 사람만이 하나님에게 귀한 거예요. 쉽게 말해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자기 자녀로 낳은 셈이죠. 자녀를 낳고 길렀는데 부모를 몰라 본 겁니다.

이사야가 처음에 소나 나귀도 주인을 알아보는데 어떻게 된 내 백성은 자기 주인도 못 알아보느냐고 그랬습니다. 자녀가 부모 못 알아보면 사고 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잘 살아 보겠다고 나갔습니다. 자기 마음대로 나갔으면서 망하자 ‘우리 부모님이 왜 나를 낳으셨나?’ 이러면 정말 나쁜 인간이죠?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 거다. 차라리 우리를 짐승같이 만들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하지 않을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에요. 말은 맞을 수 있는데 머리가 참 나쁜 사람이에요.

아이 낳고 기르는 것 참 힘들죠? 이 아이가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진짜 못된 놈이 될지 몰라요. 이렇게 불확실한데도 아이를 낳고 기르나요? 그렇게 불확실하고 힘든데 차라리 예쁜 강아지나 한 마리 기르면 안 될까요? 신혼부부한테 그렇게 말해 보세요. 누가 바보죠? 그런 말 하는 사람이 바보예요. 하나님께서 강아지 기르는 대신 우리를 낳고 자녀로 삼으셨는데 이 자녀가 커서 하나님 속을 박박 긁어 놓았더라, 이게 이스라엘의 역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할 수 있는 일 정말 다 하셨어요. 그런데도 이 극상품 포도나무가 들 포도를 맺었단 말이에요. 그럼 이 포도원 어떻게 해요? 5절, ‘이제 내가 내 포도원에 어떻게 행할지를 너희에게 이르리라 내가 그 울타리를 걷어 먹힘을 당하게 하며 그 담을 헐어 짓밟히게 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황폐하게 하리니 다시는 가지를 자름이나 북을 돋우지 못하여 찔레와 가시가 날 것이며 내가 또 구름에게 명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하셨으니’라고 하잖아요.

담을 허물고 구름에게 명하여 비를 내리지 않겠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애쓸 것 뭐 있어요? 그냥 내버리면 되지. 굳이 담을 허물 것 뭐 있어요? 그냥 버리면 되지. 비가 오든지 말든지 버리면 될 텐데 일부러 이걸 파괴하다시피 그러시나요? 좋은 포도원 만들기 위해 들인 정성을 생각하면 그냥 버릴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부서뜨리고 망가뜨리겠다고 하시는 것은 그냥 포기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러다가 뒤에 가면 또 회복의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이 지난번에 이야기한 ‘셋 만에 안 나오면 죽는다. 하나, 둘, 둘 반의 반...’ 이러시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한 번 하겠다고 하시면 단번에 끝내야 하잖아요? 그래야 하나님의 권위가 서잖아요?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런 거예요. 북한에 젊은 지도자가 들어섰는데 고모부 되시는 어르신께서 박수를 건성으로 쳤다는 거예요. 그것도 먼 산을 보면서... 어떻게 쳐야 돼요? 북한 박수 아세요? 정말 뜨겁게 열렬히 쳐야 되는데, 어디 지도자가 들어서는데 박수를 건성으로, 먼 산 쳐다보면서 쳤다고요? 이게 죽을 죄가 된 거예요. 하물며 하나님께서 (하나님, 참 죄송합니다. 인간같지 않은 인간에게 비교해서 안 됐습니다만) 천지 만물의 주관자 되시는 그 하나님께서 한 번 죽는다 했으면 끝나야 되는데 이게 왜 이렇게 말이 이어지고 길어지느냐 말입니다.

하나님은 징계를 말씀하셔도 징계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징계의 말씀을 계속 반복해서 하시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징계를 피해서 회복의 길로 가라는 뜻입니다. 저 북한의 지도자들은 두 번 말 안 할 거예요. 악한 사람들이니 한 번 선고 떨어지면 끝! 그건 정말 악한 거예요. 하나님께서 이 포도원을 허물어 버리고 먹히게 하고 비도 안 오게 하고 황폐화 시켜버리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그냥 끝낼 수 없다, 지금이라도 너희가 돌이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선지자들이 심판을 예고 할 때는 항상 회복의 이야기가 따라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장절을 끊을 때에 5장과 6장을 떼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붙여서 가려고 하는데 본문이 너무 길어서 6장 한 부분만 봤는데 그 바로 뒤의 이야기가 하나님께서 이사야를 부르시고 일을 맡기시는 대목으로 이어집니다. 이 죽어 마땅한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서 이사야를 통하여서 하나님 말씀을 또 전하는 거예요. “네가 가서 이 메시지를 전해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심판하실 때, 아니면 자기 백성을 심판 하실 때 심판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지혜 자를 없애버리는 거예요. 지혜 자가 없어지는 것은 굉장한 심판입니다. 지혜자가 없어지면 한꺼번에 몰살당할 위험이 많은 겁니다. 지혜로운 지혜자가 없으면 이상한 사람이 지도자가 돼서 나라를 완전히 말아 먹어요.

