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무식한 충성이?

서울시민교회 부목사:홍 순관

삼십 우두머리 중 세 사람이 바위로 내려가서 아둘람 굴 다윗에게 이를 때에 블레셋 군대가 르바임 골짜기에 진 쳤더라 그 때에 다윗은 산성에 있고 블레셋 사람들의 진영은 베들레헴에 있는지라 다윗이 갈망하여 이르되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 물을 누가 내게 마시게 할꼬 하매 이 세 사람이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돌파하고 지나가서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 물을 길어가지고 다윗에게로 왔으나 다윗이 마시기를 기뻐하지 아니하고 그 물을 여호와께 부어드리고 이르되 내 하나님이여 내가 결단코 이런 일을 하지 아니하리이다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갔던 이 사람들의 피를 어찌 마시리이까 하고 그들이 자기 생명도 돌보지 아니하고 이것을 가져왔으므로 그것을 마시기를 원하지 아니하니라 세 용사가 이런 일을 행하였더라 [역대상 11:15~19]

‘너에게 묻는다’ 이런 시 보신 적 있나요? ‘연탄재’라는 시는 아시나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길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습니다. 원래의 제목이 ‘너에게 묻는다’ 입니다. 제목, 너에게 묻는다. 저자, 안도현. 중요한 내용은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게 다에요. 그런데 이 시인이 찔리는 데가 있었는지 다른 데에 이 글을 쓸 때 제목을 살짝 바꾸었어요. ‘나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나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젊은 분들은 연탄재를 잘 모르실 겁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어릴 때 길 가다보면 여기 저기 굴러다니는 게 연탄재였습니다. 괜스레 아무 이유 없이 한 방 ‘뻥’ 걷어차고 지나갑니다. 이 시인이 그런 장면을 보고 이렇게 시를 썼는데 이 시가 사람을 알게 모르게 좀 건드려요. 너 한번이라도 연탄재 같이 그렇게 뜨겁게 사랑해 본 적 있냐?고 묻는 건데 살짝 찔리는 데가 있어요. 그러니 이 시인도 제목을 ‘너에게 묻는다’ 했다가 종종 ‘나에게 묻는다’로 고쳐 쓰는걸 봅니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뜨겁게 사랑해보는 것이 쉽지 않나봅니다. 학창시절에 정말 좋아했던 선생님이 있나요? 그렇다면 참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입니다. 선생님이 좋으면 공부가 저절로 됩니다. 공부가 저절로 될 뿐만 아니라 그 과목 시험을 혹시 잘 못 치면 못 견딥니다. 괴로워서... 다른 과목은 몰라도 내가 이것을 어떻게 틀릴 수 있나? 선생님 낯을 어떻게 보지? 이러니 잘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학창시절에 선생님을 너무너무 좋아했던 경험은 우리 인생을 살찌게 합니다.

최근에 참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세대의 아이들은 너무 불행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나봅니다. 초등학교 학생이 선생님이 아침마다 수업시간 전에 물을 한 컵 떠달라고 했나봅니다. 이 아이가 1년 동안 물을 떠다 줬어요. 화장실 변기 물을 떠다 준 겁니다. 1년 동안이나... 선생님이 몰랐대요. 그런데 어떻게 알게 됐을까요? 학부형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이 선생님이 쇼크를 먹어서 일단 휴직하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습니다. 한 번쯤은 그럴 수 있다쳐도 1년 동안 그랬다는 겁니다. 선생님이 불쌍해요? 그 아이가 불쌍해요? 우리는 선생님이 심부름이라도 시키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쫓아다녔어요. 심지어 어떤 아이는 선생님 하숙집에서 도시락 받아 오는 심부름을 시켰더니 그게 얼마나 좋았던지... 그게 벼슬이었어요. 벼슬! 도시락 갖다 드리고 그러다가 하나씩 얻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이제는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를 그렇게 사랑하고 그 분이 뭐라고 하시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고 뛰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이 뭐 좀 시켰다가는 큰 일 날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너무 안타깝고 불행한 이 소식을 1주일 전 쯤에 들은 것 같습니다. 이 아이들은 사랑을 모르고 자라는 불행한 세대입니다.

