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을 챙기시는 하나님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의 거하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에 지킬지니라 [개역, 출애굽기 12:13-14]

성탄절에 대해서 이상한 사람들이 가끔 못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예수가 12월 25일에 태어났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 이 바보 같은 그리스도인들아! 성탄절이란 원래 로마시대 때 로마인들이 섬기던 태양의 날, 태양에게 제사 지내던 날이다. 이 바보들아!” 그런 얘깁니다. 그런 질문을 들을 때에 나름대로 대답할 수도 있어야겠고 또 다가오는 성탄절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오늘 본문 13절, 14절에서 기념하라는 절기는 유월절을 가리킵니다. 유월의 뜻이 넘어간다는 뜻이죠? 하나님께서 애굽의 장자를 치는 이유를 오늘은 간단하게 설명하고 지나갑니다. 애굽의 장자를 칠 때에 이스라엘 장자만은 죽이지 않았습니다. 양을 잡아서 문설주와 인방에 피를 발라두고 그 집안에만 들어 있으면 죽음의 천사가 그 집을 넘어 갔습니다. 그 집안에 어떤 사람이 들어 있는지, 얼마나 선하고 착한 사람이 들어 있는지는 따지지 않고 오로지 문설주와 인방에 양의 피가 묻어만 있다면 죽음의 천사가 그냥 넘어갔습니다.

우리의 구원이 선하고 착하고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이마에 피가 묻어 있느냐 안 묻어 있느냐 이것만 따지겠다는 뜻입니다. 내가 얼마나 선하고 내 능력이 얼마나 있고가 중요한 게 아니란 뜻입니다. 우리 이마에 묻어 있어야 할 그 피는 뭘 가리키죠? 누구의 피입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그 분께서 우리 위해 돌아가셨다는 믿음을 가리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피가 내게 묻어 있기만 하면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따지지 않고 살려주겠다는 뜻입니다. 유월절 양의 피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죽지 않고 살아나게 됩니다. 그 절기를 하나님께서 반드시 지키라고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날을 기념하라는 것은 표현을 조금 바꾸어 보면, 이 날 있었던 이 사건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념비를 많이 세우게 하셨고, 또 기념일을 많이 제정하게 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3대 절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답이 어려워요. 절기 하나에 이름이 하나면 좋은데 같은 절기에 이름이 두, 세 개씩이거든요. 이게 저것 같고 저게 이것 같고... 뒤섞여서 기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절기 이름이 굉장히 많습니다.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칠칠절, 오순절, 맥추절, 나팔절, 속죄일, 장막절, 수장절, 초막절. 이 중에서 3대 절기를 고르라면 쉽지 않을 걸요? 웬 절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어 두셨을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갈 때 하나님께서 기념비를 세우라고 하시죠? 이 때 돌을 몇 개 나르죠? 12개라구요? 어디에서 12개입니까? 강 한가운데서 12개를 밖으로 들어냈습니까? 밖에 있는 돌을 강 가운데로 12개 집어넣었습니까? ‘안에서 밖으로’ 맞습니까? 밖에 있는 돌을 강물 안으로는 집어넣지 않았습니까? 나중에 확인해 보십시오. 집어넣었습니다. 그럼 옮긴 돌이 몇 개일까요? 스물 네 개입니다. 강물 속에서 들어내서 밖에 12개를 세우고 밖에 있는 돌 12개를 강물 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일을 기념하라면서 기념비를 만들어 두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렇게 기념일을 제정하시고 기념일을 만드시냐는 말입니다. 이것을 통해서 그 날 있었던 그 일을 기억하라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냥 기억하라면 되지 왜 이렇게 기념일을 만들고 기념비를 세우면서 기억하라고 그럴까요? 이유는 우리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낚시 잘 다니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붕어의 기억력이 몇 초라고요? 3초요? 며칠전 국민일보에 나왔는데 붕어의 기억력이 3초랍니다. 어항 속에 있던 붕어가 그 소리를 듣고 성질을 내는 거예요. 제목이 붕어의 분노던가?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거의 그대로 외워 보겠습니다. 붕어가 “붕어의 기억력이 3초밖에 안된다.”고 하니까 화를 내는 겁니다. “뭐? 내 기억력이 3초밖에 안된다고? 너희들이 재어 봤어?” 한 바퀴 돌고 “뭐? 내 기억력이 3초밖에 안된다고? 너희들이 재어 봤어?” 또 한바퀴 돌고서 “뭐? 내 기억력이 3초밖에 안된다고? 너희들이 재어 봤어?” 붕어는 자기 기억력이 3초밖에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겁니다. “너희들이 재봤어?” 하는 순간에 자기가 한 말을 잊어버리고 돌아서서 또 항의를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붕어가 아닙니다. 우리의 기억력이 이 모양 아니냐는 겁니다. 우리끼리는 제법 기억을 잘 하는 것 같은데 하나님이 보실 때에 기억해야 할 만한 것을 제대로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잊어먹지 못하도록 기념일을 만들고 곳곳에 기념 비석을 세워서 하나님께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여러분, 우리의 기억력에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기념일을 제정하시고 기념물을 세우셨는데도 잘 잊어버리거든요.

