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를 속인 자식에게 복을?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이삭이 야곱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가까이 오라 네가 과연 내 아들 에서인지 아닌지 내가 너를 만져보려 하노라 야곱이 그 아버지 이삭에게 가까이 가니 이삭이 만지며 이르되 음성은 야곱의 음성이나 손은 에서의 손이로다 하며 그의 손이 형 에서의 손과 같이 털이 있으므로 분별하지 못하고 축복하였더라 이삭이 이르되 네가 참 내 아들 에서냐 그가 대답하되 그러하니이다 이삭이 이르되 내게로 가져오라 내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먹고 내 마음껏 네게 축복하리라 야곱이 그에게로 가져가매 그가 먹고 또 포도주를 가져가매 그가 마시고 그의 아버지 이삭이 그에게 이르되 내 아들아 가까이 와서 내게 입맞추라 그가 가까이 가서 그에게 입맞추니 아버지가 그의 옷의 향취를 맡고 그에게 축복하여 이르되 내 아들의 향취는 여호와께서 복 주신 밭의 향취로다 하나님은 하늘의 이슬과 땅의 기름짐이며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네게 주시기를 원하노라 만민이 너를 섬기고 열국이 네게 굴복하리니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를 축복하는 자는 복을 받기를 원하노라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기를 마치매 야곱이 그의 아버지 이삭 앞에서 나가자 곧 그의 형 에서가 사냥하여 돌아온지라 그가 별미를 만들어 아버지에게로 가지고 가서 이르되 아버지여 일어나서 아들이 사냥한 고기를 잡수시고 마음껏 내게 축복하소서 그의 아버지 이삭이 그에게 이르되 너는 누구냐 그가 대답하되 나는 아버지의 아들 곧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 이삭이 심히 크게 떨며 이르되 그러면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 자가 누구냐 네가 오기 전에 내가 다 먹고 그를 위하여 축복하였은즉 그가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니라 에서가 그의 아버지의 말을 듣고 소리 내어 울며 아버지에게 이르되 내 아버지여 내게 축복하소서 내게도 그리하소서 이삭이 이르되 네 아우가 와서 속여 네 복을 빼앗았도다 에서가 이르되 그의 이름을 야곱이라 함이 합당하지 아니하니이까 그가 나를 속임이 이것이 두 번째니이다 전에는 나의 장자의 명분을 빼앗고 이제는 내 복을 빼앗았나이다 또 이르되 아버지께서 나를 위하여 빌 복을 남기지 아니하셨나이까 이삭이 에서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그를 너의 주로 세우고 그의 모든 형제를 내가 그에게 종으로 주었으며 곡식과 포도주를 그에게 주었으니 내 아들아 내가 네게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에서가 아버지에게 이르되 내 아버지여 아버지가 빌 복이 이 하나 뿐이리이까 내 아버지여 내게 축복하소서 내게도 그리하소서 하고 소리를 높여 우니 그 아버지 이삭이 그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네 주소는 땅의 기름짐에서 멀고 내리는 하늘 이슬에서 멀 것이며 너는 칼을 믿고 생활하겠고 네 아우를 섬길 것이며 네가 매임을 벗을 때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떨쳐버리리라 하였더라 [창세기 27:21~40]

서울 사람들은 좀 나을지 모르지만, 시골 사람들이 아이를 서울 보내서 공부시키면 등골이 휜다는 말이 있어요. 빈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학을 시키려면 등록금 부담도 요즘 만만치 않는데 등록금보다 더 어려운 게 사실은 생활비입니다. 시골에서 등록금 대랴 생활비 매달 보내랴 정말 힘든 거예요. 그래서 돈 되는 것은 다 팔고 그래도 안 되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남의 비위 다 맞추어 가면서 돈을 구해다가 공부를 시킵니다.