‘소나기’ 아시죠? 황순원이 쓴 작품. 저는 그 글을 읽으면 가슴이 뛰어요. 그 기분을 알거든요. 누군가를 혼자서 너무너무 좋아했던 그 기분을 아니까요. 너무너무 아름다워요. 제가 그 글을 얼마나 아름답게 읽었으면 황순원씨가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남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남자라는 것은 신문에 난 부고를 보고 알았습니다. 신문에 <황순원씨 사망>이 났었습니다. 거기에 보니 웬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황순원씨가 남자야? 이랬더니 남자 맞답니다.

제가 그 글을 기회 있을 때마다 즐겨 읽었습니다. 그 글 안에는 사랑이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에서 내려온 조그마한 소녀를 좋아하는 감정이 어떻게 그렇게 표현됐는지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너무너무 아름답게 그려져 있었어요. 그런데 이걸 남자가 썼어? 그 분 돌아가셨을 때 부고를 보고 놀랐습니다. 아니, 남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왜 그러냐구요? 그 기분을 알거든요. 그 느낌을 아니까요. 누군가를 진짜 좋아해보고 사랑해 본 사람이 또 다른 경우에 그걸 느끼는 겁니다. 이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죠.

장본인이 지금 여기에 없는 것 같습니다. 돈까스 잘라서 푹 찍어 먹는 모습이 너무너무 멋있어서 20살에 결혼 했다잖아요. 세상에! 돈까스 우걱우걱 씹어 먹는 것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나요? 우리는 보고 웃을 일이지만 본인은 그것조차 그렇게 멋있게 보였다면 얼마나 행복했겠습니까? 그 행복이 평생을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평생을 안 가더라도 한 때라도 그렇게 뜨겁게 사랑해 본 경험이 나중에 다른 사람이 그런 짓을 하거나, 아니면 자기 딸이 그러고 있으면 이해가 됩니다. 느낌을 알 수 있거든요.

사람만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가끔 운동이나 잡기나 악기나 그런 곳에 특출한 솜씨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저런 재주를 가지고 있나? 싶으면 거의 십중팔구 과거 어느 때에 거기에 미치다시피 빠진 세월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적도 없이 뭐 하나를 잘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 친구 겸 선배 중에 바둑 잘 두는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만나긴 포항에서 만났는데 지금은 서울에 있습니다. 바둑을 너무너무 잘 둬요. 아니 언제 저런 걸 다 배웠을까?

고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바둑잡지를 보고 있다가 선생님께 걸린 겁니다. 그 옛날에는 그러다 걸리면 반쯤 맞아 죽는 게 정상인데 담임선생님이 “바둑 잘 둬?” “좀 둡니다.” “너, 오늘 남아. 나한테 이기면 용서 하겠지만 지면 나한테 죽었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과 오후에 앉아서 바둑을 뒀답니다. 늘씬하게 이겨 버렸답니다. 담임선생님이 군말 않고 보내줬답니다. 고등학생이 공부시간에 책을 폈는데 그 안에 바둑책 끼워서 보고 있었다면 약간 미친 것 맞죠? 한 번 쯤은 이런 경험 있는 사람이 나중에 또 뭔가를 잘 합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그렇게 빠져드는 것도 행복이고 다른 어떤 것에도 한 번쯤은 빠지는 게 본인에게는 대체로 행복한 겁니다.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겁니다. 다만 사람도 잘 골라야 하고 종목도 잘 골라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자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잘 못 알아보는 일이 있는가 봅니다. 사람 만나보라고 했더니 “선생님, 저 사람 쪼다 같아요.” 이런 경우에는 둘 중의 하나입니다. 진짜 쪼다거나 자기를 너무너무 좋아하거나...

남자는 이상하게 정말 좋아하는 이성 앞에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 경우가 드뭅니다. 자기를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바보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걸 진짜 바보로 알아버리는 게 여자들이더라고요. 이런 여자들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압니까? 박력 있는 사람! 무식하게 끌고 가는데도 그게 좋아 보이나 봐요. 그렇게 박력 있다고 시집가서 얼마 가지 않아, 죄송합니다, 경상도말로 하겠습니다, 눈티이가 반티가 되어가지고... 박력? 너무 좋아할 것 못됩니다. 종목을 잘 골라야 한단 뜻입니다.