우리가 잊지 않고 정기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 계절, 달, 년... 입니다. 일년마다 똑같은 시기가 돌아오게 한 분은 하나님 맞습니까? 사람이 궁리해서 만든 거예요 하나님께서 만들어 두신 겁니까? 하나님께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계절이 때맞춰 돌아오고 해가 바뀌면 그 때 그 시기가 다시 돌아와서 그 날을 기억하게 하시는 것이 정말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것일까요? 창세기 1장 14절을 펴 봅시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하늘의 궁창에 광명이 있어 주야를 나뉘게 하라 또 그 광명으로 하여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고 말씀하시죠? 여기에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는 것은 정기적인 시간이 돌아오도록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셨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이것까지 다 감안하신 겁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우리가 마땅히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습성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아십니다. 그래서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게 함으로 그것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장치이기도 하고 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적절한 때에 상기시켜 주지 않으면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약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약점을 아시고 그것을 챙기시는 것이죠. 꼭 기억해야 할 것을 누가 챙겨주지 않으면 잘 잊어버리는 것이 우리의 약점이란 걸 알면서 그것을 챙기시는 하나님의 모습에서 우리도 배워야 합니다. 가끔 잊지 말아야 할 날을 잊어버렸다가 야단 맞으면 흔히 하는 말이 있죠? “기억 못하는 게 원래 타고난 거 아니냐?” 마땅히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절대로 자랑이 아닙니다. 그런 우리를 보고 하나님께서 특별히 기념일을 챙기라고 하시면서 그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반드시 기억하라고 하십니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절기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릅니까? 그런 일은 없기를 바라지만 만일에 절기가 생각할 때 “또 무슨 특별 새벽기도 하겠구나” 혹은 “특별헌금을 얼마나 해야 되나?” 이런 게 먼저 떠오른다면 우리에게 문제가 좀 있는 겁니다. 하나님께서 그걸 기억하라고 우리에게 절기를 주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절기가 다가올 때마다 이 절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절기를 생각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14절을 다시 봅시다. ‘너희는 이 날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라고 말하는데 이게 누구의 절기입니까? 여호와의 절기입니다. 기념일을 삼되 이건 전부 여호와의 절기입니다. 기념일을 통해서 그 날 있었던 일을 기억하되 ‘그것이 여호와의 절기다’는 말은 여호와를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기념일을 제정하시고 그 사건들을 기억하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여호와를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어릴 때 국사 시간에 경기도쪽 어느 산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신라 진흥왕 순수비가 세워졌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왜 산 위에다 기념비를 세웠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진흥왕은 여자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순수비라는 말 때문에 진흥왕이 아주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순수라는 단어의 뜻을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의미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순수비라는 그 순수의 뜻을 대학 시절에야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에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뜻은 안 가르쳐주고 무슨 산에 진흥왕이 순수비를 세웠다는 것만 외우게 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까 순수란 순찰이란 뜻이더라구요. 임금님이 먼 변방 지역까지 순찰 나간 기념으로 세운 비석이 순수비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순수한 것하고 이건 관계없는 거예요. 진흥왕이 저 변방지역 산꼭대기에 그걸 왜 세웠어요? ‘내가 이만큼 영토를 확장했다’라는 것을 기념하기 위함입니다.

