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없는 무화과나무

효자제일교회 전도사:홍 순관

이튿날 저희가 베다니에서 나왔을 때에 예수께서 시장하신지라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예수께서 나무에게 일러 가라사대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 저희가 예루살렘에 들어가니라 예수께서 성전에 들어가사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시며 아무나 기구를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허치 아니하시고 이에 가르쳐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으리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도다 하시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듣고 예수를 어떻게 멸할까 하고 꾀하니 이는 무리가 다 그의 교훈을 기이히 여기므로 그를 두려워함일러라 매양 저물매 저희가 성 밖으로 나가더라 저희가 아침에 지나갈 때에 무화과나무가 뿌리로부터 마른 것을 보고 베드로가 생각이 나서 여짜오되 랍비여 보소서 저주하신 무화과나무가 말랐나이다 [개역, 마가복음 11:12~21]

설교 제목을 미리 보셨으면 신경이 좀 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열매 얘기만 나오면 자신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사실은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이후에 있었던 말씀 중에서 이 문제를 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포항이 옛날에는 좀 거친 동네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무슨 행사였는지 모르겠지만 가두 시위를 하느라고 전교생이 시내로 나왔습니다. 도중에 잠시 휴식을 취한다고 전교생이 길 한쪽을 차지하고 앉아 버렸습니다. 그런데 부지런한 엿장수 아저씨가 그 틈새를 밀고 들어와서 엿을 팔았죠. 처음에는 별일 없이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마는 애들이 몰려드니까 결국은 누구한테 돈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돈을 안낸 놈도 냈다고 하면서 마구 집어가는 바람에 결국은 엿판이 다 뒤집어졌습니다. 그걸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데 거기에 밀고 들어온 아저씨가 생각을 잘못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엿장수 아저씨도 조금 무리했지만 그래도 애들이 좀 거칠어야죠! 결국 엿장수 아저씨는 선생님들을 붙들고 물어내라고 야단법석을 쳐서 학교에서 물어낸 걸로 기억합니다.

사람들이 단체로 몰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 온 예루살렘 백성들이 다 나와서 환영했습니다. 그렇게 대군이 밀려들면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마가복음에는 기록이 없지만 마태복음에 보면 이 무리들과 함께 ‘저는 자, 소경, 어린아이들’도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성전이 어떤 곳입니까?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들어가면 죽임을 당했던 곳입니다. 이방인의 뜰을 넘어가는 이방인은 전부 사형에 처했습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는데 소경과 저는 자들이 그 안까지 들어갔단 말입니다. 더군다나 어린아이들은 못 들어갑니다. 그런데 거기에 어린아이들까지 들어갔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어마어마한 일들이 성전 내에서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에는 그 모든 얘기들을 다 생략하고 딱 한가지만 기록해 놓았습니다. 다른 곳에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얘기죠. 마가가 관심을 가진 것은 성전을 청결케 한 사건입니다. 성전을 청결하게 한 사건을 기록하면서 앞뒤에 짤막하게 열매없는 무화과나무가 저주를 받아서 말라버린 사건을 끼워넣고 있는 것입니다. 성전 청결은 이해하기 쉽다 해도 앞뒤로 붙여놓은 무화과나무를 저주한 사건은 해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마 예수님께서 많이 시장하셔서 홧김에 실수를 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예수님이 시장하셨다고 해도 그건 조금 심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만약에 사실이 그렇다면 이건 예수님께서 크게 잘못하신 것입니다. 가령 애기가 운다고 해서 엄마가 애기를 보고 짜증을 내면 누가 잘못하는 거죠? 물론 애기가 너무 심하게 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엄마가 아이를 향해서 짜증을 내고 성질을 내면 누가 잘못한 겁니까? 물을 것도 없이 그건 엄마가 잘못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 하더라도 나무를 향해서 화를 낸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어떻게 나무를 향해서 화를 낼 수가 있습니까? 더군다나 이 나무에 열매가 없다고 화를 내셨는데 아직은 무화과나무가 열매를 맺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제 철도 아닌 나무를 향해서 화를 내고 저주를 하셨다? 그걸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예수님은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죠. 한가지 사건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해가 잘 안되는 사건이 생기면 이 분이 어떤 분이냐는 것을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로 오천명을 먹일 만한 능력이 있는 분입니다. 더군다나 40일 금식 기도 후에 사탄이 ‘시장할텐데 온 천지에 널려 있는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고 말했을 때 말씀을 인용해서 그걸 깨끗하게 이겨내신 분입니다. 적어도 40일 금식 기도 후의 그 굶주림조차 너끈하게 이겨내실 수 있는 분입니다. 이런 예수님께서 얼마나 시장하셨는지 모르지만 시장하셔서 홧김에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생각이 좀 짧다는 느낌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편안함과 배부름을 위해서는 단 한번도 이런 기적적인 능력을 사용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런 분을 몹시 시장하셔서 실수했다라고 해석하시는 분이 가끔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의 자기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기 수준으로 이해를 합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 나가보면 아이들 눈에는 온통 먹는 간판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켄터키집, 중국집, 피자집... 잘도 찾아냅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내는지 모르겠어요. 술꾼 눈에는 시내가 온통 술집 뿐이죠. 우리나라 속담에도 개 눈에는...

