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서 기다리마!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렇지 않겠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가 힘있게 말하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이와 같이 말하니라 [개역, 마가복음 14:27~31]

사랑스레 아픔과 기쁨을

고난주간을 지나시느라 무척 피곤하시죠? 한편으로는 즐겁죠? 몹시 피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 한 편에서 들어있어야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을 제대로 지내는 성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새벽에 집을 나서 무덤을 향해 가던 여인들이 얼마나 두려웠겠습니까? 또 얼마나 걱정이 되었겠습니까? 그러다가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 기쁨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예수 믿는 사람들이 예수님이 당한 고난을 생각하면서 아픔만 있다면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아픔도 있지만 동시에 예수님으로 말미암은 기쁨이 넘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행복입니다. ‘날마다’라는 복음송 마지막 줄에 이런 대목이 나오죠.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가사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참으로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분이 ‘사랑스레...’ 뭘 주세요? ‘사랑스레 아픔과 기쁨을...’ 하나님은 기쁨만 주시는 분 아니에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아픔과 기쁨을 동시에 주시기에 저는 그 분을 참으로 사랑합니다. 이게 참 감동스러운 거예요. ‘아픔과 기쁨을...’ 그 다음에 ‘수고와 평화와 안식을...’ 평화와 안식만 바라지 마십시오. 그건 그리스도인의 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평화와 안식을 주시기 전에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수고하게 하시고 평화와 안식을 주십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자세입니다.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을 지내고 오늘 오후쯤에 피곤해서 눈이 슬슬 감기는 것이 정상입니다. 제가 설교를 잘 해서 아무도 주무시지 않으면 좋겠지만 오늘만은 주무셔도 절대로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고난주간답게 지내셨구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이 기쁨이, 몸은 피곤하지만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한 기쁨이 넘치는 한 주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듣고 싶은대로 듣고, 보고 싶은대로 보고

사람은 듣는대로 듣는 게 아니고 흔히 자기가 듣고 싶은대로 듣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본다고 보는대로 보는 게 아니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보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게 좀 확대되면 자기 수준에 맞는 것만 보이고 자기 수준에 맞는 것만 들립니다. 수준이 비슷할 때는 문제가 안되지만 수준 차이가 날 때에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보는 경우에는 확실히 표가 납니다. 아이들 데리고 시내 한번 나가보십시오. 아이들 눈에는 시내 간판 중에 주로 먹는 것이 잘 보이고 그 다음에 노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시내 나가면 무슨 간판이 잘 보이십니까? 주로 옷가게요? 우리교회 교인들은 별로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마는 뭐가 많이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자기 수준 대로 보는 경향이 참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셔도 제자들은 자기와 관련되거나 자기와 비슷한 쪽으로 반응을 많이 보입니다.

학교에서 문제 아이들이 있어서 엄마나 혹은 아빠가 불려 와서 야단을 맞다가 보면 부자지간에 혹은 모자간에 싸우는 일을 가끔 보게 됩니다. 좀 심한 경우지만 “이 놈의 자식들아 내가 너한테 안 해준 게 뭐냐?”고 부모가 자식 보고 그럽니다. 자식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못된 자식은 “해준 게 뭔데요?” 이건 부모 속을 뒤집어 놓는 말입니다. 그러나 왜 이런 말이 나옵니까? 부모는 해줄 만큼 해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자녀는 해준 게 없다는 겁니다. 해준 사람은 있는데 왜 받은 사람이 없나요?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말하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의도로 말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연습과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런, 실수를...)

성경 본문을 읽었나요? 죄송합니다. 설교하는 사람이 본문도 안 읽고... 저도 제 정신이 아닌 모양입니다. 본문을 읽고 다시 시작합시다. 마가복음 14장입니다. 용서하십시오. 저도 고난주간을 잘 지낸 것 같습니다. 마가복음 14장 27절에서 31절까지 입니다. 제가 방금 드린 말씀과 이 본문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천천히 같이 읽읍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 이는 기록된 바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하였느니라 그러나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렇지 않겠나이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베드로가 힘있게 말하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이와 같이 말하니라’

