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우리의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뇨 여호와의 팔이 뉘게 나타났느뇨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버린 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개역, 이사야 53:1~3]

성탄절이 되면 누가 제일 바쁠까요? 아마 한 대목 노리는 장사꾼들이 제일 바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화점이나 커다란 술집들이 치장을 더 많이 합니다. 성탄절이 다가옴에 따라서 여러분들이 특별히 바쁜 일 있습니까? 요즘은 그리스도인들이 성탄절을 앞두고 그리 바쁜 것 같지가 않습니다. 예전에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한 달 전쯤부터 거의 매일 교회가 북적대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은 거의 매일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고 교회 주변이며 천장 장식하느라 얼마나 많이 바빴는지 모릅니다. 성탄트리 만든다고 산에서 생나무 큰 걸 베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습니다. 차도 잘 없던 시절에 그 큰 나무를 베다가 가져 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열성들이 참 대단했습니다. 장식도 하고 연극도 하고... 연극인들 잘 하나요? 연극 같지도 않은 연극을 하면서도 참 바빴던 것이 성탄절 준비였습니다.

요즘은 그렇게 바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벽송 도는 교회도 작년에 보니 별로 없는 것 같더라구요. 열심히 준비하고 성탄 전날 밤 새우고 다음날 낮 예배 때 자는 일이 많이 있었죠. 찬양 연습 열심히 했다가 정작 잘 안되는 때가 성탄절 낮 예배 때입니다. 밤새 찬송 부르고 다녔으니 낮에는 목도 가버리고 잠도 쏟아져서 찬양이 제일 안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이었고 바쁘기도 하고 힘들었죠. 요즘은 그런 열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성탄절에 기뻐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우리가 성탄을 맞이하면서 정말 기뻐서 어쩔 줄 몰라서 뭘 준비하고 연습을 합니까? 아니면 이번엔 또 어느 파트가 어느 행사 맡아서 누가 뭘 해야 할까? 그것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합니까? 정말 기뻐서 성탄절에 이거 하나 해야 되겠다 이런 마음인가요? 아니면 이번 성탄절 어떻게 해서 때우고 넘어갈까 이런 건가요? 성탄절을 맞으면서 우리가 무슨 일에 바빠야 하고 또 무엇 때문에 즐거워야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짚어보고 지나갔으면 합니다.

성탄의 주인공은?

성탄절의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분명히 예수님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예수님보다 더 유명한 영감님이 계십니다. 빨간 복장에 흰 수염 달고... 요즘엔 수영복 입은 산타... 할아버지도 아니고 좌우지간 헷갈립니다만 산타클로스가 성탄절에 오히려 더 유명해졌고 썰매 끄는 루돌프도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유명합니다. 아이들도 성탄절에 선물 하나 받는 것이 더 기다려지지 예수님에 대한 생각이 있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성탄절입니다.

성탄의 뜻이 뭡니까? 성인의 탄생입니까? 예수님처럼 유명한 성인이 탄생하셨다고 해서 성탄입니까? 의외로 그렇게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인류 역사상에 있었던 위대한 성인 중의 한 사람, 그 성인이 태어난 날, 그래서 성탄이라고 합니까? 거룩한 우리 주님의 탄생! 이런 의미로 이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성인의 탄생? 이건 어딘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가 기뻐해야 할 일입니까, 아니면 슬퍼해야 할 일입니까? 이것이 기쁜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미안해해야 할 일인지 생각을 좀 해봤으면 합니다. 어디에서 탄생하셨나요? 예수님은 마굿간에 태어나셨습니다. 적절한 장소입니까, 어울리지 않는 장소입니까? 예수님을 찾아왔던 박사들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니 당연히 궁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헤롯 왕에게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헤롯 왕은 알지 못했습니다. 동방의 박사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예수님은 저 화려한 궁궐에서 태어났어야 어울리는 겁니까? 아니면 마구간에 태어나야 어울리는 것입니까?

