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을 뒤집어 쓴 투명인간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주목하고 우리 손으로 만진 바라 이 생명이 나타내신 바 된지라 이 영원한 생명을 우리가 보았고 증거하여 너희에게 전하노니 이는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내신 바 된 자니라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함이라 우리가 이것을 씀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케 하려 함이로라 우리가 저에게서 듣고 너희에게 전하는 소식이 이것이니 곧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으시니라 만일 우리가 하나님과 사귐이 있다 하고 어두운 가운데 행하면 거짓말을 하고 진리를 행치 아니함이거니와 저가 빛 가운데 계신 것 같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귐이 있고 그 아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죄 없다 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이요 만일 우리가 범죄하지 아니하였다 하면 하나님을 거짓말하는 자로 만드는 것이니 또한 그의 말씀이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하니라 [개역, 요한일서 1:1~10]

요즘은 투명인간이란 얘기를 별로 하지 않지만 제가 어릴 때는 투명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투명인간이라면 뭘 제일 먼저 해 보고 싶습니까? 좋은 일 하고 싶어요? 나쁜 일 하고 싶어요? 웃는 분들은 좋은 일보다는 우선 나쁜 일을 하고 싶은 거죠? 다른 사람 눈에 내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면 마음대로 해 보고 싶은 멋진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런데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물감을 뒤집어 썼다면 얼마나 많은 유익을 포기하는 걸까요? 다른 투명인간 친구가 나를 보고 뭐라고 그러겠어요? 돌았다고 하지 않겠어요?

캄캄한 데 계시는 하나님

우리는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서 기뻐하고,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음을 감사해합니다마는 예수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이 얼마 만큼 큰 것을 포기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덜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수요일에 ‘캄캄한 데 계시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날 따라 엠프도 가고 제 목소리도 가는 바람에 뒤에서는 설교를 제대로 못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섭섭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못 알아 들으면서도 못 알아 듣겠다는 티를 안 내고 그냥 계셨단 말이죠? 무슨 말씀을 하는지 안 들려도 그냥 점잖게 앉아 있어도 된다면 설교하는 사람이 무슨 얘기를 하든 별 관계 없다는 얘기 아니에요? 그건 굉장히 섭섭한 이야기입니다. 나중에 이리저리 물어보니까 잘 안 들렸고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더라는 분들이 더러 계셔서 간략하게 요약합니다.

하나님은 원래 휘황찬란한 영광으로 가득 차셨던 분인데 아담을 만들었고 에덴동산에서는 아담과 하나님께서 아무런 어려움없이 교제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범죄한 이후에 인간의 형편이 너무 나빠져 버린 겁니다. 그런 후에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찾아올 수도, 손을 내밀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결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타나실 때는 반드시 구름이 가득찬 그 가운데에만 계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 가운데 임재하셨어도 구름과 흑암으로 둘러싸인 그 속에만 계셨고 자신의 모습을 결코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캄캄한 걸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범죄한 인간에게 자신을 나타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억지로 비유한다면 하나님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입니다.

창조된 본래의 인간의 모습도 그 하나님과 더불어 꺼지지 않는 불인데 범죄한 이후에는 시커먼 숯덩이가 되어버린 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상상해 봅니다. 이 숯덩이가 비록 숯덩이로나마 존재할 수 있으려면 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불이 가까이 와서 숯덩이에 옮겨버리는 순간에 잠시 타겠지만 깨끗이 재로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기에 하나님은 선뜻 우리에게 나타나시지 않으려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계시록 마지막 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존재하시고 그 앞에 믿는 성도들이 함께 나아가서 찬양하며 경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언제까지나 캄캄한 데 계시는 분이 아니라 구원역사를 통해서 처음의 영광스러웠던, 아니 그보다 더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만물을 회복하려 하신다는 것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실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처지를 감안해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티만 내시면서 나타나시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 드렸습니다.

예수는 세계 3대 성인 중의 한 분?