배반할 사람에게 미리 알린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오늘밤 너희가 나를 부인하리라’ ‘오늘밤 너희가 나를 버리리라’고 하셨습니까?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말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큰 실수를 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너희가 나를 버리리라’라는 이 표현은 개역성경 난하주에 보면 ‘나를 인하여 실족하리라’고 번역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원어쪽에 더 가깝습니다. ‘실족하여 넘어진다’는 말이 바로 원어로 ‘스캔달’입니다. 그러니까 ‘너희가 스캔달을 일으키게 되리라’는 말이지요. 무얼 스캔달이라고 합니까? 스캔달에 걸렸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회복 불가능한 일에 휘말렸다’라는 뜻인데 ‘실족하리라’는 말이 그런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배교’ ‘배도’ ‘배반하리라’는 말이지요.

예수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희가 오늘 나를 배반하리라’가 되고, 제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너희가 오늘밤 나를 버리리라’가 되고 ‘너희가 실족하리라’가 되는 거죠. 어느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배반은 누가 합니까? 어떤 사람이 배반합니까? 배반이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배반자가 누구예요? 가룟 유다 아닙니까? 2번은 누구죠?

고등학교 시절에 영어 선생님 한 분이 무척 재미있는 분이셨습니다. 한 번은, 날은 덥고 아이들은 수업하기 싫어서 주리를 틉니다, “선생님요, 연애시절 이야기 좀 해주세요.” 아무리 졸라대도 선생님은 “시끄러워!” 하고 계속 수업을 하는 겁니다. 전 원래 수업 시간에 잡소리를 안 하는 편이었습니다. 놀아도 좋고 공부를 해도 좋은데... 그냥 열심히 공부하는 편이었죠. 그런데 그날은 공부할 분위기가 아닌데 선생님은 어떻게든 고집을 부리고... 할 수 없이 저도 한마디 거들었죠. “선생님, 오늘은 마 좀 쉽시다.” 그랬더니 이 선생님께서 저를 쳐다보면서 “순관이, 너 마저...” 이러더니 책을 덮어버리는 거죠.

이 선생님의 이 말이 어디에서 빌려온 건지 아시죠? 이 선생님께서 지금 누구 흉내를 내는 겁니까? ‘부르터스, 너 마저?’ 시이저가 한 말입니다. 암살자들이 칼을 들고 찌를 때 다른 사람들이 찌른 것은 이해하는데 ‘부르터스, 너마저 이러느냐?’는 거지요. 가장 신뢰했던 사람이 칼을 들고 다가설 때 시이저가 남겼다는 말입니다. 그 말 한마디 하시더니 수업 않고 다른 이야기,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말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부르터스는 배신의 2인자가 된 셈입니다. ‘부르터스 너마저...’ 하는 말이 왜 그렇게 유명해졌습니까? 가장 신뢰하고 가장 가까웠던 사람의 배신을 간결하고도 극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배반이란 가장 가까운 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을 향해서 ‘지금은 당신이 나를 제일 좋다 어떻다 하지만 제일 먼저 배반할거요’ 이러면 어떻게 돼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향하여 ‘오늘 너희가 나를 배반하리라’는 게 이런 말입니다. 제자들이 그런 말을 듣고 은혜를 받았겠어요? 기분이 좋을 리가 없겠죠. ‘아무리 그렇지만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얼마나 헌신했는데 우리를 향해서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느냐?’고 반발하고 튀어나갈 가능성이 많은 말입니다.

이런 투의 어법은 절대로 쓰시면 안됩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류의 말을 쓰면 안됩니다.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 너희들 뒷바라지 하지만 다 크고 장가 가봐라. 자기 마누라 챙기느라고 부모도 알아보지 않을 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더러 있죠. 아니,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런 말 쓰시면 안됩니다.

목사님께 잘 하려고 애쓰는 성도를 보고 ‘저런 사람이 배신한다더라’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훨씬 더 험한 말입니다. 어쩌시려고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자들이 반발했습니까, 안 했습니까? 베드로가 아주 거세게 나갑니다. 절대로,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버리더라도 그럴 수 없노라고 거칠게 말하는데 이게 일종의 반발입니다.

해서는 안될 말인데...