구약에서 하나님께 드렸던 많은 소, 양, 짐승들은 후일에 이 땅에 오실 예수님의 그림자, 예수님에 대한 상징으로 하나님께 드려졌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제사 제물이요, 어린 양입니다. 양이 마구간에 나서 조금 안되긴 안됐지만 비슷한 동네 아닙니까? 적합한 곳에 나셨죠. 천사와 목자들이 경배하던 영광스러운 장면도 잠시, 또 먼 곳으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로 참 기구한 운명이다는 말입니다.

애굽으로 탈출했다가 그를 노리는 헤롯 왕이 죽고 난 후에 다시 간신히 돌아옵니다. 그러나 태어났던 곳으로 가지 못하고 저 먼 곳, 갈릴리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자라났습니다. 우린 뭘 그렇게 기뻐합니까? 하나님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슬픔이고 고난인지를 이해했으면 합니다. 여러 가지 예를 들어서 설명을 좀 해보려 합니다.

알 수도 없는 예수님의 고난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패션(Passion)에는 열정이란 뜻도 있는데 한편으론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당하신 수난을 가리켜서 특별히 패션이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그리스도의 고난이란 뜻입니다. 무엇을 가리켜 예수의 고난이라고 합니까? 예수님이 로마군병에게 잡혀서 재판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실감나게 그려놓은 그 영화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우리 주님께서 아니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런 고통을 당했어야 했을까?’ 하며 아파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예수님의 고난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고난이 그것 뿐일까요?

하나님이신 그 분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이 영화의 그 참혹한 장면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것,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고난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걸 이해하려고 애를 많이 써야 합니다. 그런데 도무지 쉽지가 않아요. 우리와 너무나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상상력 바깥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못에 찔리고 살이 찢어지는 건 우리가 이해할 수 있지만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든 만물을 다스리던, 도무지 공간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던 그 분이 연약하디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이 도대체 얼마만한 고난인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매미 애벌레가 땅 속에서 십 수년을 머물러 있다가 껍질을 벗고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땅 속에 박혀있던 애벌레가 껍질을 벗고 하늘을 나는 변화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변화일까요? 컴컴한 땅 속에 갇혀서 꼬무작 꼬무작 거리고 있던 애벌레가 푸른 하늘을 맘껏 날아다닌다? 이것이 얼마만한 변화일까요? 여전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그런데 거꾸로,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던 매미에게 “얘, 너 다시 애벌레가 돼서 땅 속으로 들어가!”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맘껏 날고 맘껏 소리 지르고 가고 싶은 대로, 먹고 싶은 대로 뛰어다니던 매미가 다시 꼬치 속으로 들어가서 갇힌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나님께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이것보다 훨씬 더 부자유스럽고 힘든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월급이 올라가는데 조금 깎이면 어떻습니까? 회사 나가기 싫습니다. 한 십 퍼센트 정도 깎여버리면 어떻습니까? 일 못합니다. 그 작은 변화도 우리는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하늘을 마음껏 날다가 다시 꼬치 속에 갇혀 들어갔다고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것이 어느 정도의 추락이냐는 말입니다. 차라리 죽고 말지. 우리에게 있는 이런 작은 변화를 가지고서 하나님의 변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만 그래도 혹시 관계되거든 생각을 한번 해 보세요.

열심히 걸어 다니던 분이 차를 샀습니다. 차를 사고 나서 말한 소감이 이런 세상이 있는 줄 몰랐더랍니다. 그 다음부터 “왜 차 안 사니? 차 사!” 주머니에 꼬깃꼬깃한 돈을 넣어 다니며 절약하고 아끼며 돈 쓰는 법을 모르던 사람이 차를 사고 나면 주머니가 아주 헐겁게 변해버립니다. 얼마나 달라지는지, 달라지기 시작하면 크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차를 몰고 가고 싶은 대로 신나게 잘 가던 분이 어떤 일로 차가 없어지고 걸어 다니게 되면 못 다닙니다. 답답해서 못 살아요.

