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자유, 종의 자유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사랑하는 자들아 나그네와 행인 같은 너희를 권하노니 영혼을 거스려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권고하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복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 혹은 악행하는 자를 징벌하고 선행하는 자를 포장하기 위하여 그의 보낸 방백에게 하라 곧 선행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식한 말을 막으시는 것이라 자유하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우는 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 뭇사람을 공경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왕을 공경하라 [개역, 베드로전서 2:11~17]

지난해 한국교회는 엄청난 욕을 들었죠. 아프카니스탄 사건 때문에 말로 다할 수 없는 비난을 들은 셈입니다. 그 비난 중에는 전혀 말이 안되는 비난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웬만해서 그런 것 잘 안 찾아보는데 도대체 인터넷에서 무슨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나 싶어서 찾아보았습니다. 정말 못된 글이 실려 있더라구요. 그 봉사단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열 가지 정도 적어 놓았는데 내용을 보나 안 보나 말도 안되는 것이 대충 집어도 대여섯 개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은 사실을 알고 말고를 떠나 사실이 아니란 것을 읽어 보면 알 수가 있는데도 그 교회가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한 채 그 비난을 묵묵히 다 감당해야 했습니다. 억울하지만 한마디 대꾸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마디 해 놓으면 벌떼같이 달려들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다 받아 들여야 했습니다. 수 많은 악의적인 유언비어들이 난무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말도 안되는 것이 ‘군용기를 보내어 돌아오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겁니다.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말이 안됩니다. 거기가 어떤 곳인데 군용기가 갑니까? 또 ‘외무부장관이 그렇게 말렸는데도 갔다’는 겁니다. 지난 해에 아프카니스탄에 봉사하러 갔던 것이 그 교회만이 아닙니다. 포항에서도 한 팀이 갔다 왔습니다. 수 많은 교회와 단체가 거기에 갔습니다. 불법이 아니었다는 얘기죠. 그런데 외무부장관이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단체들마다 찾아다니면서 가지 말라고 반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기회다 싶으면 사람들은 교회를 향해서 비난을 퍼붓습니다. 이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 동네에서도 작은 일이 하나 터지면 그대로 비난을 퍼붓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교회와 관련해서 일이 하나 생기면 그저 비난하고 욕부터 해대는 것이 불신자들의 반응입니다. 교회에 대해서 불신 혹은 불만이 꽉 차 있다는 뜻입니다.

아프카니스탄 사건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그래도 한국교회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온 백성의 비난을 하필이면 샘물교회가 받았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래도 사랑하고 계신다는 좋은 증거입니다. 불신자들이 기회만 되면 교회를 비난해대는데 이걸 뒤집어서 말하면 한국교회가 그렇게 잘못한 점이 있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한국교회가 매를 좀 맞아야 될 때가 되었다는 겁니다. ‘정신 좀 차리라고 매를 들어야 하겠는데 어느 교회에 매를 들까?’ 하신 겁니다. 매를 들어도 맞고 견딜 수 있는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것이지 매 맞고 집 나가서 사고 칠 아이나 매 맞고 죽을 아이에게는 매를 못 듭니다. 한국교회가 매를 맞아야 될 상황이 되었는데 그 매를 맞고 견딜 수 있는 교회가 하필이면 샘물교회였다는 겁니다. 샘물교회는 한국에서도 모범적인 교회입니다.

몇 년 전에 PD수첩에서 교회에 대해서 얼마나 비난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만 기독교 단체에서 반대 성명을 내고 야단법석을 부렸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이 많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아예 안 봤습니다. 나중에 들리는 말에 그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모범적인 교회도 있다고 하면서 예를 들었던 교회가 샘물교회입니다.

이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 기자들이 그 교회에 죽치고 앉아서 기사가 될만한 것을 이 잡듯이 뒤졌습니다.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진짜 비난할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도 샘물교회 앞에는 소위 말하는 안티 크리스찬들이 데모를 하고 있습니다. 확성기를 틀어 놓고 온갖 비난의 소리를 다 해대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단지 지난 번과 다른 점은 기자들이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죠.

