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자유, 종의 자유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 아론과 그 자손에게 명하여 이르라 번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번제물은 단위 석쇠 위에 아침까지 두고 단의 불로 그 위에서 꺼지지 않게 할 것이요 제사장은 세마포 긴 옷을 입고 세마포 고의로 하체를 가리우고 단 위에서 탄 번제의 재를 가져다가 단 곁에 두고 그 옷을 벗고 다른 옷을 입고 그 재를 진 바깥 정결한 곳으로 가져 갈 것이요 단 위에 불은 항상 피워 꺼지지 않게 할지니 제사장은 아침마다 나무를 그 위에 태우고 번제물을 그 위에 벌여 놓고 화목제의 기름을 그 위에 사를지며 불은 끊이지 않고 단 위에 피워 꺼지지 않게 할지니라 [개역, 레위기 6:8~13]

옛날 우리 조상들은 불씨를 소중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불씨를 집안의 번영을 상징하는 것처럼 여겼던 모양입니다. 본문에 번제의 규례를 가르치시면서 하나님은 제사장에게 ‘단에서 불씨가 꺼지지 않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조상들의 얘기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불씨를 꺼뜨리지 말라고 말씀하시면서 동시에 번제물도 끊이지 않게 하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드려야 하는 제사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다른 제사도 많이 드려야 되는데 번제물이 끊이지 아니하고 계속 번제단에서 타고 있으면 다른 제사는 언제 드립니까? 하나님께서 무슨 뜻으로 이 말씀을 하셨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제사는 우리가 잘 먹지 않는 내장부분이나 기름부분만 단 위에서 태워서 하나님께 드리고 맛있는 살코기 부분은 제사장에게 돌아가거나 제사 드리는 사람들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번제만은 가죽만 제외하고 전체를 하나님께 태워서 드렸습니다. 제사장에게 가는 몫이 없었습니다. 제사 드린 사람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전부 태워서 드리는 제사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사 중에서도 번제는 온전한 충성과 온전한 섬김을 상징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제사로 여겼습니다.

이 번제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레위기 1장, 2장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나와 있는 이 짧은 내용은 번제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인 셈입니다. 이 부분에서 계속 반복되는 단어, 즉 번제를 드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본문에서 네 번이나 반복되는 ‘끊이지 않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번제는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것, 말하자면 계속해서 드리는 제사라는 겁니다.

9절에, ‘아론과 그 자손에게 명하여 이르라 번제의 규례는 이러하니라 번제물은 단 위 석쇠 위에 아침까지 두고 그 단의 불로 꺼지지 않게 할 것이요 번제물도 단 위에 끊이지 않게 하고 번제불도 꺼지지 않게 하라’고 합니다. 언제부터 제사를 드렸기에 ‘아침까지 두라’고 하죠? 저녁에 드린 겁니다. 그러면 밤새도록 제사를 드린다는 뜻입니다.

아침에는 꺼뜨려도 됩니까? 민수기에 보면 이 제사는 아침저녁으로 드린 제사입니다. 끊임없이 드려야 하는 제사라는 말입니다. 민수기에서는 항상 ‘상’ 자를 써서 상번제, 혹은 ‘매일 드리는 제사’라고도 합니다. 끊이지 않고 드리는 이 제사는 일차적으로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충성과 헌신은 꺼지지 않고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를 마음 내키면 쫙 했다가 기분 나쁘면 끊고, 좀 있다가 해도 되는 겁니까? 하나님께 드리는 충성과 헌신,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끊어지지 않게 계속 이어져 가야 하는 것입니다. 주일에, 혹은 수요일에 예배드리고 나면 예배가 끝나는 겁니까? 가정에 돌아가셔도, 직장에 가셔도 예배는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와 헌신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고 가정에서도 계속되어야 하고 직장에서도 계속되어야 하는 겁니다. 하나님을 향한 불꽃은 우리 평생에 꺼질 수 없는 것입니다.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나 헌신이나 봉사는 하나님의 일이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하는 봉사는 하나님과 관계없는 세상적인 일입니까? 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마지못해서 하는 일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 일하는 것, 직장에서 마음에 안 드는 일도 많고 때로는 하루에 몇 번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도 참고 노력하는 것, 그것도 하나님께 충성하는 겁니다.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 모든 어려움들을 참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 그것도 역시 하나님께 드리는 번제라는 겁니다.