종목을 잘못 골라 빠지면 위험한 것이 이단에 빠지는 것, 노름에 빠지는 것, 바람나서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것 등입니다. 이런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겁니다. 이런 것 빼고 종목을 잘 골라서 어디엔가 푹 빠져보는 것은 복된 인생이 될 때가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신앙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가 “우리가 약간 미쳤지?” 미친 놈이 미친 것을 아나요? 몰라요. 예수 믿는 사람들이 가끔은 우리가 아무래도 미쳤지? 그러면서 열심을 낼 때가 많습니다.

우리 교단에서 포르투갈에 파송한 선교사로 나가 있는 강병호 선교사, 대학 다니면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입니다. 그 친구도 약간 미쳤어요. 나중에 목사가 된 건 알았는데 목사 되고 어느 날 보니까 포르투갈에 선교사로 있는 겁니다. “야, 가면 간다고 얘기를 해야지 어떻게 갔냐?” 나중에 만나서 물어보니까 어느 목사님이 “준비 다 되었으니까 비행기 타라.” 했답니다. 비행기 탔습니다. 한숨 자고 나니까 “내려라, 여기가 네가 죽을 곳이니까 너 여기서 죽어라.” 하고는 자기는 비행기 타고 돌아가 버리더랍니다.

혼자 어디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항을 나왔는데 배가 고프더랍니다. 이 친구 영어는 잘 합니다. 그런데 그 곳은 영어가 안 통하더랍니다. 빵집을 발견하고 빵 하나 사먹어야겠는데 ‘저걸 뭐라고 해야 하나?’ 영어도 안 되죠, 한국말도 안 되죠, 할 수 없이 손짓 발짓해서 겨우 하나 사 먹었습니다. 여러분, 빵이 어느 나라 말인지 아세요? 중학교 때 공부를 잘 한 사람은 압니다. 그게 포르투갈 말입니다. 손짓 발짓 해가면서 겨우 사 먹었는데 그걸 현지 사람들도 빵이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게 간 그 곳에서 지금까지 선교사로 평생 헌신했습니다. 우리가 볼 때에는 대책이 안 서는 친구예요. 거기가 어딘데 그렇게 가느냐 말입니다. 저는 절대로 그렇게 가지 못합니다. 저는 꼼꼼히 따져보는 스타일이고 그 친구는 앞뒤 안 가리고 해버립니다. 누가 잘 하는 겁니까? “둘 다”라고 대답해줘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는 대학 마치고 군에 갔다 와서 바로 신대원 갔다가 평생 선교사로 헌신하고 있고, 저는 오랜 세월 지나고 나서 이제 여기서 이러고 있습니다.

“우리 복이에요, 목사님!” 아, 그거야... 우리 복이라고 대답해 주시는 분에 대해서는 대단히 고맙게 생각합니다마는 하나님께서 누구를 더 좋아하실까? 생각해보면 ‘아, 하나님은 이런 놈도 필요하고 저런 놈도 필요하겠다.’ 해서 제가 용기를 좀 내 봅니다. 강병호 선교사가 앞뒤 안 가리고 가서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왜 그러나요? 약간 돈 것 맞죠? 그러나 종목을 잘 고른 겁니다. 돌아도 엉뚱한데 미친 게 아니고 하나님과 사랑에 빠진 이런 관계는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모릅니다. 오늘 이 본문을 보면 여기서도 대책 없는 사람들이 여럿 나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어떤 마음, 어떤 자세로 섬겨야 좋을지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치고 군대 장관이 됩니다. 심지어 왕의 사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내 사울에게 쫓기게 됩니다. 그래서 도망쳐서 굴에서 숨어살고 있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환란 당한 자, 빚진 자,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찾아왔습니다. 약 400명 정도 모였습니다. 이런 자들이 과연 군사가 됐겠느냐? 생각해 보세요. 빚지고 야반도주한 사람들, 고향에 못 살아서 도망 나온 사람들, 이런 사람들 약 400명 정도 끌고 다녔으니 오합지졸이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 사람들을 데리고 사울에게 쫓겨 다녔는데 줄잡아서 약 10여년 도망 다녔습니다. 도망 다니다 외국으로 도망가니까 하나님께서 “유다로 들어가라. 바깥으로 나가지 말라.” 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십 수 년을 도망 다니다 도저히 안돼서 거의 마지막 즈음에 블레셋으로 갑니다. 그래도 군사가 조금 있다고 들어갔더니 블레셋의 남쪽 시글락이라고 하는 변방도시 하나를 줍니다. 거기 머물러 있었는데 고생이 거의 끝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께서 다윗을 훈련시키셨는데 훈련의 마지막 때가 다 되었을 때쯤입니다.

