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한 병자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그 후에 유대인의 명절이 있어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니라 예루살렘에 있는 양문 곁에 히브리 말로 베데스다라 하는 못이 있는데 거기 행각 다섯이 있고 그 안에 많은 병자, 소경, 절뚝발이, 혈기 마른 자들이 누워 〔물의 동함을 기다리니 이는 천사가 가끔 못에 내려와 물을 동하게 하는데 동한 후에 먼저 들어가는 자는 어떤 병에 걸렸든지 낫게 됨이러라〕 거기 삼십팔년 된 병자가 있더라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동할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줄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 가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이 날은 안식일이니 유대인들이 병 나은 사람에게 이르되 안식일인데 네가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이 옳지 아니하니라 대답하되 나를 낫게 한 그가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더라 한대 저희가 묻되 너더러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한 사람이 누구냐 하되 고침을 받은 사람이 그가 누구신지 알지 못하니 이는 거기 사람이 많으므로 예수께서 이미 피하셨음이라 그 후에 예수께서 성전에서 그 사람을 만나 이르시되 보라 네가 나았으니 더 심한 것이 생기지 않게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하시니 그 사람이 유대인들에게 가서 자기를 고친 이는 예수라 하니라 그러므로 안식일에 이러한 일을 행하신다 하여 유대인들이 예수를 핍박하게 된지라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하시매 유대인들이 이를 인하여 더욱 예수를 죽이고자 하니 이는 안식일만 범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자기의 친 아버지라 하여 자기를 하나님과 동등으로 삼으심이러라 [개역, 요한복음 5:1~18]

본문에 38년 된 병자가 나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인지 생각해 봅시다. 38년 된 병자라고 흔히 말합니다만 그 이름이 이 사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정확히 붙이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우리말로 뭐라고 하죠? 처음에는 전자계산기라고 했습니다. 주로 계산하는데 썼거든요. 처음에는 그 말이 맞았는데 워낙 성능이 좋아지고 빠르게 발전하니까 나중에는 그 말이 안 맞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컴퓨터를 전자계산기라고 하면 아주 이상합니다.

도루묵이라는 생선이 있지요? 원래 이름은 묵이었답니다. 어느 임금님이 피난길에서 맛을 보았는데 그렇게 맛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고기 이름을 물었더니 ‘묵’이었답니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 이름이 그게 뭐냐, 촌스럽게! 연어라고 해라.” 그래서 이름을 연어라고 바꿨습니다. 나중에 임금님이 환궁해서 연어를 가져 오라고 그랬죠. 다시 먹어 보니까 도무지 맛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도로 묵이라고 하여라.” 해서 이름이 도루묵이 됐답니다. 이름을 잘못 붙인 겁니까? 임금님의 입맛이 시도 때도 없이 변한 탓이지 고기는 죄가 없어요.

우리는 이 본문에 38년 된 병자가 한 사람 나온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을 그냥 38년 된 병자라고 하기에는 이름이 너무 과분합니다. 예수님께서 엄청난 은혜를 베풀어서 병을 고쳐줬는데 이 병자가 유대인에게 가서 고자질하는 겁니다. 세상에 은혜를 이렇게 갚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 사람을 그냥 38년 된 병자라고 하기에는 한 짓이 너무 괘씸하단 말입니다. 이름을 바꾸어야 합니다. 아주 고약하고 배은망덕한 병자입니다. 이 사람을 38년된 병자라고 불러주는 것은 성경을 너무 무신경하게 읽는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가 이름이 변한 것은 너무 빠르게 발전해서 그렇게 되었고 묵이 도루묵으로 된 것은 입맛이 왔다 갔다 한 임금님의 잘못이고 이 환자를 38년된 병자라고 말하는 것은 이 본문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건성으로 본 우리 탓입니다. 이 배은망덕한 병자에게 예수님께서 왜 이런 은혜를 베푸셨는지 살펴보기를 원합니다.

