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뭘 안다고?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에스라가 하나님의 성전 앞에 엎드려 울며 기도하여 죄를 자복할 때에 많은 백성이 심히 통곡하매 이스라엘 중에서 백성의 남녀와 어린 아이의 큰 무리가 그 앞에 모인지라 엘람 자손 중 여히엘의 아들 스가냐가 에스라에게 이르되 우리가 우리 하나님께 범죄하여 이 땅 이방 여자를 취하여 아내를 삼았으나 이스라엘에게 오히려 소망이 있나니 곧 내 주의 교훈을 좇으며 우리 하나님의 명령을 떨며 준행하는 자의 의논을 좇아 이 모든 아내와 그 소생을 다 내어 보내기로 우리 하나님과 언약을 세우고 율법대로 행할 것이라 이는 당신의 주장할 일이니 일어나소서 우리가 도우리니 힘써 행하소서 [개역, 에스라 10:1~4]

에스라 선지자가 백성들과 함께 통곡을 하며 울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에스라가 울고 있는 이 장면의 특이한 점 중에 하나가 어린아이들이 거기에 많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이 울며 통곡하는 이 자리에 아이들이 왜 함께 있었으며 이것이 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이스라엘의 포로됨과 귀환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내시고 나중에 모세를 통해서 출애굽이라는 놀랍고 이적적인 역사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내셨습니다. 그래서 한 민족을 이루게 하시고 나라를 세웠습니다. 하나님만 섬기며 하나님 말씀대로 살면 이 땅에서 오래 살리라고 그렇게도 많이 말씀하셨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끝없이 하나님께 반항하고 우상숭배 하는 일을 거듭거듭 계속했습니다. 수 많은 선지자들의 경고를 무시한 결과 이스라엘은 결국 망해버리게 됩니다. 망할 때도 단번에 망한 것이 아니고 1차, 2차, 3차, 4차까지 포로로 잡혀갑니다.

한 순간에 망하지 않고 차례차례 포로로 잡혀갔다면 한 두 번 침공을 받았을 때 잡혀가고 남은 사람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 끝까지 다 잡혀갑니다. 정신 차리지 않고 있다가 결국은 쓸만한 사람들은 다 잡혀 갑니다. 표현하기가 뭣합니다만 쓸만한 사람들은 다 잡혀 가고 아무 생각 없이 반항할 힘도 없는, 땅만 파먹고 살 사람만 남겨두고 모두 포로로 잡아가 버렸습니다.

포로로 잡혀갈 때 예레미야가 예언하기를 그렇게 포로로 잡혀가도 70년이 지나면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포로로 잡혀가는 그들을 향하여 70년이 지나면 돌아오리라고 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완전히 멸망당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불러내셨던 하나님께서 아무리 이스라엘이 범죄하고 포로로 잡혀간다 해도 또 데려와서 그 민족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의 예언대로 70년이 다 찼다는 것을 알고서 그 때부터 ‘하나님 우리 백성을 구원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한 사람이 다니엘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70년 만에 스룹바벨의 인도 하에 약 5만명의 유대인들이 고향 땅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돌아와서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성전을 세웁니다. 허물어져 버린 그 성전 터에 약소하나마 하나님의 전을 다시 세웁니다. 포로생활에서 돌아와서 거기 하나님의 전을 세우면서 많은 사람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중에 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예전 이 장소에 어떤 성전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 울었습니다. 솔로몬의 성전이 얼마나 크고 화려했는데 무너진 그 자리에 정말 초라하고 보잘 것없는 성전이 선 것입니다. 예전 모습을 알 리 없는 다른 사람들은 성전이 섰다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반면 그 옛날 영화로웠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슬피 울고 있었더라는 겁니다.

성전재건의 감격 그리고 그 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기네 조상이 범죄하므로 잡혀갔었지만 하나님께서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고 약속하셨고 또 실제로 돌아왔고 이제 성전을 다시 세웠으므로 그 다음에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해서 하나님만 섬기며 살았을까요? 아니면 또 하나님의 법을 어겼을까요? 이 사람들이 70년간 포로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70년이란 세월은 거기서 나름대로 정착해서 살도록 생활기반도 다 닦을 수 있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 버려두고,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 땅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인데 고향이라고 돌아온 것입니다. 완전히 개척생활을 새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온갖 박해를 받아가면서 간신히 성전을 지어놓고 감격에 차서 기뻐하고 기뻐했는데 그 후에 어떠했을까요?