이 때에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망쳐 다윗에게로 옵니다. 심지어 베냐민 지파의 유력한 집안에서도 옵니다. 갓 지파는 저 멀리 요단강을 건너서 옵니다. 이 사람들은 그렇게 오다가 사울의 군사에게 들키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데 다윗에게로 건너오는 겁니다. 심지어 블레셋이 사울과 전투를 할 때에 다윗이 많이 고민합니다. 블레셋의 일원이 되어 싸우면 자기 동족과 싸워야 할 텐데 하나님께서 간섭하셔서 다른 블레셋 장수들이 “다윗은 믿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 편에 넣으면 안 된다.” 하고 반대를 하는 바람에 쫓겨나옵니다.

쫓겨나오면서 속으로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가 내 원수를 갚겠다는데 왜 안 넣어 주는 거요?” 하고 성질내면서 나옵니다. 그렇게 전쟁터에서 물러 나와 시글락으로 갔더니 시글락이 강도떼에게 당해서 모든 가족들이 잡혀가 버렸습니다. 다윗이 여기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부하들도 다윗을 돌로 치려고 하던 그 때에, 또 한 무리가 다윗에게로 옵니다. 므낫세 사람들이었는데 모두 장수들입니다. 사울이 블레셋과 전쟁을 하고 있는 때에 부하들을 데리고 다윗에게로 온 겁니다. “힘내세요. 우리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잡혀 갔던 가족들을 전부 도로 찾아 돌아옵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쫓겨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데 본국 사람들, 특히 유명한 장군들이 왜 계속해서 오는지 아십니까?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는 때가 된 겁니다. 이 사람들은 하나님의 때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충성하고 하나님 뜻대로 살려고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다윗을 들어서 나라를 세우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사울을 배신하고 신하들이 다윗에게로 오는 것입니다. 다윗이 마지막 고비를 이렇게 넘기고 얼마 후에 유다의 왕이 됩니다. 아주 좁은 지역인 유다 지파의 왕이 됩니다.

시글락에서 빠져 나와 유다 지파의 왕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블레셋 사람들이 듣고 “어, 이것 봐라?” 사실 블레셋 입장에서는 사울과 다윗이 원수지간이니까 다윗을 자기들 세력 안에 두려고 하는데 다윗이 유다로 돌아가서 왕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블레셋 군대가 “이거 안 되겠다. 미리 손 좀 봐야겠다.” 그래서 쳐들어온 겁니다. 다윗의 군대가 블레셋 군대와 마주 싸울 정도로 군사력이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맞서 싸울 수 없으니 다윗은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을 포기하고 아둘람 굴로 다시 피했습니다. 도시를 포기하고 게릴라전을 해야 할 상황이 되어서 아둘람 굴에 피해 있을 때에 블레셋 군대가 와서 베들레헴을 점령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싸울 준비를 하고 대치를 하고 있는 겁니다.