베데스다 행각에 환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사가 내려와서 물이 동할 때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나았는지는 접어 둡시다. 그런데 그 많은 환자 중에 유독 이 사람이 예수님에게 병 고침을 받게 된 이유가 뭘까요? 다른 사람에게 없는 믿음이 이 사람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자기 병을 고쳐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라도 있었습니까?

6절 끝에, ‘네가 낫고자 하느냐’고 예수님께서 물었습니다. 보통의 경우는 예수님께서 이렇게 물으면 답변이 뭐죠? 소경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하면 ‘보기를 원하나이다’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이 사람은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합니까? 당연히 “예, 낫고자 합니다.” 이래야 되지요? 그런데 이 병자가 뭐라고 대답하는지 보세요.

7절에, ‘주여 물이 동할 때에 나를 못에 넣어줄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 가나이다’ 예수님의 질문에 바르게 대답하는 겁니까, 아니면 동문서답 하는 겁니까? 이 환자의 생각에는 말이 되는 말을 하는 겁니다. 예수님께 무엇을 기대합니까? 예수님께서 자기 병을 고쳐 주시리라는 것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못에 빨리 내려가지 못해서 병이 낫지 못하고 있는데 예수님이 낫고자 하느냐 하니까 ‘아, 이 분이 나를 달랑 들어서 빨리 넣어주실 수 있겠구나’ 그런 기대를 하는 겁니다.

예수님께 고침을 받은 다른 병자들에 비하면 이 사람은 믿음이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 주리라고 기대했지만 이 사람은 자기를 먼저 물에 넣어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할 뿐입니다. 이런 사람을 향하여 함부로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병을 고친 것이라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그가 상상도 못했던 엄청난 복을 받았다는 사실은 오늘 예수님을 믿는 우리들이 다 그렇게 복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기 전에 기대했던 것과 예수를 믿고 난 다음에 받은 복은 비교할 수 없이 큰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비밀이기도 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이 병자가 예수님께 기대한 것은 정말 별 것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병자가 어떻게 병을 고치게 되었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병자가 낫게 된 주원인이 병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예수님에게서 찾으면 답이 쉽게 나오지만 이 병자에게서 찾아보려면 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 문제도 답을 우리에게서 찾으면 잘 안 나옵니다. 하나님에게서, 예수님에게서 찾기 위해서 노력하셔야 합니다. 이 병이 낫게 된 것은 예수님께서 이 사람을 불쌍히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믿음이 좋았거나 무슨 노력을 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다른 환자들보다 더 불쌍히 여겼기 때문입니다. 6절에,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랜 줄 아시고’ 이 말이 다른 모든 환자들보다도 더 불쌍하더라는 것 아닙니까? 불쌍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그를 고쳐 주시려고 했다는 뜻입니다.

남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기만 하면 더 큰 복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율법이 가입한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로마서 5:20)’라고 말한 겁니다. 고의적으로 죄 지은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내 형편이, 내가 불쌍한 것이, 하나님 눈에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복 받는 비결이라는 사실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내가 내 자신을 볼 때 ‘내가 왜 이렇게 못났고, 내 처지가 왜 이렇게 불쌍하냐?’ 좋습니다. 많이 그러십시오. 그러다가도 이런 나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보실까를 생각하십시오.

예수님은 이 땅에 잘 나고 잘 먹고 잘 사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불쌍하고 가난한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얼마나 감사한 말인지 모릅니다. 이 병자에게서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싶어서 열심히 뒤져보면 정말 없어요. 그를 불쌍히 여기신 예수님 때문에 이 병자가 병을 고치게 된 것입니다. 거듭 말씀 드립니다마는 무슨 일이든 이유를 하나님에게서 찾고 예수님에게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가령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 애굽에서 나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놀라운 출애굽을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입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요? 그냥 노역이 힘들고 괴로워서 울부짖기만 했지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무슨 독립투쟁을 했거나 독립투사를 만들어 내거나 이런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위대한 지도자 모세는 그 일을 구상하고 실천한 인물이 아닙니다. 막상 하나님께서 불러서 일을 시켜도 도저히 못한다고 발뺌만 했습니다. 출애굽이 누구에 의해서 일어났느냐 말이에요. 답을 하나님에게서 찾지 않으면 찾기가 어렵습니다.

