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개천을 파야 물을 주시나?

효자제일교회 강도사:홍 순관

엘리사가 이스라엘 왕에게 이르되 내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당신의 부친의 선지자들과 당신의 모친의 선지자들에게로 가소서 이스라엘 왕이 저에게 이르되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여호와께서 이 세 왕을 불러모아 모압의 손에 붙이려 하시나이다 엘리사가 가로되 내가 섬기는 만군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내가 만일 유다 왕 여호사밧의 낯을 봄이 아니면 당신을 향하지도 아니하고 보지도 아니하였으리이다 이제 내게로 거문고 탈 자를 불러 오소서 하니라 거문고 타는 자가 거문고를 탈 때에 여호와께서 엘리사를 감동하시니 저가 가로되 여호와의 말씀이 이 골짜기에 개천을 많이 파라 하셨나이다 여호와께서 이르시기를 너희가 바람도 보지 못하고 비도 보지 못하되 이 골짜기에 물이 가득하여 너희와 너희 육축과 짐승이 마시리라 하셨나이다 이것은 여호와 보시기에 오히려 작은 일이라 여호와께서 모압 사람도 당신의 손에 붙이시리니 당신들이 모든 견고한 성과 모든 아름다운 성을 치고 모든 좋은 나무를 베고 모든 샘을 메우고 돌로 모든 좋은 밭을 헐리이다 하더니 아침에 미쳐 소제 드릴 때에 물이 에돔 편에서부터 흘러와서 그 땅에 가득하였더라 [개역, 열왕기하 3:13~20]

골짜기에 개천을 파라

북쪽 이스라엘에 아주 악한 아합 왕이 있었습니다. 악한 왕이었지만 아버지를 잘 만난 덕분에 나라는 상당히 부강했고 오랫동안 통치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범죄하고 하나님께 버림받은 여파로 속국이었던 모압이 배신을 합니다. 하나님께 버림받는다면 아무리 강한 나라도 넘어지기 마련입니다. 모압 왕이었던 메사가 조공을 거부하고 독립을 선언하고 나섰는데 아합 왕의 아들 여호람이 어떻게든지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남쪽 유다 왕 여호사밧에게 요청을 했습니다. 유다의 선한 왕으로 평가받은 여호사밧과 동맹을 맺고 유다의 속국으로 있던 에돔 왕과 연합해서 모압을 치러갔습니다.

문제는 세 나라 연합군이 대군을 이루어서 모압까지 먼길을 갔습니다. 모압 가까이 갔는데 골짜기에 물이 전혀 없는 겁니다. 대군을 이끌고 갔는데 물이 전혀 없다는 것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죠. 여호람 왕은 생각하기를 ‘하나님께서 우리 세 왕을 이곳에 불러 모아서 전부 벌을 주시려고 하는가보다’ 하는데 그래도 믿음의 사람이었던 여호사밧이 “하나님께 물어 볼만한 선지자가 없느냐?”고 하는데 묘하게도 엘리사가 따라갔던 모양입니다.

엘리사는 북쪽 이스라엘의 선지자였지만 이스라엘 왕 여호람은 하나님을 잘 섬기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자 엘리사가 이스라엘 왕에게 “내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합니다. “난 하나님의 선지자요 당신은 하나님을 섬기지 아니하고 우상을 섬기던 사람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신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는 거지요. ‘당신의 부친의 선지자들과 당신의 모친의 선지자에게로 가소서’ 이 말은 “여태까지 그렇게 우상을 섬기고 가짜 선지자 밑에서 그들을 섬기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 상황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거기에 가는 게 옳지 않겠느냐? 그리로 가라.”는 겁니다.