저희 아버님이 올해 연세가 팔십입니다. 전에 자주 그러셔서 제발 그러시지 말라고 했는데 한 동안 안 그러시더니 작년에 딱 한번 태백에서 80cc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까지 내려 오셨습니다. 기차타고 버스타고 올려니 답답해서 못 견디겠다는 거예요. 이해는 되지만 집에 있는 식구들 생각해서 제발 타지 마시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다른 식구들은 다 불안합니다. 그런데 본인은 그것이 편한 겁니다. 이것이 좋답니다. 앞에 버스 하나가 꾸물꾸물 거려서 싹! 질러 오셨답니다. 가슴이 덜컥 합니다. 그래도 본인은 그것이 편하다는 걸요. 거기다 “아버님, 연세가 많으시니 오토바이 없앱시다.” 그 말은 못합니다. 그렇게 쌩쌩 다니시던 분이 걸어다녀 보셔요. 아마 사는 낙이 다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년간 돈을 모았습니다. 조금만 더 저축하면 집이든 아파트든 한 채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어디선가 아주 옛날에 섰던 보증이 하나 뻥 터져서 몇 천만원을 대신 물어야 한다면... 당해보지 않으면 그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모릅니다. 견디기 어렵습니다. 몇날 며칠을 잠 못잡니다. 똑같이 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은 진급을 했는데 진급이 안됐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픕니까? 그런데 진급은커녕 직급이 하향 조정되어 버리면요? 못삽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작은 일입니다. 이런 작은 일을 당하고도 견디지 못하는데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어 이 땅에 내려오셨으면 그것이 얼마만한 부자유요, 얼마나 큰 불편인지를 생각해 보셔요.

돈을 조금 잃어버려도 참 오래 갑니다. 그것도 가슴이 얼마나 아픈지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겪었던 일 중에 잠이 안 오고 괴롭고 슬프고 가슴 아팠던 일을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건 작은 일입니다. 정말 작은 일입니다. 그런데 시공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으시던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들고 괴로운 일일까요?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예를 통해서 생각이라도 좀 해 보자는 겁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퇴임할 때 기자들이 부인 낸시 여사에게 “백악관에 사시다가 나오시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답변이 기가 막힙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그랬답니다. 들어갈 때 4년, 중임하면 8년, 8년 뒤에 나올 것이라는 걸 알고 들어갔는데 거기서 나올 때 기분이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솔직하게 답변 안 합니다. 그 사람들의 솔직한 면에 놀랐고, 한편으론 그게 그렇게 그럴까? 때가 되면 나와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면서 들어갔는데도? 이런 저런 예에 비춰서 우리 예수님께서 하늘 보좌에서 이 낮고 낮은 땅으로 오는 것이 얼마나 부자유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었는지를 생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도 낮아져야

예수님께서 이렇게 낮은 곳으로 오신 그날이 성탄절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도 우리 예수님을 따라서 우리 자신을 낮추는 것이 성탄절의 의미를 제대로 살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30년 전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대구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 회의에서 제가 안건을 하나 내고 다른 분이 안건을 내고 토론을 하다가 제 안건이 통과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같이 계시던 분들이 박수를 막 치더라구요. 전 왜 치는지 몰랐어요. 마치고 물었더니 답변이 걸작입니다. 회의에서 모 선생님의 안건이 부결된 예가 없다는 거예요. 그 선생님 안건이 부결되고 다른 안건이 성립되었다는 사실에 박수를 쳤답니다. 그 분은 아주 명석하고 대단한 분입니다. 하는 말마다 다른 사람이 감히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없어서 이 분이 내는 안건이 늘 회의를 주도했고 이끌어 왔다는 거예요.

맞는 말, 옳은 말임에도 회의에 참석한 다른 분들의 마음 한 구석에 아픔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뚱딴지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엉뚱한 안건을 냈고 그것이 더 옳겠다 싶어서 통과되고 나니까 시원하더라는 말 아니겠어요. 우리가 능력이 있고 내가 잘 하는데 나 자신을 낮추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내가 일 잘하는 그것 때문에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마셔야 합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고 아무리 바른 일이라도 내 의견이 항상 주도적이고 내 이야기대로만 되어 간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형제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는 일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우리교회 성도들이 대단한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가끔 우리교회를 다니러 오셨다고 하는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효자제일교회 정말 대단합니다’ 실제로 대단한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처음 왔던 분이 교회를 잠시 들여다 보고 ‘야~ 이 교회 정말 대단합니다’라고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제가 다닐 만한 교회는 아니네요’ 이런 뜻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라는 말이 반드시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대단해서 내가 주장하고 내가 고집부리고 내 의견대로 밀어붙여서 일이 되는 건 좋은데 문제는 옆의 좀 덜 대단한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단한 것이 잘못이 아니고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옆에 있는 다른 형제들 생각해서 적절하게 덮어가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을 적당하게 품을 수 있는 여유를 갖지 않으면 나의 대단함이 주변의 사람들을 자꾸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 합니다. 낮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죠.

