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력없는 언약궤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사무엘의 말이 온 이스라엘에 전파되니라 이스라엘은 나가서 블레셋 사람과 싸우려고 에벤에셀 곁에 진 치고 블레셋 사람은 아벡에 진 쳤더니 이스라엘을 대하여 항오를 벌이니라 그 둘이 싸우다가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 앞에서 패하여 그들에게 전쟁에서 죽임을 당한 군사가 사천명 가량이라 백성이 진으로 돌아오매 이스라엘 장로들이 가로되 여호와께서 어찌하여 우리로 오늘 블레셋 사람 앞에 패하게 하셨는고 여호와의 언약궤를 실로에서 우리에게로 가져다가 우리 중에 있게 하여 그것으로 우리를 우리 원수들의 손에서 구원하게 하자 하니 이에 백성이 실로에 보내어 그룹 사이에 계신 만군의 여호와의 언약궤를 거기서 가져왔고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하나님의 언약궤와 함께 거기 있었더라 여호와의 언약궤가 진에 들어올 때에 온 이스라엘이 큰 소리로 외치매 땅이 울린지라 블레셋 사람이 그 외치는 소리를 듣고 가로되 히브리 진에서 큰 소리로 외침은 어찜이뇨 하다가 여호와의 궤가 진에 들어온 줄을 깨달은지라 블레셋 사람이 두려워하여 가로되 신이 진에 이르렀도다 하고 또 가로되 우리에게 화로다 전일에는 이런 일이 없었도다 우리에게 화로다 누가 우리를 이 능한 신들의 손에서 건지리요 그들은 광야에서 여러 가지 재앙으로 애굽인을 친 신들이니라 너희 블레셋 사람들아 강하게 되며 대장부가 되어라 너희가 히브리 사람의 종이 되기를 그들이 너희의 종이 되었던 것같이 말고 대장부같이 되어 싸우라 하고 블레셋 사람이 쳤더니 이스라엘이 패하여 각기 장막으로 도망하였고 살륙이 심히 커서 이스라엘 보병의 엎드러진 자가 삼만이었으며 하나님의 궤는 빼앗겼고 엘리의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죽임을 당하였더라 당일에 어떤 베냐민 사람이 진에서 달려나와 그 옷을 찢고 그 머리에 티끌을 무릅쓰고 실로에 이르니라 [개역, 사무엘상 4:1~12]

십자가가 우상이 되지 않아야!

찬송가를 보면 십자가에 대한 찬송이 참 많이 나오지요? ‘십자가 십자가 내가 처음 볼 때에 나의 맘에 큰 고통 사라져’ 이런 찬송을 위시하여 십자가에 관계된 찬송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러면 어떤 십자가가 가장 위력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우리교회 본당 뒤편에 잘 생긴 십자가가 하나 있습니다. 저것하고 금은방에서 비싸게 산 순금으로 만든 십자가 목걸이하고 어느 게 더 효력이 있을 것 같습니까? 혹 집안에 우환이 있고 이런저런 걱정거리가 있고 잘 안 풀리면 십자가 하나 걸어놓고 싶으십니까? 저 본당 뒤의 것을 떼다 놓으면 효력이 더 있을까요? 아니면 어디서 하나 사다 걸어 놓는 게 나을까요?

저는 본당에 걸려 있는 십자가를 바라볼 때마다 너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십자가는 너무 잘 만들어도 안되겠구나 싶어요. 저 모형이나 각도를 잡은 걸 보면 참 잘 만들었습니다. 이런 잡생각이 든다는 것은 은혜가 덜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무엇이 십자가입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못박아 죽이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고백과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 마음이 없다면 그건 십자가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고 우리 주님께서 이런 고난을 당하셨다는 고백이 없다면 그 어떤 십자가의 형태도 그건 십자가가 아닙니다.