광개토대왕비는 만주 땅에 있습니다. 아주 거대한 비석이에요. 왜 거기다 세웠어요? 마찬가지로 ‘내가 영토를 이만큼 확장했노라’는 뜻이죠. 왜 왕들이 멀리 가서 비석을 세우고 공적비를 세웁니까? 거의 대부분이 자기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위함입니다. 내가 이만한 일을 했노라 하고 비석을 세웠죠. 하나님께서 절기를 세우신 것도 근본적으로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기념일이 진흥왕이나 광개토대왕이 저 멀리 나가서 비석을 세운 일들과 다른 게 뭡니까? 진흥왕이나 광개토대왕이 세운 비석은 거의 다 자기 자랑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념비를 세우고 기념일을 제정해서 ‘나를 기억하라’는 이유는 누굴 위함일까요? 하나님 자신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 날을 기억하고 그 하나님을 기억하는 그것이 우리의 기쁨이요 우리의 행복이기 때문에 기억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그 날을 기억하고 그 사건들을 기억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처음 만났을 때 누리던 그 행복, 그 기쁨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모릅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의 약점이라는 것이 세월이 지나면 행복도, 기쁨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랑, 아니면 과거에 하나님 때문에 품었던 열심, 그 사건, 그 추억들을 잊지 말고 잘 기억해야 합니다. 목표는 그 일이 아니라 그걸 기억함으로써 결국은 하나님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는 그것이 내게 참된 행복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부 사이에도 소중한 추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부부는 정말 행복합니다. 현실은 어렵더라도 참으로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재생할 수 있으면 행복한 겁니다. 신혼 초에 하는 일이 대체로 실수 투성이지요. 어느 새댁이 신혼 초에 잡채한다고 당면에다가 고추장 발라 내 놓았답니다. “암만 그렇지 이걸 어떻게 먹어?” 먹기가 힘들었던 모양이지요? 그랬더니 그 새댁이 “남자가 벌써부터 음식이 이러니 저러니 하면 못 쓴다!”고 공갈을 쳐서 그걸 다 먹였답니다. 당면에 고추장을 바르면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부인이 그 얘기를 하는 걸로 보아서 신랑이 먹느라고 고생은 한 모양입니다.

“남자가 벌써부터 반찬투정하면 못쓴다”는 말에 그걸 꾸역꾸역 말없이 다 먹어준 신랑을 두고 그 일만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내게 참 좋은 신랑을 주셨구나’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부부 사이에도 이런 추억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하나님께서 과거에 내게 얼마마한 복을 주셨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이런 절기에 어떤 일을 하셨다는 걸 잘 기억하는 사람은 행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탄절이 로마 태양신의 축제일이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가끔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교회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도전적인 자세로 올려놓기도 합니다. 주일을 다른 말로 뭐라 그러죠? 일요일이라고 할 때 일(日)자가 날 일자 아닙니까? “Sunday나 일요일이나, 봐라! 이놈들아! 태양의 날 아니냐? 너희들이 주일, 주일 하지만 이거 원래 태양의 날이야. 태양신을 섬기던 날 중에 가장 큰 축제일이 12월 25일이야. 그런데 그 날이 무슨 예수님 탄생이냐?” 그렇게 떠들어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예수님께서 정확하게 언제 태어나셨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태양을 숭배했습니다. 실제로 태양을 섬기는 가장 즐거운 축제날이 12월 25일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보기에 우상을 섬기는 온갖 범죄행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 그 날이었단 말입니다. 특별히 그 날이 예수님 탄생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시기에 태어날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마는 확인을 못할 뿐입니다. 다만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진짜 태양은 바로 우리 예수 그리스도라 생각하고 우상에게 제물을 드리던 그 날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정하고 지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은 예수님의 탄생일이 태양의 축제날을 집어삼킨 겁니다.

예수님께서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는 확실하게 모른다고 하더라도, 또는 날짜가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그리스도인들이 이 날을 그런 의미로 정해서 지키면서 우상을 섬기던 그 날을 점령해버린 겁니다. 그럼 됐죠. 예배에 쓰는 오르간도 원래는 술집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나님을 찬양하는 거룩한 악기로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오르간이라면 이제는 당연히 예배용 악기입니다.

