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대로 죽었더라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느보산에 올라 여리고 맞은편 비스가산 꼭대기에 이르매 여호와께서 길르앗 온 땅을 단까지 보이시고 또 온 납달리와 에브라임과 므낫세의 땅과 서해까지의 유다 온 땅과 남방과 종려의 성읍 여리고 골짜기 평지를 소알까지 보이시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이는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라 내가 네 눈으로 보게 하였거니와 너는 그리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하시매 이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대로 모압 땅에서 죽어 벧브올 맞은편 모압 땅에 있는 골짜기에 장사되었고 오늘까지 그 묘를 아는 자 없으니라 [개역, 신명기 34:1~6]

‘모세가 어떻게 죽었느냐?’ 했더니 늙어서 죽었지만 늙은 것이 죽음의 원인은 아니랍니다. 7절에, ‘모세가 죽을 때에 나이 일백 이십세나 그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고 하였으니 더 살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왜 죽었죠?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했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아니, 죽으라고 한다고 죽습니까?

죽을만큼 쇠약한 것도 아닌데 죽으라고 해서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모세가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좀 더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아니, 가나안 땅이 눈 앞인데 왜 죽으라고 합니까?” 원망하며 죽었을까요? 왜 하나님께서 멀쩡한 모세더러 죽으라고 하셨는지 모세는 어떻게 순종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본문의 배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를 방황하다가 끝난 시점입니다. 드디어 조금만 더 가면 가나안 땅입니다. 그 직전에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 불러 놓고 마지막으로 교육을 시킵니다. ‘너희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제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라. 너희 조상의 못된 본을 보지 말고 말씀을 잘 들으며 말씀대로 살고 말씀대로 복을 받으며 살기를 바란다.’ 하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게 신명기입니다. 신명기 마지막에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 유언을 다 끝낸 다음의 일이 34장입니다.

모세가 모압 평지에서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 모아 놓고 ‘제발 너희는 앞으로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하고 당부한 후에 느보산의 한 봉우리, 비스가산에 올라가서 여호와께서 보여주신 길르앗 온 땅을 단까지 보았습니다. 실제로 모세의 눈이 흐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보여주셨을 것입니다. 워낙 먼 곳까지 보여주셨으니까요.

길르앗 땅은 요단 동편에 있는 넓은 평지입니다. 원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질 땅이 아니었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압 지역으로 올라갔을 때 이 땅을 다스리고 있던 바산 왕 옥과 아모리 왕 시혼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겁니다. 할 수 없이 싸워서 그 땅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점령해버린 겁니다. 기름진 넓은 땅을 다 차지한 겁니다. ‘하나님께서 저 땅을 우리에게 주셨지 우리의 능력으로 얻은 땅이 아니야. 원래 주시려고 한 땅이 아닌데 저들이 쳐들어 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 땅을 차지하게 되었구나.’ 하고 바라보는 겁니다.

단은 이스라엘의 가장 북쪽 지역입니다. 2절 시작 부분에 납달리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납달리 족속이 차지했던 갈릴리의 서편 땅으로 참 좋은 곳입니다. 거기서 조금 내려오면 에브라임과 므낫세의 땅입니다. 이스라엘의 중부지역인 셈이지요. 거기서 서해, 즉 지중해까지 다 보여주셨고 남쪽으로 내려오면 유다 온 땅과 남방과 종려 성읍 여리고 평지입니다. 이스라엘의 남부 지역입니다. 저 북쪽 지역에서 남쪽까지 전 국토를 다 보여 주신 겁니다.

높은 산에서 백성들이 들어가서 차지할 땅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땠을까요? 광야를 40년이나 헤매고 다니면서 하나님께서 주실 땅을 상상으로만 그려보았을 것입니다. 그 땅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땅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입니다. 그 땅을 지금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저 땅을 차지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애굽에서 불러내셔서 광야에서 40년을 헤매게 하셨구나!’ 모르긴 몰라도 모세의 머릿속에는 지나간 40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겁니다.