자기 눈이 그러니까 보이는 것이 그것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사건을 보고 이렇게 밖에 해석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것이 자기 수준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해하지 못하면 예수님을 이야기하는데 사실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실수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과 시장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실 분이 전혀 아니라고 믿는다면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고의로 하셨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죠.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행하셨다는 것입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그 이야기 가운데 끼워놓은 성전 청결 사건을 가지고 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신 사건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이적 중에 저주가 따라 붙은 유일한 이적입니다. 예수님께서 함부로 저주를 행하셨던 분이 아닙니다. 11절을 봅시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입성하셨던 그 날에 특별히 다른 얘기가 없습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전에 들어가서 모든 것을 둘러보시고 때가 이미 저물매 열두 제자를 데리시고 베다니로 나가셨습니다. 어마어마한 모습으로 입성을 하셨지만 이 날에 대한 기록은 마가가 아무 것도 남겨 놓지 않았습니다. 그냥 둘러보고 나가셨다는 것으로 매듭지어 버립니다.

예수님께서 이 날 성전을 쭉 둘러보시면서 뭔가 결심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뭔가 결심하시고 그 이튿날 다시 들어오면서 큰 일을 하나 저지를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일어날 그 일을 제자들이 오래 동안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계시는 것입니다. 아주 특이한 방법으로, 비상한 방법으로 제자들에게 교훈을 주시기 위해서 뭔가를 작정하셨습니다. 성전 청결의 의미를 제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시려는 것입니다. 마가는 일의 순서를 따라서 기록한 탓도 있겠지만 의미를 이해하기 좋도록 성전 청결 사건 양쪽에다 무화과나무 저주 사건을 붙여 놓았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 이튿날 성전에 들어가셔서 성전을 청결하게 하기 위해서 하셨던 일을 좀 살펴봅시다. 15절부터 보시면 제일 처음에 누구를 상대로 일을 하셨죠? 성전 안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어 쫓으셨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릴 때에 스스로 정결하고 흠 없는 소나 양이나 염소를 가져와서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멀리 있는 사람들이 집에서 아주 제사하기에 좋은 것을 잘 골라서 데리고 옵니다. 데리고 오는 도중에 도망가 버릴 수도 있고, 상할 수도 있고, 정성 들여 가져왔는데 제사장이 보고 이건 불합격품이라 하고 퇴짜를 놓을 수도 있습니다. 불합격품 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 한쪽 눈이 조금 크고 한쪽 눈이 조금 작아서 좌우 균형이 잘 맞지 않는 경우에도 불합격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위험 때문에 집에서 가져오느니 돈만 가져와서 조금 비싸더라도 성전 안에서 제물을 사서 들어가는 것이 오히려 간편할지도 모릅니다. 불합격될 위험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성전 안에서 이렇게 매매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돈 바꾸는 자들입니다. 성전 안에서 성전세를 받을 때에 지금 식으로 얘기한다면 외국돈은 안 받았습니다. 예루살렘에 순례를 오는 유대인들은 외국에서 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외국돈은 안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성전 안에서 환전을 해주었습니다. 환전해 주는, 돈 바꾸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비둘기 파는 자들도 있죠. 비둘기는 특별히 가난한 사람들이 드리던 제사였습니다. 그러니까 그것도 파는 사람이 있어야죠. 