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유전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다윗이 가로되 사울의 집에 오히려 남은 사람이 있느냐 내가 요나단을 인하여 그 사람에게 은총을 베풀리라 하니라 사울의 종 하나가 있으니 그 이름은 시바라 저를 다윗의 앞으로 부르매 왕이 저에게 묻되 네가 시바냐 가로되 종이 그로소이다 왕이 가로되 사울의 집에 남은 사람이 없느냐 내가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베풀고자 하노라 시바가 왕께 고하되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있는데 절뚝발이니이다 왕이 저에게 묻되 그가 어디 있느냐 시바가 왕에게 고하되 로드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 있나이다 다윗 왕이 사람을 보내어 로드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서 저를 데려오니 사울의 손자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이 다윗에게 나아와서 엎드려 절하매 다윗이 가로되 므비보셋이여 하니 대답하되 주의 종이 여기 있나이다 다윗이 가로되 무서워 말라 내가 반드시 네 아비 요나단을 인하여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내가 네 조부 사울의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먹을지니라 저가 절하여 가로되 이 종이 무엇이관대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 왕이 사울의 사환 시바를 불러서 이르되 사울과 그 온 집에 속한 것은 내가 다 네 주인의 아들에게 주었노니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종들은 저를 위하여 밭을 갈고 거두어 네 주인의 아들을 공궤하라 그러나 네 주인의 아들 므비보셋은 항상 내 상에서 먹으리라 하니라 시바는 아들이 열다섯이요 종이 스물이라 시바가 왕께 고하되 내 주 왕께서 온갖 일을 종에게 명하신 대로 종이 준행하겠나이다 하니라 므비보셋은 왕자 중 하나처럼 왕의 상에서 먹으니라 므비보셋에게 젊은 아들 하나가 있으니 이름은 미가더라 무릇 시바의 집에 거하는 자들은 므비보셋의 종이 되니라 므비보셋이 항상 왕의 상에서 먹으므로 예루살렘에 거하니라 그는 두 발이 다 절뚝이더라 [개역, 사무엘하 9:1~13]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받아서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때로는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더 잘 먹고 잘 살고, 복은 더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대단히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좀 불합리해 보이는데,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아담이 범죄한 이후로 어느 범위 내에서 사탄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회복시키시겠지만 그 때까지는 불합리해 보이는 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그 때까지는 이런 불합리해 보이는 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본문을 보면서 이런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인생유전이라면 ‘돌고 도는 인생’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죠. 옛날에 유행했던 노래가 하나 생각이 납니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란 게 있었죠. 지금은 못나고 형편없지만 언젠가 나도 한번 볕들 날이 있을 것이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듯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이란 것과 오늘 이 본문이 말하는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을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비록 이 땅에서 어렵고 힘들게 산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용기를 잃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를 받으며 이 어려운 땅을 즐겁게 살 수 있음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본문에 이름도 별로 좋지 않은 시바란 인물이 있고 또 므비보셋이라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원래 시바는 사울의 종, 신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울 왕이 죽고, 얼마 후에 사울의 가문이 완전히 무너지고 나라는 다윗에게로 넘어가버렸습니다. 왕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일부는 지하로 숨어들기도 했을 때입니다. 그러자 시바가 왕족들의 재산 일부를 자기가 가로채서 제법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10절에 보시면 아들이 열 다섯이고 종이 스물이었습니다. 참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를 누리기까지는 절름발이 므비보셋을 방패막이로 삼지 않았을까요? 왕의 후손을 보호한다면서 한쪽에 유배시키다시피 가둬 놓고 재산을 차지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므비보셋이 있었던 지명이 4절에 ‘로드발’ 입니다. 히브리 단어도 조금씩 아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히브리 글자에 ‘로’는 부정어입니다. 로암미 로루하마 가장 대표적인 말이죠. ‘내 백성이 아니다’를 로-암미라 하고,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받지 못한다’는 뜻에서 로-루하마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로-드발이란 말도 ‘드발’이 없다는 뜻입니다. 드발은 목초지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유목민에게 풀이 없다는 것은 아무 쓸모없는 땅이란 뜻입니다. 므비보셋이 머물러 있던 곳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목초지가 없는 땅’ 그러니까 아주 황폐한 곳이란 의미입니다.