한 때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살았던 나라 중에 그런 나라가 여럿 있습니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의 초기에 우리나라도 이 나라의 절반만큼 되었으면 좋겠다던 나라가 여럿 있었어요. 그 나라들이 지금 우리보다 너무너무 형편없이 살고 있어요. 예외 없이 지도자를 잘못 만났어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때에 지혜자를 없애는 방법을 쓰시기도 하는데 이사야를 세워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하는 것은 회복의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이사야가 다시 등장해서 하나님의 심판 이야기를 하는데 잘 들어보면 그 속에 메시야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가 결국 7장에 가면 메시야의 탄생 예고가 등장합니다.

이사야가 부름 받은 것은 웃시야 왕이 죽던 해라고 합니다. 웃시야 왕은 이스라엘과 싸웠던 앗수르의 기록에 의하면 지중해 연안에 있던 나라들 중에 우두머리라는 평가가 있어요. 그러고 보면 이 웃시야는 대단히 강성한 나라를 이끌었던 위대한 지도자였어요. 이런 웃시야가 죽었다는 것은 나라가 흔들릴 가능성이 굉장히 많은 거죠. 앗수르가 아주 강하게 살아나고 있던 그 시대에 앗수르에 맞서서 용감하게 싸워서 나라를 잘 지켰던 웃시야 왕이 죽은 겁니다. 그러니까 이사야가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 기도했을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 기도 가운데서 이사야가 본 것은 성전에 좌정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모습입니다. 하나님께서 높은 보좌에 앉으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통치하신다는 얘기고, 그 장면은 “이사야야, 이스라엘의 진짜 왕은 웃시야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이시다.” 라는 것은 보여 줍니다. 그 하나님을 이사야가 만나자마자 깨달은 것은,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 한 번 만나면 소원이 없겠다 싶고, 하나님 만나면 무슨 이야기 하고 싶으셔요? 마음에 품어는 두세요. 그리고 연습 많이 하세요. 왜요? 만나는 순간에 그 말은 깨끗이 사라지고 생각도 안 날 가능성이 많아요.

이사야가 하나님을 뵈옵더니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입술이 부정하다는 겁니다. 입술이 부정하니 이 입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갔다가는? 죽어야죠! 선지자가 입술이 부정하다? 이거 참 큰일입니다. 하나님께 말씀할 수가 없어요. 가수가 목소리를 잃어버리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죠. 소금이 맛을 잃으면? 소금 아니에요. 선지자가 입술이 부정하게 되었다면 그 입을 가지고 어디 가서 하나님 말씀 전한단 말입니까? 죽은 거나 마찬가지죠. 그런 선지자를 하나님께서 회복시켜 주셔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선지자를 회복시킨다는 것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스라엘을 회복시키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사야가 어떻게 해서 정하게 됩니까? 자기 노력으로 정하게 되는 게 아니에요. 자기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천사가 단에서 숯불을 가지고 와서 입술에 대었다고 적혀 있는데 아마 입술을 지져 버렸겠죠. 죄악을 깨끗이 태워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상징적인 의미죠. 단은 제물의 피가 흐른 곳, 다시 말하면 예수님의 피가 흘러 있는 곳에서 숯불을 가져와 이사야를 정하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하나님께서 이사야를 부르시는데 부르시는 방법이 참 기묘합니다. 전혀 하나님답지 않아요.

하나님께서 선지자를 부르시면 어떻게 불러야 되겠어요? “이사야야, 이리 와라. 내가 너한테 시킬 일이 있으니까 내가 너한테 하는 이 말을 반드시 백성들에게 잘 전해야...” 위엄에 가득 찬 모습으로 이렇게 말씀하셔야 어울리지 않을까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사야를 부르는 방법이 이래요, ‘내가 누구를 보낼꼬?’ 혼자 말하는 거예요. ‘누가 우리를 위해서 갈까?’ 이러고 계시는 거예요. 그냥 혼자 말씀하시고 계시는 거예요. 이사야를 불러서 “이것, 해라!”고 명령을 주시지 않고 은근히 알아서 대답을 해 줬으면 하는 거예요. ‘누가 갈 사람이 없을까?’ 혼자 말 하듯이 이러고 계셔요. 하나님 박력이 넘쳐요? 아니면 아이들 하는 말로매가리(맺고 끊는 것)가 없어요?