그렇게 공부시켜놓고 결혼까지 다 시키면 자식들이 부모 은혜를 알고 잘 갚아주죠? 애당초 기대도 안 하지만, 사실 기대해도 별 수 없어요, 그래도 듣고 싶은 말 한 마디는 있죠? 그런데 만약에, 결혼시켜서 살림까지 내줬더니 한다는 얘기가 “아버지! 늙어서 우리 덕 보려고 공부 시킨 것은 아니죠?” 이렇게 나오면 그 말이 맞아요, 안 맞아요? 늙어서 덕 보려고 공부시킨 것은 아니죠. 그 말이 맞다면 섭섭하진 않겠죠? 잘 하면 울화통이 터져서 오래 못 살지도 모릅니다. “그래 맞다 이 놈아.” 그래 놓고 돌아서서 속으로 ‘아, 자식에게 속아도 속아도 이렇게 속을 수 있겠나?’ 이런 느낌이 안 들겠어요?

자식들은 자식들 나름대로 좋은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아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렇게 고생하면서 공부시키고 취직시켜 결혼까지 했는데, 그 은혜 좀 갚으려고 한 달에 생활비 얼마라도 보내려고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그게 현실입니다. 못 보내더라도 말만이라도 “아버지, 어머니 이번 달에 용돈을 얼마 보내려고 했는데 무슨 일이 생겨서 못 보냈는데 다음 달은 꼭 보낼게요.” 하고 말하세요. 다음 달에 가서 또 딴소리 하더라도… 그럼 부모님이 덜 섭섭해요.

부모가 자식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면 얼마다 속이 아픈지 모릅니다. 여러분 평생에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다행히 별로 능력이 없는 우리들은 자식들에게 속아도 크게 속지는 않아요. 문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크게 속습니다. 재산이 많은 아버지라든가, 큰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시든지, 아니면 옛날에 임금님이신 아버지를 속였다면 이건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커집니다. 아버지라도 왕을 속였다면 처형감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주 오래 전, 김일성이 등장하는 드라마 중에서 이런 장면이 있어요. 북한 정권의 2인자가 수령님의 대변을 몰래 훔쳐서 건강 검진을 했던 모양이죠? 그런데 들켰어요. 수령님께서 총을 딱 들이대며 묻습니다. “그랬냐?” 임금님의 대변도 특급 비밀입니까? 비밀입니다. 함부로 취급하면 안 돼요. 잘 검사를 해보면 앞으로 몇 년 안에 돌아갈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도 있는 문제예요. 그래서 수령님의 건강 문제도 특급비밀에 해당되는데 그걸 몰래 검사를 했다? 총을 들이대면서 “했냐?” 그러는 거예요. 속이면 죽는 겁니다. “예!” “왜?” “수령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혹시라도 만약에 무슨 변이 생긴다면 대비를 해야 되지 않겠나 해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위기를 모면합니다.

정말 큰 능력을 가진 아버지를 속인다는 것은 죄가 그만큼 더 커지는 거예요. 야곱이 아버지를 속였습니다. 그게 그렇게 큰일이겠느냐 싶지만 자세히 보세요. 자식의 장래에 대한 축복권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를 속인 거예요. 이건 무슨 얘기냐 하면 모든 재산을 다 넘겨주겠다고 하는 유언장을 조작해서 가로챈 것보다 더 큰 죄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성경에서 아버지의 축복권은 정말 대단한 거거든요.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이 아버지의 축복을 통해서 자식에게 물려받던 그 시절에 이걸 가로챘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부자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유언장을 조작해서 빼돌린 것보다 더 심각한 범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엄청난 일을 당한 이삭의 태도를 유심히 살펴봤으면 합니다.

이삭이 40세에 결혼을 했는데 20년 동안 자식이 없었어요. 아마 아버지를 닮은 걸 겁니다. 아버지도 자식이 없었는데 몇 년 만에 낳았죠?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아브라함이 결혼을 몇 세에 했는지는 몰라요. 그러나 40대에 했다고 치더라도 아이를 100세에 낳았으니까 결혼한 지 적어도 60년은 더 걸려서 아이를 낳은 셈이죠. 이삭도 결혼을 했는데 자식이 없어요.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들어주셨어요. 몇 년 만에 들어주셨어요?