본문 16절을 봅시다, ‘그 때에 다윗은 산성에 있고 블레셋 사람들의 진영은 베들레헴에 있는 지라 다윗이 갈망하여 이르되 베들레헴 성문 곁 우물 물을 누가 내게 마시게 할꼬 하매’ 다윗이 산성에 있다는 것은 베들레헴을 포기하고 적에게 내주고 쫓겨 나와 있는 겁니다. 기회를 노려 블레셋과 한 판 싸우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마음속에 어릴 때 뛰어 놀던 생각, 내가 저기서 우물물을 퍼 마시던 생각이 나서 “저 우물물을 먹고 싶다.” 그렇게 말한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장수 세 사람이 적진을 뚫고 가서 그 우물물을 떠 옵니다. 여러분, 이게 잘 한 짓입니까? 어리석은 짓입니까? 요즈음 같으면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도 옛날이니, 주로 힘으로 싸우던 시절이니 가능 한 일인지 모릅니다. 적진을 뚫고 가서 물 한 그릇 떠 온 겁니다. 이 얼마나 위험한 짓이고 그렇게 하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무슨 사명을 가지고 싸운 게 아니고 우물물 한 그릇 떠 오려고 갔다가 죽었다면 말입니다. 자칫하면 위험할 지도 모르는데 이 용사들이 왜 이러나요?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해 본 사람만이 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정말 좋아하면 그 분이 기뻐한다는데 내가 무슨 일을 못하겠느냐? 평소에 절대로 못할 일도 합니다. 천 마리 학도 접을 수 있어요. 혹시 학을 접어 보셨나요? 학 알 접어보셨나요? 요즈음은 그런 걸 안 하는 것 같습니다만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학 천 마리를 접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겠습니까? 그렇게 정성 다해서 한 병 가득 접어서 갖다 주면 어떤 경우에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수도 있습니다. 엄마가 뭐라 하면 손가락도 까딱 안 하는 놈이 밤새워가며 이상한 짓 하는 녀석들 가끔 있잖습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원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이게 사랑의 힘입니다.

야곱이 라헬에게 빠졌습니다. 돈은 없고 장가는 가고 싶어요. 삼촌이 “7년 일해 주면 줄게.” 그래서 야곱이 7년 동안 열심히 일합니다. 7년! 얼마나 지겨울까요? 성경에 뭐라고 되어있습니까? ‘7년을 수일 같이 여겼더라.’ 특별히 여자들은 남자들 부려먹기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저 사람 눈에 예쁘게 보이기만 하면 7년을 부려 먹는데도 며칠 같이 죽어라고 일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7년만 일한 게 아니고 14년이나 했습니다. 여자들은 남자를 주먹으로 이길려고 하지 마세요. 성질로 이기지도 마세요. 혹시 이길 수 있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이기면 약효가 오래 가지 않습니다. 자발적으로 죽을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도록... 이게 사랑에서 오는 겁니다.

다윗왕의 주변에 있던 장수들이 물 한 모금 먹고 싶다는 왕의 이 말 한 마디에 죽을 줄 모르고 그대로 적진에 뛰어 들어가서 물을 떠 오는 것은 한 마디로 왕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사랑에 빠지면 계산이 잘 되지 않습니다. 이 일을 행할 만한 값어치가 있는 일인지 아닌지, 아니 이렇게 가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런 계산이 잘 안됩니다. “아니, 우리 임금님이 먹고 싶다는데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 그냥 가 버리는 겁니다.

머리 좋은 사람을 보통 사람이 당해 낼 재주가 없습니다. 그런데 머리 좋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랍니다. 아무리 머리 좋아도 열심히 하는 사람 당해 내기가 어렵대요. 그런데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이랍니다. 혹시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고 하는 학생을 본 적이 있습니까?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 위에 뭐가 있는지 아세요? 일에 미친 사람이랍니다. 재미있는 수준을 지나면 미치는 겁니다. 이런 사람은 감당 못합니다.

성경에 이렇게 미친 사람이 여럿 나옵니다. 아마 대표적인 인물이 바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도 바울은 죄수인 상태에서 왕과 총독과 으리으리한 귀부인들 앞에서 복음을 전합니다. 오죽했으면 총독이 “너는 공부를 너무 해서 미친 것 같다.” 고 했을까요? 바울의 답변이 “오늘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나의 결박된 것 말고는 다 나와 같이 되기를 바라나이다.” 라고 했습니다. 자기가 가장 행복하다는 겁니다. ‘모두가 나와 같게 되기를 바란다’ 정상이 아니죠? 종목을 잘 골라서 제대로 미친 것입니다.

다윗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울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두 번이나 왔는데도 안 죽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이시니 하나님께서 해결하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 손으로는 죽이지 않겠다는 겁니다. 사울이 죽으면 자기 고생 끝나는데도 하나님을 생각하고 자기를 죽이려는 원수를 죽이지 않겠다고 하는 다윗이나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미쳤다는 소리 들으면서도 행복에 겨워서 복음을 전하는 바울이나 미친 정도가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윗이나 바울보다 더 깊이 사랑에 빠진 분이 누구신가요? 다윗도 바울도 사본입니다. 사랑의 원본은 하나님이십니다. 자기가 만든 인간에게 빠져서 그 인간을 구원하겠다고 독생자를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 아버지! 인간이 정 마음에 안 들면 다 없애버리고 새로 만들면 되잖아요? 하나님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독생자를 희생시켰다는 것은 제 정신입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사랑이 이런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옛날부터 쓰고 싶었던 책의 제목이 ‘사랑에 눈 먼 하나님’ 입니다.