저 땅을 주겠다고 ‘백성을 인도해라’고 했을 때 모세가 얼마나 못한다고 했는지 모릅니다. 출애굽기 3장, 4장에 보세요. 못한다고 그렇게 발뺌을 했는데도 하나님께서 끝내 노를 발하셔서 그를 내쫓다시피 해서 지도자로 세웠습니다. 쫓겨 가다시피 바로 앞에 섰습니다. 바로가 말을 듣습니까? 백성들은 말을 듣습니까? 도무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결국은 애굽에 열 가지 재앙이 쏟아진 다음에야 겨우 애굽에서 빠져 나옵니다.

백성들이야 감격이 넘쳤지만 그 감격이 오래갑니까? 홍해 앞에서 ‘죽을 데가 없어서 여기까지 끌고 와서 죽이느냐?’고 원망을 해댑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입니다. 어떻게 합니까?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며 홍해를 통과합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감격이 오래 가지를 않아요. 조금 더 가다가 물이 없다고 원망하고 죽일 것처럼 달려듭니다. 반석에서 물을 냅니다. 배고파 죽겠다고 원망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만나를 내려 붓습니다. 고기 먹고 싶다? 메추라기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내산까지 갔습니다. 거기서 하나님께서 위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셔서 ‘너희는 내 백성이라’고 말씀하셨고 언약을 선포하셨습니다. 백성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친히 들으니 죽을 것 같아서 ‘하나님 우리에게 더 이상 말씀하지 마옵소서. 모세에게 말씀하시면 우리가 모세의 말을 듣겠습니다.’ 이래서 모세가 산에 올라갔지요. 모세가 40일 동안 하나님과 함께 있으며 십계명을 받아서 내려올 동안에 백성들은 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이게 우리를 인도해 낸 하나님이라 하고 있었단 말이에요. 어이가 없어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모세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겠습니까? 하나님께서 ‘더 이상 내 백성 아니다. 다 버리고 너를 통해서 새로운 민족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모세가 뭐라고 말합니까? ‘하나님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본심이 아닌 걸 모세는 압니다. 본심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아픈 마음을 모세는 달래 드려야 합니다. 하나님 마음 달래랴, 내려가서 백성들 야단치랴, 얼마나 힘들게 힘들게 이 백성들을 40년 동안이나 이끌고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 모릅니다. 산 꼭대기에 올라 서서 저 너른 지역을 바라보며 모세가 얼마나 감격스러워 했을까요?

그렇게 감격스러워 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4절 뒤편에, ‘내가 네 눈으로 보게 하였거니와 너는 거기로 건너가지 못하리라 하시매’ 보기는 하겠지만 못 들어간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죽으라는 얘기 아닙니까? 우리 성질 같으면 ‘여기서 죽고 들어가지 못하게 할 바에야 차라리 보여주지나 말지.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실컷 보라고 해 놓고 너 못 들어간다.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할 만합니다. 이 모세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십수년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서 겨우 집 한 채 장만했습니다. 내일 모레 이사하려고 하는데 죽을 병이 덜컥 걸려 버렸습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저 집 한 채 장만한다고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얼마나 고생 고생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얼마나 원통하고 불쌍하겠습니까? ‘저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먹기나 먹고 입기나 입을 것을...’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어요? 온갖 고생 끝에 가나안 땅을 바라보던 모세에게 ‘너 못 들어간다. 너 죽어야 한다.’라고 말할 때 모세가 얼마나 원통했을까요? 아니 정말 그렇게 원통했을까요?

하나님께서 왜 모세더러 여기서 죽으라고 하십니까? 신명기 3장 25절에서 27절입니다. ‘구하옵나니 나로 건너가게 하사 요단 저편에 있는 아름다운 땅 아름다운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하옵소서 하되’ 그러니까 모세도 몹시 건너가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랬더니 ‘여호와께서 너희의 연고로 내 말을 듣지 아니하시고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너는 비스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눈을 들어 동서남북을 바라고 네 눈으로 그 땅을 보라 네가 이 요단을 건너지 못할 것이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못 간다고 하셨습니다. 왜 못갑니까?