20년 만에 하나님께서 아이를 허락하셨는데 뱃속에서 자꾸 싸우는 거예요. 이삭이 다시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그랬더니 하나님께서 주신 답변이 이렇습니다.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이렇게 말씀해 주신 거예요.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두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이삭이 이 말씀을 평생 기억했어야 하는데 아마 잘 기억을 했겠죠? 이때 이삭의 나이가 60세 입니다. 두 아이가 태어났어요.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러서 오늘 이 본문의 사건이 일어난 때는, 계산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창세기 뒷부분을 다 조사하면 137세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이 낳고 70년이 넘었어요. 뱃속에서 있을 때에 하나님께서 들려주셨던 그 말씀을 70년도 넘어, 8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삭이나 어머니인 리브가가 기억하고 있었을까요? 잊었을까요? 참 아리송해요.

하나님의 말씀이 정상적인 얘기가 아니고 아주 특이한 이야기예요. 모든 복이 장자를 통해서 내려가던 그 시절에 어린 자가 큰 자를 섬긴다는 것은 충격적인 겁니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하신지 77년 근 80년이 지났습니다. 이삭이 눈이 어두워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별미가 생각났습니다. 나이가 들면 음식 맛이 없나 봐요. 그럴 때 일수록 더더욱 맛있는 것이 먹고 싶나봐요. 그래서 에서에게 “내가 죽기 전에 별미를 만들어오라 그래서 내가 마음껏 먹고 마음껏 네게 복을 주겠노라” 한 겁니다.

비유컨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아버지가 “얘야, 내가 정신이 있을 때 마지막 유언장을 써 놓아야 되겠다. 그리고 이 후에는 절대 고치면 안 된다.” 하는 셈이죠. 그런데 그걸 리브가가 밖에서 들었네요. 그걸 듣고 “다른 건 몰라도 야곱아 이 복은 네가 받아야 된다.” 그래서 “내 말대로 해라.” 이러는 거예요. 야곱이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복은 고사하고 저주를 덮어쓸지도 모르겠는데요? 안 하려고 하는 야곱을 충동질을 해서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복은 받아야 된다. 만약에 들켜서 저주를 받는다 해도 그 저주는 내가 받을 테니 내 말대로 해라.” 그래서 이 리브가가 모든 일을 다 꾸며내는 겁니다.

여러분, 리브가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고 이런 일을 하는 걸까요? 정황을 가만히 보면 하나님의 뜻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만약에 리브가가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면 남편을 속이려 들지 말고 남편을 찾아가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했으면 해결이 됐을 거예요. 그렇게 조용하게 설득하기보다는 남편을 속이려 했고 만약에 그렇게 해서 들키면 모든 저주를 자기가 덮어 쓰기로 했다는 것은 리브가의 행동이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자기 뜻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더구나 그렇게 하다가 잘못되면 저주를 자기가 덮어쓰겠다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가 아주 튼튼하게 살아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시절에 부인과 아들이 합세를 해서 아버지를 속이려 하는 거죠. 이삭이 에서에게 축복하게 하려는 것이나 리브가가 그 복을 야곱이 받아야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뜻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한 사람은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었고 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아들이 그 복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어떻게 본다면 부부가 아들 하나씩을 끼고 돌았죠. 아버지는 에서를 좋아했고 어머니는 야곱을 좋아했죠. 자식에 대한 편애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아무리 자식이 똑같다고 해도 사실은 다 똑 같을 수는 없죠. 정이 더 가는 아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속으로 그렇더라도 티를 내서는 안 되는 법이죠. 그런데 이삭과 리브가는 두 아이를 하나씩 티 나게 편애하고 있었던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겁니다. 이삭이 눈은 거의 멀었다 해도 코와 귀는 정상이었던 것 같아요. 이삭의 코를 속이려고 에서의 채취가 묻어있는 의복을 훔쳐서 입힙니다. 혹시 만져 보자고 할 지 모르니까 매끈매끈한 야곱의 손에다가 염소 새끼의 털을 입힙니다. 특히 목하고 손목 같은 데에는 염소새끼의 가죽을 둘러서 아버지에게 밀어 넣었겠죠. 목소리는요? 이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흉내는 내야죠.