성경을 통해서 우리 인간의 본질이 어떠한지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해야 우리 눈과 마음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경의 사람들이나 우리의 현실이나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이산가족이 만난 뒷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몇 십년을 그리워하며 찾아 헤매다가 만나서 얼마나 감격적인 장면을 보여 줍니까? 그 감격이 얼마나 갈까요? 들리는 말로는 그렇게 울고불고 감격해 했다가 얼마 가지 않아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다고 합니다. 몇 십년 만에 만난 그 감격이 그대로 유지가 되지 않더라는 이야깁니다.

대학에 들어가려고 학생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 하나요? 잘났거나 못났거나 대학에 합격했을 때 얼마나 기뻐합니까? 그 기쁨이 얼마나 가나요? 들어가기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며 간신이 들어갔지만 그 감격이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조금 후에 학교가 뭐 이러냐면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멋진 신랑, 혹은 신부를 만나서 얼마나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까? 결혼할 때는 꿈만 같았을 테지만 그것이 몇 년을 갑니까?

처음에 누렸던 그 감격, 그 기쁨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누렸던 그 감격과 기쁨이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잘 잊어버립니다. 잊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합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하나님을 처음 만났을 때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지만 그 기쁨도 가만히 두면 얼마 가지 않아서 다 식어버립니다. 가만히 그대로 둬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본질을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고 하십니다. 처음 사랑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찾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말씀이 계시록에 있지만 구약에서도 제발 하나님의 말씀을 잊지 말라고 얼마나 많이 당부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냥 잊지 말라는 정도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많은 장치를 만들어 두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잊지 말라고 절기를 많이 만들어 두셨습니다.

유월절은 애굽에서 죽을 뻔 했던 너희가 이렇게 해서 죽지 않고 살아났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 그 특이한 행사를 계속하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던 절기들이 다 그러합니다. 한마디로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뜻에서 주어진 절기입니다. 절기 중에 가장 자주 오는 절기가 안식일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안식일을 지키면서 하나님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도록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념일을 얼마나 많이 만듭니까? 기념하라! 기념하라! 기념물을 참 많이 만들어 놓습니다.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널 때 강 가운데서 돌을 옮겨다가 돌무더기를 세웁니다. 강물 밖에 있는 돌을 옮겨다 강물 안에 또 세웁니다. 하나님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후일에 후손들이 저것이 무엇이냐고 묻거든 너희 조상이 요단강을 이렇게 건넜다는 것을 가르치라는 뜻에서 그렇게 한 것이죠.

우리나라에도 기념비, 기념물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만 성경과는 다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것들은 다 사람을 기억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기념물들은 전부 하나님의 역사를 기억하라는 뜻에서 만들어 놓으신 것입니다. 전부 하나님께서 시키신 일입니다. 첫사랑을 어디서 잊어버렸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은 성경 끝에 가서만 하시는 이야기가 아니고 처음부터 하나님의 사랑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이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아니 잊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라고 하는지 모릅니다.

고난을 기뻐할 이유

유대인에게는 이런 기념물, 기념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 우리에게는 무슨 기념일이 있습니까? 우리가 주일을 지키고 시간을 정해놓고 예배를 드리고 새벽마다 모여서 기도드리는 이것도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우리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주일을 지키고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 어쩌면 고난일 수도 있고 괴로운 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도바울이 우리에게 좋은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제대로 잘 감당하기 위해서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심지어는 ‘괴로움을 기뻐하고’라고 말합니다. 또 ‘고난을 내 몸에 채우고’라고 말합니다.

언뜻 보면 고난일 수 있지만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몸에 사탄의 가시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사탄의 가시를 제하여 달라고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했는데 하나님의 답변은 자기가 받은 계시가 너무 많으므로 ‘너무 자고 하지 않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가시를 주셨으니 그 문제로 더 이상 기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힘든 가시마저도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는 장치로 하나님께서 주셨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 괴로움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가시로 인한 괴로움보다는 그로 인해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다면 유익이라는 고백입니다.