그 다음 네 번째 보면 ‘아무나 기구를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허치 아니하시고’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전 안에 뭔가를 들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못 다니게 막아버렸다는 거죠. 성전은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가는 장소가 되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 성전 마당을 지름길로 생각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쨌든 이 네 종류의 사람들은 성전 안에 들어와 있지만 하나님을 경배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좀 나쁘게 표현한다면 성전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었다는 말입니다. 더군다나 성전 안에서 이런 장사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제사장의 허가 없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사람들이 대제사장의 허락을 받고 하는 일을 예수님께서 오셔서 전부 내어쫓고 문을 닫으라고 해버렸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제사장에게 도전하는 셈이죠. 예수님은 이 땅에 죽으러 오셨고 죽기 위해서 약을 쓰는 일만 골라가면서 하셨습니다. 여기서도 성전 청결이라는 것이 대제사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목사님에게 도전을 해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하물며 대제사장에게 감히 도전하다니...

더군다나 여기 장사하고 매매하는 사람들은 원래는 성전 밖에서 했답니다. 여러 군데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대제사장이 그것을 성전 안에서 합법화시키면서 요즘 말로 하면 완전히 전매사업화 해버린 겁니다. 이건 엄청나게 돈이 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대제사장조차 하나님을 경배하고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일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돈 되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이들은 전부 대제사장의 하수인이었다는 얘기죠. 원래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 장소로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임재해 계신 곳이요 하나님을 섬기던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어디 가고 없고 인간들이 하나님을 이용해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장소가 되었더라는 거죠. 하나님이 없는 성전은 도대체 성전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 더 뒤에 가 보시면 예수님께서 이 성전이 돌 위에 돌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다 무너지리라고 예언하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헤롯이 예루살렘 성전을 어마어마하게 지었던 것 같습니다. 거대한 성전을 지었지만 결국은 깨끗이 무너져 버립니다.

하나님없이 인간들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있는 성전은 열매가 하나도 없는 무화과나무와 유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마땅히 열매가 요구될 때 열매없는 나무가 이렇게 마를 수밖에 없다면, 하나님이 주인이 되어야 할 성전이 하나님은 뒷전이고 인간들이 자기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심으로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사라지고 형식과 외식된 모습으로 남아 있는 성전은 저 무화과나무처럼 말라 사라지게 될 것임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우리 자신에게 적용을 시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당히 궁금합니다마는 성도 여러분께 꼭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열매있는 무화과나무인지 아니면 열매없는 무화과나무인지 냉정하게 판정을 하고 지나갑시다. 나는 열매있는 무화과다 하는 사람은 손 한 번 들어봐 주십시오. 세 분입니다. 정말 세 분밖에 없어요? 우리 교회에서 세 분밖에 안 나오면 다른 교회가면 더 안 나옵니다. 그럼 한국교회 어떻게 되는 거예요? 예수님 말씀대로 바짝 말라 없어질 것입니까? 이거 심각한 문제입니다. 열매없는 무화과나무가 도대체 뭘 의미합니까? 여러분, 열매가 있느냐 없느냐 하면 무엇부터 생각하시죠? 제일 먼저?