그 하나님께서 ‘내가 여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티만 내셨는데 그것이 구름 속에서 나타나셨거나 혹은 선지자들을 보내셨거나 혹은 특별한 사람에게 꿈과 환상 가운데 나타나기도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계시하신 가장 큰 사건은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로서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예수님이 본질적으로 어떤 분이신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려고 합니다.

세계의 3대 성인이라면 예수님이 꼭 들어가죠? 예수님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아니, 예수쟁이라면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도 더러 있긴 하죠.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예수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예수 믿는다고 하면서 믿는 자답게 살지 못하는 교인들을 책망하는 것이지 예수님을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를 가리켜 성인이라니까 예수는 참으로 위대한 분으로 인정하는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가리켜서 뭐라고 말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난 위대한 성인이다’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가리켜서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요 아버지와 나는 하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걸 안 믿어요. ‘너희들이 아무리 나를 위대하다고 말해도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느냐?’ 하고 사양을 좀 해야죠. 사양은커녕 베드로에게 얼마나 칭찬을 하셨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신 그 분의 그 말씀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성인이라고 칭송할 수 있는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왜 죽이려고 했습니까? 단순히 안식일을 범하고 계명을 어기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한 분은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든지 그렇지 않으면 희대의 사기꾼이든지 둘 중의 하나입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서 성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말입니다. 이 예수님에 대해서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는 뭐라고 표현하는지 봅시다.

예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

1절에 예수를 어떻게 말하죠?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이라고 합니다. 2절에는 ‘이 생명이 나타나신 바 된지라 이 영원한 생명을...’이라고 말하죠. 이 둘을 합치면 예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본질은 영원한 생명의 말씀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런지. 설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뒤집어서 거꾸로 해 봅시다. 영원하다는 것은 피조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시적인 존재가 아니란 뜻이고, 죽음과 상관없는 존재라는 뜻이죠. 영원하면서 그 속에 생명이 있는 존재란 달리 말하면 아무런 고통도 없고 괴로움도 없는 존재. 말하자면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기쁨과 즐거움 가운데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생명의 말씀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가리켜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고 말씀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와 같은 육체를 가진 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더군다나 그 분은 ‘아버지와 함께 계셨던 자’라고 합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예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그 분이십니다. 또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입니다.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죠? 3년동안 동고동락하며 함께 먹고 자고 했던 베드로의 입에서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태복음 16:16)’라는 고백이 나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만 옥에 티라고 그럴까요? 아니면 우리를 위해서 좋은 예입니다마는 도마가 그걸 안 믿었습니다. 도마가 예수님께서 살아난 후에도 믿지 않다가 예수님께 아주 귀한 말씀 한마디 들었죠. 도마에게는 부끄러울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참으로 은혜되는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한복음 20:29)’ 그만큼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단 말입니다.

나타나신 생명의 말씀

예수님의 본질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는 말씀이 빌립보 2장 6절에서 8절입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본질은 하나님과 동등됨이셨지만 그것을 버려두고 사람과 같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본질은 하나님 자신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그 분은 우리 눈에 보일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분이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요한은 하나님의 본체이신 그 분을 향해서 1절에,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주목하고 우리 손으로 만진 바’라고 말합니다. 아니 하나님이신 그 분을 어떻게 보고 듣고 만지고 했느냐 말입니다. 그에 대한 답변을 요한은 스스로 우리에게 해 주고 있습니다.

2절 끝에 보시면, ‘이는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신 바 된 자니라’ 우리에게 나타나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을 2번이나 합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셨다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 생각없이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온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셨다는 것은 우리의 감각 속에 들어오셨다는 말이거든요. 사람은 참으로 대단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의 감각은 굉장히 범위가 좁습니다.

여러분의 시력은 몇 Km까지 볼 수 있나요? 얼마나 떨어진 걸 볼 수 있나요? 하나님은 얼마나 크신 분인지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은 얼마만큼 작은 것을 볼 수 있습니까? 우리의 눈은 너무 작아도 못 봅니다. 너무 커도 못 봅니다. 하나님은 너무나 크시기도 하고 너무나 작으시기도 합니다. 모든 곳에 다 계시는 분이에요. 그 분을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 도무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분이 우리 눈에 나타나셨다는 것은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셨다는 뜻입니다.