오늘 수요일에 허겁지겁 뛰어오신 분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바라기는 참 즐거워서 뛰어오시는 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혹시 괴로움이 되시더라도 그런 괴로움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 결과적으로는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고난이라 기억하시면 그 고난마저도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여러분이 다 되실 것입니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 했던 사도바울의 외침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주일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고난을 무릅써야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또 주일 예배시간에 회사에서 근무해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낮 예배 때 회사에서 근무하시고 저녁에 만나 “일하느라 고생하셨지요?” 하면 “예배도 못 나왔는데요.” 하십니다. 집사가 예배에 참석 못하고 회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난입니까? 힘들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주일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힘들어 하면 사실은 내가 주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은 주일이 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주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주일이 나를 지킨다!’ 내가 주일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고난을 받고 힘들게 노력했는데 지나고 보면 그 주일이 나를 지켰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서 그들을 다시 이 땅에 돌아오게 하신 것에 대해서 정말 감격했던 그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격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하나님의 말씀과는 어긋난 짓을 하면서 또 몇 십년을 살았습니다.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고 스스로 노력하고 애쓰지 않으면 어느새 그 벅찬 감격을 잊어버린 채 다시 원위치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가 우리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고 형제들과 함께 어울려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에스라가 기가 막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감격도 잊어버리고 다시 제멋대로 살고 있을 때에 에스라가 등장합니다. 스룹바벨이 인도해서 돌아왔던 것과 에스라가 돌아왔을 때는 시기적으로 80년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성전을 세우고도 적어도 5~60년 정도 간격이 있은 다음 학사 겸 제사장인 에스라가 이곳으로 찾아옵니다. 에스라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어떤 방백들이 찾아와서 백성들이 얼마나 하나님의 뜻에서 멀리 나가 있는지 일깨워 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구별된 백성이 되지 않고 다른 민족들과 하나가 되어서 그들과 혼인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보고를 받게 됩니다.

우리 생각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사람과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것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에스라에게는 이 말이 너무나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리스도인들이 불신자들과 어울려서 똑같이 살고 있다는 표현과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욕이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 안 믿는 누구누구와 똑같네’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런 말을 제가 듣게 된다면 굉장한 충격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군에서 ‘교회 다닌다면서 아주 이기적이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제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오해를 받았습니다만 잊혀지지 않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가나안 사람과 결혼해서 똑같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 교회 다닌다고 하면서도 안 믿는 사람과 하나도 다른 점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한 분도 없기를 바랍니다. 그런 말을 듣고도 무감각하다면 그리스도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인 말입니다.

에스라가 이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9장 3절에 ‘내가 이 일을 듣고 속옷과 겉옷을 찢고 머리털과 수염을 뜯으며 기가 막혀 앉으니’ 에스라가 이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수염이 없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수염이 있는 사람이 수염을 다 뜯고 기가 막혀 앉았다고 말합니다. 4절 뒤편에 ‘내가 저녁 제사 드릴 때까지 기가 막혀 앉았더니’ 두 번이나 기가 막혀 앉아 있었다고 말합니다. 6절도 보십시다. ‘말하기를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감히 나의 하나님을 향하여 얼굴을 들지 못하오니 이는 우리 죄악이 많아 정수리에 넘치고 우리 허물이 커서 하늘에 미침이니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한 일로 뭐 그리 그러십니까? 할지도 모르겠지만 에스라 입장에선 도무지 부끄럽고 낯이 뜨거워서 하나님 앞에 나올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에스라가 먼 고국을 그리워하며 찾아 왔는데 먼저 귀환했던 형제들이 성전을 세우고 거기서 이제는 하나님을 잘 섬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찾아 왔는데 와서 보니 하나님을 잘 섬기기는커녕 기가 막힐 짓을 하고 있어서 도저히 부끄러워서 낯을 들 수가 없더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것이 무슨 꼴이냐는 말입니다.

