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와의 동산 같은 들을 버리고

효자제일교회 목사:홍 순관

아브람이 애굽에서 나올새 그와 그 아내와 모든 소유며 롯도 함께 하여 남방으로 올라가니 아브람에게 육축과 은금이 풍부하였더라 그가 남방에서부터 발행하여 벧엘에 이르며 벧엘과 아이 사이 전에 장막 쳤던 곳에 이르니 그가 처음으로 단을 쌓은 곳이라 그가 거기서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 아브람의 일행 롯도 양과 소와 장막이 있으므로 그 땅이 그들의 동거함을 용납지 못하였으니 곧 그들의 소유가 많아서 동거할 수 없었음이라 그러므로 아브람의 가축의 목자와 롯의 가축의 목자가 서로 다투고 또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도 그 땅에 거하였는지라 아브람이 롯에게 이르되 우리는 한 골육이라 나나 너나 내 목자나 네 목자나 서로 다투게 말자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들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온 땅에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이었는고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았더라 [개역, 창세기 13:1~10]

며칠 전에 성경공부 하나를 종강하면서 식사를 하러 갔더랬습니다. 식당 앞에 교회가 하나 있길래 “이 교회 교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혹 아세요?” 하고 물었더니 목사님과 가족 포함해서 4명 있대요. 괜히 물어보았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 잊혀지지 않고 마음이 무겁고 아팠죠. 교회들이 좀 튼튼하게 서서 제 역할을 하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교회들이 참 많다는 것을 저도 늦게야 알았습니다.

신학교 가고 나서 안 사실이 한국 교회의 80%가 미자립이라는 겁니다. 며칠 전에 다른 보고서에 보니까 90%라고 나와 있더라구요. 우리 교회가 작은 교회입니까, 큰 교회입니까? 경동노회 안에 우리 교단 교회만 50개가 넘습니다. 우리 교회, 이 작은 교회가 몇 번째인지 아십니까? 슬픈 얘기인지 기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럼 나머지 교회는 어떻다는 거예요?

제 몸도 못 가누는 교회가 많다는 얘깁니다. 자기 몸도 하나 제대로 못 가누면 이웃을 위해 어떻게 희생적인 봉사를 하겠습니까?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런 반면에 교회가 좀 커졌다 싶으면 싸우고 분열하는 교회는 또 어떻게 그렇게 많은지요.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제 몫을 못하고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제 구실을 못하는 교회들이 참 많습니다. 이래서 결국은 교회가 안 믿는 사람들에게 이유없이 미움을 받습니다.

반면에 최근에 로마가톨릭 교회는 교인이 많이 늘어나고 혹시 안 믿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진다면 어느 종교를 가지겠느냐고 물으면 1번이 로마가톨릭 교회입니다.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미지 판매에 성공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은 제품 광고를 안 하고 회사 광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회사 이미지가 좋아지면 그 회사가 만드는 모든 물건은 사람들이 믿고 사 버리는 거죠. 실제로 썩 좋은 제품이 아닌데도 이미지가 좋은 회사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해서 잘 팔리는 모양입니다

물건의 품질보다는 그 물건에 붙어 있는 상표를 보고 물건을 구입하게 되듯이 아마 로마가톨릭 교회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그런 효과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엄숙한 분위기에, 마치 뭔가 있어 보이고, 또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이 참 잘 보인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교회가 그런 일에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을 감당하고 있는데도 교회는 좋은 점보다는 부정적인 면만 더 많이 노출시킨 거죠. 어떻게 본다면 이미지 관리가 제대로 잘 안된 겁니다.

교회도 이런 이미지 변신을 좀 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불신자들 앞에서도 자랑할 만한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교회답고, 불신자들이 보기에도 아름답다고 할 만한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마는 아브라함의 모범 속에서 하나의 답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 말씀을 상고해 보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서 가나안 땅에 머무르라고 했는데 기근이 심해서 애굽까지 갔습니다. 가지 말아야 할 곳에 갔기 때문에 거기서 나름대로 고난을 겪어야 했죠. 부인을 누이라 하면서 고비를 넘겨보려고 했지만 그로 인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고 하나님께서 잘 지켜주셨습니다. 결국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아브라함과 롯의 재산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보호하신 겁니다.

