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맞은 하나님의 종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이 일 후에 내가 네 천사가 땅 네 모퉁이에 선 것을 보니 땅의 사방의 바람을 붙잡아 바람으로 하여금 땅에나 바다에나 각종 나무에 불지 못하게 하더라 또 보매 다른 천사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인을 가지고 해 돋는 데로부터 올라와서 땅과 바다를 해롭게 할 권세를 얻은 네 천사를 향하여 큰 소리로 외쳐 가로되 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치기까지 땅이나 바다나 나무나 해하지 말라 하더라 내가 인 맞은 자의 수를 들으니 이스라엘 자손의 각 지파 중에서 인 맞은 자들이 십 사만 사천이니 유다 지파 중에 인 맞은 자가 일만 이천이요 르우벤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갓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아셀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납달리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므낫세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시므온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레위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잇사갈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스불론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요셉 지파 중에 일만 이천이요 베냐민 지파 중에 인 맞은 자가 일만 이천이라 [개역, 요한계시록 7:1~8]

100m 달리기 선수가 출발선상에 엎드려서 총소리가 나면서부터 결승테이프를 끊을 때까지 숨을 몇 번 쉴까요? 안 쉰다고요? 그렇게 빨리 뛰는데 숨도 안 쉬고 뛰어요? 맞습니다. 안 쉽니다. 기껏해야 몇 초죠. 준비하는 시간까지 해서 한 12, 3초만에 끝나는 일입니다. 그 사이에 숨쉴 겨를이 없습니다. 숨을 딱 멈춘 채 끝까지 가 버립니다. 그렇게 뛰면서 뒤나 옆은 몇 번이나 돌아 봅니까? 뒤나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어요. 눈에 보이는 건 오직 테이프밖에 없습니다. 숨도 멈춘 채, 좌우를 돌아 볼 생각도 안한 채 달려갑니다.

목표를 향해서 이렇게 돌진하는 이 모습이 어쩌면 하나님만 바라보며 살아가야 할 우리가 좀 닮아야 하는 모습이 아닐까요?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고 생각이 들면 200m선수가 되세요. 숨도 쉬어가면서 옆에 있는 사람도 살펴가면서 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힘들면 400m선수처럼 뛰어보십시오. 여유가 좀 있습니까? 그것도 힘들면 1000m도 좋고 1500m도 좋지요. 중요한 것은 분명한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달려가는 것입니다.

운전하는 사람이 앞만 보고 가야지 이것저것 많이 살피면 꼭 사고 납니다. 간혹 어떤 분이 어디를 갖다 왔는데 ‘거기 가다보면 어디 이런 것 있잖아?’ 하고 묻는 분이 더러 있어요. 운전하는 사람은 경치 볼 겨를이 별로 없습니다. 천국을 향해서 나아가는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앞만 보고 가는 게 맞습니다. 옆에 볼 게 많이 있습니다. 흘깃흘깃 보면서 지나 가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 땅에서도 옆으로 눈길을 조금만 돌리면 보아야 할 것, 관심 써야 할 것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텔레비전을 봐도 걱정, 안 봐도 걱정, 걱정이 참 많습니다.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잘 됩니다. 가난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잘 안됩니다. 참 어려운 때인 것이 맞습니다. 6장에서 본 대로 밀과 보리는 가격이 폭등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요. 가난한 사람들과는 별 관계없는, 부자들의 기호식품으로나 쓸만한 고급 식품들은 그리 안 뜁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살았던 그 시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답니다. 나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됩니다.