들킬 뻔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잡아왔니?” “하나님께서 오늘 특별히 은혜를 주셔서 짐승을 빨리 잡았습니다.” 참 불행하게도 야곱은 하나님을 팔아서 아버지를 속입니다. 여러분 평생에 하나님 파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팔아서 자기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사람이 참 많아요. “내가 교회 장로인데 그런 일을 했겠습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했더라고요. “제가 교회 권사인데 그랬겠습니까?” 텔레비전에 나와서 온 백성이 보고 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랬더라고요.

하나님 이름 팔아서 차라리 성공이라도 했더라면 욕을 덜 먹었을 텐데 실패한 이런 경우가 지난 시절에 많았어요.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릅니다. 이런 일이 절대 없기를 바랍니다. 혹시 실수했으면 죽더라도 자기가 죽어야죠. 그래야 하는데 왜 하나님 이름을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자기가 잘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입혀놓고도 하나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 어림도 없는 이야기 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자기 종인가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불행하게도 야곱은 하나님을 팔아서 위기를 모면합니다. 아버지가 또 물어요. “목소리는 야곱 같은데?” 그러면서 한번 만져 보자는 거죠. 결국 염소 털에 속았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 이 염소 피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죠. 어느 날 아들들이 찾아와서 “아버지 오다가 옷을 하나 주웠는데 한번 보세요. 이것 요셉의 옷 같은데...” 거기에 피가 묻어있어요. 무슨 피죠? 요셉의 피 아니에요. 염소 피입니다.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서 염소를 잡아서 털을 두르고 갔던 그가 먼 훗날 자식들에게 속는 거예요. 염소 피에 속아요. 그래서 요셉이 죽었다고 펑펑 울기 시작하는 데 몇 년간 우나요? 평생 요셉이 죽은 것 못 잊어요. 요셉은 애굽의 총리가 되어서 세상을 호령하고 있는데 아버지 야곱은 “요셉아, 요셉아!” 하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염소 피에 속아서... 하나님을 팔아도 안 되고 아버지를 속여도 안 된다는 뜻이죠.

이삭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또 물어요. “너 진짜 내 맏아들 에서 맞느냐?” 야곱의 간이 콩알만해졌겠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어요? 이왕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끝까지 가야죠. “예, 아버지 맏아들에서, 맞습니다.” 이상하다면서도 이삭이 야곱에게 맏이가 받아야 할 모든 복을 빌어버렸어요. 말하자면 넘겨줄 수 있는 재산을 전부 다 물려준 셈입니다. 큰 아들 조금, 작은 아들 조금 이러면 될 것이지 왜 그러냐? 장자권이라는 것이 그래서 무서웠나봐요. 하나님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모든 복을 다 빌어줬는데 한 번 빌면 다시는 수정이 안 되나 봐요.

그런데 그 아들이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아들이 “아버지!” 하고 뛰어 들어옵니다. 이삭이 얼마나 놀랬을는지 모릅니다. “너, 누구냐?” “에서입니다.” 여러분, 이때 이삭이 받았을 충격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셔요. ‘앞에 온 놈은 누구야?’ 아들이 많아야 헷갈리죠. 둘밖에 없는데 야곱이죠. ‘그럼 저 놈이 날 속인거야?’ 이 순간 야곱의 모습을 33절이 보여 줍니다, ‘이삭이 심히 크게 떨며 이르되 그러면 사냥한 고기를 내게 가져온 자가 누구냐?’ 심히 크게 떨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떨었을까요? 자식에게 속았다는 분노 때문에 치를 떨건 아닐까? 그런데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말을 보면 아닌 것 같아요. 맏이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느냐 하면 ‘내가 이미 축복했으니 되돌릴 수 없다. 내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분해서 떠는 것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만약에 분해서 떨었다고 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거예요, “당장 취소다, 그리고 그놈 빨리 잡아와!” 그런데 그걸 취소 안하고 “이건 취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분해서 떠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그 아래 계속해서 보면 전혀 불쾌하게 여기지도 않아요.