다행스럽게 샘물교회가 그 욕을 먹었기 망정이지 다른 교회가 그렇게 되었다면 무너져 버렸거나 아니면 수 많은 냄새나는 일들이 쏟아져 나왔을 겁니다. 매를 감당할 수 있는 교회가 매를 맞았기에 한국교회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그 교회 소식을 들었습니다. 백년 전에 이 땅에 성령의 은사를 쏟아부으셨던 하나님께서 한국 어디에 성령을 쏟아부으실까 하고 생각하시다가 아마 샘물교회에 쏟아부으신 게 아닌가 싶을만큼 은혜가 넘친다고 합니다. 매를 잘 견딘 교회에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샘물교회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근거도 없이 교회를 비난하는 경우에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교회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얼마나 선한 영향을 많이 끼쳤는지 모릅니다. 과거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무슨 일만 터지면 교회를 향해서 비난의 화살을 돌립니다. 그 비난들이 실제로는 이유없는 비난일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봉사활동을 하거나 모금활동을 하면 평균 60-70%는 교회가 감당을 합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교회가 공평과 의로 사람들을 이끌기보다는 힘으로 밀어 붙여서 마치 이익단체처럼 일을 처리할 때가 적지 않게 있었고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본을 따라서 섬기고 희생하기보다는 군림하고 거만 떨면서 자기를 과시하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까, 우리를 거만하게 만들어 갑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말미암아 이미 우리는 구원을 얻은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앞으로 있을 심판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이 사실이 여러분을 겸손하게 만듭니까? 아니면 불신자들 앞에서 여러분들을 아주 거만하게 만들어 버립니까? 혹시라도 ‘우리는 하나님께 구원받은 거룩한 백성들이고 저 인간들은 하나님의 심판 때 어디 두고 보자.’ 이래서 내려다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우리가 하나님께 이런 은혜를 받았으니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또 교회를 향해서 비난하는 그 사람들을 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불신자들의 말을 많이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들은 말은 교회가 돈을 많이 거둬서 자기들끼리 다 쓰고 만다는 겁니다. 이것도 신문이나 가끔 지상에 보도되는 큰 교회들의 이야기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마는 이것도 옳지 않습니다. 한국교회 중에서 재정적으로 자립이 안되는 교회가 몇 %정도 되는지 아십니까? 저도 몰랐습니다. 신학교 가서 알았는데 굉장히 놀랐습니다. 재정적으로 독립이 안되는 교회가 80%입니다. 결국은 대형교회들이 세워지는 것에 대해서 질투하거나 아니면 그런 대형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것을 마치 출세나 성공의 표처럼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또 불신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은 이기적이고 말만 앞세우는 자들’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느냐 생각해 보면 우리가 정말 그리스도인답게 살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참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나 계 모임에서 잘 빠지게 됩니다. 예배 드리는 것 때문에 그렇잖아요. 빠질 때 빠지더라도 내가 여기 빠지고 싶어 빠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른 어떤 역할을 함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예배 때문에 빠진다고 해도 다른 것으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게 분명해지면 안 믿는 사람들이 날짜를 잡거나 행사를 잡을 때 그리스도인 누구 때문에 날짜 조정을 좀 하게 되기도 합니다. 예배시간이라고 빠지고 예배와 상관없이 다른 이유로도 빠지고 이러다 보니 이기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거죠.

예전에는 교회를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존경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존경하는 측면은 별로 없고 비난만 합니다. 이건 확실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섬기는 자세로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본문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두 가지로 내용을 요약해 보면 ‘선한 행실로 비난을 잠재우라’고 말합니다. 선한 행실로 비난을 잠재우고 또 ‘순복함으로서 무식한 자의 말을 막아버리라’고 하고 있습니다.