저는 교육이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어쩌겠어요? 교회일도 알면 알수록 머리가 아픕니다. 교단들이 총회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들리지만 걱정스러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정치는 더더욱 그러하고요. 우리가 이런 걸 보면서 염려하고 기도하기는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해야 될 문제는 틀림없지만 너무 자세히 들여다 보고 걱정하지 마십시다. 차창 밖의 풍경은 대충 보고 지나가고, 또 못 보았다고 너무 애달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며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7장 1절에, ‘이 일 후에’라고 합니다. 이틀 후는 아니지요? 6장의 인을 떼는 장면을 본 후에 요한이 다른 장면을 목격합니다. 6장은 이 땅에 끊어지지 아니하는 고통 그리고 마지막 날에 있을 심판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반면에 8장은 이 세상에 쏟아지는 재앙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6장은 네 마리의 말을 탄 사람들이 이 세상을 혼란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고통이 8장에 엄청나게 쏟아집니다. 그 사이에 삽입되어 있는 7장이 바로 요한이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입니다.

7장을 유심히 보시면 세상에는 환난과 고통이 끊이지 않겠지만 그 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백성을 하나님께서 철저하게 지키고 보호하신다는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1절 뒤에 보시면 땅 사방으로 불 바람이 등장합니다. 사방에 부는 바람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불어닥칠 고통을 말하는 것이죠. 6장에서도 말탄 자들이 세상을 그렇게 힘들게 했지만 7장에서는 사방으로 불어대는 바람으로 그 고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초대교회 성도들이나 이 땅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이 고통이 사라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계시록이 후일에 되어질 이야기라고 하는데 왜 초대교회에도 있었던 일, 오늘 우리에게도 있는 일, 앞으로 되어질 일들을 다 망라하느냐?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 지난 시간에 임산부의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그 때부터 힘든 일입니다. 어느 때가 가장 고통스러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힘든 일입니다. 특별히 어느 시기에 더 힘든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힘들고 어렵습니다. 만약에 아주 몸이 안 좋으면 몇 달 동안을 가만히 누워서 지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초대교회 때보다 어쩌면 지금이 더 어려울 수 있기는 하겠지만 그런 고통의 때가 이 땅에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아담이 범죄한 이후로 이 땅은, 하나님께 저주받은 땅이 된 이후에 이런 고통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저주받은 이 땅을 하나님께서 다시, 처음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회복시키시기를 원하십니다. 그 과정에서 징계 하에 있는 이 땅에 이런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죠.

수술이 필요한 아들이 주사를 아무리 안 맞겠다 해도 맞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들이 어릴 때 턱 근처가 찢어져서 업고 병원으로 뛰어갔는데 얼마나 설쳐 대는지 간호사하고 의사하고 네 명이 달려 들어서 꼼짝 못하게 해 놓고 의사가 마취도 없이 생살을 꿰매어 버렸습니다. 아파 죽는다고 해도 팔 다리를 꽉 잡아서 움직이지 못하니까 남은 거라고는 입뿐입니다. 고함을 지르다가 안되니까 의사보고 침을 뱉지만 그래도 꿰매야 하지요.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생살을 기울 때는 기워야 합니다.

오래 전에 병원에 잠시 입원해 있었는데 주사 놓는 간호사가, 정식 간호사가 아니고 간호 실습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혈관을 잘 못찾는 겁니다. 바늘을 꼭 찌르더니 “아니네?” 하고 뽑아서 그 옆에 다시 찌르는 거예요. 제가 주사 잘 맞는 편인데도 두 세번 하고 나면 몸이 저려옵니다. “아, 오늘 고생 좀 했다” 이러고 말지요. 그 다음날 그 아가씨가 또 오는 거예요. 아무리 주사를 잘 맞아도 쉽지 않습니다. 그 날 또 두 번, 세 번 찌르다가 갔습니다. 그 다음날 또 왔어요. 어쩌겠어요?

다른 아가씨 오라고 고함을 지를 정도는 아니니 한마디 했죠. “아가씨 이번에 실험 실습비 나오거든 나한테 좀 줘야 되겠지요?” 그런데 이 아가씨가 아무런 대꾸도 안해요. 자기도 미안할텐데 “예, 조금 나눠드리죠 뭐” 이러거나 “차나 한 잔 사지요” 이러면 괜찮을텐데 아무 대꾸도 안 하고 그냥 몇 번 찌르다가 갔어요. 그 다음날 제가 또 그랬죠. “아가씨 실험실습비 나오면...” 그러니까 “아저씨 그만해요” 자기가 성을 내더라구요. 나는 본인이 너무 미안하고 힘들어 할까봐서 하는 이야기인데 자기는 자기대로 힘드는데 놀리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주사 바늘은 찔러야 합니다. 치료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거죠.