여러분들에게 하나님께서 은혜를 많이 베푸셨으면 왜 그랬을까요? 글쎄요, 우리 교회 성도님들은 각자 찾아보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열심에, 능력에, 충성하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답을 찾았어도 그건 온전한 답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하나님께서 내게 이런 복을 주신 이유가 뭘까 하고 찾아보면 있을 겁니다. 있다고 믿어요. 그러나 진짜 답은 하나님에게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나를 사랑하셔서 하나님께서 내게 이런 복을 주셨다 이것이 바른 고백입니다.

여러분, 인생의 정확한 해답은 여러분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에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이렇게 충성하고 내가 이렇게 노력했으니 하나님께서 내게 이런 복을 주신 게 아니겠느냐? 그럴 만큼 좋은 점이 여러분에게 있다는 것이 복이긴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충성하고 여러분들이 맺은 열매 이상으로, 그 이전에 하나님께서 이미 준비하신 은혜가 더 크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도 없는 철학이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철학은 질문만 하다가 끝나 버립니다.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이걸 누가 대답했습니까? 아직도 잘 모릅니다. 하나님에게서 찾으면 답이 금방 나옵니다.

그래도 이 환자에게 뭔가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면 간절한 소원 아닐까요? 이 병자가 38년 동안 병을 앓았습니다. 정말 오랜 세월입니다. 그렇게 긴긴 세월 동안 앓았으니 정말 나아야겠다는 간절한 소원이 있지 않았을까요? 여러분, 38년, 참 만만치 않은 세월입니다.

얼마 전 신문 한쪽에서 장지연인가요? 한일합방 때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사설을 썼던 분 있지 않습니까? 기개가 대쪽 같은 분이잖아요. 이 분이 일제의 변절자 명단에 들어있어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두려움을 모르고 그렇게 일제에 항거했던 그 분이 어떻게 해서 변절자 명단에 들어가 있느냐 말이에요. 구체적인 사연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제가 들은 이야기는 36년이 너무 길었다는 거예요. 합방이 될 때만 해도 목숨을 걸고 일제에 항거를 하던 그 사람도 세월이 너무 길어서 이제는 나라를 되찾을 가능성도 없고 희망도 없을 것 같으니 서서히 포기가 된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변절된 사람이 참 많다는 얘깁니다.

36년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닙니다. 대쪽 같은 기개도 흔들어 놓을 만큼 긴 세월인데 병을 38년간 앓았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병을 앓으면 이 병을 고쳐야 되겠다는 소원이 더 간절해지는 것 아닙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간절해지는지 아니면 포기하는지.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참고 견딜 수밖에 더 있습니까? 절망스럽고 고통스러운 세월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그것은 그만큼 그를 불쌍히 보는 요인밖에 안되었다는 겁니다. 아무리 자세히 보아도 이 병자가 예수님께 그런 은혜를 받을 만한 특별한 사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저 예수님께서 불쌍하게 보셔서 그런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 놀라운 은혜를 받고 병이 나아서 예수님께 어떻게 감사를 했습니까? 그 예수님을 찾아가서 감사하다는 말을 한마디라도 했습니까? 하다못해 사과 한 상자라도 사다 드렸습니까? 예수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예수님에 대한 감사보다 유대인들의 눈이 무서워서 ‘나를 고친 사람이 바로 저 예수라는 사람입니다’라고 일러줬다는 말이에요. 세상에 이렇게 배은망덕한 자가 어디 있습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안 고쳐주는 건데 그죠?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면 이런 은혜를 베풀겠습니까? 어림도 없지요.