황폐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 두 발을 쓰지 못하는 므비보셋을 숨겨놓았거나 아니면 반 강제로 유배시켜 놓았을테죠. 아마 공갈도 좀 쳤을 겁니다. 옛날에 왕이 바뀌었다는 것은 전 왕의 후손들은 자칫 잘못하면 다 죽는 겁니다. “네가 숨어 있다는 것을 왕이 알기만 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꼼짝하지 말고 숨어 있어라.” 므비보셋은 자기가 속는 줄도 모르고 감지덕지하면서 그 황량한 곳에 숨어 있었을 것입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마는 바닷가에서 우리교회 어느 집사님이 아주 지능적으로 옆에 있던 분에게 물을 먹였습니다. 당하는 분은 물에 빠진 자기를 건져주는 줄로 알고 바닷물 먹어가면서도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던 분이 지금 여기 있어요. 알아야 안 당하죠! 므비보셋은 깊은 산골에 갇혀서 시바가 자기를 도와주는 걸로 알고 감사하면서 거기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시바는 잘 살고 있었습니다. 혼란기에 잔재주를 부려서 벼락 출세하거나 떼돈을 버는 사람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은 돈을 잘 못 번다고 말하죠? 그러나 정직하고 부지런하면 돈은 벌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혼탁하고 어렵다 해도 부지런하고 정직하면 돈은 벌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나옵니까? 그 때 말하는 돈은 떼돈을 말합니다. 정상적으로 노력해서 착실하게, 꾸준하게 버는 돈이 아닌 한꺼번에 어떻게 왕창 벌 수 있는 그런 돈을 말하는 거예요. 우리는 떼돈을 벌려고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한탕주의가 너무나 만연하고 있는데, 버려야 합니다.

혹시 복권사고 싶은 분 계세요? 아니, 로또 열풍이 부는데 복권 사신 적 있으세요? 그리스도인들은 그것이 전혀 남의 일이어야 합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여러분에게 떼돈이 생기거나 벼락출세하는 일이 생기거든 받으십시오. 다만, 이건 내 것이 아니므로 남을 위해서, 혹은 선한 일에 써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복권 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살 생각도 하지 마시고 어디서 막대한 재산이라도 굴러 떨어지기를 바라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노력하고 벌지 않은 돈은 떼돈이 들어온다 해도 결국 자기 것이 안됩니다. 복권만이 아니라 운동선수들이 젊을 때 떼돈을 벌어서 말년까지 행복하게 산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자신이 착실하게 노력하지 아니하고 부모가 막대한 재산을 물려줬을 때 자식들은 거의 대부분 그것들을 지켜내지 못합니다.

유명한 어느 교수님께서 큰 회사에 강의하러 갔더니 자기 봉급의 몇 배 되는 강사료를 주더랍니다. 그걸 받아들고 “여러분들이 이렇게 대학교수를 망쳐서 되겠습니까? 한 번 강의하러 내려오니까 봉급의 몇 배를 주는데 대학교수가 밤낮없이 연구할 생각을 하겠어요? 어디 강의할 자리 없나 싶어서 찾아다니겠어요? 여러분들이 감사해서 주는 강사료일는지 모르지만 이런 막대한 강사료가 대학교수를 망칩니다. 다시는 나를 부르지 마시오.” 그러고 갔다는 거죠. 쉽지 않습니다. 그냥 들어오는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분명히 할 것은 떼돈이나 내가 노력한 것 이상의 큰 돈이 내게 들어오는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도 마시고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그런 것을 바라고 있지요.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꾸준하게 노력하고 정직하게 힘써서 차곡차곡 벌어가면서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겁니다.