에서가 방성대곡을 하면서 “남은 복이라도 내게 주세요.” 하면서 매달리는데 그 아들에게 축복을 하는 것을 가만 보면 이게 도무지 축복이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39절 보면, ‘네 주소는 땅의 기름짐에서 멀고 내리는 하늘 이슬에서 멀 것이며 너는 칼을 믿고 생활하겠고 네 아우를 섬길 것이며 네가 매임을 벗을 때에는 그 멍에를 네 목에서 떨쳐 버리리라’ 이것은 별로 복인 것 같지 않아요. 어떻게 보면 꼭 저주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우를 섬겨야 된대요.

28장에 보면 이삭이 야곱을 불러요. 다시 축복하고 외삼촌 집에 가서 부인을 구해오라고 피신을 시켜 버려요. 전혀 야단을 치거나 언짢은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해요. 다시 축복하고 보내는 것을 보면 33절에 이삭이 크게 심히 떨었다는 것이 분노 때문에 떤 것이 아닙니다. 속았음을 깨닫는 순간에 잊고 있었던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났던 거예요.

하나님께서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한 것은 하나님의 복이 큰 아들에게 가는 게 아니고 어린 자에게 가고, 형이 동생을 섬기게 된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뱃속에 있을 때에 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잊어버리고 별미 생각에 하나님의 뜻과는 반대로 맏이에게 이 복을 주려 했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버린 거예요.

하나님의 말씀이 자식에게 속았다는 분노를 눌러 버렸다는 뜻입니다. 당연해 보이세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내 분노가 사그라지거나 눌러집니까? 남의 일이면 당연히 그래야 되겠거니... 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가만히 한 번 보세요. 이게 쉬운 일인지... 여러분, 하나님의 말씀이 세요? 내 체면, 내 분노가 세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내 기분에 맞지 않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와도 덮어 둘 수 있나요?

아무리 믿는 집안이라고 하지만 부부간에 흔히 싸우는 일은 있는 겁니다. 툭딱 거리고 싸우고 언쟁을 하다가 ‘아, 이건 하나님께서 좋아하시지 않겠구나. 집사라는 내가 이만한 일로 부인하고 이래서야 되겠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 중지해 보신 분이 있나요? 있으면 대단한 분이예요.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없다곤 말씀 안 드릴게요. 남편이든 아내든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들어왔습니다.

지금 ‘너 죽고 나 죽자!’ 라고 해야 할 판국에 ‘믿는 자가 이래서야 되겠나? 호세아는 집 나간 아내를 그렇게 찾아다녔다고 하던데...’ 그걸 생각하고 ‘내가 내 분을 삭이는 것이 그리고 용서하는 것이 하나님 뜻에 맞겠다.’ 하고 생각하면 용서가 되나요? 그런 일이 절대로 없기를 바랍니다. 혹시 지나간 시절에 그런 비슷한 일이 있었나? 하고 되돌아 생각해 보세요. 그게 쉬운 일이고 가능한 일이던가요?

교회 일을 할 때도 하나님의 뜻이 분명해지면 자기 고집을 꺾는 사람은 잘 못 봤습니다. 좀 심한 사람은 “하나님 할애비가 온다 해도 이건 안 된다.” 이러는 겁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이 참 이상한 것이 한 번 뱉어놓은 말이나, 자기 체면, 자기 고집을 꺾는 게 쉽지 않습니다. 교회도 가끔 싸우는 분들 더러 있죠. 싸울 수도 있다고 봐야 안 되겠습니까? 교회 안에서 서로 삿대질 하고 싸우고 있는데 새신자가 들어온 거예요. 계속 싸워야 돼요? 말아야 돼요? 새신자요?