‘이스라엘 왕이 저에게 이르되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여호와께서 이 세 왕을 불러 모아 모압의 손에 붙이려 하시나이다’ 신앙이 별로 없는 사람이 위기 때나 다급해지면 하나님을 찾는 법입니다. 14절에 ‘엘리사가 가로되 내가 섬기는 만군의 여호와의 사심을 가리켜 맹세하노니 내가 만일 유다왕 여호사밧의 왕의 낯을 봄이 아니면 당신을 향하지도 아니하고 보지도 아니하였으리라’ 그러니까 여호사밧의 낯을 보아서 하나님에게 뜻을 물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더니 16절에 ‘여호와께서 엘리사를 감동하시니 저가 가로되 여호와의 말씀이 이 골짜기에 개천을 많이 파라 하셨나이다’ 골짜기에 개천을 파게 되면 구름도 없고 비도 없는데도 이 개천에 물이 가득찰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개천을 팠더니 이튿날 아침에 그 개천에 물이 가득하여 모두가 살게 되었더라는 것이 오늘의 본문 내용입니다.

그냥 골짜기에 물을 채우시면 안되나?

흥미로운 것은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신 분이고 못 이룰 것이 없으신 분이신데 꼭 개천을 파야 되느냐는 겁니다. 물을 주시려면 개천을 파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물을 공급하실 수 있는 분이 골짜기에 개천을 파라 하시고 그러면 거기에 물이 찰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때 그에 앞서 우리에게 뭔가를 하라고 하십니다. 그냥 물을 주시면 안될까요? 아니 왜 꼭 개천을 파라고 하셨을까요?

열왕기하 4장에 가난한 생도가 엘리사에게 찾아와서 빚을 호소합니다. “빚을 못 갚아서 어린아이들을 빼앗길 판인데 선지자께서 좀 도와주십시오.” 했을 때에 결국은, 가지고 있는 기름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그것을 팔아서 빚을 다 갚게 됩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붙어있어요. 기름이 많이 생겨나기 이전에 이웃집에 가서 그릇을 많이 빌려오라고 합니다. 빌려 온 그릇에 기름을 다 채웠더니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기름을 주시는 놀라운 일을 하시기 전에 그릇을 빌려오라고 하는 겁니다. 정말 그 집에 그릇도 없고, 무슨 독도 없고, 큰 솥도 없어서 그랬을까요? 아무 데나 그냥 채워주시면 되지 않을까요?

사르밧 과부도 비가 오지 않는 오랫동안 기름이 다 하지 않는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였습니다. 그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기 전에 요구받은 게 하나 있었죠? 마지막 남은 가루 한줌과 기름을 가지고 떡을 구워서 달라는 거죠. “아니 남은 것이라고는 이것 뿐인데 이걸 가지고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그런데도 그걸 달라는 거예요. 양심이 있다면 어떻게 그런 무리한 부탁을 다 합니까? 그런데도 그걸로 구워서 주었더니 줄지 않고 계속 그대로 있더라는 겁니다.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하나님께서 작은, 결과와 비교하면 작지만 사르밧 과부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걸 요구하셨습니다. 이런 예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성경을 찾아보십시오.

여호수아가 이끄는 백성이 요단강을 건너야 합니다. 요단강이 강둑에 넘쳐 흐르던 때였습니다. 이걸 건너가야 하는데 하나님은 ‘제사장이 여호와의 궤를 메고 언덕에 넘치는 그 강물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요단강 물이 끊어져서 너희가 마른 땅같이 건너가리라는 겁니다. 콸콸 넘쳐흐르는 강물을 마른 땅같이 건너가는 것은 엄청난 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궤를 메고 들어가라’는 겁니다. 이 제사장들은 태어나서 40년 동안 광야 생활만 했기 때문에 물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강둑에 흘러 넘치는 물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무서운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4명이 궤를 메고 들어가라고 하시는 겁니다.

우리는 이럴 때 어떻게 기도하죠? “하나님, 강물을 끊어주셔야 들어갈 것 아닙니까?” 하나님은 ‘먼저 발을 담그라’는 거예요. 발을 담궈야 물이 끊어진다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구조가 늘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불러서 너로 복의 근원이 되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갈대아 우르나 하란을 꼭 떠나야 합니까? 갈대아 우르에서 복의 근원이 되면 안됩니까? 복의 근원이 되는 놀라운 복을 허락하시기 전에 고향을 떠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믿음의 조상이 되기 전에 네 독자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라고 요구하십니다. 믿음의 조상이라는 놀라운 복을 허락하시기 전에 아들을 내놓으라고 하시는 겁니다. 물론 받아 가시려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시는 거죠.

