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생폼사, 복생복사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수일 후에 아그립바 왕과 버니게가 베스도에게 문안하러 가이사랴에 와서 여러 날을 있더니 베스도가 바울의 일로 왕에게 고하여 가로되 벨릭스가 한 사람을 구류하여 두었는데 내가 예루살렘에 있을 때에 유대인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그를 고소하여 정죄하기를 청하기에 내가 대답하되 무릇 피고가 원고들 앞에서 고소 사건에 대하여 변명할 기회가 있기 전에 내어주는 것이 로마 사람의 법이 아니라 하였노라 그러므로 저희가 나와 함께 여기 오매 내가 지체하지 아니하고 이튿날 재판 자리에 앉아 명하여 그 사람을 데려 왔으나 원고들이 서서 나의 짐작하던 것 같은 악행의 사건은 하나도 제출치 아니하고 오직 자기들의 종교와 또는 예수라 하는 이의 죽은 것을 살았다고 바울이 주장하는 그 일에 관한 문제로 송사하는 것 뿐이라 내가 이 일을 어떻게 사실할는지 의심이 있어서 바울에게 묻되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이 일에 심문을 받으려느냐 한즉 바울은 황제의 판결을 받도록 자기를 지켜 주기를 호소하므로 내가 그를 가이사에게 보내기까지 지켜 두라 명하였노라 하니 아그립바가 베스도더러 이르되 나도 이 사람의 말을 듣고자 하노라 베스도가 가로되 내일 들으시리이다 하더라 이튿날 아그립바와 버니게가 크게 위의를 베풀고 와서 천부장들과 성중의 높은 사람들과 함께 신문소에 들어오고 베스도의 명으로 바울을 데려오니 베스도가 말하되 아그립바 왕과 여기 같이 있는 여러분이여 당신들이 보는 이 사람은 유대의 모든 무리가 크게 외치되 살려 두지 못할 사람이라고 하여 예루살렘에서와 여기서도 내게 청원하였으나 나는 살피건대 죽일 죄를 범한 일이 없더이다 그러나 저가 황제에게 호소한 고로 보내기를 작정하였나이다 그에게 대하여 황제께 확실한 사실을 아뢸 것이 없으므로 심문한 후 상소할 재료가 있을까 하여 당신들 앞 특히 아그립바 왕 당신 앞에 그를 내어 세웠나이다 그 죄목을 베풀지 아니하고 죄수를 보내는 것이 무리한 일인 줄 아나이다 하였더라 [개역, 사도행전 25:13~27]

어느 대학 근처에서 길을 찾다가 폼생폼사라는 간판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가게 이름이 폼생폼사였으면 무슨 가게였겠어요? 이 말은 중국말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닙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학교대항 체육대회가 열렸는데 어떤 선생님이 응원하면서 외쳤던 구호 중에 하나가 아직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호전웃통’이라 하는데 무슨 말이겠어요? 호랑이 앞에 웃통 벗고 덤빈다는 말입니다. 한자식 표현과 순우리말이 섞인 기묘한 말인데 폼생폼사가 딱 그 짝입니다. 폼은 영어같고 그러니까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뜻 같아요.

젊은 친구들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위험한 세대가 되었구나 싶어요. 그리스도인들이 폼에 살고 폼에 죽으면 좀 곤란하지 않겠어요? 여러분들은 무엇에 살고 무엇에 죽겠습니까? 복음에 살고 복음에 죽어요? ‘복음을 위하여 죽고 복음을 위하여 살자’ 그래서 억지로 만들어 본 말이 ‘복생복사’입니다. 억지로 만든 이 말이 우리 기억 속에 오래 갈런지 아니면 오늘 듣고 내일 잊어버릴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폼생폼사라고 떠드는 이 시대에 복생복사를 외치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날 대학생들이 취직을 위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영어입니다. 영어를 하지 않고는 취직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들마다 토플이나 토익 점수가 일정한 범위를 넘어야 졸업을 시킨다니까 필리핀으로 원정을 간답니다. 필리핀에서 토익시험을 치는데 수험생의 80%가 한국 사람이랍니다. 영어가 되면 그 다음에 하는 것이 성형수술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얼굴을 다듬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남자들이 성형수술을 하는 세상입니다. 외모 지상주의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옛날에 탄광이 무너져서 20일 가까이 갇혀 있다가 구출된 분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살아남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오줌을 그냥 누지 않았고 물이 없으면 죽을까 싶어서 오줌을 싸도 다시 마셨지 버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죽으면 죽었지 그런 짓 안 합니다. 얼마 전에 삼풍백화점 내려앉았을 때 여러 날 갇혀 있던 아가씨가 구출 대원들이 발견하고 안에 불을 비췄을 때 뭐라고 외쳤는지 아세요? “비추지 마세요.”였습니다.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거예요. “담요부터 들여보내 주세요.” 했습니다.