어린 양이라고?

저 높고 높은 보좌에 계셨던 우리 주님께서 이렇게 낮추어서 우리에게 다가오셨다면 내가 대단하고 내가 능력이 있지만 내 주변에 있는 다른 형제들에게 나를 낮추어서 다가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의 진짜 모습은 세상의 모든 왕들과 세상의 모든 잘난 사람들을 심판하실 만큼 대단한 분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어린 양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어린 양의 모습으로 나타나셨길래 그냥 어린 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세상에! 세상의 모든 군왕들을 심판하실 무시무시한 분이더란 말입니다. 그 분이 우리에게는 끝까지 어린 양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가 능력이 있고 내가 힘이 있을 때 내 옆에 나보다는 조금 약한 형제를 생각하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몇 주 전에도 소개를 드렸습니다만 어떤 분이 “선생님 차를 한 대 사시지요.” 차를 사고 남을 분인데 자꾸 걸어 다니니까 차를 한 대 사시라고 했더니 그 분이 한 이야기가 “내가 차를 사면 부러워할 사람이 아직 내 주변에 많다.”고 대답하셨어요. 능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차가 필요한 분이예요. 꼭 필요하고 능력도 있는데 안 사는 이유가 ‘아직은, 내가 차를 사면 이걸 부러워할 사람이 내 주변에 많다’는 까닭입니다. 가까운 이웃을 배려하는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지 모릅니다. 이런 것이 우리에겐 좀 필요합니다.

여학교 선생님이 조심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공부 잘하고 예쁜 아이들에게 ‘잘 한다’ ‘예쁘다’ 티를 내면 큰일 납니다. 거의 오해를 받을 만큼 그런 애들에게 냉정하게 대하고 사무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아이들이 질투를 할 리도 없는 애들에게는 노골적으로 “어제 너 선생님 안 보고 싶었어?”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애가 선생님을 티 나게 좋아하거든요. 공휴일 다음 날 학교가면 일부러 “아이고, 너 어제 선생님 보고 싶어서 어떻게 지냈니?” 그러면 옆에서 애들이 와~ 웃고 말지 아무도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이런저런 아이들 상황에 맞춰서 배려를 잘 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선생임을 알기에

우리 성도님들이 정말 잘나고 능력 있고 힘이 있을 때 주변에 있는 약한 성도들을 돌아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주님이 자신을 그렇게 낮췄다는 것을 우리가 알면 우리도 낮추는 훈련을 많이 해야 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낮추셨던 사건 중에 유명한 것이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장면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에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요한복음 13:13)’ 예수님께선 자신이 주 되시며 선생 되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계셨습니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요한복음 13:14)’ 발을 씻기시기 전에 ‘너희들이 내발을 씻겨야 할 만큼 내가 대접을 받아야 하는 스승이요 주’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겼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능력이 없어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거나 제자들에게 잘 보일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너희들 말대로 나는 주님이요 선생님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중요합니다. 능력 없는 사람이 ‘저 능력 없는데요’ 싸우면 못이기는 사람이 ‘졌다’ 이건 정상이잖아요.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 그 능력을 감추고 졌다 하라는 겁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겸손입니다.