가나안 땅에 돌아와 보니까 문제가 생긴 겁니다. 두 집안 간에 싸움이 생긴 거죠. 7절을 보십시다. ‘그러므로 아브람의 가축의 목자와 롯의 가축의 목자가 서로 다투고 또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도 그 땅에 거하였는지라’ 땅이 좁아서 다툰 겁니까? 그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입니다. 땅이 좁아서 다툰 것도 맞는데 6절에 보면 소유가 많아서 다툰 겁니다. 그거나 저거나 같은 표현일지 모르지만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6절을 볼까요? ‘그 땅이 그들의 동거함을 용납지 못하였으니’ 땅이 좁았다는 얘기죠. ‘곧 그들의 소유가 많아서 동거할 수 없었음이라’ 왜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습니까? 소유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께서 복을 많이 주셨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낼 때 복을 많이 주겠다고 하셨고 실제로 복을 많이 주셨습니다. 기근을 피해서 애굽으로 갔고 거기서 거짓말을 하고 부인을 누이라고 속였지만 그 일로 인해서 바로가 많은 재물을 아브라함에게 줬습니다. 하나님께서 지켜주셨고 바로가 후대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소유가 많아졌는데, 복을 많이 받았는데 왜 싸웁니까? 사람에게 그런 경향이 있나봐요. 복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아야 되지,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복을 많이 받으면 그게 싸움의 원인이 되고 화근이 되기도 합니다. 전에 한번 했던 얘기지만 한 번 더 합시다.

어떤 남편이 복권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복권 당첨이 되었다고 큰소리치면서 집에 뛰어 들어왔습니다. 부인도 덩달아 좋아했지요. 남편이 정색을 하며 부인 보고 “가방 안 싸고 뭐해?” 좋은 곳으로 가자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의 의도는 ‘내가 돈 없고 가난할 때 당신하고 살았지 내가 지금 이렇게 돈이 많은데 어떻게 당신하고 사느냐?’ 이 말입니다. 가방 싸고 나가란 말입니다. 우스개소리겠지만 재산이 많아지고 돈이 많아지면 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기억해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없는 집안의 싸움은 작습니다. 있는 집안의 싸움은 참 큽니다. 사람은 이상하게 복을 받으면 더 크게 싸울 수 있습니다. 가끔 교회 안에 분쟁이 생기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교회에 재산이 많거나 돈을 많이 쌓아 놓았을 때에 생깁니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께서 물질의 복을 많이 주셨더니 싸우더라는 거죠. 어떻게 하시렵니까? 교회가 이 만큼 컸으니까 더 많은 복을 받아서 큰 싸움 나기 전에 그 복을 그만 받고 안 싸우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사람에게는 그런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둡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물질의 복을 많이 받고도 그 복을 더 잘 쓰는, 더 아름다운 교회가 되는 것이 더 좋은 겁니다. 거지 나사로가 칭찬 많이 받았고 귀하죠? 우리가 본을 받아야지요. 그러나 거지 나사로보다 더 칭찬 받고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믿음 좋은 부자입니다. 큰 재산 가지고서도 교회를 잘 섬기는 신앙 좋은 분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나사로보다 월등하게 존경받아야 하고 칭찬 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어떻게 해서 많은 것을 가지고도 더 아름다운 소문을 내는 교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까? 아브라함의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는다면 9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네 앞에 온 땅이 있지 아니하냐 나를 떠나라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리라’ 한마디로 자기희생입니다. 자기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싸우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생각 같으면 삼촌이 ‘네가 좌하면 내가 우할 테니까 네가 먼저 선택해라’ 그러면 롯이 알아서 좋은 것을 삼촌이 갖도록, 좀 험한 땅을 자기가 취하면 안됩니까?

그런데 롯이 좋은 땅을 얼씨구나 하고 차지해 버렸습니다. 우리 같으면 불만이 많이 쌓일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먼저 기회를 주면 지가 알아서 해야 될 텐데...’ 롯이 부자가 되었으면 그게 누구 덕이냐 말이에요. ‘더군다나 내가 삼촌인데, 내가 어른인데, 감히 지가 그럴 수 있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아우 먼저’ 해도 아우가 알아서 ‘형님 먼저’ 해야 되는 것 아니냔 말입니다.