예수님께서 어쩌시려고 돌아가시기 직전에 제자들을 앉혀놓고 마지막 순간에 이런 말씀을 하셨느냐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려고 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했던 것은 ‘너희가 오늘 밤 나를 버리리라’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자꾸 그런 말만 기억합니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기려고 했던 말씀이 무엇이었겠어요? 우리는 내 수준대로 들리고,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나하고 제일 관련이 있는 게 잘 들립니다.

예수님은 ‘너희가 나를 버리리라’는 말씀을 하고 싶은 게 아니고 ‘내가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 이 얘기를 하시고 싶었습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고 배반하고 도망갈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갈릴리에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거기서 다시 만나자. 혹시 네가 나를 배반하고 도망갔을지라도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는 것이 예수님께서 진짜 하시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반면에 제자들에게는 ‘오늘 밤 나를 버리리라’는 말씀만 들리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으니 제자들은 당연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부정해야죠. 그런데 우리가 아는 바는 예수님 말씀대로 되었거든요 제자들은 그렇게 될 줄도 모르고 왜 그렇게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자꾸 얘기를 합니까? ‘우리가 절대로 예수님을 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은 제자들의 진심입니다. 문제는 예수를 버리지 않고 죽을 때까지 따라갈 만한 능력이 그들에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습니까? ‘나하고 결혼하면 평생 호강을 시켜주겠다’고 말하죠? 거짓말입니까, 진짜입니까? 그건 진짜입니다. 그런데 능력이 안되는 걸 어떻게 해요?

젊은 남편이 죽었습니다. 젊은 부인이 그 앞에 엎드려서 그렇게 울더라고요.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살자더니 나는 어쩌라고...’ 하는데 제가 웃었겠습니까, 울었겠습니까? 하, 그거 곤란하대요. 결혼할 때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잘 살자고 한 것이야 누구나 하는 얘기죠. 마음은 다 그렇죠. 문제는 그때까지 살 수 있는 능력이 자기에게 있느냐 없느냐 이 문제 아닙니까? 여러분, 우리는 우리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분명히 알아야 됩니다. 좋은 차 살 능력도 없으면서 ‘믿습니다’ 하고 사면 그건 믿음이 아닙니다. 마음으로야 좋은 차 끌고 다니는 게 좋지요. 능력도 없이 마음에 내키는 대로 일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과 그 마음을 뒷받침할 만한 능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겁니다. 능력이 없으면 말도 하지 말아야 되지요? 그러면 할 말이 다 없어져요. ‘결혼하면 내가 호강시켜 주겠습니다’ 이 말도 능력을 따져보면 할 수 없는 말이 되죠?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하고 싶지만 이것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이것도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네’ 이것도 안되겠고... 이렇게 따지다 보면 우린 할 말이 하나도 없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능력없는 줄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기는 해야 합니다. 이게 우리의 비극입니다.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주고 받아야죠. 자신의 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말하는 것이 문제일 뿐 ‘내게 능력은 없지만 최선을 다 해야 되겠다’는 각오로 이런 말을 쓰긴 써야 합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내 능력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고 나를 통한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서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가 ...해드리겠습니다’ 이게 맞습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내가 이렇게, 이렇게 헌신하겠습니다. 이게 맞습니다. 참 부끄러운 얘기가 되겠습니다마는 저의 고향 교회에 목사님들이 많이 오시고, 많이 가셨습니다. 그 분들은 ‘내가 이 교회에 뼈를 묻겠습니다’ 하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런데 뼈를 묻은 분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음은 분명히 그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대로 행해 나갈 만한 능력이 없더라는 겁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함부로 아무데나 뼈를 묻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여기에 있다면 그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나는 여기에 뼈를 묻겠고 여기에서 일을 하겠다’ 이런 고백이 옳다는 얘기죠.

아주 좋은 본문이 하나 있습니다. 야고보 4장 14절에,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며 너희는 잠간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안개같은 존재가 내일 우리가 뭘 하고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 다음 15절에,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보세요. ‘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이렇게 하고 내가 저렇게 하겠습니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거지요. 제자들이 ‘우리는 절대로 주님을 버릴 수 없습니다’라고 했지만 함부로 그런 소릴 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먼저 알아서 ‘하나님의 뜻이라면 우리가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하겠습니다’ 이런 고백을 해야 했습니다.