여러분, 우리 눈이 적당히 어두운 것이 얼마나 복인지 아시죠? 이 손바닥에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면 병균이 잔뜩 붙어 있죠. 안 보이는 것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래서 이 손으로 뭘 집어 먹기도 하는 거죠. 보인다면 못 삽니다. 공중에 많이 떠돌아 다니는 것 보이세요? 이것은 이희근 집사님 입에서 나온 거네! 이건 누구 콧구멍에서 나온 거네! 보이면 어떻게 되겠어요? 누구 입에서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는 것이 다 보인다면... 안 보이는 게 천만 다행입니다. 우리 눈은 많은 걸 다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극히 적은 부분만 볼 수 있는, 감각의 범위가 아주 좁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 속에 들어오실 분이 아닙니다. 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들은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는가요? 지구상에서 제일 빠른 것은 지구가 돌아가는 속도 아닌가 싶어요. 지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들려요? 공중에 소리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서 그 소리를 찾아서 들을 수 있기는 합니다. 공중에 무수히 떠도는 모든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면 시끄러워서 못 살아요.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너무 커도 못 듣고 작아도 못 듣고, 아주 적은 부분만 들을 수 있습니다. 아주 적은 범위만 보고 듣고 느끼는 거죠.

이 우주가 너무나 넓은지 과학자들도 모릅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 중의 하나인 토성에 십수년 걸려서 겨우 우주선 하나 보내어서 사진 좀 찍어 보낸 걸 가지고 온 지구가 들썩들썩합니다. 하나님께서 뭐라고 그러시겠어요? 옆 동네 사진 몇 장 찍어 가지고 그렇게 난리냐? 얼마나 크고 넓은지 모르는 이 거대한 세계가 하나님의 세계요 하나님입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좁아요. 말하자면 우리는 우물 안의 개구리 중에서도 개구리일지 모릅니다. 우물 안에 개구리들이 모여서 ‘오늘도 참 시끄럽구나’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소리는 아마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아닐까요? 물방울 하나씩 뚝뚝 떨어지면 참 소리가 크구나 하는데 어쩌다 우물 밖에서 돌맹이가 하나 날아와서 우물 안에 떨어졌습니다. 천재지변이겠지요. 천둥 벼락소리가 났다고 난리가 나지 않겠어요?

우리가 사는 모습이 이와 비슷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우물 속에 저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던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도 빼고 부리도 빼고 발톱도 뗀 채로 우물 안에 뛰어 들어왔습니다. ‘아니 뭐 이런 게 있어?’ 하면서 개구리들이 구박을 하는 겁니다. “야, 너 어디서 왔어?” 하고 콕콕 쥐어박는데 어쩌면 우리의 감각 속에 우리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이 바로 그런 모습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분이 원래 어떤 분인지도 모르고 때리고 치고 박고 해서 십자가에 못박았단 말이에요. 그와 흡사하고도 재미난 표현이 계시록에 있습니다. ‘어린 양의 분노’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린 양의 분노 때문에 얼마나 두려웠든지 세상의 군왕들이 바위틈에 숨어서 ‘산들아 무너져서 나를 덮어다오’ 이러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러분, 어린 양의 분노가 뭐예요? 어린 양이 무서워요? 힘없고 연약한 양인줄 알고 이 놈도 집적, 저 놈도 집적거렸죠. 진짜 죽여버렸어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게 어린 양이 아니더라는 말이에요.