예수님께서 앉은뱅이를 고치실 때 어떻게 고치십니까? 참 재미있습니다. 평생 일어나 본 적이 없는 앉은뱅이를 향하여서 ‘일어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여러분, 그게 예사롭게 보이십니까? 앉은뱅이가 그 말을 듣고 뭐라고 그러겠어요? 성질이 고약한 사람이라면 당장 이럴 겁니다. “일어나라구요? 태어나서 한 번도 일어나 본 적이 없는 나를 보고 일어나라구요? 스스로 일어날 능력이 있다면 여태 이러고 있겠어요?” 앉은뱅이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 말을 듣고 일어나 보겠다고 움찔거리는 순간에 일어났더라는 겁니다. 그냥 일으켜 세우신 것이 아니고 ‘일어나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 참 어렵지요? 부모님들은 과외도 시키고 억지로라도 “공부 안 하나!”고 그러면 다 잘할 것 같지만 학교에 있어본 제 경험으로는 공부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야, 이거 조금만 올리면 될 것 같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조금이 쉬운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고 등수를 조금이라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는 노력도 해요. 그런데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잠시 머리라도 식히려고 딴 짓을 한다 싶으면 “또 공부 안 하고?” 이런 고함부터 칩니다. 자칫하면 반발을 살 수도 있습니다 “누구는 하기 싫어서 안 합니까?” 힘드는 일입니다. 아이들은 이 소리를 참 싫어해요. “엄마는 날마다 나에게 공부해라는 소리말고 한 게 뭐가 있냐?”고 따집니다. 그것보다 더욱 심한 얘기가 앉은뱅이 보고 일어나라고 하는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앉은뱅이였다면 그 때 일어나 보겠다고 다리를 움찔거렸겠어요? 아니면 “태어나서 평생 일어나 서 본 적이 없는 나 보고 일어나라고? 지금 누구 놀리는 겁니까?” 하고 대들었겠어요?

하나님은 혼자 일하시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놀라운 역사를 행하시기 전에 꼭 요구하는 게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표현을 바꾸면 하나님께서는 단독으로 무언가를 하시기보다는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하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과 동역하지 아니하고 혼자서 다 하신 일은 천지창조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이 땅에 예수님을 보내시겠다고 하신 것도 하나님 단독으로 하신 일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실 때에는 수 많은 믿음의 조상들을 통해서 보내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일이든지 자신이 다 하시면서도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십니다. 이 땅에 독생자를 보내시고 예수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하신 것은 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인데 마지막 마무리를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믿으라’는 겁니다. 우리의 힘으로 ‘고백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다 하신 일이지만 우리 입으로 ‘믿는다’고 고백하라는 겁니다. 그 한마디의 고백을 듣고 하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마치 우리가 한 것으로 인정해주시는 겁니다.

복음이 전해지는 것도 성령께서 하셨고 하나님께서 다 하시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힘으로 전하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사람을 제쳐놓고 단독으로 사역하시기를 원치 않으신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하나님 편에서 본다면 하나님께서 하시려고 하는 일을 위해서 항상 사람을 준비시키고 준비시킨 그 사람을 통해서 역사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걸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하나님의 귀한 뜻을 이해하고 움직이는 사람이 없으면 하나님의 역사도 있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를 통해서 하나님의 역사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역사하실지언정 움직이지 않는 나를 통해서 역사하지는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물을 주시기 전에 골짜기를 파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 골짜기에 물이 가득 차서 모든 사람들이 죽지 아니하고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골짜기를 판 사람들의 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역사하시기 전에 사람들로 하여금 작은 일을 행하게 하시고 그것을 근거로 역사하십니다. 일은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일할 만한 핑계거리, 표현이 참으로 이상합니다마는 무슨 건더기라도 있어야 역사하십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교제를 원하셨다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배를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배 만들 능력이 없어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씨를 보전할 능력이 없어서 노아에게 배를 만들라고 하십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도하라는 것은 우리가 기도하지 않으면 역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능력 없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기도 없이도 하나님께서 모든 일을 다 하실 수 있는 분이 우리 보고 기도하라는 거예요.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면서 우리에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다. 그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일을 이루십니다.