지도자가 이런 말을 해서 되겠느냐 싶기는 한데 26절 잘 보세요. ‘여호와께서 너희의 연고로 내게 진노하사’ 너희 때문이 아니냐 말입니다. 너희가 순종 안 하는 바람에 하나님께서 내게 진노하셔서 나로 못 들어가게 하시는 것 아니냐? ‘너희 때문이 아니냐? 너희가 이런 짓을 해서 나로 못 들어가게 하고도 너희가 또 이런 짓을 할 거냐?’는 책망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민수기 20장 10절에, ‘모세와 아론이 총회를 그 반석 앞에 모으고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패역한 너희여 들으라 우리가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하고 그 손을 들어 그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치매 물이 많이 솟아 나옴으로 회중과 그들의 짐승이 마시더라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이스라엘 목전에 나의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고로 너희는 이 총회를 내가 그들에게 준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모세가 왜 이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갑니까? 반석을 두 번 친 것 때문에요? 모세가 하나님의 사환으로서 한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공로가 얼마나 많으냐 말입니다. 40년 동안 순종하지 않는 이 백성들을 인도한 일이 얼마나 큰 공로겠습니까? 거기에 비하면 반석을 두 번 친 게 무슨 큰 잘못이겠습니까? 정말 그것 때문에 못 들어간다고 한다면 하나님은 정말 무정하신 분이 아니에요? 그만한 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모세가 거기에 기꺼이 순종했다? 반항 한마디도 안 하고? 하나님의 말씀이니까 그냥 순종합니까?

원래 모세가 그렇게 순종적이지 않았지 않습니까? 이적을 행할 능력을 줄 테니 가서 내 백성을 인도하라고 말할 때도 그렇게 못한다고 발뺌을 하던 모세가 아닙니까? 그랬던 그가 어떻게 본다면 말도 안되는데 순종해요? 명하라고 한 것을 지팡이로 두 번 친 것 뿐인데 그것 때문에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간다고 할 것 같으면 ‘아, 이거 도무지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우리 생각입니다.

모세가 이런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순종하는 것은 이면에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신명기 34장으로 돌아갑시다.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그 넓은 들을 바라보며 감격하고 있는데 모세보다 더 감격하고 있는 분이 따로 계십니다. 그 넓은 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세에게 여호와께서 ‘이는’ ‘이는’ 하는 것은 모세가 바라보고 있는 저 넓은 ‘저 땅은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맹세하여 그 후손에게 주리라 한 땅이라.’ 어떤 땅이라고요? 내가 아브라함에게 약속했던 그 땅이라는 겁니다.

땅과 후손을 주겠다고 아브라함에게 수 없이 약속을 했고 야곱에게도 이삭에게도 약속하셨던 바로 그 땅이라는 겁니다. 이 산꼭대기에서 모세는 지나온 40년 동안을 회상하면서 감격스러워 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언제적 약속을 기억하고 계시는지 아십니까? 대강 500년 전 일입니다. 적어도 500년 전에 내가 아브라함을 불러내서 너로 하여금 민족을 이루게 하고 그 후손들에게 이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셨던 그 약속을 회고하고 있는 겁니다. ‘아브라함에게 약속했던 그 약속을 이제야 이루어가는구나!’ 하고 하나님께서 그 땅을 보고 계시는 겁니다.

아브라함에게 땅과 후손을 주시겠다고 여러 번 약속하셨지만 아브라함 살아 생전에는 아들 하나, 그것도 늦게야 얻은 아들 하나, 그리고 무덤에 딸린 땅 뿐이었습니다. 약속하셨으면 아브라함 생전에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브라함과 야곱에게 하신 그 약속을 지키느라고 긴긴 세월동안 이 민족을 키워 오신 겁니다.

모세가 지나온 40년을 돌아보면서 감격하고 있을 때에 이건 모세의 감격이라기보다는 500년 동안 이 약속의 역사를 이루어온 하나님의 감격일 수도 있는 겁니다. 아브라함에게 했던 그 약속을 하나님께서 이제야 이룬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갑니다. 들어감으로 하나님의 약속,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땅과 후손을 주겠다는 약속이 온전하게 이루어지는 겁니까? 역사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그 약속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그 땅을 차지함으로 완성이 되었느냐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 땅에서 온전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먼 훗날 나라도 잃어버리고 백성들도 다 사라져 버립니다. 백성들은 다 포로로 잡혀 가고 땅도 사라져 버립니다. 남의 땅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세우시고 그 땅을 주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은 실패하신 겁니까?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정한 아브라함의 후손, 그리고 주겠다고 한 가나안 땅은 여전히 하나의 모형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진짜 아브라함의 후손과 그들에게 주리라고 한 땅은 따로 있다는 말입니다. 출애굽 사건은 분명히 그 옛날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면서 동시에 죄에서 구원받아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구원의 여정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메시지가 이중성을 띠고 있습니다.