그러고 보면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 주셨는데 그걸 감사히 여기고 예수님께 다가와 헌신하거나 희생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간혹 그런 사람을 예수님께서 돌려보낸 적은 있는데 예수님의 그 은혜에 감사하면서 헌신한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간혹 기도원에 가서 병을 고친 다음에 평생 그 기도원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의 얘기는 들을 수 있습니다. 자기 병을 고쳐준 것에 대해서 감사해서 평생을 헌신한 사람들이 더러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은혜 받은 이 사람들은 어떻게 됐는지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헌신한 이야기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니기를 빌 뿐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받은 은혜가 얼마나 큰 건지 잊지 않고 계시지요? 혹시라도 그걸 잊어버리고 하나님께 나아와 ‘내 인생이 왜 이렇습니까?’ 하면 우리 예수님께서 ‘너 그런 푸념하라고, 그렇게 맥없이 살라고 내가 너 위해 죽은 것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면 뭐라고 하실 겁니까? 이 병자 뿐만 아니라 예수님 주변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도 예수님께 받은 은혜는 정말 큰 것이지만 잊어버리고 유대인들의 핍박이 무서워서 예수님을 배반하고 저주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여러분, 우리가 예수를 믿은 이후에도 불평이나 불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신앙이 아무리 좋고 하나님을 절대로 신뢰한다 해도 우리 속에 불평이나 불만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게 인생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우리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우리 속에 넘쳐야 합니다. 그 감사하는 마음이 우리의 불평불만을 덮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이런 불평불만이 완전히 없어지기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부디 여기 나온 이 병자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이 사람이 얼마나 불쌍했던지 은혜 받을 만한 이유가 별로 없어 보였는데도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이게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반면에 이 사람을 바라보는 유대인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정말 메마르고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38년 동안 일어서지 못하고 고생하고 있던 사람이 일어나서 걸어가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냐는 감사가 먼저 나와야 할 텐데 그런 감격은 없고 자리를 들고 걸어가는 것만이 눈에 거슬리는 겁니다. 예수님도 참 개살궂어요[=짓궂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거라 이랬으면 좋겠는데 8절에, ‘예수께서 가라사대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고 했습니다. 그냥 ‘일어나 가라’ 이랬으면 문제가 안되었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자리를 들고’ 가라는 겁니다. 이 병자가 깔고 앉았던 자리를 그냥 버리고 가지 뭣 하러 들고 가라고 합니까? 유대인의 눈에 딱 뜨인 게 뭘까요? 자리를 들고 가는 것입니다, 8절 9절 10절에 ‘자리를 들고’ 하는 말이 몇 번이나 나오는지 보세요.

이 사람이 자리를 들고 걸어갑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10절 뒤편에 ‘네가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이 옳지 아니하다’고 합니다. 병 나은 얘기는 안 하고 자리 들고 가는 것을 가지고 시비를 겁니다. 일하면 안되는 안식일에 ‘너 왜 일 하느냐?’는 말입니다.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이 그 당시 안식일에 해서 안되는 항목 중에 들어 있는 겁니다. 안식일을 잘 지키기 위해서 이분들이 참 애를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심지어 이런 논쟁까지 있었다고 그럽니다.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고 가는 것은 일이냐, 아니냐? 그게 일입니까, 아닙니까? 답이 이렇게 났답니다, ‘손수건을 사용하기 위해서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은 운반하는 것이므로 일이다. 그러나 옷에 꿰매고 다니는 것은 옷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이 아니다.’ 손수건 한 장 가지고 이러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들고 가는 것은 엄청난 ‘일’이죠. 38년 동안의 병이 나은 것에 대해서는 눈이 안 가고 안식일에 일하는 것만 눈에 보였다는 뜻입니다.

불쌍하기 그지없는 이웃에게 베풀어진 하나님의 은혜는 눈에도 안 보이고 그저 율법에 어긋난 것만 지적하고 책망하는 것이 잔인해 보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유대인들이 율법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탓하기 곤란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지키려고 하다보니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웃에 대한 사랑이 전혀 없는 겁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려고 하면서 하나님이 말씀하신 이웃사랑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규정만 유심히 살피고 있다는 겁니다. 차갑고 메마른 신앙인들이죠.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은 대단한 능력입니다. 아주 요긴한 능력입니다. 그러나 이런 능력이 나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다른 성도들을 비판하는데 쓰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옳고 그름을 잘 분간하는 능력보다 형제를 잘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더 큰 능력입니다. 혹시 뭐가 옳은 건지 뭐가 그른 건지는 잘 몰라도 형제를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돌볼 수 있다면 가장 큰 능력을 가진 겁니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다들 능력이 있고 재주가 많습니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훨씬 탁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뒤로 미뤄놓고 따뜻한 마음을 더 잘 키워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뜻입니다.