롯의 태도는 뒤로 미루어 두고 오늘은 아브라함의 태도만 봅시다. 이게 정말 어마어마한 양보에 자기희생인데 아브라함은 어떻게 해서 당연한 권리를 이렇게 포기할 수 있었겠습니까? 아브라함이 애굽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을 것입니다. 자기가 거짓말을 했음에도 하나님께서 지키시며 오히려 그에게 재산을 많이 늘려 주신 것을 생각하면서 진짜 복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14장에 보면 소돔과 고모라의 백성이 다 잡혀 간 것을 아브라함이 찾아오죠. 소돔과 고모라 왕이 ‘사람만 내게 돌리고 다른 것은 모두 가져가라’고 할 때 아브라함은 ‘너 때문에 내가 부자 되었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나는 하나도 취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칩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복을 주셔야 복이 되는 거지 너희 때문에 내가 부자 되었다는 소리 듣기 싫다는 겁니다. 소돔과 고모라의 재물을 전혀 탐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잘 보여야 진짜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양보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서 하는 얘기가 8절에, ‘아브람이 롯에게 이르되 우리는 한 골육이라 나나 너나 내 목자나 네 목자나 서로 다투게 말자 우리는 싸우지 말자’는 겁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이야 물고 뜯고 싸우더라도 우리는 싸우지 말자. 목자들이 좀 잘못해서 싸우는 수가 있어도 우리는 싸우지 말자, 그런 얘기 아닙니까? 참 성숙된 모습입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다는 말이 있죠? 지금은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알아서 아이가 어디 가서 손해를 보거나 야단을 좀 맞고 들어오면 어른들이 싸우는 일이 아주 흔합니다. 어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그런가요? 애들이 좀 억울한 일을 당해 오기도 하고 좀 다쳐서 오더라도 어른이 너무 화를 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어른들한테 야단도 맞고 선배들한테 억울하게 치이면서 참을 줄도 알고 사람 대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그런 것을 배우기 전에 엄마 아빠가 미리 나서서 내 자식 귀하다고 난리를 쳐대면 아이들이 배울 걸 제대로 못 배웁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혹시 싸우고, 아이들 사이에 좀 이런 저런 일이 있더라도 어른들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바랍니다. 아니 아이들 사이에 가끔 사고도 있을 수 있고 가끔 크게 다치는 수도 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깜짝 놀라는 수가 더러 있습니다. 큰일 났구나 싶어도 그 일로 인해서 어른들끼리 문제가 되었던 경우는 아직까지 우리 교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교회 분쟁은 일어나면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서로가 하나님의 뜻을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맹렬하게 싸우는 걸 보면 한쪽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싶기도 하고 때로는 양쪽이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데도 그건 남이 볼 때 그렇고 본인들은 전혀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싸우는 겁니다. 교회를 염려하기 때문에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목청을 높이기도 합니다. 혹시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싸우지는 말자 이런 전제가 좀 깔려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로만 싸우지 말자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내 생각, 내 권리, 내 이익을 좀 포기해야 가능합니다. 아브라함이 우리는 싸우지 말자고 하면서 무엇을 포기합니까? 10절 보셔요. ‘이에 롯이 눈을 들어 요단 들을 바라본즉 소알까지 물이 넉넉하니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시기 전인고로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땅과 같았더라’ 우리는 싸우지 말자 그러면서 아브라함이 여호와의 동산 같고 애굽 땅과 같이 정말 좋은 기름진 땅을 포기한 겁니다.

말로만 싸우지 말자고 한다고 안 싸우는 것이 아니고 아브라함이 그것을 포기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싸움이 없어지는 겁니다. 한쪽은 산악지대고 한쪽은 넓은 들판이었습니다.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땅입니까? 마치 기름진 옥토를 버리고 자갈밭을 선택한 것하고 비슷한 일입니다. 이게 경제성을 따진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옆에 옥토 밭을 놔두고 자갈밭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까? 아브라함이 그랬다는 말입니다.