말씀이 육신이 되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신의 몸으로 우리에게 오셨다는 것이, 우리의 눈에 들어올 수 없는 그 분이, 우리의 감각 속에 들어올 수 없는 그 분이 우리의 감각 속에 들어오셨다는 것은 엄청나게 낮아지셨다는 것을 잊지마셔야 합니다. 불가사의와 같은 말씀이 요한복음 1장 14절에 나옵니다. 그냥 읽어보면 별 것 아니에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고 합니다. 뭐가 무엇이 되었다고요?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게 얼마만한 변화인지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곧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하면 영원한 존재가 아주 일시적인 존재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단어가 그리 넉넉지 않습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변질이요 부패입니다. 굉장히 나빠진 겁니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홍수로 이 땅을 심판하겠다고 하실 때 ‘나의 신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겠다’고 하십니다. 그들이 육체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처음 사람의 모습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마는 성경의 표현은 ‘생령’ 즉, 살아있는 영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는 영이었는데 질이 떨어져서 육체가 되어버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 하나님의 신이 함께 거할 수 없다 이것이 홍수의 원인입니다. 육체가 되었다는 것이 하나님께서 도무지 함께 거할 수 없는 질적 타락을 의미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하여서 ‘육체가 되었구나’ 이 탄식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비유를 든다면 ‘그 놈이 인간인줄 알았더니 인간이 아니고 짐승이구나’ 이것하고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하겠지만 그 정도로 이해하면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육체가 되어서 이 땅에 오셨다는 겁니다. 육체가 되었기 때문에 함께 거할 수 없다는 그 비참한 육체의 모습을 스스로 입으신 것이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 바로 그런 모습이라는 거죠.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싶어서 이 궁리 저 궁리 해 보았습니다. 투명인간이 자신이 드러나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데 만약 물감을 뒤집어 쓰고 자신을 드러내 버렸다면 얼마나 많은 기득권을 포기한 셈인가요? 우리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은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질적으로 떨어지는 이야기를 몇 가지 더 생각해봅시다. 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압니다. 보지 않는 책이라도 방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책이 없어지면 보지 않을지언정 어떻게든 구해다가 책꽂이에 꽂아놔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책이 소중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내용을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무게를 달아서 파는 경우가 있죠. 더구나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을 도저히 안되겠다 해서 무게만 달아서 처분한다면, 내용으로 평가해야 할 책을 무게로 평가한다는 것은 얼마나 질적으로 떨어졌는지 모릅니다.

옷을 봅시다. 옷값을 무슨 근거로 매겨요? 천의 질이 어떤 것이며 또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으며 패션도 따져야죠. 또 누가 만들었냐도 참 중요하죠. 그런데 어떤 옷은 무게를 달아서 팝니다. 만약에 그 옷이 인격이 있고 말할 입이 있다면 뭐라고 하겠어요? 이전에 얼마짜리 옷이었든간에 무게를 달아 팔면 이것은 엄청난 질적저하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신 것은 본질적으로 그 영광스럽던 모습을 버리고 천하디 천한 모습이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몸값이 제일 많이 나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이효리나 이승엽이 엄청나게 몸값이 비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렇게 몸값 비싼 사람을 무게로 달아서 팔아버리면 어떻게 돼요? 누가 제일 원통할까요? 내 몸값이 얼마인데 무게로 팔아 넘겨버리면 아마 속이 터져 나갈 겁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나는 몸값이 얼마나 될까 한 번 생각해 봅니다.

혹시나 납치범들이, 그런 일은 절대 없겠지만 나를 잡아가서 가둬놓고 우리 집에 “몸값으로 한 천만원 준비하세요.” 이러면 우리집 사람의 반응이 어떨까 궁금해요. “다행이다. 어디 가서 천만원 구해올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신랑 몸값이 천만원밖에 안된단 말이가? 기분 나빠서 그렇게는 못하겠다. 더 올려라!” 혹시 그렇게 나오지는 않을까? 제 생각입니다. 뭘로 평가하겠어요 몸값을요? 몸값으로 몇 만원만 내라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요? 나 같으면 안 나갈 것 같아요.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에게 “사고 치지 말아라. 여기서 사고치고 죽으면 개 한 마리 값밖에 안 나온다.”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 받을 때 교관들이 늘 그런 이야기를 합디다. 개 한 마리 값이라면 얼마나 억울합니까? 훈련소에서 죽으면 안돼요. 글자 그대로 개 한 마리 값보다 못한 돈 나오고 끝납니다. 얼마나 억울한 일이냐 말이에요. 사람의 인격이나 능력을 무시하고 그렇게 헐값에 처분한다면 얼마나 섭섭하고 괴롭겠어요? 하나님이셨던 그 분이 우리 인간의 모습으로 내려오셨다는 것은 이것보다 훨씬 더 심한 변질이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생각나는 게 또 있어요.