로마서 14장 15절에, ‘만일 식물을 인하여 네 형제가 근심하게 되면 이는 네가 사랑으로 행치 아니함이라 그리스도께서 대신하여 죽으신 형제를 네 식물로 망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먹는 문제로 논란이 붙었는데 혹시 내가 말을 잘해서 형제가 실족케 된다면 그건 내가 사랑으로 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대신하여 죽으신 형제를 네 식물로 망케하지 말라’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제를 실족케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유대인들은 불쌍한 형제가 나아서 걸어가는 것은 뒷전이고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 안되는 일을 했느냐’에만 관심이 있는 겁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내가 맡아 있는 이 일이 정말 소중하고 귀한 일이라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서 성가대 하는 사람은 성가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교회 일 중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제일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틀린 것 아닙니다. 부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다른 일은 다 소중하고 부엌일은 능력 없는 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잘못입니다. 내가 아니면 누가 어떻게 성도들을 돌아보겠느냐?고 생각하시는 것이 잘하는 일입니다.

주의할 것은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다른 부서의 중요성을 깎아내리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면 안됩니다. 내가 맡은 일이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하면서 다른 형제가 맡은 일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율법이나 일의 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교회에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전도 받아서 예수 믿겠다고 교회에 나왔습니다. 반갑다고 다가갔더니 세상에 몸도 더럽고 냄새도 폴폴 나고 도저히 옆에 같이 있을 형편이 못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나님께 여쭈어 보세요. 하나님께서 뭐라고 하실 것 같아요? ‘냄새 나냐?’ ‘지저분하냐?’ 하나님께서 ‘천하보다 귀중한 생명이니라’ 그러시면 냄새나도 내색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생명인데요? 참으로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말도 안되고, 고집불통에 미워서 싫은 소리를 했더니만 ‘교회 안 나오겠다’고 버티어 버리면 누구 책임입니까? 냄새나거나 더럽거나 성질이 고약하거나 간에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은혜를 베풀려고 하신다면 우린 도리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소중히 여기시고 그를 사랑하신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사람을 향해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나님 믿는 우리 속에 저런 인간이 있느냐?’고 도끼눈 뜨고 째려보고 있는 겁니다. 왜 고쳐 주셨냐고, 안식일에 못할 일을 했다고 예수님을 비방했더니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17절입니다.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 하시니 나도 일한다’ 아니 ‘불쌍해서 고쳐줬다’ 그러면 제일 좋을 법도 한데 예수님의 답변은 아버지께서 아직도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고 말씀을 하셨단 말입니다.

여러분, 하나님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아직도 하십니까? 19절에, ‘그러므로 예수께서 저희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들이 아버지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나니 아버지께서 행하시는 그것을 아들도 그와 같이 행하느니라’ 예수님께서 여기서 하신 일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 그대로 하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아니 하나님께서 언제 내려오셔서 병자를 고쳐주셨기에 이런 말을 하십니까? 우리가 알지 못해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그런 일을 하시니 나도 그걸 보고 그대로 행할 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불쌍한 환자를 고치는 것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조금 뒤쪽에 보면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이고 더 뒤로 가 보면 29절에, ‘믿는 자를 구원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께서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계시다’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이 일을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을 창조하시고 참 기뻐하셨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안식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그 안식을 깨버렸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은 그 안식을 회복하기 위해서 일하고 계신다는 것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안식을 회복하기 위해서, 말을 바꾸면 우리를 구원하셔서 다시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려는 그 일을 아버지께서 지금까지 해오셨는데 ‘내가 그것을 보고 그 일을 하려고 여기에 왔고 내가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셨습니다. 맞는 말입니까? 예 맞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을 지금도 주관하시고 섭리하고 계십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정확한 답은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일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최종 목표는 자기 백성의 구원에 있습니다. 아니 좀 더 나아가면 구원받은 백성이 하나님과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는 것이 하나님의 소원이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교회에서 이런 저런 일을 많이 행할 때에 목표를 잘 알고 계십시오. 인간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일을 우리가 돕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 구원이 우리 일의 최종 목표여야 합니다.