우리 주변에 사랑에 눈이 멀어 사고 친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사본입니다. 원본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사랑에 빠져서 인간들을 사랑하셔서 사고 친 겁니다. 그 하나님을 닮은 우리 인생이니 사랑에 빠지면 이런 사고를 치게 되는 거죠. 하나님과 이런 사랑에 빠진 사람은 하나님 때문에 이런 저런 손해 보고 가슴 아픈 일을 겪어도 그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짜 사랑에 빠지면 속고, 이런 짓 저런 짓 해도 그게 괜찮습니다.

저도 바보 짓 한 적이 더러 있습니다. 전 평생에 반지를 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실반지를 낀 적이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지휘하는데 반지 끼고 있으면 잘 보이잖아요? “남자가 뭐 그런 걸 끼고 다니냐?” 라고 물으면 아이들 말로 굉장히 부끄럽고 쪽팔릴 거예요. 그러나 그 때는 자랑스럽게 끼고 다녔습니다. 진짜 사랑에 빠지면 누가 뭐라 하든지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손해 보는 것, 몸이 고달픈 것, 힘든 것 아무 관계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목사님이 한 분 계십니다. 저는 이 목사님께서 뭐라고 하시면 “예” 밖에 안 합니다. 몇 번 “예” 했다가 고생한 적이 한 번 두 번이 아닙니다. 믿고 따라갔는데 일이 잘못되면 어떡해요? 다른 사람 같으면 왜 그랬냐고 따져 보고 싶은데 이 분에게만은 따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이 분을 따라 갔다가 8명이 비행기를 놓쳤습니다. 제가 막내라서 나설 일은 아닌데 나이 많은 8명의 목사님에게 돈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신용카드 하나 정도는 들고 나가야 되는데 이 분들은 아무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 갔지만 이 분들은 매년 나갔습니다. 방법이 없잖아요. 제가 택시타고 시내 나가서 카드로 현금을 뽑아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위험한 짓이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돈 뭉치 꺼내다가 잘못하면 총 맞습니다. 처음이니까 뭣도 모르고 그랬죠. 거기서 거액을 현금으로 빼와서 비행기 표 끊어서 돌아 왔습니다. 그 분들 비행기 삯 돌려받는데 6개월 걸렸습니다. 신경질 안 났습니다. 존경하는 그 목사님을 따라 갔기 때문입니다. 그 후에도 그 목사님을 따라 갔다가 더 고생 했지만 전혀 원망이 나오지 않아요. 오히려 그 분이 힘들어 할까봐 신경은 쓰여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계산이 안 됩니다. 진짜 누군가를 좋아하면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져 버립니다. 7년이 수 일 같더라. 저는 여러분이 하나님과 이런 사랑에 빠지시기를 바랍니다. 이미 빠진 분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날마다 교회에서 보여요. 가는 데마다 부딪힙니다. “아니, 오늘 또 나왔어요? 오늘 또 일 해요?” 교회에서 사는 것 같아요. 힘 안 들까요? 안 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교회 일 열심히 하는 사람을 뒤에서 힘들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교회 2층에 벽지를 하나 발랐습니다. 벽지 하나 바르는데 무척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벽지를 골라달라는데 아무도 안 골라주고 다 도망가면서 하는 말이 “누구한테 무슨 말 들으려고?” 이 말은 우리 교회에도 이런 일에 입 대는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일 안 하는 사람이 남이 해놓은 것 보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거죠. 진짜 하나님과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성질 안 나요. “아, 그렇죠? 다음 번에는 이쁜 걸로 잘 해 볼께요.” 이러지, 성질 안 나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신하들이 그렇게 임금님을 좋아해서 열정적으로 뛰어 다니는 것은 좋은데 그렇다면 이런 신하들에게 다윗이 베들레헴 우물물이 먹고 싶다고 한 것은 제가 보기에 실수 같습니다. 임금님이 한 마디 해버리면 신하들이 어떤 일을 할지도 모르는데 말을 함부로 뱉어서 신하들로 하여금 위험한 일을 하도록 한 것이 실수 아니냐는 말입니다. 신하들이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고 다윗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얼마나 가슴 졸이며 그 광경을 지켜봤을까요?