신혼여행 가서 좋은 사진 많이 찍어서 현상소에 맡겼는데 현상소에서 실수를 해서 없어져 버렸습니다. 얼마를 변상해 주나요? 얼마를 물려줄까요? 한 집사님은 ‘필름 몇 통값’ 하시는데 아주 인심이 후한 현상소입니다. 몇 통도 아니에요. 동일한 새 필름으로 보상해 줍니다. 혹시 현상소에 가시거든 보세요. 신혼여행 가서 찍은 필름 한 통하고 새 필름 한 통하고 맞바꿀 수 있는 겁니까? 만약에 여러분이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 새 필름 한 통 받아들고 어떻게 하겠어요? 막상 당하면 너무나 가슴이 터지고 분통터질 겁니다. 그게 어떻게 같을 수 있습니까? 우리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그런 질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소요리 문답 27번에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의 낮아지심은 첫째 탄생하시되...’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낮아지심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탄생하신 건 낮아진 겁니까? 우리가 생각하기는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하겠지만 탄생하셨다는 것 자체가 예수님께서 엄청나게 낮아지셨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낮아지셔서 이 땅에서 모진 고난을 다 겪으셨다는데 예수님께서 당하신 가장 큰 고난은 탄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셨다는 것 자체가 예수님이 겪으실 수 있는 가장 큰 고난입니다. 누구를 위해서요?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낮아지셨다는 것을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예수님께서 왜 이런 고난을 자초하셨습니까? 캄캄한 데 계시면서 나타나지 않으시던 그 하나님께서 그나마 우리에게 ‘내가 여기 있노라’ 하고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렇게 않고는 우리에게 하나님 자신을 나타낼 수가 없었으니까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나신 이유가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 3절에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셨다고요? 3절 중간쯤에 보면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함이라’ 사귐이 있게 하려고 이렇게 하셨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주 목적이 인간과의 사귐을 위한 겁니다. 교제를 위한 겁니다. 그걸 아담이 깨어버렸단 말이에요. 깨어버리고 떠나간 그 인간을 하나님께서 다시 찾아 오시려고 하는 것이 성경의 모든 이야기죠. 예수님의 비유에서는 집을 떠나간 아들이 거지꼴이 되어서 다시 돌아오기를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는데 하나님의 이야기는 그 아들을 찾아오기 위해서 아버지가 오히려 거지꼴이 되어서 함께 숙식을 하면서 ‘이러고 있어서는 안된다’ 달래는 것과 같습니다. 편안하게 계실 아버지께서 거지꼴이 되어 찾아와서 ‘이 더러운 곳에서 이러지 말고 나와 함께 돌아가자’고 하면 어떻게 해야 돼요? 따라가야죠! 돌아가야 합니다.

돌아가는 방법이 오늘 우리 읽은 7절 본문에 보시면 ‘우리도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서로 사쉼이 있고...’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빛 가운데 행하자’라고 말하는 것이죠. 빛 가운데 행하면 우리가 다시 하나님과 사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빛 가운데 거합니까? 빛 가운데 거하라는 말씀과 그 뒤 9절에 보시면 죄를 자백하는 것과는 같은 의미입니다. ‘빛 가운데 거하라’에서 거하라는 말은 ‘동행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라는 것은 죄를 자백하라는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죄는 우리가 이웃에게 거짓말을 하고 게을러서 실수를 하는 그런 것보다는 좀더 근원적인 죄를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떠나서 범죄하였고 또 우리를 위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으며 그를 믿는 것 외에 내게 달리 구원의 방법이 없음을 인정하는 것, 우리의 연약함과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것 이것이 자백해야 하는 1번 죄입니다. 그리하면 우리가 빛 가운데 거하며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죄가 하나님께서 이런 은혜를 베푸셨건만 그걸 믿지 않는 죄입니다. 비록 하는 짓이 부족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바보스럽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을 믿는다면 가장 큰 죄는 해결한 셈입니다.