12절입니다,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권고하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가지치기를 조금 해서 다시 읽어보면, ‘너희가 행실을 선하게 가져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하면 교회를 향해 비방하는 자들이 오히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될까요?

그리스도인들은 선하게 살아야 합니다. 교회를 향하여 비방하는 자들이 그 선한 행실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게끔 선하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말씀대로 살아도 비난을 받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행실을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영광을 돌릴 정도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될지 고민을 좀 해 봐야 합니다. 교회를 향해 비방하는 사람들과 말로 싸울 생각을 절대 하지 마십시오. 설득이 안됩니다. 혹시 비난을 하게 되면 그걸 감수하고 들어야 합니다. 단지 그런 비방을 하지 않을만큼 선한 행실을 보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선한 행실을 보이려면 몸도 괴롭고 힘도 들고 돈도 많이 듭니다. 그러나 저 영혼을 구원하려고 작심을 했다면 각오해야 되는 일입니다.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일이겠지만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동시에 이런 선한 일은 ‘어리석은 사람의 무식한 말을 막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선한 행실 외에 어리석은 자들의 무식한 말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엄청난 박해에 직면해서 고난 가운데 살면서도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선한 행실을 보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13절에,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복하되 혹은 위에 있는 왕이나 악행하는 자들을 징벌하거나 선행하는 자들을 보장하기 위하여 그의 보낸 방백에게 하라’ 이것도 가지치기를 좀 하고 핵심만 다시 살핀다면 ‘주를 위하여 순복하되 왕과 방백에게 순복하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에게는 순종하라는 말보다는 저항하라는 말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항이라는 것이 매력적이고 멋있어 보이지만 이것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학생회장 선거하는데 후보가 나와서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과 협력하여서 참 좋은 학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러면 표가 잘 안 나와요. 여중학교 3학년짜리 아이가 연설대 위에 군화같은 것을 신고 올라와서 벗어놓고는 고함을 팍 질렀습니다. ‘우리가 이런 신발을 신으면 안되는 이유가 뭡니까?’ 하면서 교장선생님께 막 대들다시피 연설을 했는데 당선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애를 잘 모르는데 다른 선생님에게 물어보았어요, ‘쟤가 원래 저런 애냐?’고요. 아니래요. 굉장히 모범적인 학생이래요.

누구에게 코치를 받았는지 그게 궁금해서 나중에 물어 보았더니 자기 오빠가 그 옆의 고등학교 학생회장이랍니다. 표를 얻으려면 제일 먼저, ‘학생과장부터 까라’고 가르쳐 준 겁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표를 다 얻어놓고 다음날부터 다시 모범생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쟤가 왜 저러는지를 모르고 표를 찍어 준 애들만 바보된 거죠. 노조위원장 선거도 생각해 보세요. 아무래도 과격한 사람이 표를 얻지 ‘경영진과 협의를 잘해서 어쨌든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러면 표가 잘 안 나옵니다.

온건하고 순종적인 것이 사실은 복인데 사람들은 그런 것을 잘 모릅니다. 진정한 힘은 순종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때로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쟁취하거나 백성들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는 왕이 있어서 저항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왕과 방백에게 순종하라고 가르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로마황제를 섬기지 않는다고 엄청난 박해를 받았습니다. 이럴 때 교회의 지도자가 로마에 저항하고 로마를 때려잡자 하고 나섰으면 아마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교회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성도들을 그렇게 박해하는 황제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가르쳤고 순복하라고 가르쳤습니다. 교회를 핍박하는 그 명령을 거역했습니다.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해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로마를 집어 삼키게 되는 겁니다. 박해하는 사람들이 몰래 스파이를 집어 넣어보면 참 이상한 거예요. 저놈들이 저렇게 박해를 받고 죽어가면서도 황제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더란 말입니다. 이런 순종의 저력이 결국은 자신들을 박해하던 로마를 거꾸로 집어 삼켰다는 사실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순종이 정말 힘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순종하는 것부터 가르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 앞에서 아이들의 선생님을 깔보거나 흉보지 마십시오. 선생님이라고 전부 좋은 분은 아닙니다. 밖에 나가서 ‘선생님이 그럴 수 있냐?’ 하고 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 앞에서는 절대 하지 마셔요.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정말 욕이라도 한번 하고 싶은 선생님이라도 아이 앞에서는 그 선생님에게 머리 숙여야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입니다.