이런 고백과 감사 없이 십자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요. 옛날 어떤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귀신을 쫓는데, 귀신이 주로 서양귀신입니다, 효력이 있다고 해서 십자가를 귀신에게 들이밀면 귀신이 도망을 갑니다. 십자가가 없으면 손가락 두 개를 겹쳐가지고 십자가 형태로 만들면 귀신이 무서워서 도망간다? 전혀 성경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만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이 솥에서 밥을 풀 때 십자가 긋고 펐죠? 로마 카톨릭 교인들이 성호 긋는 것 아시죠?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십자가가 우상이나 부적처럼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얼마만한 고난을 겪으셨는지에 대한 감사와 감격이 없다면 어떤 형태의 십자가도 십자가가 아닙니다. 밥 푸기 전에 왜 십자가를 긋습니까? 정말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당하셨던 고난에 대한 감사가 묻어 있다면 그건 잘 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긋는다면 그건 하나님과 관계없는 십자가입니다.

모세가 뱀에 물려 죽어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서 놋뱀을 만들었습니다. 쳐다보는 사람마다 살았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죠! 그런 다음에 이 놋뱀을 어떻게 해야 됩니까? 나중을 위해서 따로 보관을 해놔요? 어쨌든 그 놋뱀을 보관했는데 사람들이 그 놋으로 만든 뱀을 우상처럼 숭배해버린 겁니다. 뱀에 물려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서 쳐다보는 사람마다 살게 하신 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 놋뱀이 무슨 신령한 은사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데도 후대 사람들이 그걸 섬기니 결국은 히스기야가 그 놋뱀을 전부 부셔버렸습니다. 깨뜨려 가루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세월이 지나자 하나님의 은혜는 잊어버리고 놋뱀만 남아서 사람들이 우상을 섬기듯이 섬겼던 겁니다.

기드온이 전쟁이 끝난 다음에 에봇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원래 에봇은 제사장의 옷을 가리키는 말인데 기드온이 만든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상징하는 어떤 물건이었을 걸로 짐작됩니다. 기드온은 자기로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적군을 겨우 삼백 명 이끌고 나가서 이겼습니다.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했겠습니까? 모르긴 몰라도 하나님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금으로 에봇을 하나 만들었을 겁니다. 세월이 지나니까 사람들이 이것을 또 음란하게 섬겼습니다.

예루살렘 성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얼마나 거룩한 장소로 여겼습니까? 하나님께서 계신 곳이라고 해서 거룩하게 했는데 세월이 많이 지나고 나니까 여기에 하나님께서 계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오로지 그 건물 자체만을 거룩하게 여기고 있으니 예수님께서 그 건물을 내려다 보시면서 장차 이 건물이 돌 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아니하고 전부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성전이 성전인 것은 하나님께서 거기에 거하시기 때문에 성전이지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하나님을 섬기지 아니하면서 그것을 성전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라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그것은 하나도 귀한 것이 아닙니다. 완전히 부셔서 허물어 버려야 할 하찮은 거라는 겁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우리는 이런 어리석은 바보짓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상한 전쟁 이야기

4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치른 전쟁 이야깁니다. 사사 시대가 마무리 되는, 위대한 사사 사무엘이 등장하기 직전에 있었던 전쟁 이야기입니다. 전쟁 이야기라면 당연히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해서 이기게 되었는지 아니면 그 전쟁 중에 이런 위대한 장군이 탄생했다든지 하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 기사에는 전쟁의 원인이나 과정이나 훌륭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그냥 패하게 된 과정만 자세하게 기록을 해 놓았습니다. 전쟁기록 치고는 좀 이상한 기록입니다. 아무리 패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이런 위대한 사람이 있었다는 한 두 마디쯤은 있을법한데 이 기록에는 그런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당연히 이길 전쟁인데 왜 우리가 졌느냐고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3절에 ‘여호와께서 어찌하여 우리에게 오늘 블레셋 사람들 앞에 패하게 하셨는고’라고 합니다. 지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어떻게 졌을까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원인을 ‘언약궤를 실로에서 우리에게로 가져다가 우리 중에 있게 하여 그것으로 우리를 우리 원수들의 손에서 구원하게 하자 하니’라고 하는 걸로 보아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패한 것 같으니 하나님을 여기다 모셔오자고 해서 언약궤를 가져 옵니다.