성도들이 이 땅에서 겪는 어려움이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언제까지 우리의 억울함을 신원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했더니 6장 12절에 ‘기다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수가 차기까지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구원하시려는 성도가 다 구원받을 수 있을 때까지 힘들겠지만 좀 참을 수 없겠니?’라는 겁니다. 아담이 범죄하여 파괴된 세상을 회복시키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욥은 자기에게 왜 고난이 닥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욥이 위대한 것은 이유를 알지 못하면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 지니이다(욥기 1:22)’ 왜 이런 어려움이 닥치는지 욥은 모릅니다. 모르면서도 ‘주신 이도 하나님이시요 가져가신 이도 하나님이시니 이유와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하죠. 욥은 죽은 자식을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느닷없이 다 없어진 재물을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다. 자식이 한꺼번에 죽었는데, 모든 재산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렸는데요? 뭘 보고 있습니까?

자식을 주었다가 데려가신 분이, 재물을 있게 했다가 가져가신 그 분이 여전히 하나님이시라는 겁니다. 하나님만 바라보고 있기에 그는 이런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 땅에 얼마나 많은 고난이 닥쳐 오는지 모릅니다. 사방에서 바람이 휘몰아쳐 옵니다. 그걸 바라보면서 우리가 힘들어 하고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이 땅이 왜 이렇게 고통스럽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 바람이 임의대로 불지 못하게 꽉 잡고 있는 천사들입니다. 이 땅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오고 어떤 고통이 닥쳐올지라도 이것을 뒤에서 붙들고 있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3절을 보십시다. ‘우리가 우리 하나님의 종들의 이마에 인 치기까지 땅이나 바다나 나무나 해하지 말라 하더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이라고 인을 치기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복음 때문에 핍박을 받고 고난을 당하는 성도들이 이 구절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는 이 구절을 보면서 대뜸 생각하는 것이 믿는 우리는 병에 걸리지도 않고 애쓰면 돈도 잘 벌어지고 또 노력하면 승진도 잘 하고 그렇게 하나님이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참 많습니다.

계시록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어떻게 이해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도 이것을 보면서 이 땅에서 병에 걸리지 아니하고 고난도 당하지 아니하고 하는 일마다 잘 되고 만사형통하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까요?

여러분, 베드로가 옥에 갇혔을 때에 교회가 그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를 했습니다. 무슨 기도를 했을까요?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천사가 그를 인도해서 집 앞에 데려왔습니다. 문을 두드려서 베드로가 나타났는데 그걸 예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베드로 선생님입니다.” 했을 때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한 것이 그 당시 정황이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의 기도는 우리 기도와 좀 다릅니다. 우리는 기도를 하고도 하나님께서 그대로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안 가질 때가 많아요. 초대교회 성도들은 그대로 믿었습니다. 기도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베드로 선생님을 구해 달라고 열심히 기도하다가 베드로가 와서 문을 두드렸는데 놀랠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우리와 신앙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뭘 위해서 기도했겠습니까? 야고보 사도가 갇혀서 목베임을 당했죠? 베드로가 또 갇혔죠. 어떤 어려움과 어떤 핍박 가운데서라도 굴하지 않고 복음이 전파되도록 기도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도바울의 예를 한번 보세요. 사도바울이 옥에 갇혔을 때 기도해 달라고 얼마나 당부했습니까? 기도해 달라고 많이 당부했지만 감옥에서 풀려나도록, 건강하도록, 다른 이유로 기도한 적이 없습니다. 당부한 것은 복음이 막히지 아니하고 어떤 형편에 처해 있든지 복음이 전파되기를 기도해 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렇게 하나님을 믿었단 말이예요.