가끔 주일예배 기도할 때에 이런 기도를 듣게 됩니다, ‘일주일 동안 죄만 짓다가 이 죄인들이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맞습니까? 저는 그런 분들에게 묻고 싶어요,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짓다 오셨는지?’ 일주일 내내 정말 세상 일만 하다가 왔습니까?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일과 세상 일을 딱 구분지어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하나님께 충성이요 가정에서도 하나님께 충성이요 직장에서도 하나님께 충성하는 겁니다.

주일에 주님 앞에 나와서 이렇게 기도하십시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충성하다가, 열심히 하다가 예배드리러 왔습니다.’ 일주일 만에 오신 것은 덜 충성이긴 합니다마는 그래도 가정에서 직장에서 애쓰는 것도 하나님께 충성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 때문에 가정에서 충성하고, 하나님 때문에 직장에서도 충성하는 겁니다.

여자분들이 그래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아무리 해도 표도 안 나는 것, 가정만 충실하게 잘 지키고 아이들 다 키워서 보내 놓고 지금까지 내가 뭐했는고?’ 후회스럽다는 분들이 더러 있습디다. 정말 아무 것도 안 한 겁니까?

가정을 잘 지켜서 아이들을 정말 훌륭하게 잘 키워내는 것, 정말 잘 키우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어도 하나님 앞에 충성한 겁니다. 내가 애쓰고 노력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다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것 아닙니다. ‘엄마도 공부 잘 하고 아빠도 공부 잘 했는데 너는 왜 이러냐?’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단지 얼마나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살려고 노력하고 애썼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고 충성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요사이 황금오리도 있고 청둥오리도 있고 집오리도 있고 탐관오리도 있대요. 집오리는 돈 벌러 안 가고 살림만 사는 부인을 가리킨답니다. 청둥오리는 집안 일도 잘 하지만 나가서 돈도 잘 벌어오는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랍니다. 돈 잘 벌어오고 집안 잘 돌보고 이러면 집오리보다 더 잘난 겁니까? 워낙 돈에 관심이 많고 돈을 숭배하는 세상이니까 그런 소리가 나온 건지 모르지만 청둥오리, 황금오리, 그렇게 부러워할 것이 아닙니다. 제일 본분에 충성한 것이 집오리입니다. 탐관오리는 집안에 앉아서 신랑이 벌어오는 돈을 제멋대로 쓰는 부인이랍니다.

누가 이런 말을 지어냈는지 몰라도 머리는 잘 굴렸습니다만 이런 생각 밑에 깔려 있는 것이 돈 아닙니까? 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집안 일을 잘 돌보는 것이 하나님의 보시기에 아름다운 일이요 하나님께 드리는 귀한 헌신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성질나는 것 참아가면서 가정을 돌보는 것이나,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나,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이고 끊이지 않는 헌신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사를 끊이지 않게 드리라고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당부일까요? 하나님께서 욕심이 많아서 그럴까요? 혼자 자시고 남에게 전혀 안 준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마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하나님께 번제를 끊이지 않게 계속 드리는 한 외적의 침입도 걱정할 것 없고 가뭄으로 해서 굶어죽을 염려도 전혀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은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겠다고 하십니다.

오늘날 우리도 교회에, 직장에, 아니면 가정에, 하나님을 생각해서 충성스럽게 봉사하며 헌신하면 누가 이로운 겁니까? 교회에서 충성하면 누가 이롭습니까? 우리 자신이 이로운 겁니다. 우리가 건강한 하나님의 자녀로 자라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먹는 것, 숨 쉬는 것은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겁니다.

옛날에 제가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평생에 끊이지 않고 정기적으로 가야 할 곳이 두 군데 있습니다’. 농담으로 해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맞다 싶어요. 평생에 끊이지 않고 정기적으로 가야 할 곳 중에 하나는 변소입니다. 정기적으로 잘 가는 것은 건강하다는 표시입니다.

또 하나는 뭘까요? 교회입니다. 교회를 화장실과 나란히 놔서 죄송하지만 화장실에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간다는 것은 육체가 건강하다는 증거가 되지만 교회를 꾸준하게 정기적으로 간다는 것은 영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혹시 객지에 나가 있는 아이들이 혼자 나가 있으면서도 교회 생활을 정기적으로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영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그런 얘기를 했는데 두고 두고 그 얘기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먹는 것, 입는 것, 쉬는 것을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꾸준하게 계속해야 하듯이 영이 건강하려면 하나님 앞에 번제를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이 밥 먹는 게 귀찮대요. ‘그냥 알약 하나 먹고 한 달간 살면 어떨까?’ 좋을 것 같아요? 부엌일도 설거지도 않고, ‘오늘 무엇 먹을까?’ 고민 안 해도 될 것 같으니까 참 좋아 보일런지 몰라도 그러면 그 시간에 뭐하시렵니까? 직장 떨어진 사람과 비슷합니다. 예수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를 가르치셨는데 옛날에는 그게 참 불만이었습니다. 일용할 양식이 뭡니까? 하다못해 한 달 먹을 양식을 위해 기도하고 평생 먹을 양식을 달라고 기도해야지!