오랜 동안 갇혀 있다 구출된 젊은 사람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오줌을 마셨다 이런 얘기한 사람은 전혀 없습니다. 안 합니다.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까지 해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폼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으니까 폼 안 나는 짓은 안 하는 겁니다. 장가를 잘 가려면 빚을 내서라도 좋은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답니다. 차가 좋아야 여자들이 따라온다네요. 이게 참 머리 아픈 이야기입니다.

폼이 전부 나쁜 건 아닙니다. 운동을 배울 때는 폼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폼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실력은 없는데 폼만 잡는 게 문제지 제대로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폼도 중요합니다. 우리 집에도 공주가 더러 있어요. 달리 공주가 아니고 밥그릇도 예뻐야 하고 밥 담는 모양도 예뻐야 하고 그리고 반찬도 제일 예쁜 그릇에 예쁘게 담아야 먹었다는데 결혼하고 애들 키우면 그렇게 못하지요. 옛날에 그랬단 얘기죠. 그래서 우리 애들이 하는 말이 할머니가 차려준 음식은 맛이 있고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은 모양이 좋다는 겁니다.

맛하고 모양하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맛도 좋고 모양도 좋으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맛에 더 치중하다 보니까 옛날 촌 흉내를 많이 내지요. 그래서 일부러 촌집을 만들고 옛날에 먹던 고향의 음식들을 마련해 놓으면 손님들이 많이 모이죠. 그런데 가끔 실수하는 수도 있더군요. 집은 촌 모양을 냈는데 맛은 옛날 맛을 못내는 경우는 식당이 안됩니다. 빨리 문 닫아야 합니다. 옛날에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지요. 이젠 바꾸어야 합니다. 요즘은 비싸도 다홍치마입니다. 이렇게 폼이 중요한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 것인지 바울의 모습에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23절에 ‘아그립바와 버니게가 크게 위의를 베풀고...’ 합니다. 아주 폼 나게 차려 입은 높은 사람들이 쫙 둘러 앉아 있습니다. 그 앞에 우리의 주인공인 바울은 죄수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 앞에 죄수의 모습으로 선 바울이 기가 죽었을까요, 짜증이 났을까요? 아니면 기쁨에 넘쳤을까요? 배경 설명을 조금 더 드리겠습니다.

바울이 3차 전도여행을 끝내고 예루살렘에 돌아오자마자 유대인의 모함으로 체포되어 2년 동안 갇혀 있는 상태입니다. 전임 총독이 죄가 없음을 분명히 알면서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총독이 소신껏 일을 처리하지 아니하고 유대인들의 눈치도 보고 상부의 눈치도 보느라고 2년을 허송한 겁니다. 유대인들이 바울을 죽이려고 집요하게 달려들었지만 바울은 잘 보호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새 총독이 부임했는데 베스도입니다.

전임 총독이 소신도 없이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있었지만 로마의 법은 지키고 있었기에 바울이 생명을 지키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너무 오래 갇혀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니까 바울이 황제에게 직접 심판을 받겠다고 합니다. 요즘말로 하면 대법원에 상고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로마시민권자였던 바울에게는 황제에게 재판받을 권리가 있었고 황제에게 재판을 받겠다고 한 이상 반드시 황제에게 데려가야만 하는 것이 총독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베스도 입장에서는 부임을 하자마자 참 골치 아픈 일이었습니다. 전임자가 가두어 놓고 갔는데 이 사람이 황제에게 재판을 받겠다고 나오니까 보내긴 보내야 하는데 문제는 황제에게 갈만한 사건이 안된단 말이에요. 가서 재판해봐야 뻔한 결과인 것을 알면서 보냈다가 황제가 “이런 것까지 나에게 가져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면 결국은 자기가 무능한 총독으로 찍힐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전임자를 잘못 만나 상당히 머리 아픈 고민을 하나 하게 된 셈이죠.