사도바울이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란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로마서 8:35)’ 그런 것이 온다고 해도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고백을 합니다. 그 고백과 여기에 하나님의 백성을 인칠 때까지 해하지 말라는 말을 비교해 보십시오. 병들지 아니하고 출세하고 만사형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런 말씀들을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셔서 사고도 안 나고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게 만사형통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까? 초대교회 성도들에 비하면 그만큼 우리가 배부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너무나 쉽게 믿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기도제목이라는 것이 대체로 개인적이고 이 땅에서 고통없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초대교회 성도들이 보면 저렇게 호강스럽게 하나님을 믿어 뭐가 되겠느냐고 그러지 않을까요?

하나님께서 자기 종들의 이마에 인을 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 백성을 잃어버리지 아니한다는 뜻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당연히 그렇게 이해했을 것입니다. 세상의 핍박이 아무리 극심해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키실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땅을 해하는 천사들 마저도 하나님 손에 붙들린 거야. 그러니까 이 모든 핍박이나 이 모든 어려움들도 모두 하나님 손에 잡혀 있는 거야” 이렇게 믿었습니다. 그러니 세상의 핍박이 아무리 극심해도 하나님의 인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를 해할 수 없습니다. “설령 우리가 이 땅에서 고난을 당하고 어려움을 당해서 죽음을 당한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해내시리라”고 믿었다는 말입니다.

좀 잘 되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좀 어려움이 생기면 ‘하나님, 이럴 수 있습니까?’ 하는 우리 모습을 초대교회 성도들이 보면 너무나 배부른 신앙이라고 핀잔을 주지 않을까요? 어떤 핍박과 어려움이 닥칠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해 내시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을 확신해야 합니다. 다니엘의 친구들이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줬습니다. 불 구덩이에 던져 넣는데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해 내실거라’고 믿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 다음 말이 더 감동적이죠,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을 배반할 수 없습니다’라는 고백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의 보호자가 되셔서 우리를 지키시고 인도하실 것이라고 믿는 것은 훌륭한 신앙입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그리 아니 하실지라도 내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귀한 뜻이 있는 줄 믿고 흔들림 없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다운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간 우리 선조들이 그런 신앙의 모습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인을 받았다는 것이 이 땅에서 아무런 고통도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신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이들이 하나님 앞에 섰을 때에 받는 상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상급이 16절에 있습니다. ‘저희가 다시 주리지도 아니하며 목마르지도 아니하고’ 이 말은 이 땅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있을 때에 주리고 목말랐다는 얘기 아닙니까? ‘해나 아무 뜨거운 기운에 상하지 아니할찌니’ 이 땅에 있을 동안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지켜 주시는 이 땅에 있을 동안에도 해나 그 뜨거움에 몸이 상했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런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구원하심이 확실하게 이루어졌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 땅에 쏟아지는 재앙 혹은 이 땅의 많은 어려움들을 하나도 겪지 않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그런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을 덧입고 그 모든 어려움들을 이기며 그 속에서도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요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어려움을 등지고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시는 힘으로 이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이겨나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참된 자세라는 것이죠.

이렇게 쏟아지는 재앙 가운데서도 인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을 보호하신다는 생각은 요한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닙니다. 이런 예를 성경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출애굽 하기 전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애굽 전역에 재앙이 내려도 고센 땅에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처음 두 가지 재앙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내렸지만 세 번째부터는 애굽 전역에 재앙이 내리는데도 고센 땅엔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돌아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유월절 밤에 애굽의 장자들이 다 죽어나갈 때 이스라엘의 피바른 문지방 안에 있던 장자들은 한 명도 죽지 않았습니다.

에스겔서 9장에도 비슷한 대목이 나옵니다. 가는 베옷을 입은 서기관이 먹통을 차고 지나갑니다. 예루살렘을 위하여 고통하며 하나님께 애통하며 힘들어 하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을 먹으로 표시합니다. 바로 그 뒤를 죽음의 천사가 따라가면서 먹으로 표시되지 않은 사람을 죽입니다. 하나님께서 인친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께서 살려 놓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요한의 생각이 아니라 동일하신 하나님께서 과거나 지금이나 자기 백성으로 찍은 사람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으로 선택한 사람들은 반드시 구원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어떠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만 섬기기로 작정했던 초대교회 성도들이 이 말씀에서 얼마나 위로를 받았겠습니까?