시집보낸 딸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얼마 후에 가봤더니 날마다 두들겨 맞아가며 살고 있다면 그 부모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얼마 전에 어느 코미디언이 이혼소송을 제기했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웃기게 하고 즐겁게 하던 사람입니까? 또 행복하게 산다고 소문이 났던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실상은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가며 살았답니다. 꼭 녹화하러 가기 전에 멍이 들거나 찢어놓는다고 하네요. 그러면 화장으로 감추고 녹화를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이 상해서 눈빛이 이상해져서 치료용 콘텍트 렌즈로 감추고 녹화를 하기도 했는데 더 이상 못살겠다고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을 보면서 남의 일이지만 참 기가 막히더군요. 제 3자 입장에서 그러하거늘 하물며 부모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기가 막혀서 낯을 못 들겠으니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의 전에 나아가서 우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하겠습니까? 본문 10장 1절에 ‘에스라가 하나님의 전 앞에 울며 에스라가 하나님의 성전 앞에 엎드려 울며 기도하여 죄를 자복할 때에’ 얼마나 울고 울었길래 많은 사람, 많은 아이들이 통곡하며 함께 울었다고 말합니다. 그 때 울면서 기도한 내용이 9장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우리 조상들이 범죄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징계해서 저 먼 나라로 포로로 잡혀가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긍휼을 베푸셔서 이 적은 무리지만 돌아오게 하셨고 다시 이곳에서 명맥을 이어가게 해 주셨는데 그런데 우리가 또 범죄를 했습니다’는 내용입니다.

10절에 ‘우리 하나님이여 이렇게 하신 후에도’에서 ‘이렇게’는 ‘우리의 죄로 인해 포로로 잡혀 갔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그나마 남은 사람들이 이렇게 돌아와서 여기서 다시 하나님을 섬기며 살 수 있게 해 주신’ 후에도 ‘우리가 주의 계명을 저버렸사오니 이제 무슨 말씀을 하오리이까’ 에스라가 하나님의 전에 나와서 이렇게 울며불며 통곡을 하는데 무슨 죄입니까? 에스라가 죄가 많아서요? 아닙니다. 백성들의 죄 때문입니다.

백성들이 죄를 지었는데 잘못도 없는 에스라가 그렇게 해야 합니까? 에스라의 이 마음이 오늘 우리의 마음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을지라도 자기 민족의 죄를 끌어안고 그렇게 울고 울었던 에스라의 그 마음이 오늘 우리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도 울어야

우리도 좀 울어야 하지 않을까요? 믿는 사람들의 행동이 빛이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사회가 이렇게 어렵고 힘든 가운데 있는 것을 보면서 내 일이 아니니 걱정할 것 없다고 맘 놓고 있을 일이 아닙니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동족을 생각하며 우리나라에 이런 어려움이 닥치는 것이 누구 죄 때문인지 따지기 이전에 우리가 하나님 앞에 매달려야 합니다. 에스라가 그렇게 눈물 뿌려가며 하나님 앞에 매달린 것처럼 우리도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이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돈 문제이고 많은 가정이 깨어지는 것도 다는 아니겠지만 상당수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믿는 우리도 돈, 돈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을까요? 돈이 가장 소중한 가치가 되고 돈이 가장 위력이 있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에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일조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설령 나는 그것이 아무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우리 동족의 이런 세태를 바라보며 울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제사장입니다. 제사장의 역할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백성들의 죄를 하나님께 아뢰고 대신 속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예수 믿는 우리는 하나님 앞에 제사장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좀 울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울어야 할 이유가 없더라도 우리 주변, 우리 이웃, 어려움에 처한 우리 형제들을 보면 울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울자는 것은 기도하자는 말입니다. 울며불며 하나님 앞에 매달려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용천참사가 우리와는 별 관계없는 이야기이지요? 아닙니다. 우리가 울어야 할 이유가 있는 사건입니다. 민족의 아픔과 이웃의 아픔과 이웃들의 죄를 우리가 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에스라의 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에스라가 어떤 사람입니까? 율법을 잘 아는 학사겸 제사장이라고 합니다. 하나 더 말하자면 당시 페르시아 왕의 명을 받고 유대를 찾아 온 사람이 에스라였습니다. 명을 받고 찾아 올 때 에스라에게 주어진 권한이 사법권이었습니다. 재판을 해서 형을 선고할 권한을 에스라가 가지고 있었는데 재판장의 권한만 가진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집행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에스라는 적어도 그 지역의 총독 아니면 왕과 같은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성전 뜰에 엎드려서 그렇게 울며불며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울고 있었으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았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유대의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어른이 울고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스라가 울며불며 하나님께 매달릴 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함께 울며 그 가운데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안건을 내 놓은 사람들이 있었고 아마 그렇게 이스라엘 사회가 해결책을 찾아 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이 어린이 날이니 울며불며 매달리는 이 집회에 참석한 어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우는 어른들, 따라 우는 아이들