베스도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하나? 황제에게 보내긴 보내야 되겠고...”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그냥 석방시켜 버리면 일을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못한다는 것은 그도 유대인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신대로 일을 처리하면 될 것을 소신대로 처리하지 못하니까 쓸데없는 말을 자꾸 합니다. 바울에게 베스도가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이 일에 대해 심문을 받겠느냐?”고 거꾸로 묻는 거죠. 재판하는 사람이 죄수에게 물어보는 법이 어디 있나요? 자꾸 눈치를 보니까 이런 엉뚱한 일이 생기는 거죠.

보낼 때 보내더라도 그냥 보내서 될 일은 아니니 황제에게 설명해야 할 말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아그립바에게 도움을 청한 겁니다. 아그립바는 유대 법과 유대 풍습에 대해서 잘 아니까 아그립바에게 심문을 맡긴 것이 오늘 이 본문입니다. 당시에 내로라하는 사람은 다 모였습니다. 아그립바와 버니게가 있었고 총독 베스도가 있었고 천부장과 성중에 높은 사람들이 다 모였습니다. 이 재판의 중심에는 아그립바와 버니게가 있었습니다.

유다는 총독을 보내서 직할 통치를 했지만 갈릴리와 이스라엘 북쪽은 아그립바 왕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여기 함께 온 버니게는 아그립바 왕의 여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버니게는 결혼을 세 번이나 했고 애인이 둘이나 있었습니다. 13살에 시집을 갔는데 남편이 일찍 죽어서 자기 삼촌하고 재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삼촌도 일찍 죽었습니다. 나중에는 또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가 훗날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에 예루살렘을 멸망시켰던 디도 장군의 연인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말로 연인이죠.

그런 와중에 집에 돌아와 있을 때 오빠인 왕과 사이가 좀 남달랐던 모양입니다. 오빠하고 여동생 사이가 좀 수상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화려한 남성편력을 지닌 여자인 셈이죠. 이런 여자니까 공개석상에 나타날 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겠습니까? ‘크게 위의를 베풀고’ 했는데 이 말을 영어 성경에는 fantastic, 환상적이었다고 기록했습니다. 그 앞에 바울이 죄수의 몸으로 서 있는 겁니다. 환상적인 모습으로 폼을 잡고 있는 그 앞에 죄수의 몸으로 나타난 바울이 지금 여기서 똑같은 얘기를 또 반복합니다.

2년 동안 갇혀 있으면서 심문을 받을 때마다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 해왔습니다. 바울이 심문을 받을 때마다 자기가 왜 체포되었고, 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사도행전 9장 15절의 예수님의 말씀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께서 가라사대 가라 이 사람은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라’ 예수님께서 바울을 가리켜 임금들에게까지 복음을 전하기 위한 택한 그릇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아마 바울은 이 말씀을 기억하고 있었을 겁니다.

비록 초라한 죄수의 몸이지만 갇히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자신을 변호하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의 역사와 복음을 증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감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확답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를 변호하는 말을 마무리하면서 너무나 멋지게 복음을 짚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6장 29절을 한번 보십시다. ‘바울이 가로되 말이 적으나 많으나 당신 뿐 아니라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나이다 하니라’

여러분, 폼은 거기 있는 사람 중에 바울이 제일 못합니다. 아니 폼이라고 할 것도 없는 바울입니다. 그런데 그런 바울이 모든 사람이 자기와 같이 되기를 바란답니다. 폼은 형편없을런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을 압도하는 행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로마로 복음을 전하러 가야 하는데 갇혀 있기 때문에 답답함도 있기는 했을 겁니다. 그러나 갇힌 가운데 이렇게 복음을 위하여 변명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귀한 사명인 것을 한시도 잊지 않음으로 그 속에서 참된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이죠.

어쩌면 무료하게 2년이나 여기에 갇혀 있었던 것이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바울에게 특별하게 배려하는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왜 그런고 하니까 바울은 밖에 내어 놓으면 쉴 사람이 아닙니다. 죽자 살자 복음을 위해서 뛰어다녔던 바울입니다. 이렇게 가두어 놓아야 좀 쉬기라도 할 것 아니냐 그래서 몸도 좀 회복한 후에 다시 로마로 세계 끝까지 복음 여행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억지로 붙들어 놓은 것 같아요.