정당한 권위에 순종하고 순복하는 것을 어른들이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이 배워야 정상적으로 자랍니다. 그런 것을 안 배워 놓으니 선생님을 우습게 압니다. 어른 말을 들을 생각도 안합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하지 말고 속으로만 대답하세요.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 누구죠? 세 글자만으로 대답하시면 여러분들이 잘못하고 계시는 겁니다. 최소한도로 네 글자는 되어야 합니다. 세 글자 아니면 두 글자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비난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이 된 분입니다.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것 아닙니다. 정당한 권위를 가진 분입니다.

아무리 잘못을 했더라도, 비난할 때 비난하더라도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을 부를 때도 별명만 불러댑니다. 또 친구이름 부르듯이 부르기도 합니다. 야단 치셔야죠. 어른들부터 정당한 권위에 순복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성경은 분명히 가르칩니다. 왕과 방백에게 순복하라고 가르칩니다. 이 왕이 도대체 어떤 왕입니까? 믿는 성도들을 박해하고 교회를 핍박하는 그런 왕과 방백들입니다. 순복하라는 거예요.

요는, 선행과 순복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는데 우리도 마땅히 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웃에게 선행을 베풀려니까 경우에 따라서 참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순복하라는데 ‘저게 상사라고?’ 참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앞에서는 ‘예, 예’하고 뒤에서는 욕할 수밖에 없죠? 이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입니다. 진정으로 선을 행하고 순복하라고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해지느냐 말이죠.

본문을 잘 살펴보면 그리스도인들이 이 땅에서 나그네와 행인, 종처럼 살면 된다고 합니다. 17절 보셔요, ‘자유하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우는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고 그러죠? 누가 자유합니까? 그리스도인들은 자유자입니다. 나그네와 행인처럼 사는데 자유자입니다. 하나님의 종도 사실은 자유자입니다. 나그네와 행인, 종처럼 살라는 그 말 속에 ‘이들이 자유한 것처럼 그렇게 자유롭게 살아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우선 나그네와 행인이 어떻게 자유로운지 생각해 봅시다. 나그네와 행인의 가장 큰 특징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거죠. 집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현실에 그렇게 매이지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유학생들이나 안식년을 맞이해서 잠시 들어온 선교사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비싼 가구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남이 쓰다가 버리려고 하는 것도 아주 좋아합니다. 어차피 잠시 쓰다가 떠나갈 건데요.

나그네와 행인은 현실에 그렇게 매이지 않습니다. 혹시 옆집에 좋은 가구 하나 사면 구경 갔다가 탐이 납니다. 그러면 나도 똑같은 것을 사든지 아니면 그것보다 나은 것을 사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더러 계시죠? 나그네는 그렇지 않습니다. 옆집에 아무리 좋은 것을 사다 놓아도 부럽지 않습니다. 곧 떠날 거니까요. 아니면 자기 집에 가면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안식년을 맞아 왔다가 잠시 거주하고 계시는 선교사님들을 보면 전부 어디 가서 고물같은 것 구해다가 잘 쓰고 있습니다.

나그네는 짐을 가볍게 꾸립니다. 나그네에게 무거운 것은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이 땅에 살 때 이런 마음으로 사셔야 합니다. 그것이 나그네의 자유입니다. 절대로 이 땅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살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원한 집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길어야 100년입니다.