전도요.

내가 전도를 많이 했나? 전도 별로 한 것 없네. 그럼 열매 없다? 전도 외에 다른 것도 있을 수 있잖습니까? 전도 말고 아무것도 없어요? 예배 열심히 나오는 건 해당이 안됩니까? 열매가 있는데 손을 안 드는 겁니까? 열매있는 무화과나무의 열매가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겁니까? 전도하는 것 외에 교회의 직책을 맡아서 봉사하는 것, 헌금하는 것, 예배드리는 것도 열매입니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간혹... 꼭 예수님의 표현이 아니라도 비슷한 표현 있죠. 마태복음 3장 10절, 또 누가복음 3장 9절에 있는 말씀인데 이런 말씀들을 보면서 열매없는 나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태복음 3장 10절입니다.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맺지 않는 나무마다 찍어 불에 던지우리라’ 좀 두려운 말씀이죠? 좋은 열매 안 맺으면 도끼로 찍어버리겠다는 말씀입니다. 성경에 이런 끔찍한 말씀이 많아서 큰 일은 큰일입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이 만약 이 나무라면 좋은 열매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나무가 좋은 열매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좋은 열매 맺자 맺자 한다고 맺어집니까?

말씀에 순종해야지요.

아니, 나무가 어떻게 말씀에 순종을 해요? 도끼는 나무 앞에 놓여 있습니다. 맺을래? 안 맺으면 찍어 버린다! 어떻게 맺어요? 열매 맺고 있지도 않고 열매 맺는 방법도 모르고... 완전히 구제불능이네요. 좋은 열매를 맺고 안 맺고는 누구한테 달린 문제입니까? 농부에게 달린 문제죠. 나무가 어떻게요? 나무는 할 말이 있습니다. 종자가 그런데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나무로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좋은 나무에 가서 접을 붙여 놓던지 아니면 땅이 나빠서 그러면 좋은 거름을 주던지... 이건 농부한테 달린 문제입니다. 나무가 어떻게 해요? 결국은 이 나무 스스로 좋은 열매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다 하고 열심히 뛸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내가 바뀌어지지 않으면... 그것도 내가 바꾸는 게 아닙니다. 농부가 와서 나를 좋은 가지에 접을 붙여 주던지, 좋은 거름을 많이 주던지 해야지요. 이 본문은 세례요한이 하는 말인데 세례요한이 누구를 상대로 이렇게 위협적인 말을 하고 있습니까? 7절을 봅시다. 요한이 많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이 세례 베푸는 곳에 오는 것을 보고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시작하죠? 이들을 향해서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공갈을 치는 겁니까? 회개하고 돌이키라고 충격요법을 쓰는 셈입니다.

요한도 그렇지만 예수님은 믿는 제자들을 향하여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단 한번도 없어요. 잘 믿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 제자들을 향하여 열매 맺지 않으면 찍어버린다? 가만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님이 그런 얘길 하신 적이 있는가? 아니면 그것이 맞겠는가? 우리가 구원을 받았다고 하면서 제대로 열매 맺지 못하면 하나님께서 우릴 찍어버려요? 그것이 여러분이 여태까지 배워온 성경 말씀하고 일치하는지 생각을 해 보시라는 말입니다.

한 군데 더 봅시다. 마태복음 7장 19절입니다. 거기에도 아름다운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느니라라고 되어 있죠. 끔찍한 말씀입니다. 열매 못 맺으면 찍혀서 불에 던지운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런 말씀을 보면서 그렇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예수 믿는 우리를 향해서 하고 있는 말씀이 아닙니다. 누구를 향해서요?

불신자.

바리새인.

종교 지도자.

그런 표현이 어디 있습니까? 종교 지도자라는 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아요. 본문을 보세요.

거짓 선지자.