아브라함이 그 땅을 포기하고 험한 산지를 선택해서 훗날 그가 얻은 게 뭡니까? 하나님의 약속을 한번 봅시다. 14절부터,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너와 네 자손에게 주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내가 네 자손으로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 사람이 땅의 티끌을 능히 셀 수 있을진대 네 자손도 세리라’ 아브라함이 포기한 것은 땅이었습니다. 기름진 땅이었죠. 그에게 하나님께서 약속하시는 두 가지는 이 모든 땅과 후손을 주겠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포기했다고 해서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더 큰 복으로 채워 주시는 것이고 아브라함은 이걸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야 진짜 복이지 내가 차지한다고 붙들고 앉았다고 복이 아니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소돔과 고모라 왕이 다 가져가라고 말할 때 그것도 포기할 줄 아는 겁니다. 그래서 롯의 목자들과 자기 집 목자들이 싸울 때에 롯에게 그 아름다운 땅을 양보할 수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복 있는 사람들 중에 땅을 차지하는 자들이 누구입니까? 땅을 기업으로 얻을 자는 온유한 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얻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5)’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땅을 얻으려면 기를 쓰고 아니면 물고 뜯고 싸워서라도 차지해야 그게 내 땅이 되는 것 아닙니까? 양보하고 물러선 아브라함이 그 땅을 다 차지합니다. 애 쓰고 노력해서 이 땅에서 많은 재물을 지니는 것도 복이라고 합시다. 그러나 진정한 복은 복 받을 짓을 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는 것입니다.

아니, 어떤 사람은 복 받을 짓을 전혀 안하고 못된 짓만 하는데도 복을 받아서 잘 먹고 잘 살던데요? 그게 복이 아니란 뜻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복 받을 만한 짓을 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기다려야 합니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인가를 한번쯤은 꼭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올해는 내가 이런 일이라도 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좀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자랑스러운 친구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신대원에서 같이 공부하고 목사 되자마자 오지에 선교사로 떠난 동기가 있었습니다. 겨우 2년밖에 안되었는데 신장이 다 망가져서 돌아왔습니다. 큰일이 났다 싶어서 동기생들에게 전부 연락을 해서 모금을 좀 해서 갔습니다마는 가난한 목사들이 모금을 열심히 해 봐야 얼마 되겠습니까? 그래도 많이 모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도와주셔서 제가 공식적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모금한 돈을 가지고 병원에 있는 친구를 찾아 올라갔는데 신장이 5%밖에 기능하지 못한대요. 그래서 투석을 해야 하는데 이 선교사님이 선택한 방법은 복막투석이었습니다. 병원에 안 가도 된대요. 자기가 기계를 가지고 다닙니다. 차고 다니면서 복막 그러니까 배 안에 투석액을 넣어요. 30분 만에 꺼냅니다. 하루에 4번 그렇게 하면 병원에 안 가고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걸 선택한 이유가 그렇게 해서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빨리 선교지로 돌아가려고 그랬답니다.

멀쩡한 몸으로도 툭하면 아파서 드러눕는 판국에 투석기를 옆구리에 차고 30분씩 하루에 4번 넣었다 뺐다 이러면서 어떻게 선교사 노릇을 합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더라구요 그것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하는 투석액이 한 달에 7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그러네요. 선교사의 한 달 활동비가 생활비 포함해서 70만원입니다. 그 액수와 맞먹는 치료비를 매달 어떻게 감당하며 어떻게 선교사 노릇 하겠느냐?

친구들이 찾아가서 기도도 하고 염려도 했지만 방법이 없어요. 얼마나 안타깝고 답답했는데 어느 날 다른 선교사 지망생이 신장 하나를 떼어줬다는 겁니다. 그 소식을 늦게 듣고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멀지 않은 울산에 있어서 한번 만나자고 그랬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동기생들 모여라.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있습니까? 모여서 밥이나 먹자 그래서 얼마 전에 경주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감격스러운 시간을 가졌어요.