우리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그 분이 일하기 전에 우리에게 이 작은 것을 요구하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목적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짐승과 다르게 만드셨고 다르게 취급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대하실 때 마치 짐승에게 밥 주듯이 하시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짐승이나 가축에게 밥 줄 때는 시간 맞춰서 적당한 양을 주면 끝입니다. 거기에는 교제라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대하실 때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뭔가를 이루시려고 할 때 먼저 작은 것을 요구하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실 때에 교제의 대상으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일주일이나 한 달에 얼마를 주기로 정해 놓았다 칩시다. 때가 되면 아이가 용돈 달라고, 세금 받듯이 달라고 하는 것과 아무 말 없어도 때가 되면 부모가 챙겨주는 것과 비교해 보십시오. 어떤 경우에는 달라는 소리도 안 합니다. “정해 놓았으니 때가 되면 주겠지...” 하고 가만히 있으면 주는 사람이 재미가 좀 없어요. “저 자식이 달라고 할 때까지 기다려 볼까?” 기다려 보아도 달라는 소리 끝내 안 하면 어떡합니까? 안 줘요? 그래도 줘요. 주긴 주는데 재미가 좀 없어요.

그런데 때가 되면 마치 세금쟁이가 세금 받으러 온 것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는데 “야, 맡겨놓았냐?” 이러면서도 차라리 그게 나아요. 용돈이라는 걸 매개로 해서 부모와 자식간에 교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때가 되면 통장에 입금하듯이 넣어주면 부자간에 아무런 교제가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든지, 우리를 통해서 뭔가를 이루시면서도 중요한 것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이런 일들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입니다.

며칠 전 신문에 우리나라 휴전협정에 관한 기사 중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휴전협정에 싸인하는데 7분 걸렸답니다. 아무런 느낌도 없어요? 집을 사고 팔 때에 매매계약서 써 보신 적 있습니까? 얼마나 걸려요? 집을 사고 팔기로 하고 낯선 사람과 만나서 계약서 한 장 쓰는데 7분 만에 될까요? 안됩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에 통성명이라도 하고 어디서 사시고, 어쩌고 저쩌고 얘기도 좀 오간 다음에 “자, 이쯤하고 씁시다.” 쓰는 데도 한참 걸려요. 쓰고 난 다음에 흔히 하는 말로 “이것도 인연인데 한 잔 하고 갑시다.” 이러면 30분 넘어가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하물며 두 나라가 전쟁을 하다가 중지하고 서명을 하는데 7분밖에 안 걸렸다면 분위기가 얼마나 냉랭했을 건지 생각해 보십시오. 필요한 문구 미리 다 써 놓고 싸인하고 목례조차 없이 그대로 헤어졌다는 뜻입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교제란 전혀 없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여러분들이 하나님께 기도하지도 아니하고, 요구하지도 아니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필요를 딱딱 채워주신다고요? 하나님께서는 여러분과 그런 관계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이유가 사람과 교제하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자동화된 닭장 속의 닭에게 모이 주듯이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이런 관계를 원하시는데 하나님보다 더한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월급만 타다주면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이 간혹 있죠? 아내에게 생활비 잘 갖다주고, 아내는 밥만 잘 먹여주면 부부로서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느냐? 밥 주고 생활비 주었으면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느냐?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부자간에, 부부간에 교제가 없는 상태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것입니다. 월급을 타다 놓고 최소한 “많이 못 벌어서 미안하다.”던가 “참으로 수고 많았다.”던가 이런 교제가 있어야 합니다. 적든 많든 주신 하나님께 함께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인 된 우리 만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먹는 것,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 이런 것이 부부사이의 교제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부부싸움의 근거가 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먹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생활하는 이런 것들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을 매개로 해서 부부사이에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는 그것이 관계를 증진시키는데 보탬이 되는 게 아니고 싸움의 주원인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하실 수 있는 그 분이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시는 것은 이 일을 통해서 하나님을 좀 더 알고, “하나님께서 날 위해서 이렇게 역사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것을 체험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밭에서 곡식단을 묶다가 흘리거든 그것을 주워오지 말라고 합니다. 고아와 객과 과부를 위해서 그럽니다. 추수를 하다가 이삭을 흘리면 그것도 그냥 두라고 합니다. 가난한 자가 와서 이삭 줍는 것을 위해서 그냥 두라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추수를 하면서 일부러 뽑아서 흘리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왜 그렇게 돕습니까? 깨끗하게 거두어서 추수해서 돕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이삭을 알뜰살뜰 다 긁어모으지 말고 또 추수하면서 좀 흘리라고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위하는 면도 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얻어먹는 것보다 밭에 가서 당당하게 노력하고 벌었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그렇게 하라는 것이죠. 하나님께서 인간의 심리나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제도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시려고 하시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역사 하시기 전에 우리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십니다.