시바는 영 거꾸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다윗에게 불려갑니다. 왕에게 갔더니 대뜸 한다는 얘기가 “사울의 집안에 남은 사람이 없느냐?”고 묻는 겁니다. 사울의 집안에 남은 사람? 내가 숨겨온 므비보셋이 있는데 있다고 말해야 되나, 없다고 말해야 되나? 잠시 고민이 되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왕의 질문에 없다고 말할 수 없겠죠. 그래서 한 사람 있기는 있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대답이 좀 시원치 않습니다. 3절을 보세요. ‘사울 집에 남은 사람이 없느냐 내가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베풀고자 하노라 시바가 왕께 고하되...’ 그 다음 말 보세요. 냄새가 나요.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있는데 뭐라고 하죠? ‘절뚝발이니이다’ 아니, “하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될 일이지 절뚝발이라는 소리는 왜 할까요?

여러분, 지금은 우리가 장애인도 같은 인격으로 대우해야 된다고 하지만 그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장애인은 사람 대우를 못받았습니다. 절뚝발이를 찾아서 뭐에 쓰시겠습니까?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찾지 마세요. 이런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므비보셋이 다윗 왕에게 부름을 받으면 시바 자신에게 좋지 못한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라는 낌새를 채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아 뭐하시겠어요? 쓸모없는 인간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므비보셋이 다윗에게 불려 오는 순간에 시바는 그동안 그가 누리고 있었던 모든 부와 재산과 지위를 다 잃어버립니다. 다시 종의 신세로 전략하고 맙니다. 9절을 보세요. ‘왕이 사울의 사환 시바를 불러서 이르되 사울과 온 집에 속한 것은 내가 다 주인의 아들에게 주었노니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종들은 주인을 위하여 밭을 갈고 거두어 네 주인의 아들을 공궤하라’ 다시 종의 위치로 가게 됐죠? 인생이 완전히 곤두박질친 겁니다. 어떻게 본다면 이건 사필귀정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을 시바가 잔꾀를 부려서 누리고 있었지만 시바 자신에게는 얼마나 원통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가 이걸 차지하기 위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고 애를 썼는데 이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다니... 잔꾀로 요령껏 쌓은 것은 무너질 때가 되면 한꺼번에 무너져 버립니다. 부정하게 쌓은 재산도 무너질 때는 한꺼번에 무너집니다.

정직하게 차곡차곡 쌓지 않은 부는 무너질 때 완전히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이 바뀌면 그 이전에 많이 누리고 누렸을수록 고통도 그만큼 더 커집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이 땅에서 큰 소리치며 멋지게 살던 사람이 쫓겨나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바깥 어두운 가운데서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가지입니다. 이를 가는 겁니다.

여러분, 이 땅에서 하나님 알지 못하는 저들이 어떻게 저렇게 하는 일마다 잘 되느냐? 너무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언젠가 쫓겨날 때 바깥 어두운 데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를 가는 일밖에 없습니다. 시바의 처지를 한 번 보세요 정말 떵떵거리며 많은 아들이 있었지만 이 아들들이 어느 순간에 전부 므비보셋의 종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시바로서는 너무나 원통한 일인지 모르지만 사실은 극히 정상입니다. 아담이 범죄한 이후에 이 땅에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영락없이 이 시바의 삶을 닮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위로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반면에 므비보셋은 어릴 때 왕자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 사울이 왕이요, 아버지 요나단이 왕자였는데 므비보셋이 다섯 살 때에 사울 왕과 아버지 요나단이 블레셋과 싸우다가 죽었습니다. 전쟁에 지자 유모가 이 아이를 안고 도망가다가 떨어뜨려서 두 다리를 다 못쓰게 되어버렸습니다. 나중에 삼촌이 왕이 되어서 몇 년 동안은 평안하게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얼마 후에 삼촌이 암살되자 다윗을 피해서 방금 말한 이 로드발에 숨어서 살았죠. 재산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을 겁니다. 목숨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을지도 모르죠.