출애굽은 분명히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면서 구원의 여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나안 땅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생각하던 땅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후손들이 들어가는 하나님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이라고 표현되는 그 나라에 대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가나안 땅이 이런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 백성들을 인도해 가는 모세나 여호수아도 이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출애굽 사건도 가나안 사건도 모세도 여호수아도 다 이런,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여호수아 1장 2절에, ‘내 종 모세가 죽었으니 이제 너는 이 모든 백성으로 더불어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 내가 너희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땅으로 건너가라’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냥 단순하게 읽어 나가면 ‘모세가 죽었으니까 이제는 가야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이제까지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가고 여기서 머뭇거린 이유가 모세가 안 죽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 본문만 가지고 그렇게 설명하기는 조금 부족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말씀들이 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율법과 믿음의 관계를 설명하는 그 말 속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갈라디아서 3장 23절입니다. ‘율법이 오기 전에 우리가 율법 아래 매인 바 되고 계시될 믿음의 때까지 갇혔느니라 이같이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몽학선생이 되어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함을 얻게 하려 함이니라 믿음이 온 후로는 우리가 몽학선생 아래 있지 아니하도다’ 몽학선생이란 옛날에 주인집 아들을 가르치던 가정교사인데 본래 신분은 종입니다.

종 중에 똑똑한 자를 세워서 주인의 아들을 가르치도록 했는데 주인의 아들이 어릴 때는 이 종 밑에서 배웁니다. 그런데 그 아들이 자라나면 몽학선생은 여전히 종일 뿐입니다. 이런 비유를 들면서 ‘믿음이 올 때까지는 율법이 우리를 인도하고 있었지만 믿음이 왔으니 믿음이 우리로 하여금 구원의 길로 인도한다’고 설명을 합니다. 율법이 우리를 그리스도에게까지 인도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의롭게 되는 것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율법은 곧 모세입니다. 모세는 율법을 상징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은 출애굽의 역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런 구원의 모형들을 보여주시는 겁니다. 그렇게 위대한 모세도 백성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 입구까지만 오는 겁니다. 율법의 역할은 여기까지만이라는 겁니다. 그러면 요단을 건너서 인도하는 것은 여호수아가 해야 합니다.

여호수아의 뜻이 예수하고 같습니다. 여호수아, 호세아, 예수 다 구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호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사람입니다. 율법을 상징하는 모세는 아무리 그가 위대해도 백성들을 이끌고 여기까지입니다. 정작 요단을 건너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는 것은 여호수아가, 다시 말하면 예수를 통해서 은혜로 들어간다는 것을 모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모세가 정말 귀중한 사명을 맡았지만 모세가 맡은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모세가 개인적으로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를 그렇게 소원했지만 하나님의 뜻을 알았기에 모세도 기꺼이 순종하는 겁니다. 구원 역사에 대한 하나님을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순종하는 겁니다. ‘다시는 이 일로 내게 구하지 말라’ 할 때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순종하는 거죠.

고육지책이라는 게 있죠? 멀쩡한 자기 신하를, 정말 충성스러운 신하를 애꿎게 몹시 두들겨 패서 없는 죄를 만들어서 옥에 가두어 버립니다. 스파이가 그 사실을 본국에 연락을 합니다. 얼마 후에 이 옥에 갇혀 있던 충신이 탈옥해서 적에게 건너갑니다.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 보니까 도저히 저 왕을 섬길 마음이 없다면서 배반할 것처럼 적군에 붙습니다. 가짜죠! 그런 일들을 감당하기 위해서 충성스러운 신하가 자청해서 매를 맞기도 합니다. 자기가 섬기는 왕을 위해서 죽도록 두들겨 맞는 겁니다.