예, 15절에 있습니다. 거짓 선지자들을 향하여 말씀하시는 가운데 이 말씀이 나왔습니다. 여러분, 열매없는 무화과나무라는 것이 하나님을 믿노라 하지만 실제로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교회 일을 열심히 하기는 하는데 하나님 때문에 열심히 하는 게 아니더라는 판정이 나오는 경우 이게 열매없는 무화과나무입니다. 참 이런 말씀드리기 무섭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서도 설교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우습고 슬픈 현상입니다만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서 열매없는 무화과나무라고 하여야 한다는 얘깁니다. 가끔, 아주 무서운 심판과 저주에 관한 말씀들을 예수님께서 친히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구절들을 잘 보십시오. 최후 심판과 관련된 표현들입니다. 최후 심판 때는 용서가 없을 겁니다. 그 심판에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리켜서 열매없는 무화과나무라고 하는 겁니다.

요즘 아이들은 잘 부르지 않는 것 같던데 옛날 주일학교 때 많이 불렀던 노래가 있습니다. ‘심판이 나에겐 없네’ 그 다음은 뭐죠? ‘심판이 나에겐 없네 주의 피가 내 죄 가리네’ 우산처럼 펴진 우리 주님께서 심판을 다 막아주신다는 노래입니다. 우리의 모든 죄를 예수님께서 효과적으로 다 가리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아멘!

그런데 열매 없다고 찍혀서 불에 태워져요? 왜 이랬다 저랬다 하십니까? 여러분들은 열매없는 무화과입니까? 열매 있는 무화과입니까?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뭐가 열매입니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서 죽으러 이 땅에 오셨음을 믿는 것 이상의 큰 열매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봉사하고 예배드리는 것은 하늘의 상급과 관련된 것이지 그게 좀 없다고, 좀 부족하다고, 좀 작다고 해서 찍혀 불에 던지울 일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열매없는 나무란 말만 들으면 이런 식으로 자신의 공로를 찾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이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매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위해 돌아가심을 믿습니다라는 이 고백이 가장 크고도 유일한 열매입니다.

‘확실히 구원받았다’고 말씀을 하시면서도 열매 있냐고 따지면 얘기가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찍혀 불에 던지우지 않기 위해서 맺어야 하는 열매는 결코 전도, 봉사, 구제가 아니란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여기 본문에서 성전이 무너져 내릴 것은 우리와 관계가 없는 얘깁니다. 하나님 없이 형식에만 치우쳐 있었던 유대교가 그렇게 몰락하고 이후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가 설 것임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겸해서 한가지 더 기억을 하셔야 될 것이 있습니다. 만약에 이 무화과나무가 입이 있다면 말라 죽으면서 뭐라고 한마디 했을 것 같습니까?

목 마르다.

무화과도 목이 마르다하고 죽어요? 자기가 무슨 예수님이라고?

이것이 내 탓입니까?

불만이 있다는 말이죠? 열매 열 때도 안되었는데 나를 마르게 하신다면 불만이 좀 있다는 얘기네요. 성미가 조금 급한 분이나 성깔 있는 분이면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면 하나님의 아들이지 이래도 됩니까?’ 하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이 그렇게 얘기해요. 제 철은 아니라 할지라도 설익은 무화과 한 두 개 정도는 있는 법이다. 그런데 이 나무에는 그것조차 없었으니까 이건 말라 죽어도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은 어떻게든 무화과나무에게서 무슨 죄라도 찾아내려고 하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어떻게든지 무화과나무가 죽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죽은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죠.