제자들은 하나님의 예정이나 하나님의 뜻이 어디 있느냐는 고려는 전혀 없이 오로지 자기들의 마음만 가지고 절대로 주님을 버리지 않겠다고 열을 내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능력도 모를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을 하려고 하시는지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이 자기 마음만 갖고 열심을 내는 거죠. 오늘 읽었던 본문 14장 29절에, ‘베드로가 여짜오되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렇지 않겠나이다’ 정말 자신감이 넘치죠? 성급하고 다른 제자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베드로만 그렇습니까?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31절, ‘베드로가 힘있게 말하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그 다음에 ‘모든 제자도 이와 같이 말하니라’ 베드로 혼자 그런 게 아닙니다. 베드로가 성미가 급해서 좀 빨리 말했을 뿐이지 다른 제자들도 동일하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충성경쟁 비슷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베드로와 제자들은 열심히 자기변명을 했습니다마는 자기들의 능력을 살펴보지도 않았고 또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를 도우셔야 된다는 생각없이, 내 능력으로, 내 기분대로, 내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이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하나님께서 힘을 주시면, 하나님의 뜻이 여기 있다면, 하나님께서 나를 이렇게 인도하신다면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지셔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이 이렇게 열심히 반응을 보였지만 정작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주된 목적은 ‘내가 갈릴리로 갈 것이다’라는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이 말씀을 기억했어야 합니다. ‘너희가 오늘밤 나를 부인하고 나를 버리리라’는 말씀보다 ‘내가 갈릴리로 가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씀을 기억했어야 옳습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난 후에 제자들이 천사들을 만났을 때 천사가 ‘예수님께서 살아계실 때에 갈릴리에 가서 너희를 만나리라 하셨던 그 말씀을 기억하라’고 일러줍니다.

갈릴리에서 기다리마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했으면 그 다음에는 뭐라고 해야 자연스럽겠습니까? ‘너희가 배신해서 나를 다 버릴 것이다 그러면 나도 너희를 버리리라’ 이렇게 되어야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예수님의 말씀은 그렇지 않습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릴지라도 나는 갈릴리에서 기다리리라’는 얘기를 하시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우와 얘기가 다릅니다. 갈릴리가 어떤 곳입니까?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시기 위해서,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자 거기 가서 내가 죽어야 하노라. 가자’고 하면서 떠나온 곳이었습니다. 죽기 위해서 떠나온 곳이 갈릴리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주로 갈릴리에서 했습니다. 말하자면 제자들과 온갖 고난을 다 겪으며 힘든 일을 하셨던 곳, 제자들과 동고동락 하셨던 곳이 바로 갈릴리입니다. 그렇다면 온갖 추억이 다 깃들어 있는 곳이죠. 예수님께서 처음에 제자들을 만나셔서 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불러 모았던 곳도 갈릴리입니다. 제자들이 ‘예수를 따라가면 앞으로 멋진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어쩌면 청운의 꿈을 품고 예수를 따라 다녔던 그곳이 갈릴리입니다. 거기에서 다시 만나자는 겁니다. 다시 만나자는 것은 거기서 새로 시작하자는 의미로 들립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다시 만나서 다시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자’는 뜻으로 예수님께서는 ‘내가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고 하시는 듯합니다.

이혼하기 직전에 있는 부부가 ‘이혼하기 전에 우리가 처음 만나서 사랑을 나누었던 그 곳을 한 번 찾아보자’ 그래서 연애했던 곳, 신혼여행 갔던 곳들을 쭉 훑어가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이 잘 되면 이혼하려고 갔다가 좋은 결과가 생기는 수도 있죠. 옛날의 즐거웠던 추억을 더듬으면서 그동안 뭐가 잘못되었는가를 다시 살펴보게 되고 결국은 이혼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게 되었더라는 드라마가 더러 있는 것 같아요.