시바가 재산을 다 가로챘지만 어쩌면 므비보셋은 자기 재산을 빼앗겼다는 사실조차도 모른 채 목숨만 부지하고 사는 것을 고맙게 여기며 살았을런지도 모릅니다. 므비보셋이 살아 있다는 걸 다윗도 알지 못했으니까요. 사실은 다윗이 요나단을 생각했더라면 더 일찍 므비보셋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주변에 싸워야 할 적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일 겁니다. 주변에 있는 적들을 다 제압하고 나라를 안정시켜 놓고 나니까 문득 옛날에 요나단과 맺었던 언약이 생각난 겁니다. ‘후손들을 꼭 지켜달라’고 한 부탁이 생각나서 그제서야 요나단의 후손 중에 남은 사람을 찾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겨우 찾아낸 사람이 므비보셋입니다.

므비보셋이 다윗을 만난 이후에 얼마나 변했나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거리입니다. 다윗이 찾는다는 말을 아마 시바를 통해서 들었겠지요. ‘다윗 왕이 널 찾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 므비보셋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7절을 봅시다. 므비보셋이 다윗 앞에 나왔을 때에 다윗의 첫 마디가 ‘무서워 말라’ 입니다. 왕조가 바뀌었는데 전왕의 후손이 설마 좋은 대접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거죠.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다윗이 알고 두려워 말라고 말합니다. ‘내가 반드시 네 아비 요나단을 인하여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내가 네 조부 사울의 밭을 다 네게 도로 주겠고 또 너는 항상 내 상에서 먹을지니라’고 합니다.

내 상에서 먹는다는 것이 무슨 말이에요. 내 상, 누구의 상입니까? 왕의 상이죠. 왕의 상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왕의 가족입니다. 그러면 므비보셋이 왕의 가족이 되었다면 왕자일 수밖에 없죠. 두려워 말라고 한 다음에 므비보셋을 왕자처럼 대우해 준 겁니다. 로드발이라는 황량한 곳에 유배되어 있는 둥 마는 둥 한 므비보셋이 다윗의 부름을 받고 나간 순간에 신분이 왕자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재산을 다 찾은 것은 거기에 비하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므비보셋이 나중에 재산을 다 잃어버릴 상황에 처합니다. 그 때 “재산은 시바에게 다 주십시오.”라는 말을 합니다. 므비보셋에게 있어서 재산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적한 곳에 숨어서 몰래 살아야 했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왕자의 신분을 회복하고 왕의 궁에서 왕과 함께 살게 되었다는 자체가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이 두 사람의 생애를 비교하며 정돈을 해 보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인생유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돌고 돌다가 결국은 예전의 본래의 위치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본래 위치로 돌아가게 된 원인이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하면 다윗 때문입니다. 다윗의 신실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요나단과의 우정을 생각하고 요나단의 후손을 찾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죠. 사무엘상 20장 13절부터 봅시다.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하고 다윗은 도망가는 상황입니다. 그 때 왕자는 요나단입니다. 그러니까 요나단은 다음 왕이 될 사람입니다.

다음 왕이 될 사람이 아버지가 죽이려고 하는 다윗을 향해서 ‘그러나 만일 내 부친이 너를 해하려 하거늘 내가 이 일을 네게 알게 하여 너를 보내어 편안히 가게 하지 아니하면 여호와께서 나 요나단에게 벌을 내리시고 또 내리시기를 원하노라’ 요나단이 경쟁자가 될 다윗을 살려주기 위해서 목숨을 거는 것입니다. 그 다음 보세요. ‘여호와께서 내 부친과 함께 하신 것 같이 너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니 너는 나의 사는 동안에 여호와의 인자를 내게 베풀어서 나로 죽지 않게 할 뿐 아니라 여호와께서 너 다윗의 대적들을 지면에서 다 쓸어버리신 때에도 너는 네 인자를 내 집에서 영영히 끊어버리지 말라’ 여기에 다윗의 대적은 자기 아버지도 포함됩니다. 적어도 요나단이 이 상황에서 이 말을 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입니다.