나그네는 진수성찬보다 우동 한 그릇이 낫습니다. 나그네에게 진수성찬은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는데 ‘좋은 음식 나온다 기다려라?’ 아무리 좋은 음식이 나오면 뭐합니까? 시간이 없는데요. 옛날 얘기가 되어 버렸습니다마는 기차 역에 1분이나 3분 정도 정차 하잖아요? 그 때 먹는 우동, 옛날 추억입니다마는 그거 참 맛있는 겁니다. 주로 대전역이죠. 기차가 섰다 하면 우루루 달려가서 잽싸게 먹어 치우고 올라오곤 합니다. 나그네에게는 진수성찬보다 그런 것이 훨씬 맛이 있는 겁니다.

이 땅에 살면서 죽으면 가져가지 못할 그 얼마 되지 않는 재산 때문에 형제가 갈라서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잖아요? 내 손에 있는 이것이 영원히 내 것인줄 알고 착각하는 겁니다. 형제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형제가 부자로 산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죠. 우리는 이 땅에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와 행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움켜잡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11절 중간쯤에 보시면, ‘영혼을 거스려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합니다. 육체는 나타난 현상이고 인간의 본질은 영혼입니다. 영혼이 중요한 것이지 육체는 거기 비하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육체를 위해서 우리는 먹어야 합니다. 몸에 좋은 것, 건강에 좋은 것을 정기적으로 가려가면서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먹는 것에만 관심을 쓰면 짐승하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다 중요합니다. 소홀히 여기시면 안됩니다. 적어도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에 중요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만 매달린다면 짐승하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육체의 정욕에 사로잡혀 살고 있지만 이걸 제어하라 통제하라는 겁니다. 그래야 영혼이 살아나는 거죠. 쉽게 말해서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끊어야 한다 생각할 때 끊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제어입니다.

잠자는 것도 중요하죠. 그렇지만 잠을 줄여야 되겠다 싶으면 줄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영혼이 살아난다는 말입니다.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영혼이기 때문에 ‘육체의 굴레에 매여서는 안된다’라는 말이 나그네와 행인이라는 말에 붙어 있는 거예요. 나그네와 행인은 육체의 굴레에 매인 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육체의 굴레에 매여서, 먹는 것, 입는 것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사람은 나그네의 자유를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은 종의 자유에 대해서입니다. 종이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종은 거의 모두가 부자유합니다. 자유스럽지 않습니다. 성경에서도 종되지 말라고 합니다. 애굽에서 종살이 하고 있는 것을 꺼내어 가지고 내가 너희를 전부 자유인으로 만들었는데 너희가 왜 종살이 하느냐 절대 종이 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정말 특수한 종이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어떤 부목사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자기가 교회 일을 전부 맡아 하는데 사례를 담임목사는 많이 주고 자기는 조금밖에 안 주더랍니다. 부목사가 아무리 일을 많이 하고 밤낮으로 뛰어다녀도 아무 일도 안하는 담임목사만큼 머리 아픈 게 아닙니다. 군대에서 제일 복장 편한 사람이 누구입니까? 높은 사람 아닙니다. 일이 잘 안되면 고참이 깨집니다. 더군다나 요즘 고참 더 머리 아픕니다. 요즘 졸병들이 말을 들어줘야 해 먹죠.

군대에서 제일 복장 편한 사람은 졸병입니다. 하라고 하면 하고, 자라고 하면 자면 됩니다. 그런데 다른 졸병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골치 아파 집니다. 졸병이 일은 많이 하고 제일 많이 치이는 것 같아도 제일 복장 편합니다. 주인은 놀고 있는 것 같고 하인은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도 주인이 놀고 있는 것 아닙니다. 하물며 진짜 주인이 좋은 분 같으면 종은 자기 할일만 하면 편합니다.