이 분도 조만간 선교사로 갈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소식을 듣고 부인이 기꺼이 동의해줘서 검사를 했더니 너무너무 잘 맞는다는 겁니다. 병원 의사들이 형제간인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수술을 했는데 의외로 수술 경과가 너무 좋아서 의사들이 깜짝 놀랐답니다. 신장을 떼어 준 선교사님 왈 “아니 그럴 수밖에 더 있습니까? 이 신장이 얼마나 좋은 건데요? 술도 안 먹죠. 담배도 안 먹죠. 신장 다치지 말라고 커피도 안 먹고 보관했던 것, 운동 열심히 해서 튼튼하게 키워 놓은 신장인데요? 말하자면 비료도 안 주고 약도 안친 순수 무공해 신장입니다. 그러니까 잘 될 수밖에 더 있습니까?“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수술하는 동안에 병원에 잠시 입원해 있었는데 한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입원했습니까?” 하고 묻길래 “나 환자 아니에요. 신장 하나 떼어줄려고 입원해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더라는 겁니다. 신장 떼어주는 것, 쉬운 일 아닙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더래요.

그래서 ‘이럴 때 값 좀 올리자.’ 그래서 열심히 한 이야기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 정도는 상식입니다.” 그러면서 여러 사람에게 전도했다고 자랑하더라구요. 신장 하나 떼어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자신도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요. 또 그것을 받아서 선교지로 가는 그 선교사도 얼마나 감격했겠습니까? 돈도 돈이지만 복막투석기를 옆에 차고 어떻게 선교사역을 제대로 하겠습니까? 떼어준 사람이나 그걸 받는 사람이나 그 소식을 듣는 우리나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요.

제가 문득 무슨 생각을 했느냐 하면 사람들끼리 신장 하나 떼어준 것 가지고 이렇게 난리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신장 하나 떼어줬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이건 더 감격할 일이 아니에요? 아니 신장 하나가 아니고 온 몸을 주셨잖아요. 신장 하나 받고 감사하는 그 선교사의 마음보다 더 감사하고 감격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만날 신장 투석해야 되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일입니다. 이 행복에 대해 사도 바울은 ‘너희의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에베소서 2:1)’고 말합니다. 이런 감격으로 우리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망가진 신장 대신에 복막 투석기를 달고서라도 선교지로 돌아가겠다는 이 생각이 도대체 말이 됩니까? 건강한 사람도 들어가기 주저하고 무서워하는데 그걸 차고 들어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멀쩡한 신장을 떼어준 이 분도 다음 달이면 선교지로 떠납니다. 그 분이 가려고 하는 선교지역이 특수지역입니다. 얼마 전에 거기서 13년 동안 사역했던 선교사님이 돌아와서 선교 보고를 했답니다. 참 신실한 분이랍니다. 그 분이 13년 동안 사역을 했지만 결신자를 하나도 못 얻었습니다 하고 말한 지역입니다.

거기에 이 젊은 친구가 신장 하나 떼어주고 들어갑니다. “옛날 우리나라에 선교사들이 들어올 때에 우리나라를 보면서 아마 캄캄했을 겁니다. 아무 기대도 하지 못했다는데 나도 그런 꿈을 가지고 갑니다. 언젠가 저기에 하나님을 믿는 주의 백성들이 많이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갑니다.” 현재로서는 캄캄한 절벽입니다. 물론 선교사 신분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학생비자로 들어간대요. 그 가난하고 후진 동네에 어학연수로 왔다고 하면 믿어줄런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학생비자로 들어간다는 거죠.