성도의 실패

하나님을 모시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에서 패했다고 하는 생각은 일단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성도들이 겪는 많은 어려움들의 근원을 찾아가 보면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내 생각이나 내 욕심대로 일을 저질렀다가 나중에 그것이 문제가 되어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예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갔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수 많은 어려움들을 우리가 잘못해서 내 욕심대로 갔다가 겪는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우리가 하나님 말씀대로 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회복의 길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전투에서 지고 난 후 하나님을 모시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으니 하나님을 모시자고 한 것은 잘한 것인데 그런 다음 언약궤를 이곳에 가져다 놓으면 이 언약궤가 우리로 하여금 전쟁에서 이기게 해 주실 것이다라고 생각을 한 것이 문제입니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5절에 보면 ‘여호와의 언약궤가 진영에 들어올 때에 온 이스라엘이 큰 소리로 외치매 땅이 울린지라’고 합니다. 언약궤가 이스라엘 진에 들어올 때 이스라엘 백성들의 사기가 한껏 올랐습니다.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발을 굴렀으면 땅이 다 울렸겠습니까? 이젠 이겼다는 겁니다. 이렇게 사기가 오른 이유가 옛날 우리 조상이 애굽에서 나와서 광야길을 걸으며 대적과 싸우고 요단강을 건너고 여리고 성을 돌 때 이 언약궤를 앞세우고 돌았다는 것과 그리고 승리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약궤를 앞세우고 나갔던 전쟁은 모두 이겼고 언약궤를 들고 요단강에 들어갔을 때 요단강 물이 갈라졌다는 것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압니다. 우리가 언약궤 없이 싸우다 일단은 패했지만 이제는 이겼다는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이스라엘 사람들만 아는 것이 아니라 블레셋 사람들도 압니다. 6절에 보면 ‘블레셋 사람이 그 외치는 소리를 듣고 가로되 히브리 진에서 큰 소리로 외침은 어찜이뇨 하다가 여호와의 궤가 진에 들어온 줄을 깨달은지라 블레셋 사람이 두려워하여 가로되 신이 진에 이르렀도다 하고 또 가로되 우리에게 화로다 전일에는 이런 일이 없었도다 우리에게 화로다 누가 우리를 이 능한 신들의 손에서 건지리요 그들은 광야에서 여러 가지 재앙으로 애굽인을 친 신들이니라’고 합니다.

블레셋 사람들도 하나님의 명성에 대해서 잘 압니다. 바로 그 무시무시한 하나님, 전능하신 그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블레셋 군사들이 기가 질린 것입니다. 얼마나 이것이 놀라운 이야기였으면 이스라엘 백성 뿐만 아니라 대적이었던 블레셋 군사들까지 이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겁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효력없는 법궤

그렇게 기가 죽었으면 도망을 가든지 항복을 하든지 해야 될 텐데 9절에 보면 ‘너희 블레셋 사람들아 강하게 되며 대장부가 되어라 너희가 히브리 사람의 종이 되기를 그들이 너희의 종이 되었던 것 같이 말고 대장부같이 되어 싸우라 하고 블레셋 사람이 쳤더니...’라고 합니다. 도망을 가거나 항복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이스라엘 사람을 쳐 버린 것입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것, 이왕 죽을 것이니 붙어나 보고 죽자!’는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거꾸로 덤벼든 거죠.

그런데도 놀랍게도 그 능하신 하나님의 궤가 이스라엘 진에 들어왔음에도 이스라엘이 패했다는 사실입니다. 누가 놀랐겠습니까? 이스라엘 백성들도 놀랬겠지만 블레셋 사람들도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10절에 보면 ‘블레셋 사람이 쳤더니 이스라엘이 패하여 각기 장막으로 도망하였고...’라고 합니다. 장막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처음에 사천 명이 죽을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진으로 도망을 쳤습니다. 싸우러 갔다가 본대로 귀환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기 부대로 간 것이 아니라 ‘각기 장막으로’ 돌아갔습니다. 부대가 완전히 해산 되었다는 것입니다.