그 뒤에 유명한 십사만 사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십사만 사천이라는 말씀이 요즘은 조용합니다마는 제가 고등학교 시절쯤에 이 말이 공갈치는데 참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주로 사이비들이 “우리에게만 구원이 있다. 십사만사천 안에 들지 못하는 다른 사람은 구원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 지파별로 만이천명씩 합쳐서 십사만 사천, 이게 무슨 뜻입니까?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기 백성을 단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완전하게 다 구원하시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왜 지파별로 만이천입니까?

성경에 12라는 숫자를 완전수라고 하죠? 완전하게 하나님께서 구원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이 계시록을 받아 보는 성도들이 누구입니까? 여기에 열두 지파가 나왔다고 해서 이게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편지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보낸 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계시록이 전달 될 그 때에 계시록을 받아 읽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북쪽 이스라엘이 앗수르에 망할 때 열 지파는 지파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버립니다. 다시 말해서 지파가 없는 겁니다. 다 잡혀가고 남은 사람은 그 지방에 새로 이주당한 이방인들과 혼합되어서 무슨 지파인지 모릅니다. 열 지파가 없어졌습니다.

신약에 들어와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흩어질 때 지파 개념은 거의 사라져 버립니다. 그런데 왜 열두지파가 또 나오느냐 말입니다. 누구를 가리킵니까? 이 열두지파는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새로운 이스라엘, 영적 이스라엘을 말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단 사이비처럼 “오늘 우리 교회로 들어오지 않으면 십사만사천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면 자기들이 등장하기까지 계시록이 주어졌던 그 사람들은 뭐예요? 이 십사만 사천은 믿는 성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하나님께서 보호하시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주신 말씀입니다.

더구나 이 열두 지파는 구약이 말하는 열두 지파와 좀 다릅니다. 이 열두 지파를 구약과 비교해 보면 단 지파가 빠지고 없습니다. 구약에 가끔 요셉 지파라는 말이 등장하긴 합니다마는 정식 지파 명칭은 아닙니다. 요셉 지파는 열두 지파에 없습니다. 대신에 그 두 아들의 이름이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에브라임 지파와 므낫세 지파가 정상이죠. 요셉 지파라고 말할 때 에브라임과 므낫세 지파를 합쳐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에브라임 지파가 없습니다. 대신 요셉 지파라는 말이 들어와 있어요. 요셉 지파가 들어와 있는데 므낫세 지파라는 말이 들어오면 중복입니다.