사업해서 돈 많이 남기고 건물 잘 짓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사람을 구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여야 합니다. 이미 하나님의 백성이 된 우리로서는 하나님과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놀라운 사랑을 누구에게 베푸셨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38년 된 병자, 아니 이름을 바꿉시다. 이렇게 배은망덕하고 염치를 모르는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이런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은혜를 알지 못하고 감사하는 마음도 없이 가서 일러바치는 이런 인간에게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이럴 것이면 안 고쳐줄 건데?

여러분, 우리 예수님은 이런 것을 다 알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만약 이 정도에 실망할 예수님이셨다면 고쳐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은혜를 베풀어도 예수님께 찾아와서 진정으로 감사를 표현한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을 우리 주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인간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된다는 걸 알고도 인간을 사랑하신 것이 우리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여러분, 사람이 위대한 존재라고 그렇게 자랑을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존재라는 거예요. 그런데 이런 존재인 것을 다 알고서도 하나님께서 사랑을 베푸셨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에 베드로가 얼마나 큰 소리를 쳤습니까? ‘다른 사람은 다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단코 버리지 않겠나이다’ 그 소리 누가 했습니까? 베드로만 한 게 아닙니다. 다른 제자들도 다 경쟁적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놓고 그 날 밤에 뭐했어요? 부인하고 저주하고 맹세하면서 ‘내가 저 사람 알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고 하면서 모른다고 하던 그 베드로를 향해서 예수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말없이 지켜보다가 눈길이 마주칩니다. 베드로는 그 길로 나가서 얼마나 웁니까? 예수님께서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미리 말씀하셨는데도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이럴 수밖에 없었더냐?’ 모르긴 몰라도 ‘내라는 인간이 이것밖에 안되느냐?’ 해서 펑펑 울었을 것입니다마는 그것이 베드로만의 모습은 아닙니다.

잘 나갈 때 잘 될 때 하나님을 향하여 기뻐할 수 있지만 일이 잘 안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우리도 언제든지 이 베드로처럼 아니면 이 병자처럼 예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고 몰염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을 향하여, 이런 우리를 향하여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뭔 소득을 바라지 않고 뭔가 얻을 걸 바라지 않고 사랑을 쏟으셨다는 사실에 우리는 늘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 인간이 이런 존재인 것을 알고 절망했던 또 다른 사람이 바울 아닙니까? 로마서 7장 24절에,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이건 비명입니다. 나라는 인간이 어찌 이 모양이냐는 겁니다. 그 다음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이런 나를 우리 예수 그리스도께서 은혜로 구원하셨다는 감격이 바로 터져 나옵니다.

8장 1절로 넘어갑시다. ‘그러므로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 여러분, 하나님께서 혹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얼마만한 은혜를 베푸셨느냐를 확실하게 알고 그 감격을 누리는 것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을 이겨내는 최선의 방법이고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사람에게서 해답을 찾지 마십시오. 그래도 내가 이 정도 되면 쓸 만한 인간 아니냐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해답을 하나님에게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나님께서 이런 우리에게 어떤 사랑을 베푸셨는가를 늘 기억하면서 감사하며 사는 것이 이 배은망덕한 병자의 몰염치한 행동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가 어떻게 본다면 배은망덕하고 염치없는 병자와 같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끊임없는 사랑을 베푸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냐보다 이런 나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사랑을 베푸시는 그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잘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이름이 배은망덕한 환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기뻐하는 성도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감격하고 그 사랑 때문에 나 자신의 허물 뿐만 아니라 형제의 부족함이나 연약함도 다 덮어줄 수 있는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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