찬양할 때 기타도 열심히 잘 치고 있습니다. 한 2, 30년 전만 해도 교회에서 어디 기타를 쳐요? 야단났죠. 그것이 본래 어떤 용도로 쓰였건 그것을 하나님을 찬양하는 도구로 바꾸어 버린다면 오히려 좋은 것 아닙니까? 성탄절이 정말 태양신을 섬기던 날이었고 Sunday가 다 태양의 날이었다고 할지라도 그리스도인들은 그 날을 전부 주의 날로 바꾸어 버린 겁니다. 잘한 일 아닙니까?

추석도 좋은 명절이죠? 다만 조상신을 섬기는 문제에 있어서 그리스도인들에겐 조금 부정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노력하고 애써서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바꾸면 아주 좋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정말 하나님을 잘 섬기고 노력하면 대한민국의 추석을 자연스럽게 추수감사절로 바꾸어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날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그것이 원래 무슨 날이었느냐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삼한 시대에 추수를 마치고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날, 무당이 굿을 하는 날, 조상을 숭배하는 날을 우리가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날로 바꾸어 버리면 잘하는 일이란 뜻입니다. 성탄절이 과연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냐 아니냐는 사실 여부보다는 성탄절을 어떤 마음으로 우리가 받아들이느냐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성탄절을 맞이할 때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성탄을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아니 하나님께서 그 날 무슨 일을 하셨고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낮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높은 보좌에 계셨던 하나님께서 이 낮고 낮은 땅으로 내려오신 날입니다. 그런 날이 성탄절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나보다 더 못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해서 나 자신을 낮추어 가는 것이 성탄절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성탄절을 어떤 마음으로 맞을 수 있는지 바로 답이 나올 것입니다.

기념하라는 말이 성경에 많이 나오지만 기념하라는 말씀보다 기억하라는 말씀이 더 많습니다.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기념일이 하나님을 기억하는 날이라면 꼭 일년에 하루, 절기 때만 기억하는 것보다 매일 매일이 기념일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매일 하나님을 잊지 않고 살면 훨씬 더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년 열두 달 그 의미를 잘 살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좋은 방편들을 많이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잊지 아니하고 하나님을 항상 기억하며 살라고 기념일도 많이 주셨습니다마는 그 기념일 중에 하나님을 가장 잘 기억하게 하는 기념일이 뭐예요? 성탄절은 일년에 한 번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것 있나요? 그럼 일년에 열두번 기억하잖아요! 한 달에 한번보다 더 짧은 것 있나요? 주일이 있잖습니까? 주일은 일주일에 한번씩 하나님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주일이 “오늘도 교회가야 되나?” 이게 아니고 정말 주님을 기억하고 기뻐하는 날입니다.

하나님께서 한국사람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억할 수밖에 없도록 우리에게만 특별히 주신 기념물이 또 하나 있습니다. 새벽기도입니다. 새벽기도는 어떤 의미에서 한국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복입니다. 어떤 분이 “새벽기도만 아니면 목사노릇 잘 할텐데...” 하시더군요. 표현이 좀 험하지만 “어느 놈이 새벽기도를 만들어 놓아 가지고...” 그런 분도 있었다고 하지만 새벽기도는 한국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놀라운 복입니다. 하나님을 잊지 않고 날마다 기억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새벽기도를 날마다 잘 감당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셨다는 기념물로 우리에게 주신 게 있습니다. “모세야 이걸 기념해서 전부 기록하여서 여호수아에게 외워 들려라” 뭐죠? 성경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신 기념으로 우리에게 준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가볍게 생각하실런지 모르지만 여러분들이 가지고 다니는 이 성경이 ‘읽고 외우라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좋은데 더 좋은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나타나신 기념물로 주신 것이 이 성경말씀이다’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우리가 늘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억하는 좋은 방편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새벽기도보다 쉽습니다. 새벽기도야 힘이 좀 들지만 성경책을 펴서 읽고 묵상하는 것은 훨씬 쉽지 않습니까? 이 성경을 펴놓고 읽고 묵상하는 것이 하나님을 잊지 않고 기념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마는 두어 주 전에 천안에서 늙은 전도사들만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졸업 전 마지막 만찬인 셈이었죠. 식당에서 조용한 방을 얻어놓고 열심히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는 거 있죠. 조그마한 방에서 다른 분들이 다 조용해 버리니까 대화내용이 온 방에 다 들립니다. 첫 마디가 “여보, 오늘 결혼 19주년인데...” 이러잖아요. 그래서 깜짝 놀래서 “어? 오늘 19일이야?” 하니까 난리났습니다. “홍 전도사 이번 주에 내려가면 죽었다.” 이게 화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녁 먹고 들어와서 10시쯤 집사람과 통화가 되어서 “오늘 결혼 기념일인데 잊어버려서 미안...”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끝났습니다.