그렇게 기도를 가르치고 그렇게 기도가 이루어진다면 여기 기도하지 않을 사람 많이 있습니다. 왜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을까요? 매일 매일 기도하라는 뜻입니다. 그것이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매일 말씀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을 끊지 말라는 의미가 바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는 말 속에 들어 있습니다. 이걸 구약식으로 말한다면 번제물과 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영적인 건강을 위해서입니다.

다른 이유가 또 하나 있어 보입니다. 12절, ‘단 위의 불은 항상 피워 꺼지지 않게 할지니 제사장은 아침마다 나무를 그 위에 태우고 번제물을 그 위에 벌여놓고 화목제의 기름을 그 위에 사를지며’라고 합니다. 화목제를 드리거나 아니면 다른 제사를 드리려고 제단에 왔더니 제단에 번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거 끝나면 내 차례지?’ 하고 기다려 보면 제사가 끝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12절 중간에, ‘번제물을 그 위에 벌여놓고 화목제의 기름을 그 위에 사르라’고 하죠? 드리려고 가져온 제물은 번제물 위에 놓는 겁니다. 소제나 화목제, 속죄제는 번제단 위의 번제물에 추가로 드리는 제사입니다. 정확하게 말을 하면 번제단 위에 번제물이 없으면 제물을 가져왔어도 제사를 못 드립니다. 번제물이 없다면 다른 제사를 드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소나 양이 무슨 효력이 있어서 우리의 죄를 속하게 됩니까? 범죄한 이후에, 말이 좀 험합니다마는 죽일 놈은 우린데 우리 대신에 소와 양이 죽는다고 해서 어떻게 우리의 죄가 사해질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히브리서 10장 4절에 ‘이는 황소의 피와 염소의 피가 죄를 능히 없이 하지 못함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범죄함을 깨닫고 돌이켜서 제사를 드린다고 해도 하나님과 화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죽어야 하는데 짐승이 죽는다고 해서 하나님과 화목이 되느냐는 겁니다. 우리의 재산을 교회에 다 드리고 평생을 교회에서 봉사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하나님과 화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제사법이 중요한 겁니다.

백성들이 제사를 드리려고 제물을 가지고 왔더니 가지고 온 제물보다 더 중요한 제물이 이미 번제단 위에 올려져 있는 겁니다. 그 위에 올려놓음으로 이 번제물의 효력에 묻어가는 겁니다. 이때 이미 드려져 있는 번제물, 끊이지 아니하고 하나님께 드려지고 있는 그 번제물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시고 살아나신 것은 우리 의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의 노력이나 우리의 애씀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죽으시고 살아나셨습니다. 바로 그 제사, 거기에 내 제물이 보태어져서 하나님께 바쳐지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죽음을 귀하게 여기고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내 노력, 내 희생, 내 봉사가 거기에 붙어져 있을 때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겁니다.

가끔 훌륭한 선수를 스카우트해 갈 때에 좋은 선수 하나 데려가려면 조금 떨어진 선수 몇 명 붙어가죠?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안되겠습니까? 군에서 한 사람을 빼내서 좋은 부대로 보내려고 하면 그 애를 포함한 앞뒤로 끊어서 괜찮은 부대로 보냅니다. 그래서 가끔은 묻어서 좋은 부대로 간 병사들에게 고참들이 묻습니다. ‘너 누구 빽으로 여기 왔냐?’고 자꾸 물어요. 그래서 별 빽도 없이 왔다 싶으면 도로 쫓겨나가는 수도 있습니다. 더 못한 부대로 보내버립니다.

우리의 능력과 우리의 제물과 우리의 희생으로 우리가 하나님께 받아진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셨고 예수님께서 희생하셨음을 하나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때에 우리는 거기 묻어서 하나님께 받아들여진 겁니다. 번제가 없다면 우리가 가지고 간 화목제물로는 하나님과 화목할 수 없다는 것을 이 본문이 가르쳐 주는 겁니다.