‘온갖 추억이 깃든 그곳에서 다시 만나 다시 시작하자’ 이 말씀은 ‘우리가 처음에 가졌던 그 사랑을 회복하자’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다 자기를 버릴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약속을 하느냐 하면 ‘그래 나를 버리고 너희가 다 도망가서 얼마나 슬퍼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할 것인가를 내가 안다’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다시 갈릴리에서 만나서 갈릴리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배반한 제자들이 다시 예수님을 만나서 위대한 사역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을 버리고 떠났던 그들을 예수님께서 다시 찾아오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흩어진 양떼를 다시 모아서 목자가 앞장서서 그들을 이끌어 가셨습니다. 예수를 버리고 그들이 갈 수 있었던 곳은 사실은 갈릴리밖에 없습니다. 거기서 자라서 거기서 지금껏 살아왔던 그들이 갈 곳이라고는 여전히 갈릴리밖에 없습니다. 실망하고 좌절하고 3년 동안이나 헛고생만 했다는 생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그곳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거기서 만나서 새롭게 새 일을 시작하자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할 때 뭘 기억해야 합니까? ‘너희가 오늘 나를 버리리라’ 이 말씀이 아닙니다. 뭘 기억해야 합니까? 우리가 예수를 버리고 배반하고 슬픔에 빠져서 울고 있을지라도 갈릴리에서 다시 만나자, 내가 거기서 너희를 기다리겠노라는 이 예수님의 약속을 기억하셔야 됩니다. 우리 중에 누가 특별히 잘난 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한다고 했는데도 일이 잘못되어 실망하고 좌절할 때가 많은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너희가 나를 배반하리라 이것은 오늘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그럴지라도 그렇게 좌절하고 실의에 빠진 너 자신을 보지 말고 갈릴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생각하라는 것이 예수님의 메시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건을 통해서 제자들을 다시 세우려고 하셨습니다. 다시 세워야 할 필요가 뭡니까?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능력으로 뭔가 할 수 있겠다고 말하는 이 자신감을 예수님은 철저하게 깨어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힘으로, 하나님이 주신 능력으로 다시금 세워지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는 제자를 예수님께서 다시 만드셨습니다. 자기 능력으로 할 수 있다는 이 자신감을 깨어 버리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아픔입니다. 예수를 부인하고 베드로가 얼마나 울었습니까? 통곡을 하면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울 짓을 왜 합니까? 그게 자기 생각이나 의지대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고집 하나 꺾거나, 자기 주장 하나 취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하나님의 뜻을 의지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은 내 고집, 내 생각을 깨야 할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걸 깨고 내 뜻과 내 자존심보다 하나님의 뜻이 우선되는 그리스도인으로 우리들을 예수님께서 다시 세우시기를 원하셨습니다. 혹시 여러분, ‘내가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이게 무슨 꼴이냐?’ ‘이런 내가 어떻게 하나님의 자녀일 수 있겠으며 이런 내가 어떻게 천국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절망이 되거든 기억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내가 제자들을 세우기 위해서, 십자가의 고통을 겪고 난 후에 갈릴리에서 기다렸던 것을 생각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세우기 위해서 이 고통을 겪고 갈릴리에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노라. 그런데 너희는 어디 앉아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날 밤에 예수를 부인하고 도망갔다고 해서 골방에 틀어박혀서 ‘내가 이래 가지고 어떻게 예수의 제자가 되겠습니까?’ 이러고 있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내가 너를 위해서 한번 더 십자가에 못 박히랴? 그러면 갈릴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찾아 올 것이냐?’ 그렇게 물으실지 모릅니다.

여러분, 우리에게는 좌절하고 낙심하고 ‘내가 이래서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이 되겠습니까?’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왜 없습니까? 그 말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주님께서 대신 고난을 겪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말이 하고 싶을지라도 우리 주님께서 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대신 고난 겪으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말 할 자격이 없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이런 나를 다시 불러 갈릴리로 오라 하십니까?‘ 감사하는 일 외에 우리가 할 일은 달리 없습니다.

배반할 줄 알았다면 미리 막지 않고?