금요일날 집에 내려오는데 까마득히 잊어버렸어요. 집에 왔습니다. 저녁에 우리 집사람 하는 짓이 평소하고 좀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아니 당신 왜 이러는데?” 하니까 “당신 기쁘게 해 드릴려고” 이러더라구요. 그 때까지도 결혼기념일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느냐?”니까 “이번 일주일 동안 당신하고 결혼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걸 되돌아보니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감사를 일주일 내내 드렸답니다. 혼자서 부흥회 한 모양입니다. 제가 그때 깨달은 것이 ‘아하 결혼기념일 같은 것 잊어버려도 아무 문제가 안되는 수도 있구나’ 하는 겁니다. 그 다음 주에 신대원에 올라갔을 때 “홍 전도사 어떻게 됐나?” 누가 물으면 좋을텐데 아무도 안 묻더라구요. 자기들도 다 잊어버렸지요.

특별히 어느 날을 기억해서 선물을 하고 아양을 떨지 않아도 평소에 함께 잘 지낸다면 ‘특별한 날을 특별하게 챙기지 않아도 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좀 미안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올 해가 19주년인데 19주년은 이름도 없더라. 20주년은 이름도 있던데 내년에 잔치 걸게(거창하게) 한 번 하자” 그렇게 하고 넘어갔습니다. 입으로 다 떼우고 넘어갔는데 특별한 날에만 결혼을 기억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기억하는 것이 더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항상 잊지 아니하고 반드시 기억해야 될 분이 두 분이 있습니다. 항상 잊지 아니하고 기억해야 될 한 분은 하나님이시죠. 결코 잊지 마셔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날마다 나와 함께 하시고 나와 늘 동행하고 계심을 잊지 않는 분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또 한 분은 누구예요? 예수님요? 예수님과 하나님은 한 분으로 치세요. 또, 성령님하지 말고요. 하나님은 항상 기억하셔야 하겠고 또 한 분은 남편이고 아내입니다. 어디 있든지 결코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남편을 향해서 존경한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내를 향하여 예쁘다고 말하는 게 쪽팔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말 한마디 하기가 주책스럽다면 불행합니다. 남편을 향해서 ‘당신은 능력있는 남자’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내를 향하여서 ‘세상에 당신만큼 예쁜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에서 안되거든 밖에 나가 연습 좀 하고 들어오셔서 해야 합니다.

우리가 평생에 잊지 않고 이 두 분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우선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싶은 날이 올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기쁨을 가져다 주는지 모르고 한 평생 살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도 못한 채 ‘인생은 다 그런 거야’ 하면서 사는 거죠. 그런 다음에 여력이 있으면 관심이 자녀들과 부모님들까지 가야죠. 남편 혹은 아내를 잊어버리고 애들 열심히 챙기는 경우는 죄송하지만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걸 잊지마셔야 합니다.

우리교회에도 주책 떠는 사람들 많아요. 주일 오후에 성경공부 하는데 전화가 와서 한참 받고 있더니 대뜸 하는 말이 ‘눈 온다고 전하란다’는 겁니다. 멀리 초상집에 조문 가다가 눈이 온다고 남의 전화에다 대고 눈 온다고 자기 마누라에게 전해달라는 소리는 뭐 하러 합니까? 이십대 삼십대라도 말 안할 텐데 사십이 훨씬 넘은 사람이 첫눈이 온다고? 그것도 자기 전화도 아니고 남의 전화를 빌려가지고? 주책이지요?