저는 이렇게 박력 없는 하나님이 참 좋아요. 제가 만난 하나님이 박력이 넘치는 하나님이었으면 전 일찍 신학교 갔을지 몰라요. 그런데 하나님은 “가, 임마.” 그러시지 않더라구요. ‘갔으면 좋을 텐데, 가는 게 맞지 않겠니?’ 이 정도밖에 말씀 안 하셔요. 전 이렇게 박력 없는 하나님이 참 좋아요. 내가 가라고 해서 마지못해 가는 것 말고 하나님의 뜻이 이러니까 네가 알아서 가면 안 되겠니? 이렇게 운만 은근슬쩍 떼는 거예요. 저는 이런 하나님이 너무너무 좋아요.

그런데 가끔 진짜 박력 있는 목사님들을 만나요. 어떤 목사님은 “나는 돈 있는 성도들에게 돈을 거둬서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서 돈을 쓰게 하는데 은사를 가졌습니다.” 하고 아예 선포를 해요. “장로는 5,000만원, 안수집사 1,000만원, 없으면 하지 마.”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야, 하나님도 안 그러실 것 같은데...’ 정말 박력 있는 목사님이에요. 목사님이 교회를 쓱 들어오시면 장로님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서 머리 짧은 사람들이 하는 식으로 90도로 절하고 지나가는데 저는 그런 장면 (말만 들었습니다) 봤다면 존경 안 할 것 같아요. ‘목사님이 저래서 되겠나?’ 이런 생각인데 그 교회 교인들은 “목사님, 멋있다.” 그런답니다.

참 천차만별이구나 싶기도 하고 참 박력 넘치는 목사님도 있구나 싶은데 제가 본 하나님은 그렇게 박력 넘치는 하나님이 아니시더라고요. 하나님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는 것 기억하세요. ‘누가 우리를 위해 갈꼬?’ 이사야가 들었어요. ‘내가 가야 되지 않겠나?’ 스스로 결단하고 나서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이런 하나님, 지독하게 말 안 듣는 자기 백성들 때문에 너무너무 힘들어 하시는 그런 하나님.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이런 하나님의 모습,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우리가 이해해 드리고 그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려야 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억지로 붙들어서 “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제가 이것을 이렇게 해야 되겠습니다.” 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이것이 정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라는 것, 그걸 기대하시고 우리를 억지로 끌고 다니지 않으셔요. 저는 이런 하나님이 너무너무 멋있게 보여요. 이사야를 정하게 하고 은근히 그를 부르셨던 하나님께 이사야가 “나를 보내소서.” 하고 엎드렸더니 하나님께서 그에게 메시지를 주시는데 그 메시지가 또 심판의 메시지예요. 이사야가 기대했던 것 하고는 좀 달라요. 여전히 하나님께서 심판하시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확실히 기억해야 할 것은 진정한 회복은 징계를 받고 돌이키지 않고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조건 용서하시고 무조건 없던 일로 하고” 이런 분 아닙니다. 먹으면 정녕 죽는다고 그러셨잖아요? 한번 하셨던 말씀은 철저하게 지키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결국은 독생자가 죽어요. 하나님께서 한번 뱉으신 말씀이 그냥 사라지는 법은 없어요. 결국 네가 죽어야 할 문제인데, 아니면 대신에 누구라도 죽긴 죽어야 할 문제니까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기로 하셨어요. 독생자가 대신 죽기로 하신 거죠.

하나님께서 한 번 하신 말씀이 그냥 넘어 가는 법은 없어요. 진정한 회복은 죽을 사람이 반드시 죽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사야를 통해서 심판을 외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반드시 회복에 있습니다. 그 회복을 위해서 결국은 하나님의 아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어떤 아버지도 자식을 죽으라고 때리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시라는 좋은 증거입니다. 그렇게 심판하겠다고 수도 없이 이야기 하시면서도 결국 죽으라고 때리시지는 않더라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징계, 징계, 징계를 반복하고 계시는 거죠.