여러분, 죽는 사람이 꼭 자기 죄로만 죽습니까? 제자들이 길 가다가 날 때부터 소경된 자를 보고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로 인함이오니이까 자기오니이까 그 부모오니이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 ‘이 사람이나 그 부모가 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니라’고 대답하셨습니다(요 9:2-3). 그러니까 부모 죄냐 자기 죄냐 따지지 말라는 거예요. 무화과나무가 말랐어요. 누가 잘못했어요? 무화과나무가 잘못했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식으로 따지지 말라는 얘깁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따지는데 너무나 익숙합니다. 혹시 이웃집에 누가 심하게 아프거나 큰 일이 생기면 겉으로는 찾아가서 위로하면서 또 한편으론 우리 모르게 무슨 나쁜 짓을 저질렀으니까 하나님께서 저렇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하는 곡 잘 부르시죠? 그런데 그 의미를 알고 부르시는지 참 궁금합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도록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세요라고 노래합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내가 어떻게 평화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까? 나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있는데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삼아달라는 얘기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희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노랩니다. 사람들의 미움을 사라지게 하고 그 사람들이 사랑하며 살게 하기 위해서 내가 희생이 되고 내가 죽어도 좋습니다 하는 고백이거든요. 그렇게 희생되는 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그럴까요? ‘저게 무슨 죄가 많아서 저렇게 고생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크게 잘못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만물은 인간을 중심으로 창조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위해서 나무가 과일을 제공합니다. 나무가 좋은 과일을 사람들에게 제공할 때 나무에게 감정이 있다면 참으로 기뻐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라고 감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무화과나무는 ‘왜 나를 정당한 이유도 없이 말라죽게 하십니까?’라고 불만을 터뜨리기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소중한 교육을 위해서 나를 사용하셨음을 감사했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안강에서 오시는 배 집사님과 최 집사님 부부가 예수님을 믿게 된 이야기를 기회가 있거든 들어보십시오. 참 재미있습니다. 얘기 풀어놓으면 밤새도록 갈 겁니다. 20년 쯤 전에 두 분이 교회 다니지 않았을 때, 최 집사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안강 육통에서 내려오는 청년의 오토바이와 충돌해서 최 집사님이 아주 심하게 다치셨답니다. 그런데 충돌한 그 청년은 예수 잘 믿는 청년이었답니다. 주일에 엄마가 제사 지내는데 가야 된다고 억지로 끌고 육통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사고가 나서 최 집사님은 얼굴이 완전히 다 깨어져서 입원을 했고 이 청년은 멀쩡하더라는 겁니다.