집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종은 걱정할 게 없습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주인의 몫입니다. 주인을 잘 만나면 종이 걱정할 게 별로 없습니다. 하물며 능력이 무한하시고 사랑이 무한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주인이시라면 종노릇하기 얼마나 좋은지 아십니까? 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주인 밑에서 종노릇 하는 것은 정말 자유롭고 편안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종의 자유는 그런 겁니다.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서 기꺼이 종노릇 합니다. 어떤 어머니는 종도 종도 그런 종이 없어요. 어머니가 자녀를 위해서 종노릇 할 때 누가 행복한 겁니까? 종노릇 하는 사람이 행복한 겁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왕노릇하면 누가 행복하죠? 한 사람이 왕노릇 하고 한 사람이 종노릇하면 왕노릇 하는 사람은 행복하겠죠? 둘 다 불행합니다. 그런데 부부가 서로 종노릇하는 부부가 있거든 자세히 한번 보세요. 얼마나 행복한지! 부부가 서로 종노릇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 아니꼽기 짝이 없습니다. 참 눈꼴 시려서 못 봅니다. 본인들은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끔찍하게 사랑하셔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 종의 자유입니다.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픈 일은 주인님이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이게 종의 자유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순복할 때 진정한 자유자가 되는 겁니다. 우리 믿음의 선조들이 자신을 이렇게 낮추어 버림으로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엄청난 충격파가 몰아쳤습니다.

고린도전서 12장 13절을 보시면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몸이 되었고’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옛날에 종과 자유자는 하늘과 땅입니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언제 하게 되었습니까?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의 사장과 말단 사원이 함께 씨름하고 해서 평등해 보여도 평등한 것 아닙니다. 그 차이는 어마어마한 겁니다. 그 옛날에 종과 자유자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자유자라는 이 사람들이 종을 하나라고 할 만큼 자신들을 낮추었다는 겁니다.

옛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양반과 상놈하고 밥을 같이 먹었다면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까? 우리 선조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양반이 상놈하고 같은 상에서 밥을 먹고 받아들였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렇게 자신을 낮추어갔다는 겁니다. 자유자가 종과 하나가 될만큼 낮춘 것이 사실은 진정한 자유입니다. 오늘 우리는 조금만 낮추면 되잖아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조금만 낮추면 종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본문은 선한 행실로 무식한 자의 말을 틀어막으라고 합니다. 이것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알뜰살뜰 저축해서 돈을 모았는데 어려운 형제가 도와달라고 합니다. 줄 수 있다면 나그네의 자유를 누리는 사람입니다. 움켜쥐고 있다면 나그네의 삶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매여 있는 겁니다. 이 땅에 말뚝박고 떠나지 못할 사람입니다.

부인이 어쩌다가 실수로 거금을 잃어버렸습니다. 아깝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돈보다 사람이 귀중하다고 여기고 분노를 표하지 않는다면 나그네의 자유를 가진 사람입니다.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도 놓아야 할 때 놓을 수 있다면 이게 나그네의 자유를 소유한 사람입니다.

혹시 나라 걱정 하느라고 아니면 회사 걱정하느라고 잠 못 이룬 적이 있습니까? 혹시 교회 걱정 때문에 잠 못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나는 그런 걱정 전혀 해 본적이 없는데요? 그게 행복한 게 아니고 그건 바보입니다. 그런 걱정 했어야 옳다는 겁니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걱정은 태산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 맡기고 편안할 수 있는 것이 종의 자유입니다.

어떻게 하나님께 맡깁니까? 기도합니다.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맡기고 편안히 잠들 수 있고 깨어나면 또 걱정이 됩니다. 그러니까 또 기도합니다. 교회를 위해서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성도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진정 교회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래서 종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종의 자유란 정말 진짜 좋은 주인이 따로 계신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겁니다.

놓을 때 언제든지 놓을 수 있고 떠날 때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것이 나그네의 자유입니다. ‘내가 걱정 안 해도 걱정하실 분이 따로 있고 책임지실 분이 따로 있습니다. 단지 내게 맡겨진 일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러고 편안할 수 있는 것이 종의 자유입니다. 이런 저런 잡다한 일에 매여서 안 믿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이웃을 섬기며 자신을 낮추면서 나그네처럼, 종처럼 사시면 여러분도 행복하고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교회는 아름답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자유를 우리에게 주시기 위해서 우리 주님께서 고난 당하셨음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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