꿈같은 얘기지만 혹시 여러분 자녀들 중에 공부 좀 그만하고 자거라 자거라 하는데도 공부만 하는 아이가 혹 있습니까? 꿈같은 얘기죠? 바울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자라고 해도 공부해야 된다고 책을 붙들고 있으니 책을 빼앗아야지요. 하나님께서 바울을 거기다 2년간 가두어 두는 것이 이런 일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중에서도 하나님의 일이면 이렇게 밤잠 안 자고 열심히 해서 하나님께서 저 놈 좀 가둬놓아야 쉬겠구나 하는 자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공부하는 것 보면 소원이 없겠다 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서 이런 말씀을 하시기를 한번쯤은 꿈꿔보시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흉내내기에는 너무 높은 나무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바울처럼 복음을 위하여 죽자 살자 살아가기란 참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원칙은 그렇다는 거예요. 그리고 흉내라도 좀 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바울은 그렇게 살면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 죄수의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그가 진정한 행복한 사람이었습니다. 행복한 척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이 행복합니까? 안 믿는 사람들이 보기에 좀 행복한 척이라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예수 믿는 척, 행복한 척 그렇게 폼만 잡지 말고 정말 하나님 때문에 행복한 사람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무엇 때문에 행복하죠? 성경이 우리를 향하여 행복한 자라고 말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너희같이 여호와의 구원을 받은 백성이 어디 있느냐 말이에요. 다른 것 다 없다 해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그 구원을 생각하면 너는 행복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성경말씀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추수를 다 하고 난 후에 추수한 곡식을 가지고 제사장 앞으로 옵니다. 거기 와서 감사제를 드리죠. 하나님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해요, 뭘 감사하다고 합니까? 출애굽 시켜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종 되었던 애굽에서 구해 내셔서 이 땅에 불러주셨기에 농사를 지어서 수확을 얻게 하셔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의 시작은 출애굽입니다. 추수감사절에, 혹은 맥추절에 감사하면서 농사지어서 얻은 수확을 감사하기 이전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것을 감사하면서 추수한 것이 살짝 붙어있을 뿐입니다.

자녀 건강에 대해서 감사헌금도 해보셨을테고 승진하고 취직한 것을 감사해 보셨을 테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헌금을 한번 해 보셨어요?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하는 밑바탕에는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준 것이 기본으로 깔리고 그 위에 작은 감사가 아이들 말로 꼽사리 끼는 겁니다. 우리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구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닌 다른 그 어떤 것 때문에 감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면 폼 나게 살아야 합니다. 일부러 거지같이 살 필요는 없습니다. 바울은 거지같이 살고 죄수같이 사는 게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복음에 목숨을 걸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복음에 목숨을 걸지도 않으면서 거지같이 살 이유가 없다는 말씀입니다. 맛이 없으면 모양이라도 좋아야 될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바라건대 맛도 좋고 모양도 좋으면 더 좋죠.

바울이 복음을 위해서 살고 복음을 위해서 죽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초라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초라한 바울의 모습과 그를 둘러싸고 으리으리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중에 누가 폼이 더 납니까? 처음에는 얼마나 거들먹거리면서 무게 잡고 있었겠어요? 그랬는데 이 못생긴 친구가 한참 얘기하더니 끝에 가서 모두가 자기처럼 되기를 바란다는 겁니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돌았나 하고 욕을 했을 수 있고, 제대로 말귀를 알아들은 사람은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바울이 모양은 그렇지만 진짜 폼 나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러분, 선풍기 새것 하고 헌것 하고 두 개 중에 하나만 쓸 일이 있으면 어느 것을 쓰십니까? 우리 부모님들은 반드시 헌 것을 쓰더라고요. 새것은 포장해서 잘 보관해 두고 헌 것 쓰다가 못 쓸 형편이 되어야 새것을 꺼냅니다. 그러다 보니까 평생 헌것만 쓰는 거예요. 아끼려고 그러는 거죠. 낭비하지 않고 아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낭비하지 않고 아껴서 무엇을 하느냐는 겁니다. 이게 폼 나는 겁니다. 새것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겁니다. 아끼는 것은 더 잘 하는 겁니다. 그러나 아껴서 내가 뭘 했는지 자랑할 것이 있다면 가장 잘 한 것입니다.