첫날에는 모친과 인사하러 찾아왔었는데 하룬가 이틀인가 뒤에 이 청년은 갑자기 죽어 버렸고 최 집사님은 병원에 누워 있는데 그 청년의 어머니 집에 누군가가 전도하러 왔더라는 겁니다. 꿈에 보니까 당신 아들이 하얀 옷을 입고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봤다. 천국으로 가는 걸 봤다. 그러니까 당신도 예수 믿어야 되겠다고 전도를 한 겁니다. 그러자 이 죽은 청년의 모친이 최 집사님 집에 찾아와서 ‘아무런 보상도 필요없다. 우리 아들이 믿었던 그 예수를 믿겠느냐? 그것만 믿는다면 아무 보상도 요구하지 않겠다’ 그래서 두 분이 예수 믿게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청년의 어머니도 지금은 권사가 되셨는데 온가족이 신실하게 예수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 먼저 죽은 청년 말입니다. 우리가 욕을 할려면 할 수 있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사람이 왜 주일에 교회 가지 않고 제사 지내는 곳에 갔더냐? 그러니까 그렇게 사고나는 게 아니냐? 그렇게 말할 수 있을런지 모릅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그 청년의 죽음은 결코 헛된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로 인해서 자기 모친 뿐만 아니라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얻었습니까? 결코 헛된 죽음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경우에 따라서 이런 방식으로 쓰시려면 쓰실 수 있습니다. 그런 일로 사용되건 다른 모양으로 사용되건 하나님의 일에 사용되어지면 감사할 일 아닙니까?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는다면 집사면 어떻고 장로면 어떻습니까? 목사면 어떻고 전도사면 어떻습니까? 그저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을 기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기 전에 그 건너편 마을로 가서 나귀새끼 한 마리를 가져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안 주면 어떻게 하죠?” 그 때 예수님께서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주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까지 다 아시는 분입니다. 주가 쓰시겠다고 하면 주리라는 겁니다. 무화과나무요? 이번 기회에 이 나무를 특별하게 써야겠다고 예수님께서 마음 먹었으면 그 무화과나무도 기꺼운 마음으로 “예, 주님 쓰십시오. 나를 평화의 도구가 아니라 교육의 도구로 쓰십시오.”라고 기꺼이 내어드렸을 겁니다. 무화과나무가 입이 있으면 “내가 뭐 잘못했는데 말라야 합니까?” 이 얘기는 무화과나무의 얘기가 아니고 바로 그렇게 설명하는 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쓰시겠다고 내 놓으라고 할 때 내 놓을 수 없는 사람은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잖아요? 하나님께서 특별히 이런 방식으로 쓰시겠다고 말할 때 기꺼이 자신을 내어 드릴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다윗과 요나단의 관계를 살펴보면 제가 보기에는 다윗보다 요나단이 훨씬 더 훌륭한 사람입니다. 인간성을 봐도 그렇고, 부모에 대한 일도 그렇고, 하나님에 대한 것도 요나단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다윗은 살아남아서 온갖 부를 다 누렸고 요나단은 자기 아버지와 그렇게 고생하다가 결국 적의 손에 죽고 말았습니다. 신앙 좋은 사람이 더 잘 살아야지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구원사에서도 맡아야 할 배역들이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부귀영화를 누리는 역을 맡았고 어떤 사람은 온갖 고난을 다 겪고 일찍 하나님 앞으로 가는 역을 맡았단 말이에요. 우리에게 내세가 없다면 현실은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겠지만 나중에 거기 갔을 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임무를 어떻게 수행했느냐에 따라서 상급이 있을 것입니다.

무화과나무가 억울하다? 주님께서 이렇게 쓰시겠다 할 때 기꺼이 자신을 드릴 수 있는 나무였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 무화과를 바라보는 우리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용하실지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초대교회 때 복음을 위해서 그렇게 많은 목숨을 걸었던 그들처럼 우리를 사용하실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라도 하나님께서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사용하시옵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니 우리 이웃들이 화평하게 지내기 위한 평화의 도구가 내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해야 될지 모릅니다. 회사라는 곳이 얼마나 살벌한 곳입니까? 내가 살기 위해서 남을 죽여야 할 경우가 종종 생겨나는 곳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러한 희생의 제물이 되기를 요구하신다면 기꺼이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해야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로 인해서 더 위대한 열매가 맺혀질 것입니다.

말씀을 매듭짓겠습니다. 하나님 없이 정말 멋지기만 했던 그 아름다운 성전은 결국은 열매없는 무화과처럼 곧 시들어버렸습니다. 우리 자신들도 그렇게 잘난 인생은 아닙니다. 어떻게 본다면 열매없는 무화과나무처럼 보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속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그것은 결코 보잘 것 없는 열매없는 무화과나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속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미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는 무화과나무입니다. 우리 자신들이 노력해서 맺어야 하는 조그만 열매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고 내가 하나님께 받은 것이 무엇인가? 내가 맺고 있는 가장 큰 열매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십시다. 그러면 그 후에 이것을 닮은 더 풍성한 열매들이 속속 맺혀지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하나님께서 만약에 우리를 적절한 필요에 따라 쓰시겠다고 말씀하시면 우리 자신을 기꺼이 내어 드릴 수 있는, 무화과나무는 감정이 없어서 말을 못했을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무화과나무처럼 시들어 가면서도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신앙인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우리 교회에 시기가 있고 질투가 있다면, 성도들간에 시기가 있고 질투가 있다면 그것을 덮어내는 평화의 도구로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해 주옵소서 그렇게 기도함으로 우리 교회가 사람들이 보기에는 물론이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아름다운 교회가 되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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