부부 사이에 그런 주책 좀 떨고 사시기 바랍니다. 내년에 첫눈 오거든 남의 전화 빌려서 하지 말고 직접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부부 사이에 서로를 잊지 않고 있다든가 사랑을 표현하는 이것을 하나님께 배운 겁니다. 기념일을 제정하고 어떤 건수를 잡아서라도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방법임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것은 14절을 다시 보십시오. 제일 끝에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킬지어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대대에 지키라는 말씀은 후손까지 갈 것 없이 바로 내가 맡은 자녀들에게 이것을 잘 전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하나님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자녀들이 하나님을 잘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에 하나님에 대해서 소중한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는 추억들을 자녀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 집에 가서 다 큰 자녀들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교회에 대해서 무슨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무슨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요즘 아이들 학교 생활하는 것 보면 참 걱정입니다. 가정에 대한 기억도 없겠고 교회에 대한 기억도 없을 것 같아요. 오로지 학교 가서 죽자고 공부한다고 갇혀 있었던 기억 외에는 어쩌면 아무런 추억도 없을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을 섬기며 교회에서 참 아름다운 추억을 갖도록 어른들이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죠? 아이들은 키우는 겁니까 저절로 자라는 겁니까? 키우는 거예요? 마음대로 됩니까?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됩니다. 기본적으로 심는 사람 있고 물주는 사람이 있지만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십니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노력하고 애쓰지만 이 아이들이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의미에서는 부모없는 아이가 부모있는 아이보다 더 잘 자라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저절로 자란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주변 환경이 제대로 돌아갈 때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 가만히 한 번 둬 보세요. 주변환경이 이 아이들을 바르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까? 무서운 환경입니다. 우리 주변 환경이 결코 정상적인 환경이 아닙니다. 이럴 때에 우리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가만히 놔 뒀는데도 이 아이가 아주 신앙대로 잘 살 것이라고요? 부모의 신앙이 자녀에게 그대로 내려간다고요?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기념일을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키라고 말하는 것은 자녀들에게 철저하게 가르치고 전하라는 뜻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신앙을 제대로 전수하기 위해서도 이 기념일을 정말 뜻 있고 의미 있게 지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어른들은 교회 기념일을 지키기 위해서 애를 많이 쓰는데 아이들은 어디 가고 없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에게 신앙이 저절로 전수될 것이라고요? 어렵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신앙을 전혀 가르쳐 놓지 않고 대학가면 될 거라고요? 대학가면 부모님 노릇은 거의 끝이라고 봐야지요. 어떻게 손댈 수 없어요. 자녀들에게 하나님만 기억할 수 있는 장치를 부모님들이 노력해서 많이 심어줘야 한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절기를 소중하게 여기신다면 우리도 이런 절기들을 소중하게 지켜야 합니다. “매년 돌아오는 성탄절이 올해라고 뭐 별다른 게 있겠어?” 이런 자세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것을 잘 지키고 하나님을 기억하는 의미 있는 날로 지낼 수 있을 것인지를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기념일을 잘 지키자는 얘기는 어떤 의미에서 형식이나 예식을 소중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는 뜻도 됩니다. 여러분, 결혼식을 꼭 해야 합니까? 아니면 마음 맞는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이야 뭐라 하든 잘 살면 됩니까? 꼭 해야 돼요? 남에게 “우리 결혼식 한다.” 꼭 광고해야 됩니까? 마음 맞는 둘이서 맞춰서 잘 살면 되는 것 아니에요? 결혼식 안 했다고 누가 혼인신고 안 받아줘요? 결혼식은 해야 되는 것 맞습니까?

일정한 형식을 갖추어서 과정을 밟는 것이 여러모로 우리에게 유익을 줄 때가 많이 있습니다. 아무런 과정도 거치지 않고 쉽게 만나서 쉽게 살면 그만큼 깨어질 위험도 큽니다. 귀한 것일수록 그것을 담는 그릇도 귀한 것으로 만듭니다. 안에 들어갈 것은 하나도 없는데 껍데기만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것이 문제이지 안에 정말 소중한 걸 담아야 할 때에 귀한 그릇을 사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치르는 기념일이나 예식이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라면 깨야 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 아름다운 내용이나 귀한 것을 담기 위해서 예식이 필요하고 형식이 필요하다면 그것을 소중하게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엄숙하고 경건한 예식이 때로는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줄 때도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부활절 새벽예배를 드린 적이 있으시지요? 제가 받는 느낌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벽에 선남선녀들이 예배당을 꽉 채우고 새벽예배를 드리는데 시간이 얼마쯤 걸립니까? 두 시간 넘어가죠? 부활절 새벽에 꼭 이래야 되냐 하시는 분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습니다마는 한 번 겪고 나면 가슴 속에 찡하게 남는 게 오래도록 갑니다. 준비하느라고 고생도 많지만 고생한 것 이상으로 남는 것이 있습니다.