예수님의 관심이 제자들의 배신을 미리 막는 것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절대로 배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의 목적은 배반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니고 배반하고 좌절하고 흩어져 버린 그 제자들을 다시 제자리를 찾도록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다는 그 교만을 다 깨어버리고 자랑하지 못하도록 하시면서 이런 우리를 다시 예수님께서 제자로 삼으셨다는 고백을 하게 하시는 것 그것이 너희가 오늘 밤 나를 버리리라고 말씀하시는 이 말씀의 본래 의도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특별히 베드로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부인하리라고 하신 확실한 이유는 뭡니까? 베드로가 다른 제자들보다 더 큰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 더 큰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이 베드로를 디베랴 바닷가에서 불러서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의 아픈 마음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베드로가 더 큰 일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붙들고 특별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하셨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족하고 예수를 배반하고 도망가는 것은 제자들의 일입니다. 이들을 붙들어서 다시 하나님의 말씀대로 세워지는 사역자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제자로 만드는 것은 예수님의 일입니다.

이 말씀을 오늘 우리에게 적용해보면, 여러분, 예수 믿고 나면 고민도 없고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습니까? 믿어도 여전히 실망스럽고 좌절 투성이고 ‘믿는다는 내가 성질이 왜 이러냐?’는 불만이 항상 있습니까? 예전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있는 것도 정상입니다. 예전보다는 뭔가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그게 잘 변하지 않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일입니다. 이런 우리를 붙들어서 그리스도인답게 만드시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입니다.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런 너를 고쳐놓으려고 내가 이 고생하지 않았느냐?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면서 우리가 조금씩 그리스도의 제자답게 변해가야 합니다. 실망하고 좌절할 때 이런 나를 위해서 우리 주님께서 고난을 겪으셨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여러분들은 제자들이 변하는 것처럼 변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예수님의 말씀 중에 우리가 무엇을 더 기억해야 합니까? 예수님의 약속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록 너희가 나를 버리고 배반할지라도 나는 너희를 다시 기다리며 제자로 세우겠노라는 이 약속을 기억해야 합니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고 하시더니 정말 족집게네!’ 쓸데없는 생각입니다. 그런 소리 듣자고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약속이 나 자신의 모습보다 더 중요합니다. 하나님과 관계된 것이 나와 관계된 것보다 더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사셔야 합니다. ‘내가 이걸 해야 된다’는 생각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무언가 이루려 하시는 일이 있다면 이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다우며 복된 사람입니다.

‘내가 뭘 해야 되나?’ 이 생각보다는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무슨 일을 하시려는가?’ 이걸 기억하셔야 하는 것이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입니다. 나중에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전부 만났습니다. 예수님은 부활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도 제자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다 끝난 줄 알았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 후에 ‘내가 갈릴리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죠. 막상 예수님을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쁨이란 말씀입니다. 단순히 예수님을 만난 정도가 아닙니다. 그들이 잘못한 것을 다 용서하고, 용서 정도가 아니라 배반에 대해서는 언급도 않으시고 그들을 다시 제자로 세우셨습니다.

제 2의 갈릴리

이제 이 예수님께서는, 배반하고 도망가 버린 제자들을 다시 기르며 그들을 세우던 그 예수님은 이제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요한복음 14장 1, 2, 3절입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고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하셨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 갈릴리에서 너희를 기다리겠노라고 말씀하셨던 그 예수님은 지금 하나님의 나라에 가셔서 우리가 머무를 처소를 예비하고 너희를 다시 그리로 이끌겠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부활이나 예수님께서 다시 자기들을 기다리고 계신다는 것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제자들이 예수를 만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예상 못했던 기쁨이죠. 오늘 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그 주님을 다시 만날 때 여러분들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 주님을 다시 만나는 날 상상을 초월하는 큰 기쁨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 믿고 산다는 것이 때로는 어렵고 힘들 때가 있겠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고 낙심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내가 너희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는 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내가 너희를 위해서 죽은 것 아니냐? 이제는 예수님을 의지하고 살아야 합니다. 내 힘으로 용기 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나를 기다리고 계신 그 주님을 위해서, 이런 나를 위해서 처소를 예비하고 있다는 그 주님을 기다리며 어떤 경우에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이런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시려는가?’ 그걸 기대하며 남은 생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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