히브리서 9장 22절에 ‘율법을 좇아 거의 모든 물건이 피로써 정결케 되나니 피 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 피 흘림이 없으면다른 무슨 일을 하더라도 사함이 없다는 겁니다. 여기 피흘림이 누구의 피를 가리키는 겁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황소의 피가 죄를 사할 수 없다고 말했잖아요. 아무 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없이 죄 사함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없이 우리의 노력으로 하나님과 화목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과자를 아버지에게 줍니다. 잘 보시면 침도 묻었고 코도 묻었고 손때도 덕지덕지 묻은 것을 주물럭 주물럭 하다가 아빠 주면 웬만한 아버지는 받아먹습니다. 남의 자식이 그런 것을 주면 절대 못 먹습니다. 그거 어떻게 먹어요? 그런데 자기 자식이 주면 받아먹는 아버지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최선을 다 하고 충성하고 헌신한다고 해도 그 충성과 헌신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손때 묻은 과자부스러기에 불과할 겁니다. 그런데 그걸 하나님께서 기뻐하십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피 공로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에 그 어설픈 충성과 헌신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 흘림이 없이 우리의 충성과 우리의 헌신이 하나님 앞에서 그렇게 충성과 헌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을 계시록에서 설명을 해줍니다. ‘성도의 기도는 하나님께 올려지는 향이다’ 맞습니까? 맞는 것 같은데 묻는 것 보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계시록 8장 3절, 4절에,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들과 합하여 보좌앞 금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에 올라가는지라’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향은 뭡니까? 단에서 나옵니다. 그 단에서 드리는 번제가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귀한 향입니다.

그러면 성도의 기도는 3절 중간쯤에,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들과 합하여 보좌 앞 금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그러죠? 제단에서 나오는 번제가 향이 되어서 하나님께 드려지는데 성도의 기도가 거기 붙여져서 같이 가져가는 겁니다. 4절의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을 의미합니다. ‘이상하다? 전에 알기로 성도의 기도는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향이라고 분명히 알고 있는데 이 구절을 보니까 좀 헷갈리죠?’ 하나 더 봅시다.

계시록 5장 8절, ‘책을 취하시매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어린 양 앞에 엎드려 각각 거문고와 향이 가득한 금 대접을 가졌으니 이 향은 성도의 기도들이라’ 이 구절은 여러분들이 잘 기억하고 계십니다. 이 구절 때문에 성도의 기도는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향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그러면 아까 그 구절은 뭐예요?

조금 크게 보면 우리가 드리는 기도가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향입니다. 그런데 그걸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님께 드리는 향이 따로 있는데 거기에 성도의 기도가 묻어서 하나님께 올라가는 겁니다. 그래서 크게 보면 성도의 기도는 하나님께 드려지는 향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현미경 보듯이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성도의 기도가 주된 요소가 아니더라는 겁니다.

우리의 회개와 헌신과 충성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 맞죠? 맞습니다. 그러나 좀 더 정확하게 들여다본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이 없다면 우리가 드리는 이 희생이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희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번제는 끊이지 않고 드려져야 하는 겁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음을 뜻합니다. 거기에 우리의 제물을 보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을 받으시면서 거기에 우리의 희생까지도 받아들이시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때 끝에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내 이름으로는 안돼요. 내 능력으로, 내 열심으로, 아무리 기도해도 안되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겁니다.

말씀 드리는 김에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가끔 ‘기도 드렸습니다’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기도합니다’고 하면 좋겠어요. 부모님께 선물을 사와서 ‘아버님, 선물 드립니다’ 하는 대신에 ‘아버지, 선물 드렸습니다’ 하면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영문법에서도 과거 현재 미래에 계속되는 것은 현재형으로 말합니다. ‘기도합니다.’ 이 말은 ‘전에도 기도했고 오늘 했고 앞으로도 기도드립니다’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가 좋아 보여요. 그렇게 통일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어쨌든 불을 꺼뜨리지 말고 제물도 끊이지 말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제물 받을 준비가 다 되어 있으니까 ‘언제든지 와서 여기다 얹기만 하라’는 뜻입니다. 집나간 자식을 문 밖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과 동일한 마음입니다. 언제든지 오라는 초청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제물이든지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것은 제단 위에 있는 번제물 때문입니다. 나는 그냥 얹기만 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소를 드려도 좋고 양을 드려도 좋고 형편이 안되면 비둘기를 드려도 좋다고 하시는 것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0절 중간에, ‘제사장은 세마포 긴 옷을 입고 세마포 고의로 하체를 가려서 단 위에서 탄 번제 재를 가져다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가려야 할 부분을 가려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문자 그대로 지키지는 않습니다만 당시에 하나님께서 이런 규정을 왜 주셨는지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제사장들에게는 이것이 하나의 의식이었겠지요. 그러나 오늘 우리에게는 하나님 앞에서 이런 영적인 부끄러움이 드러나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그 다음에 재를 버리러 가면서 옷을 어디서 갈아입는지 보세요. 옷을 갈아입는 곳은 단 곁 입니다. 제사장이 제사장 복장으로 단을 떠나서 백성들이 살고 있는 곳을 지나서 진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성가대 가운을 입고 막 뛰어다니거나 화장실 들락거리면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씀도 여전히 영적인 의미로 성도가 성도답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다녀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이것 역시 옷을 말하는 것 아닙니다. 성도가 죄와 짝하여 혹은 죄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마치 제사장이 제사장 복장으로 해서 재를 담은 통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과 모양새가 좀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색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 앞에 드러나지 않을 영적인 부끄러움은 가려야 하고 신분에 맞는 복장을 하라는 겁니다. 거룩한 백성이 어떻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돌아다닐 수 있겠느냐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사장이 재를 담아서 진 바깥으로 나갑니다. 진 바깥이라는 곳은 어떤 의미에서 버려진 곳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두운 곳이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진 바깥 재를 버리는 곳을 정결한 곳이라고 말하죠? 재를 버리는 곳은 쓰레기 소각장 같은 곳이 아닐까요? 그런데 그 곳을 어떻게 정결한 곳이라고 할까요? 재를 버리는 곳 자체가 정결한 곳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버리는 재가 정결하기 때문에 그 재를 버리는 곳이 정결하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고와는 거꾸로 입니다. 이런 예가 성경에 가끔 있어요.