충성스러운 신하가 왕을 이렇게 섬길 수 있다고 한다면 모세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 이게 대단한 겁니까? 아니 못할 일이냐 말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신뢰가 있을 때에만 이런 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을 완벽하게 신뢰하고 있고 하나님도 모세를 믿고 있는 겁니다. 참 아름다운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나님과 모세의 아름다운 관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아니하고 그냥 ‘바위에다 물을 내라고 명해야 했는데 지팡이로 두 번 쳐서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 작은 실수 때문에 모세는 평생 쌓아온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다 무너졌다. 그러니까 우리도 조심하자’ 이렇게 말을 한다면 하나님을 너무나 옹졸하게 봐 버린 처사입니다. 더군다나 모세를 너무나 어리석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왜 그렇게 됩니까? 자기 수준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수준 낮은 사람이 성경말씀을 자기 수준으로 맞춰버리면 성경은 아주 질이 나쁜 책이 되어 버립니다. 함부로 내 생각에 성경을 꿰맞출 것이 아니라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얼마나 높은 분이신지를 먼저 배워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내 수준이 높아가면 갈수록 하나님은 더 아름답고 귀한 분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깊이 묵상하고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하나님께 매어 달려서 기도하며 하나님을 알아가고 배워가야 하는 겁니다.

내 낮은 수준에, 좀 거친 말로 표현한다면 무식한 내 수준으로 하나님을 끌어내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은 내 수준으로 다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는지를 캐고자 하는 노력으로 성경을 묵상하고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모세의 이런 순종,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한다고 기꺼이 죽는 이런 순종은 하나님의 크나큰 은혜를 체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순종입니다.

성경에 그런 인물들이 얼마나 많이 나타나는가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죽어야 한다고 말할 때 기꺼이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보세요. 굉장히 많습니다. 스데반이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 열심히 외치다가 기꺼이 죽었습니다. 스데반의 죽음에 대해서 어떤 분이 설명하는 것을 듣고 분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집사로 세워놓았더니 하라고 하는 일은 안 하고 어디 가서 열심히 전도하다가 이렇게 맞아 죽었잖아? 세상에 세상에 무식해도 어떻게 그렇게 무식할 수 있느냐 말입니다. 제가 그 설명을 듣고 참 분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게 그런 겁니까? 뜨거운 열정으로 복음을 전하다가 죽어야 하는 상황에 기꺼이 죽은 사람입니다.

제자들을 보세요. 예수님께서 부르시는 그 말 한 마디에 생업을 기꺼이 버리고 따라갔습니다. 자기 생업을 버리고 좇아간다는 게 죽는 것하고 비슷합니까? 그에 못지 않습니까? 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름에 따라 생업을 다 포기하고 따라갔습니다. 열심히 따라 다녔습니다. 결과는 다들 순교했지 않습니까? 기꺼이 자기 생을 하나님께 바친 사람들입니다.

바울도 최종적으로는 순교했지만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몇 번 죽은 겁니까? 아브라함더러 고향을 떠나라고 한 하나님의 명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날 문득 고향을, 친척을 버리고 생판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가라는 게 죽으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멀쩡한 자식을, 그것도 아주 늙어서 얻은 자식을 번제로 하나님께 드리라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순종을 합니까마는 어떡합니까? 순종하는 사람들 얘깁니다. 노아에게 거대한 방주를 지으라고 했습니다. 그게 도대체 몇 년이나 걸렸겠습니까? 차라리 죽는 게 안 낫겠습니까마는 순종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성경에 얼마나 많은지 보세요.

이사야는 삼년 동안 벌거벗고 살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느라고요. 에스겔은 삼백구십일 동안 모로 누워 가지고 인분에 떡을 구워 먹고 살았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라고 그랬습니다. 어떻게 그런 명령을 다 순종합니까? 호세아 잘 아시죠?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느냐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하는 그 명령에 기꺼이 순종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성경은 가득 차 있습니다. 성경에만 그렇습니까? 교회사를 한번 보세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주기 위해서 헌신하신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한번 보세요.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서 기꺼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기꺼이 죽음을 택했던 사람들의 최고봉은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분이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셔서 처참하게 죽으라는 하나님의 뜻에 기꺼이 순종하셨습니다. 이것이 원본입니다. 이런 원본이 있으니까 사본들이 많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하면 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저 높고 높은 하늘 보좌를 버리시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위해 죽으셨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도 기꺼이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사도 바울의 본을 따라 날마다 죽노라 하는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생나무에 불 붙여 보셨어요? 덜 마른 장작에 불 붙이는 것 어렵습니다. 간신히 붙여놔도 잘 타지도 않습니다. 타지만 않습니까? 연기를 품어내면서 여러 사람 괴롭힙니다. 내가 죽어야 할 자리에 내가 죽지 아니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으면 여러 사람을 괴롭히게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하시면 죽읍시다.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하실 때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생각하시는 바가 있기 때문에 죽는 게 옳습니다. 믿는 성도들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센 게 없기를 바랍니다.