평신도 신학교 졸업생 얘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교회 평신도 신학생들이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졸업식은 정말 거창하게 치르죠. 졸업장도 아주 멋집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공부는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졸업식은 너무 거창하게 치뤄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 그래요. 그러면서 그것이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고 감격이 되더랍니다. 그걸 통해서 우리가 더 감격하고 감동을 받을 수가 있다면 어떤 의미에선 소중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교회가 점점 조직화되어 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조직 그 자체를 위한 조직은 문제가 됩니다. 그러나 조직이 거기에 소속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기 위한 수단이라면 소중하게 취급되어야 합니다. 기념일이나 예식이나 우리가 행하는 여러 가지 행사들이 정말 사람을 위하고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거라면 우린 좀 신경을 써서 준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우리의 선배들이 로마카톨릭에서 뛰쳐나온 이유가 뭡니까? 알맹이는 없고 형식만 남아 있는 것에 반발해서 뛰쳐나온 것이거든요. 그렇게 뛰쳐나온 오늘 우리 장로교의 예배 의식은 아주 틀이 잘 짜여져 있습니까 아니면 형식이 좀 없습니까?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입니까 아니면 예배형식이 꽉 짜여져 있는 것 같습니까? 아마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지 모르겠는데 장로교회에서 드리는 이 예배형식은 형식이 거의 없는 축에 들어갑니다. 백 전도사님 표현을 빌리면 애기 목욕시키고 구정물 버린다면서 애기까지 같이 버린 꼴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예배가 그렇게 형식화된 예배가 아닙니다. “예배순서도 다 짜여져 있는데 설마?”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예배시간에 늦게 들어와도 아무도 안 말리죠. 늦게 와도 “어서 오십시오.” 하니까 미안한 것 없죠? 예배시간에 가끔 전화벨 소리도 울리고 예배 도중에도 전화 받으러 나가시는 것은 예배를 그렇게 엄숙하고 경건하게 드리는 마음 자세가 우리에겐 없다는 뜻입니다.

야단을 치거나 책망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예배를 드릴 때 우리의 마음도 느슨하고 우리의 예배가 그렇게 형식을 갖추고 있거나 경건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장로교회 예배형태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런 절기를 소중하게 여기고 형식을 소중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의도를 우리가 안다면 하나님을 섬길 때에 예배나 기념일을 조금 무겁게 생각하면서 준비를 하자는 뜻입니다.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뭐냐고 할 때 두 가지를 말하죠? 첫째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또 하나는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요소가 다 필요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한없이 즐거워야 합니다. 하나님만 생각하면 즐거움이 넘칠 정도로 하나님은 친근한 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지만 또 한편으로 그를 경외해야 합니다.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자세도 여전히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예배의 형식이나 이런 기념일이 그 자체를 위함이 아니요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일 것 같으면 우리는 그런 일들을 좀 더 소중하고 무겁게 여겨야 합니다. 때로는 부모님에게 예의도 없이 부모를 상대하는 건지 친구를 상대하는 건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그렇게 허물없이 지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예의를 갖추어서 부모님을 대할 때도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결론을 맺겠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념일을 제정하시고 기념비를 많이 세운 것은 하나님을 기억케 하는 하나님의 방법이었습니다. 이런 형식과 날을 통해서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신 것이죠.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하나님께서 이 성탄절을 통해서 우리에게 무슨 일을 하셨는지 이것을 기억하는 것,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우리가 성탄을 가장 잘 준비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성탄절의 가장 핵심은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내려오신 그 하나님을 본받아서 우리도 우리 자신을 낮추는 것입니다. 우리는 별로 높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니죠? 우리가 그리 높은 자리에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한 번 내려다 보십시오. 우리보다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우리 자신들을 낮추어 가는 것이 성탄절을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끼리 아름다운 교제를 나누고 성도간에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성탄절의 기본은 대림절, 곧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 이웃들, 어려운 이웃들에게 예수님의 역할을 흉내라도 내는 것이 성탄절을 바르게 맞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성탄절이 우리 평생에 어떤 성탄절보다 더 뜻깊은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하나님을 기억하는 데에서만 가능합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이 낮고 낮은 땅에 왜 보내셨는지 기억함으로 뜻깊은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탄절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예배와 모든 기념일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기억하는 방편으로 우리에게 주신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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