능력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은 겸손해질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남들보다 더 잘났고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 자신을 낮추며 겸손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좀 낮춰야 합니다. 내가 남보다 더 아는 게 있다고 생각이 되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더 있다고 생각이 되면 그것을 인정하고 그 다음에 옆에 있는 다른 약한 형제들을 생각해서 낮출 것을 낮추고 다른 형제들을 세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주님이요 선생님이라는 것을 분명히 아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겼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낮추신 것에 대해서 빌립보서 2장 5절에 아주 유명한 말씀이 있죠,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빌립보서 2:5~7)’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라는 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사람과 같이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많이 낮추신 것인지 모릅니다.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7-8)’ 하나님이셨던 예수님께서 자신을 온전히 비워서 사람처럼 이 땅에 나타나셨다고 한다면 우리도 이 예수님을 따라서 자신을 낮추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달에 월례회도 많이 하고 총회도 많이 했었는데 “제가 회장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하면 “아! 좋습니다.” 하며 서로 밀어줘서 회장도 뽑고 부회장도 뽑고 하면 교회가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그러나 실제로는 안 하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붙들어서 시키고... 예전에 제 친구가 그랬습니다. 자기가 회장 후보에 불릴까 싶어서 아예 먼저 다른 사람을 회장으로 밀어버리더라고요. 교회가 이렇게 되면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내 아니면 누가 회장하겠냐?” 이런 사람이 나온다면 이것도 또 문제가 됩니다. “그럼 니가 회장해라. 난 니가 회장할 동안에는 월례회 참석 못한다.” 이럴 수도 있는 겁니다. “지휘자 보니까 아이구, 그래서 무슨 지휘를 한다고? 당신이 지휘할 동안에 난 반주 못 해준다. 지휘자 꼴 보니까 찬양대 못 하겠다.” 이럴 수 있다는 겁니다. 왜 그렀습니까? 내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거예요. 능력이 있을 때에 주변 사람을 고려해서 자신을 낮추어서 화합하는 것이 예수님의 본을 받아서 우리 자신을 낮추는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불신자들은 싸우더라도 바로바로 잘 풉니다. 뭘로 푸나요? 네, 술로 잘 풉니다. 식사 한 끼 하면 끝납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 사이에 앙금이 생기면 무엇으로 푸나요? 무엇으로 푸세요? 못 풀어요? 교회를 떠나버린다고요? 하나님 믿는 우리에게 문제가 생겨서 앙금이 생기면 성령의 감화로 안 풀어지나요? 여러분! 우리가 잘못하면 우리가 믿는 성령님의 감화라는 것이 안 믿는 사람들의 술보다 못한 게 되는 것 아닙니까? 교회 안에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기억 하십시다. 하다못해 안 믿는 사람들의 술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씀의 감화라는 것이 그 정도의 힘도 없느냐는 말이에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아 이거 내가 취하고 있는 자세가 잘못 되었구나’ 싶어 화해하고 사이 좋게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존재로 바뀌어지지 않는다면 안 믿는 사람들의 술보다 못한 거 아닌가 말입니다.

내가 능력이 있고, 열심히 하는데 내 주변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지거든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왜 안 오는데?” 정답이 뭔지 아십니까? “너 보기 싫어서!” 그런데 말은 그렇게 안 해요. “집안에 일이 바빠서...” “내가 일을 하나 시작했거든...” 이런 대답을 듣고 ‘바빠서 안 오나보다’ 혹은 ‘일이 바빠서 안 오나보다’ 하면 이미 다 떨어지고 없어요. 정답은 그것이 아니에요. ‘너 보기 싫어서 못 오겠다’는 겁이다. 내가 열심 있고 능력 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내게 능력이 있을 때에 이걸로 인해서 내 주변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다치거나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서 내가 잘 하는 그 부분에서 나를 낮추는 연습을 꼭 하셔야 합니다.

교회 일을 열심히 하려 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많은 업적을 남기는 것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일의 성과를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이번에 이 정도 업적을 남겼다고 자랑하는 것 참 좋죠. 그렇게 해야지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일을 해서 이런 결과를 남기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형제들을 이만큼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것입니다. 형제간에 마음은 온통 상처로 얼룩져 있는데 일년 동안 이만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부디 ‘우리가 일을 열심히 하고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런 결과를 남겼습니다’는 고백을 할 때에 꼭 덧붙이십시오, ‘이런 일을 하는 동안 우리가 함께 했던 형제들이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더욱 서로 위하며 기도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고백이 붙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짜 소득입니다. 얼마나 일을 많이 하였는가도 중요합니다만 이런 일을 통해서 형제를 얼마나 더 사랑하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교회 내에서 무슨 일을 함께 하든지 그 일로 인해서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게 되었고 형제끼리 더 친근하게 되었습니다’는 고백을 하지 못하거든 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 얼굴, 내 이름 내기 위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일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님을 이처럼 더 사랑하게 되었고 또 형제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고백이 우리가 하는 일에는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볼품도 없는 예수님