내가 내 눈으로 봤다

요한이 간곡하게 부탁하는 게 뭡니까? ‘내가 봤는데요’ 하면 아주 확실한 이야기입니다. ‘내 눈으로 봤습니다’ 이건 아주 확실한 증거가 되는 말이죠. 그런데 요한은 ‘우리가 보고 만지고 주목하고 들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확실하다는 겁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오신 것을 우리가 확실하게 보고 듣고 만지고 했단 말이에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믿으라는 얘기죠. ‘믿으라, 그리하여 하나님과 사귐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요한이 우리에게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는 말씀입니다.

제목을 이렇게 붙여 놓고 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주보가 좀 품위가 있어야 하고 점잖아야죠? 제목이 도대체 이게 뭐냐? 원래 점잖게 붙인 제목은 ‘나타나신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래야 지난 번 ‘캄캄한 데 계신 하나님’과 짝이 맞거든요. 그런데 우리 성미가, 여러분이나 저나 이런 단순한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어쨌든 조금이라도 기억을 오래 하도록 하려면 좀 바꾸는 게 좋겠다 해서 바꾼 겁니다. 죄송합니다. 품위가 좀 없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기억은 좀 오래 갈 겁니다.

그런데 제목 앞에 한 단어를 붙였다가 너무 길다 싶어서 떼었습니다. 추가시켜 보십시다. 어느 단어를 앞에 추가시키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과 부합할까요? 의미는 ‘우리에게 나타나신 하나님’이라는 뜻입니다. 이 제목 앞에 한 단어만 붙이세요. 투명인간이 실수로 물감을 덮어쓴 게 아닙니다. ‘스스로 물감을 덮어쓴 투명인간’ 이게 원래 제목입니다. 스스로 물감을 덮어쓰신 겁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자신을 스스로 이렇게까지 낮추셨습니다.

이런 하나님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사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자신을 이만큼 낮추셨다면 우리도 그 본을 따라서 자신을 좀 낮출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예수님의 본을 따라서 우리 자신을 좀 낮춥시다. 낮추어서 형제를 사귀고, 이웃을 사귀는 것이 곧 하나님을 사귀는 방법이고 이것이 곧 빛 가운데 행하는 것이죠. 하나님께서 이렇게 낮추고 낮추어 가면서 내가 너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구원하기를 바란다고 하시는데 그것을 악착같이 거부한다면 참 큰 죄입니다. ‘밥 먹으라’고 옆에 숟가락까지 다 챙겨 놨는데도 안 먹겠다고 버티면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까지 다 챙겨 놓고 숟가락까지 챙긴 것은 하나님의 일입니다. 우리의 일은 퍼 먹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도 안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참 나쁜 사람이죠.

우리 처가에 성질이 좀 센사람이 있습니다. 먹으라고 챙겨 놓았는데 안 먹죠, 그냥 냄비째 들어서 머리에 덮어씌워 버렸답니다. 냄비를 머리에 덮어씌운 채 세워 놓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잘 먹더랍니다. 너무 그래도 안되겠지만 ‘이렇게까지 챙겨 놓았는데 안 먹으려고 하느냐?’ 이것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복음을 전해도 전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 아니겠냐 싶어요. 닭 중에도 가끔 머리 나쁜 닭이 있어요. 모이 먹으라고 뿌려 놓았는데 한사코 뿌려 놓은 모이는 안 먹고 그 옆의 돌만 콕콕 쪼아대는 닭은 머리가 나쁜 닭인지 어떤 닭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서 모든 것을 다 준비하시고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자리까지 내려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너와 사귀기를 원한다’ 그렇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셨단 말입니다. 우리에게 도저히 나타나실 수 없는 분이 그렇게 우리에게까지 나타나셨으니 우리가 할 일은 믿노라 하고 한마디 고백하는 것 그걸로 하나님께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고 나오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게 되고 알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예수 믿는다고 수고 많이 했죠? 그건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감사하면서 하나님을 위해서 더욱 충성하며 하나님과 귀한 사귐을 나누시는 우리 성도님들이 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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