6장 13절을 봅시다.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메시지의 끝부분입니다, ‘그 중에 십분의 일이 아직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황폐하게 될 것이나 밤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 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 하시더라’ 하나님께서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은 심판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루터기를 남기겠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이라는 거대한 나무를 완전히 잘라 버리겠다는 거예요. 그러나 잘라버려도 그루터기는 남겨 두겠다는 거예요. 이 그루터기에서 다시 싹이 돋아요. 이 싹이 자라나 이전보다 훨씬 더 큰 나무로 자라게 하겠다. 이것이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그런데 남아 있는 그 그루터기가 무엇입니까? 다시 싹이 돋아오를 그 그루터기는 조상들에게 하셨던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그 약속이 살아있다는 거예요. 이 약속이 살아 있어서 새로운 싹이 돋고 다시 하나님의 백성이 거대한 숲을 이룰 것이라고 하셔요.

노아시대에 하나님께서 이들을 다 쓸어버리겠다고 말씀을 하셨으면 다 쓸어버리지 왜 노아의 가족을 남겼느냐? 쉬운 답은 ‘노아는 당대의 의인이요, 하나님 말씀에 순종했더라’는 거죠? 그러나 그것은 정답의 절반 밖에 안돼요. 노아의 입장에서 보면 그 답이 맞을지 몰라요, 그러나 하나님 입장에서는 얘기가 좀 달라요.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약속하셨어요. 여인의 후손을 이 땅에 보내겠다고요. 모든 인류를 한꺼번에 멸해 버리면 여인의 후손을 보내겠다는 그 말이 헛말이 되는 거예요. 하나님께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어요.

그래서 막말로 모든 인류를 다 멸한다고 해도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을 남겨야 해요. 누구를요? 노아라고 하지 마세요. 여자를 남겨야 해요. 그래야 여인의 후손을 보낼 것 아니겠어요. 하나님에게 필요한 단 한 사람은 여자였어요. 그런데 여자만 남기면 안 되니까 한 사람을 더 붙여준 거예요. 그게 노아예요. 홍수 이야기 할 때 ‘노아는 당대의 의인이요, 완전한 자라’라고 하는 그 구절을 먼저 찾으세요. 그 구절 바로 앞에 ‘노아는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더라’는 구절이 있어요. 노아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어요. 그것을 히브리식 표현으로 하면 ‘노아는 하나님의 눈 속에서 은혜를 발견하였더라’는 겁니다.

온 세상을 멸해야겠다는 하나님의 분노의 눈빛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로운 마음을 노아가 읽었다는 뜻이에요. 하나님의 눈빛 속에 은혜가 없었다면 노아가 아무리 하나님께 순종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빛을 보지 못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찾으니까 노아가 들어오는 거예요.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노아가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하나님 편에서 보시면 하나님께 이유가 있는 거예요. 노아 편에서만 보면 당시 모든 사람들과 비교를 해서 의인이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좀 더 넓은 눈으로 아니, 하나님의 마음을 보는 눈으로 그런 것을 살피셔야 합니다.