오늘 읽은 본문을 보니까 예수님은 이 땅의 연한 순 같다고 말합니다. 밟으면 형체도 없이 사그러 없어질 만큼 연하디 연한 순! 그렇게 연한 모습으로 주님은 우리에게 다가 오셨습니다. 그런데 우리 모습은 어떻습니까? 도끼로 찍어도 넘어가지 않을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는 아닙니까? 아니면 불에다 넣어도 타지 않을 생생한 소나무 같지는 않는지요? 예수님은 연한 순 같은데... 그 분은 우리를 위해서 마른땅에서 나온 줄기 같았다고 합니다. 수분도 없고 영양도 없는 그 마른땅에서 나온 줄기가 뭐가 그리 볼품이 있겠습니까? 전혀 볼품도 없더란 말입니다. 우리 예수님은 이렇게 볼품없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셨는데 우리는 잔뜩 폼을 잡고 계시진 않습니까?

2절 중반쯤에 그는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다’고 말씀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폼 나는 자리만 찾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우러러 보며 쳐다볼 수 있는 자리만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십시오. 3절 중간에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고...’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거예요. 우리 주님은 그런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셨는데 우리는 어쨌든지 얼굴 내어 밀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존경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건 아니냐 그 말입니다.

영광스런 보좌에 계셨던 그 분이 종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셨습니다. 그 종을 따라가야 할 우리는 다른 형제들에게 종노릇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형제들의 상전노릇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 주님께서 만인의 종으로 이 땅에 오셨는데 그분을 따른다는 우리가 어쨌든 남 위에 서야 하고 상전노릇 해야 되나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 자신을 낮추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내가 잘났는데 어떻게 낮춰요? 우리 형제나 자신을 직접 보지 말고 꼭 하나님을 거쳐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저것도 사람이라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저런 사람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보시냐는 것을 먼저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 편에서 생각해 보니 하나님께서 보시기엔 ‘저 사람이나 나나 같겠네’ 싶으면 낮추기가 쉬워집니다. 때로는 나 자신이 너무나 미워지고 힘들 때, ‘이렇게 해서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가 되겠느냐?’는 생각이 드시면 또 하나님을 먼저 보셔요. 이런 나를 위해서 독생자를 보내셨고 우리 주님께서 고난을 겪으셨다는 걸 생각해 보면 내가 참 못났다 싶어도 우리는 나 자신을 학대할 수 없습니다. 나 자신도 그러하거니와 내 이웃들도 내 눈으로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눈을 통해서 보시면 나 자신을 낮추기도 쉽고 형제를 올려놓기도 쉽습니다.

바빠야 할 성탄절

예수님은 이 땅에 죄인들을 위해서 오셨습니다 성탄절을 맞으면서 우리가 누구를 위해 살겠습니까? 그저 인물 잘나고 잘난 사람을 위해 살겠습니까? 아니면 나보다 못한 형제를 위해서 사시겠습니까? 예수님은 이 땅에 가난한 자와 병든 자를 위해서 오셨습니다. 세리의 친구가 되기 위해서 오셨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누구를 친구삼고 누구를 위해서 더 힘을 쓰고 있습니까? 이번 성탄절이 모두에게 바쁜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나를 낮추느라 바쁜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미워서 꼴도 보기 싫었던 형제가 있으면 찾아가고 마음속으로 미웠던 형제가 있으면 너무 바른 말은 하지 마세요. “내가 그 동안 네가 참 미웠는데 성탄절 다가와서 이제 용서하고 화해할께.” 이러지 마시고, 그런 건 묻어놓고, “저녁이라도 한 끼 같이 하면 어떨까?” 하며 그냥 놀러 가셔요. 그렇게 낮추느라고 바쁜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만~큼 낮추셨다면... 미웠던 형제나 꼴도 보기 싫어도 낮추셔야지요.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그 사랑을 기억하면서 매듭을 푸느라 바쁜 성탄절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성탄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요?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에게 주시기 원하셨던 그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성탄이 되시기 바랍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