어떤 분은 자기 고집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세요.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난 내 성질 때문에 못해? 이건 자기 성질이 하나님보다 더 센 사람입니다. 체면이나 고집이나 욕심이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센 사람 많습니다. 내 욕심은 저리로 가라고 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은 여기로 가라고 하면 이건 죽으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꼭 땅에 묻혀야만 죽는 게 아니라 내 욕심을 버려야 하고 내 고집을 꺾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날마다 죽노라고 말할 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자신을 특별히 고통스럽게 하는 게 뭡니까? 여러분들이 뭣 때문에 그렇게 고통스러워 하십니까? 혹시 돈 문제 때문에 그렇게 고통스럽고 힘들어 하고 계신다면 돈 앞에 한 번은 죽어야 합니다. 내가 돈 앞에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돈이 나를 자꾸 괴롭히는 수도 있어요. 성질 때문에 내가 고통스럽고 힘들어 한다면 성질 문제로 내가 한번은 죽어야 합니다. 자식 문제로 참 힘들어 할 수도 있습니다. 말 안 듣는 자식이 문제입니까? 내가 문제입니까? 어쩌면 자식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내 자식에게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내가 먼저 죽어 버리면 이상하게 자식의 문제가 사라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내 자신이 먼저 죽는다는 게 말이 쉬워서 죽는다고 하지 참 어렵습니다. 욕심 버리는 것, 버릇 하나 고치는 것, 어렵습니다. “치약 제발 중간에 쥐어짜지 마” 이거 신혼 초에 싸우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안 고쳐지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양말 좀 뒤집지 말고 내 놓으면 안돼?” 그거 안 고쳐집니다. 고쳐진다면 복인줄 아십시오. 내 욕심 좀 버리고 내 성질 좀 꺾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것을 믿고 그 감격을 누리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 것 하나 하나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하신다면 죽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안되면 우리는 입으로는 하나님을 믿는데 행동으로는 못 믿을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나는 이래야 된다고 하는데 하나님의 말씀이 그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 내 생각이 꺾여져야 행동으로 하나님을 믿는 겁니다.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여러분들의 고집, 여러분들의 생각, 여러분들의 욕심이 꺾여지기를 바랍니다. 이건 연습이 필요합니다.

정말 오늘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내가 꺾어야 하고 내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시고 이거 하나만이라도 어떻게 해 보자 하고 결심을 하신다면 하나님께서 그 일을 통해서 큰 복을 누리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복이 우리에게 임하실 통로를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이거라도 한번 해보자’ 그래서 꺾어야 할 것을 한번은 꺾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정작 죽어야 할 사람들은 여기 안 오셨겠지만 어쩝니까? 아는 사람이 먼저 할 수밖에요. 예수 믿는 우리가, 열심 있는 우리가, 그래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우리가 먼저 앞장 서서 하나씩 하나씩 꺾어 가면서 말씀 앞에 꼬꾸라지는 삶이 된다면 우리 이웃, 우리 가정, 우리 교회가 얼마나 복된 교회가 될 것인가 저는 기대를 해 봅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모세는 왜 죽었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죽었습니다. 깨어 보니까 자기가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 했던 그 가나안보다 더 나은 원본 가나안에 들어가 있더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죽는 것이 그렇게 억울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죽고 깨어보니 진짜 가나안에 들어와 있더라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죽으라고 하시면 억울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행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어본 사람만이 아는 일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서 죽었더니 하나님께서 내게 이런 복을 주셨더라! 해본 사람만이 아는 복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순종을 통해서 하나님의 임재하심과 하나님께서 주시는 행복을 이 땅에서도 체험하며 사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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