예수님 표현으로 바꾸면 어린아이예요. ‘이 어린 아이 하나를 실족케 하느니 연자 맷돌을 목에 매달고 물에 빠져 죽는 게 낫느니라.’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새신자 곧 어린아이입니다. 싸우고 있는데 어린아이 하나가 들어오는 거예요. 저 어린아이가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고는 “에이, 교회 못 다니겠다.” 하고 나가면 그게 실족하는 거예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계속 싸울래? 이 연자 맷돌 목에 걸고 죽을래?” “그만 싸울게요.” 해야죠. 이게 바른 자세겠지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본 싸움 중에 그렇게 해서 중지한 싸움이 없더라고요. 우린 주로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싸움을 계속하고 죽지도 않을래요. 이러는 거예요. 싸울 때는 싸우고 죽지도 않겠다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나중에 어떻게 예수님 뵈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믿는 사람이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싸우지 말란 뜻 아닙니다. 도저히 안 되겠거든 싸우세요. 그런데 둘러봐가면서 싸우세요. 목사님이 나타나면 싸워도 됩니다. 그런 일로 목사가 실족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장로님이나 집사님이 와도 싸우세요. 누구는 안돼요? 낯선 사람 새신자 보이거든 즉시 그만 두세요. 죽기 싫거든... 그게 참 쉽지 않거든요. 그게 쉽지 않으니 애당초 안 싸우는 게 더 나을는지 모릅니다.

이삭은 엄청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그 순간에도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나니까 그대로 하나님의 말씀에 엎드리는 순종의 사람이었습니다. 이게 이삭이에요. 이삭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 모리아산 사건입니다. 아버지가 그를 데리고 산에 제사를 드리러 갔어요. 제단 위에 나무를 다 얹어놓고 난 다음에 아버지가 그럽니다. “이삭아, 하나님께서 너를 잡아서 제사를 지내라고 하는구나.” 아버지 나이가 115이나 116이면, 아들 나이는 15이나 16이예요. 아들이 순종 안 하면 묶을 수 있겠어요? 손을 먼저 묶었겠어요? 발을 먼저 묶었겠어요? 안 됩니다. 혹시 집에 가서 실험 해보세요.

우리 아들들 같으면 대번에 한 마디 할 겁니다. “아버지 나이가 많이 드시더니 노망드신 것 아니에요?” 이게 정상이란 말입니다. 그럴 때 이삭은 “예. 하나님의 뜻이 그러하고 아버지의 뜻이 그러 하다면 그러세요.” 스스로 올라가서 누웠을 것 같아요. 제정신이에요? 약간 돈 것이에요? 그래서 만약에 이삭이 죽었다고 칩시다. 아브라함이 돌아와서 사라에게 전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제사 드리라고 해서 내가 아들을 제사지냈어요.” 사라가 아브라함에게 뭐라고 그랬을 것 같아요?

아니, 사라가 누구에게 욕을 퍼 부었겠어요? 물론 사라는 위대한 신앙의 어머니니까 안 그랬겠죠. 우리 같으면 어떻게 됐겠냐는 말입니다. 한국의 어머니는 답이 딱 정해져 있어요. 죽은 이삭을 욕 할 겁니다. “너희 아버지야 원래 정신이 없다하더라도 너는 멀쩡한 놈이!” 아버지의 그 말에 군소리 없이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고 올라가서 누운 아들 이게 이삭이에요. 순종하는 사람이에요.

성경이 너무 너무 재밌는 것이 자기 머리로 오만가지 꾀 다 부려가면서 잘 해 볼 거라고 빼앗아 가질 거라고 했던 야곱은 평생 죽도록 고생하고 이 머저리 같이 순종하는 이삭은 고생 안 해요. 이삭이 결혼 어떻게 했어요? 결혼을 위해 한 게 뭐 있어요? 들판에서 그냥 이리저리 다니면서 기도한 것밖에 없어요. 그랬는데 리브가 만나서 별 탈 없이 잘 살았잖아요.