통곡하는 어른들 사이에 아이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합니다. 웬 아이들일까요? 어른들이 모여서 회개하고 집회하는데 아이들을 왜 데려왔을까요? 아이를 집에 두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었을 것 같아요. 다시 말하면 아이를 돌봐주거나 집을 보려고 남아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가 거기에 왔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서 대표로 기도하고 올 테니 집에서 아이 보며 집 보고 있으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모두 그 집회에 와버리니 아이들도 올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어른들은 울며불며 하나님께 회개를 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거기서 무엇을 할까요? 이 아이들이 거기서 무엇을 배우기나 할까요? 아이들을 너무 무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6살인 수찬이와 신대원을 수석으로 입학한 우리 백 강도사님이 성경 암송대회를 하면 누가 이길까요? 수찬이요? 설마? 그러나 세월이 조금 더 지나면 수찬이가 이길 것입니다. 5살, 6살 난 아이들도 아주 잘 외웁니다. 억지로 외우게 시키질 않아도 아이들은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그대로 습득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배웁니다. 부모의 실력과 생각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한국에서 대학 4년 동안 음악공부를 한 분이 독일에 유학을 갔는데 가서보니 고3 수준밖에 안되더랍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대요. 왜 그러냐 했더니 우리나라 어른들은 음악을 잘 몰라요. 악보를 주면 읽는 분이 잘 없어요.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악보를 우리가 글을 읽듯이 아주 간단하게 읽습니다. 슈베르트인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음악을 공부하려는데 교장이었던 아버지가 절대 안된다고 말려서 자기 아버지가 있는 학교의 국어선생으로 주저 앉아버렸답니다. 교장선생님이 순찰을 하다 보니 자기 아들 국어시간에 노랫소리가 들리더랍니다.

분명히 국어시간인데 웬 음악소리가 들리나 싶어서 가서 보니 세상에 국어선생님인 자기 아들이 칠판에 악보를 생각나는 대로 그려나가고 앉아 있는 아이들이 그것을 보고 합창을 하고 있더랍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본 악보를 보고 그대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아이들이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칠판에 그려나가는 악보를 보고 즉석에서 합창을 하고 있었으니 우리와는 전혀 다른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부모들이 그런 수준이면 아이들은 저절로 그런 수준의 아이들이 되어 버립니다.

아이들이 아무 것도 모르고 철이 없는 것 같아도 부모들의 생각을 저절로 배운다는 것을 꼭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배우려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가진 생각을, 부모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아이들은 저절로 압니다. 말은 하나님 우선으로 산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실제로 그런가 아닌가 안다는 말입니다. 말은 하나님 사랑하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라 해도 아! 우리 아빠는 하나님보다 돈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압니다. 그래서 자식에게 존경 받는 아빠라면 그것은 진짜입니다. 하나님 앞에 모여서 그렇게 울며불며 매달리는 그 부모들 옆에 멋모르고 앉아서 떠들고 돌아다녔을 그 아이들이 실제로는 진짜 하나님을 알게 되고 진짜 하나님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그런 예가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 고신 교단이 태동하게 된 배경에는 일제시대 때 저질렀던 그 잘못에 대해서 회개하고 울었던 것이 있습니다. 예배며 기도회에 모일 때마다 엎드려 울었습니다. 날마다 우는 부모들의 눈물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 하나님을 향한 뜨거움이 자리 잡게 되고 그들 가운데서 위대한 신앙의 인물들이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움직인 것이 결국은 학생신앙운동이라는 놀라운 자생력 갖춘 단체로 태어나게 된 것입니다.

어른들이 울면 아이들은 무슨 이유인지 모른 채 그냥 따라 웁니다. 그런데 뜻도 모르고 우는 이 아이들이 사실은 하나님 앞에 통회하고 자복하고 있는 에스라와 그 어른들에게 주는 하나님의 보너스입니다. 부모가 신앙으로 살면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반드시 그렇게 따라옵니다.