구약적인 개념에서 보면 이상합니다. 혈육을 통한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새롭게 영적으로 받아들인 이스라엘을 상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 중에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 택한 백성을 한 사람도 빠뜨림 없이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다는 표현으로 만이천에 만이천, 그래서 십사만 사천이란 표현을 쓰신 겁니다. 이게 만약 실제 이스라엘을 가리킨다면 지파별로 숫자가 꼭 같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지파는 숫자가 굉장히 많고 어떤 지파는 작아요. 심지어 절반도 안되는 지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숫자가 고르게 만이천이라는 것은 실제 상황이라기보다는 상징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일찍 예수 믿은 사람들은 십사만 사천에 들고 늦게 믿은 사람은 “우리는 혹시 자리 없는 게 아닐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수 믿는 우리를 위해서 자리가 없으면 하나님께서 자리를 늘려서라도 반드시 구원하실 것이므로 염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계시록의 이 장면에서 어떤 내용을 기억해야 할까요? 이 장면을 그려놓은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제목은 십사만 사천입니다. 우리가 정말 기억해야 할 것은 십사만 사천보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인을 들고 있는 천사입니다. 아니 천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천사의 손에 들려 있는 인입니다. 아니면 이마에 인을 잘 그린 내 모습을 거기에 끼워 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십사만 사천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끼여 있는 나, 살아계신 하나님의 인이 쳐진 내 모습을 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화가들이 참 무섭습니다. 어느 집에서 구역예배를 드릴 때에 동양화같이 풍경이 잘 그려진 그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그림 속에 두루미인지 학인지 새가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객기가 동해서 한마디 했지요. “저기 학이 몇 마리인지 아세요?” “글쎄요, 쉰 마리나 될까?” “저거요? 틀림없이 백 마리입니다.” “그래요?” “세어보나 마나 백마리입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 모일 때마다 그거 헤아리는 게 재미였습니다. 구십팔도 나오고, 구십구도 나오고, 백세 마리도 나왔는데 백 마리는 안 나왔어요, 전 한번도 헤아려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화가들이 아무렇게나 그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학을 통해서 뭔가를 표현하고 싶으면, 풍성함을 상징하기 위해서 백 마리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백 마리를 그립니다. 두 마리가 나란히 날아가는데 언뜻 보면 한 마리인데 자세히 보아야 두 마리인 것을 겨우 알 수 있을 정도로 어슴프레하게라도 숫자를 채웁니다. 전 화가들의 그런 성깔을 알기 때문에 안 헤아려 보고도 백 마리일 거라고 확신하는 겁니다. 지나가는 투로 한마디 했는데 좌우간 구역예배 모일 때마다 심심하면 헤아려요.

어떤 화가가 이 본문을 보고 그림을 그리면 십사만 사천의 숫자를 헤아려서 채울지 모릅니다. 그렇게 여물게 잘 그려놓으면 하나님께서 뭐라고 그러실까요? “야, 거 십사만 사천이 뭐 그리 중요하냐?” 하나님께는 인박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실 거예요. 그러나 화가는 성깔이 있어서 악착같이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겁니다. 여러분, 우리 너무 그렇게 살지 맙시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녀된 나입니다. 나 하나가 그렇게 중요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인을 맞아서 백성답게 사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가끔 다른 교인들을 만나면 그런 얘기 자주 하죠. “너희 교회는 교인 몇 명? 올해 목표가 얼마?” 우리도 목표가 커야 할텐데...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인을 받은 너 하나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단체로 “너희 교회 성도가 몇 명이냐?”고 묻지는 않으실 겁니다. 교인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의 인 맞은 백성이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그 점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생각해 봅시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있을 재앙들을 쭉 이야기하면서 6장에서 말을 잠시 끊고 그 속에 ‘내가 이렇게 지키고 보호하리라’는 얘기를 집어넣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백성이 된 나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이 땅에 부는 사방의 바람은 박해도 되고 가난도 되고 예수 믿는다고 쫓겨나는 이 어려운 현실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전부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입니다. 흘깃보면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하나님의 인입니다. 내 몸에 찍혀 있는 하나님의 인, 이게 뭡니까? 내 몸에 묻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나를 위해서 희생당하신 그 분의 그 희생입니다. 우리를 이토록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보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를 위해서 피흘려 죽도록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을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이 땅에 불어대는 바람에 너무 눈 돌리지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는 우리를 위해서 고난 당하신 주님의 모습, 독생자까지 보내셔서 이토록 우리를 사랑하신 그 분의 희생, 장차 이 땅에 이루어질 놀라운 하나님의 나라, 이런 것들을 바라보면서 선수들이 뛰어가듯이, 운전하는 사람이 앞만 보고 운전해야 하듯이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생애 목표는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냥 구경하는 걸로 만족하시기 바랍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걱정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온갖 고난의 바람, 곤고의 바람, 걱정의 바람이 불테면 얼마든지 불어라. 아무리 그 바람이 거세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인을 맞은 나를 어찌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라고 이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입니까? 오늘 우리에게도 세상의 어려움에 묻히지 말고 하나님만 바라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보호하시고 지키시고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아니하고 다 챙기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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