하나님은 여자 한 사람은 꼭 살리셔야 했어요. 아담에게 약속하신 그 약속 때문입니다. 그 약속 때문에 바벨탑 사건으로 온 인류가 다 흩어졌지만 또 누군가를 찾아내야 해요. 여자의 후손을 보낼 통로를 확보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아브라함을 불러내셔요. 아브라함이 살아보겠다고 애굽에 가서 부인을 누이라 하다가 부인을 빼앗길 뻔 했잖아요? 잘못은 아브라함과 사라가 했잖아요. 그런데 벌은 바로가 받아요. 그 비슷한 사건이 몇 번 더 일어나잖아요? 아무리 봐도 이상해요. 거짓말 한 사람은 야단을 안 맞고 그 말을 곧이 믿고 부인을 데려간 사람은 야단을 맞아요. 이해가 잘 안 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편에서 보면 이해가 돼요. 하나님 보시기에는 엄청난 죄죠. 바로는 모르고 사탄의 하수인이 되어 있는 거예요. 하나님 편에서는 이유가 있는 거예요. 아브라함을 불러내신 것이나 이삭과 야곱을 선택하셔서 평생토록 그 뒤를 돌보고 있는 이유는 여인의 후손을 보내실 그 통로를 찾기 위함이요, 그걸 보호하고 계시는 겁니다. 뭐 잘났다고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이끌고 나와 하나의 민족을 이루어 가시느냐? 여인의 후손을 보내시려고 그러는 거예요. 이스라엘이 얼마나 말을 안 듣는지 몰라요. 이스라엘이 우리 자식 같았으면 벌써 버렸을 거예요.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끝까지 품고 갑니다. 수없이 징계를 하면서도 끝까지 품고 가요.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조상들과 맺은 언약 때문입니다. 그것이 이 본문에서 말하는 그루터기예요.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서 “야, 이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아.”라고 자기 백성들을 책망하셨어요. 이 백성들을 지도자들에게 맡겨 놓았더니 이 지도자들이란 작자들이 자기 백성들의 얼굴에 맷돌질을 하고 있었어요. 그게 지난 주에 말씀드렸던 거죠. 제목이 <그날에>였습니다. 좀 덧붙이면 <그날에 보자>, <그날이 되면 내 그냥 안 둔다> 그날까지 갈 것 뭐 있어요? 그냥 한 방에...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오늘 본문에 ‘어떻게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들 포도나무가 맺히느냐?’ 이것은 일종의 비명입니다, 비명! 이것이 하나님의 음성이 맞나요? 천지만물을 주관하시고 세상만물을 다스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맞나요? 능력만 따진다면 하나님께서 이러실 이유가 없어요. 말씀 한 마디로 이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분이신데, 하나님께서 이러시는 것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가 단순한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아무 것도 못하는 갓난아이가 아버지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느냐? 예, 있습니다. 능력 때문이 아니에요. 부자지간이라는 관계 때문에 이 아이가 아버지를 이리 뛰고 저리 뛰게 할 수 있어요.

가이드 포스트라는 잡지를 본 적이 있었는데 서양의 그리스도인들이 쓰는 글이에요.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도 할 수없는 일이라서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 있는 글입니다. 어린아이가 아빠한테 삐쳤어요. 그래서 자기 방 침대 밑에 기어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거예요. 아버지가 침대 앞에 엎드려서 아이를 설득해서 데리고 나오는 이야기예요. 차가운 방바닥에 아버지가 엎드려서 아이가 나오도록 설득하는 이야기예요. 6시간을 엎드려있더라고요. 한국사람 같으면 끄집어내는데 얼마 걸려요? 몇 초 걸려요? “안 나오나?” 이걸로 끝이잖아요. 우리는 그런 식인데 어떻게 된 셈인지 그 아버지는 엎드려서 6시간 동안이나 설득해서 제 발로 나오게 하는 거예요.

아버지가 아이를 대등한 인격으로 대하려면 이렇게 힘든 거예요. 우리는 그런 훈련이 잘 안 돼 있어요. 서양 사람들은 그걸 이야기 거리라고 써 놓은 것을 보고 “야, 이 사람들은 우리하고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이런 마음이 보여요. 능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평생에 ‘하나님께서 이런 것 하실 수 있을까? 이런 능력이있을까?’ 그것은 말도 꺼내지 마세요. 문제는 그런 능력을 갖추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다루시는지에 관심을 쏟고 그런 관점에서 성경을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하나님께서 순종하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능력으로 다루시지 않고 이들이 언젠가는 하나님 앞에 바로 설날이 있을 거라, 그래서 끝까지 참고 인내하며 가끔씩 치기도 하면서 이끌고 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보기에는 하나님께서 이러시는 것 같아요. “너희가 아무리 내 속을 뒤집어 놔봐라, 그래도 나는 끝까지 간다.” 좀 험한 표현을 쓴다면 “너희가 아무리 내 말에 순종하지 않고 네 멋대로 간다 해도 나는 반드시 남길 놈은 남겨 가지고 끝까지 간다.” 이런 뜻이에요. 이런 뜻을 담아서 ‘나는 여호와라’ 하셔요.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여호와야.” 이 말은 “나는 한 번 했던 일 끝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성깔 있는 하나님이 참 좋아요. 조금 전에는 박력 없는 하나님이 좋다더니? 정말 성질 있는 하나님이세요. “네가 안 해도 나는 하고야 만다. 끝까지 하나 안하나 두고 봐라.” 결국 하나님은 독생자를 희생시켜서 그 일을 이루시고야 마는 분이세요. 저는 이런 하나님이 참 감사해요. 성탄절을 기다리면서 이런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시고 ‘하나님께서 이런 아픈 마음을 품고 우리에게 하나님의 아들을 보내셨구나!’ 기억하면서 우리로 인해서 하나님께서 시원해 하실 수 있는 성탄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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