옛날 전쟁은 집에서 양식을 가져다 먹으면서 한 모양입니다. 부대가 있는 곳으로 복귀를 하지 않고 각기 집으로 갔다는 것은 부대가 완전히 괴멸됐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죽은 군사가 3만 명인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궤를 빼앗겨 버린 것입니다. 가끔은 전쟁 통에 대장기를 빼앗겼다가 백 수십년 만에 되찾아가는 일이 더러 있기는 합니다만 사람이 죽은 일보다 어쩌면 하나님의 궤를 빼앗긴 것이 더 큰 일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사장이었던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임을 당합니다. 엄청난 패배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이스라엘이 겪은 최초의 대패일지도 모릅니다. 이때 블레셋 군사가 쳐들어 와서 하나님의 궤가 놓여 있었던, 말하자면 성소가 있던 실로를 전부 파괴해 버립니다. 이제까지 언약궤는 실로에 있었고 실로를 중심으로 제사장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하나님께 제사를 지냈는데 이후 실로는 사라져 역할이 없어집니다. 블레셋 군대가 들어와서 이스라엘의 행정, 종교의 중심지였던 실로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윗 왕이 이 법궤를 다시 예루살렘 성전으로 모실 때까지 대충 잡아도 8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블레셋에 빼앗긴 그 법궤가 벳세메스로 돌아오게 되고 산골에서 틀어박힌 채 80년을 지나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스라엘에 엄청난 치욕이 임한 것입니다. 엄청난 패배를 당한 것입니다.

언약櫃는 하나님의 臨在의 象徵

왜 하나님의 궤가 이렇게 능력이 없고 효력이 없었습니까? 적어도 이 궤가 이스라엘 진으로 들어올 때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은 사기충천 했지만 블레셋 군사들은 얼마나 두려워 떨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놀랍다고 생각했던 그 언약궤가 왜 이렇게 아무런 힘도 없이 무능하게 블레셋에 빼앗겨 버렸습니까?.

궤의 길이가 2.5규빗(대략 110cm), 폭, 높이 1.5규빗(대략 70cm)입니다. 집에 있는 식탁크기와 비슷한 상자입니다. 왜 언약궤라 할까요? 그 상자 속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써 주셨던 십계명 돌판 두 개가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의 돌판이 들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언약궤라 불렀습니다. 나중에 만나를 담은 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와 율법책을 그 언약궤 앞에 혹은 옆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히브리서 9장에 보면 ‘또 둘째 휘장 뒤에 있는 장막을 지성소라 일컫나니 금향로와 사면을 금으로 싼 언약궤가 있고 그 안에 만나를 담은 금항아리와 아론의 싹난 지팡이와 언약의 비석들이 있고 그 위에 속죄소를 덮는 영광의 그룹들이 있으니 이것들에 관하여는 이제 낱낱이 말할 수 없노라(히브리서 9:3~5)’ 이것들이 모두 궤 안에 있었다고 묘사가 되어 있는데 출애굽기, 민수기, 신명기에 보면 이것들은 언약궤 앞에 혹은 율법책은 옆에 두었다고 기록이 되어 있어서 지팡이 크기로 보면 앞이나 옆에 두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혹 우리가 언약궤 안에 여러 가지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히브리서에 이런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약궤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만들라고 시킨 것입니다. 조각목에 금을 입혀 만들었습니다. 겉에서만 보면 완전히 금으로 된 상자입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언약궤의 뚜껑입니다. 그 유명한 속죄소입니다. 찬송가에 나오는 시은좌, 시은소라는 것이 바로 이 법궤의 뚜껑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년에 한 차례씩 대제사장이 피를 가지고 들어가서 백성의 속죄제를 드렸던 바로 그 곳입니다.

이스라엘이 광야를 행진할 때 이 법궤가 앞장을 섰습니다. 전쟁할 때도 선두에 서서 나갔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서 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갈 때 항상 이겼습니다. 평소에는 지성소 안쪽에 모셔두고 대제사장이 1년에 한 차례만 그 앞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법궤 혹은 언약궤라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참으로 소중한 기구였습니다. 어쩌면 이스라엘 백성들 생각으로는 하나님 자체처럼 여겨졌던 것이 이 언약궤입니다. 그런데 이런 언약궤를 가지고 왔는데 왜 졌느냐는 말입니다.