반면에 야곱은 어떻게 결혼해요? 7년 동안 머슴살이하잖아요. 연애 7년도 보통 일이 아닌데 머슴살이 7년을 어떻게 해요? ‘그러나 야곱이 라헬을 연애하는 고로 7년을 수일 같이 여겼더라’ 좋았겠죠. 7년간 고생했어요. 그것으로 끝났어요? 결혼식 마치고 자고 일어나 보니까 딴 사람이네.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그런데 7년만 더 하라는 겁니다. 해야 돼요? 말아야 돼요? 결국 라헬을 얻기 위해서 14년간을 머슴살이 했습니다.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예요. 머저리 같이 순종하는 이삭은 하는 짓이 참 바보 같은 짓인데도 그 생활이 참 평탄해요. 야곱은? 덕분에 우리는 읽을거리가 참 많아요. 남에게 할 이야기도 훨씬 많아요. 본인은 힘들어 죽겠지만... 순종하는 사람이 귀한 사람이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줄 아는 그 사람이 복 주시는 사람이라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어릴 때 성경을 읽으면서 이삭이라는 사람이 왜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지 이해가 잘 안됐어요. 다른 사람은 뭔가 그럴듯한 업적을 남겼다 싶은데 이삭은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런 이삭이 왜 성경에 기록이 됐으며 더구나 하나님께서는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니라’ 하시느냐 말이에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넷 중에서 나는 누구의 하나님이라고 해야 제일 멋이 있을까요? 여러분 같으면 나는 누구의 아비니라 하고 싶으세요? ‘내가 요셉의 아버지입니다’ 하면 빛이 날 것 같은데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니라’ 이것 좀 이상하다는 생각 안드세요? ‘그 멍한 애 말이에요?’ 정말 순종의 사람이었지만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성경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우리도 중요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자식에게 속았구나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에도 이삭은 하나님의 말씀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그 말씀에 순종합니다. 그 말씀에 따라서 야곱에게 준 축복을 취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확인시켜 주는 겁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했다는 증거입니다.

혹 누가 “이삭의 하나님이니라” 는 말에 ‘하나님, 이삭이 뭘 했는데 그러세요?’ 만약에 그렇게 따진다면 하나님께서 ‘순종하는 놈이 제사 많이 지내는 놈보다 낫다, 네가 업적은 많이 남겼다마는 네 열심이었지 쟤는 남긴 건 별로 없어. 그러나 하는 일 마다 나를 생각하고 내 말에 순종하고 살았던 거야. 나는 얘가 더 좋다.’ 하실 것입니다.

무슨 거창한 업적을 남겨야 일을 잘 한 게 아닙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자를 믿는 것이니라’ 요한복음 6장 29절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순종이 가장 큰 업적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러실 거예요. 이삭이 제일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하나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적용시켜보면 예수 믿는 것이 제일 큰 일이고 제일 큰 업적입니다. 무슨 일 했냐고 묻거든? “예수 믿었어요” 하세요. 하나님 보시기에 제일 큰 일이예요.

열매 때문에 적지 않게 걱정 하시는 분 많으신데 나중에 천국 가셔서 천국 문에서 물으실 거예요. “너, 열매 있냐?” 하거든 “예, 제가 열매입니다. 제가 예수 믿었어요.” 하세요. 이것이 제일 큰 열매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 날마다 교회 와서 얼마나 충성하십니까? 수고 많이 하시잖아요? 그건 전부 장식품, 내가 예수 믿었다는 큰 업적에 붙어있는 장식품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별다른 업적을 남긴 것 같지도 않고 어떻게 본다면 흐리멍덩해 보이는 이 이삭을 두고서 ‘나는 이삭의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얼마나 은혜가 되는지 모릅니다. 저도 특별한 능력이나 재주는 없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하나님 앞에 그렇게 자랑해야 할 게 많아야 되는 건 아니에요. 꼽아보니까 별거 없어도 괜찮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고 하나님을 믿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해 두세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그대로 순종하는 것을 사도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했습니다. 왜 죽어요? 내 속에 분노가 차오르든지 다른 생각이 들든지 어떤 일이 있든지 간에 날마다 죽어버리는 거예요. 자기 속에 하나님의 말씀만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거죠. 이렇게 복된 성도님들이 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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