이 친구가 거기 가기 위해서 오랜동안 많은 걸 준비해 왔습니다. 신학공부 잘 했죠.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1년 동안 영어공부 하러 갔다가 왔답니다. 그가 가진 컴퓨터에 자료를 얼마나 많이 수집해 놓았는지 모릅니다. 선교지에 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을 테니 그 자료를 다 챙겨서 들어간다고 그렇게 준비하는 거죠. 지금 선교사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이 곳에서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걸 다 내려놓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 그 어렵고 캄캄한 곳으로 들어가려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내어놓는 것 아니냐? 자기 자신의 평안한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얼마 전에 GBT 선교사님을 만났습니다. 그 분이 가슴이 아프다면서 전해 준 얘기가 뭐냐 하면 포항공대를 졸업한 분이 선교사로 헌신을 했는데 선교부에서 한 달에 30만원밖에 지원을 못한답니다. 제가 참 놀랬습니다. 본부에서 지불할 능력이 없어서 그것밖에 지불하지 못하는데 그래도 본인이 사명감이 있어서 그래도 하겠다고 그러니까 참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거예요. 그 때 들은 이야기 중에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GBT 선교사님들은 준비하는 기간이 좀 깁니다. 공부를 많이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는 교회들이 지원을 안 한답니다. 선교사가 아니기 때문이죠. 몇 년 동안 대학원에서 훈련하는 준비 기간 동안에는 지원을 안 한다는 거예요. 제가 그 말을 들으니까 기가 막히더라구요. 준비하는 기간 동안 지원을 안 하면 그 기간 동안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교회들이 선교사에게 지원을 할 때도 그럴듯한 실속 위주로 지원을 하니까 그런 현상이 생기는 거죠.

선교달력 전면에 우리 교단 파송 선교사들 사진이 있는데 찢어버리지 마시고 아는 분이 있는가 보세요. 후원도 하고 격려도 하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나도 가야 되겠다’ 생각이 들면 가세요. 가고 싶긴 하지만 능력이 도저히 안된다는 생각이 들면 도와주면 됩니다. 이런 정신이 교회를 살립니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낮은 자를 섬기는 마음으로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을 향하여 갔습니다. 우리도 이런 정신으로 우리의 직장을 섬기고 이웃을 섬겨야 되겠다는 뜻입니다.

반드시 외국으로 가야만 선교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이런 정신으로 가면 아브라함의 후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 사랑의 봉사단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잘 안 모인다고 하시지만 참으로 귀한 일이고 교회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용대 집사님이 이끌고 있는 기능직 홀리클럽도 마찬가지죠. 정말 귀한 선교사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열심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귀한 일입니다.

아브라함이 에덴동산 같은 들을 내어줬을 때 하나님께서 큰 복을 주셨습니다. 그야말로 자갈밭 같은 그 밭을 하나님께서 옥토로 변하게 해 주셨고 거기다가 큰 수확도 주셨는데 우리가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것을 포기하고 내어줌으로 해서 이런 역사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개인적으로든 교회적으로든 우리가 우리의 것을 얼마나 내어주고 사는지 꼭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가 건물이나 땅에 투자할 때는 거액입니다. 참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그런데 선교사들에게 지원하는 돈은 항상 푼돈입니다. 지금 급한 데가 많아서 잘 못하지만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하지요? 지금 어렵다고 못하면 나중에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이들 키워놓은 다음에 교회 일도 하고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하시는 분은 끝내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아이 들춰 업고 혹은 아이 팽개치고 일하다가 “우리 엄마 맞아? 계모 아니야?” 이런 소리 들어가면서 크는 아이들이 정말 복되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찬양 인도하는 엄마한테 어린아이가 달려들어서 다리를 붙들고 있으니까 엄마가 자기 아이를 발로 툭툭 차면서도 찬양인도 하더라구요.

교회에서 선교하고 후원하고 이웃을 돌보는 일이나 가정 살림살이나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돕지 못하는 사람은 살림이 아무리 나아져도 돕지 못합니다. 살림이 아무리 나아져도 다리 붙들고 있는 아이처럼 돈 쓸 데는 항상 있습니다. 쓸 것 다 쓰고 저축하는 것 아니죠? 정말 저축하려는 사람은 먼저 저축합니다. 정말 중요한 곳에 먼저 써야 합니다.

교회도 개인도 내 것을 내 것이라고 고집하기보다는 내어주고 섬기는 일에 더 익숙해지면 이거야 말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는 비결이고 그것이 교회를 아름답게 하는 비결입니다. 그것이 교회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드는 겁니다. 교회가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는 데도 교회 이미지가 엉망진창이 되어 놓으니 사람들이 이유 없이 미워하는 겁니다. 우리 모두가 내 자신의 것을 조금 포기하고 서로를 섬기는 마음으로 이웃을 섬길 때에 교회가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새해에는 부디 이런 마음으로 아름다운 교회를 이뤄가도록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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