이스라엘에게는 이 언약궤가 아무런 효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블레셋에 빼앗겨 버린 이 언약궤가 정작 블레셋에 가서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모르긴 해도 블레셋 병사들이 이 언약궤를 빼앗아 가서 자기들이 섬기는 신의 신전에 갖다 놓고 아마 이랬을 것입니다. 그들의 신은 ‘다곤’ 입니다. “다곤 신이시여 우리가 이스라엘의 신을 잡아 왔나이다!” 그러고는 거기에 갖다 놓았습니다. 얼마나 기고만장 했겠습니까?

하나님 편에서는 세상에 이런 수모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다음날 보니 그 다곤 신이 언약궤 앞에 엎어져 있는 겁니다. 큰일났다 싶어서 쉬~쉬하며 표 안 나게 다시 세워 놓았지만 이튿날 보니 목도 날아가고 팔다리도 날아가서 문지방에 떨어져 있었답니다. 그 다곤 신을 섬기던 제사장들이 소문내지 않고 빨리 원상복구 시켜놓고 “야, 이 법궤 여기다 두면 큰일나겠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다.

제가 우스개 소리를 했더니 어떤 분들은 그걸 곧이곧대로 믿더군요. “다곤 신의 모가지가 문지방에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다음부터 절대 문지방에 못 앉게 했다는 거예요.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다곤 신의 목이 떨어진 자리라고 말할 수는 없어서 ‘복 나간다. 문지방에 앉지 마라!’ 그랬을 것이다.” 그랬더니 아주 심각하게 그런가 하고 끄덕끄덕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복 나간다고 문지방에 앉지 말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말입니다. 다곤 신상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말입니다. 그냥 농담 삼아 하는 이야긴지 진짜 성경적인 이야긴지 분간 좀 하라고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면 그걸 진짜로 끄덕끄덕하고 거기다가 설마 아멘하시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그러면 큰일 납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겨야

어쨌든 하나님의 궤를 블레셋 이 지방 저 지방 돌려보지만 가는 곳마다 전염병이 돌고 사람이 죽어나니까 블레셋 방백들이 견딜 수가 없는 겁니다. 결국은 이스라엘 지방으로 돌아옵니다. 이스라엘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던 이 언약궤가 블레셋에 가서는 블레셋을 초토화시키면서 자기능력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까? 블레셋 사람들은 언약궤를 하나님으로 여기고 있고 그래서 위력이 발휘된 겁니다. 그런데 블레셋에 가서 그렇게 위력을 발휘했던 언약궤가 왜 이스라엘에게는 아무 효력을 발휘하지 않았습니까?

여러분, 언약궤 자체가 그런 효력을 지닌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떠나버린 언약궤는 더 이상 언약궤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들을 버리신 겁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언약궤가 이스라엘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겁니다. 하나님을 가장 무시했던 엘리 집안을 하나님께서 심판하시기로 작정을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심판을 준비하시는 줄도 모르고 상황이 다급해지니 언약궤만 모시고 오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생긴 것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지 아니하고 상황이 급해지니까 그냥 언약궤만 끌고오면 되는 줄 알았던 이 무시무시한 착각 때문에 이들에게 엄청난 비극이 닥친 것이고 언약궤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겁니다. 언약궤 자체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길 때만 언약궤가 언약궤로서의 효력이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 섬기는 것을 무시하고, 하나님을 제쳐두고 언약궤만 바라보는, 다시 말해서 하나님 없는 언약궤를 하나님으로 섬겼기에 그들은 언약궤를 전쟁터에 가지고 가면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것은 그저 미신적이고 다분히 주술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하나님을 모셔온다고 했는데도 그것이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는 방법이 아니라 미신적이요 주술적인 자세밖에 안됐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이와 비슷하게 하나님을 믿노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미신적인 행위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귀신 쫓는다고 십자가 형태 만들면 젓가락 두 개라도 좋고 나무 작대기 두 개라도 좋고 십자가 형태만 만들면 귀신이 쫓겨날 것이다? 그런 게 십자가가 아닙니다. 성경책의 용도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책이 정말 위력이 있다. 그래서 베고 잤더니 두통이 없어졌더라. 훌륭한 신앙입니까?