사도 바울이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지만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라’는 얘기를 합니다. 여러분, 물 주는 이는 무엇이며 심는 이는 무엇입니까? 자라는 이가 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러니까 자라게 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시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일을 다 하시는 겁니다. 그럼에도 심는 자가 필요하고 물 주는 자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와의 아름다운 관계를 위해서 일을 조금 어렵게 하시는 겁니다.

작은 순종이 엄청난 역사를 이룬다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과 하나님이 하는 일을 비교해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골짜기에 개천을 파는 일과 골짜기 개천에 물을 채우는 일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골짜기에 개천을 파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기 물을 채우는 것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엄청난 일입니다. 앉은뱅이가 일어나려고 몸을 움직이는 것은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작은 일입니다. 그러나 일어나게 하는 것은 비교가 안될 만큼 큰 일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전토나 집을 버리면 몇 배나 얻습니까? 예수님께서 백배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을 위해 집 한 채를 헌신하면 몇 채요? 백 채를 주신다고요? 그만하면 만족하십니까? 사실은 집 백 채보다 더 큰 영생이 따라옵니다. ‘핍박을 겸하여 받고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마가복음 10:30)’ 이 땅에서 백배는 별 것 아닙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집을 한 채 바치면 얼마를 얻을 것인지 그걸 계산하고 계시면 참 곤란합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것과 비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영생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영생에 비하면 집 백 채라는 것은 작은 겁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지극히 작은 겁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은 너무나 엄청난 것입니다. 제사장들이 요단강 물에 발을 디딥니다. 발 디디는 것은 제사장들이 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그 엄청난 물을 끊어버리는 거죠. 나아만 장군이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은 문둥병을 낫게 한 일입니다. 도무지 불가능한 일을 하시면서 나아만에게 요구한 건 뭡니까? 요단강에 가서 일곱 번 씻으라는 것입니다. 어렵습니까? 아니 큰 일입니까?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강물에 일곱 번 씻는 것이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 될 것 아니에요? 작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로 인해서 주어진 하나님의 복은 비교할 수 없도록 큰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힘들고 어려워 보여도 그렇게 큰 것이 아닙니다. 작은 것을 하나님께 드릴 때에 하나님께서 큰 것으로 역사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작은 것입니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작은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나아만 장군이 얼마나 거들먹거리면서 갔습니까? ‘내가 가면 선지자가 쫓아 나와서 기도하고 고쳐줄 줄 알았는데 내다보지도 않고 건방지게 요단강에 가서 씻으라? 우리나라에 요단강보다 못한 강이 없단 말이냐?’ 그렇게 생각하면 선지자의 요구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소경더러 실로암에 가서 씻으라고 그럽니다. 실로암에 가서 씻는다고 이게 나을 거냐? 그렇게 생각하면 순종하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앉은뱅이 보고 일어나라고 합니다. 일어나려는 것도 마음먹기 나름이지만 “내가 일어나고 싶어서 몸을 움직여 본 적이 한 두 번인 줄 아십니까?” 그렇게 마음먹는다면 일어나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일 수 있습니다. 본인에게는 그래요.