17절을 볼까요? ‘요나단이 다윗을 사랑하므로 그로 다시 맹세케 하였으니 이는 자기 생명을 사랑함같이 그를 사랑함이었더라’ 누가 누굴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요나단이 다윗을 자기 목숨 사랑하듯이 사랑하면서 이런 부탁을 남겼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그 말대로 요나단과 사울은 다 죽었고 다윗은 주변의 모든 민족들을 평정하고 나라를 든든한 반석 위에 세웠습니다. 그때 옛날 요나단과 약속했던 그 약속을 생각해 내고 므비보셋을 찾은 것이죠. 다윗의 이 신실함 때문에 뒤집어졌던 상황이 바르게 돌아갔습니다.

다윗이 등장함으로 모든 불합리한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간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불합리한 세상이, 우리 눈에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을지라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에는 모든 것들이 바르게 될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우리가 가졌던 억울함이나 분함이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현실이 좀 어렵고 답답하고 괴롭더라도 현실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조금 물러나서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면서 그리스도께서 이 모든 것을 회복시키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다윗의 나라는 여러 면에서 메시야의 왕국을 나타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위가 영원하리라는 약속을 합니다. 다윗의 왕위가 영원하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다윗의 나라는 다른 주변 국가들에 비하면 굉장히 길었지만 결국은 끊어졌습니다. 영원할 것이라고 하는 다윗의 왕위란 앞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의 왕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메시야의 나라는 영원할 것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 본문 속에서 메시야의 나라가 어떠할 것인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메시야의 나라는 시바입장에서 본다면 심판의 나라입니다. 좋은 말로 표현한다면 공의로운 나라, 의로운 나라이지만 시바에게는 심판의 나라이기도 합니다. 시바가 볼 때는 어떻게 이렇게 억울할 때가 있으며, 어떻게 이렇게 답답한 일이 있을 수가 있느냐고 말할 것입니다. 이 땅에 하나님을 알지도 못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그들이 언젠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비명을 지를 날이 올 것입니다. 메시야의 나라는 공의로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공의롭다는 말은 시바에게 있어서는 가장 불행한 말입니다.

반면에 므비보셋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나라, 메시야의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므비보셋이 볼 때 이 나라는, 다윗의 나라는 정말 은혜로운 나라입니다. 모든 것이 은혜일 수밖에 없는 나라가 다윗의 나라요, 메시야의 나라입니다. 므비보셋이 왕자가 되고 큰 복을 누리기 위해서 므비보셋이 한 일이 뭡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못했던 일이 므비보셋에게 일어났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주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선물이라고 말하고 은혜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한 일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하나 있습니다. 므비보셋이 한 일이 있다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두려워 떨면서 다윗에게 나아온 것 뿐입니다. 그것도 일이냐고 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마는 왕이 찾는다는 그 말을 듣고 너무나 놀래서 내가 지금 붙잡혀 가면 얼마나 혹독한 고초를 당할지도 모르니 가서 고초를 당하느니 에라 미리 죽어버리자. 죽어버릴 수도 있을텐데 죽지 아니하고 왔으니 큰 일(?) 한 것 아닙니까? 두려워 떨며 다윗에게 나아온 이것이 므비보셋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주어진 복은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은혜고 선물입니다.

우리의 구원이라는 것이 이와 같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혹시 교회를 처음 나오거나 예수를 믿음으로 해서 내게 놀라운 복이 있을 것을 알고 예측하고 나오신 분은 아마 없을 거예요. 별 생각없이 그저 끌려서, 그냥 체면 때문에 한 번 가본 것이 어쩌면 교회에 나온 첫발걸음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정도만 해도 므비보셋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구원을 얻기 위해서 행한 노력이 뭡니까? 여러분 입으로 예수를 믿는다고 시인하고 여러분들이 교회를 열심히 섬기고 다니시지 않았습니까? 새벽기도 나오랴, 예배시간마다 출석하랴, 교회 일 뒤에서 돕는 것 다 한 번 모아보세요. 그동안 교회를 얼마나 섬기셨는지.