가끔 그렇게 철없는 학생이 있습니다. 공부는 안 했지만 책을 베고 자면 효력이 있을까 싶어서 시험기간만 되면 꼭 책을 베고 자는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성경책은 그런 식으로 사용하라고 우리에게 주신 것이 아닙니다. 이런 건 어떻습니까? 오늘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주실런지 제 맘대로 쫙 펴고 한 번에 눈이 가는 말씀을 보고 “이 말씀이 내게 주신 말씀이다. 그래서 그 말씀대로 오늘 하루 살 것이다.”라고 하는 것?

이건 제가 어릴 때 많이 들은 얘기입니다. 어떤 분이 그렇게 했나 봐요. 그래서 성경책을 쫙 폈더니 유다가 목 메달아 자살한 장면이 딱 눈에 띈 겁니다. “에이, 이건 아니다. 설마 하나님께서 나더러 죽으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 잘못 짚은 거다.” 그래서 다시 폈습니다. 뭐가 나왔죠? ‘가로되 자비를 베푼 자니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0:37)’는 구절이 보이더랍니다. “에이, 이것도 아니다.” 그리고 또 폈습니다. 그랬더니 ‘조각을 받은 후 곧 사단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 이에 예수께서 유다에게 이르시되 네 하는 일을 속히 하라 하시니(요한복음 13:27)’ 더랍니다.

미신적인 신앙생활

성경말씀을 이렇게 사용하는 것 이것도 성경말씀을 제대로 대접하는 게 아닙니다. 성경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미신적인 행위입니다. 성찬식 때 우리가 나누는 떡과 포도주... 떡은 떡이고 포도주는 포도줍니다. 예수님께서 이것을 상징으로 주시면서 기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본래는 떡이지만 우리가 기도를 하고 성찬식 때 사용하면 정말 예수님의 살로 바뀌어지나요? 밀가루가 갑자기 고기로 변화되는 겁니까? 이 얼토당토 않은 생각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지 참으로 주의해야 합니다. 여러분, 교회에 등록하고 교회만 다니면 성도가 됩니까? 심한 사람은 우리 마누라가 저렇게 열심히 다녔으니까 나는 그냥 간다. 이런 사람은 믿음이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기도가 이런 미신적인 기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저 빌고 빌고 또 빌면 하나님께서 들어 주십니까? 이걸 좀 고상하게 말해서 지성이면 감천인가요? 여러분의 자녀가 들어줄 수 없는 걸 자꾸 떼를 쓰면 결국 들어주지요? 그런 겁니까? 여러분들은 그런 거 들어줄런지 몰라도 하나님께서는 들어주실 수 없는 것은 안 들어주십니다. 빌고 빌고 또 빌면 하늘도 감동하여 결국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이방인들의 생각이지 성경의 생각과 하나님의 뜻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성도의 기도는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는 가운데 그 분의 뜻과 부합된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으신다는 생각, 그러니까 기도는 내가 떼쓰는 게 아니고 하나님과 교제를 하는 겁니다. 교제라는 게 뭡니까?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내 말만 하는 그건 교제가 아닙니다. 내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이런 기도를 하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생각해 가면서 하는 것 그것이 성도의 기도입니다.

여러분, 이방인의 기도는 내가 이 기도를 하면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안 합니다. 그냥 내 생각만 갖고 고집을 부리는 것이 이방인의 기도입니다. 가인의 제사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사를 드렸는데 하나님께서 안 받으시는 겁니다. 기분 나쁘잖아요. 감히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안 받아? 이래가지고 덤비는 게 가인의 제사입니다. 하나님께서 안 받으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될텐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내 기도를 안 받느냐고 화를 내는 것은 도대체 누가 어른입니까?

여러분, 가인이든 아벨이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면 하나님께서야 마음에 들든지 안 들든지 무조건 받으셔야 하는 겁니까? 하나님께서 안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내가 제사를 드리는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안 받을 수 있느냐고 나서는 것은 자기가 하나님보다 더 위에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내가 이렇게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어떻게 안 들으실 수 있어?” 이건 내가 하나님 위에 올라서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건 하나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드려지는 기도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하나님께서 내게 뭐라 하실지 생각하지 않고 하는 기도는 올바른 기도가 아닙니다.