아이들이 뭘 안다고?

어린이날을 맞을 때마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 고민도 해 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말하는 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행동하는 대로 큽니다. 가르치는 대로 크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이 보는 대로 닮아갑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에 민감하고 정말로 하나님 제일주의로 살면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이 그렇게 됩니다. 우리가 입으로는 하나님 중심으로 산다고 하면서도 소위 말하는 ‘Sunday 크리스천’처럼 주일에는 하나님 말씀대로 살고 주일만 지나면 또 세상으로 되돌아가는 식으로 살고 있으면 아이들이 먼저 압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할 때 참 조심하셔야 합니다. 공부하라고 고함을 쳐도 아이들은 정말 부모님들이 우리를 위해서 공부하라고 하는지 아니면 엄마 체면 때문에 하라고 하는지를 압니다. 영특한 아이들은 ‘엄마 체면을 위해서 공부해주지’ 그러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교회 출석도 하고 봉사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할 때 아이들은 하나님보다 자기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부모에게는 하나님보다 우리가 더 소중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이 아이들이 하나님을 제대로 배우기는 어렵습니다. 여전히 그런 형식적인 신앙인밖에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하나님 중심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교회에서 존경 받는 어른들 중에 그 집 아이들이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 경우가 참 비극적인 일이지만 거의 대부분입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버지가 교회에서나 어른들 사이에선 참 존경 받는 분이지만 집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은 금방 알기 때문에 밖에 나가면 존경 받는데 집에서는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어긋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다른 사람을 속이며 이중적인 모습을 취할 수 있을지라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우리 교회는 아이들이 참 많은 교회입니다. 주일 낮 바깥은 거의 전쟁터입니다. 차에 올라가서 미끄럼 타는 아이들, 자동차 배기구에 돌멩이 집어넣는 아이들... 기상천외한 장난들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릅니다. 별의별 장난도 치고 행동도 가지각색인데 왜 데려오나요? 그래도 데려와야 합니다. 장난을 치건 사고를 치건 어쨌든 교회 와서 함께 지내는 가운데에서 아이가 하나님을 배워갑니다. ‘교회에서 너무 시끄러워 도저히 안되겠으니 당신은 집에서 애나 봐라’ 하면서 대표로 온다는 것은 그 아이에게도 유익하지 않을 뿐더러 부모에게도 결코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시끄럽고 장난을 쳐도 아이를 품에 안고라도 나와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제가 기억하는 제일 바쁜 아줌마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아이를 등에 업고 손에 시장바구니를 들고 껌 씹으며 담배 피우는 아줌마입니다. 그것을 보면서 ‘아줌마 참 바쁘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는 아름다운 장면은 아이를 등에 업고 바이올린을 켜는 분입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얼마나 섬세한 악기인지 모릅니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악기도 기분이 나쁘다고 소리를 냅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분이 미국에 건너가서 교수 앞에서 시험 삼아 켰더니 ‘한국에서 가르치시던 분이 왼쪽 다리를 좀 절지요?’ 하더랍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그렇게 섬세한 악기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성가대 연습 시간에 등에 애기를 업고 바이올린을 켜고 있습니다.

성가대며 교사며 열심히 봉사하고 있으면 아이는 밖에서 흙이며 옷이며 완전 난장판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봉사해야 합니까? 아이가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잠깐이고 씻으면 되고 혹시 좀 다쳐도 별 일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제대로 알게 되고 하나님이 가장 위대한 분이라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체득하게 됩니다.

오늘이 어린이 날인데 어른들(?) 모시고 고생하는 분들이 더러 있을 것입니다. 요즘 어린이는 어린이가 아니고 어른이랍니다. 집에서 잘 놀다가 저녁예배 시간이라고 가자고 끌고 나오면 아이가 울지는 몰라도 예배의 소중함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고 이 아이는 나중에 예배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가 됩니다.

우리가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노력하면 사실은 그 말씀이 우리를 지켜줍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너스가 있습니다. 그 말씀이 우리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까지 지켜줍니다.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까요? 우리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만들어 가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사람이 되면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닮아가고 하나님 앞에 바르게 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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