전에 있던 교회에서 어떤 집사님을 만나서 같이 공부하게 되었는데 낯이 익지 않았습니다. “이 교회를 얼마나 다니셨어요?” 하니까 20년 다녔대요. 20년을 다녔는데 왜 제게 안면이 없지요? 전 40년 가까이 다녔는데? 그러자 그 분 하는 얘기가 2주에 한 번씩 갔으니까 20년이면 500번 되네요. 500번요? 엄청나게 갔죠?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교회에 출석한 것을 계산해보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하나님이 뭐라고 그러실까요? “아담이 범죄한 이후로 너희를 구원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구원역사를 이루시기 위해서 내가 한 일이 얼마인지 네가 아느냐? 하나만 얘기할까? 내 아들을 죽였노라”고 말하면 우리가 열심히 계산한 게 어떻게 되죠?

우리가 했다고 하는 많은 일도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교회를 몇 년간 다니며 얼마나 헌신하셨습니까? 30년, 40년요? 꽤 돼죠? 하나님께서 뭐라고 하시겠어요? 내가 너희를 구원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한 지가 벌써 몇 천년인데? 우리끼리 비교해보면 고생도 많이 했고, 일도 많이 하셨지만 하나님께서 하신 일에 비교하면 우리는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어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애쓴 것을 므비보셋에게서 표현을 빌린다면 ‘두려워 떨며 왕에게 나아온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구원이 우리가 힘쓰고 애써서 얻은 것이 아니라, 우리는 알지도 못했고, 기대하지도 않았고, 우리 능력으로 되지도 않을 선물을 받은 것입니다.

마가복음 14장에,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위한 상을 다 준비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입만 가지고 와서 숟가락, 젓가락만 들면 되는 만찬이었는데 우리의 구원이 꼭 그와 같습니다. 그 상에 차려져 있는 떡과 포도주도 예수님께서 친히 차리신 것입니다. ‘받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그 상에 올려놓은 음식마저도 예수님의 몸이요 피라고 말씀하시는 그런 잔치에 제자들은 숟가락만 들고 먹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 만찬에서 “숟가락이 무겁네, 짧네, 아니면 맛있는 반찬이 있니, 없니...”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받은 구원이 이와 같습니다. 메시야 왕국의 중요한 특징 한 가지는 내 노력으로, 내가 많이 애쓰고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메시야 왕국의 또 한가지 중요한 특징은 ‘잃어버린 모든 것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므비모셋은 재산을 회복하게 되었고 지위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에덴동산에서 잃어버린 모든 것이 메시야 왕국에서는 회복될 것입니다. 본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므비보셋은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지만 정말 쓸모있는 유익한 인간으로 변했다는 사실입니다. 3절에 ‘절뚝발이니이다’라는 표현이 있었죠? 이 말은 ‘쓸모없는 인간입니다. 찾아서 뭐하시겠습니까?’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13절에 보면 제일 끝에 ‘두 발이 절뚝이었더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저자가 절뚝발이에게 무슨 원한이 있습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맨 끝에 이런 표현을 왜 붙여놓았을까요? 없어도 될만한 이야기를, 이제 왕자의 자리에 올라간 므비보셋의 이야기에 하필이면 이 한마디를 붙여 놔야 무슨 직성이 풀릴 일이 있느냐는 말입니다.

두 발이 절뚝이어서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이었지만 그에게 다윗이 풍성한 은혜를 주었더라는 겁니다. 바로 그 앞 12절에 ‘므비보셋에게 젊은 아들 하나가 있으니 이름은 미가더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미가가 나중에 큰 일가를 이루어서 다윗의 나라에 귀한 일꾼들이 많이 탄생하게 됩니다. 후손이 번성해서 훌륭한 용사들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12, 13절은 그냥 붙여놓은 게 아니고 ‘이 쓸모없는 인간같은 므비보셋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고 이 아들을 통해서 이 나라에 아주 크게 공헌하게 되었다’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지위도 회복되고 재산도 회복이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쓸모없는 인간이 아주 요긴한 인간으로 변했더라 그것이 메시야 왕국에서 이루어질 일이라는 뜻입니다.