부하 장수들이 아무 탈 없이 물을 길어 왔습니다. 다윗이 이 물을 보고 “이것은 물이 아니고 피다. 부하장군들의 생명과 같은 피다. 피는 마실 수 없다.” 레위기에 피는 마시지 말라고 그러죠? 그래서 부었습니다. 하나님께 제사로 드렸다는 뜻입니다. 제사 중에 부어드리는 제사가 있잖습니까? 하나님께 드렸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 신하들도 다윗을 끔찍하게 사랑했지만 다윗도 이 신하들을 정말 끔찍하게 위하는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형편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어떤 분이 부하 직원을 남해까지 문상을 보냈답니다. 문상을 간 사람이 상주한테 자기 전화기를 주어서 사장님한테 통화를 시켜 주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실수로 자기가 문상 다 하고 올라 왔답니다. 중간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사장님이 “전화 한 통화면 할 수 있는 일을 왜 안 하고 왔냐?” 고 하는데 방법은 다시 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아찔한 것이 상주한테 가서 뭐라고 그랬겠어요? 저 같으면 못 갑니다. 다시 가든지, 사표 내든지!

그런데 다윗이 그 물을 부하들의 피로 여기고 하나님께 드렸다는 것은 부하들을 그렇게 사랑했다는 것입니다. 다윗과 이 장수들은 뜨겁게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하나님 때문에 그렇게 된 겁니다. 다윗이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해서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애쓰고 하나님께서는 이런 다윗을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겠다는 뜻을 알았기 때문에 이 장수들이 마지막 시련의 때에 그를 찾아와서 다윗의 귀한 신하가 된 겁니다. 양쪽 다 하나님의 사랑에 빠져 있었던 사람들입니다.

연탄시인, 그 분을 보고 연탄시인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만 그게 제일 편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 시인은 ‘여러분 평생에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랑 해봤습니까? 그것도 안 해보고 한 때 불덩이 같았던 연탄재를 함부로 차지 말라’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뜨겁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하나님을 이렇게 한 번 사랑해 볼 수 있어야 아니, 평생을 그렇게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사랑에 빠지면 그 분의 말씀대로 하다가 손해를 보고 욕을 먹더라도 아무런 싫은 느낌이 들지도 않더라! 제대로 사랑에 빠진 사람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을 너무너무 사랑하면 그것도 행복입니다. 교인들의 경우에 지금까지 신앙생활 해 오면서 정말 존경할 수 있는 목사님이 없는 경우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내가 정말 좋아할 수 있는 목사님이 계신다는 것은 정말 행복입니다. 젊을 때 이런 사람 만나서 늙을 때까지 이런 관계가 지속된다면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요즈음 우리 집에 한 녀석이 연애하느라고 자주 나가요. 엄마 아빠 있는데서 은근슬쩍 자랑을 하고 싶은 모양이죠. 시비를 한 번씩 걸어요. “야, 그 어설픈 연애 가지고 폼 잡지 마라. 엄마 아빠는 옛날에 다 한 거잖아. 엄마한테 물어봐. 연애 할 때가 더 좋은지 지금이 더 좋은지” 지금이 더 좋대요. 저도 지금이 더 좋아요. 연애 때보다 더 좋다는 말이 쉽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금방 식어 버리는 거야. 평생 가는 방법이 뭔지 알아? 하나님 사랑에 빠져서 가면 사람에 대한 사랑도 길다. 사랑을 하려면 그렇게 해.” 잔소리를 해대니 자랑은 잘 안 해요. 꺼내봤자 본전도 못 찾으니까요.

여러분도 이미 그러시겠지만 혹시 안 그렇다면 하나님과 이런 사랑에 빠져서 계산이 안 되는 사랑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분이 원하신다면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분 때문에 어떤 일도 힘들지 않더라. 이런 사랑 누리면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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