하나님과 자판기

헌금에 대한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 헌금을 어떤 마음으로 드리십니까? 혹시라도, 좀 과장하면 자판기에 동전 넣는 기분으로 헌금하시면 안됩니다. 자동판매기에 동전을 넣었는데 안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로 걷어찹니다. 두들기고 쑤시고 걷어차면서 동전이 도로 나오던지 뭐라도 나와야 될 게 아니냐는 겁니다. “넣었는데 왜 안 나오노?” 하고 욕 한 마디 하고 돌아서는 사람은 양반입니다. 헌금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십일조를 내면 하나님께서 몇 배로 갚아주신다고 했는데 왜 하나님 안 갚아 주십니까?” 해서 걷어차고 열내고 성질내고 그렇게 하신다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혜를 기억하지 않고 드리는 헌금은 또 내가 이렇게 드리면 하나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 때문에 드리는 헌금이라면 자판기에 동전 넣고 안 나온다고 걷어차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를 생각하지 않고 드리는 기도, 헌금, 봉사 다 마찬가지 입니다. 4장 이 본문을 읽어 보면 하나님의 궤가 빼앗겼다는 사실이 참 슬픈 이야기입니다만 진짜 슬픈 사실은 세상에 하나님 없는 언약궤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과 아무 상관없는 언약궤가 있다는 사실이 이게 얼마나 슬픈 이야기입니까? 한때 요단강 물을 가르기도 했고, 모든 적들을 물리치던 능력 있는 언약궤가 하나님께서 떠나고 나니까 아무런 능력없는 궤가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말이 이상할는지 모르지만, 여러분, 하나님 없는 궤가 있을 수 있나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이 성도들이 모였다면 그건 하나님 없는 교회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떠나버리셨는데요. 그런 교회라면 알맹이는 떠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교회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교회는 보석없는 보석함과 같은 것입니다.

성도가 성도다운 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실 때 뿐

우리 신앙의 대상은 하나님 그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어떤 것이 신앙의 대상이 아니고 하나님 그 분만이 우리 신앙의 대상입니다. 하나님을 상징하는 그 어떤 것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언약궤가 언약궤다우려면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잘 섬겨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야 언약궤가 언약궤로서의 효력이 있는 겁니다. 성도가 성도다우려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때라야 성도가 성도다운 겁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내 속에서 역사하고 하나님의 뜻이 내 뜻과 일치돼서 내가 그 뜻에 순종할 때라야 성도가 성도다운 것이지 하나님 뜻 따로 내 뜻 따로면 그건 성도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야 교회가 교회답습니다. 성경책요? 그 말씀이 우리 속에서 역사 할 때에만 그것이 성경책이지 열심히 읽고 배웠는데 내 속에 그 말씀이 하나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나와는 상관없는 것 아닙니까? 어디에다 쓸 겁니까? 성경책을 그저 들고 다니는 데만 쓴다면 성경책은 성경책이로되 그건 그냥 형식이고 폼일 뿐 능력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내 속에서 역사하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성도다운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을 잊지 아니하고 범사에 하나님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살아갈 때 우리가 성도다워지며 언약궤가 언약궤답고 교회가 교회답고 우리의 기도가 기도다워지고 우리의 헌금이 헌금다워지는 겁니다.

오늘 본문에서 읽은 이스라엘의 불행은 무엇 때문입니까?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모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약궤가 능력이 있는 줄로 믿고 전쟁터에 갖고 나갔지만 역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겁니다. 이런 불행을 겪지 않을려면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제대로 섬겨야 합니다.

여러분, 예방이 제일 싸게 먹힙니다. 이미 병이 들었거나 문제가 터졌을 때 고치려고 하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어렵고 힘듭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면서 하나님의 뜻을 앞세우고 산다면 이런 불행이 사전에 방비가 됩니다. 이스라엘이 당했던 이 뼈아픈 패배를 우리가 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봉사하고 열심히 믿었는데도 불행한 삶이 되지 않으려면 하나님 말씀을 우선으로 하고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 몰라도 우리 앞에 놓여진 더 큰 불행을 사전에 막는 역할을 해 줍니다. 말씀대로 살면서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어려움들을 겪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평안함을 누리며 사시는 여러분들이 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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