애들이 볼펜을 20, 30자루씩 묶어다녀요. 쓰지도 않으면서 왜 그러는지 물었더니 “예쁘잖아요! 폼나잖아요!” 이러는 겁니다. “야, 그것보다는 차라리 공부하느라고 처음부터 끝까지 잉크가 다 닳도록 쓴 볼펜이 몇 개다. 이걸 자랑해라” 그럽니다. 자랑할 것을 자랑해야지요. 어른들도 비슷해요. “이번에 보너스를 얼마 받았다.” 이건 자랑하지 마세요. 없는 사람 기죽잖아요. 자랑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래도 꼭 하고 싶다면 가난하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서 얼마를 썼다 이런 걸 자랑하세요. 전도대상자를 위해서 얼마를 썼다 이것도 좋죠. 아끼는 것도, 자랑도 좋지만 아껴서 이런 일에 썼다는 자랑이 정말 폼 나는 일 아니겠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폼 말고 남이 알 수 없는 속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삽시다.

새벽기도에 오시는 성도님들을 지켜보면 참 즐거워요. 본색(?)이 드러나거든요. 새벽에 와서 본 모습과 낮에 본 모습이 너무 다르다면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변장을 많이 하고 다니는구나!” 이러십니까? 새벽기도에 오느라고 화장 안 하고 오면 어때요? 치장 덜하고 후다닥 거리고 뛰어오느라고 본색이 다 드러나면 어때요? 그게 아름답다는 겁니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로 기도하겠다고 나오는 모습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형편없을지라도 복음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여러분, 바울이 가졌던 이 생각을 오늘 우리의 삶에서 구현하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고 복음을 위해서 전도자로 나서라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복음을 위해서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한 결과대로 사는 것이 복음을 위해서 살고 복음을 위해서 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는 정말 복음을 위해서 거룩한 부담감을 느끼는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땐 용기를 내어서 복음을 위해서 헌신하겠노라고 나설 필요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은퇴하더라도 보람있게 살아야 할 기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귀한 일을 감당할 기회가 분명히 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가진 기술이나, 여러분들의 취미가 선교에 보탬이 될 때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어떤 이유로 복음을 전하러 나가야 할 상황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럴 때 여러분들이 반드시 지참해서 가야 할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수 있는 준비를 반드시 하시라는 말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있는 불신자들의 폼생폼사에 기죽지 마시기를 당부합니다. 안 믿는 사람들이 폼을 참 많이 잽니다. 가령 애인이 몇 명 있다, 말이 좋아서 애인이지 내용을 따져 보면 애인이 아닙니다. 결혼한 사람이 무슨 애인입니까? 가만히 따져 보면 웃기는 겁니다. 술 마시는 사람은 뭘 자랑합니까? 필름이 몇 번 끊어졌다고 자랑합니다. 그 분들을 향하여서 여러분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사도바울이 남겨준 ‘말이 많거나 적거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기쁨이 우리 속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풍성하게 받아서 폼나게 사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다. 신명기 6장 11절에, ‘네가 채우지 아니한 아름다운 물건이 가득한 집을 얻게 하시며 네가 파지 아니한 우물을 차지하게 하시며 네가 심지 아니한 포도원과 감람나무를 차지하게 하사 네게 배불리 먹게 하실 때에 너는 조심하여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내신 여호와를 잊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 땅으로 이끌어 들이셔서 풍성하게 채워주십니다. 다만 하나님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자녀로 삼았다는 이 기쁨을 잊지 않은 채 이 땅에서 폼 나게 사는 것을 하나님도 기뻐하십니다.

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멋지게 차려 입고 유람 다닐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땀 흘려 봉사하며 섬기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이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비난을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은 망치들고 집짓느라고 다니는 미국의 카터 대통령입니다. 얼마나 멋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느 전직 대통령은 돈 없다 하면서도 비싼 성형수술을 해서 10년을 젊어 보이게 해놓고 잘 있습니다. 참 폼나게 살아요. 어느 쪽이 진짜 폼나는지 너무나 분명하지 않습니까?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 겉모습, 이 엉터리 폼 말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그 기쁨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정말 복음에 살고 복음에 죽는 그리스도인들이 다 되기를 바랍니다.

맨 위로

설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