13절 중간쯤에 ‘예루살렘에 거하니라’는 말이 나오죠? 왕자가 되고 왕의 상에서 밥을 먹으면 당연히 예루살렘에 거하는 것 아닙니까? 그 정도야 말 안 해도 알 것 아니에요? 너무나 당연한 말을 왜 할까요?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을런지 몰라도 므비보셋에게는 예루살렘에 거하는 것이 감격 그 자체입니다. 전에는 로드발에 거했죠? 아무도 찾지 않는, 인적이 드문, 그 황량한 로드발에 살던 므비보셋이 예루살렘에 거하니라. 이것은 대단한 감격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살아도 이 땅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황량한 로드발과 같은 땅입니다. 우리 주님 다시 오시는 그 날 우리는 새 하늘과 새 땅에 거하게 될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이 메시야의 왕국에서는 우리가 전부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버려진 것 같은 므비보셋이 갑자기 왕자가 된 것처럼 이 땅에서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이나 우리를 존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할지라도 그 메시야의 왕국에 들어가면 우리는 왕자요, 하나님의 아들 딸로서 생활하게 될 것임을 보여줍니다. 므비보셋이 왕에게 나아올 때 자신을 가리켜서 뭐라고 표현하는지 8절에 보세요. 그냥 개도 아니고 죽은 개라고 합니다. 죽은 개는 어디다 써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갖다 묻어야죠. 이스라엘 사람들이 말하는 죽은 개란 아무 쓸모없는 것입니다. 므비보셋의 생각에 자기는 죽은 개나 마찬가지였단 말입니다. 그런 그가 뭘로 변했어요? 왕자로 변했습니다. 므비보셋이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므비보셋의 그 기쁨이 곧 우리의 기쁨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가 다 되었습니다. 그 기쁨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합니다.

여러분, 이 땅의 삶이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결코 낙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로드발에 살고 있는 므비보셋과 같은 형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고 분통이 터지겠지만 너무 개념치 마십시오. 때로는 시바의 공갈이나 위협이 우리를 겁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내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다윗이 불렀을 때에 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어 버렸습니다. 두려워 떨며 죽을지도 모른다고 갔더니 죽기는커녕 내가 알지 못했던 귀한 복이 기다리고 있더라는 얘기죠. 여러분들이 예수를 믿는다고 혹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예배 참석하면서 나온 이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위대한 발걸음인지 아셔야 합니다. 예배가 기다려져야 하고, 예배 참석하는 것이 감격스럽고, 예배에 한번 빠지는 것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 없는 마음들이 우리에게 있어야 정상입니다.

남을 속이려면 누구부터 속여야 하는지 아십니까? 워낙 선하게 살다보니까 이런 말은 잘 모르시죠? 그러나 들어두세요. 남을 속이려는 사람들이 ‘남을 속이려면 자기를 먼저 속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말은 거짓말도 확신을 가지고 하라는 뜻입니다. 하물며 복음을 전한다는 사람들이 감격이 없고 기쁨이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겠어요? 우리 속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기쁨과 감격이 넘쳐야 합니다. 그래야 남에게 말해 줄 것이 있을 것 아닙니까? 우리가 복음을 마땅히 전해야 하지만 그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가진 이 은혜와 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생각하고 누리셔야 합니다. 그 감격 속에 살아야 합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므비보셋은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시도도 없었고 그렇게 해 낼 능력도 그에겐 없었습니다. 아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전혀 몰랐습니다. 그러나 다윗이 불렀을 때에 그 모든 문제가 풀려버린 것처럼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서 오실 때에 우리의 모든 문제가 풀려질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실 때에 우리는 모두 왕자의 신분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 일이 장차 이루어질 일이긴 하지만 이미 확정된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저 멀리 로드발에 살고 있는 므비보셋이 아니라, 거기를 떠나 예루살렘에 거하고 있는 므비보셋이 누렸던 감격을 항상 누리며 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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