예수님께서 혹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고 하는 일에 비교하면 내 노력은 너무나 작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에게는 너무나 엄청난 일이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깨야 합니다. “이건 너무나 큰 장애물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합니다. ‘이건 너무나 큰 장애물이고 불가능한 일이다’라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 내 생각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나는 너희에게 정말 작은 걸 요구했다.”고 하십니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작은 것을 요구하시고 큰 걸로 갚으신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니까 작은 걸로 보이죠? 그런데 그것이 자신에게 적용될 때는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일 수는 있습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내가 이걸 참을 수 없어.’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발짝 물러나서 하나님의 시각으로 다시 보면 가벼운 일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대접해야지!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 전에 늘 작은 걸 요구하셨는데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 어떤 작은 것을 드려야 할 지 생각해 보십시다. 하나님께서 복 주시기 전에 무언가를 요구하는 대표적인 구절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말씀인데 그 앞 부분에 무슨 구절이 있죠?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앞에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것은 하나님께 뭔가를 구하기 전에 우리가 행할 작은 일, 곧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입니다. 교회를 위해서, 하나님을 위해서 뭔가를 행하기 전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때로는 믿음이 너무 강해서 만용에 가까울 정도의 용기를 부리는 경우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종종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신앙이 아닌 만용인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나님을 믿고 용기를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 생각없이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는 얘깁니다.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분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내가 희생하고 나를 하나님께 드리는 건지 아니면 내 생각대로 나의 이익을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일을 저질러 버리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을 여러분의 성공의 수단으로 쓰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니까 믿고 함부로 카드 막 긁어요?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우리가 행할 일이 아닙니다. 성경은 오히려 그 분을 거룩히 여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대접하라고 말씀하시죠? 여러분이 대접받고 싶습니까? 먼저 대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대접해야 할 분은 누구입니까?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모시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대접하라는 얘기죠. 그래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전쟁을 준비하는 자는 전쟁을 치르기 전에 면밀히 따져서 이길 수 있는지를 계산한다’고 하셨습니다. ‘망대를 세우는 자는 미리 예산을 잘 짜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뭘 원하시는지를 면밀히 생각해 보고 작은 것을 드릴 때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역사하십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역사하시도록 우리가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때때로 엉뚱한 믿음을 가지신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지켜주신다는 것을 확신하고 난폭운전을 마구 해 댑니다. 졸음운전도 사양 안 합니다. 개업하고 문만 열어 놓고 예배만 드리면 손님들이 왕창 모입니까? 중요한 것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면밀하게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은 우리의 동역자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동역하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런데 그 분의 뜻과 동역자라는 놀라운 신분을 망각하고 내 마음대로 한다면 그건 신앙적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작지만 지혜로운 순종을 통해서 위대한 역사를 이루자

사도 바울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로마서 1장에서부터 11장까지 다 말씀하신 후에, 12장부터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합니다. 바울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지혜롭게 생각하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롬 12:2-3).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고 하나님께서 무얼 원하시는지를 생각도 아니하고 무조건하고 믿습니다 하고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서 역사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관계없이, 사람과 관계없이 혼자서 무슨 일이든지 하시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 분이 우리를 통해서 역사를 하겠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와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기를 원하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내가 너희의 하나님이요 너희를 돌아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하십니다. 말을 바꾸면 너는 나의 백성이고 너는 내 백성이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죠.

여러분 각자에게 하나님을 위해서 ‘해야겠다’ 싶은 일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을 이루는 데는 힘들고 어렵고 때로는 몹시 인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면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도저히 불가능하겠다 싶어도 내가 보기에 그럴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그것이 때로는 작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일을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한 엄청난 일을 나의 이 작은 희생을 통해서 이루십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작은 걸 요구하십니다. 내가 보기에 아무리 크고 힘들고 어렵다 싶어도 지난 후에 돌아보면 작은 것입니다.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이 작은 걸 요구하시고서 큰 것으로 채우시는 분이십니다. 물을 채우시기 전에 개천을 파라고 하셨습니다. 개천을 파는 일은 작은 일입니다. 개천을 파라는 작은 명령은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하나님께서 하시겠다는 약속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다른 것 걱정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뭘 원하시고 하나님께서 내게 뭘 요구하시는지를 늘 고민하고 찾고, 그 말씀대로 사시는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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