정한 사람이 부정한 사람에게 손을 대면 부정해집니다. 부정한 것에 접촉되면 다 부정해지는데 예수님께서 지나가실 때 부정한 여인이 손을 댔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예수님이 부정해져야 될 텐데 거꾸로 예수님의 능력이 오히려 그 여인을 정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여기에 버리는 재가 무슨 재입니까? 하나님께 끊임없이 드렸던 번제의 재입니다. 이 재가 거꾸로 버려진 곳 어두운 곳을 오히려 정결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죠.

예수님은 원 감람나무 가지입니다. 여기에 돌 감람나무 가지를 가져다가 접을 붙입니다. 그러면 어떤 열매를 맺힐까요? 좋은 열매를 맺힐까요? 아니면 돌 감람나무 열매를 맺힐까요? 고욤나무에 감나무 접을 붙이면 고욤이 열립니까? 감이 열립니까? 감이 열립니다. 감나무에 고욤나무를 접붙이면 고욤이 맺힙니다.

보세요. 원가지에 돌 감람나무 가지를 접붙였습니다. 정상적이라면 돌 감람나무 열매가 맺혀야 되는 거예요. 그런데 예수님이 원가지일 때는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좋은 열매가 맺힙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능력입니다. 동시에 그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성도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너무나 죄악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 수 없다?’ 그래서 성도는 깨끗한 곳을 찾아 다 도망을 가 버리나요? 그렇게 해서라도 깨끗하게 살기를 원하는 성도들도 있기는 합니다마는 그것보다 더 잘 하는 것은 예수님의 그 능력을 받아서 그 더러운 곳을 정화시켜 나가는 겁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능력입니다.

예수님 때문에 더러운 곳이 정결한 곳이 되고, 예수님 때문에 부정한 여인이 정결한 여인이 되고, 예수님 때문에 당연히 돌감람열매가 맺어야 하는데 좋은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능력이요,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성도는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 어릴 때 안 믿는 친구 사귀지 말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커서 보니까 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자신이 없으면 그렇게 하십시오마는 안 믿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셔요. 안 믿는 친구들에게 끌려가서 끝장 날 것 같으면 사귀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같이 어울려서 저 친구들을 내가 정화시키고 날 따라오도록 만들어야 되잖아요. 그렇게 사는 것이 예수님의 제자다운 삶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번제가 하나님께 드리는 충성과 헌신의 의미가 있듯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님 앞에서 꺼지지 않는 불처럼 지속적으로 타올라야 합니다. 교회를 왔든지 가정에 갔든지 직장에 갔든지 어디서든지 하나님께 충성하는 성도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노력이 그렇게 값어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속물 되신 예수님께서 제물이 되어서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바쳐지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의 이런 헌신과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능력이 있든지 없든지 하나님 앞에만 나오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는 제물에 힘입어서 어떤 죄라도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그 제물을 마련해 놓고 누구든지 나와서 여기에 작은 것이라도 얹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우리가 드리는 제물, 충성은 작은 겁니다.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제물은 하나님께서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 제물 때문에 우리가 성결해집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힘들고 어렵지만 주님 앞에 서는 그 날까지 더 충성스럽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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